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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55편 (55/79)

2026-09-22 08:16:38 조회 15
월랑 역시 일랑의 모습을 살피며 크게 놀라고 있었다. '닮았어. 흡사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그녀의 뇌리에 흔란이 내려앉았다, 일랑은 충격 속에 기쁨의 탄성을 터뜨렸다. "월랑! 그래…… 사, 살아 있었구나." 그는 기쁨에 겨워 어쩔 줄올 몰라 했다. 이어 그는 품속에 안을 듯 이 월랑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월랑은 그가 다가들자 다급히 뒤로 피했다. "다…… 당신은 누구예요?" 순간 일랑은 흠칫하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발걸음이 멈추어지고 말 았다. "워, 월랑!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일랑이다. 네가 나를 몰라보다 니…… 너와 한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란 말이다." 일랑은 답답하다는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알지 못했다. 지금 월랑은 과거의 기억을 단 하나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일랑은 계속 그녀를 향해 다가들었다. "월랑! 나 일랑이다. 장난하지 말고 어서 이리로……." 그러나 월랑은 계속 그를 피하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나,나는…… 나는……." 그녀는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비록 지워진 기억이지만 본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억은 그저 백지에 블과할 뿐이었다. "몰라…… 모르겠어!"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절규를 터뜨렸다, "몰라! 모른단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어! 당신도… … 그 아무것도……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야!" 그녀의 태도에 일랑은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월랑……." 그러나 그는 곧 안색을 바꾸며 고함을 질렀다. "월랑! 네가 왜 살막의 인물들과 함께 있느냐? 또 금대숙께서 얼마 나 걱정을 하겼는지 아느냐?" 그의 말을 들으며 월랑은 더욱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아…… 몰라! 금대숙…… 일랑…… 윌랑?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 아!" 월랑은 자신의 머리채라도 쥐어뜯을 듯이 전신을 떨었다. 한편 천도왕 여풍과 불꽃 튀기는 혈전을 벌이던 소리탑은 월랑의 외침에 흠칫하고 말았다, 그는 격전의 와중에도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는 월랑을 판에 박은 듯이 닮은 일랑을 발견하고 안색을 대 변시켰다. '저, 저럴 수가…….' 너무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마터면 여풍의 공세에 결정적인 허점 을 드러낼 정도로 그는 당황해 했다. 그러나 그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월랑…… 그녀가 만금성의 인물이었다니!' 그는 일시에 기운이 쑥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있어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인 만금성. 목숨보다 사랑하는 여인이 하필 만금성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믿 기지가 않았다. "모르겠어. 나는…… 도대체 누구지?" 괴로워하는 월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탑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안된다! 만일 그녀가 기억을 회복한다면…… 그녀는 분명 나를 버 리고 만금성으로 돌아간다.' 당연한 생각이었다. 지금 월랑은 백지 상태에서 소리탑을 따르고 있다. 만일 그곳에 과 거의 색칠을 가한다면 과연 그때도 그녀는 소리탑을 따를 수 잇올까? 소리탑은 도저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백지는 색칠 속에 감추어져 흔적도 없이 자취를 지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안돼! 결코 월랑을 뺏길 수는 없어!' 소리탑이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천도왕 여풍을 노려보았다. '우선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 설사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할지 라도 말이야.' 그는 전신의 내공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기 시작빴다. 그때였다. 새벽이 트는 허공 어딘가에서 오색 폭죽이 터졌다. 슈우욱--! 퍼펑! 퍼엉! 순간 살막 고수들은 크게 소리쳤다. "퇴각 신호닷!" 폭죽은 바로 야율노격이 퇴각하며 터뜨린 신호탄이었다. 살막인들은 하나 둘씩 황급히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너무도 급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만금성인들은 미처 추적을 생각 해 낼 수가 었었다. 퇴각을 하는 자들 중에는 소리탑도 끼어 있었다. 그는 상황을 이해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는 여풍을 등뒤로 하고 재 빨리 몸을 날렸다. 휙--! 소리탑의 신형이 섬전같이 월랑을 향해 날아들엇다. "월랑! 돌아갑시다." 그는 휘청이고 있는 월랑의 허리를 낚아쳤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일랑의 눈동자가 있는 대로 치켜졌다. 그는 버럭 고함성을 내질렀다. "이놈! 소리탑! 월랑을 내놓아라!" 그는 소리탑을 향해 꾸섭게 짓쳐들었다. 소리탑의 고개가 홈칫하며 돌아갔다. 그는 부지 중 일랑에 대해 가공할 살기를 느꼈다. 일랑으로 인해 월랑의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근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적인 생각이 천추의 한을 남기리라고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죽엇--!" 그는 수중의 반월형 신월도(新月刀)를 전력으로 내리켰다. 분노의 힘까지 가미된 도는 뇌전처렁 일랑에게 달려들었다, 챙--! 날카로운 금속성이 일며 일랑의 검이 두 토막으로 부러졌다. 그러나 소리탑의 신월도는 쉬지 않고 일랑의 가슴을 푹 쑤셔버렸 다. "크윽!"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일랑의 심장 부근에서 시뻘건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촤-- 아-- 악! 순간 천도왕 여풍과 낙남신검 감사럽 등은 분기탱천하여 소리탑을 향해 짓쳐들었다. "이놈--! 네가 감히……." "이제와서 어디를 가려는 게냐!" 그들의 공세는 함부로 피할 수 잇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소리탑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그는 이리저리 공세를 피하며 길다란 휘파람 소리를 냈다. 삐이-- 익!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 기이한 괴음이 들려왔다. 끼아악--! 천지진동의 괴성과 함께 허공에서 거대한 적응 한 마리가 소리탑 쪽으로 내리꽂혔다. 소리답을 짓쳐들던 몇 명의 고수들이 적응에 의해 수장 밖으로 곤 두박질쳐 버렸다. 진정 가공할 적응의 위력이었다. 여풍과 감사립조 차 몇 걸음을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차아앗!" 그 사이 소리탑은 재빨리 적응의 둥으로 몸을 날렸다, "가자!" 그는 월랑을 품에 안은 채 적응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살막의 제자들이여! 모두 물러나라!" 하늘의 외침인 듯 웅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아아악! 적응이 힘차게 비상하며 까마득한 점으로 화했다, "저, 저놈이……?" 천도왕 여풍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분노의 일갈을 퍼부었다. 그러나 적웅은 이미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만금성과 아수마궁의 대혈전. 소리탑의 살막까지 물러남으로써 이렇게 일단락 막을 내리고 있었 다. * * * "이곳 군산까지 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검마제 목철심이 이는 쓰레기들이 올 곳은 오직 하나뿐이다." 귀문장도 막여사는 눈동자를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주위에는 혈궁의 주요 고수 이십여 명이 있었다. 그들은 저마 다 비장한 눈빛으로 막여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서진평(西晋平)을 지나 관도로 치고 오는 것이다. 그러니 우 리는 지닌바 인원의 대부분을 서진평에 배치하도록 한다. 신성한 혈 궁의 영토까지 끌어들일 것도 없이 그곳에서 끝장을 보는 것이다." 그러자 누군가가 이의를 달고 나섰다. "하지만 또 하나의 길인 풍곡(風谷)을 통해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 까?" 막여사를 비롯한 좌중의 시선이 쏠렸다. 음성의 주인공은 삼좌령인 섬전비풍 호제천이었다. 막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풍곡은 전형적인 천험의 요새다. 검 마제 목철심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어려운 공격을 할리가 없는 것이다." 딴은 옳은 말이었다. 자고로 계곡을 따라 군사를 이동시킨다는 것 은 병법의 기초에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섬전비풍 호제천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막여사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후후후, 둘째. 불안한 너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풍곡에 대해서는 이미 대책이 서 있으니까." 자신감에 가득찬 음성이었다. "대책이라니요?" 호제천이 반색을 하며 되물었다. "뇌화진천 갈천후, 갈당주가 며칠 전에 풍곡을 다녀가셨다. 아마도 놈들이 섣불리 풍곡으로 진입했다가는…… 후후후." 뇌화진천 갈천후. 아수마궁 전력의 태반을 쓸어 버린 폭약의 대가. 그러한 갈천후가 풍곡을 다녀갔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이유 밖에 없음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섬전비풍 호제천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다면 풍곡 쪽은 걱정할 것 없겠군요." 이것은 비단 그의 생각일 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 들의 생각이었다. 뇌화진천 갈천후의 위력은 그만큼 지대하기 때문이 었다. "후후후, 물론이지." 막여사는 자신 있게 고개를 덕였다. 그러나 자세허 살펴보면 그의 눈동자에 있는 것은 자신감뿐이 아니 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풍곡과 서진평이라…….' 그는 재빨리 눈빛을 지우며 짐짓 커다랗게 소리켰다. "군산 칠십이채의 창해신마 용일범 채주는 어디에 계시는가?" * * * 결과적으로! 아수마궁은 만금성 대혈전에서 무려 일만 오천이란 엄청난 숫자의 제자를 잃었다. 그들은 전력의 거의 삼분지 이를 잃은 것이다. 무석산 기슭. 한떼의 무수한 인마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한결같이 기진맥진한 모습에 전신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들은 바로 패퇴하고 있는 아수마궁의 인물들이었다. 선두에는 야율노격이 보였다. 그 역시 더 할 수 없이 피폐한 모습이었다. 겉모습보다는 마음 속 이 더욱 지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내심 처절한 심정으로 외치고 있었다. '나 야율노격의 야망이 저 만금성에 이르러 이토록 무참하게 무너 지다니…….' 일순 그의 눈꼬리가 길게 갈라졌다. 통한의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눈물이 아니었다. 핏방울이 뺨올 타고 두 줄 기 혈선을 그리고 있었다. "금소천…… 너무도 엄청난 자였다. 상대의 능력을 모르고 덤빈 것 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기고 잇었다, 한편 곁에는 야율노격 자신보다 더욱 참담한 기분에 빠져 있는 인 물이 있었다. 바로 아수마궁 제일 현자인 호극천이었다. '하늘이 나 호극천을 시기하는 것인가?' 그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졌다. 하지만 결코 나 호극천의 능력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단지 …… 내가 남궁수나 하후주 같은 인물에 비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책의 한가운데 변명을 해보았다. 그러나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는 허탈한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의 겨울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문득 그는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아들 호무랍(胡武拉)을 떠올렸 다. 칠 척 거구에 자신보다 똑똑하다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아들이다. 그러한 아들 호무랍의 층고가 귓전을 때렸다, '녀석은 본궁의 중원 침범을 가장 반대했었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 고…….' 그는 차가운 하늘에서 아들 호무랍의 영상을 떠올렸다. '갑자기 녀석이 보고 싶구나. 짼지 녀석이 보고 싶어…….' 아들과 고향이 생각난다. 호극천은 이제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아들 호무랍…….' 호극천은 겨울 하늘 가득 차 오르는 아들의 영상을 지켜보았다. 언 제 보아도 믿음직하고 대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래, 녀석이야말로 진정한 현자이지." 호극천은 회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돌연 호극천의 희미한 미소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는 볼 수 있었다. 한 가닥 은선(銀線)이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음을……. 번-- 쩍! 피할 여유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다.일직선으로 날아든 은선은 순 식간에 호극천의 심장을 꿰뚫었다. 호극천은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 순간 아들의 얼굴이 더욱 크게 확대되었다. "호, 호무랍…… 나의 아들아." 쿵! 호극천은 신음성과 함께 말둥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의 가슴에는 은빛 화살 한 대가 심장을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호극천!" 야율노격이 대경실색을 하며 소리쳤다. 그는 만금성에게 대패한 것에 대해 심중에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때문에 호극천을 향해 날아드는 은멎 화살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 었다. "호극천…… 이게 대체……." 그는 다급하게 말에서 뛰어쩌려 호극천을 부축하였다. 그러나 호극천의 두 눈은 이미 희미하게 풀려 있었다. 대라신선이 와도 살아날 수 없는 상태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야율노격은 절규하였다. "호극천--!" 호극천은 그에게 있어 반쪽의 심장이요 두뇌가 아니던가? 당연히 야율노격의 비애는 말로 형용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호극천은 자신을 엄습해드는 죽음의 그림자를 애써 밀어내며 힘겹 게 말문을 열엇다. "구…… 궁주님. 여. 역시 시기가…… 맞지 않았습니다, 오, 옥문 관(玉門關)으로 물러나…… 삼년…… 삼년 뒤에……." 울컥하고 선명한 핏덩이가 튀어나왔다. 그는 희미해지는 정신을 억지로 추슬렀다. "그리고…… 호무랍…… 나의 아들에게…… 이 아비의…… 뜻을… … 잇게…… 그 아이야말로…… 진정한 현자…… 으음." 툭! 호극천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여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겁게 두 눈을 감았다. 이제 또 하나의 거성이 떨어진 것이다. 아수마궁 제일 현자인 호극천의 죽음. 야율노격은 비통이 극에 달해 피눈물을 쏟았다. "호극천……." 서러운 눈물에 젖어 있던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짙게 배인 살기였다. "대체…… 어느 놈이 호극천의 심장에 화살을 박았는가?" 그는 발작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울컥하고 한 덩이 선혈이 쏟아져 나봤다. 천축 최고의 일대종사인 그조차 거듭되는 타격으로 인해 심기를 다 친 것이었다. 스윽! 그는 입가의 핏자욱을 문질렀다. 안색은 창백했으나, 눈동자만은 혈광으로 이글거렸다. 문득 그의 시선 정 중앙에 뽀얀 먼지가 잡혔다. 이어 지축을 울리 는 일진익 말발굽 소리가 일며 한 떼의 인마가 몰려들었다. 두두두두두……. 어림잡아도 일천에 달하는 기마대였다. 한결같이 가슴에 두 자 글을 새긴 신태비범의 인물들이 위세도 당 당하게 마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천마(天魔)! 그들의 가슴에 새겨진 글자는 그 두 가지였다. 질풍노도처럼 나타난 이 일천의 기마대는 바로 천마교의 정병들인 것이다. 그들의 선두에 자리한 자는 엉뚱하게도 한 명의 절세미녀였다. 그녀는 바로 천마교주 천마황 단금성의 누이동생인 천봉 단희진이 었다. 그녀의 좌우에는 사 인의 천마교 절정고수들이 나란히 모습을 보이 고 있었다. 신궁(神弓) 섭일기(葉一奇). 혈검비환(血劍飛幻) 모지원(毛之遠). 백수지왕(百獸之王) 귀천옹(鬼天翁). 구유마독(九幽魔毒) 형위패(刑威覇). 한결같이 경천의 고수들이었다. 천마교 내부에서는 물론이요, 전 중원을 통틀어 그들의 위명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조금 전 호극천의 심장을 꿰뚫은 은빛 화살도 바로 그들 중 신궁 섭일기의 걸작이었다. 경천할 고수는 그들뿐이 아니었다. 천봉 단회진의 바로 뒤에 자리하고 있는 인물. 놀랍게도 그는 바로 만독노조(萬毒老祖) 영호독(令弧獨)이었다. 바 로 십대천왕 증 한 명이며 만독(萬毒)의 조종(祖宗)인 만독노조 영호 독인 것이다. 일찍이 금소천이 예상했던 대로 그는 천마황 단금성에게 포섭되어 있는 상태였다. 딸, 영호운령의 문제로 금소천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 만독노조를 포섭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천마교……." 야율노격은 천봉 단회진 등을 주시하며 신음성같이 내뱉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제 야율노격 앞에 천마교 까지 나타난 것이었다. 야율노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었다. 더구나 그의 반쪽 두뇌나 마찬가지인 호극천이 죽었기에 상황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 었다. 어느덧 천마교인들은 야율노격의 면전에 이르러 있었다. 그 중 천봉 단회진이 신비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야율노격. 우리가 여기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겠지?" 그녀의 흐드러진 웃음 속에는 은은한 조소가 감추어져 있었다. 야율노격은 피눈물이 말라붙은 두 눈에 무시무시한 신광을 피워 올 렸다. "너는…… 누구냐?" 단희진도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천마교 군사 천봉 단희진." 야율노격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천봉 단회진의 명성은 그로서도 익히 듣고 있던 차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수마궁의 아수혈령대는……?" 물음을 던지자마자 야율노격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뻔한 질 문을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의 짐작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호호호…… 물론 당신이 보낸 삼백육십 명의 아수혈령대는 이미 추풍곡에 뼈를 묻었어요." 야율노격은 안색을 무섭게 일그러뜨렸다. "으으……." 그의 입에서는 그저 격동 어린 신음성만 새어 나을 뿐이었다. 천봉 단희진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 "이제 이곳에서 아수마궁은 영원한 역사의 종지부를 꺽게 될 것이 에요." 야율노격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전신의 털이라는 털은 꼬두 곤두서 폭풍같이 휘날렸다. "크흐흐…… 나 야율노격이…… 이런 꼴을…… 당하다니…… 나 야 율노격이……."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일이 어디에서부 터 꼬인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크아아--! 용서할 수 없다!" 야율노격은 심장 터지는 괴성을 발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천봉 단회진을 향해 폭갈을 터뜨렸다. "파멸인(破滅刃)!" 떨어지는 유성을 양단시키고도 남을 만한 막대한 도기가 뻗어나왔 다.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단회진의 전신을 직도양단(直刀兩斷)해 버릴 듯 달려들었다. '앗!' 천봉 단희진은 내심 다급성을 터뜨렸다. 야율노격의 공세는 너무도 돌발적이고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천봉 단희진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틈이 업었다. 바로 그때였다. "쳐죽일 놈!" 한소리 음산한 폭갈과 함께 곁에 있던 사 인의 고수 중 구유마독 형위패의 신형이 날아올랐다. 그는 곧장 장력을 발출하여 야율노격의 공세에 맞부딪쳤다. 콰콰콰쾅! 거대한 폭옴이 일었다. 이어 기다렸따는 듯 처절한 단말마도 이어 졌다. "크아-- 악!" 전신의 힘줄을 모조리 뽑아내는 가공할 비명과 함께 엄청난 피분수 가 솟구쳤다. 비명의 주인공은 구유마독 형위패였다. 그는 천절삼인도의 삼인(三刃)에 의해 전신이 네 토막으로 분리되 어 처참하게 죽고 만 것이었다. 야율노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하여 천봉 단희진을 베어 들 었다 "계집년! 죽어랏--!" 순간 천봉 단회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뒤에 서 잇던 만독노조 영호독을 향해서였다. "노조(老祖)……." 만독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그는 음산한 괴소와 함께 비쾌하게 신형을 날렸다. 동시에 쌍장을 뻗어 야율노격의 공세를 차단시켰다. 쾅쾅! 또 다시 천지가 광란하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으윽!" 야율노격은 가슴이 진탕됨을 느끼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머리가 헝클어지며 안색이 밀납같이 창백해졌다. '강하다. 금소천…… 그 자에 비해 손색이 없는 고수다.' 야율노격은 상대가 비범한 인물잉을 직감했다. "너…… 너는 누구냐?" 이미 상당한 내상을 입었던 그인지라, 상대적으로 만독노조 영호독 은 다소 비틀거렸을 뿐 멀쩡한 상태였다. 그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만독노조 영호독." 순간 야율노격은 흠칫 대경하고 말았다. "만독노조……?"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뭉쳐들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곧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경악에서 두려 움으로, 두려움에서 다시 허탈합으로 뒤바뀌었다. 일순 그는 목젖이 터져라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과연…… 과연 십대천왕이로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처절한 비애가 느껴졌다. 그것은 피눈물의 절규 이기도 했다. "으하하하, 그래…… 그래…… 쿠억!" 대소 끝에 그의 입에서는 한 줄기 피화살이 뿜어졌다. 시커멓게 죽어 있는 피였다. 이미 심기를 다치고 있던 터에 만독노 조와의 한판 겨룸으로 전신 기혈 중 몇 군데가 터져 나가버린 탓이었 다. "구. 궁주님!" 수하들 중 하나가 대경하여 급히 야율노격을 부축했다. 그러나 야율노격은 거칠게 수하의 손을 뿌리쳤다. "비키거라!"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전면을 쏘아보았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어떻게 하든 이곳을 빠져 나가는 길뿐 이다.' 다음 순간 그는 아수마궁의 전 고수들을 향해 피를 토하듯 소리쳤 다. "아수마궁의 전 제자들아! 우리가 이곳에서 헛되이 뼈를 묻을 필요 는 없다. 마지막 힘올 모아……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도모해야 한 다. 가자--!" 아수마궁의 고수들은 최후의 힘을 모아 천마교 일천 고수들의 포위 망을 뚫기 시작했다. 물론 천마교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막아라! 한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된다." 그들은 사대 고수를 중심으로 맹렬하게 아수마궁을 공격했다. 대혈전! 일만의 아수마궁과 일천의 천마교 정예고수들과의 피 튀기는 대혈 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