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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73편 (73/79)

2026-09-22 08:16:38 조회 15
"저것은 분명 사술이 아니야…… 선도를 수행하는 신선들이나 행한 다는 우화등선이 아니고서야……." 사술의 대가인 혈의환사가 하는 말이다. 중인들은 그의 말을 듣고서야 하나 둘씩 꿈결에서 빠져 나오기 시 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이제 금소천과 천왕쌍검을 향하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일이 현실이라는 유일한 증거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지옥혈도 궁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결국…… 천왕의 지존은 금성주로 드러났군. 역시 …… 나의 예상 대로야." 감출 수 없는 격동이 은은히 깃든 음성과 표정이었다. 그때 천마황 단금성이 긴 탄식성을 발했다. "금성주, 이 단금성은 이제 영원히 천왕지존의 자리를 포기할 것이 오." 일지겁천 구유명이 기분 좋게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흐…… 그것은 당연한 일이야. 흐흐흐……." 적미천군, 아니 이제는 적미천불로 돌아온 사문곡도 고개를 끄덕였 다. "나 사문곡도 앞으로는 금성주를 천왕지존으로 인정하겠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표했다. 그러다가 문득 나머지 인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혈의환사 담사우를 향해서였다. 그는 입가에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왜 나를 쳐다보는 것이오? 나 담사우는 이미 금성주의 아래임을 인정하고 있소." 순간 장내는 일순 밝은 대소의 물결에 휩싸였다. "으하하하핫……!" "하하하하…… 그러면 그렇지." 드디어! 천왕들의 지존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아니, 그것은…… 그것은 이 미 오래 전부터 내정된 사실인지 모른다. 단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천왕쌍검의 출현으로 표면화되 었을 뿐인 것이었다. 금소천. 그는 격동이 넘치는 모습으로 증인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지옥혈도 궁사가 짐짓 탄식하며 말했다. "자…… 천왕지존까지 탄생했으니, 이제야말로 그 빌어먹을 오존 놈들을 쓸어버릴 차례로군." 천마황 단금성이 호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오존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십대천왕이 뭉쳤는데 감히 당할 수 있겠소?" 혈의환사 담사우도 양보하지 않았다. "나 담사우가 앞장서겠소. 지난번에는 비록 당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오존의 무리들을 모조리 괴멸시키고 말 것이오." 그의 결의에 찬 음성에 모두들 한마디씩을 던졌다. "좋소…… 좋아." "하하하…… 찬성이오!" "호호호호……." 십대천왕! 그들이 뭉쳤다. 그 누가 그들 앞에 감히 설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장담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십대천왕들의 장담은 그 결과가 차츰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이는 본격적인 천왕과 오존의 격돌이었다. 59장 대회전의 서막이 오르다 삼월 초입에 시작된 오존의 대혈겁은 잔악의 극치였다. 꽃 대신 혈화를 피었고 비 대신 혈우가 내렸다. 혈화와 혈우는 그 해 첫눈이 내리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오존의 대혈겁이 봄에서 겨울로 이어진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존의 대혈풍은 그 기세를 더 무섭게 광란시켰 다. 혈난강호(血亂江湖)! 오직 그 말만이 당금 무림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였다. 구파일방(九派一幇)을 비룻한 전 중원의 군소방파들은 모두 봉문을 하고 두문불출 속에 침묵을 지켰다. 전전긍긍. 그들은 언제 피와 죽음의 불똥이 뵐지 몰라 오직 전전긍긍할 뿐이 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안타깝게 바라고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만금성! 그리고 십대천왕! 천하인들은 만금성과 십대천왕에 모든 희망을 두었다. -- 천년의 암흑 속에 독버섯처럼 자라난 오존의 마성을 십대천왕이 꺾을 것이로다! 천하인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이 혈난천하를 구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십대천왕뿐이다! 천하인들은 십대천왕이 모여 있는 만금성으로 애타는 구원의 눈길 을 보냈다. 그러나 천하인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십 대천왕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왜 십대천왕들은 촌보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만금성이라는 거대한 무덤에 든 것 같았다. 겨울이 찾아와 혈설이 내려도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겨울이 오고, 오존의 혈겁은 거의 광란에 이르고 있었 다. 중원천하! 삼산오악이 시체로 덮이고 사해오호가 피로 물들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요, 악몽의 세월이었다. 진정 이곳이 인간들이 몸과 마음을 비비며 살아가는 중원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급기야 천하인들은 오존의 혈수에 치를 떨며 만금성의 십대천왕들 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 무엇을 하고 있느냐? -- 시향(屍香)과 혈향(血香)이 만금성에는 땋지 않는가? -- 이 처절한 통곡의 절규? 들리지 않는가? 그래도 만금성의 십대천왕들은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귀가 멀고, 눈이 먼 것 같았다. 십대천왕이 쥐죽은 듯 고요하자 오존의 혈보는 더욱 가공할 기세를 발휘했다. 그러나 그들은 전 중원을 피로 휩쓸면서도 결코 만금성은 건드리지 않았다. 타초경사(打草驚事)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오존은 만금성과 십대천왕들만을 완전 고럽시키며 만천하를 자신들 의 발아래 두고 있었다. 피를 잉태하는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제 희망이나 기적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하는 점점 멸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 * * 겨울이 깊어가고 서서히 피의 대해 속에 또 새로운 해가 찾아오고 있었다. 그해 섣달 그믐날. 일단의 대병력이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가슴에 저마다 오존이라는 글귀를 새겨넣은 무인들. 근 일만에 이르는 오존문의 무사들이 야밤을 틈타 귀신처럼 이동을 하고 있었다. "흐흐흐…… 저기다. 바로 저곳만 없어지면, 이제 무림에는 만금성 만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 비릿한 음성으로 말을 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오존 중의 일인인 천 불사존이었다. 그의 곁에는 만겁마존이 무시무시한 혈광을 쏟아내고 있었다. "크하하! 혈궁의 멍청한 놈들! 우리가 오는 줄도 모르고 지금쯤 단 잠에 빠져 있겠지?" 그는 거리낄 게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러자 천불사존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보게. 아우! 그렇게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네. 혈궁 놈들은 비 록 숫자가 오천도 안되지만, 개개인이 일당백의 고수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그의 음성은 자못 신중했다. 그러나 만겹마존은 자신의 가슴을 치며 거듭 큰 소리를 쳤다. "아, 걱정도 팔자시오. 놈들이 고수라면 우리도 꿀릴 게 없는 고수 인데 무어 그리 신경쓸 게 있겠소!" 그는 당장이라도 혈궁을 박살낼 듯한 기세였다. 천불사존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싸움에 있 어 자신감이라는 요소도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좋네. 수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게." 천블사존은 말과 함께 전면으로 신형을 날렸다. 만겁마존 공격이라는 말에 희회낙락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자! 자랑스러운 오존문인들이여! 이제부터 혈궁의 잡놈들을 완전 히 쓸어버린다, 알겠느냐?" 일만에 달하는 오존문인들을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기세좋게 대 답했다. "와아--!" "혈궁의 떨거지들을 박살내자--! 이어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도처럼 혈궁을 향해 밀려들 기 시작했다. * * * 천불사존과 만겁마존이 혈궁을 습격하던 것과 거의 같은 시각. 산서성에 위치한 태원(太元). 이곳에는 무림 최고의 신비문파이자, 살수조직인 사망각이 자리하 고 있다. 이제 사망각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산서성 전체의 패주였다. 오백 남짓한 인원으로 산서성의 이백여 개 중소 문파와 사천여 명 의 무림인들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누구도 토를 달 수는 언었다. 복종하지 않을 경우에는 잔인한 죽음의 형벌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크하하하! 감히 네놈들이 본 사망마존의 명을 거역한 미친놈들이 더냐?" 사망마존은 귀청이 떨어질 듯한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면전에는 피폐한 안색의 이 인이 끌려나와 있었다. 한 명의 중년인과 젊은 청년이었다. 일순 젊은 청년이 분노에 가득 찬 노갈을 터뜨렸다. "미친놈은 바로 너다! 사망마존!" 비록 온몸이 혈인에 가까운 신세였으나, 그는 청년다운 호기를 잃 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망마존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 다. "크흐흐…… 그래?" 그는 비럿한 조소를 머금더니 슬며시 신형을 일으켰다, 순간적이나마 청년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쐐애액! 사망마존의 신형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그는 청년의 우측 어깨를 거세게 부여잡았다. 투두욱! 찌이익! 기괴한 소음이 터지며 청년의 우수가 어깨부터 찢어져 나갔다. "으아악!" 청년의 입에서는 처절한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피분수가 기다렸다는 듯 사방으로 튀었다. 사망마존의 얼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혀를 날름거리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닳았다. "맛있군." 청년은 고통에 떨면서도 원독에 찬 일성을 내뱉었다. "이 잔악한 놈…… 크억!" 그러나 그는 말을 채 마칠 수도 없었다. 사망마존이 벼락처럼 아래 턱을 걷어찼기 때문이었다. "흐흐흐, 잔악이라…… 미안하지만 그런 말은 네놈처럼 나약한 자 가 해서는 안돼. 그것은 한낱 약자의 발악에 불과한 것이니까 말이 야." 턱이 완전히 바스러진 탓인지 청년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 었다. "으으으……." 사망마존은 그러한 청년의 얼굘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이놈을 당장 끌고 나가" 그러자 뒤쪽에 서 있던 흑의복면인 하나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장부책처럼 보이는 책자가 들려져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그 자는 산서성 최대의 곡물상입니다. 헌데 얼마 전, 본 사망각으로 들어오는 곡물을 더 이상 공급할 수 없다고 선언 했습니다, 그 죄목으로 잡아들였습니다." 그는 책자에 사망마존이 돌아보지도 않은 채 소리쳤다. "뭐가 말이냐?" 그러자 흑의복면인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 기록에 의하면…… 저 자는 여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뭣이?" 사망마존은 경악성을 터뜨리며 중년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순간 중년인의 눈동자가 기이하게 변화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눈빛이었다. "이런…… 가, 가짜로구나……." 사망마존이 중얼거리는 순간 중년인의 입 속에서 가느다란 세침이 쏟아져 나완다. 파파파팍! 세침들은 정확히 사망마존의 면상에 작렬했다. "크흐으……." 사망마존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중년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오 장을 날아올랐다. 그는 사망마존을 비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그 발칙한 놈이 누구냐고 물었더냐?" 물론 사망마존은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처절한 신음성만 흘릴 뿐 이었다. "으으으……." 중년인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스윽! 그는 자신의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 이 드러냈다. "똑똑히 잘 듣거라. 그 발칙한 놈은 바로 나, 귀문장도 막여사이시 다!" * * * 처음에는 물론 기세 좋게 쳐들어갔다. 한밤중의 기습이요, 막아서는 자조차 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아서는 자가 없어도 너무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문제였 다. "이럴 수가……." 천불사존은 경악성을 터뜨리며 입을 딱 벌렸다. 곁에 있던 만겁마존도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말했다. "아니? 놈들이 전부 어디로 간 거요?" 그는 눈을 부라리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눗 몰려갔다는 결론이 된다. "말도 안되지 아무리 중요한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궁 전체 를 비워 놓고 몰려갈 수야 있는가?" 천불사존은 다시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본다면 결론은 오직 하나다!" 오직 하나의 결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천불사존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껴 야 했다. "금선탈각지계와 성동격서!" 껍질을 벗어 놓고 도주를 하는 금선탈각지계. 동쪽을 들쑤셔 놓고 오히려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 바로 그 두 가지였다. 그 외에는 어떠한 해답도 있을 수 없었다. 천불사존은 거칠게 신형을 돌려 세웠다. "아우! 어서 수하들을 철수시키게!" 만겁마존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대로 돌아간단 말입니까?" "그렇다." 천불사존은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올 덧붙였다. "기분이 좋지 않아. 뭔가 일이 꼭 터질 것 같다 이 말일세." * * * 결과적으로 천불사존의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갔다. 특히 유일한 여인인 천갈마회 하설미는 벌써부터 호흡이 거칠어지 고 있었다. "사매, 괜창은가?" 막여사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하설미는 지친 기색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형. 소매는 괜찮아…… 아앗!" 그때였다. 대답을 하느라 잠시 한눈을 팔던 그녀에게 사망마존의 악랄한 독수가 뻗어 나왔다. "흐흐흐…… 네년이 먼저로구나." 너무도 창졸지간의 기습이기에 하설미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위기의 순간이 코앞에 닥쳐왔다. 하설미는 두 눈을 감고 말았다. 죽음의 사신이 광소를 터뜨리며 다 가서는 것 같았다. "안돼!" 누군가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다. '사형…….' 하설미는 그 목소리가 귀문장도 막여사의 것임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크억!" 이어 비명 소리도 들려왔다. 그 목소리 역시 사형인 귀문장도 막여사의 것이엇다. 하설미는 벼락같이 눈을 떴다. 막여사가 자신의 몸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복부를 움켜쥔 채, 연 신 선혈을 내뱉고 있었다. 사망마존은 때마침 달려든 호제천과 천인사가 막고 있었다. "사형!" 하설미는 섬전처럼 신형을 날렸다 그녀는 막여사를 부축하며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사형……." 막억사는 손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나는 괜찮다. 너만 다치지 않았으면 돼." 하설미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사형…… 저 때문에……." 그러나 막여사는 엉똥한 대답으로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는 형형한 안광으로 면전을 쏘아보며 씹어뱉듯 말했다. "어떻게 헤서든 저놈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측의 희생 이 너무 커!" 이어 그는 자신의 도를 움켜쥐고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도 옮기지 못해 그는 신옴성과 함께 주저앉고 말았 다. 하설미가 안타캅게 소리쳤다. "사형……." 그때였다. "되었다, 둘째. 너는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목소리와 함께 장내에 한 사람의 신형이 들어섰다, 백염을 길게 늘어뜨린 청수한 모습의 노인. 그는 바로 혈의환사 담사우였다. "대사형!" 하설미가 반색을 하며 나섰다. 담사우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는 막여사에게 다가갔다. "이제 나에게 맡기고…… 좀 쉬도록 하거라." 그의 눈동자에는 따스한 정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사형……." 막여사는 감격스러운 음성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담사우는 그러한 막억사의 둥을 툭툭 쳐주고는 신형을 돌렸다. 하설미가 빠르게 몸올 날려 막여사를 부축했다. 호제천과 천인사도 어느새 싸움을 멈추고 비켜서 있었다. 바로 곁에 사망마존이 버티고 있는 탓에 그들은 긴장을 풀지 못하 고 가벼운 눈인사만 주고받았다. "크흐흐…… 네놈은 또 꿔냐?" 사망마존이 괴소를 터뜨리며 혈의환사 담사우를 노려보았다. 담사우는 담담한 눈빛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혈의환사 담사우…… 바로 혈궁의 대좌령을 맡고 있는 사람 이다." 순간 사망마존의 눈멎이 격심하게 흔들렸다. "혈의환사라고? 그렇다면 네놈이 십대천왕 중의 하나……."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긴장이 실려 있었다. 지금까지의 당당한 기세가 현저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담사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소 늦는 동안 사제들을 잘 보살펴 주어 고맙군." 살기가 풀풀 풍기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의 발언이었다. 사망마존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해서…… 나도 약간의 선물을 준비했족홱. 혈의환사 담사우가 해답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놈들은 남을 기습하는데만 익숙해져 잇어서, 오히려 자신들이 기습을 받자 속수무책이더군" 사망마존은 침음성을 터뜨려야 했다. "빌어먹을……." 절로 욕지거리도 튀어나왔다. 그때 담사우는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전 신이 차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스물스물……. 시뻘건 혈무가 그의 전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마. 하지만 떠 지않아 네놈들의 모가지를 가지러 되돌아을 것이다." 그는 태사의가 비켜나며 생긴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렸다. "저, 저놈이?" 이처럼 전격적인 도주를 생각도 못했던 혈의환사 담사우가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태사의는 제자리에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정되어 있었 다. 담사우는 신경질적으로 장력을 내려쳤다. 슈우웅! 콰콰쾅! 태사의의 일부가 굉음을 내며 부서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미약한 일부분일 뿐이었다. 아마도 만년한철 종류의 극강한 무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태사의 전체를 부수려면 적어도 수십 번의 격타가 이어져야 할 것 만 같았다. "제길!" 혈의환사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공격을 멈추었다. 그는 이미 늦었다는 것올 직감한 것이었다. 스스스스……. 그는 막여사 등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동시에 그의 전신이 다 시금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백염을 길게 늘어뜨린 청수한 노인. 어느새 그는 본래의 신색을 되찾고 있었다. "대사형……." 막여사가 창백한 시선으로 나섰다. 담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은 돌아가도록 하자. 어쨌든 사망각은 완전히 무너졌으니 저 들도 극심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막여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담사우를 비롯한 사인방은 사망각의 대전을 벗어나기 시작 했다. 오늘은 오존문의 핵심 세력 중 하나,사망각이 완전하게 무너진 날 이었다 체굼 돌리던 그의 표정이 돌연 딱딱하게 경직됐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자는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만겁마존은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자가 하 오밀문의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겁마존 자신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하오밀문. 그 하오밀문의 수하 하나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걸어오고 있었 다. "마, 마존이시여……." 혈인은 만겁마존을 알아본 듯 회미하게 입올 열었다. 털썩! 이어 그는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뭐…… 뭐냐?" 만검마존이 당황해 하며 소리쳤다. 혈인은 피투성이의 얼굴을 들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천마교의…… 천마황 단금성이…… 우리 하오밀문을 기습…… 저 항을 하고 있으나 매우 급박한……." 그가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뭐라고? 도대체 언제?" 그는 혈인의 멱살을 움켜쥐며 고합을 쳤다. "크으…… 마존께서…… 혈궁을 치러 가신 직후에…… 놈들이 기습 을…… 크윽!" 혈인은 한계를 다했는지 그대로 고개를 꺾고 말았다. 완전하게 숨 이 끊어진 것이었다. "으으…… 이놈들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감히……." 만겁마존은 쥐고 있던 혈인을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적도 수백 리 길을 달려왔을 하오밀문의 수하는 맥없이 바닥 위로 나뒹굴었다. "내 이놈들을 당장에……." 만겁마존은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 씩씩거렸다. 정신없는 그를 천불사존이 다시 한 번 뜯어말렸다. "아우, 좀 침착하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질 않는가?" 그러나 만겁마존에게는 이미 통하지 않는 설득이었다. "아니, 침착은 무슨 놈의 침착입니까? 형님도 생각해 보십시오. 이 대로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는 하오밀문이 무너진단 말입니다. 그게 도대체 얼마를 걸려 만든 세력입니까?" 성급한 그였으나 판단은 정확했다. 천불사존도 그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십대천왕 놈들이 합심하여 중원에 퍼져 있는 우리들의 손발을 묶으려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그의 생각에 만겁마존이 쫴기를 박고 나섰다. "형님도 안심할 수 없어요. 이러는 사이에 늙은이들을 감금해 놓고 간신히 되찾은 소림사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핵심 장로들을 모조리 강금해 놓고,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간신히 제압해 놓은 소림사. 비록 오존문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반 기를 들게 되면 큰 골칫거리일 게 분명했다. "빌어먹을! 우리가 나온 틈을 타 근거지를 없애자는 수작이라구요. 당장이라도 돌아가서 놈들을 쳐부숴야 합니다." 만겁마존은 이미 자신의 수하들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천불사존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알겠다. 너는 네 수하들을 이끌고 어서 하오밀문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소림사로 가보도록 하겠다." "물론 그렇게 하셔야지요!" 만겁마존은 자신의 수하들을 불러 모았다. 대략 절반이 좀 넘는 육천 가량의 인원이었다. "자! 지금부터 전속력을 다하여 하오밀문으로 돌아간다!" 만겁마존의 외침에 따라 육천의 인원은 썰물 빠지듯 장내를 벗어나 기 시작했다. 뽀얀 흙먼지가 일며 하나 둘씩 빠져 나가더니, 반각도 되지않아 그 들은 완전히 장내를 벗어났다. "으음……." 남아 있던 천불사존은 나직한 침음성을 터뜨렸다. 이처럼 전격적으 로 뒤통수를 얻어맞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그의 상심은 더욱 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