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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36편 (36/44)

2026-09-22 07:55:38 조회 21
"......!" 막붕비 역시 천뇌자의 말에 해연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흥! 듣기 싫어, 수염쟁이야! 설아의 꽃밭을 너희들 따위에게 짓밟힐 수는 없어! 좋게 말할 때 물러갓!" 갈의소녀가 앙칼진 음성으로 당돌하게 교갈했다. 천뇌자, 그의 안면이 일순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사황(邪皇)의 후예라고 많이 봐주었더니...... 너는 너무 건방지구나!" 그는 싸늘하게 말하며 시황을 향해 슬쩍 손짓을 해보였다. 그 순간, "카아----!" "크크큽......!" 두 명의 철혈강시는 괴성을 내지르며 기다렸다는 듯 갈의소녀를 덮쳐들었다. 그 광경에 막붕비는 대경했다. (위험하다!) 그는 철혈강시들의 흉흉한 기세에 위기감을 느끼며 당장 뛰쳐나가려 했다. 한데 그때, 기변이 일어났다. 파---- 앗! 돌연 갈의소녀의 두 눈에서 새파란 빛이 폭사되어 철혈강시의 머리를 강타했다. 순간, "크아아----!" "케---- 에엑!" 쿵! 쿵! 철혈강시들은 갑자기 눈을 감싸쥐고 괴성을 토하며 허공으로 뚝 떨어졌다. 아...... 보라! 그런 철혈강시들의 칠공에서는 시퍼런 액체가 꾸역꾸역 솟아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것들은 눈, 귀 할 것 없이 시퍼런 액체를 토해내며 전신을 부들부들 경련했다. 그러다 이내 철혈강시들은 뼈와 가죽만 남아 비쩍 마른 나뭇가지같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흡사 흡혈마황검에 정혈이 빨려 죽은 시체들과 똑같은 형상이었다. 순간, "역...... 천사황(逆天邪皇)의 역천흡정마안(逆天吸精魔眼)이다!" "......!" 화드득! 천뇌자와 시황은 독사를 만난 듯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며 부르짖었다. 이어, 그들은 급급히 십 장 밖으로 물러났다. -역천흡정마안! 가장 무서운 사공(邪功)! 다만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정혈을 갈취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천 년 전 사대천왕에 패퇴했던 막북(漠北)의 최고사공이었다. 하나, 그것은 천 년 전 역천사황이 실종됨과 함께 절전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무서운 절기가 갈의소녀에게서 재현된 것이 아닌가? 천뇌자와 시황은 공포의 표정으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물...... 러가자, 시황!" "바...... 바득! 두고 보자!" 피---- 잉! 휘르르...... 그들은 손으로 두 눈을 가리며 황급히 곡구 밖으로 달아났다. 당당한 마가삼태상 중 일 인인 천뇌자, 그가 그런 부끄러운 꼴을 보이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이때, "흥! 염소 콧구멍 같은 늙은이들이 어디와서 야료야, 야료가?" 갈의소녀는 꽁무니가 빠져라 달아나는 두 마두를 보며 싸늘하게 코웃음쳤다. 이어, "자! 이제 그만 기어나올래? 도둑고양이 같은 자식!" 문득 그녀는 매섭게 외치며 막붕비가 은신한 쪽으로 홱 돌아섰다. (이크......!) 막붕비는 움찔했다. 하나, 들킨 이상 어쩔 수 없이 그는 주춤주춤 일어섰다. 몸을 일으켜 갈의소녀를 바라보던 막붕비, "......!" 순간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의 눈앞, 마치 요정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녀가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갈의소녀, 그녀의 나이는 대략 십 육칠 세 정도로 보였다. 화장이라고는 평생 해 본 적이 없는 듯 청순하고 해맑은 용모의 소녀. 그녀는 만지면 꺼져 버릴 듯 그렇게 아름다왔다. 특히, 맑고 커다란 두 눈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상큼하게 휘어진 버들잎 같은 아미, 마늘쪽같이 오똑한 콧날의 선, 앵두를 입에 문 듯 붉고 도톰한 입술...... 실로 완벽의 미(美)를 갖춘 보기드문 미소녀였다. 한데, 그녀의 커다란 두 눈, 그곳에서는 요악한 사기가 안개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몸 주위로는 숨막히게 하는 요기의 덩어리가 감돌고 있지 않은가? 청순하고 맑은 미모와 너무도 대조적인 분위기, 그것이 소녀를 마치 지옥에서 도망쳐 나온 귀여운 소악마를 연상케 했다. 이때, 갈의소녀는 상큼 아미를 치켜세우며 싸늘하게 코웃음쳤다. "흐응...... 네놈도 사내녀석이구나! 돌아가신 엄마가 그랬어! 세상에 믿을 사내는 단 한 놈도 없다고! 그래서 보는대로 잡아죽여야 한다고......!" 츠---- 읏! 그녀는 막붕비를 보자 두 눈을 새파랗게 물들이며 조잘거렸다. 그 말에 막붕비는 가슴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끔찍한 어머니에 공포스런 딸이로군!) 그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하나, 그는 내색지 않고 급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저, 사실 나는 소저의 아버님이......!" 그러나 그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닥치고...... 너도 그만 죽어!" 짜---- 작! 돌연, 갈의소녀의 두 눈에서 새파란 뇌전이 작렬하며 막붕비를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우웃!" 막붕비는 아연실색했다. 그는 황급히 양극마강을 두 눈에 모아 대항했다. 순간, 빠지직---- 막붕비의 눈앞에서 폭죽이 터지듯 불꽃이 작렬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뒤로 붕 날아갔다. "지...... 지독하군!" 막붕비, 그도 일시지간 자신의 두 눈이 실명했음을 깨닫고 경악성을 발했다. 그 순간, 꾸---- 끙! 막붕비는 재차 가슴에 강렬한 충격이 가해짐을 느끼며 아찔하게 정신을 잃어갔다. (이...... 이런 엉터리 같은......!) 막붕비는 실로 어이가 없었다. 하나, 그의 의지와는 달리 그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한데 그때, "어! 이건 아빠의 칼(刀)인데...... 이 동물이 왜 갖고 있지?" 문득 혼미한 가운데 갈의소녀의 놀란 음성이 들렸다. 아마도 그녀는 막붕비가 마도 묵룡풍을 메고 있음을 발견한 듯했다. 소녀의 그 말에 막붕비는 어이없음을 금치 못하며 입술을 실룩였다. (나...... 보고 동물이라고......?) 내심 실소하며 중얼거리던 막붕비, 마침내 그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막붕비는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윽......!" 그는 격렬한 두통을 느낌과 함께 두 눈을 가시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절로 신음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돌연, "많이...... 아파?" 근심이 함빡 담겨 있는 소녀의 음성이 막붕비의 귓가로 흘러드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슥......! 뼈조차 없는 연체동물같이 보드라운 손이 막붕비의 뺨을 쓰다듬었다. (북궁설......!) 막붕비는 고통을 참으며 상대를 올려다 보았다. 북궁설(北宮雪)! 그녀는...... 바로 그녀였다. 북궁설은 근심 어린 시선으로 막붕비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막붕비...... 그는 만화(萬花)가 개화(開花)해 있는 꽃밭 속에 누워 있었다. 한데, 그의 머리는 한껏 물이 올라 탄력이 넘쳐 흐르는 북궁설의 허벅지 위에 올려져 있었으니, 문득, "미안해...... 아빠가 보낸 사람인 줄 알았으면 아프게 하지 않고 귀여워해 줄 걸......" 북궁설은 자못 심각한 어조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말을 들은 막붕비는 아무런 반박도 없이 씁쓸한 고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큽! 병주고 약주는군! 이건 순전히 애완동물로 취급하고 있으니......) 막붕비는 어이없는 실소를 흘리며 억지로 신형을 일으켜 세웠다. 순간, "윽......!" 그는 관절의 마디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하여튼...... 무서운 사공(邪功)이었다! 정말 이 어린 계집이 역천사황의 전인이란 말인가?) 막붕비는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끼며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를 북궁설은 암코양이 같이 쪼그리고 앉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마도---- 묵룡풍이 놓여져 있었다. 막붕비는 묵룡풍을 일별하며 말을 꺼냈다. "아가씨가 정말 아수천황 북궁혼 선배의 따님이오?" "그럼...... 설아의 아빠가 아수천황이 아니시면 누구지?" 막붕비의 말에 북궁설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귀엽게 갸웃거렸다. 이어, 그녀는 마도 묵룡풍을 쳐들며 말을 이었다. "한데...... 아빠의 칼(刀)을 왜 네가 갖고 있어?" 막붕비는 그녀의 스스럼 없는 반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산중에 홀로 살아와 세속의 예의범절을 모르는 그녀를 탓할 수는 없는 터...... "이봐! 나를 보고 함부로 말하면 안돼! 아가씨보다 내가 연상이니까!" 일단은 타이르는 막붕비, 하나, 북궁설은 도시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무어라고 해야 해?" "......!" 막붕비는 말이 막히는 듯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가가(哥哥)라고 하거라!" 그의 말에 북궁설은 아기같이 환히 웃으며 손뼉을 쳤다. "아......! 네 이름이 가가로구나!" (아이쿠...... 두야!) 막붕비는 골머리가 찌끈거림을 느끼며 내심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녀와 말씨름할 힘도 없어 그대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말았다. "그래, 마음대로 부르렴. 그리고...... 아가씨의 아버님은 먼 곳으로 떠나셔서 당분간 이 화정곡에 들리실 수 없게 되었단다! 그래서 나를 보고 이 마도 묵룡풍을 아가씨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셨단다!" 막붕비는 차마 아수천황 북궁혼이 죽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생각나는 대로 둘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북궁설...... 그녀는 슬픈 표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빠는...... 아주 멀리 가셨어?" 그녀의 울음섞인 물음에 막붕비는 나직이 한숨을 토로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아주 멀리 가셨단다! 그래서 설매를 나보고 보살펴 주라고 하셨어!" 그의 말이 끝나자, 북궁설은 그제야 다소 옥용(玉容)을 환하게 밝혔다. 아울러, 그녀의 두 볼은 살풋한 능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가가(哥哥)라면 좋아! 가가는...... 다른 남자들과는 조금 틀려!" 북궁설은 더욱 얼굴을 붉히며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막붕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가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설아의 가슴이 막 뛰어요. 만져 볼래?" 슥......! 북궁설은 느닷없이 막붕비의 손을 잡아 자신의 봉곳한 가슴에 갖다대는 것이 아닌가? 일순, 뭉클......! "어...... 엇!" 팽팽하다 못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탄력 넘치는 젖무덤의 감촉이 손 안에 가득 담겨오고...... 막붕비는 질겁을 하며 황급히 손을 빼내었다. 그리고, 그는 당황과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설매는 아까의 그...... 역천흡정마안을 어디서 배웠지?" 북궁설은 봉목을 반짝이며 입술을 나풀거렸다. "응! 그것은 집 뒤의 이상한 동굴에서 배웠어!" "동굴?" 막붕비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반문했다. 그의 되물음에 북궁설은 사슴같이 팔짝 뛰어 일어났다. "함께 가볼래? 거기는 설아가 우연히 발견해서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은 곳이야!" 북궁설은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 놓는 것이 즐거운 듯 활짝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스슷......! 그녀는 춤을 추듯 꽃을 밟으며 화정곡의 끝으로 날아갔다. 언뜻 보기에 그녀의 경공은 별로 빠른 것 같지는 않았다. 하나, 막붕비는 거의 십성의 공력으로 경공을 펼쳐서야 겨우 북궁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정도였으니...... "허어......! 도무지......" 막붕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야!" 스---- 읏! 삽시간에 북궁설은 화정곡의 끝에 있는 절벽 앞으로 내려섰다. 그와 함께, 막붕비는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뒤로 황급히 신형을 멈춰 세웠다. 절벽은 무성한 등나무 줄기로 빽빽하게 뒤덮여 있었다. 한데, 우수수...... 콰작! 절벽 우측 끝단의 등나무 줄기를 북궁설이 잡아 제치자 이내 좁은 바위 틈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천연동굴. 막붕비는 꿈에도 이런 곳에 동굴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만큼 동굴은 은밀하게 은닉되어 있었던 것이다. "......!" 북궁설은 막붕비를 돌아보다 그의 붉게 상기된 미안(美顔)을 잠시 홀린 듯 응시했다. 아울러...... 기이한 열류가 가슴 저 밑바닥에 저미하게 흐름을 느끼며...... (어머......! 내가...... 왜 이러지......?) 문득, 북궁설은 처음 접한 기이한 감정에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여 그대로 동굴 속으로 빨려들듯 교구를 미끄러뜨렸다. 막붕비, 그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녀의 상태를 눈치 못 챌 리는 없었다. (저 아이가...... 벌써 이성을 느낄 나이가 되었군!) 막붕비는 내심 씁쓸한 고소를 머금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북궁설, 그녀는...... 철없는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이미, 이성을 그리워 할 줄 아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동굴은 안으로 진입할 수록 차츰 넓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천정이 갑자기 높아지며 하나의 월동문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사황동천(邪皇洞天).> 월동문의 위에는 대전체로 그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 글은 천 년 이전에 만들어진 듯했다. 끼---- 이익! "여기야!" 북궁설은 주저없이 사황동천이라 쓰여진 월동문을 열어 젖히며 막붕비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들어가자 막붕비도 뒤를 따라 신형을 옮겼다. 한데, 사황동천으로 막 들어서던 막붕비는 흠칫하며 절로 두 눈을 감고 말았다. 동부의 안쪽, 츠으으......! 갑자기 골수로 스며드는 무서운 사기(邪氣)에 충격을 받은 때문이었다. 막붕비는 다급히 호연천존심결을 운용하여 사기에 대항하며 전면을 직시했다. 그곳은 둥근 석실(石室)이었다. 그리고, 석실의 중앙에는 하나의 검은 옥좌가 자리해 있었고, 그 옥좌 위에는 한 명의 고대인이 좌화해 있었다. 핏빛의 장포를 걸친, 기이하게도 수염과 모발이 새파란 청색으로 물들어 있는 강퍅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하나, 비록 사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이었으나 그의 전신에서는 일대종사의 기품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노인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전면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 눈엔 아직도 생자(生者)인 양 파르스름한 청광이 폭출되고 있었으니, 막붕비에게 충격을 주었던 사기(邪氣)는 바로 그 눈빛이었다. (이...... 사람이 역천사황이란 말인가?) 막붕비는 노인의 시신을 일별하며 내심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이어, 그는 즉시 옷매무새를 고치며 역천사황의 시신에 정중히 일배(一拜)를 올렸다. "후진말학...... 막붕비가 삼가 위대한 오패천(五覇天) 중 한 분이신 역천사황 노선배의 유체를 배알하오이다!" "......!" 북궁설은 그런 막붕비의 행동을 의아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막붕비의 엄숙한 분위기에 짓눌려 도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절을 마치고 일어서던 막붕비는 한 곳에서 시선을 멈춰 세웠다. 옥좌의 앞에 놓여진 몇 가지 기물(奇物)을 본 것이었다. (이것은......?) 막붕비는 일순 기광(奇光)을 발했다. 하나의 옥함,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구리거울, 그리고 한 권의 대나무로 엮어만든 죽간(竹簡:대나무를 쪼개어 엮어만든 일종의 책)이 그것이었다. 한데, 그 중 옥함의 뚜껑은 열려 있는 상태였고 그 안엔 하나의 양피지만이 남아 있었다. "......!" 막붕비는 조심스레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막북(漠北) 사황일맥(邪皇一脈)의 종주 역천사황이 죽어가며 적는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청발인(靑髮人)의 시체는 역시 저 오패천 중 막북의 역천사황! 바로...... 그였던 것이다. 그가 천 년 전 만겁마종과의 싸움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못할 사도의 고금제일인! 그...... 이름은...... 역천사황이었다. 사(邪)의 신화(神話)를 찬란히 쌓아올렸던 역천사황! 그런데, 바로 그런 역천사황의 유체와 유물이 막붕비의 앞에 있는 것이었으니...... 막붕비는 긴장된 마음으로 양피지를 계속 읽어내려 갔다. 그 내용은...... 잊혀진 신화(神話)의 신비(神秘)가 벗겨지는 엄청난 사실이었다. <......中略...... 만겁마종에게 당한 패배는 노부에겐 가히 치명적인 충격이었다. 그러나, 한 번의 패배로 주저앉는 것은 노부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서 노부는 내상을 치유할 생각도 없이 만겁마종을 이길 방도를 연구하는데 정신을 집중시켰다. ......中略...... 일천 일...... 꼬박 천 일의 낮과 밤이 지났을 때, 그제서야 노부는 한 가지의 영감(靈感)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최후 최강의 대사법을 창안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의 이름은...... 전능대악마법신(全能大惡魔法身)!> -전능대악마법신(全能大惡魔法身)! 달리...... 악마법신(惡魔法身)이라 불리우는 전무후무한 대사법(大邪法)이 그것이었다. 이를 완성하면 시선이 미치는 곳의 모든 생물 및 무생물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하고 파멸시킬 수 있는 악마의 사법(邪法). 물론......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전능대악마법신에 노출되면 자신의 의지가 바스러지며 시술자의 모든 명에 지배당하고 만다. 시술자의 명령이라면 스스로 자살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은...... 이름 그대로 악마(惡魔)의 사법이었다. 그것이 역천사황이 사경(死境) 속의 천일고심으로 창안해낸 최후의 사공(邪功)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인간의 마음대로 되기를 하늘은 거부했다. 역천사황은 전능대악마법신을 창안한 직후, 그 자신의 생명이 불과 일백 일도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역천사황은 만겁마종의 마겁패황혈강에 격중되어 심각한 내상을 입은 채 그 즉시 전능대악마법신의 창안에 몰두한 때문이었다. 한정된 생명의 기일은 일백 일! 그것은...... 고금최강의 절대사종주라 불리우던 역천사황일지라도 어찌할 수 없는, 뛰어넘을 수 없는 인간의 벽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역천사황...... 그는 그 즉시 막북(漠北)의 사황부(邪皇府)를 폐쇄하고 일로남하(一路南下) 하여 중원으로 진입했다. 그리하여 그는 만겁마종을 찾았다. 하나...... 그때는 이미 사대천왕이 동패구상하여 무림에서 사라진 뒤였다. 역천사황은 분노하여 환우천하를 뒤집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만겁마종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고, 그는 처절한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그에게는 막북으로 돌아갈 시간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을 깨달은 역천사황은 만겁마종의 최후종적으로 탐지된 이곳 복우산 화정곡에 사황동천을 짓고 최후를 맞이 했던 것이었다. 하나, 그는 꿈에도 한 가지 사실만은 알지 못했으니...... 바로 몇십 리 안에 만겁지종의 새로운 아성인 만겁마성이 구축되어 있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역천사황에게는 실로 통탄할 일이었다. <......中略...... 천기(天機)를 짚어보건대 천여 년 후 한 명의 여아가 노부의 진전을 이어 만겁마종에게 복수해 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노부의 필생내공과 전능대악마법신의 마력을 한 알의 원정내단으로 응축하여 남긴다. 이...... 전능대악마법신의 힘은 가히 초자연적인 것! 저 악마성황의 악마삼보 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 그래서 자칫 노부의 진전을 이을 아이가 전능대악마법신의 힘으로 세상을 파멸시킬까 심히 걱정되었다. 고심하던 노부는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어 심려를 놓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내 아이가 북(北)으로부터 와서 노부의 전인을 돌보아 주게 됨을 알았다. 그 아이를 위해 사황부 최강의 사병(邪兵)인 사황동경(邪皇銅鏡)과 역천사황경(逆天邪皇經)을 남기는 바...... 노부의 후예를 잘 보살펴 부기를 바라노라. -역천사황(逆天邪皇) 냉각(冷角) 절필.>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한데...... 그 어디에도 역천사황이 남긴 원정내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역천사황의 유언대로 설매가 그 원정내단을 복용했군!) 막붕비는 침중한 신색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어머니가 병사하고, 산중에 홀로 남게된 북궁설은 어느 날 우연히 이곳 사황동천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사황동천 안에서 역천사황의 원정내단을 보게 되었고, 그것을 신기한 노리개감으로 생각한 그녀는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먹고 말았던 것이었으니...... 그리고, 그녀는 엄청나고 무서운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전혀 무공을 익힌 적이 없는 북궁설이었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을 허물고 대지를 찢어 버릴 미증유의 파천사력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역천사황이 남긴 사황원정! 그것은...... 서서히 용해되며 북궁설은 생시의 역천사황의 가공할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궁설은 전혀 글을 읽을 줄 몰랐다. 그렇기에 역천사황경의 절대사공은 물론 전능대악마법신도 연성치 못한 상태였다. 하나, 그것만으로도 북궁설은 이미 사대세가의 가주들만큼 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