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2편 (2/44)
(과연 자의천위다! 벌써 낌새를 알아차리다니......!) (들켰다! 대명황실의 근위대를 얕본 것이 실수였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제각기 다른 빛으로 교차되었다. (할복하여...... 이가조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일이다!) 철접은 일순 결연한 눈빛으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어 그녀는 비수를 들어 망설임없이 자기 배로 가져갔다. 그때, "사...... 사람 살려!" 갑자기 막붕비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며 침실을 뛰쳐 나갔다. (이...... 애송이가 왜 갑자기......!) 돌연한 막붕비의 행동에 철접은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 순간, 파---- 앗! 그녀는 본능적으로 벽장 밖으로 뛰쳐 나가며 막붕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거의 동시에, "꼼짝 마라, 철접!" "우----!" 콰---- 차창----! 콰드득! 붕정원의 사면벽이 박살나며 십여 명의 인물들이 안으로 폭사되어 들어왔다. 그들은 금줄이 쳐진 자색전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눈빛이 칼날같이 날카롭고 예리한 인물들이었다. -자의천위(紫衣天衛)! 그들은 바로 신비각 소속인 황실최강의 위사들이었다. 마지막 남은 동영의 인자---- 철접을 쫓아 그들은 이곳 승상부까지 온 것이었다. * * * "어엇! 소주께서 놈에게 잡히셨다!" "산개하랏! 놓쳐서는 안된다!" 스스슥! 휙! 급급히 붕정원으로 뛰어들던 자의천위들, 그들은 철접이 막붕비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그들은 황망히 두 사람을 에워쌌다. "......!" 철접, 그녀는 자의천위가 안으로 덮쳐들자 일순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주위를 돌아 보았다. 그때, "무얼 멍청히 기다리는가! 나의 침실을 무덤으로 쓸 작정인가?" 막붕비가 문득 철접의 옆구리를 툭 치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 그제서야 철접은 막붕비가 왜 별안간 고함을 쳤는지 그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순간, 팟! 그녀는 막붕비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길을...... 열어랏! 이 애송이를 살리고 싶다면!" 그녀의 살기띤 기세에 자의천위들은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치잇! 별 수 없다. 각주(閣主)님의 후예를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물러서려 했다. 그때, "정말...... 대담한 계집이로군! 대명제국의 심장부를 그렇게 유린하고 다니다니......" 문득, 붕정원의 측면에서 한 줄기 스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스---- 읏! 휘르르...... 부서진 왼쪽 창문으로 한 명의 인물이 허공을 밟으며 다가섰다. 역시 자포를 걸친 자의천위의 인물이었다. 그의 나이는 오십 세 정도, 탐스러운 흑염을 가슴까지 기른 모습으로 눈빛이 칼로 찌르는 듯 예리해 보였다. 한데, 그 인물의 소매에는 금줄 대신 한 마리 금룡(金龍)이 수놓아져 있었다. 또한 다른 자의천위들이 네 자 길이의 단창(短槍)을 들었음에 비해 그는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등에는 황금으로 만든 빈 검갑(劍甲)이 메여져 있었다. 흑염노인이 모습을 나타낸 순간, "금검존(金劍尊)----!" 철접의 입에서 문득 공포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막붕비는 자신의 어깨를 움켜쥔 철접의 몸이 가늘게 떨림을 느꼈다. 그것을 느낀 그는 문득 고소를 지었다. (역시 신비각(神秘閣)의 사대영반이 무섭긴 무섭군. 그 지독하다던 동영의 인자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다니......!) 그는 적이 놀라움을 느꼈다. -금검존(金劍尊) 뇌극형(雷極形)! 이것이 흑염노인의 이름이었다. 신비각 최강의 고수들인 신비사존의 일 인, 달리 신비사대영반(神秘四大領班)이라 불리는 사 인(四人) 중 막내가 바로 그였다. 신비사존의 막내이긴 하나 그의 검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혹자는 그가 전설적 검예인 어검지술(馭劍之術)까지 연마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인자(忍者) 철접,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금검(金劍)은 바로 금검존 뇌극형이 어검술로 날려보낸 것이었다. 막붕비, 그는 뇌극형이 들어서자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애걸했다. "사...... 살려 주시오, 뇌영반!" 그 모습에 뇌극형의 두 눈에 경멸의 빛이 스쳤다. (쯧! 호랑이 애비에 견자(犬子)로군! 글자 나부랑이나 읽은 자들은 별 수 없지!) 그는 내심 혀를 찼으나 막붕비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소부주! 걱정 마십시오! 그 자는 소부주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철접에게 찌르는 듯 예리한 시선을 던졌다. "자! 너같은 비천한 오랑캐 계집과 이야기 한다는 것은 탐탁지 않으나 별도리가 없으니 해야겠군.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나는......" 철접은 서툰 한어로 말을 꺼내려 했다. 하나 그것을 뇌극형이 손을 들어 막았다. "경고하겠는데...... 무리한 주문은 삼가하라! 우리는...... 소부주의 목보다 네 목이 더 중요하니까!" 그는 싸늘한 음성으로 못박듯이 말했다. 그 말에 막붕비는 내심 고소를 지었다. (여차하면 내 목숨은 돌보지 않고 사살해 버리겠다는 뜻이군!) 이때, 철접이 잘근 입술을 물며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루의 시간 뿐이다!" 그녀는 다친 맹수같이 중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루가...... 지나면 이 애송이를 돌려 보내겠다! 이가조의 명예와...... 대화의 시조이신 천조대신(天照大神)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뇌극형이 칼로 자르듯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너희들 시조 나부랑이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너 어린 계집도 본좌와 같은 무사이기에 믿어줄 뿐이다!" 말을 마침과 함께, 슥! 문득 그는 가볍게 소매를 저었다. 그러자 자의천위들은 포위망을 풀며 한쪽으로 비켜서 길을 열어 주었다. 문득, "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 말은 해야겠다! 고맙다!" 철접은 뇌극형에게인지 막붕비에게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디 말을 던졌다. 이어 그녀는 막붕비를 옆에 낀 채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잠깐!" 뇌극형이 문득 그녀를 불러세웠다. "......!" 철접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본좌의...... 애검(愛劍)은 놓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뇌극형은 철접을 노려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말에 철접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팟!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금검(金劍)을 단번에 잡아뽑아 뇌극형에게 던졌다. "잊을 뻔...... 했군! 그대의 일검은...... 기억해 둔다!" 다음 순간, 휘르르......! 그녀는 막붕비를 옆구리에 낀 채 붕정원을 날아나갔다. "......!" "......!" 뇌극형과 자의천위들, 그들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사라지는 철접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문득, "괜...... 찮겠습니까, 영반?" 한 자의천위가 우려의 빛으로 뇌극형에게 물었다. "바뀌는 것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저 계집의 목이 하루 늦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뇌극형은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어, 쩌---- 엉! 그는 금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런 그의 눈에 지축을 울리며 저편에서 급급히 달려오는 대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곳은...... 승상부 붕정원이었다. * * * -낭야왕부(狼爺王府)! 금릉의 서북쪽에 위치한 광대한 장원의 폐허, 그곳은 육십 년 전만 해도 금릉에서 가장 화려하던 곳이었다. 낭야왕(狼爺王) 갈태독(葛太毒)! 대원제국시대 최고의 권세가, 낭야왕부는 바로 그 갈태독의 성채였다. 갈태독은 원래 무림인이었다. 그는 우연히 한 권의 상고독경을 얻어 독문제일인이 되었다. 그는 독공(毒功)으로 천하를 휩쓸어 반원(反元) 운동을 벌이던 무림고수들을 주살하여 원제국에 아부해왔다. 그 대가로, 그는 수백 리에 이르는 영지를 얻었으며 무림왕(武林王)에 봉해졌다. 하나, 사십여 년 전, 태조 홍무제 주원장이 원제국을 쓰러뜨리면서 갈태독도 파멸하고 말았다. 낭야왕부는 무림인들과 홍무제 주원장 휘하 일만 명의 고수들의 합공하에 궤멸되었다. 낭야왕(狼爺王) 갈태독, 그는 천여 명의 고수들을 쓰러뜨린 후 그 자신도 심각한 중상을 입고 어디론가 달아났다. 당시, 갈태독을 쓰러뜨리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한 명의 젊은 검수(劍手)가 있었다.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 초패강(楚覇?)! 후일 환우일존의 무상지위에 오른 절대자가 바로 그였다. 초패강은 팔식(八式)의 제왕검결(帝王劍訣)로 공포스런 독(毒)의 제왕 갈태독을 처참한 몰골로 패주케 만들었다. 그리고, 낭야왕부(狼爺王府)를 괴멸시킨 후 그는 홍무제(洪武帝) 주원장에게서 그 전공으로 황산(黃山)을 영지로 하사 받았다. 이에 초패강은 황산(黃山)에 하나의 성(城)을 세워 은거하니...... 세인들은 그 성(城)을 일컬어 제왕성(帝王城)이라 하며 경외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사십여 년이 지난 그 옛날의 일이었다. 삼경(三更), 폐허가 된 낭야왕부(狼爺王府)는 스산하고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문득, 스---- 읏! 낭야왕부의 폐허 위로 하나의 검은 인영이 소리없이 스쳐갔다. 지극히 은밀하고 날렵한 신법, 거의 파공성도 일지 않았다. 이윽고, "다...... 다왔다! 저기가...... 우리 이가조 형제들의 은신처였다!" 스읏! 흑영은 괴로운 신음과 함께 지면으로 날아내렸다. 철접(鐵蝶)! 바로 그녀가 아닌가? 그녀의 옆구리에는 막붕비가 끼어 있었다. "흐음...... 놀랍군! 자금성의 지척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다니......!" 막붕비는 몸을 바로 세우며 경이의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선 곳, 그곳은 낭야왕부의 후원이었던 곳이다. 오랫 동안 돌보는 이 없이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있는 후원, 그 중에는 돌로 쌓아 만든 하나의 고정(古井)이 있었다. "살아난 형제...... 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철접은 비틀거리며 잡초에 둘러싸인 고정(古井)으로 다가갔다. "......!" 막붕비는 그녀를 따라가 고정을 내려다 보았다. 하나 칼칼한 어둠 속에 잠긴 고정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물 속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막붕비는 의아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궁금...... 하면 함께 내려가 보...... 자!" 철접은 힐끗 막붕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어, 휙! 그녀는 망설임없이 우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엇!" 막붕비는 흠칫하며 다급히 철접을 잡으려 했다. 하나, 철접의 모습은 이미 칼칼한 우물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우물 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흠...... 이 안에 무엇인가 궁리가 되어있군!) 막붕비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디 들어가 볼까?) 다음 순간, 그는 서슴없이 고정 속으로 뛰어 내렸다. 쐐액----! 세차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전을 찢었다. 막붕비는 질끈 눈을 감았다. 순간, 출렁! 그의 몸이 소리를 내며 어떤 그물 같은 것에 떨어졌다. (역시......!) 막붕비는 짐작했었다는 듯 히죽 웃었다. 그는 그물 위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고정의 중간쯤, 하나의 튼튼한 그물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고정 저편, 놀랍게도 우물벽에 면해 하나의 동굴이 뚫려 있었다. 막붕비는 경이를 금치 못했다. (우물 속에 저런 동굴이 있다니......!) 그는 검미를 모았다. (혹시...... 이곳은 갈태독이 낭야왕부의 지하에 만들었다는 지하궁전이 아닐까?) 이어, 그는 엉금엉금 기어 동굴로 다가갔다. 동굴, 그것은 사람 하나가 겨우 기어들어갈 정도로 협소했다. 하나, 안으로 일 장쯤 기어 들어가자 동굴 안은 점점 넓어졌으며 밝아졌다. 곧 막붕비는 동굴의 끝에 이를 수 있었다. 동굴의 끝, 그곳에는 한 칸의 석실이 있었다. 석실 안---- 몇 개의 야광주가 박혀 있어 흐릿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한데, "......!" 먼저 들어온 철접, 그녀가 멍하니 석실의 입구에 서 있었다. "철접(鐵蝶)......!" 철접의 뒤로 다가서며 그녀를 부르던 막붕비는 문득 흠칫했다. 역한 피비린내가 그의 코 끝에 확 풍겨져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석실 안, 세 사람이 죽어 있었다. 그들은 철접과 같은 인자(忍者)의 복장이었다. 이남일녀(二男一女), 별다른 특징없이 생긴 중년남녀와 이제 겨우 십 사오 세 정도의 소년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부부였던 듯 서로 껴안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들은 검으로 서로의 심장을 찔러 동반자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소년, 그는 할복자살을 한 듯했다. 심한 격전을 치른 듯 그의 전신은 무참하게 난자당해 있었다. 오른손은 중병기에 으스러져 있었으며 문드러진 왼손으로 배를 가른 것이었다. 소년의 복부에서 흘러나온 내장과 선혈이 온통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실로 눈뜨고 보지 못할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이었다. 중년남녀와 소년, 그들은 살수행(殺手行)에서 실패하자 이곳 은신처로 돌아와 자진한 듯했다. 특히, 소년은 죽기 직전의 고통이 극심하였던 듯 심하게 몸부림을 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가 손톱으로 벽을 할퀴어 한쪽벽 전체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막붕비, 그는 이 처참한 광경에 하마터면 토할 뻔하여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끔...... 찍하군!)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때, "아니야! 차랑(次郞)! 이게 아니야!" 돌연 철접은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이어, 그녀는 할복한 소년의 시체를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으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막붕비, 그는 그제서야 철접과 그 소년이 남매간인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제2장 毒皇의 遺物 소년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철접(鐵蝶), 그녀는 탈진 상태에서 가중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고소를 지었다. "이 지독스런 친구도 별수없이 인간이로군!" 그는 혀를 차며 다가가 소년의 시체와 철접을 떼어놓았다. 철접의 전신도 온통 피투성이었다. "이 친구, 역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하겠군!" 막붕비는 철접의 상세를 살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위험한 일을 하는 자객이니 상비약을 갖고 다니겠지!" 이어, 그는 약을 찾을 요량으로 철접의 야행복 가슴섶에 손을 집어넣었다. 순간, 뭉클...... 고무공 같은 탄력이 그의 손 끝에 느껴졌다. 막붕비는 질겁했다. "계...... 계집이었잖아!" 그는 아연실색하며 불에 덴 듯 황급히 손을 뗐다. 그제서야 그는 철접이 여자인 것을 확연히 안 것이었다. "빌어먹을...... 난감하게 되었군!" 그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막붕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이어, 그는 결심한 듯 다시 손을 뻗어 천천히 철접의 야행복 상의를 벗겼다. 야행복 속, 철접은 가는 철사로 짠 그물옷을 입고 있었다. 그 그물옷에 눌려 자그마하나 팽팽하고 탄력 있는 한 쌍의 유방이 드러났다. 백설이 앉은 듯 희고 소담스런 젖무덤, 그 위에 설익은 복숭아 같은 분홍빛 유두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막붕비, 그는 흥분했다. 생전 처음보는 적나라한 여체에 그의 준미한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나 그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철접의 상의를 뒤졌다. 곧 그는 여러 개의 약봉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약봉지에는 내상약과 금창약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하나, 막붕비는 다시 곤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철접의 상처는 거의 전신에 퍼져 있어 치료를 하려면 그녀의 옷을 모두 벗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막붕비는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팔자에도 없는 염복을 만났군!) 이어,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철접의 야행복을 벗겨냈다. 철접의 몸매는 의외로 풍만했다. 그녀의 허리는 겨우 한줌이나 될까 말까할 정도로 잘록했다. 하나, 가슴과 엉덩이는 놀랍도록 발달해 마치 부푼 풍선같이 풍만했다. 그것은 철접이 의외로 나이가 많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 철접의 바지를 벗기던 막붕비, 그는 문득 숨을 멈추었다. 철접은 야행복 안쪽에 쇠그물 옷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바지를 밑으로 벗겨내리자 그녀의 아랫도리 은밀한 곳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었다. 희고 통통한 허벅지 사이로 살포시 부푼 둔덕이 보였다. 철접의 몸에는 체모가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은밀한 부분에도 체모가 무성하지는 않았다. 겨우 파릇파릇한 잔디 같은 체모가 둔덕과 그 아래 부분에 약간 돋아나 있을 뿐이었다. 따라서, 철접의 내밀한 부위는 전혀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매끈하게 갈라진 살집 사이로 분홍빛 꽃잎이 살짝 엿보였다. 그 모습은 실로 뇌살적이었다. 막붕비는 은밀한 비소를 본 순간, 그는 자신의 일부가 급격히 팽창함을 느끼며 끊어질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하나 그는 그것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못난 놈! 부상자를 앞에 두고 무슨 망상이란 말인가?" 그는 신음을 발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러나 본능은 정직한 것, 막붕비의 얼굴은 모닥불같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심하게 진동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어, 멈추었던 손을 다시 움직여 철접의 바지를 완전히 벗겨내렸다. 하나 쇠그물 옷은 차마 벗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막붕비는 그물옷을 사이에 두고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탱탱한 철접의 피부가 손 끝에 닿을 때마다 그는 불에 덴 듯한 격렬한 감각을 느끼곤 했다. 그것은 차라리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마침내, 막붕비는 힘겹게 철접의 치료를 끝냈다. 그의 전신은 온통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겪은 최악의 수난이었다!) 그는 고소를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철접의 몸에 야행복을 덮어 주고 몸을 일으켰다. (우선 이 시체들이나 처리하자!) 막붕비는 먼저 두 중년부부의 시신을 힘겹게 우물가로 끌고 갔다. (저승에 가서라도 백년해로 하시기를......!) 그는 내심 두 사람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그는 두 부부의 시신을 우물 속으로 밀어넣었다. 첨---- 벙! 어두운 우물 저 아래로 물소리가 울려퍼졌다. 막붕비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석실로 돌아왔다. 이윽고, 그는 철접의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인자를 끌어내려 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흠칫했다. (엇...... 이것 봐라!) 그는 검미를 모으며 소년이 할퀸 벽을 주시했다. 그 벽은 소년이 죽어가며 고통을 못참고 마구 긁어대 끔찍하게도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 석벽에는 금이 쩍쩍 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돌이 아니다! 누군가 흙으로 메워놓은 뒤 석회를 발라 석벽으로 위장한 것이다!) 막붕비의 두 눈이 기광으로 번뜩 빛났다. 그렇다. 소년인자가 손으로 긁어댄 벽은 다른 곳과는 달리 돌이 아니라 흙을 바른 토벽이었다. 막붕비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혹시 여기는 낭야왕(狼爺王) 갈태독(葛太毒)이 지었다는 지하궁전의 입구가 아닐까?) 그는 호기심을 느끼며 힘주어 벽을 밀어보았다. 순간, 콰드득......! 과연 벽이 뒤쪽으로 무너져 내리며 그곳에 하나의 어둑한 밀로(密路)가 나타났다. 막붕비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이곳은 낭야왕 갈태독이 세운 낭야보궁(狼爺寶宮)일 것이다!) 그는 내심 확신이 생겼다. 이윽고, 그는 성큼 밀로 안으로 들어섰다. 밀로는 오랫 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는지 온통 주위가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막붕비는 이끼를 밟으며 안으로 전진했다. 십여 장 정도 들어갔을까? 츠...... 읏! 돌연 전면으로부터 한 가닥 푸르스름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막붕비는 의혹을 느끼며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순간, "검(劍)...... 아닌가?" 막붕비는 흠칫하며 낮게 부르짖었다. 눈을 찌를 듯 뻗어나온 푸른빛, 그것은 바로 한 자루 장검(長劍)에서 발출된 것이었다. 장검(長劍), 그것은 이끼가 가득 덮인 석벽의 중간에 박혀 있었다. 검신(劍身)은 반투명했으며 새파란 섬광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투명한 검신 가운데, 한 가닥 선명한 핏빛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혈선(血線)은 얼마나 선명한지 방금 전 누군가 검에 베어 흘린 선혈과도 같았다. 검의 손잡이, 그곳에는 아수라의 두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마검(魔劍) 지옥혈(地獄血).> 손잡이에는 그와 같은 섬뜩한 핏빛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마검...... 지옥혈?" 막붕비는 침음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마검(魔劍) 지옥혈(地獄血)을 뽑아들었다. 순간, 웅웅...... 쩌정......! 검은 야수의 으르렁거림 같은 울음을 토하며 벽에서 뽑혀졌다. 지옥혈검(地獄血劍)! 그것이 뽑히자 삽시에 주위는 새파란 광망으로 뒤덮였다. "대단...... 히 마성이 강한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