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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9편 (9/44)

2026-09-22 08:11:18 조회 18
) 이어, 그는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수천황이 아무리 초고수라도 암습에 능한 이들 전문살수들의 손에서 무사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오늘...... 가장 위대한 마종(魔宗)의 한 사람을 위해 당한지도 모른다!) 스읏! 그는 다시 갈대숲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이내 하얀 갈대꽃 사이로 사라졌다. * * * 시커먼 먹장구름은 갈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 눈(眼), 하나의 외눈(獨眼)이 먹장구름이 가득 덮인 암천(暗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노인, 독안(獨眼)의 주인은 전신에 피칠을 한 듯한 한 명의 노인이었다. 그는 갈대 사이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그의 전신은 흠뻑 피에 젖어 있었으며 온통 상처투성이었다. 한데, 그는 어떤 병기나 암기에 맞은 듯 눈이 파열되어 검푸른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흐르는 피가 검푸른 이유는 그의 눈을 찌른 암기에 지극한 극독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츠으...... 독안노인, 그의 가슴에는 한 자루 칼(刀)이 안겨져 있었다. 길이 넉 자, 도신(刀身)이 가늘고 두께가 두꺼우며 전체적으로 거무튀튀한 빛이 흐르는 묵도! 그 묵도는 날이 서 있지 않고 뭉툭했다. 그것은 그 칼이 날로 적을 베는 것이 아니라 내가도강으로 적을 베는 중병기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문득, (비가...... 오려나?) 독안노인은 하늘의 먹장구름을 바라보며 우울한 눈빛을 지었다. 눈 하나가 파열되었지만 그는 그런 고통쯤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나...... 둘...... 셋...... 모두 열 셋이군!) 문득 독안노인은 입 속으로 숫자를 헤아리며 나직이 뇌까렸다. 순간, 그의 독목(獨目)이 스산하게 번뜩였다. 그의 귓전으로 숨소리도 없이 다가서는 십 삼 인의 적이 감지된 것이었다. 생기라고는 한 올도 흘리지 않으며 다가서는 십 삼 인! 그들이 바로 사망탑의 가장 무서운 살수들인 독련십삼살(毒鍊十三煞)이란 자들임을 독안노인은 잘 알고 있었다. 낫(鎌)이 달린 쇠사슬을 병기로 쓰는 무서운 사신(死神)들, 그들의 연수합격에 걸리면 대라신선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독안노인은 소리없이 고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큭큭...... 이제 종말인가? 나...... 북궁혼의......?) 아! 북궁혼(北宮魂)! 그렇다! 독안노인은 바로 혈우사황(血雨邪皇)과 함께 흑도지존의 권좌를 다투는 도의 명인 아수천황 북궁혼이었다. 한데, 마도(魔道) 총본산 단혈마황맹(丹血魔皇盟)에 있어야 할 그가 어찌 이천 리 밖 낙수의 갈대밭에 피투성이로 누워 있단 말인가? 사박......! 문득 다가서던 십 삼 인의 발자국 소리가 뚝 그쳤다. 그와 함께 북궁혼의 독안이 번뜩 빛났다. (발견 되었다! 관례를 깨고 선제공격을 해야겠군!) 그는 입술을 실룩거렸다. 북궁혼, 이제껏 단 한 번도 적을 먼저 공격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하나, 지금 그는 그 관례를 깨고 선제공격을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수...... 쇄륙참(阿修碎戮斬)!) 문득 북궁혼은 입 안으로 아수파천황(阿修破天皇)의 도결 중 한 가지 초식을 되뇌였다. 동시에, 쉬---- 아아악! 그의 신형이 곧장 일 장 높이로 붕 떠오르며 수중의 묵도(墨刀)가 섬전같이 갈대밭을 스쳤다. 순간, "놈이다!" "독련살인폭(毒鍊殺人爆)!" 갈대밭에서 십 삼 개의 인영이 놀란 기러기같이 떠올랐다. 거의 동시에, 그들 십 삼 인의 소매 속에서 십 삼 개의 낫(鎌)이 달린 쇠사슬이 빗발치듯 북궁혼을 그어왔다. 차---- 차창! 사가각!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살이 베어지는 듯 섬뜩한 소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순간, "억!" "컥......!" 짧고 둔중한 신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그와 함께, 후두둑! 북궁혼의 눈에 독련십삼살 중 네 명이 가슴에서 피분수를 뿌리며 나뒹구는 것이 보였다. 하나, 거의 동시에 북궁혼은 복부가 화끈해지는 통증을 느꼈다. (당...... 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쿠---- 웅! 그는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나뒹굴었다. 아! 끔찍하게도 그의 왼쪽 다리가 허벅지에서부터 싹둑 잘려 저만큼 나뒹군 것이 아닌가? 또한, 그의 복부는 낫에 잘려 처참하게도 내장조각이 흘러나왔다. 북궁혼은 그 상처로부터 전신이 급격히 마비됨을 느꼈다. 그것은 독련십삼살의 낫에 극독이 함유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북궁혼은 간신히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나, 살아남은 독련십삼살 중 구 인(九人)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북궁혼은 그 자들이 바로 자기 몸 근처에 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 그것을 알면서도 그는 눈을 감고 운공하여 독기에 저항했다. 그때였다. "흐흐...... 꼴 좋구나, 아수천황!" 문득 한 줄기 음산하고 교활한 음성이 북궁혼의 귓전을 울렸다. 이어, 스으...... 한 명의 깡마른 인물이 북궁혼의 앞에 나타났다. 일신에 시뻘건 혈의(血衣)를 걸친 중년문사, 그는 몇 가닥의 염소 수염을 기른 아주 교활한 인상이었다. 그가 나타난 순간, 북궁혼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혈우사황(血雨邪皇)의...... 개...... 사뇌마자......!) -사뇌마자(邪腦魔子), 혈우사황이 조직한 사황혈련(邪皇血鍊)의 모사, 사망탑의 살수들을 고용하여 아수천황 북궁혼을 습격하도록 지휘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사뇌마자, 그는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흐흣! 고명하신 아수천황 북궁혼!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는 조소 어린 눈빛으로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눈을 감고 있는 북궁혼을 내려다 보았다. "흐흣! 네 목을...... 빨리 보고싶어 하는 분이 계시다, 북궁혼!" 이어, 슥! 문득 그는 품 속에서 하나의 예리한 비수를 꺼내 쳐들었다. 북궁혼은 다급한 심정이었다. (위험하다! 독기(毒氣)가 심장을 침입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 놈은 쓰러뜨려야만 한다!) 그는 거칠게 입술을 실룩거렸다. 이어, 그는 시간을 끌기 위해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혈우사황...... 이겠지? 본좌를 보고 싶어 하는 자가?" 하나, 그 말에 사뇌마자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흐흐...... 틀렸다! 그 분은 혈우사황보다 열 배 위대하신 만겁(萬劫)......!" 말을 하다 말고 그는 흠칫하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북궁혼, 그의 전신이 일순 부르르 경련했다. "만...... 겁마가의...... 뜻이란 말인가?" 사뇌마자는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 얼굴을 실룩거렸다. 자신의 실언이 알려지면 그는 죽지도 살지도 못할 지경이 됨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순간, "흐흐! 궁금하면 지옥에 가서 알아 봐라!" 팟! 사뇌마자는 수중의 비수로 맹렬하게 북궁혼의 목을 베어갔다. 북궁혼의 얼굴에 다급한 기색이 떠올랐다. 직후, "크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선혈이 확 퍼져 올랐다. 쿵...... 쿵......! 사뇌마자는 불신과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뜬 채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등, 한 자루 반투명한 고검이 앞가슴까지 관통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 백 장 밖에서 그 보검을 던져 사뇌마자를 격살시킨 것이었다. "지...... 옥...... 혈황?" 쿵......! 사뇌마자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며 마침내 앞으로 푹 고꾸라지고 말았다. 절명한 것이었다. 그때, 스으으......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한 명의 마의소년이 둥실 떠올라 장내를 날아들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 순간, "큭......!" 쿵!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던 북궁혼이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그런 그의 전신은 온통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사망탑 살수들의 병기에 묻은 독기가 이미 심장까지 침투한 것이었다. 이때, "이 사람이...... 아수천황 북궁혼인가? 실로 처참하군!" 막붕비는 둔중한 신음을 발하며 북궁혼의 옆으로 내려섰다. "도법(刀法)의 위대한 명인(名人)이...... 이렇게 한낱 살수들의 손에 쓰러지다니......!" 그는 탄식하며 북궁혼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때, "크으...... 그대가...... 지옥혈황...... 인가?" 죽은 줄 알았던 북궁혼이 쥐어짜듯 신음하며 문득 눈을 떴다. 막붕비는 흠칫하며 급히 북궁혼의 옆으로 다가섰다. "견딜만 합니까?" 그는 북궁혼을 내려다보며 침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북궁혼은 시퍼렇게 변한 안면을 실룩거렸다. "보다시피...... 곧 갈 것 같네!" 그는 죽어가면서도 죽음이 남의 일같이 태연하게 말했다. "부탁하실 일이 있으면 하십시오." 막붕비는 이미 북궁혼이 죽음 직전에 이르렀음을 깨닫고 급히 물었다. 그 말에 북궁혼은 문득 허탈하고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후훗...... 노부의 육십 년 기업인...... 단혈마황맹(丹血魔皇盟)이...... 지금쯤 놈 혈우사황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을 텐데...... 무슨 유언 따위가 필요 있겠는가?" 주르르...... 문득 그의 독목(獨目)으로 한 줄기 시퍼런 눈물이 흘러내렸다. -단혈마황맹(丹血魔皇盟)! 마도의 총본산. 육십 년 전, 아수천황 북궁혼은 마도(魔刀) 묵룡풍(墨龍風)을 들고 무림에 나타났었다. 그 후, 그는 뭇 마도명숙들과 수없는 격전을 치루고 그들을 굴복시켜 단혈마황맹을 만들었다. 북궁혼의 필생기업인 단혈마황맹! 그것은 곧 마도(魔道)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나, 그 단혈마황맹도 지금쯤 혈우사황과 사황혈련(邪皇血鍊)의 습격에 철저히 괴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제7장 最强의 刀訣, 阿修破天荒 아수천황(阿修天皇) 북궁혼, 문득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흣! 한 가지...... 유언이...... 있긴 있구먼!" "......!" 막붕비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복우산(伏牛山)...... 화정곡(花精谷)이란...... 곳에 노부가 늘그막에 본 딸아이가 있네...... 이름은 북궁설(北宮雪)...... 그 아이에게...... 이 애비...... 죽었다고......!" 북궁혼의 미약한 음성은 급격히 줄어 들었다. "북궁설...... 복우산 화정곡......!" 막붕비는 잊지 않기 위해 북궁혼의 말을 되뇌였다. 북궁혼은 꺼져가는 극히 미약한 음성으로 힘겹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수고...... 대가로...... 마도(魔道)...... 묵룡풍(墨龍風)을...... 그대에게...... 그 놈은 신강지옥성...... 수호삼마병(守護三魔兵)의 하나......!" 툭......!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눈이 감기며 머리가 모로 굴렀다. 절명한 것이었다. "......!" 막붕비는 망연한 눈빛으로 북궁혼의 시신을 내려다 보았다. 한 자루 장도(長刀)로 무림을 뒤흔들던 일대마웅의 최후가 그의 눈 앞에 있었다. 그 영웅의 종말은 왠지 막붕비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귀하의...... 부탁은 잊지 않으리라, 아수천황!" 막붕비는 탄식하며 침중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북궁혼의 옆에 놓여 있는 마도 묵룡풍을 집어 들었다. 순간, (읏!) 그는 흠칫 놀라며 신형을 휘청했다. 마도 묵룡풍, 그것의 무게는 무려 백여 근에 달했다. 마검 지옥혈보다 열 배 무거운 무게였다. 하나, 그 묵중함이 막붕비의 마음을 끌어 당겼다. "훌륭한 놈이다!" 그는 흡족함을 느끼며 도신(刀身)을 쓰다듬었다. 묵룡풍의 도신, 그곳에는 깨알 같은 과두문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 패도극강한 도결(刀訣)이었다. -아수도결(阿修刀訣)! 단지 아수파천황결(阿修破天荒訣)이라 불리는 지상최강의 도결, 그것은 모두 육식(六式)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수천황 북궁혼, 그는 그 중 사식(四式)을 연마하여 환우최강의 도수(刀帥)로 군림했다. 본래 북궁혼은 표사였다. 그는 아수도결이 새겨진 묵룡풍을 대막의 어느 동굴에서 우연히 얻게 되었다. 소문대로 그것은 신강지옥성 수호삼마병의 하나였다. 하나, 북궁혼은 도결은 얻었으나 그것을 운용하는 내공심결을 얻지 못해 끝내 후반 이식(二式)은 익히지 못했다. 그러고도 그는 육십 년 동안 무적으로 군림해 왔다. 아수도결, 그 내공심결은 바로 지옥저주마경상의 저주명공강, 달리 겁멸파천흔이라 불리는 극악마공이었다. (우선, 이 분의 유체를 모셔야겠다. 그 후 복우산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 슥! 막붕비는 북궁혼의 시체를 안아들고 몸을 일으켰다. 한데, 그때였다. 사가각! 피---- 이잉! 돌연 주위 아홉 방향에서 비단폭 찢는 듯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막붕비는 대경했다. (아차! 독련십삼살(毒鍊十三煞)을 잊었군!) 위잉----! 그는 다급히 들고 있던 마도 묵룡풍을 내쳐 몸 주위에 도막(刀幕)을 이루었다. 하나, 그는 묵룡풍의 무게에 익숙하지 못해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 순간, 파가각----! 도막의 허술한 곳으로 파고든 하나의 낫이 막붕비의 옆구리를 지나갔다. "크----읏!" 막붕비는 신음과 함께 몸을 휘청했다. 그 사이, 스스슥! 휘르륵----! 살아남은 구살(九煞)이 갈대 숲으로 날아오르며 분분히 독겸철삭(毒鎌鐵索)을 던져냈다. 철컹! 철컹! 삽시에 아홉 가닥의 독겸철삭은 막붕비를 가운데 두고 그물같이 엮어졌다. 그 쇠사슬들은 의외로 아주 가느다랗고 끝에 반월형의 날카로운 낫이 달려 있었다. 순간, "갈!" 따---- 당! 막붕비는 대갈일성하며 묵룡풍으로 독겸철삭을 후려쳤다. 하나, 그것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두둑----! "크---- 윽!" 그 사이 아홉 가닥의 쇠사슬은 막붕비의 전신을 꽁꽁 엮어 버렸다. 이때, "크큽! 놈! 각오해라! 감히 사망탑의 일을 방해한 대가다!" 구살(九煞) 중 한 명이 잔혹한 웃음을 흘리며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그의 손, 시퍼런 빛이 도는 하나의 쇠못(釘)이 들려 있었다. "흐흐...... 이 탈명독정(奪命毒釘)은 네놈을 차근차근 저며 염라대왕에게 인도할 것이다!" 이어, 슥! 그는 잔혹한 표정으로 쇠못, 즉 탈명독정을 쳐들었다.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하나, 막붕비는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실수다! 놈들이 한낱 살수라고 얕본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의 안면이 낭패함으로 어지러졌다. 놀랍게도 독겸철삭을 통해 느껴지는 독련구살의 내공은 각기 일 갑자 이상이었다. 막붕비는 그자들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살수들과는 질적으로 틀림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문득, 막붕비는 검미를 모았다. (혹시...... 이 자들은 만겁마가와 관계있는 자들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그의 뇌리를 번뜩 지나갔다. 그때였다. "캇! 놈! 죽어랏!" 예의 일살(一煞)은 탈명독정에 내공을 주입하여 막붕비의 정수리를 노리고 내던지려했다. "......!" 막붕비는 대책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한데, 이변이 발생했다. "커---- 억!" 갑자기 일살은 두 눈을 부릅뜨며 목을 움켜쥐었다. 이어, 땅...... 그는 탈명독정을 지면에 떨어뜨리며 신형을 비틀거렸다. 보라, 그의 피부는 삽시에 시커멓게 변색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억! 독(毒)이다!" "무...... 무영독강에 중독된 현상이다!" "조...... 조심하랏! 서시독후라는 계집이 주위에 있다!" 독련팔살은 경악하며 급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두려움을 모르도록 철저히 길러진 그들이건만 그 순간 무서운 공포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분분한 외침에 막붕비는 경악하며 눈을 떴다. (서...... 시독후! 오사 중 가장 무섭다는 그 여독종이 나타났다고?) 그때였다. "독련십삼살! 감히 환우심강을 건드린...... 대가다! 죽어랏!" 어디선가 날카로우나 우울한 여인의 음성이 귓전을 울렸다. 기이하게도 그 음성은 막붕비가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음성이었다. 직후, "케액!" "크---- 악!" 한 가닥 바람이 장내를 스치는 순간 남은 팔살(八煞)은 목을 움켜쥐고 비명을 내질렀다. 철컹! 철컹! 팔살은 쇠사슬을 떨구며 일제히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그 순간, 그들의 몸은 시커멓게 변색되었다. 그리고 이내 살가죽부터 시커먼 독수로 녹아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 엄청난 광경에 막붕비는 몸서리를 쳤다. (끔...... 끔찍하군! 이것은 전설상의 무영독강이라는 독공에 격중당한 흔적이다!) 이어, 그는 비로소 몸을 옭아맨 쇠사슬을 풀고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쇠사슬 중 한 가닥을 쓸모가 있을 듯하여 걷어 말아 쥐었다. 똘똘 뭉치자 오 장 길이의 쇠사슬은 주먹만하게 줄어 들었다. 막붕비는 주위에 대고 문득 외쳤다. "어느 분이...... 도와 주셨소?" 그러자 어디선가 다시 예의 우울한 음성이 들려왔다. "조...... 심해요! 무림은...... 당신 같은 멍청이가 살아가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예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 읏! 멀리 갈대밭 사이로 하나의 회색인영이 안개같이 멀어져 갔다. 그 인영은 완숙한 몸매의 여인으로 보였다. 여인의 뒷모습을 발견한 순간, "......!" 막붕비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그...... 그녀다!" 그는 문득 실성한 듯 외쳤다. 다음 순간, 팟! 그는 북궁혼의 시신을 집어들고 그대로 땅을 박차며 회영이 사라진 곳으로 날아갔다. "아아! 그 목소리를...... 잊다니! 철접(鐵蝶)의 목소리를 잊다니......!" 그는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뒤엉킨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쐐----! 그의 신형은 질풍같이 허공을 가르며 회영이 사라진 곳을 뒤쫓았다. -철접(鐵蝶)! 그렇다! 회의여인의 음성! 그것은 막붕비가 꿈에도 잊지 못하던 동영의 여인자(女忍者) 철접의 음성이었다. "철접! 서시오! 제발......!" 막붕비는 절규하듯 외치며 회의인영, 즉 철접이 사라진 곳으로 신형을 폭사해 갔다. 막붕비의 첫여인---- 철접! 그녀가 바로 저 오사(五邪) 중 가장 무섭다는 서시독후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막붕비가 사라진 지 일 다경 후, 스읏! 휘르르......! 문득 두 명의 인물이 유령같이 장내에 날아들었다. 일남일녀(一男一女), 그들은 전신 깡마른 흑포사내와 터질 듯 풍만한 몸매를 지닌 중년미부인이었다. 사내, 그의 나이는 대략 오십 세 정도였다. 전신이 살 한 점 없이 깡 말라 앙상한 해골을 연상케 하는 모습, 움푹 꺼져들어간 그의 두 눈에서 생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섬뜩하리만큼 푸르스름한 안광만이 그 눈을 더욱 음산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기분나쁜 칙칙한 분위기의 인물이었다. 그는 두 손을 검은 도포자락에 푹 찌르고 있었다. 중년여인, 그녀는 언뜻보면 관음보살을 연상케 할 만큼 자애롭고 정숙한 모습이었다. 하나, 자세히 보면 그의 정반대였다. 그녀는 일신에 속이 비쳐 보일 듯 아슬아슬한 투명 나삼만을 걸치고 있었다. 터질 듯 풍만한 그녀의 몸매에서는 무서운 염기와 요기(妖氣)가 폭사되고 있었다. 사음(邪淫)의 덩어리, 그렇다. 그녀는 한 마디로 요악한 사음(邪淫)의 덩어리였다.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내를 숨막히게 만드는 현란한 요녀. 이때, 문득 깡마른 흑포괴인이 무감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것은...... 마검 지옥혈에 관통당한 흔적이오!" 툭! 그는 발 밑에 쓰러져 있는 사뇌마자의 시신을 걷어차 뒤집었다. 사뇌마자의 시신, 그 상처에서는 기이하게도 피 한 점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마검 지옥혈(地獄血)의 흡혈검력에 배인 흔적이었다. "지옥...... 혈황이란 말인가요, 탑주(塔主)? 사뇌마자를 죽이고 아수천황을 데려간 자가?" 나삼미부는 사뇌마자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독랄한 음성으로 물었다. 탑주(塔主)! 그렇다면...... 흑포노인은 바로 사망탑의 탑주란 말인가? 사망탑주(死亡塔主),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독련십삼살의 시체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소! 놈이오! 앞쪽에서 보았던 본탑 열 명 수하의 시체에서도 놈의 흔적이 발견되었소, 제일교주!" 그는 말을 하며 걸음을 멈춰섰다. 그 뒤를 나삼미부도 따라 발을 멈추었다. 교주(敎主)......! 그렇다! 나삼미부는 바로 혈관음교의 교주 화화관음였다. 화화관음는 요악한 눈을 반짝이며 독랄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옥혈황! 그 어린놈이 점점 기승을 부리는군요! 제왕성에서의 일로 만겁마종께 질책당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 줄기가 오싹해요!" "천하제패의 교두보가 될 제왕성을 거의 확보했다가 상실했으니 가주께서 격노하신 것은 당연한 일이오!" 사망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산한 어조로 대꾸했다. 이어, 그는 독련십삼살의 시신을 살펴본 후 고개를 들어 멀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바로 막붕비가 사라진 곳이었다. 그는 이미 독련십삼살이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는 직접 눈으로 본 듯 알아낸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그는 막붕비가 간 곳까지 알아낸 상태였다. 그것은 사망탑주가 천하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추적술사임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문득, 화화관음는 색기 어린 눈을 반짝이며 요악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