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53편 (53/79)
"금성주는 어째서 첫째인 마군(魔君)의 천왕검(天王劍)을 뽑지않는 것이오?" 적혈룡, 구천용환(九天龍環)과 더불어 제황삼군의 독문병기인 천고 병기들. 그 중 최고는 단연 마군의 천왕검이었다. 그러나 지금 금소천은 제황삼군의 두 번째인 천군의 독문병기 적혈 룡을 꺼내든 것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야율노격의 의문은 당연했다. 금소천의 입가에 은은한 고소가 떠올랐다. "천왕검의 무학은 천년 이래로 아무도 연성하지 못했소. 그것은 마 군이나 본인 역시 마찬가지이오." 야율노격의 검미가 꿈틀하고 움직였다. 최고의 무공을 아직 익히지 못했다는 사실. 어찌 들으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금소천의 음성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러나 본인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오. 천년 전…… 귀하의 선조인 야율탑연도 이 적혈룡의 적혈삼편(赤血三鞭)의 이 초식을 넘기지 못 했기 때문이오." 말을 하는 동안 금소천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 상대적으로 야율노격의 눈동자에는 기광이 올랐다. 실로 자존심 상 하는 말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치 않았다. 그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좋소, 금성주! 하지만 이 천절삼인도(天絶三刃刀)는 그 위력이 대 단하니 조심하셔야 할 것이오." 그는 은백색의 기형도를 천천히 치켜들었다. 챙--! 일순 날카로운 금속음이 일며 세 가닥 면도가 일제히 꼿꼿하게 일 어섰다. 그러자 은백색 투명한 도광이 살기 실기 긴장을 사방에 뿌려 댔다. 금소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 역시 서서히 수중의 혈편에 내력을 주입시켰다. 그러자 시뻘건 핏빛 편영(鞭影)이 허공을 어지러이 뒤덮기 시작했다. 위-- 이-- 잉! 마치 피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는 것 같은 기괴한 광경이었다. 주위 를 에워쌌던 아수마궁의 고수들이 경악성을 터뜨릴 정도로 음산한 모 습이었다. 같은 기괴한 광경이었다. "자! 그럼 본 궁주가 먼저 실례하겠소." 야율노격은 서슴없이 선공을 선포했다. 직설적인 그의 성격이 여실 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맹렬하게 천절삼인도를 휘둘렀다. 번-- 쩍--! 이름처럼 세 마리의 은룡이 섬전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금소 천 주위의 핏빚 그럼자에 맹렬히 뒤엉켜들었다. "좋으실 대로!" 금소천도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채컥위 위치를 바꾸었다. 그의 전 신을 둘러쌌던 혈영이 더욱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대혈전! 바야흐로 무림사상 유례없는 공전절후(空前絶後)의 일대 격돌이 벌 어지려는 순간이었다. 40장 음모가 진행되다 호북성(湖北省) 대홍산(大洪山). 겨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문득 그떻게 깔린 눈발이 먼지처럼 휘날리며 일진의 말발굽 소리가 일었다. 두두두둑! 소리와 함께 대흥산 한쪽 기슭에는 흘연 수천 기의 기마대가 기세 도 당당하게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백의를 걸치고 있었으며, 가슴에는 한자 글이 수 놓여 있었다. <검(劍).> 당금 강호에서 이러한 표식을 하는 단체는 오직 하나뿐이다. 바로 세외 검귀들의 집단인 검문(劍門)의 고수들이었다. 두두두둑……! 수천 기의 기마들은 대흥산을 울리며 엄청난 기세로 질주했다. 그들은 하남성(河南省)을 지나 호북성 동정호(洞庭湖)로 향하고 있 었다. 동정호에 과연 무엇이 있기에 그들이 향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했다. 그곳에는 바로 군산(君山). 즉 혈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검문의 모든 힘은 혈궁을 향해 밀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기마대의 맨 선두에는 세 필의 말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 중 중앙을 달리고 있는 한 필의 혈마. 혈마의 마상에는 하얀 피풍(皮風)을 걸치고 얼굴 비스듬히 한 줄기 검흔이 길게 그어진 한 인물이 타고 있었다. 지극히 냉막한 모습에 등에 한 자루 묵검을 메고 있는 신태비범한 인물이었다. 검마제(劍魔帝) 목철심(木鐵心)! 그는 바로 야율노겨의 오른팔이자, 검문 문주였다. 검마제 목철심의 좌측에는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만큼 온통 검흔투성이의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 보였다. 뮴시 잔혹한 인상을 풍 기는 청년이었다. 그는 검문의 제 이인자이며, 문주 검마제 목철심의 둘째 아우인 귀 변마검(鬼變魔劍) 목초평이었다. 그리고 검마제 목철심 우측의 인물은 애꾸눈에 매우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칠순 가량의 노인이었다. 그는 세모진 독사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신 소름끼치는 음독한 눈빛을 번쩍였다, 바로 검문 제 삼인자인 필살무정검(必殺無情劍) 포 대강(布大剛)이 그의 이름이었다. 검마제 목철심은 점점 굵어지는 눈발을 헤치며 말문을 열었다. "내일이면 동정호에 도착한다. 일단 도착을 하면 기회를 주지말고 단숨에 혈궁을 괴멸시켜야 한다." 그러자 아우인 귀변마검 목초평이 음산한 괴소를 흘렸다. "흐흐흐…… 형님! 염려 마십시오. 혈궁 정도야 반나절이면 끝장낼 수 있습니다." 그의 웃음은 점차 확대되었다. 주위의 두 사람도 전염된 듯 함께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그건 네 말이 맞다," 웃음소리와 함께 말들은 더욱 빠르게 질주를 시작했다. 두두두둑……. 검문의 수천 기마대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대지에는 이미 한 겹 백설이 두텁게 깔리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목철심의 눈빛이 번쩍 하는 기광을 뿌렸다. "저건……?" 그는 멋진 솜씨로 말고삐를 낚아챘다. 푸레질을 하며 말이 급작스럽게 걸음을 멈추었다. 자연스레 뒤따르던 나머지 고수들도 신쾌한 기마술로 일제히 전진 을 멈추었다. 귀변마검 목초평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검마제 목철심은 전면을 주시하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이상한 일이다." 목초평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목철심은 손가락을 들어 전면을 가리켰다. "앞을 보아라! 눈이 쌓여 있질 않다." 목초평은 동공을 확대시키며 전면을 살폈다.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전면 장 넓이에 단 한 송이 눈발도 쌓여 있 지 않았다. 정말 기이한 일이었다. 눈송이는 연이어 내리고 있는데도 눈이 쌓 이지 않다니! 그때였다. 검문의 제 삼인자인 필살무정검 포대강이 돌연 마상에서 신형을 솟 구켰다. 이어 그는 근처의 한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상하군. 분명 인기척이 있었는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돌연 그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 다. "이, 이럴 수가?" 놀라는 사람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 있던 검마제 목철심 등도 대경하고 말았따 "세상에! 땅이…… 변하고 있어," 그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 치켜져 올라갔다. 그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전면에는 일대 기변이 일고 있었 다. 눈이 쌓여 있지 않던 문제의 땅이 서서히 핏빛을 띠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웬일인가?' 검마제 목철심 둥은 이 가공할 기변 앞에 경악성조차 잊었다. 놀랄 일은 계속되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짓빛으로 변한 지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 직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것은 급기야 한 덩어리의 인영으로 뭉 쳐지기 시작했다. "크카카카캇……." 온통 핏물로 뒤엉켜진 혈인이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형성되었다. 보 기만 해도 가슴이 섬뜩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헉!" 서 있던 모든 이들의 입에서 똑같은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 천지변색(天地變色)의 혈괴인. 그는 바로 십대천왕 중 일 인인 혈의환사 담사우였다. 검마제 목철심이 아연 경악하여 전신을 떨며 소리켰다. '도대체 저, 저놈은 인간인가? 악마인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듯 렬의환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시뻘건 혈광이 번뜩였다. "그대가 검문의 검마제 목철심인가?" 목철심은 급히 경악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그, 그렇다. 네놈은 웬 귀신이냐?" 혈의환사 담사우는 소름끼치는 괴소를 터뜨렸다. "크카카핫……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겁이 없는 놈이 로군. 허나 이번만큼은 용서하겠다." 평소의 목철심이라면 이런 류의 말을 듣고 그냥 넘어갈 리가 만무 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황은 모든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혈의환사는 혈안을 번뜩이며 물었다. "지금 혈궁에 가는 길인가?" 검마제 목철심은 흠칫했다. '내가 혈궁으로 향하고 있는 일은 극비다. 헌데……?' 그러나 혈의환사는 검마제 목철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 을 이었다. "크카카카…… 검문은 강하다. 허나 지금 혈궁과 맞서기에는 역불 급(力不及)이다. 가면 틀림없이 당하고 만다." 순간 목철심의 뺨에 난 검흔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미친 귀신 놈! 헛소리하지 마라!" 혈의환사가 렬광을 번뜩이며 괴소를 홀렸다 "카카카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그는 실로 적절하게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목철심은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나는 혈궁의 약점을 알고 있다. 어떠냐? 이번 일에 븐인과 합작하 는 것이……?" 혈의환사의 목소리가 은근하게 이어졌다. 그러자 검마제 목철싱의 입에서 대갈 호통성이 터졌다. "추잡한 귀신 잡졸 놈! 나 검마제 목철심은 평생 그 누구와도 타협 이갈 모른다!" 고함 소리와 함께 그의 우수가 벼락같이 움직였다. 번-- 쩍--! 언제 검을 뽑고 어느새 발출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손속 이었다. 과연 검마제 목철심이라는 이름이 부럽지 않는 순간이었다. 푹--! 검은 정확히 목표를 찔겆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분명 목철심의 묵검은 혈의환사의 심장에 깊숙이 박혔으나, 혈의환 사는 끄덕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먹전히 혈광이 이글거렸고, 그의 입에는 비릿한 조소 가 떠올라 있었다. "크카카카…… 감히 나 혈의환사 담사우에게 검을 던진다?"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서서히 그의 전신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발이 녹고. 하체가 녹고, 가슴이 녹고……. 그에 따라 목철심의 묵검 역시 지면으로 내려앗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물러서야 했다. "크크ㅋ! 좋아. 좋아. 정히 싫다면 나도 억지로 강요하고 싶은 생 각은 전혀 없다." 어느새 얼굴만 남은 혈의환사가 입술을 움직였다. 목철심은 다시 한 번 몸을 떨어야 했다. "크카카카…… 목철심! 귀문장도 막여사라는 이름을 기억하라. 너 는 결코 그의 생사교(生死橋)를 넘지 못한다." 그의 마지막 말은 땅 속에서 여운처럼 울렸다. 어느덧 혈의환사의 전신은 완전히 녹아 버렸다. "크카카팟…… 목철심! 너는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할 것이다. 크 카카카카……." 혈의환사는 사라졌다. 바닥에는 목철심의 묵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검 위로 눈송이 가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철심은 검올 주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으……." 귀변마검 목초평이 신음성을 흘렸다. "혀. 형님! 그 자는 십대천왕 중 한 명인 혈의환사였습니다." 그의 두 눈에 은은한 두려움의 전율이 담겨 있었다. 목철심도 홈칫하며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소 소문만 들었는데…… 지, 진정 무서운……." 순간 검마제 목철심이 싸늘한 호통성올 발했다. "입 닥쳐라! 초평! 너답지 못하다." 그의 뺨에 새겨진 검혼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이어 그는 고개를 돌 리며 가볍게 한 손을 치켜들었다. 휙--! 바닥의 묵검이 그의 둥뒤의 검집으로 날아들었다. "혈의환사고 꿔고 간에…… 모두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그는 훌쩍 말 위로 올라탔다. 그는 사정없이 말의 배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가자--!" 말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질풍처럼 내달렸다. 그의 뒤를 검문의 수천 기마대가 힘차게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쩐지 말발굽 소리가 여의치 않은 것 같았다. 두두두둑……. 대홍산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 * * 추풍곡(追風谷). 만금성이 있는 하북성 무석산에서 이백여 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길이는 근 십여 리에 달하고, 양쪽으로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하늘 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천험절지(天險絶地)의 계곡이었다. 한 마디로 능히 천하 요새로써의 기능과 조건을 구비한 곳이라 할만한 곳이엇 다. 그 계곡의 한쪽 벼랑 위. 언제부터인가 한 인영이 바람에 웃자락을 표표히 휘날리고 있었다. 전신에 핏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붉은 혈의를 걸친 노인이었다. 그는 잔악한 눈빛에 몹시 잔인무도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혼천혈세마(混天血世魔) 궁패(宮覇). 이것이 바로 그의 이름이었다. 그는 아수마궁의 정예 아수혈령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이었다. 혼천혈세마 궁꽤는 마치 하나의 석상이 된 듯 미동도 없이 계곡 입 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휘-- 이-- 잉! 바람은 연신 궁패의 혈의 자락을 흔들고 지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한순간 혼천혈세마 궁패의 두 눈이 음독한 광망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왔다!" 그는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두두두두둑……!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추풍곡을 진동시켰다. 계곡 입구는 자욱한 먼지 구름에 뒤덮이고 있었다. 궁패는 더욱 안력을 돋구었다. 그러자 점점 시야가 넓어지며 눈앞 의 광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발굽 소리의 정체는 일천 기마대였다. 일천에 달하는 기마대가 맹렬한 기세로 계곡을 진입하고 있었다. "흐흐흐…… 불나방 같은 놈들" 번뜩 불을 뿜는 듯한 안광으로 혼천혈세마 궁패는 기마대를 쫓았 다. 그는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그때가 언제이든 그는 가장 완벽한 시기를 골라야 했다. 이윽고 기마대의 선두가 계곡 중앙에 이르렀다. 궁패의 눈동자가 짙은 살기로 혈광을 번뜩였다. "흐흐흐흐…… 슬슬 준비를 해야갰군." 혼천혈세마 궁패의 입가에는 돌연 음독한 괴소가 피어 올랐다. 그는 한 손올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양쪽 절벽 위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 작했다. 그림자들은 순식란에 수백에 달하는 인영들로 새까맣게 메워 졌다. 하나같이 핏빛 혈의를 입은 인물들이었다. 두두두두--! 계곡 아래에서는 옇전히 노도 같은 질주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기마대의 전 행렬이 길궈란 계곡을 완전히 메웠다. 순간 흔천혈세마 궁꽤의 입술이 열리며 엄청난 일성대갈이 터져 나 왔다. "쳐라--!" 오랜 대비가 있었던 듯 반웅은 즉각적으로 이어졌다. "와-- 아!" "죽여라--!" 엄청난 함성과 함께 집채만한 바위들이 절벽 위에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콰콰콰콰. 마치 폭우가 내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거암의 폭우였 다. 허공은 금세 바윗돌로 메워지고, 캄캄한 암흑 천지를 형성했다. 이 난데없는 기습에 계곡 아래쪽에서는 일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었 다. "피해라!" "기습이다. 크악--!"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천의 기마대는 갈광질땅하억 날뒤기 시작하였다. 사람은 물론이 요, 말들도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거암에 깔려 죽는가 하면 좌충우돌하며 같은 패끼리 뒤엉켜 나동그 라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 다. 절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혼천혈세마 궁패는 비릿한 미소를 그렸 다. 계략이 적중하자 몹시도 흐뭇한 것이었다. "흐흐흐…… 자, 이제 내려가서 쓰레기를 청소하자!" 그는 재차 영을 내리며 앞장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수백의 혈의 인영들이 그 뒤를 따랐다. 휘-- 익! 휙! 신쾌히 날아내리는 그 모습들은 마치 허공을 수놓은 수백 개 붉은 꽃송이인 양 현란하기조차 했다. "한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쓸어 버려라!" 혼천혈세마 궁패는 뜩의의 외침을 날리며 몸을 날렸다. 득의에 가 득 찬 그의 전면에 유난히 커다란 말이 한 마리 보였다. "흐흐흐, 재수 없게도 네놈이 첫번째 희생양이로구나." 그는 괴소를 타뜨리며 기마를 향해 일장을 쳐냈다. 쐐애액! 퍼엉! 장력은 정확하게 마상의 인물을 격증시켰다. 둔탁한 격타음이 터지 며 마상의 인물은 줄 끊어진 연처럼 허공을 날랐다.이어 그는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혼천혈세마 궁패는 순간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감촉도 그러했고, 한마디 신음성조차 없음은 더 욱 괴이했다. 그는 의혹 서린 눈동자로 신형을 날렸다. 쓰러진 마상의 인물을 향 해서였다. 순간 궁패는 대경실색하여 소리쳤다. "허…… 허수아비……?" 그는 망연자실차게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앞에 쓰러진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과 똑같이 만 든 밀납 인형이었던 것이다. 그는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이게 도대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분명 혈수가 티어 있어야 마땅한 계곡에는 온통 쩌그러지고 뭉개진 밀납 인형투성이였다. 일천의 기마대는 사람이 없는 가짜였던 것이 다. "소…… 속았다! 모두 물러서라!" 궁패는 벼락같이 외치며 급급히 신형을 뿜아 올렸다. 이미 속았음을 깨달은 그의 수하들도 분분히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들은 채 사오 장도 장내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으하하학--!" 엄청난 앙천대소가 계곡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와 동시에 허공을 뒤덮으며 한떼의 인영들이 속속 계곡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빌어먹을!" 궁패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발걸 음을 멈추어야 했다. 휙! 그 앞에 번개같이 한 인영이 내려섰다. 삼십칠 세 가량의 태산을 짓누를 위엄을 풍기는 은의 장년인이었 다. 천마황 단금성. 바로 그였다. 그는 한 손에 괴이한 형태의 극(戟)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천마극(天魔戟)이었다. "으으……." 혼천혈세마 궁패는 전신을 죄어드는 가공할 위압감에 부지중 신음 성올 터뜨렸다. 그것은 곧 엄청난 공포로 화해 그의 혼백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한눈에 상대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다…… 단금성!" 그는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자신이 천마황 단금성의 지략에 말려들 었으며, 이제 죽음의 장막이 드리워진다는 것을……. 단금성은 조소 어린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야율노격…… 그 자는 이 단금성을 너무도 우습게 보았다, 이런 형편없는 쓰레기를 보내다니……." 쓰레기. 궁패는 자신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 받고 있었다. "뭐…… 라고?" 분노가 치밀었다. 상대가 누구라 할지라도 분노는 분노였다. 궁패는 광기 어린 흉광을 내뿜었다, "이…… 이 찢어 죽일 놈! 죽어랏!" 그는 혼신을 다하여 온몸으로 단금성을 덮쳤다. 동귀어진(同歸於 盡)을 각오한 잔악한 공세였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도 달랐다. 애당초 그는 천마황 단금성이라는 이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흐흐…… 피라미 갈은 놈!" 단금성의 비웃음이 터지고 섬광이 번뜩였다. 순간 처절무비한 단말마가 터졌다. "크아아악--!" 실로 육안으로 분간키 힘든 찰나간의 일이었다. 혼천혈세마 궁패는 머리에서 가랑이까지 두 쪽이 난 채로 피보라를 뿜으며 나뒹굴었다. 쿠-- 웅! 그의 거대한 몸뚱이가 썩은 고목처럼 육중하게 쓰러졌다. 그것이 신호였다. 새롭게 나타난 천마교의 고수들은 벼락같이 아수마궁인들을 격살하 기 시작했다. 기습을 받은데다, 수뇌까지 잃은 아수혈령대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일 수밖에 없었다. "크-- 악!" "케켁!" 천마교 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수마궁 인물들을 모조리 도륙해 나갔다. 반항은 있올 수 었었다. 그저 일방적인 도살이 있올 뿐이었다. 삽 시간에 계곡은 수백 구의 시체로 뒤덮였다. 그것은 거의가 아수마궁 인들의 시체였다. 믿을 수 없게도 천마교의 피해는 전무할 지경이었다. 단금성은 음산한 눈빛으로 계곡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계략이 정확 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세력을 두 갈래로 분산시켰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아수마 궁!" 그는 천마극을 늘어뜨렸다.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사방의 비명 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천 명의 인원은 금소천을 도와 야율노격을 친다. 허나 나머지 이 천은…… 후후후후." 그는 의미 있게 웃었다. 천마극 끝에 매달려 있던 마지막 한 방울 의 선혈이 지면을 적셨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자취도 없이 땅 속으 로 스며들었다. 비명 소리는 이제 간헐적으로 들려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꺼져가는 신음성 정도였다. 이곳은 추풍곡. 한차례 피의 폭풍이 스치고 있었다. * * * 만금성의 대격전은 이제 만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대혈전. 그 격전의 참흑성은 이루 말할 수 언을 정도였다. 아수마궁! 삼만의 고수 중 근 사천 명이 전사했다. 만금성! 역시 이천에 달하는 고수들이 전사했다. 만 하루의 대격전 동안에 육천이라는 생명이 혈수 속에 산화된 것 이었다. 만금성의 한 밀실, 단아한 향기가 퍼지고 있는 이곳에 남궁수가 누워 있었다. 남궁수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는 내성의 한 밀실에서 흔수상태를 혜매고 있었다. 귀수천의(鬼手天醫) 곽생(郭生). 만금성 최고의 의원인 그가 남궁수의 병세를 살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