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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72편 (72/79)

2026-09-22 08:16:38 조회 17
전신의 모세혈관까지 뜨거운 열기가 스며들었다. 그는 환호성이라도 터뜨리고 싶었다. "노선배님……." 그는 다급하게 단리운극을 찾았다. 다음 순간 그는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노…… 노선배님……."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부릅 치켜져 올라갔다. 단리운극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전신의 모든 살이 뻣속으로 녹아들었는지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 다. "다, 단리 노선배님……." 거야…… 허허……." 그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행복의 미소가 그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 금소천은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단리 노선배님--!" 거성.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찬란한 거성이 떨어진 것이었다. 58장 십대천왕이 뭉치다 노인의 신색은 지극히 평범했다. 오랜 세월을 증명하는 깊은 주름을 제외하고는 중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땔감을 모으고 있었다. 모옥 밖 담장 옆에 쌓아놓은 땔감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다. "허어…… 이거 날이 밝으면 또 나무를 해야겠구만." 노인은 짐짓 안쓰러운 표정으로 땔감을 줍기 시작했다. 그는 한 아름의 땔감을 안고는 신형을 일으켰다. 문득 그의 눈동자가 밤하늘을 향했다. 나직한 탄성이 그의 입술올 뚫고 나왔다. "허어…… 오늘따라 유난히 별들이 많구나." 그의 음성에는 고요한 평화가 느껴졌다. 그는 한동안 밤하늘의 모습에 감동이라도 한 듯 시선을 고정시켰 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노안이 반짝하고 기광을 뿌렸다. "저, 저것은……?" 노인은 눈을 크게 떴다. 기광은 곧 경악으로, 이어 회열의 멎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절규하는 듯한 음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처, 천왕지존성(天王至尊星)이다. 틀림없는…… 천왕지존의 별이 야!" 와르르……. 들고 있던 땔감이 무너져 내렸다. "드디어 나의 대에서 천왕지존이…… 탄생하다니…… 오오! 하늘이 시여!" 노인은 다급하게 모옥 안으로 들어갔다. 도저히 늙어가는 노인의 그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기민한 동작이었 다. 잠시 후, 그는 두 개의 길다란 꾸러미를 들고 나왔다. 노인의 두 눈동자에는 여전히 기쁨의 빚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가자…… 천왕지존의 탄생을 따라가자." 놀랍게도 목소리와 동시에 노인의 몸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그것은 결코 평범한 노인이 아닌, 가히 일대고수의 몸놀림이었다. <천왕전(天王殿).> 팔대천왕이 모여 있었다. 사혼의 원한을 잊은 지옥혈도 궁사. 모든 은원을 포기한 일지겁천 구유명. 무당의 수호신 뇌천우사. 다시 숭려로 돌아온 적미천군 사문곡. 대의를 위해 야망을 미룬 천마황 단금성. 용서를 구하려 노력하는 만독노조 영호독. 뜨거운 사랑의 화신 설산성녀 냉한빙. 천외천부의 신비녀 천외성녀 화예랑 금소천과 혈의환사를 제외한 천왕들이 모두 둥근 원탁을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냉한빙도 이미 해산을 하여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외성녀 화예랑은 오존문의 마수에서 구출되어 지금 이곳에 와 있었 다. 절륜한 그녀의 미모는 약간 수척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미를 뿌 리고 있었다. 이들 팔대천왕들은 만금성의 군사인 천기서생 남궁수와 함께 무엇 인가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한결같이 진중한 신색들이었다. 지금 그들의 숙의의 초점은 바로 오존에 관한 것이었다. 오존. 그들이 혈겁을 일으킨 지도 벌써 반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이 일으킨 혈풍은 가히 경혼동백(驚魂動魄) 의 것이었다. 가히 전 무림이 그들의 혈보에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대천왕들은 그러한 피해를 보고만 있을 수밖 에 없었다. 그것은 함부로 만금성을 떠나지 말라는 금소천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금소천, 그는 벌써 육 개윌 동안이나 제심전에 틀어박 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알 지 못했다. 더구나 그가 이미 잃었던 내공을 되찾았음은 아무도 짐작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육 개월이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음에 나머지 천왕들은 모두 의혹을 품고 있었다. 금소천을 신처럼 신뢰하는 남궁수조차도 일말의 의혹을 느끼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앞으로 줄달음치고 있었다. 급기야 중인들의 마음에는 초조한 불안감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 다. * * * 만금각. 금소천의 처소는 이미 반년이나 주인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만금각에는 봄날 같은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흥건히 넘치고 있었다. "호호호……." "호호…… 요렇게 귀여울 수가……." 방안. 아사공주는 신비한 푸른 벽안으로 자신의 품속을 들여다보고 있었 다. 그녀의 품속에는 우윤빛 보드라운 살결을 가진 갓난아기가 안겨 있 었다. 채 돌이 안된 아기는 매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니고 있었다. 바 로 금소천과 냉한빙의 사이에서 생겨난 결실이었다. 이때 아기의 주위에는 화예미를 비롯한 냉소옥과 영호운령이 빙 둘 러싸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기가 무척 귀여운 듯 연신 볼을 건드리며 재잘대고 있 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스슷--! 문득 하나의 그림자가 방안으로 유령같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숨어든 자의 신법 이 워낙 귀신 같았기 때문이다. 막 아사공주가 웃음 띤 얼굴로 화예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요? 예미 언니. 정말 귀여운 아기죠?" 화예미는 은은히 흥조를 띠며 아기를 들여다보았다. 방글방글……. 아기는 그녀를 향해 앙증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으응…… 정말 너무도 사랑스러워." 화예미는 나직하게 증얼거리며 손가락을 아기의 조그만 손에 갖다 대었다. 꼼지락…… 꼼지락……. 아기는 고사리 같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녀의 커다란 손가락을 쥐 었다. 화예미의 얼굴에는 부지쿵 환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냉소옥이 까르르 교소했다. "호호호…… 언니도 아기를 갖고 싶은가 봐." "어머. 옥매. 어떻게 그런 말을……." 화예미는 화들짝 소리치며 새빨간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여인들은 일제히 깔깔거리며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호호호…… 정말인가 보네. 저 놀라는 모습 좀 봐." 진정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그때였다. 돌연 그녀들의 등뒤에서 부드러운 한 소리 음성이 들려왔다. "그 아기가 남아인지 여아인지 알려줄 수 있겠소?" 순간 여인들은 너무도 놀라 후다닥 일어나며 뒤로 물러섰다. "누…… 누구냐!" 그러나 그녀들의 반응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아무도 더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마치 그대로 굳어 버린 석상인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금소천. 그녀들의 우상인 금소천이 그곳에 서 있지 않은가?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꺼칠한 모 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전신에서 풍기는 엄청난 기도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감히 절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가히 하늘과 땅올 짓누를 듯 압도적이었다. "후후후……." 潔駭. 금소천은 온통 미녀들에 둘러싸인 채 빙그레 웃고 말았다. "하하…… 모두들 어린애 같군.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 디에 있소?" "천왕전에 모여 있어요." 지체없이 대답이 튀어나팠다. 소란의 와중이라 누가 대답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 나도 그곳으로 가봐야겠군." 금소천은 품안의 아기를 들여다보며 재차 기쁨의 대소를 터뜨렸다. "이놈을 데리고 말이야. 하하하하핫!" * * * 천왕전. 아직도 천왕들의 숙의는 계속되고 있었다. 문득 지옥혈도 궁사가 남궁수를 바라보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질문 을 했다. "남궁군사. 혹시 금성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못하겠 나?" 남궁수는 일순 고소를 머금었다. "글쎄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궁사의 눈살이 깊숙하게 찌푸려졌다, "대체…… 그 긴 육 개월 동안 금성주는 제심전 안에서 무엇을 하 고 있다는 말인가?" 천마황 단금성이 씁쓸히 웃으며 말을 이어받았다. "그것도 그렇지만…… 금성주가 언제 나올지가 더욱 큰 문제 아니 겠소?" 화제가 금소천에 이르자 좌중은 불현듯 침중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오존의 무리들은 점점 기승을 부리는데,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이라는 요소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낭랑한 대소성이 중인들의 고막을 두드렸다. "하하하…… 여러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 오이다." 무척이나 낮익고 반가운 목소리였다. 중인들은 일제히 흠칫했다. '금성주…….' 그들의 시선이 일시에 문 쪽을 향했다. 생각대로였다. 금소천. 그가 품안에 아기를 안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극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는 분명하게 달라져 있었다. 증인들은 일순 숨이 막히는 위압감을 느꼈다. '으음…… 달라졌다.' 그들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천하를 경복케 할 엄청난 기도를 느낀 것이었다. 감히 쳐다보기조차 송구스러울 정도로 전일보다 훨씬 비범한 신태 였다. 더욱이 지금 그는 걸음을 옮기는데도 전혀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있었다 마치 얼음판 위를 스르르 미끄러지듯 허공을 날아오고 있었 다. 이 광경에 천왕전 안에 있던 인물들은 한결같이 경악했다. 특히 천왕들 중 경공술 최고의 대가인 일지겁천 구유명의 얼굴이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부공답천(浮公踏天)의 경공……." 그의 나직한 경악성에 모두들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부, 부공답천……." "경공술 최극의 경지가 아닌가." 그들의 경악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다리가 없어도 걸을 수 있다는 부공답천! 지금 경공의 최상최극의 경지인 부공답천이 금소천에 의해 시전되 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산성녀 냉한빙이 격동에 떨리는 음성을 발하며 나섰다. "소천…… 무…… 무공을 회복하셨군요." 그제야 몇몇의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 "그렇군. 무공을 완전히…… 아니 전보다 진일보한 것 같다." 중인들은 이 놀라운 사실을 깨닫고 기쁨의 환성을 터뜨렸다. "금성주! 경하하오." "하하하하…… 역시 금성주요." 모든 이들의 축하 속에 금소천은 유쾌한 표정으로 답례했다. 특히 만독노조 영호독의 기쁨은 유난한 것이었다. 자칫했으면 평생 을 죄의식으로 지낼 뻔한 인생이 되돌아온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진작부터 금성주가 회복될 것이라 생각했 어." 그는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금소천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그러나 남궁수의 말올 들은 중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 며 동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무의식증에 금소천은 모든 이들의 정신 적 지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지금 그들의 표정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신뢰! 그것이 그들의 눈빛 전부였다. 문득 일지겁천 구유명이 탄식하듯 입올 열었다. "혈의환사 담사우만 모이면…… 십대천왕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인데……."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중인들 모두의 생각이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모두의 표정에 아쉬움이 떠올랐다. 그것은 혈의환사에 대한 원망이기도 했다. 일순 지옥혈도 궁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그 자는 성격이 워낙 괴이하썩 우리와는 어울리기가 어려울 것이 오." 그때였다. 돌연 창노한 웃음소리가 천왕전을 은은하게 진동시켰다. "허허허……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겠소?" 부담이 갈 정도로 대단한 공력이었다.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을 향했다. 지금 한 인물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전신에 핏빛 혈의를 걸친 청수한 백발은염의 노인이었다. 어딘지 고독이 그림자인 양 배어 있으나, 노인의 꼬습은 극히 인자 하고 부드럽기만 했다. 이 생소한 인물의 등장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역시 지옥혈도 궁사였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큰소리로 물었다. "그대는 누구요?" 그러자 노인은 호방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궁사, 당신이 방금 이 괴이한 늙은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소?" 순간 중인들은 한결같이 경악을 떠올렸다. 궁사가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서, 설마…… 당신이 혈의환사 담사우라는 말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청수한 혈의노인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소. 내가 바로 담사우요." "그…… 그럴 리가……." 궁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성을 터뜨렸다. 그것은 비단 궁사뿐만이 아니었다. 중인들 모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지 금소천만이 담담한 얼굴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혈의환사 담사우. 흉신악살(兇神惡煞)을 방불케 하던 피투성이 괴인. 그가 이렇듯 청수한 모습이라니 그 누가 믿으려 들겠는가? 지옥혈도 궁사는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나는…… 도저히 믿지 못하오." 그러자 혈의환사 담사우는 씁쓸히 고소를 지었다. "허어, 이거 참…… 정히 그렇다면……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겠군."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전신에 공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그의 전신이 짙은 핏빛 혈광에 휩싸이며 장포자락이 무섭게 휘날렸다. 파라라락! 그러고는 진정한 혈의환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크카카캇……." 듣기도 싫은 괴소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엄청난 요기가 중인들의 숨통을 조일 듯 휘몰아겼다. 진정 꿈에 볼까 두려운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크흐흐흐…… 궁사, 이래도 못믿겠소?" 혈의환사의 전신은 이미 시뻘건 혈무 속에 가려져 있었다. 모두의 기억 속에 남겨져 있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궁사를 비롯한 중인들의 입과 눈이 딱 벌어졌다. "미…… 믿겠소!" 궁사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듯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창노한 대소와 함께 담사우는 다시 청노한 모습으로 돌아갔 다. "하하하하……." 이어 그는 은은한 격동의 얼굴로 금소천을 향했다, "혈궁 대좌령(大座令) 담사우가 궁주께 인사 드리오." 그는 허리를 깊숙이 꺾었다. 일체의 가식이나 허위가 없는 진실한 모습이었다. 순간 금소천의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감격이 떠올랐다. 그는 황급히 담사우를 부축해 일으켰다. "담노사. 쓸데없는 예의는 그만 두시오. 담노사께서 돌아오신 것만 으로도 기쁘기 한량없소이다." "궁주……." 그들의 마주 보는 눈길 사이로 무수한 격동의 언어가 소리없이 오 고갔다. 이 광경에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의혹을 금치 못했다. 혈의환사가 마음을 바꾸었다는 것은 알지만, 저렇게나 저자세로 나온다는 사실이 기이하기 때문이었다. 기실 혈궁에 대한 비사를 모르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 다. "금성주가 혈의환사와 무슨 관계이길래 저떻듯 괴이한 성품의 인물 이 공손하게 구는 것일까?" 중인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혈의환사 담사우는 자리를 마련해 합석하고 있었다. 이제 탁자 주위에는 도합 열한 개의 좌석이 마련되었다. 남궁수를 제외하면 십대천왕의 자리가 모두 주인을 찾은 것이었다. 십대천왕! 그 열 명의 절대자가 모두 모인 것이었다. 이는 진정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영원히 뭉치지 않을 것 같던 십대천왕, 그들이 뭉친 것이다. 금소천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좌중을 돌아보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 이떻게 해서 십대천왕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 소이다." 그의 음성은 떨리는 격동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숨길 수 없는 것 인지도 몰랐다. 좌중은 한동안 또 다른 격동을 맛보았다. 자신이 무언가를 이룬 것도 아니건만 뿌듯한 감동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올랐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천왕들은 자신의 목적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열 명의 천왕들이 모인 궁극적인 목적! 바로 오존의 혈겁을 떠올린 것이었다. 일순 뇌천우사가 엄중히 도호를 외우며 말했다, "무량수불…… 금성주, 지금 중원 곳곳에서는 죄없는 피가 흐르고 있소. 한시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 오존문을 하루 속히 붕괴시켜야 하 오." 금소천은 엄숙히 고개를 끄덕였다. "십대천왕과 오존의 결전은 숙명적이외다. 그러나 천왕이 한뜻으로 모두 뭉친 이상 오존도 당할 수는 없을 것이오." 중인들 역시 찬동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저마다 강한 자부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였다. 돌연 한 명의 만금성 고수가 황급히 대전 안으로 들어와 부복을 했 다. "성주님께 보고합니다!" 금소천은 담담한 음성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보고자는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천산에서 왔다는 노인 한 명이 지금 즉시 성주님을 뵙겠다고 합니 다." "천산?" 금소천은 의아해 했다. 천산에는 쉽게 떠오르는 지인(知人)이 없는 탓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어떤 노인이더냐?" "그게…… 정확한 신분을 밝히지는 않고 굳이 성주님을 뵈어야 한 다고…… 게다가 열 명의 천왕들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는 말도 덧 붙였습니다만……." 보고자는 황송한 듯 말꼬리를 흐렸다. 금소천은 흠칫 짙은 검미를 꿈틀거렸다. 그는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천왕들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 그러나 그는 곧 자리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나가 보겠다!" 그는 앞장을 서며 나머지 인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같이들 나가 보십시다. 천왕들과 관계가 있다면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닐 터이니……." 천왕전 앞. 백발이 성성하여 나이를 추측키 힘든 노인이 우뚝 서 있었다. 신비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노인은 두 눈에서 연신 벼락같은 신광 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공력의 힘이 아니엇다. 그와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 신비한 기운이었다. 백발의 노인은 수중에 횐 천으로 감싼 두 개의 길쭉한 물건을 들고 있었다. 천왕전 안에서 금소천을 비롯한 십대천왕과 남궁수 일행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백발노인 앞에 이르렀다. 노인의 벼락 같은 신광은 그대로 금소천에게 꽂혔다. 인을 만났소이 다." 그의 말은 횐 천에 싸인 물건이 검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는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풀어보시오. 금성주." 금소천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백발노인의 진중한 신색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닫게 했다. 그는 곧 아기를 냉한빙에 게 맡기고 천을 풀기 시작했다. 흰색의 천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번-- 쩍! 눈부신 두 가닥 광채가 기다렸다는 듯 무섭게 발출되었다. 눈이 부셔 손으로 가려야 할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검! 각기 백금과 황금의 검집에 꽂힌 장검이었다. 백발노인이 지극한 감격을 띠며 재촉했다. "어서 검을 뿜아 보시오. 이때 금소천은 뇌리를 스치는 번갯불 같은 생각에 흠칫했다. '흑  한숨을 돌려야 했다, 그 순간 신비의 백발노인이 격동성을 터뜨렸다. "오오…… 과연 천왕의 지존이시오." 노인은 크나큰 감동의 얼굴로 금소천을 바라보았다. "이천 년…… 이천 년 만에 처음으로 두 개의 검이 뽑혔습니다." 이천 년 만에 처음으로 뽑힌 검! 노인의 말은 금소천의 생각을 분명히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 두 자루의 검이야말로 바로 전설의 천왕마검과 천왕금검이었던 것이다. 털썩! 백발노인은 돌연 금소천 앞에 오체투지했다. "소인은 이천 년 전부터 명맥을 유지해온 천산(天山) 천왕동(天王 洞)의 제 육대 호검사자입니다." 호검사자! 즉 노인은 검을 수호하는 사자였다. "지난 삼백 년간…… 소인은 이 검의 주인을 애타게 기다려 왔습니 다." 놀라운 말이었다, 그것은 노인의 나이가 삼백 세라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중인들의 입에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백발노인의 격동치는 음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검이 진정한 주인을 만났으니 소인은 이것으로 소임을 다한 셈입니다." 그는 문득 고개를 들어 금소천을 응시했다, 표현 못할 감격파 충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천왕지존이시 여! 천왕마검과 천왕금검은 이제 천왕지존의 신표입 니다. 이 후 그 두 자루의 검으로 무엇을 하시건 소인은 상관치 않습 니다." 금소천을 비롯한 중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신비한 노인의 말에 정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단지 소인은 그 검을 천왕지존께 무사히 전해 드린 것이 매우 기 쁠 뿐입니다." 이어 백발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떨궈 재차 깊은 부복지례를 취했 다. "천왕쌍검(天王雙劍)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 세월이 흘러 때가 도래하면 자연히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 다." 일순 노인의 전신에 은은한 백광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긴 세월의 기다림이었습니다……." 노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는 믿지 못할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호검사자라는 노인의 전신이 돌연 미세한 먼지로 화해 흩 어지는 것이었다. 중인들이 경악할 사이도 없이 노인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경악! 중인들은 너무도 신비한 광경에 입만 딱 벌릴 뿐이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이 모두 꿈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금소천의 두 손에 분명 두 자루 천왕쌍검이 쥐어져 있었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수습한 혈의환사 담사우가 중얼거리듯 입을 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