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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76편 (76/79)

2026-09-22 08:16:38 조회 16
남궁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을 떠났다. 그가 나가고 반각이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천마황 단금성이 모습을 나타냈다. "어서 오시오." 금소천이 반색을 하며 맞이했다. 천마황 단금성은 밝게 웃고 있었다. 예전처럼 어둡고 패도적인 기 세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들어오면서부터 농담을 던졌다. "하하…… 금성주. 부럽소이다 아름다운 꽃에 묻혀 있는 맛이 어떻 소?" 그의 음성에는 격의가 없었다. 이제 그들은 남궁수와 단희진으로 인해 사돈지간이기 때문이다. "허어…… 단교주도 참……." 금소천은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괴이한 웃음이 터지며 금소천의 대답을 대신했다. "크ㅋ! 그 무슨 억울한 소리요? 단교주께서는 무려 일곱 부인을 거 느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바로 지옥혈도 궁사였다, 뒤이어 일지겁천과 뇌천우사, 적미천군, 혈의환사, 만독노조, 화예 랑 등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십대천왕이 모두 한 곳에 모인 것이다. 그들은 한동안 분분한 담소를 나누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무렵, 금소천이 중인들을 향해 말 했다. "어떻습니까? 모든 준비는……?" 그러자 단금성이 대답했다, "천수장공 명학초의 능력은 정말 놀라웠소. 그는 이미 오존문의 모 든 구조를 파악했소." 오존문의 구조에 대한 조사. 즉 이년간의 고문을 퉁해 얻어낸 지식이 이제 그 빛을 볼때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오존문에 대한 최후의 공세가 착착 준비되고 있었 다. 이번에는 궁사가 말을 이었다. "하후당주와 백리당주…… 그리고 남궁군사는 이미 모든 계획을 완 료했소." 그러자 중인들의 얼굴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기묘한 빛이 떠올랐 다. 모든 계획이 완료되었다는 금소천의 말. 그 말이 주는 의미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문득 만독노조 영호독이 가벼운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여보게 사위. 언제쯤 만금성을 떠날 것인가? 오존문의 잔당들을 모두 쓸어낸 뒤 실컷 술이나 퍼마셔야겠네." 이어 그는 영호운령에게 시선을 주었다. "곧 태어날 손자에게 이 할아비의…… 자랑거리나 만들어놔야 되지 않겠나?" 과연 영호운령의 배는 보기 좋게 불러 있었다. "어머, 아버님……." 영호운령은 부지중 배를 가리며 홍당무가 되었다, 순간 중인들은 한바탕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와하하하핫……." "으하하핫……." 훈훈한 정감이 장내를 감돌았다. 이윽고 금소천은 정색을 하며 중인들을 돌아보았다. "출발은 내일입니다." 그러자 중인들은 모두 바짝 긴장된 신색을 보였다. 단금성이 물었다. "헌데 금성주. 소문을 듣자 하니 야율노격이 옥문관을 넘었다고 하 던데……." 그는 아사공주를 의식하고 슬쩍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금소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 그래도 단혼평에 고수들을 풀었습니다…… 아마도 그곳이 아수 마궁이 마지막을 고하게 되는 곳일 겁니다." 이어 그는 중인들을 돌아보았다. "자! 그럼 내일을 위해 모두 준비를 해두십시오." 중인들은 다소 긴장된 신색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 내일의 격전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득 금소천의 시선이 화예랑에게 향했다. 마침 그녀도 금소천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짧은 시간 그들의 눈및이 마주쳤다. 그러나 화예랑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금소천 앞을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이 짼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금소천은 내심 탄식성을 발했다. '선(宣) 누이…….' 어린 시절부터 많이도 불렀던 정겨운 이름. 그러나 지금은 마음의 부담으로 남는 이름이었다. 금소천은 고개를 저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펑…… 펑…….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삼 일 내로는…… 그치지 않을 눈이군." 그의 중얼거림대로 눈발은 점점 거세어지고 있었다. 십대천왕! 이제 그들은 몸을 털고 일어섰다. 출발은 내일이다. 함박눈. 그것은 밤새워 내리고 있는데……. * * * 단혼평! 옥문관에서 오백 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천하 험지다. 또한 중원으 로 오자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눈 내리는 단혼평의 일부. 네 개의 인영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은 바로 혈궁의 귀문장도 막혀사와 섬전비퐁 호제천, 악수도부 천인사, 천갈마회 하설미였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단혼평 저쪽을 응시하고 있 었다. 그의 얼굴에는 지난 오년간 오존문과 무수한 격전을 치른 흔적인 듯 수많은 검흔이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두 눈은 여전히 무심했으며 생사교를 메고 있는 그의 두 어 깨는 흡사 태산과도 같았다. 문득 천갈마희 하설미가 막여사 곁으로 다가들었다. "이사형…… 언제쯤 야율노격이 이곳에 도착할까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빠른 대답이 이어졌다. "반 시진 뒤다." 막여사의 눈빛과 음성은 그저 무심했다, 문득 하설미의 눈빛이 미미하게 혼들렸다. "사형……." 막여사는 시선을 움직이지 않았다. 하설미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말을 잇기 시작했다. "이번 싸움이 끝난 뒤에…… 저의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실 수 있 겠어요?" 홴지 그녀의 음성을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막여사는 여전히 내리고 쌓이는 눈만 바라볼 뿐 시선을 돌 리지 않았다. "말해 보아라." 그의 음성은 냉랭할 정도로 사무적이었다. 무언가 화가 난 탓인지, 긴장을 한 탓인지 구별하기도 힘들었다. 하설미는 무슨 말을 할 듯하다가 결국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막여사는 묻지 않앗다. 한참 동안 말없는 침묵이 계속되었다. 그러자 하설미는 결심을 새롭게 굳힌 듯 다시금 나직하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사형……." "듣고 있다." 하설미는 입술을 꼭 물고 힘을 내 계속 말했다. "이 싸움 후에…… 제가 …… 살아 있다면…… 제가…… 사형께… … 청혼을 해도…… 될까요?" 순간 막여사는 홈칫하며 무심한 시선에 변화를 보였다. 그는 처음으로 그툇에게 시선을 주었다. 하설미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뽀얀 목덜미 위에 함박눈이 떨어졌다. "물론…… 제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 혼인을 할 자격이 없다는 그녀의 말. 기실 그녀는 이미 혼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흔인을 한 지 채 일년도 안되어 죽임을 당했고, 그 녀는 이후 흘몸으로 지내왔었다. 막여사는 시선을 다시 돌려 벌판 쪽을 웅시했다. 그의 눈빛은 다시금 무심해졌다. 그 모습을 본 하설미는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 꼈다. "사…… 사형……." 막여사는 여전히 시선을 벌판에 둔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항상 너를 친동생처럼 여겨왔다." 음성에는 아직도 흔들림이 보이지 않았다. 하설미의 고개가 더욱 밑으로 내려갔다. "알아요. 하지만 소매는…… 더 이상 스스로의 마음을 속일 수가 없어요." 일순 막여사의 어깨가 잔잔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하설미는 고개를 숙인 탓에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너보다 스무 살이나 많다." 순간 하설미는 고개를 쳐들었다. 막여사의 음성에서 어떠한 회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매는 사형의 나이를 몰라요.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도 영원히 모를 거예요." 그녀의 음성은 희열에 잔잔한 경련을 보이고 있었다. 막여사는 또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하설미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억겁 같은 시간이 흘렀다. 적어도 하설미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문득 막여사의 입술이 경련하듯 벌어졌다. "후우…… 사매. 너는 사람 볼 줄을 모르는구나." 하설미의 안색이 일순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나…… 사형 저는…… 사형이 좋아요." 막여사의 입가에 보기 드물게 미소가 스쳤다. 비록 메마른 미소였지만 분명 그는 옷고 있었다. "사매…… 열심히 싸우거라. 그리하여 기필코 살아나라." "아……." 하설미는 잠시 신형을 비틀거렸다. 막여사의 말이 곧 허락의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설미는 가슴이 벅차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꼬리에 두 방울 이슬이 맺혔다. 막여사는 여전히 무심한 두 눈으로 벌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휙! 휘익! 가벼운 파공성과 함께 다섯 줄기의 인영이 막여사의 전면에 내려섰 다. 그들은 바로 포달랍궁의 사대존자와 아극이었다. 그 옛날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이 싸움을 지 원하던 터였다. 아극이 약간 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막노사. 야율노격의 일당이 이곳으로 질주해오고 있소이다. 거리 로 봐서 곧 도착할 듯싶습니다." 막여사의 두 눈에 일순 살기가 피어 올랐다. "으음…… 알겠소이다." 그는 이어 천천히 한 손을 들었다. 순간 눈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눈 속에서 수백 줄기의 시뻘건 괴인 물들이 등장했다. 실로 두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괴이한 인영들이었 다. 그들은 두 눈을 제외하고는 모두 붉은 비늘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갑옷 밖으로는 수천 개에 달하는 붉은 강침들이 고슴도치처 럼 튀어나와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양손에는 핏빛 륜이 한 개씩 들려져 있었다. 아극은 그 괴인들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굉장하군요. 저것이 바로 혈천마갑입니까?" 막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혈천마갑은 혈궁 최대의 비전수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오. 저 천 신갑옷은 천하의 그 어떤 신병기로도 흠집을 낼 수 없으며, 전신에는 모두 삼십육 가지의 죽음의 암기가 비장되어 있소. 저것은 곧 죽음의 살수대요. 아수마궁은 저 혈천마갑대에 의해 전멸을 당할 것이오." 막여사의 입꼬리에 득의의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곧 확연한 자신 감의 표식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 주위에는 모두 일만의 고수가 숨어 있으니…… 후후후 …… 야율노격은 아예 중원에 오지 말아야 했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 인영이 그의 앞에 내려섰다. 그는 바로 일랑이었다. 그의 안색은 극히 창백했다. 그러나 부상을 당했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안광은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삼년 전 아수마궁의 혈투 때 소리탑에게 크게 당했던 일랑. 그는 삼년 동안 폐관하여 무공을 수련하다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 이었다. 창백한 인상은 그가 얼마나 수련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단적인 증명이었다. 그는 적어도 지난 삼년간 햇빛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막노사! 여기 성주님의 서찰입니다." 일랑은 막여사에게 공손히 한 통의 서찰을 바쳤다. 막여사는 경건한 태도로 그 서찰을 받은 후 봉함을 뜯어 그 내용을 읽었다. 서찰을 읽는 그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스쳤다. 그는 서찰을 다 읽은 후 그것을 태워 버렸다. 그리고는 주위를 바라보고 엄중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모두 눈 속으로 모습을 감추어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백인의 혈천마갑대는 모두 눈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흔적은 조금도 없었다. 막여사는 주위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도 몸을 숨깁시다." 그들은 곧 신형을 날려 모습을 감추었다. 모두가 모습을 감춘 후 일각이나 흘렀을까? 두두두두두두……. 저쪽 벌판에서 지축을 울리는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마대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것은 바로 아수마궁의 기마대였다. 총 일만의 기마대와 이만의 일반고수들. 도합 삼만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아수마궁인들은 곧 단혼평에 도착 했다. 물론 그들은 매복이 있으리라는 생라을 꿈에도 하지 못했다. 야율노격. 그는 미친 듯이 말을 몰며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조금만 더 가면 금산진이다. 우선 그곳에 도착해 서 백호문을 궤멸시키고, 그 후에 다시 사천성으로 진입을 한다." 그는 당당한 음성으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감에 찬 그의 말이 끝날 무럽, 아수마궁의 기마대는 혈천마캄 대가 숨어 있는 눈 위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허공으로 한 줄기 폭죽이 불꽃을 뿌리며 치솟았다. 펑--! 파파파팍! 이 광경을 발견한 야율노격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안색을 대변시켰다. "저…… 저것은……." 불길한 예감이 벼락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너무도 정확했다. 휘-- 익! 파파팟! 아수마궁의 기마대 밑에 있던 눈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그 속에 서 혈천마갑대의 괴인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히히히히…… 히힝! 말들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으-- 악!" "기…… 습이다! 크아악!" 이어 처절무비한 말들의 비명과 인간의 비명이 함께 어우러져 터져 나왔다. 죽음의 혈천마갑대의 기습에 아수마궁 기마대들은 무참히 도륙을 당하기 시작했다. 혈천마갑대의 위력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그들 하나하나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방으로 암기들이 쏘아져 나 갔다. 종류나 크기도 각양각색이었다. 게다가 일정한 방향조차 없었다. 사방으로 정신없이 암기들이 쏟아 져 나왔다. "크아악!" "저…… 전신이 무기 덩어리다…… 커억!" 삼만이나 되는 아수마궁의 고수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기 습도 기습이지만 혈천마갑대의 위력이 너무도 경세적이기 때문이었 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정신을 수습한 사람은 역시 아수마궁주인 야 율노격이었다. 그는 사방을 향해 공력을 실은 웅혼한 음성을 토해냈다. "적들은 얼마 되지 않는따! 기마대는 앞장서서 저 시뻘건 놈들을 깔아뭉개 버려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우왕좌왕하던 아수마궁인들의 전력이 어느 정 도 되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놈들은 기껏해야 몇 백이다." "말발굽으로 짓뭉개 버리자!" 변방의 민족들답게 그들은 기마술이 탁월했다. 두두두두. 곧 수백 마리의 말들이 혈천마갑대원들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푸욱! 혈천마갑대는 기마대의 말발굽에 이리저리 통겨져 나갔다. 퉁겨져 나가지 않은 대원은 수많은 말발굽 밑에 꼼짝없이 깔리고 말았다. 어느덧 이천 여필의 말들이 혈천마갑대를 짓밟고 지나갔다. 아수마궁인들의 입가에 득의의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제핫놈들이 감히 누구를 막겠다고!" 그러나 그들의 미소는 그리 오래 갈 수가 없었다. "앗! 저놈들이……." "으으…… 괴물이다. 어떻게 저런 놈들이……." 놀랍게도 혈천마갑대월들은 하나 둘씩 일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지극히 멀쩡해 보였다. 몇 번 고개를 움직여 보고는 다시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가공할 혈천마갑의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아수마궁인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야율노격의 안색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이…… 이럴 수가! 강시도 아니고 저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 그는 즉시 다급한 어조로 부르짖었다. "밟아라! 걸레처럼 부서질 때까지 놈들을 짓밟아 버려라!"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음성도 별꾸신통이었다. 이미 사분지 일 가랑의 기마대가 앞으로 지나간 탓에 마음먹은 대 로 질주가 불가능했다. 좀 달려보려 하면 곧 자신들의 아군이 거치적 거 리기 때문이었다. 혈천마갑대는 그들 기마대의 중간에서 마음껏 활개를 켰으나, 아수 마궁의 기마대는 놀라는 말올 추스르기도 벅찼다. "비, 빌어먹을……." 야율노려의 입에서는 절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곧 자신의 말머리를 돌렸다. "이놈들! 내 친히 네놈들을 요절내 주마!" 그러나 그는 혈천마갑대를 상대할 수 없었다. "궁주님. 전열이 흐트러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낭패를 면치 못 할 터이니, 일단 후퇴를 해야 합니다." 호극천의 아들 호무랍이 따급한 음성으로 말했다. 야율노격의 눈동자에 엄청난 살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영웅이었다. 지금은 분통이나 터뜨리고 있을 때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모두 물러선다! 절대 당황하지 마라!" 퇴각 명령은 허공 멀리 울려퍼졌다. 명령은 즉각적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수마궁의 기마대들은 전력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혈천마갑대는 그 육중한 갑옷 탓인지 추적을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애써 추적을 하려는 기썩도 없었다. '무언가 수상하다.' 야율노격은 달리는 말 위에서 씽각했다. 애써 기습을 해놓고 이처 럼 허무하게 놔준다는 것은 병법의 기본에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 었다. 불행하게도 그의 불길한 예감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와-- 아! "아수마궁 놈들을 죽여라!" "야율노격을 죽여라!" 함성과 함께 전면에서 일만에 가까운 고수들이 아수마궁의 기마대 를 향해 일대 기습을 가하기 시작했다. 앞뒤로 포위를 당한 아수마궁의 삼만 고수들은 완전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당황하지 마라! 놈들의 숫자는 우리보다 적다! 냉정을 되찾고 침 착하게 대응하라!" 야율노적은 당황하여 계속 부르짖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고 있었 다. 아수마궁인들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일었다. 물론 비명성의 주인공은 대다수 아수마궁인들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태연한 신색을 유지 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아수마궁의 기재 호무랍이었다. 그의 두 눈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그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위의 처창한 광경을 응시하 고 있었다. 단혼평. 이곳에 죽음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얀 눈들은 피로 붉게 적셔졌다. 하늘조차 구역질을 토해낼 처참한 광경이었다. 염라대왕조차 외면할 만큼 피비린내 나는 처참한 지옥 아수라도가 목전에서 전개되었다. 혈천마갑대. 과연 그들은 죽음의 살수대였다. 그들의 거센 공격에 아수마궁의 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 다. 엄청난 야망과 복수심을 품고 중원을 재침한 아수마궁! 그들은 과연 이 단혼평에서 그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 마혼곡! 오존문이 자리한 공포의 마역! 이곳에는 이년여 전부터 수만 명의 젊은 중원고수들이 가할 절진을 펼쳐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최후의 발악을 해오는 오존문과 끊임없는 혈전을 치렀다. 중원의 젊은 고수들과 오존문은 이년간의 승패불명한 대혈전을 치르 고 있는 것이었다. 마혼곡의 한 절벽 위. 언제부터인지 열 명의 인영이 하늘같이 우뚝 서 있었다. 섭대천왕! 바로 십대천왕들이었다. 펑…… 펑……. 눈은 그침 없이 내리고 있었다. 금소천은 눈 내리는 마흔곡을 응시하며 신광을 번쩍였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오존문은 이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오." 단금성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현재 오존문의 잔여 세력은 오존파 오백 인의 고수들뿐…… 문제 없소이다." 궁사가 뒤를 이었다. "물론 놈들의 기관진식이 대단하다지만…… 천수장공이 그린 도해 대로 중요 심장부만 쳐부수면 문제는 간단하오." 만독노조의 독사 눈도 괴이한 살광을 뿌렸다. "흐흐…… 잠시 후에 노부의 천황부시독(天荒腐屍毒)이 마혼곡에 가득 차면…… 오존을 제외하고 모두 뒈져 버리겠지." 일지겁천이 괴소를 흘렸다. "크흐흐흐…… 그럼 싸움은 끝난 셈이군. 무척 재미없는 싸움이 되 겠어." "무량수불……." 뇌천우사는 도호와 함께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십대천왕이 합친 이상 그 적수가 어디 있겠소?" 모두들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금소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빙그레 미소를 보이며 품속에서 두 개의 검을 꺼냈다. 천왕마검과 천왕금검이었다. "쯔쯧!" 적미천군은 금소천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금성주. 내가 보기에는 그것은 쓸 필요도 없을 것 같소." 금소천이 낭랑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자, 모두 오존을 영원히 잠재워 주러 갑시다." 그는 낭랑한 대소와 함께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나머지 십대천왕들이 가공한 경공술로 날아올랐다. 단혼평에서 아수마궁이 무너지는 바로 이 순간, 오존문 역시 그 최 후의 날을 맞이하고야 만 것이다. 바로 십대천왕에 의해! 62장 혈전이 벌어지다 II 기이한 일이었다. 싸움은 너무도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아무리 기습을 받았다지만 거의 세 배가 넘는 인원이다. 그 엄청난 인원을 가지고도 아수마궁은 전혀 수적인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그들을 사지로 몰아 넣는 것 같은 기분 마저 들게 했다. 단혼평! 혼을 자른다는 그 이름대로 평야에는 온통 구천의 영혼들만이 떠돌 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치껴뜨고 살펴보아도 처참한 혈육만이 늘어서 있을 뿐 이었다. 의외로 혈육의 본신들은 거의가 아수마궁인들의 것이었다. 크아아악--!" 자주 터지던 명성도 이제는 간헐적으로 들릴 뿐이었다. 휘-- 이-- 잉! 눈보라는 점차 거세게 몰아쳤다. 야율노격. 그는 피투성이 혈인이 된 채 살기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주위를 쓸 어 보았다. 그의 하나뿐인 손에는 예리한 세 가닥 칼날의 천절삼인도가 꽉 움 켜쥐어 있다. 아수마궁은 이미 철저하게 괴멸당한 상태였다. 죽음의 혈천마겁대와 일만 고수 앞에 남아 있는 목숨을 찾아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