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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38편 (38/44)

2026-09-22 07:55:38 조회 18
그 인영은 나타나자마자 막 지면으로 떨어지려던 망아사태를 받아 안았다. 순간, "억! 네놈은 누구냐?" 그 인물을 본 천뇌자는 안색이 홱 변했다. 막붕비! 돌연히 나타난 인영은 바로 막붕비였다. 그는 급히 망아사태의 가슴 요혈을 짚어 시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했다. 이어 그는 무서운 눈으로 성큼 천뇌자의 앞으로 나섰다. "천뇌자! 이 정도에서 그만 탈을 벗는 것이 어떠냐?" 그의 추상 같은 일갈에 천뇌자는 안색이 홱 변했다. "무슨 개소리냐? 애송이!" 그는 눈을 부릅뜨며 거칠게 대갈을 내질렀다. 막붕비는 얼음장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천뇌자를 노려보았다. "자부문의 앞잡이가 되어 만겁마가를 팔아 넘긴 것을 이제와서 부인해 보았자 소용 없을텐데......!" 순간, 천뇌자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 그렇군! 네놈은 간밤에 비마왕(飛魔王)으로 변신했던 놈이군!" 그제서야 그는 막붕비의 존재를 깨달은 듯 경악의 눈빛을 지었다. 짧은 순간 그의 안색이 여러 차례 변화했다. (저 놈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죽여야만 한다!) 그는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렸다. 다음 순간, 그는 마왕잠을 번쩍 쳐들며 불사전황을 향해 일갈했다. "전황! 저 놈부터 죽이시오!" 한데, 그의 말이 떨어졌을 때였다. "누구를...... 어쩌라고? 다시 한 번 주절대 봐라, 늙은이!" 돌연 얼음장같이 싸늘하고 요악한 일갈이 천뇌자의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순간, (헉! 이 목소리는......!) 천뇌자는 아연하며 벼락같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하나, 번---- 쩍! 꽈당! 새파란 요광(妖光)이 번개같이 작렬하며 천뇌자가 들고 있던 마황검이 허공으로 퉁겨졌다. 동시에 "크---- 윽!" 천뇌자의 입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때, 스---- 읏! 한 명의 갈의소녀가 날렵하게 날아올라 마왕잠을 잡아채며 허공에서 우뚝 몸을 세웠다. 북궁설! 바로 그녀가 아닌가? 그녀를 본 순간, "너...... 너는 화정곡의 요녀!" 천뇌자는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비칠 물러섰다. 그와 함께 그는 북궁설을 마주 보지 않으려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이때, 돌연히 나타난 북궁설을 보며 대비신니와 불사전황은 일시 손을 멈춘 채 경이의 표정을 지었다. (저 어린 시주가 누구이기에 천뇌자가 저토록 두려워 한단 말인가?) 그들은 의아함을 금치 못하는 기색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케---- 에엑!" "크아아......!" 돌연 대비암 안에서 철혈강시들의 단말마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 "......!" 중인들은 흠칫하며 대비암 쪽을 주시했다. 그 순간, "태...... 태상!" 콰드득! 시황이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급급히 대비암 밖으로 날아나왔다. 그와 함께 대비암 안으로 들어간 철혈강시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뿐만이 아니었다. 시황, 그 자신조차 성한 몰골이 아니었다. 그는 가슴에 시커먼 장인(掌印)이 찍힌 채 피를 줄줄 흘리며 도망쳐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본 천뇌자는 아연실색했다. (아니...... 대비암 안에 누가 있기에 시황을 저 꼴로 만들었단 말인가?) 바로 그때, "와! 봐요, 사부님! 붕비가 돌아왔잖아요!" 문득 한 줄기 해맑은 소녀의 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이어, 스---- 읏! 대비암 안쪽에서 삼 인이 표표히 날아나왔다. 장미공주 주약금, 그리고 한 명의 회의노파와 장대한 체격의 노인이 그들이었다. 선두의 회의노파, 그녀의 인상은 실로 기이했다. 그녀의 몸에서는 찌르는 듯한 허무와 고독의 그림자가 배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보는 이마저 허무한 분위기로 물들일 듯 기이한 느낌이었다. 거구의 노인, 그는 흡사 나한신장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었다. 장미공주 주약금은 그 거구노인의 넓은 어깨 위에 나비같이 올라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해맑고 아름다와 보였다. 천뇌자, 그는 한눈에 회의노파와 거구노인이 불사전황이나 대비신니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은 초고수들임을 알아보았다. 시황을 낭패케 만들고 철혈강시들을 격살한 것은 바로 그 노인과 노파였다. 이때, 스---- 읏! 회의노파와 거구노인은 눈 깜짝할 사이 중인들의 앞에 이르렀다. 막붕비는 놀라운 눈으로 그들 두 초고수를 바라보았다. (이 분들은...... 고독모모(孤獨母母)와 나한천존(羅漢天尊)이로군!) -고독모모. -나한천존. 그렇다! 그들은 바로 황실 신비각(神秘閣)의 전설적인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장미공주 주약금이 황실을 뛰쳐나오자 일천 명의 자의천위를 이끌고 주약금의 종적을 쫓아 이곳 복우산까지 온 것이었다. 고독모모, 그녀는 주위의 인물들에게는 일별도 하지 않고 막붕비의 앞으로 다가섰다. 스---- 읏! "아이야! 네가 승상부의 막붕비냐?" 그녀는 낮게 가라앉은 음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는 워낙 왜소하여 막붕비를 한참 올려다 볼 정도였다. 하나, "......!" 막붕비는 그녀의 그 우울한 회색눈을 마주 보는 순간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숨막히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것은 만겁마종 패무극이 풍기던 기도 이상의 것이었다. (세상은 역시 넓다! 사대천왕의 휴예들에 못지 않은 이런 초고수가 또 존재하고 있으니......!) 막붕비는 내심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고독모모에게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후배가 막붕비입니다!" 고독모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천뇌자와 시황을 주시했다. "네게 급히 처리할 일이 있는 모양이니...... 너에 대한 문책은 그 후로 미루마!" 그녀는 우울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순간, 막붕비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고독모모...... 그녀는 이미 막붕비가 주약금의 처녀를 범한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무서운...... 할머니를 만났군!) 막붕비는 내심 뜨끔하여 고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천뇌자 쪽으로 돌아서며 싸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천뇌자! 그대가 지금까지 해온 짓을 본인은 잘 알고 있다! 당장 이 자리에서 그대를 처단해야 옳으나...... 그대에게서 빚을 받아낼 사람은 따로 있으므로 살려 주겠다!" "......!" 천뇌자의 안색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수시로 변했다. 하나, 그는 대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주위에는 지금 자신을 능가하는 초고수들이 무려 여섯 명이나 있었다. 북궁설을 비롯하여, 고독모모와 나한천존, 거기에다 대비신니와 불사전황까지, 그들 육 인의 초고수는 사대세가의 가주들에 못지 않은 강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곧 계란으로 바위를 때리는 것과 같은 것임을 모를 천뇌자가 아니었다. (바득! 두고 보자, 애송이놈!) 천뇌자는 내심 분함을 금치 못하며 이를 부득 갈았다. 하나, 그는 묵묵히 막붕비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막붕비는 싸늘하게 식은 음성으로 분명하게 말했다. "자부문에 가서...... 그대의 괴수에게 전해라! 곧...... 그의 목을 가지러 가겠다고." 천뇌자는 거칠게 입술을 실룩였다.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 애송이! 결단코!" 거칠게 말을 내뱉음과 함께, 스---- 읏! 그는 이를 악물며 몸을 떠올려 산 아래로 날아갔다. 그러자, "......!" 시황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급급히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막붕비는 그들의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어, 그는 불사전황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전황(戰皇) 노선배에게는...... 혼해룡이라는 뛰어난 제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찬이오, 소협!" 불사전황은 자기도 모르게 막붕비의 기도에 위압되어 포권하며 말했다. 막붕비는 정중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혼해룡 문주님에게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 추종하라고 전해 주십시오!" 불사전황은 그의 의도를 알고 흔쾌하게 웃었다. "허허! 알겠소! 소협에게 빚을 졌으니 무슨 분부인들 못 따르겠소?" 이어, 스---- 읏! 그는 껄껄 웃으며 즉시 거구를 날려 산 아래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막붕비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제 되었다! 천뇌자를 뒤따라가면 자부문이 어디에 있는지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이윽고 그는 빙글 돌아섰다. 순간, "......!" 막붕비는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망아사태, 철혈강시들의 시독철장에 중독된 망아사태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막붕비가 자신을 알아본 것을 느끼고 부상당한 몸으로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막붕비는 그녀가 보이지 않자 왠지 서운함을 느꼈다. (바보같은 분......!) 그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망아사태, 아니 비취여제가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여인으로서의 가장 수치스러운 상태를 자신에게 보인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막붕비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비취여제가 자신과 몸을 섞었고 그 과정에서 여자로서의 기쁨을 맛보았음을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을 피하고 있음을......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막붕비, 그는 비취여제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과 걱정으로 잠시 말을 잊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무어야? 다시 말해봐! 어째서 붕비가 너 삵쾡이 같은 계집애 것이라는 거지?" 갑자기 찢어지는 듯 앙칼진 주약금의 교갈이 막붕비의 귓전을 때렸다. "......!" 막붕비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장내의 한쪽, 쩔쩔 매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나한천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앞, "......!" "......!" 두 소녀가 독오른 암코양이같이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장미공주 주약금, 그녀와 북궁설이었다. 이때, 북궁설은 두 눈을 새파랗게 번뜩이며 주약금에 지지 않으려는 기세로 교갈했다. "그래! 다시 말할 테니 잘 들어! 가가(哥哥)는 아빠가 설아를 돌보라고 보낸 사람이야!"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득의하며 말했다. "흥! 얘기를 안해 주려고 했지만 가가하고 나는 벌써 아기를 만드는...... 그 일까지 했다구!" 너무도 득의양양한 그녀의 기세, 그런 말을 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태도였다. 이때, (어이쿠! 저 철딱서니 없는......!) 막붕비는 그만 질겁하며 와락 안면이 구겨졌다. 실로 어이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주약금, 북궁설의 대담한 선포(?)에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 전신을 부르르 경련했다. "무...... 무어야?" 그녀는 두 눈에서 시퍼런 독기가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잡아먹을 듯 매섭게 북궁설을 노려보았다. "가만 두지 않겠어! 나쁜 계집!" 다음 순간, 쐐! 그녀는 득달같이 북궁설을 덮쳐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러자, "흥! 누구 맘대로......!" 북궁설도 질세라 마주 주약금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항덩이가 되어 나뒹굴었다. 그녀들의 그런 모습에, "공...... 공주님!" 나한천존은 어쩔 줄 몰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막붕비는 기가 질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빌어먹을...... 여기서 더 꾸물대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겠군!) 그는 낭패한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다. 코 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한데 그 순간, 문득 막붕비의 등 뒤에서 한 줄기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자네...... 좀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군, 그래!"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노파의 음성, 그 음성의 주인은 바로 황실제일인이자 주약금의 대모인 고독모모였다. 순간, (죽...... 었군!) 막붕비의 인상이 와락 이지러졌다. 잔뜩 찌푸린 궂은 하늘같이...... * * * 밀실(密室)---- 츠으...... 츠으...... 기이하게도 드넓은 석실 전체는 온통 두터운 얼음과 성애로 뒤덮여 있었다. 살을 얼어붙게 만드는 무서운 냉기로 뒤덮인 빙실(氷室). 그곳은 온통 얼음투성이었다. 한데, 그 빙실의 한가운데, "......" 여인, 한 명의 여인이 발가벗은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마치 새하얀 얼음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듯한 미인(美人). 그녀의 전신은 내부가 비쳐 보일 듯 반투명했다. 그것은 그녀의 피부 뿐만 아니었다. 허리 아래까지 이르는 모발과 사타구니, 그리고 겨드랑이의 체모까지도 모두 반투명한 백색이 아닌가? 지금, 반투명한 얼음으로 빚어진 듯한 그 미녀는 역시 얼음으로 만든 침상 위에 반듯하게 누운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녀의 아랫배, 단전 부근에는 하나의 이상한 물체가 꽂혀 있었다. 그것은 약간 검은빛이 도는 얼음조각 같은 물체였다. 길이는 반 자 정도, 츠으...... 츠으...... 그 기이한 얼음조각은 지금 빙미인(氷美人)의 단전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이때, 뚜벅......! 문득 한 명의 인물이 빙실로 걸어 들어왔다. 중후한 인상의 자포중년인. 그는 오른팔이 없는 외팔이었다. 무엇 때문인지 그의 전신에는 섬뜩한 붉은 핏빛이 감돌고 있었다. 문득, 자포인은 빙실 안으로 들어서며 괴로운 신음을 발하며 중얼거렸다. "으음...... 그 놈의 마성(魔性)은 예상 외로 강하다. 이러다 흡혈마황검의 마성에 당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군......!" 그의 눈빛이 침중한 빛으로 굳어졌다. 자포중년인---- 그는 누구인가? 뇌황(雷皇)! 그 자는 바로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는 대효웅이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여전히 자면천존 단목후의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 모두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알고 있었다. 무섭고 잔혹한 음모의 주역...... 뇌황은 문득 고개를 저으며 자위하듯 기소를 흘렸다. "후훗! 하지만...... 결국 이기는 것은 본좌다. 나는...... 흡혈마황검 따위의 마물에 질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다!" 이어, 그는 천천히 얼음 침상 위의 미녀 앞으로 다가섰다. "천년마녀......!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날 때가 다 되어가는군!" 그는 빙미인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강렬하게 번뜩였다. -천년마녀! 아...... 그렇다! 빙미인은 바로 악마삼보 중 최후의 마물(魔物) 천년마녀였다. 그녀가 깨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천 오백 년 전---- 초대 만겁마가의 가주 천마황에게는 아주 아름다운 한 명의 딸이 있었다. -천마서시(天魔西施)!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악마성황, 그는 천마황의 딸을 납치하여 그에게 복수하고자 했다. 그는 사부인 천마황이 자신의 아내를 능욕한 일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그 복수를 천마황의 딸을 통해서 하려한 것이었다. 악마성황은 청순하기만 하던 천마서시에게 사법(邪法)과 마약을 주입시켰다. 단번에 그녀를 희대의 탕녀로 만들어 천마황에게 돌려보낸 것이었다. 만겁마가로 돌아간 천마서시, 그녀는 그 날부터 만겁마가의 고수들을 유혹하며 육체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한데, 실로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한 번 천마서시를 안았던 자들은 모두 정혈과 내공을 그녀에게 갈취당해 속속 말라 죽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 끔찍한 사건은 잇달아 계속되었다. 천마서시, 그녀 한 사람으로 인해 만겁마가의 일천 고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당했다. 마침내, 천마서시는 자신의 아버지인 천마황에게까지 마수를 뻗쳤다. 그 결과는 어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후 천마황은 그의 딸 천마서시와 함께 만겁마가에서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천마황이 딸의 유혹을 못 견뎌 그녀를 범한 뒤 수치를 견디지 못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죽었다고도 말을 한다. 하옇튼...... 그 후 천마서시는 어떤 경위로 인해 다시 악마성황에게로 돌아갔다. 그녀가 악마성황에게 돌아 왔을 때 그녀의 몸에는 천 명의 고수에게서 갈취한 천년내공이 잠재되어 있었다. 악마성황, 그는 그 천년내공으로 천마서시를 불사(不死), 불노(不老),의 초마인으로 만들어 만겁마가를 아예 뿌리째 멸절시키려 했다. 하나, 대법이 최후단계에 이르렀을 때, 악마혈종은 너무도 뇌살적인 천마서시의 육체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를 범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어떠했겠는가? 어이없게도 악마성황 그 자신도 천마서시에게 모든 내공을 갈취당해 죽고만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천마서시, 그래서 그녀는 악마대법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천 수백 년 동안 긴긴 잠을 자게 된 것이었다. 실로 놀랍고도 엄청난 비사. 그것이 바로 천 오백 년 전의 일이었다. * * * "천년빙정이 모두 스며드는 순간 이 아름다운 마녀는 부활하게 된다. 나 뇌황의 시녀로......!" 뇌황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천년빙정(千年氷精)! 그렇다. 빙미인(氷美人)---- 천마서시(天魔西施)의 몸으로 녹아드는 얼음은 바로 천년빙정이었다. 천년빙정의 빙하지기는 천지간에서 가장 지독한 것이었다. 그것은 일천 오백 년 전, 악마성황이 완성시키지 못한 악마대법을 완성시켜 천마서시를 부활시키게 된 것이다. 이십 년 전, 뇌황은 그 천년빙정을 얻을 목적으로 막북 천빙곡을 괴멸시켰었다. (정말 대단한 우물(尤物)이다. 이 계집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격렬한 욕정이 인다!) 뇌황은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그는 벌개진 눈으로 천년마녀---- 천마서시의 하체를 보았다. 은백색의 체모가 소담스럽게 돋은 구릉 아래로 아주 미묘한 분홍색의 속살이 내비쳤다. "......!" 뇌황은 떨리는 손을 내밀어 천년마녀의 체모가 덮인 둔덕을 쓰다듬었다. 이어, 그는 슬금슬금 손을 천년마녀의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뜨렸다. 엷은 분홍색의 꽃잎이 얼음같이 차가우면서도 아주 보드랍게 그의 손끝을 자극했다. "으음......!" 뇌황의 두 눈이 욕정으로 빨개졌다. 그는 숨을 멈추며 손가락으로 천년마녀의 꽃잎을 헤치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지존! 속하 영제(影帝)이옵니다!" 돌연 빙실 밖에서 극히 조심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 뇌황은 움찔하며 천년마녀의 그곳에서 손을 빼었다. "무슨...... 일이냐?" 뇌황은 방해당한 것이 못내 불쾌하여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예의 영제라는 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만겁마가의 천뇌자가 시황과 함께 방금 궁의 권역에 들어왔습니다!" 뇌황은 흠칫 놀랐다. 그는 검미를 꿈틀하며 재차 물었다. "그 늙은이가 복우산에 있지 않고 무슨 일로 본문에 왔단 말이냐?" 영제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것이...... 천뇌자는 지옥혈황이란 자에게 만겁마가에서의 기반을 상실하고 쫓겨온 모양입니다." "무어라고?" 우르르릉! 뇌황의 일갈노성에 빙실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치리릭...... 얼마나 노했는지 뇌황의 머리카락이 창날같이 꼿꼿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에, 영제는 겁에 질린 음성으로 조심스럽게 대강의 경위를 말했다. "멍청한...... 늙은이! 필경 정신없이 도망쳐 오느라고 꼬리를 달고 왔으리라!" 뇌황은 이야기를 들은 뒤 입술을 실룩이며 말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영제가 급히 맞장구를 쳤다. 그것을 귓전으로 흘리며 뇌황은 음침하게 눈을 번뜩였다. (그래, 필시 지옥혈황이라는 그 애송이 놈이 직접 천뇌자를 쫓아 남하했기 쉽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그 눈의 가시 같은 놈을 제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뇌황의 입가로 음흉한 미소가 흘렀다. 그의 뇌리로 사악한 암계가 떠오른 때문이다. "좋아! 곧 귀중한 손님이 올 것이다! 그 놈이 오거든 절대 막지 말고 그물 속으로 끌어 들이는 것이다. 알겠느냐?" "예...... 옛!" 영제라는 자는 의아했지만 더 이상 물어볼 엄두도 못내고 황급히 대답했다. 이어, 스---- 읏! 지극히 경미한 파공음이 빙실 밖에서 일며 누군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지극히 은밀하며 뇌황이 아니면 알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흐흐! 어서 와라! 지옥혈황! 적붕천황을 죽여 북방에서의 본좌의 기업을 와해시킨 대가를 톡톡이 치루도록 해 주마!" 뇌황은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뚜벅! 이어 그는 아쉬운 듯한 눈길로 힐끗 천년마녀를 돌아본 뒤에 빙실(氷室)을 나섰다. <빙마부(氷魔府).> 언뜻 그가 나선 빙실의 문에 그 같은 글이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정말 견디기 힘들군! 후궁에 가서 려군을 한 차례 안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하겠구나!" 뇌황은 한숨을 쉬며 빙실에서 멀어져 갔다. -려군(麗君)! 그 자가 입에 올린 그 이름은 설마 자면천존 단목후의 아내인 미려군이란 여인을 말하는 것일까? * * * 여인의 규방. 결코 화려하지 않으나 매우 단아하게 치장된 규방이었다. 그것은 그 방의 주인인 여인의 성품이 어떠한지를 은연중에 나타내 주고 있었다. 한데, "아아...... 흑!" 환한 대낮이 건만 문이 굳게 닫힌 규방에서는 끊일 듯 끊일 듯 여인의 할딱거림이 새어나오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