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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21편 (21/44)

2026-09-22 07:55:38 조회 19
그때, "상공! 이 사람은 누가 이렇게 끔찍하게 죽였지요?" 수운월이 막붕비의 헐렁한 장포를 걸친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서며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막붕비는 힐끗 수운월을 바라보았다. 일견하여 수운월의 눈빛은 정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막붕비는 그 모습에 곤혹함을 금치 못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나를 자기 남편으로 알고 환마령을 방금 자기가 죽인 것을 모르다니......?)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 덧, 동녘으로 붉게 먼동이 터오르고 있었다. 한 차례 폭풍이 스쳐간 악몽의 밤이 지나간 것이었다. 그때였다. "주모님......!" 갈대밭 저편에서 수 많은 유리성의 수하들이 분분히 외치며 달려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막붕비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굉장히 골치 아픈 일에 직면할 것 같군!) 그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내심 탄식했다. 휙! 휙----! 그런 막붕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인들은 분분히 그를 에워싸며 갈대밭으로 날아들었다. * * * 유리성의 본성(本城). 온통 황금과 유리로 치장된 호화로운 대전(大殿)이 자리하고 있었다. <옥황보전(玉皇寶殿).> 그곳은 유리성 성주의 집무실이었다. 막붕비, 그는 옥황보전의 중앙에 일단의 노인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기이하게도 소년소녀 같은 동안을 지닌 노인들, 그들의 숫자는 모두 열 세 명이었다. 그 중 일곱 명은 노파였으며 나머지 여섯 명은 노인들이었다. 그들이 연마한 유리신공. 그것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 주안술의 효과가 있어 노인들이라도 전혀 늙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백발의 노파들도 머리만 검으면 마치 십대 소녀같이 보일 정도였다. 이때, "기억상실이라고요?" 막붕비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인들을 둘러보았다. "그래요! 주모님은 지금 부분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예요!" 상석의 노파가 탄식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극히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지닌 노파. -수정모모! 이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나이 백 이십 세, 유리성의 최연장자였다. 유리성 원로들인 유리십삼성(琉璃十三聖)의 수좌이며 사실상 유리일족의 최강자, 그녀는 수정마강이라는 일종의 기공을 극성까지 연마했다. 평생 무공에만 심취하여 사내를 접하지 않은 외골수, 그 덕분에 지금도 소녀 같은 몸매와 용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통적 유리성의 주도권은 주로 여인들이 쥐고 있었다. 그 여인들의 대표자가 바로 수정모모(水晶母母)였다. 수정모모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주모님은 무엇인가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경험을 했고 그 기억을 스스로 뇌리에서 말살시켜 버린 거예요!" 그녀는 문득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막붕비를 주시했다. (그녀가 당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그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막붕비는 침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치료 될 가능성은 없소?" "거의...... 없어요!" 수정모모는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막붕비는 난감한 심정이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녀는 왜 저를 귀성의 성주로 착각하는 것이오?" 그 물음에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주모 스스로 기억을 지워 버린 후 가장 처음 본 상대가 그대이기 때문일 거예요." "......!" 그녀는 의미심장한 어조로 덧붙였다. "주모의 뇌리에는 영원히 그대가 폐성의 성주로 남아 있을 거예요!" 순간, 막붕비의 안색이 홱 변했다. "무슨 뜻입니까?" 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수정모모, 그녀는 문득 다른 원로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폐성에는 하루라도 지존의 자리가 비어 있으면 안돼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소협께서 폐성의 성주가 되어 주시기를 바래요!" 순간, "무슨 말씀이오?" 꽝! 막붕비는 탁자를 내리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본인 보고 어찌 귀하들의 주모(主母)를 취하라고 할 수 있소?" 그는 격분하며 중인들을 둘러보았다. 하나, 수정모모는 문득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협이...... 싫다고 해도 이미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녀는 말과 함께 턱으로 옥황보전의 입구쪽을 가리켰다. "......!" 막붕비는 흠칫하며 그 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한 명의 여인이 사뿐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우아한 자주색 궁장에 머리를 곱게 틀어 올린 미소부, 몸의 장식이라고는 귀에 건 수정 귀걸이 뿐이건만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 같았다. 순간, (정...... 모!) 막붕비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정장을 한 수운월의 모습, 그것은 막붕비의 혼백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왔다. 그는 한순간 취한 듯 수운월의 모습을 주시했다. 이때, "......!" "......!" 막붕비의 넋나간 모습을 지켜보던 유리십삼성, 그들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주시했다. 그때, 수운월은 두 볼을 능금 빛으로 물들이며 사뿐 막붕비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런 그녀의 뒤, 두 명의 여시위가 공손히 따르고 있었다. 왼쪽의 시녀, 그녀의 팔에는 수운월의 아들 옥기룡이 안긴 채 커다란 눈을 말똥말똥하게 굴리며 막붕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또한, 다른 한 명의 시녀는 손에 한 벌의 갑옷과 방패를 받쳐들고 있었다. "곧...... 북원에 가신다고 하여 용아를 인사시키러 왔사옵니다!" 수운월은 촉촉한 시선으로 막붕비를 바라보며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옥기룡을 안고 있던 시녀가 막붕비의 앞으로 다가와 그에게 옥기룡을 들어보였다. "......?" 옥기룡은 잠시 고개를 갸웃갸웃 하더니 빤히 막붕비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까르르 웃으며 작은 두 손을 허위적거리며 막붕비에게 안기려 들었다. (이...... 이런 빌어먹을! 이 꼬마마저 사람을 골탕 먹이는군!) 막붕비의 안색이 곤혹함으로 이지러졌다. 하나, 그러면서도 그는 별 수 없이 옥기룡을 안아들었다. "아빠빠......!" 옥기룡은 간신히 혀가 돌아가는 대로 옹알대며 막붕비의 어깨로 기어오르려 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오랜만에 만난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막붕비는 옥기룡을 안아 다독이며 힐끗 유리십삼성을 째려보았다. 이때, 수운월은 막붕비와 옥기룡의 모습을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는 다른 시녀에게 손짓하여 갑옷과 방패를 받아들었다. "적붕천황이란 자는 음흉한 자예요! 걱정이 되어 그냥은 보내 드릴 수 없으니 이 유리보갑(琉璃寶甲)과 수정천둔(水晶天遁)을 가져가세요!" 그녀는 두 가지 물건을 내밀었다. -유리보갑. -수정천둔. 그것은 수운월이 머리에 꽂고 있는 수정옥잠(水晶玉簪)과 함께 유리삼보로 불리는 것이었다. 유리보갑---- 지하만장에서 캐낸 검은 빛의 유리, 유리묵강정모를 비닐 모양으로 갈아만든 갑주. 환우에서 가장 뛰어난 호신보갑이 그것이었다. 도검수화(刀劍水火)가 불침할 뿐 아니라 십만관의 충격에도 끄덕없다. 수정천둔---- 직경 한 자 반 정도의 방패. 그것은 백 팔 개의 만년정모를 갈아서 조각한 것이었다. 평시에는 접어서 소매 속에 감출 수 있으며 접으면 마치 부채같이 보였다. 그것은 유리묵강정모만큼 단단했다. 하나, 그것은 방어용이기보다 공격용 무기로 쓰였다. 수정천둔에 부딪힌 내공은 그대로 반진되어 상대에게 되돌아간다. 또한, 그것을 유사시에 암기로 던지면 백 팔 개의 수정파편으로 변해 적을 벌집으로 만들고 만다. 고금십중병 중에 들 정도로 수정천둔의 위력은 막강했다. 수정모모, 그녀는 수운월이 막붕비에게 유리보갑을 입혀 주는 모습을 지켜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저 어린 아해는 결코 마음이 모질지 못하다. 그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라도...... 주모와 소주 아기씨를 보살피게 될 것이다!) 그녀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중얼거렸다. 막붕비, 그는 수운월이 입혀 주는 유리보갑을 입으며 울상을 지었다. 하나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막붕비에게 정성껏 유리보갑을 입혀준 수운월, 그녀는 막붕비의 심정을 까마득히 모른 채 유리보갑 위에 장포를 걸쳐 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 저를 오랫 동안 혼자두지 마세요. 바람을 피울지도 모르니......!" "......!" 실로 점입가경이었다. 막붕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우거지상으로 유리십삼성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는 내심 한숨을 내쉬며 간절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제발...... 당신 맘에 드는 사내를 만나 바람이라도 피웠으면 좋겠소.) 그는 졸지에 예쁜 마누라와 토실토실 아들까지 한꺼번에 얻게된 자신의 불운(不運)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하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 아닌가? 이곳은 청해(靑海)...... 막붕비의 운명을 또 한 번 뒤바꾼 유리성이었다. 제15장 地獄十魔聖 -등격리사막(騰格里沙漠). 장성 넘어 대초원과 신강 사이에 위치한 사막, 후세에 고비사막이라고도 불린 열사(熱沙)의 대지다. 황폐하고 험악한 모래의 대지. 하나,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 거친 열사의 땅 곳곳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목륜하(木倫河)---- 등격리사막의 북방, 저 도란태산에서 발원하여 대초원으로 흘러드는 강(江). 강은 사막의 생명줄이었다. 자연히 그 주위로 사람과 짐승이 모이고 촌락과...... 요새가 구축되었다. 황혼 무렵, 사막의 황혼은 유달리 붉어 마치 마른 모래에 불을 질러 놓은 듯했다. 낮 동안 태울 듯 달아오른 열기가 서서히 황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돌연, 두두두두......! 북서쪽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일단의 기마대가 달려왔다. 이십여 필의 건장한 준마들, 그 선두에는 비범한 일인일기(一人一騎)가 질주해 왔다. 전신이 숯같이 검은 털로 뒤덮인 준마, 그 흑마(黑馬)는 체격이 보통말보다 한 배 반 컸다. 두 눈은 타는 듯 붉어 홍옥을 박아 놓은 듯했으며 목 주위는 사자의 갈기 같은 하얀 갈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흑사금강총! 백 년에 한 마리 난다는 신마(神馬)가 바로 그것이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며 만 근 거석도 밟아 깨뜨리는 무서운 신력을 지닌 명마. 무릇, 무사된 자라면 꿈에라도 갖고 싶어하는 말이었다. 흑사금강총 위, 한 명의 아주 특이한 여인이 타고 있었다. 그녀의 체격은 어지간한 사내보다 더 우람했다. 등에 무쇠로 만든 한 자루의 활(弓)을 짊어지고 있는 여인. 나이는 이십대 후반 정도, 탄력있는 구리빛 피부에 조각같이 윤곽이 뚜렷한 여인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청동으로 만든 여신상같이 보였다. 고집스럽고 드세 보이는 굵은 눈썹, 타는 듯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 몸에 찰싹 붙은 피의(皮衣) 차림에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긴 흑발, 전체적으로 강하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여인이었다. "하핫! 오늘은 꽤 많이 남기는 장사를 했으니 내가 한 턱 내마!" 두두두......! 피의여인은 사내같이 껄껄 웃으며 목륜하변의 시진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자, "이얏호! 역시 대주님다우시다!" "하핫! 오늘은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실 수 있겠는데......!" 뒤따르던 열 명의 장한들은 유쾌한 표정으로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열 명의 장한들, 그들 역시 모두 등에 철궁을 짊어지고 있었다. 하나같이 비범한 인상과 호탕한 기도의 인물들이었다. 준마의 맨 뒤, 한 명의 소년이 겁먹은 표정으로 장한의 앞에 타고 있었다. 두두두......! 이내 기마대는 질풍같이 목륜하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피의여인과 십 인의 기사가 사라진 후, "흠...... 꽤나 거칠어 보이는 계집이군!" 문득, 길옆의 천막 뒤에서 한 명의 청년이 걸어나오며 중얼거렸다. 모래를 막기 위해 두터운 천으로 전신을 감싼 청년. 그의 등 뒤, 칼(刀)과 검이 각기 한 자루씩 짊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막붕비, 바로 그가 아닌가? 그는 북원(北元)의 왕성인 적붕성으로 가기 위해 청해를 떠나 열흘 만에 이곳 목륜하에 이른 것이었다. 이제 하루만 더 가면 초원근경에 이를 수 있었다. 문득, 막붕비는 피의 여인 일행이 사라진쪽을 주시하며 중얼거렸다. "흑사금강총! 저런 신마(神馬)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예삿 계집이 아닌데......!" 그때였다. "아니, 젊은이는 어디서 오셨기에 저 유명한 대막여왕(大漠女王) 철낭자(鐵娘子)를 모르시오?" 지나던 노인이 막붕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문득 말을 건네왔다. 일견하여 대막의 토착민으로 보이는 초로의 노인, 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막붕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대막여왕? 아니 대막에 적붕천황 말고 또 여왕이 있단 말입니까?" 막붕비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노인은 막붕비의 아래 위를 살피며 말했다. "보아하니 중원에서 온 모양이구료. 그러니 모르시지!" 그는 담뱃대를 입에 물며 말을 이었다. "이 장성(長城) 너머에는 적붕천황 말고도 두 명의 여왕이 있소이다. 그 두 명의 여왕이 바로 대막여왕(大漠女王)과 달단여왕(達丹女王)이오!" "......!" 노인은 오랜만에 얘기 상대를 만났다는 듯 신나게 막붕비에게 이야기를 늘어 놓기 시작했다. 두 명의 여왕! 대막에는 변황의 정세를 뒤흔들어 놓을만한 영향력을 가진 두 여인이 있었다. -달단여왕 궁비연(宮飛燕)! -대막여왕 철낭자(鐵娘子)! 바로 그녀들이었다. 달단여왕 궁비연---- 그녀는 적붕천황의 오이랍부(烏而拉府)와 함께 몽고족 최대의 부족 달단왕부의 왕녀(王女)였다. 달단족의 왕위계승권자인 존귀한 신분의 여인, 또한, 그녀는 대막제일미인이기도 했다. 하나, 달단족이 오이랍족에 밀리면서 그녀도 신강 북방의 오지로 쫓겨가 있는 상태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는 대원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의 후손이라고도 한다. 대막여왕 철낭자---- 그녀는 여왕이라 불리나 귀족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대막의 늑대무리 사이에서 자랐다. 늑대의 젖을 먹고 늑대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그녀는 거칠고 흉폭한 야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다, 그녀는 우연히 대막 일대의 녹림제왕(綠林帝王)인 대막혈신(大漠血神)에게 발견되어 그의 양녀가 되었다. 대막혈신은 대막무림의 제일인이었다. 그에게서 무공을 전수받은 철낭자, 그녀는 본래의 야성마저 합쳐져 이내 양부 대막혈신조차 능가하는 초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십여 년 전, 대막혈신이 돌연 사망하자 철낭자는 그에 이어 대막녹림의 맹주가 되었다. 혹자는 철낭자가 양부 대막혈신을 유혹하여 그가 자신을 탐할 때 암습하여 죽였다고도 했다. 어쨌든, 철낭자는 당금 대막무림의 제일인자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이익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운다. 그런 그녀가 지금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노예장사였다. 그녀는 중원의 변방을 침입하는 중원의 아녀자들을 납치하여 몽고족의 귀족들에게 팔아넘기곤 했다. 대원제국 시절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몽고족들은 중원의 여자노예들에게 각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철낭자의 사업은 일로 번창의 승과를 누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철낭자는 적붕천황과 밀착하여 많은 이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적붕성에 일단의 여노예들을 팔아 넘기고 오는 길이었다. * * *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난 막붕비, 그는 두 눈에 기광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문득 그는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 "철낭자를 뒤따르던 열 명의 장한들도 비범해 보이던데 그들은 누굽니까?" "허허! 잘 보셨소! 그들은 대막의 가장 무서운 고수들인 대막십전(大漠十箭)들이라오!" 노인은 막붕비가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자 신이 나서 대답했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았다. "대막십전? 활(弓)의 명인들인 모양이군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렇소! 그들의 궁술(弓術)은 천하최강이오. 특히 그들이 함께 펼치는 십궁천망진(十弓天網陣)은 가히 천하무적입죠. 십궁천망진에 걸려들면 대라신선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한다오!" 이어, 노인은 대막십전의 궁술에 대해 좔좔 열변을 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대막십전은 천 명의 고수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의 말은 다소 과장이 섞인 것이리라. 하나, 그렇다고 해도 대막십전의 궁술이 예삿 것이 아님은 확실했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붕비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대막십전...... 어쩌면 그들은 지옥십마성이란 자들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윽고, 그는 돌아섰다. "잘 들었소이다, 노인장!" 그는 한 조각의 은자를 노인의 깡마른 손에 쥐어 주었다. 이어, 입이 벌어지는 노인을 뒤로 하고 천천히 목륜하의 시진으로 걸어갔다. (노예...... 상인이란 말이지? 어쩌면 그 계집에게서 철접누님의 행적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어, 그의 모습은 곧 인파 속으로 휩쓸려 사라졌다. * * * 밤(夜). 목륜하의 밤이었다. 후덥지근한 연기가 사막의 밤을 휘감고 있었다. 목륜하를 찾아오는 자들은 대개 상인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로 몸과 웃음을 파는 요화들도 자연히 목륜하로 모여들었다. 목륜하의 밤, 그것은 요화들의 끈끈한 유혹과 교태로운 웃음 속에 깊어가고 있었다. 목륜하변의 커다란 파오---- "흐응...... 귀여운 것아! 누나가 돌아왔다!" 문득, 혀꼬부라진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여인이 비칠거리며 파오 안으로 들어섰다. 사내같이 우람하고 늘씬한 체격의 여인, 대막여왕 철낭자!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술을 꽤나 퍼마신 듯 눈동자가 흐릿했으며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벌어진 피의 사이로 투실투실하고도 우람한 유방이 반쯤 드러나 보였다. 파오 안은 제법 넓고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바로 철낭자의 파오였다. 파오 한쪽, 양가죽으로 만든 넓은 침상이 놓여져 있었다. 침상 위, 한 명의 소년이 몸을 새우처럼 구부린 채 잠들어 있었다. 한쪽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소년, 이제 십 사오 세 정도 되었을까? 병약한 몸이었으나 반듯하고 준미한 얼굴이 슬프게도 귀족적으로 보였다. 소년은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야윈 두 볼에 눈물 자욱이 흘러 있었다. 철낭자는 잠든 소년의 모습을 쓸어보며 야릇하게 미소지었다. "호호! 우리 귀여운 아기가 이 누나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군!" 이어, 그녀는 비틀거리는 불안한 걸음걸이로 침상으로 다가섰다. 이윽고 침상 옆에 이른 철낭자, 그녀는 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소년을 내려다 보았다. 문득, 그녀의 풀어진 눈동자에 야릇한 욕정의 불길이 번져올랐다. 연약한 소년의 체구를 보자 그녀는 아련한 옛날의 일이 기억났다. 그녀의 나이 십 사 세 때였다. 철낭자는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양부 대막혈신이 들어왔다. 평소 늘 철낭자에게 자상하기만 하던 그였다. 하나, 그날 대막혈신은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라 한 마리의 야수로 돌변했다. 그는 울며불며 저항하는 철낭자를 욕실에서 무자비하게 능욕했다. 욕조는 삽시에 철낭자가 흘린 선혈로 붉게 물들었다. 철낭자는 대막혈신의 거친 숨결을 귓가로 느끼며 몇 번이나 혼절했었다. 대막혈신---- 그는 그 날 철낭자의 어린 여체를 거푸 세 번이나 능욕했다. 최후에는 늑대들이 교미하는 자세로 능욕당하며 어린 철낭자는 맹세했다. -복수할 거야, 반드시......! 그리고 오 년 후, 결국 철낭자는 대막혈신을 격살하여 복수했다. 대막혈신의 수하들은 이미 대막혈신이 양녀인 철낭자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 그들은 철낭자가 대막혈신에게 복수하는 것을 묵인했다. 그 후...... 철낭자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결코 나이든 성인과는 몸을 섞지 않는 버릇이었다. 그 대신, 그녀는 아직 순진한 소년들을 은밀하게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곤 했다. 철낭자, 그녀의 두 눈에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다 사라졌다. (그때...... 나는 아직 가슴도 나오지 않았어!) 이어, 그녀는 침상에 걸터앉아 잠든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철해붕(鐵海鵬)! 그것이 소년의 이름이었다. 오이랍부의 어느 귀족의 자제. 철낭자는 몇 명의 여노예를 적붕천황에게 넘기러 갔다가 철해붕을 공짜로 얻었다. 적붕천황은 철낭자가 소년을 좋아함을 알고 철해붕을 넘겨준 것이었다. -적당히 갖고 놀다가...... 본황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팔아 버려 주게! 적붕천황은 음침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철해붕은 적붕천황의 배다른 동생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적붕천황은 자신의 패권(覇權)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철해붕을 제거하기 위해 철낭자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철낭자는 문득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후훗! 어쨌든 좋아! 모처럼 맘에 드는 귀여운 아이를 얻었으니 당분간 밤이 외롭지 않겠어!" 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훌훌 옷을 벗어 던졌다. 순간, 잘 발달된 그녀의 나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