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62편 (62/79)
"죽어랏-- 잔광쇄혈(殘光碎血)!" 쫴애액--! 묵검이 허공을 섬전처럼 갈랐다. 그것은 천지양단(天地兩斷)의 가공할 기세로 막여사를 두 조각 내 러 들었다. 표현 불가의 가공무쌍할 검세로 미루어, 이번 검초에 목 철심의 모든 내력이 실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무심한 중얼거림을 흘렸다. "무공은 극강하나 심기가 흩어졌으니…… 이미 승부는 난 셈이로 군." 일순 수중의 생사교가 도광을 뿌렸다. 죽음인가? 삶인가? 채째쨍--! 고막을 쑤시는 날카로운 금속성이 터지며 새파란 불똥은 현란하게 빛을 뿌렸다. "으-- 아-- 악--!" 결과는 너무도 빨리 드러났다. 생사교는 죽음의 다리를 선택했던 것이다. 검마제 목철심. 그는 허공에서 정확히 두 동강이로 양분되고 말았다. 비명과 죽음. 그것으로 검문은 영원히 이 세상에서 마지막 종지부 를 찍고 말았다. 툭! 두 동강이 난 목철심의 시신이 혈설 위에 내려앉았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생사교를 회수하며 목철심의 두 동강난 시신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적어도 한나절 동안 일천 초를 겨룰 수 있는 고수였는데…… 아쉬 운 일이군."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목철심에 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때였다. '휙' 하는 파공음과 함께 인영 하나가 섬전같이 전면에 내려섰다. 바로 혈궁 삼좌령인 섬전비퐁 호제천이었다. 그는 희열에 가득 차 외쳤다. "사형! 검문의 쓰례기 같은 놈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모조리 전멸 했습니다." 이어 그는 목철심의 시신을 발견하고 기쁨 가득한 대소를 터뜨렸 다. "하핫핫……! 역시 사형의 생사교는 천하무적입니다. 검마제가 저 모양이 되다니……." 그가 호탕한 대소를 터뜨리고 있을 때, 다시 두 개의 인영이 섬전 비퐁 호제천 곁으로 신쾌하게 내려섰다. 바로 사좌령과 오좌령인 악 수도부 천인사와 천갈마희 하설미였다. 악수도부 천인사는 피투성이의 수급 한 개를 목철심 쪽으로 던졌 다. "사형! 필살무정검 포대강 놈의 목입니다." 검문 제 삼인자인 필살무정검 포대강. 그도 죽음의 늪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었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모두 예견된 혈전이었어…… 애초부터 검문은 혈궁의 적수 가 아니었다." 그는 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일순 그의 안색이 무겁게 굳어졌다. 이어 그의 입에서 한 마디 나직한 경악성이 터졌다. "혈의환사……." 그러자 섬전비풍 호제천 등도 대경실색의 외침을 터뜨렸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눈! 시뻘겋게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혈설에서 서서히 핏물이 꿈틀거리 고 있었다. 스스르르…… 스스슷……. 핏물은 오싹 소름이 돋는 괴이한 음향과 함께 한 덩이 혈인의 형상 을 이루어갔다. "크카카캇……!" 그리고는 급기야 심장을 짓눌러드는 괴소와 함께 혈의환사의 모습 이 나타났다. "크캇캇…… 과연 둘째답다. 천하의 검마제 목철심의 생사를 단 일 초에 결정 짓다니…… 크캇캇!" 귀문장도 막여사의 무심한 눈멎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는 생사교를 잡고 있던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었다, "담사우! 숭부를 결하러 왔나?" 그는 결코 혈의환사를 대사형이라 부르지 않았다 순간 혈의환사의 두 눈에 가공한 혈광이 폭사되었다. "막여사. 나는 분명 경고했다. 혈궁을 무너뜨리겠다고……." 그의 음성에서는 가공할 살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여사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천하에 담사우라도…… 나 막여사의 생사교를 넘기 전에는 그런 장담을 할 수 없다." 그러자 혈의환사는 음침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흐흐흐, 막여사! 너의 그 광오한 생사교도 오늘로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파라라라락락! 혈의환사의 핏빛 장포가 무섭게 휘날렸다. 금방이라도 짙은 피의 향기를 사방에 퍼부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귀문장도 막억사는 여전히 무심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 막여사는 당신 담사우를 무척이나 존경 해왔소." 의외의 말이었다. 혈의환사도 멈칫했다. 막여사의 무심한 음성이 이어졌다. "당신 담사우는 내 마음의 신이었고 지주였소." 그가 고개를 들었다. 한 송이의 눈덩이가 이마에 내려앉았다. 눈은 언제까지고 그치지 않았다. 막여사의 생사교에도 눈발이 쌓여갔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깨달았소. 나 막억사가 인간이듯이…… 당신 담사우도 한낱 인간임을……."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글거리는 그의 시선에는 강인한 의지가 번뜩이고 있었다. "담사우, 당신은 언젠가 꺾어보고 싶은 상대였소." 그러자 혈의환사 담사우의 핏빛 시선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막여사! 너는 영원히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고개를 저었다. "천하인이 당신의 사술을 두을 주었다. 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휘이잉……. 눈이 그치며 바람이 분다. 지금 바람의 색깔은 회색이다 혈의환사와 귀문장도 막여사. 과거 이들은 한 사문에 몸을 담은 동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의 심장에 죽음의 검끝을 그으려 한다. 잿빛 바람은 아직도 불고 있는데……, * * * 소호(巢湖). 중앙에 자리한 섬(島). 바로 천외천부(天外天府)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아수마궁과의 혈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당하고 만 천외천 부. 그래서인지 이곳 소호의 하늘도 잿멎으로 죽어 있었다. 그 천외천부의 한 정실. 세 명이 인물들이 나란히 대좌하고 있었다. 천상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전설의 기신(奇身)인 내미지상을 지닌 천하미녀. 바로 천외천부의 부주인 천외성녀 화예랑이 상좌에 위치하고 있었 다. 그녀의 좌측에는 정사 십팔대 고인 중 한 명이며, 천하제일검인 검 왕 낙가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검왕 낙가유의 전면에는 선풍도골(仙風道骨)인 회의노승 한 명의 모습이 보였다. 흡사 살아 있는 생불을 대한 듯 불심이 은은한 서광처럼 서려 있었다. "아미타불……." 문득 노승이 나직한 불호성을 흘렸다. "노납 무허가 화시주를 방문한 것은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당금 무 림의 어지러운 난국을 의논키 위함이외다. 아미타불……." 대소림사의 지존인 무허장문인. 그는 스스로를 그떻게 밝혔다. 무허선사는 침중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만금성의 금소천이 천하영웅이나 그는 자신의 사욕을 위해 천하 패권을 움켜쥐려 하고 있소이다, 또한……." 그는 공식적으로 금소천을 비난하고 있었다. 화예랑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무허선사는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 다. "천마교 천마황 단금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허선사는 슬쩍 시선을 돌려 화예랑을 쳐다보았다. 화예랑은 묵묵히 무허선사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무허선사는 무겁게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현 무림맹의 힘으로는 도저히 목전의 난관을 해결할 수가 없소이다. 특히 오존…… 그 공포의 오존이 암증으로 준동을 시작하 고 잇으니…… 아미타불…… 작금에 이르러선 무림맹은 거의 붕괴 직 전에 달해 있는 것이외다." 그의 음색에는 천하 안위를 걱정하는 노숭의 근심이 역력히 내포되 어 있었다. 그는 할 말이 모두 끝난 듯 화예랑에게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화예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문인께서 저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녀의 물음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단도직입적이었다. 일순 무허선사는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그는 진중한 신색으로 말했다. "노납은 하시주께서 무림맹에 가입하실 것을 권합니다." 간곡함이 서려 있는 음성이었다. 화예랑은 한동안 무허선사를 그윽한 눈길로 주시했다. "장문인. 현 무림맹의 맹주가 누구인지 아시고 계십니까?" 순간 무허선사는 어리등절한 표정을 했다. "맹주는 무당장문인 자하진인이 아닙니까?" 화예랑은 잘끈 꽃잎 입술을 물었다. 잠시 머믓거린 후 나직하게 옥음을 낮추었다. "그렇지요. 헌데 장문인께서는 자하진인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계 시나요?" 무허선사는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했다. "화시주. 자하진인의 진정한 정체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순간 화예랑은 모종의 결심을 굳힌 듯 입술을 꼭 물었다. "장문인. 이 일은 극히 중대한 비밀이니만큼…… 극비에 붙여주세 요." 무허선사의 눈동자에 거대한 의혹이 그려졌다. 화예랑은 가슴속의 무거운 돌덩어리를 들어내려는 듯 힘주어 말했 다. "자하진인은 바로 오존 중 한 명인 마안혈존이에요!" 순간 무허선사는 입을 딱 벌리며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뭣이라구요?"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홰홰 내저었다. "자하진인이 마안혈존…… 그럴 리가?" 화예랑은 탄식성을 터뜨리며 설명을 이었다. "사실이에요. 그는 분명 자하진인이지만, 동시에 마안혈존이란 신 분도 갖고 있어요." "으음……." 무허선사는 짐짓 안타까운 신음성을 터뜨렸다. "그 자는 무림맹의 힘을 이용…… 천하무림을 위하는 척하며, 실제 로는 무림의 정영들을 죽음 속에 몰아넣고 있어요." 그녀의 음성은 비장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감쪽같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눈앞의 무허선사. 그가 어떤 내력을 지닌 인물인가를……. "미…… 믿을 수 없소이다." 무허선사는 고개를 저었다. 화예랑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믿어야 해요." "허어…… 어찌 이런 일이……." 화예랑은 계속해저 말을 이어나갔다. "본래…… 저는 이런 사실을 영원히 비밀에 붙여야 할 입장에 있어 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마안혈존은 그녀의 아버지인 환도(環刀) 선무강(宣武强)을 인 질로 잡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금소천에게조차 비밀로 붙여야 했던 그녀였다. 화예랑은 고뇌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천하대의(天下大義)를 위해선 결코 비밀에 붙여둘 수 만은 없음을 깨달았어요." 순간 무허선사의 눈멎이 기이하게 변했다. 그것은 더 이상 걱정이 나 의혹의 눈빛이 아니었다. "천하대의라……."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겼다. 음성도 변해 있었다. 더 이상 불심에 가득 찬 노승의 그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화시주. 현실적으로 천하대의라는 말은…… 이미 모두 소 멸되어 버린 지 오래이오." "에, 예?" 화예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휙--! 무허선사가 섬전 같은 속도로 날아올라 화예랑의 마혈(魔穴)을 제 압했다. "아앗!" 화예랑은 대경다급성을 발하며 황급히 신형을 젖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화예랑은 꼼짝없이 무허선사에 의해 전신혈도를 제압당하고 말았 다. 그녀로서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무허선사의 암습이었다.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인가? 그녀는 아연 실색하여 외쳤다. "장문인. 이 무슨……?" 무허선사는 소름끼치는 안광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아미타불…… 화예랑. 너는 마안혈존과의 약속을 어기고 비밀을 털어놓았다." 화예랑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렸다. "다, 당신은……?" 그녀는 구태여 스스로 말을 이을 필요가 없었다. 무허선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음침하게 말했다. "크흐흐…… 아마도 너의 짐작이 맞을 것이다. 노납은 오존 중 한 명인 천불사존(天佛邪尊)이니까." 무허선사이자 동시에 오존 중 한 명인 천불사존. 마침내 그가 스스로의 정체를 밝힌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화예랑은 아예 경악성조차 잊어버려야 했다. 그때였다. "이 악마 같은 돌중 놈!" 검왕 낙가유의 발연 대갈성이 터졌다. 번-- 쩍! 그의 분노한 장검이 벼락치듯 무허선사, 아니 천불사존의 심장을 '푹' 하고 쑤셨다. 그러나 천불사존은 일체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검왕 낙가유의 검을 맞아들였다. 쨍--! 검왕 낙가유의 검은 정확하게 천불사존의 심장을 쑤셨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그의 의도대로였다. '성공이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엉뚱했다. 째쟁! 쨍! 검이 천불사존의 심장을 쑤시는 순간 귀청을 뒤흔드는 금속성이 터 져 나왔다. 동시에 검은 막대한 반탄력에 의해 되퉁겨져 버렸다. 손 이 저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었다. "크아악--!" 검왕 낙가유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을 터뜨렸다. 놀랍게도 퉁겨진 자신의 검이 오히려 자신의 심장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는 씹어뱉듯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금강불괴…… 라니……."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쿠웅! 검왕 낙가유는 그 말을 남기고 죽고 말았다. "아미타불……." 천불사존은 어울리지 않는 불호성을 발했다. 그는 화예랑을 옆구리에 끼고 신형을 일으켰다. "화예랑…… 나는 당신과 금소천의 관계를 잘 알고 있지. 때문에 시주는 지금 이 순칸부터 금소천을 낚는 아주 적당한 미끼가 될 것이 오." 화예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한스러운 눈빛을 발할 뿐이었다. 스슷! 천불사존의 신형이 화예랑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난 실내에는 검왕 낙가유의 시신만이 외롭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부주님, 흑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 였다. 잠시 더 시간이 흐르자, 문고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기척이 일며 한 인물이 정실로 들어섰다. "부주님……." 안색이 창백하고 가슴에 유골상자를 안은 준수한 청년. 그는 바로 천하제일 쾌검 엽무검이었다. "아앗!" 방안에 들어선 순간 엽무검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검왕 낙 가유의 시신이 눈에 잡히면서부터였다. "아…… 낙노인!" 그는 황급하게 신형을 날려 낙가유를 부축했다. 그러나 이미 식어가는 시신임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어지럽혀진 실내. 물론 화예랑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 었다. 그는 방안의 광경에 부르르 전신을 떨었다. "누, 누님이 위험하다!" 그는 정신을 수습하고 다급히 신형을 날렸다. 눈(雪). 그쳤던 눈이 다시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지고 있었다. 천외성녀 화예랑. 그녀는 이제 금소천을 낚기 위한 오존의 미끼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사건은 새로운 양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 * * 혈궁이 있는 군산(君山). 귀문장도 막여사는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생사교를 짖고 간신히 비틀거리는 신형을 추스르고 있었다. "과연…… 대단하군." 그는 핏물이 흐르는 입술을 벌리며 말했다. 비록 처참하리만치 초라한 신색이었으나, 그의 두 눈만큼은 아직도 무섭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파라라락……. 혈의환사의 혈포가 무섭게 요동치고 있었다. "막여사! 대단한 발전이다. 나의 공격을 오백 초나 받아내다니… …." 그는 진정으로 막여사에 대한 탄복을 금치 못했다. 귀문장도 막여 사가 자신과 그 정도로 겨루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막여사는 짖고 있던 생사교를 치켜들었다. "담사우.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는 비틀거리는 신형을 억지로 추슬렀다. 파라라락락……. 혈의환사의 장포가 폭퐁같이 휘날렸다. "막여사. 너는 지쳤다. 이제 나의 일초도 받아낼 수 없다." 막여사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차례 허공에 대고 생사교를 휘둘렀다. "웃기지 마라…… 아직 나 막여사의 생사교는 건재하다." 순간 혈의환사는 싸늘한 냉갈을 터뜨렸다, "막여사. 이 어리석은 놈! 너는 진작부터 느껴야 했다. 막여사는 영원히 담사우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후후……." 귀문장도 막여사는 메마른 웃음을 날렸다. "무슨 섭섭한 소리를 하는가? 나 막여사라는 인간은 결코 담사우란 인간의 밑이 아니다." 혈의환사 담사우의 눈썹이 꿈틀하고 치켜져 올라갔다. 막여사의 시 선을 확인하고 나서부터였다. '너무도 무심한 눈빛…….' 그는 내심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귀문장도 막여사의 두 눈은 무서 울 정도로 무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무심한 눈빛을 대한 순간 혈의환사는 전신으로 섬뜩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동시에 그는 막여사에 대한 무서운 분노감에 휩싸였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왜인지도 모를 분노였다. 그는 그저 막여사를 죽이고 싶다는 살기에 휩싸일 뿐이었다. "막여사! 네놈을 죽이겠다." 그의 눈동자가 혈광으로 이글거렸다. "혈환마류(血幻魔流)--! 번-- 쩍--! 혈의환사 담사우의 쌍장에서 표현 불가의 가공할 혈경이 발출되었 다. 막여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생사필택(生死必擇)" 귀문장도 막여사의 생사교가 무정한 도광을 뿜었다. 두 줄기의 강기는 서로의 중간에서 강하게 맞부딪쳤다. 꽝--! 콰콰쾅! 군산이 통째로 날아가 버릴 듯한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그 와중에 짧은 신음성이 터졌다. "으윽!" 신음성은 커문장도 막억사의 것이었다. 그는 답답한 비명과 함께 뒤로 나가떨어졌다. 진정으로 가공할 혈의환사의 공격이었다. 너무도 크나큰 충격에 막 여사는 목숨보다 아끼는 생사교마저 떨어뜨리고 말았다. 휘익! 생사교가 허공으로 퉁겨졌다가 혈의환사의 발치에 떨어졌다. 혈의환사는 귀신같이 몸을 움직여 생사교를 집어들었다. 이어 그 생사교를 귀문장도 막여사의 목에 바싹 겨누었다. "막여사…… 죽이겠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허탈한 눈빛으로 혈의환사를 응시했다. 그는 이제 손끝 하나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후후후…… 이제 나의 생사교가 나 막여사의 생사를 결정 지을 순 간인가?" 그는 정면으로 혈의환사를 주시하며 말했다. "담사우. 무얼 망설이느냐? 죽여라!" 담담했다. 귀문장도 막여사의 담담함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 무엇이 그 로 하여금 죽음을 앞두고도 이토록 담담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 는 노릇이었다. "놈…… 끝까지 입은 살았구나." 혈의환사는 쉽사리 도를 휘두르지 못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생사교를 든 손에 가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 다. 그때였다. 한켠에 있던 섬전비풍 호제천이 그들 사이에 끼여들었다. "대사형!" 혈의환사의 시선이 슬쩍 돌아갔다. 호제천의 두 눈은 무섭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사형을 죽인 후 나 호제천도 죽이시오." 2 혈의환사는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이놈이 감히……."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분노였다. 그러나 호제천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피를 토하는 눈길로 한 걸음 더 혈의환사를 향해 다가들었다. "과거의 대사형은 야망이 있고 신념이 있었으며…… 강인한 사람이 었소. 그러나 무엇보다 소제가 대사형을 좋아한 것은…… 바로 대사 형이 우리들의 진정한 대사형이었기 때문이오." 혈의환사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호제천은 으르렁거리듯 자신의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당시의 대사형은 죽었소.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당신은 …… 단지 담사우란 한 악마에 블과하오." 호제천은 극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혈의환사가 입술을 씰룩이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방해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악수도부 천인사였다. 그가 무거운 걸음으로 혈의환사를 향해 걸어나왔다. "나도 한마디 해야겠소." 그는 혈의환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수십 년 전…… 우리들은 대사형을 대할 때마다 언제나 감격했소. 대사형이야말로 진정한 우리들의 신이었기 때문이오." 혈의환사의 몸이 다시 한 번 흠칫했다. 악수도부의 음성은 파거의 추억을 절규로 토해내고 있었다. "대사형의 손짓…… 몸짓……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우리들의 귀감 이었소." 혈의환사의 전신엔 언제부터인지 미미한 경련이 일고 있었다. 그러나 생사교는 여전히 귀문장도 막여사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 악수도부 천인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모르겠소…… 진정 모르겠소. 이 무식한 천인사란 놈은 지 금 대사형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소." 악수도부 천인사는 지글지글 불타는 신광을 폭사시켰다. "대사형. 그렇게도 이사형을 죽이고 싶다면 나 천인사도 죽여…… 그리하여 영원히 혈궁의 추억을 없애 버리시오!" 영원히 혈궁의 추억을 없애라! 혈의환사는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나풀…… 나풀……. 몇 송이 눈이 떨어져 내렸다. 잿빛 하늘이 토하는 탄식인가? 눈은 내리기 시작했다. "호오……." 문득 나직한 탄식성이 일었다. 천갈마희 하설미였다. 그녀도 무거운 탄식성과 함께 혈의환사를 향 해 걸어오고 있었다, "대사형, 기억하시나요? 소매가 어렸을 때…… 대사형은 항상 소매 를 안아주셨지요. 언제나 부드럽게 웃으며 말이에요." 그녀 역시 추억을 말하고 있었다. 혈의환사의 전신 경련이 점점 세차게 일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파왔다. 아련한 과거의 기억은 이 순간 그에게 있어 하나 의 고통일 뿐이었다. "소매는 그 웃음을 아직도 기억해요. 언제나 다정한 분이셨어요. 그러나…… 지금 대사형은…… 오직 두려울 뿐이에요." 순간 혈의환사는 한차례 큰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핏빛 장포는 무섭게 펄럭이고 있었다. 엄청난 격동이 그의 전 신을 휩싸고 돌았다. 철컹! 손에 맥이 풀리며 생사교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서서히 혈의환사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전신의 핏빛이 점차 가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의 모습은 완전히 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