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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51편 (51/79)

2026-09-22 08:16:38 조회 18
"성주님!" 철면무정 선우빙은 금소천에게 예를 취한 후, 한 통의 서찰을 공손 히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금소천의 귀에 바싹 입술을 대고 무슨 말인 지 급히 속삭였다. 금소천의 안색이 천변만화(千變萬化)를 보였다. 중인들은 금소천의 모습에서 무슨 중대사가 터졌음을 짐작할 수 있 었다. 만심전은 쥐죽은 듯한 무거운 정적 속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철면무정 선우빙은 이야기를 모두 끝내고 한켠에 조용히 시럽했다. 금소천은 무겁게 안썩을 굳히며 만십전 안을 돌아보았다. 그의 두 눈에서 지글지글 타오르는 엄청난 신광이 뿜어졌다. 대체 무슨 일인가? 만심전 안은 금소천의 모습 앞에 가슴 조이는 긴장 속으로 빠져들 었다. 문득 금소천은 질식할 듯한 긴장을 깨며 소리쳤다. "형당(形堂) 십팔도객(十八刀客)은 어디 있는가!" 형당은 조직 내부의 감찰과 경계를 맡고 있는 조직이었다. 그 중에서도 십팔도객은 저숭사자와 같은 존재로 만금성인들의 두 려움을 사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여기 대령입니다." 외침과 함께 십팔인의 대한들이 나타났다. 수중에 각기 한 자루 상문도(喪門刀)를 비껴든 냉막한 모습의 십팔 도객이었다. 그야말로 단 한줌의 인정기라고는 눈올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 는 냉혈무정한 모습들이었다. 금소천은 그들을 향해 차갑게 영을 내렸다. "천수장공(千手匠公) 명학초(明學草)를 포박하라!" 순간 중인들은 아연 경악하고 말았다. 금소천의 영은 너무도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영을 받은 형당 소속 십팔도객들까지 어리둥절하고 말 정도였 다. 그러자 금소천은 은은한 노광을 터뜨렸다. 어서 시행하지 못하겠느냐? 당장 시행치 않으면 내 친히 너희들을 베겠다." 등줄기에 찬서리를 퍼봇는 금소천의 대갈성이었다. "서, 성주님…… 존명(尊命)." 십팔도객들은 급급히 천수장공 명학초에게 몰려들었다. 천수장공 명학초. 지금 그는 안색이 흙멎이 되어 아연 당황하고 있었다. 천하제일 장인이며. 기관 설치의 천하제일인인 그. 동시에 일신 절 기 또한 강호일절로 알려진 천수장공 명학초. 고는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비…… 비켜라." 그는 십팔도객들이 포박을 가해오자 그들을 홱 밀쳐 버렸다. 이어 그는 비틀거리며 의흑과 불신에 찬 표정으로 금소천의 전면에 깆숙이 무릎을 끓었다. "서…… 성주님. 지금 성주께서는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속 하 명학초가 무슨 대죄를 저질렀기에……?" "흥!" 금소천은 명학초의 전신을 만년빙에 가두어 버리는 냉소를 날렸다. "명학초, 네놈은 진정 음흉한 놈이다. 이미 모든 증거는 확보되어 있으니 더 이상 변명할 필요 없다." 이어 그는 주춤하고 있는 십팔도객에게 추상 같은 호통성을 발했 다. "십팔도객! 어서 놈을 포박하라." 명을 받은 십팔도객이 엉거주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명학초는 이마를 대전 바닥에 부서져라 박았다. '쿵' 하는 괴음과 함께 홍건한 핏물이 홀러나오기 시작했다. "성주! 속하는 사년 전 만금성에 들면서 성주께 피의 맹세를 하는 순간부터 만금성과 성주께 신명을 바쳤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절한 진실이 가득했다. "성주님! 제발 명찰하십시오." 그는 피 끓는 음성으로 하소연했다. 그러나 금소천은 만심전이 떠나가도록 앙천광소성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명학초! 이것을 보아라." 그는 수중의 서찰을 명학초에게 던졌다, 명학초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서찰을 집어들었다. 서찰을 읽어보던 그는 벼락을 맞은 듯 대경실색의 신음성을 터뜨렸 다. "이, 이럴 수가……." 중인들의 눈동자에 거대한 의혹이 담겼다. 그들은 저마다 기광에 찬 눈빛으로 서찰과 명학초를 번갈아 응시했다. 금소천은 명학초의 대경한 모습을 주시하며 재차 앙천광소를 터뜨 렸다. "으하하핫…… 그 언젠가부터 본좌는 만금성 내에 첩자가 있음을 알았다." 중인들은 모두 거듭 경악하고 말았다. '만금성 내에 첩자가……?' 실로 혼비백산할 비사가 아닐 수 없었다. 금소천은 신광을 폭사시키며 계속 차갑게 말을 이었다. "본좌는 그 첩자가 누군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명학초, 네 가 그 첩자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었다." 그의 말은 무서운 벼락이 되어 명학초와 중인들을 무자비하게 두드 렸다. 명학초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신음성 같은 외침을 발했다. "이, 이것은 음모…… 무서운 음모입니다. 성주님……." "음모? 으하하핫……." 금소천은 가소롭다는 듯 냉소를 쳤다. "흥! 명학초. 너는 천하 그 누구의 필체도 흉내낼 수 있다. 그러나 …… 너의 필체를 흉내낼 자, 천하에 그 누구도 없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천수장공 명학초. 그는 천하의 그 어떤 것이라도 진짜보다 더 진짜답게 만들 수 있 다. 물건이든, 필체이든 그가 마음만 먹으면 황제의 옥새도 가짜로 만들 수 있고, 천하의 모든 전장(錢莊)을 위조 전표로 인해 하루아침 에 망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명학초의 진정한 필체를 흉내내지는 못했다. 남 의 것을 흉내내는 만큼 자신의 것만은 결코 도용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었다. 금소천은 잘라 말했다. "그 서찰은 분명 그대의 것…… 더 이상 변명이 필요 없다." "으……." 천수장공 명학초는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그의 입술은 이미 까맣게 말라붙어 있었다. 진정 변명하고 해명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그때 천하제일 화기명인(火器名人)인 뇌화진천 갈천후가 극히 조심 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성주님. 통찰하십시오. 명당주는 결코 그런 짓을 할 인물이 아닙 니다." 순간 금소천은 갈천후를 향해 싸늘한 호통성을 발했다. "갈당주. 닥쳐라! 그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서, 성주님……." 정면으로 무시를 당한 뇌화진천 갈천후는 지독한 수치로 인해 시뻘 겋게 얼굴을 붉혔다. "쿨룩, 쿨룩……." 그러자 한켠에 있던 천기서생 남궁수가 괴로운 기침을 터뜨리며 급 히 말문을 열었다. "성주님. 이것은 분명 제 삼의 음모…… 쿨룩……. 명당주는 그 음 모의 그물에 걸린 듯합니다." 숨이 막히는지 그는 잠시 말문을 닫았다. "쿨룩! 성주께서는 지금 흥분하신 상태……." 그러나 그의 간언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금소천은 한광을 번뜩이며 남궁수의 말을 호통으로 막았다. "남궁군사. 그대도 입다물고 있어라. 본좌는 본좌의 눈을 믿어 의 심치 않는다." 이제 남궁수의 말조차 무시하는 금소천이었다. 남궁수는 금소천의 성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번 결정하 면 결코 후회하지 않는 다는 것을. 그는 창백한 얼굴에 짙은 그늘을 깔며 입을 다물었다, 금소천은 중인들을 돌아보며 마지막 영을 내렸다. "십팔도객! 명학초를 끌고 가라. 이번 대전이 끝난 후 본좌가 직접 저자의 수급을 베리라." 순칸 중인들은 거센 충격에 혼비경악하고 말았다. 부르르……. 급기야 천도왕 여풍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수염이 거 센 폭풍을 만난 듯 무섭게 휘날렸다. "성주님!" 그 음성에는 주체 뭇할 회의와 노기가 넘치게 담겨 있었다. "성주께서는 예전 같지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일순 금소천의 얇은 입술이 냉혹하게 말려들었다. "여총관! 입다물지 못하겠소?" 그러나 천도왕 여풍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못 다물겠소이다. 노부 비록 성주에 비해 모든 것이 부족한 늙은 이이지만, 이번 일은 절대 성주님의 잘못된 처사입니다." 그는 정면으로 금소천을 공격해 들었다. "여총관!" 금소천은 무시무시한 신광을 폭사시켰다. "그대가 아무리 총관이라 할지라도 성주를 능멸한다면…… 그 죄가 가볍지 않음을 모르시오?" "으하하핫……!" 천도왕 여중은 폭풍 같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노부 이미 백오십 세가 넘은 나이…… 오늘 죽는다 해도 두려울 것은 없소이다." 그는 수중의 천도를 꽉 움켜쥐었다. 서릿발 같은 백미가 꿈틀거리며 격동을 보였다. "아마도 이번 아수마궁과의 대전에는 반드시 우리가 패배할 것이 오. 왜냐하면……?" 그는 떨리고 있는 손을 들어 금소천을 가리켰다. "성주께서 이번 일로 우리들의 절대적인 신망을 잃었기 때문이오. 우리는…… 꿈을 잃은 셈이오." 심장 송두리째 뽑아 던지는 천도왕 여풍의 노갈이 터졌다. "싸우기는 싸우겠으나…… 우린 패배할 것이오." 그는 절망적인 말과 함께 몸을 돌려 만심전을 떠나 버렸다. 중인들은 얼어붙은 듯 입을 다물고 말았다, "으음……." 문득 신기수사 백리호가 무거운 탄식성을 발하며 천도왕 여풍에 이 어 대전을 떠났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나 둘씩 대전을 떠나 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침중한 시선으로 금소천을 돌아보며 고개 를 저었다. 어느덧 만심전에는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아니, 단 한 사람은 남 아 있었다. 그는 바로 관천패였다. "으하하핫!" 금소천은 만심전을 광소성으로 메우려는 듯 잇달아 앙천광소를 터 뜨렸다, "으하하핫…… 그래, 모두 없어도 좋다. 어차피 애초부터 금소천 나 혼자였으니까." 그는 고개를 돌려 관천패를 응시했다. "관 둘째! 너도 내가 잘못했다고 보느냐? 관천패는 침중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형, 대형께서는 제 마음의 신입니다. 제가 가장 따르는 사람 또 한 대형이고…… 따라서 대형이 하시는 일은 곧 이 관천패가 행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대형께서 하시는 일은 언제나 옳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관천패의 진심이었다. 파르르……. 금소천의 눈가에 회미하게 격동하는 잔 경련이 스쳤다. 관천패는 계속 말을 이었다. "십사 년 전,도살장에서 소밖에 잡을 줄 모르던 소제에게…… 대형 은 진정한 인생을 주셨습니다." 급기야 금소천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패……." 그러나 그뿐이었다, 더 이상의 말은 서로에게 필요가 없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것은 감격의 침묵이었다. 금소천은 격동을 추스르며 말문을 열었다. "관 둘째. 한 가지 일을 맡아다오." 일순 관천패는 전신에 기쁨의 빛을 떠 올렸다. "대형. 사람을 죽이는 일입니까?" 금소천은 빙긋 웃었다. "관 둘째…… 역시 너는 천성적인 천살성(天殺星)이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누구를 죽이는 일은 아니다." 그는 품속에서 한 개 금낭을 꺼내 들었다. "사흘 후 오시에 이것을 펴 보아라. 이 금낭 안에는 네가 해야할 일이 적혀 있다. 반드시 금낭의 지시대로 행해야 한다." 관천패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금소천이 시키는 일이 기 때문이었다. "사흘 후 오시…… 사흘 후 오시……." 관천패는 그것만 부지런히 외우며 금소천 앞을 떠났다. 금소천. 그는 태사의에 전신을 더욱 깊숙이 묻으며 손깍지를 꼈다. "오존(五尊). 결코 네놈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입에서는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존…… 네놈들의 상대는 나 금소천이다. 크ㅋ! 바로 나 금소천 임을 알아야 한다." 사흘 후 오시. 아직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얼마나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것은 또 하나의 음모 속에 가리어진 제 삼의 음모이기 때문이었다. 만금전은 거대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39장 대격돌이 시작되다 훈훈함이 감도는 방안이다. 금소천은 냉한빙과 나란히 침상에 앉아 있었다. 냉한빙은 이미 만삭의 몸이었다. 그녀의 배를 덮은 이불이 유난히 불룩했다. 해산할 날이 며칠 남지 않은 것이다. 금소천은 신기한 듯 연신 그녀의 불룩한 배를 가만히 쓰다듬고 있 었다. "한빙, 몸은 좀 어떻소?" 냉한빙은 그를 바라보며 그윽한 미소를 떠올렸다. "좋은 편이에요. 그보다도…… 요즘 당신이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 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따스한 정감이 가득했다. 금소천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솔직히 좀 피곤하오." 냉한빙은 흠칫 입을 다물었다. 적이 놀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금소천의 입에서 저렇듯 힘없는 말을 들어본 적 이 없었다. 그가 피곤하다는 말올 입에 떠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심노 (心勞)가 크다는 뜻도 되리라, 냉한빙은 소리 없이 탄식을 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하란미, 하총판과 소미진이 몰래 다녀갔어요." 금소천의 눈동자에 기광이 떠올랐다. 설궁의 핵심 인물인 하란미와 소미진. 그녀들의 방문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설궁의 수백 제자들은 이미 당신이 하라시는 대로 대기하고 있어 요." 냉한빙은 나직하나 강인한 어조로 말했다. 금소천은 손올 뻗쳐 그녀의 부드럽고 긴 금발을 다정히 어루만졌 다. "한빙. 이번 일에 설궁은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소천 당신의 바로 소첩의 일…… 몸만 이떻지 않았어도 직접 당신 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채 말을 다 잇지 못하는 냉한빙의 음성에는 안타까움의 빛이 그득 했다. 금소천은 절로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하…… 괜찮소, 그대신 떡두꺼비 같은 컨강한 아들을 낳아 주면 되지 않겠소?" "어머?" 냉한빙은 짧게 소리치며 금및 옥용을 발갛게 물들였다. 아직도 수줍음이 남아 있는 처녀 같은 모습이었다. 금소천은 기분이 좋은 듯 연신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문득 냉한빙이 금빛 기이한 시선을 금소천에게 던졌다. "그건 그렇고…… 소천,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부탁……?" "들어주실 수 있나요?" 금소천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무엇이든지 들어주고말고." 그 말에 힘입은 듯 냉한빙은 자못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야율노격…… 그 사람을 죽이지 마세요." 금소천이 홈칫하며 눈올 크게 떴다. 냉한빙은 굳은 목소리를 풀지 않았다. "아사를 위해서예요." 금소천은 입이 붙어 버린 듯 말이 없었다. 표정 또한 내심을 알지 못할 정도로 담담해져 있었다. 냉한빙은 답답했다. "왜 대답이 없지요? 그것이 힘든가요?" 그제야 금소천의 입술이 무겁게 떨어졌다. "그 하나만을 억지로 살려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오. 하지만… … 내가 죽을 수도 있소." 금소천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냉한빙의 전신에 미세한 전율이 스쳐갔다. 그녀는 이내 침음성을 내뱉었다. "소천, 같은 천왕의 한 사람으로서 소첩은 당신을 평가할 수 있어 요." 금소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야율노격은 결코 당신의 적수가 될 수 없어요." 냉한빙은 단정 짓듯 말했다. 그러자 금소천의 엄중한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것은 모르는 소리요. 야율노격 그 자는 대단히 무서운 인물이 오. 천마황 단금성에 버금갈 정도로……." 냉한빙은 짐짓 투정하듯 입을 열었다. "소첩이 몸만 이렇지 않아도 당신 대신 그 자를 꺾어 보는 것인데 ……." 금소천은 빙긋 웃었다, "한빙, 당신은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소. 당신의 명옥빙공(冥玉氷 功)을 천하의 그 누가 받아낼 수 있겠소?" 그는 팔을 뻗어 냉한빙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천왕의 한 명이기보다는, 나 금소천의 사랑스 런 아내로 있는 것이 더 좋소." "아……." 냉한빙은 전신이 녹아드는 행복감에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금소천은 그 모습을 눈이 부시듯 바라보았다. "한빙, 당신은 너무도 아름답소. 요즘은 갈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구리 이러다가는 결국 내 심장이 터져 버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오." 냉한빙은 전신이 녹아 내리는 듯한 감동을 맛보았다. "소…… 천……." 그들은 깊숙이 포옹했다. 부부.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였다. * * * 남궁수는 천도왕 여풍과 마주 앉아 있었다. 있는 성질을 모두 쏟아놓고 나왔던 천도왕 여풍. 그러나 지금의 그에게서는 일체의 노기를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 었다. 다만 일이 성사된 후의 느긋한 만족감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었 다. "여총관,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까?" 남궁수가 물었다. "물론 계획대로 모두 마쳤네." 천도왕 여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궁수의 입가에는 회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기침이 터져 나왔다. 그는 몇 번 기침을 토 하고 난 후 더욱 창백해진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계획은 거의 완벽에 가까워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천도왕 여풍은 재차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일세. 그 누구도 만심전에서 금성주가 한 행동이 연극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네." 놀라운 말이었다. 금소천의 의외의 행동이 모두 연극이었다는 말인가? 남궁수는 미소 띤 얼굴로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천고기재의 머릿속에는 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쿨룩! 쿨룩…… 쿡…… 쿨룩." 돌연 그는 극심한 기침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그의 손을 벗어난 찻잔은 탁자 위에 떨어져 소리내어 깨졌다. 남궁수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은 채 기침을 계 속했다. "쿨룩, 쿨룩…… 크윽……!" 급기야 남궁수의 입에서는 시뻘건 선지피가 토해졌다. 핏줄기는 깨진 찻잔 위로 왈칵 쏟아져 내렸다. 하얀 파편 위에 선렬히 피어난 시뻘건 혈화(血花). 천도왕 여풍은 대경하여 황급히 다가왔다. "남궁군사!" 남궁수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느샌가 기침은 멈추어 있었다. 대신 그는 온 전신에 세찬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통증이나 기침 때꾼이 아니었다. "반드시……." 남궁수는 와락 깨진 찻잔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예리한 파편이 토해진 각혈파 함께 사정없이 살 속을 파고들었다. "이보게, 군사……." 여풍은 대경한 음성으로 남궁수를 불렀다. 그러나 남궁수는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비장한 음성이 피묻은 입술 사이로 흘렀다. "야울노격을 꺾고, 단금성의 이증 음모를 막아야 하고…… 그리고 모종의 마각(魔脚)을 모조리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불길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으로 반짝이는 생기일 뿐이었다. "우욱…… 쿨럭." 남궁수는 또 다시 심한 기침을 터뜨렸다. 그리고 기침 끝에 그는 타시 한 사발의 각혈을 토했다. 부르르……. 창백하기가 밀납 같은 그의 안면에 세찬 경련이 스쳤다. '그런데…… 그런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이 불안감은 대체…… 대체…….' 꽉 움켜진 손 사이로 진흥빛 선혈이 스물스물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입으로 토한 각혈보다 뜨거운 피였다. * * * 궁사(弓邪). 그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담담했다. 그러나 행색은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전신 의복은 여기저기가 찢 겨지고 은은하게 선쐴까지 비치고 있었다. 아수마궁의 사대마신이 상 상외로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백오십 세 이상의 이들 사 인의 파천고수들의 합공 앞에서는 천하의 궁사도 대경치 않올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과의 혈전이 거듭될수록 궁사의 표정은 지독하리만치 담담해지고 있었다. 놀란 것은 사대마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궁사의 가공할 손속 앞에 대경하고 있었다. 무려 일천 초의 대혈전. 전력을 다해 공략해 들었지만 궁사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으……." 사대마신들은 내심 경악에 찬 신음성을 홀렸다. "궁사, 너무도 강하다. 중원에 이렇게 강한 자가 있으리라고는 꿈 에도 생각지 못했다." 궁사와 사대마신은 일천 초의 혈투를 치른 후, 짧은 시간의 소강 상태를 이루고 있는 중이었다. 문득 궁사가 극히 무심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사대마신, 생각할수록 애석한 일이로구나." 사대마신의 지친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금갑마신이 신음성처럼 되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 "그대들의 무공은 가히 천하 일품들이다. 그러나 머나먼 천축에서 이곳 중원까지 와서 죽는다는 것은 진정 애석한 일이 아니겠느냐?" 그러자 사대마신들은 노기 충천하여 외쳤다. "미친놈!" 궁사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수중의 지옥 참마도를 치켜들었다. "이제부터 나 궁사가 지옥참마도법의 진정한 정수를 맛보여 주겠 다." 협박과도 같은 일갈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지면을 살 짝 걷어차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산혼도(散魂刀)! 쾌락성(快落星)! 망응혈(芒凝血)!" 번-- 쩍! 가공할 도기(刀氣)가 폭죽 터지듯 사대마신을 압박해 들어갔다. 지 옥참마도법의 정수가 일시에 펼쳐진 것이었다. "대, 대단하다." 사대마신들은 내심 전율을 금치 못했다. 금갑마신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켰다. "모두 대응하라!" 그러나 굳이 그의 외침이 아니었어도 나머지 삼대마신들은 맞대응 을 서두르고 있었다. 금갑마신! 그의 금갑에서 태양조차 녹일 듯한 열기가 터졌다. 은갑마신! 그의 전신 은캄에서 무수한 은빛 비늘들이 일제히 서릿발처럼 돋았 다. 동갑마신! 전신의 무수한 청강침(靑鋼針)들이 악마의 송곳니 같은 시퍼런 빛 줄기를 토했다. 철갑마신! 십팔사륜은 죽음의 폭중 갈은 진저리쳐지는 파공음을 일으키며 엄 청난 회전을 일으켰다. 번쩍--! 파파파팟! 사대마신들의 상상을 절하는 무지막대한 공세가 궁상의 지옥참마도 법에 뒤엉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