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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나일강의 죽음 - 19편 (19/21)

2026-09-21 21:42:33 조회 30
코넬리아, 대답해 주시오." "당신은 참 엉뚱한 분이군요." "왜, 결혼해 달라는 걸 거절하는 건가요?" "당신은 이 세상 모두를 비웃는 사람이에요. 교육, 문화, 그리고 죽음까지 비웃는데 어떻게 당신을 믿겠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급히 선실로 들어갔다. 포와로는 퍼거슨에게 말했다. "퍼거슨 씨, 당신은 무례해요." "이해해 주세요. 전 기성 세대를 공격하길 즐기는 편이랍니다." "그럼, 나도 기성 세대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이죠. 당신은 코넬리아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훌륭한 아가씨죠." "네, 잘 보셨어요. 연약해 뵈지만 용기있는 여자랍니다. 나는 그 친척인 늙은 노처녀를 좀 곯려주려고 해요. 그녀가 나를 미워하면 코넬리아는 내게 가까워질 테니까요."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전망실로 들어가 뜨개질을 하고 있는 밴 슈일러에게 가까이 갔다. 포와로는 떨어져서 잡지를 읽는 척 했다. "밴 슈일러 양, 안녕하십니까?" 그녀는 거만하게 퍼거슨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짧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죠. 난 당신의 조카딸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털실 뭉치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당신, 제정신이 아니군요." "나는 코넬리아에게 결혼 신청을 했습니다." "그럼, 그녀가 거절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난 그녀가 제 청혼을 승낙할 때까지 계속 구애할 겁니다." "나는 조카딸이 그렇게 당신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왜 나를 싫어하십니까?" 밴 슈일러는 묵묵히 뜨개질만 했다. "도대체 나의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당신의 사회적 지위요." "그런 건 부질없는 겁니다." 그때 코넬리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퍼거슨과 밴 슈일러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퍼거슨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코넬리아, 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당신에게 구혼하고 있는 중이오." 그녀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밴 슈일러가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코넬리아, 이 젊은이에게 어떤 행동을 했느냐?" "아니에요, 저는 그런 일은‥‥" 퍼거슨이 나서서 말했다. "내가 혼자 한 일입니다. 그녀는 착해서 노골적으로 나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코넬리아, 당신의 아주머니는 내 사회적 지위가 보잘 것 없다고 거절하는군요. 그럼, 당신 생각은?" 코넬리아는 얼굴을 붉힌 채 대답했다. "만일 제가 당신을 좋아만 한다면 당신의 신분 같은 건 상관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무례하고‥‥ 역설적이고‥‥ 이상한 말투에‥‥ 당신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어요." 그녀는 울상이 되어 밖으로 뛰어나갔다. 퍼거슨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천장으로 보고 휘파람을 불다가 한 마디 했다. "반드시 당신을 아주머니라고 부를 겁니다." 밴 슈일러는 흥분하여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쳤다. "당장 나가요. 나가지 않으면 웨이터를 부르겠어요." "나도 돈을 내고 탔는 걸요. 나를 쫓아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양보하지요." 그는 거만한 태도로 어슬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포와로는 떨고 있는 밴 슈일러에게 털실을 주워 주었다. "건방지죠? 그 집안은 모두 그렇답니다. 버릇없이 키워서 그럴 겁니다. 참, 부인도 그가 누군지 아시겠지요?" "네?" "그는 퍼거슨이란 이름만 쓰지만 바로 젊은 돌리시 경이죠. 진보주의적인 사고 방식 때문에 그냥 퍼거슨이라고 하지요. 옥스퍼드 대학에 다닐 때 공산주의자가 되었다지요, 아마. 나는 신문에 난 그의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장이 새겨진 반지도 보았습니다. 틀림없이 돌리시 경이에요." 밴 슈일러는 포와로에게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했다. 포와로는 그녀가 방에서 나가자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맞아, 모두 들어 맞고 있는 거야." 25 레이스 대령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포와로 씨, 10분 후에 페닝턴이 오면 당신이 만나보는 게 좋겠습니다." 포와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팬숍을 자기 방으로 불러 달라고 하고 나갔다. 잠시 후, 팬숍과 레이스 대령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포와로는 그들이 의자에 앉자 담배를 권했다. "팬숍 씨, 당신은 내 친구인 헤이스팅즈와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 같군요." "네, 이건 내가 졸업한 학교의 넥타이입니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영국인의 가치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법이죠?" 팬숍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요즘엔 그런 말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관습은 오래 남습니다. 모교의 넥타이를 매고는 거짓말을 하거나 모교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당신은 언젠가 타인의 사적인 대화를 엿들었죠. 그리고 리넷 도일 부인에게 사무적인 태도가 훌륭하다고 칭찬했습니다. 팬숍 씨, 당신은 젊고 돈이 없는 사람인데 이 호화로운 배를 탄 게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은 왜 이 배를 탔지요?" "포와로 씨, 난 당신처럼 이상한 사람에겐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당신 사무실은 우드홀에서 가까운 노댐프턴에 있지요? 왜 당신은 리넷의 이야기를 엿들었습니까? 당신은 도일 부인이 서류를 읽도록 하려고 그녀에게 칭찬을 보냈죠? 이 배에선 살인 사건이 연달라 발생했습니다. 오터번 부인이 앤드류 페닝턴의 총에 의해서 살해되었다고 말한다면 사실을 말하겠습니까?" 팬숍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 아저씨는 도일 부인의 영국측 변호사인 카마이클 씨입니다. 아저씨는 도일 부인의 재산을 관리하지요. 아저씨는 앤드류 페닝턴과 자주 편지를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페닝턴이 공채를 처분하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아서 아저씨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리넷이 결혼을 하고 이집트로 신혼 여행을 떠나 아저씨는 안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카이로에서 보낸 리넷의 편지에 우연히 페닝턴 씨를 만났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더 의심을 품었지요. 아저씨는 페닝턴이 막바지에 이르면 도일 부인에게서 서명을 받으려 애쓸 거라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증거가 없어서 아저씨는 나를 보내신 겁니다. 그래서 나는 형편없이 남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겁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했다고 봅니다." "도일 부인에게 경고라도 해 주었습니까?" "아뇨, 그런 일은 못했지만 페닝턴은 당분간 서명을 받으러 나서지는 못할 겁니다. 나는 그동안 그들과 가까이 지내며 경고해 주려고 했습니다. 도일 부인은 페닝턴을 전폭적으로 믿는 처지이므로 도일 씨에게 접근하려고 했었지요." "솔직히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도일 부인과 도일 씨 중에서 누구를 더 손쉽게 속일 수 있을 거 같습니까?" "리넷 도일은 철저해서 힘드니, 도일 씨를 택할 겁니다. 그는 가리키는 곳에다 그냥 서명만 할테니까요." "그게 모두 동기가 되겠군요." "현재로선 증거가 없지만 페닝턴에게서 무엇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팬숍이 나간 후, 바로 앤드류 페닝턴이 들어왔다. 그는 여유있게 미소 띤 얼굴이었으나 턱과 눈매에서 경계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 부른 것은 이번 사건이 당신과 특별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침에 리넷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말했죠?" "네,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녀의 아버지와 절친했는데 그가 죽으면서 유언으로 당신을 재산 관리자로 부탁했나요?" "네, 그런 셈입니다, 그러나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중, 두 명은 죽고 지금은 스텐데일 록포드만 살아 있죠." "당신의 동업 변호사인가요? 이제 리넷이 결혼을 했으니 재산 관리는 모두 그녀가 하겠지요?" "도대체 당신은 무슨 질문을 하려는 겁니까?" "대답하기 싫다면‥‥" "싫은 게 아니라 나는 당신이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럽니다." "살인 동기지요! 동기를 알려면 경제적인 면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페닝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리지웨이의 유언에 따라 리넷이 결혼을 하면 직접 재산을 관리하게 됩니다." "무조건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당신과 동료 변호사의 걱정이 크겠군요." "우리는 그런 업무에 익숙해 있어서 그런 일은 특별히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페닝턴은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혹시 리넷의 갑작스런 결혼 때문에 당신네 사무실이 위급한 상태로 돌입하지 않았습니까?" "위급한 상태라뇨?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죠?" "간단한 문제입니다. 리넷 도일 씨의 서류는 모두 제대로 갖추어져 있겠죠?" "그렇소,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 염려마시오." "당신은 리넷의 결혼 소식을 듣고 허둥지둥 이집트로 달려와 우연히 만난 것처럼 꾸몄습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나는 그녀와 도일 씨와의 결혼 사실을 몰랐어요." "당신은 카매닉 호를 타고 왔다고 했는데, 당신 짐에는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노르망디 호의 꼬리표는 붙어 있더군요. 그 배는 카매닉 호가 떠난 지 이틀 후에 떠난 배입니다." 냉정하고 자존심 강한 페닝턴의 시선이 가볍게 떨렸다. "자, 솔직히 말해 보시오. 부인해도 헛일이오. 노르망디 호의 승객 명단을 보면 금방 확인될 테니까." 앤트류 페닝턴은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교활한 두뇌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당신들은 뛰어난 분들이군요.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말은 비밀에 붙여 주십시오." "물론 그렇게 하지요. 약속을 지키겠소." "영국 쪽에서 우리를 속이는 듯 해서 제가 직접 온 것입니다. 도일 부인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기 때문이지요." "누구에게 사기를 당한다는 말이죠?" "그야, 리넷의 영국측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편지를 못 받았다고 했습니까?" "그냥 우연히 만난 것처럼 보이려고 그랬습니다. 그들은 신혼 여행 중이니까요. 더욱이 나는 남편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서 그 남편도 의심을 했었지요." "그럼, 당신이 이곳에 온 목적은 그 때문이었습니까?" "네." "당신 말을 믿을 수 없군요. 당신은 리넷이 결혼하자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겠죠. 그 곤경의 돌파구를 찾기위해 여기까지 따라와 부인에게 서명을 받으려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또 신전의 절벽 위에서 바위를 굴렸는데 그것도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리넷 도일과 하녀를 죽인 범인을 밝히려던 오터번 부인은 당신의 총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그건 분명히 당신의 총이었습니다." "그건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도대체 내가 리넷을 죽일 이유가 뭐겠습니까? 리넷이 죽어도 나는 이득이 없습니다. 그녀의 재산은 단 한 푼도 내게 오지 않고 그녀의 남편만 부자가 될 뿐이지요. 그렇다면 당신들은 내가 아니라 바로 시몬 도일을 조사하는 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도일 씨는 그때 총에 맞았습니다. 부상을 당한 후에는 꼼짝도 하지 못했고요. 그의 증인들은 믿을 만한 인물들이지요. 시몬이 그의 아내를 죽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루이스나 오터번 부인도 마찬가지죠. 오터번 부인이 살해 당할 때는우리도 도일 씨와 함께 있었죠." "그러나 나는 아무 이득도 없는데 왜 살인을 하겠습니까?" "그건 틀린 말입니다. 도일 부인은 날카롭고 철저한 사람이라 자신이 영국에 돌아가 재산을 관리하게 되면 이상한 걸 금방 눈치챌 것입니다. 그럼 당신은 의심을 받게 되겠죠. 그러나 이제는 리넷이 죽고 남편이 재산을 관리할테니 문제가 달라졌지요. 남편은 단순해서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성격이니까요. 그를 상대하기는 손쉬운 일입니다. 그런 남편과 상대하느냐 리넷과 상대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사정은 엄청나게 변할 테니까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겁니다. 세 번의 살인 사건이 났으니 검찰에서 도일 부인의 재산 관계를 모두 조사할 겁니다." 페닝턴의 어깨가 힘없이 내려갔다. "당신이 허세를 부려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이제 모두 밝혀질 테니까요." 페닝턴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 빌어먹을 불경기 때문입니다. 월 스트리트는 지금 쑥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6월이 되면 잘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그 담뱃불은 곧 꺼져 버렸다. "페닝턴 씨, 바위를 떨어뜨린 건 우연이 아니었겠죠?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여‥‥" "아닙니다, 그건 정말로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바위에 발이 걸려 넘어지자 바로 그 바위가 굴러 떨어진 겁니다‥‥ 그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페닝턴의 시선은 불안으로 떨렸다. 그러나 그렇게 궁지에 몰렸으면서도 그의 투지는 전혀 굽힘이 없었다. "당신들이 내게 그걸 뒤집어 씌울 수는 없을 겁니다. 그건 우연한 사고였으니까. 리넷을 쏜 것도 내가 아니고‥‥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소." 그는 급히 밖으로 나가 버렸다. 26 "수확이 크군요. 그는 스스로 살인 미수와 사기 행각을 털어 놓았군요. 더 이상은 어렵겠는데요." 포와로는 고양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애스완의 정원, 앨러튼의 진술, 매니큐어 두 병, 내가 마신 포도주, 벨벳 목도리, 싸구려 분홍색 손수건, 범행 현장에 떨어진 권총, 루이스 살해 사건, 오터번 부인 살해 사건‥‥ 이 모두를 정리해 보니 페닝턴은 범인이 아니군요." "네, 뭐라고요?" "페닝턴은 범인이 아닙니다. 그에게 살인의 동기는 있지만, 그의 성격으로는 그런 일을 실행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살인 사건은 대담하고 민첩하며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나 저지를 수 있는 것입니다. 페닝턴은 안전하다고 확신이 가는 일이나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모험적인 사건을 저지를 인물이 못 되지요." "포와로 씨, 당신은 철저하게도 파악했군요." "아직 확실치 않은 게 있긴 해요. 또 리넷이 잘못 읽었다던 전보도 문제가 있는 거 같고‥‥" "참, 도일에게 물어본다고 하고선 그만 깜빡했군요." "그건 뒤로 미루고 우선 팀 앨러튼을 만납시다." 레이스 대령은 벨을 눌러 웨이터에게 팀 앨러튼을 불러오라는 지시를 했다. 팀은 의아한 표정으로 의장 앉아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내가 무엇을 도우면 되지요?" 포와로는 짧게 한 마디 했다. "아닙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됩니다." "아, 저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입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나는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앨러튼 부인은 참 훌륭한 분이니까요. 그리고 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어떤 여자 때문입니다." "어떤 여자라뇨?" "조안나 사우드우드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런던 경시청을 3년간 괴롭힌 상류사회의 보석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보석 사건의 수법은 언제나 동일했습니다. 그 수법은 늘 진짜 보석과 똑같이 만든 모조품으로 바꿔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건을 종합해서 검토한 결과, 그것은 두 명 이상이 공모한 범죄였습니다. 내 친구인 잽 경감의 여러 자료를 검토해서 상류 사회의 사교계를 출입하는 지체높은 인물이 범인이라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그 지체높은 인물이 누군지 압니까? 그건 바로 다름아닌 조안나 사우드우드였습니다. 이상하게도 보석 도난 사건이 날 때마다 그녀와 잘 알고, 그녀가 도난당한 보석을 빌린 적이 있다고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보석을 바꿔치기한 사람은 다른 인물이었지요. 조안나가 영국에 없을 때도 보석 도난 사건은 일어났으니까요. 그래서 잽 경감은 하나의 추측을 했지요. 조안나가 보석 조합에 관여한 적이 있으므로 훔칠 물건을 복사한 후, 그 복사한 것을 보석상에게 주어 모조품을 만들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공범은 모조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겁니다. 그런데 그녀의 공범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죠. 그런데 당신이 마조르카에 있을 때 일어났다는 반지 분실 사건과 어떤 파티에서 일어났다는 바꿔치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게 내 흥미를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조안나와 친하다는 게 더 흥미를 돋구었죠. 그리고 당신은 나를 무척 꺼려 했고요. 리넷 도일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녀의 진주 목걸이가 도난 당했다는 걸 알고는, 팀 당신이 생각나더군요. 당신이 조안나와 공범이라면 목걸이를 바꿔치기를 할 뿐 훔치진 않았다는 거죠. 그때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모조품 목걸이를 가져왔더군요. 그래서 나는 목걸이를 훔친 사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목걸이를 바꿔치기한 거죠." 그는 포와로가 뚫어질 듯이 바라보자 창백한 얼굴로 약간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그 목걸이를 어디에 두었단 말입니까?" "그거야 한 군데 밖에 없지요. 아마 당신 선실의 묵주 속일 겁니다. 그 묵주는 평범한 거 같지만 나사를 돌려 빼도록 특별히 고안했겠죠. 묵주알 속에 진주를 접착제로 붙였겠죠. 종교적인 성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함부로 손대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조안나가 그 모조품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안나는 리넷이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올 걸 알고 당신을 이곳으로 보낸 겁니다. 그녀는 네모난 구멍을 만든 책 속에 숨겨 보냈을 겁니다. 우체국에서도 책이라면 펴보지 않을 테니까요." "이제 끝났군요. 내가 졌습니다. 흥미로운 게임도 일방적인 패배로 끝나는군요. 이제 대가를 치루는 일만 남았군요." "당신은 그때 목격자가 있었다는 걸 압니까?" "누가 목격했죠?" "리넷 도일이 살해되던 날 밤, 새벽 1시가 넘어서 당신이 그녀의 방에서 나온 걸 누군가가 보았습니다." "아니, 당신은 저를‥‥ 저는 그 여자를 살해하지는 않았습니다. 맹세합니다. 나는 무척 불안했어요. 왜 하필이면 그날 밤에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건 이미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우리를 도와 주십시오. 당신이 그 방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살아 있었나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나는 진주가 어디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침대맡 탁자에서 목걸이를 찾아서는 바로 그 방을 나왔어요. 물론 그녀가 잠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숨 쉬는 소리를 들었습니까?" "아뇨, 아주 조용했습니다." "그럼, 혹시 금새 총을 쏜 듯한 화약 냄새가 나지 않던가요?" "글쎄, 냄새는 맡지 못했는데‥‥" "당신이 선실에서 나오는 걸, 모퉁이를 돌아오던 로잘리 오터번이 목격했지요." "그녀가 그렇게 말했나요?" "그녀가 이야기한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추측했습니다. 그녀는 내게 아무 것도 못봤다고 거짓말을 했지요." "그녀는 왜 그랬을까요?" "자기가 본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 더 솔직히 얘기했을 텐데요."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정말 그녀는 특이하군요. 어머니 때문에 고통스러울텐데‥‥" "그렇지요. 힘겨운 생활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대령님, 리넷의 방에서 목걸이는 바꿔치기했습니다. 나는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조안나에 관한 것은 인정할 수 없어요. 당신이 그녀를 체포할 증거는 없을 겁니다. 모조품을 구한 건 내 문제니까요." "당신은 훌륭하군요." 그러자 팀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저는 신사랍니다. 나는 어머니가 당신에게 호의를 품으셔서 불안했습니다. 저는 형사 앞에서 여유있게 앉아있을 정도로 뻔뻔한 놈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당신은 목걸이를 바꿔치기했지 않습니까?" "네, 저는 배 안에서 바꿔치기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방 건너에 그녀의 방이 있고, 리넷도 정신이 산만한 상황이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그럼 좀 이상한데요?" 포와로는 벨을 눌러 오터번 양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로잘리가 나타났는데 그녀는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로잘리는 팀과 마주치자 깜짝 놀랐으나 이내 평상시처럼 침착한 태도로 포와로와 레이스를 쳐다보았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몇 가지 확인할 일이 있어서요. 당신은 오늘 새벽 1시 10분 경, 갑판 오른쪽에서 누군가를 보았죠? 그러나 당신은 그가 누구라는 걸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가 팀 앨러튼 씨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도 리넷 도일의 선실에 들어간 걸 시인했고요." 로잘리가 팀을 쳐다보자 그는 경직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앨러튼 씨, 시간도 맞죠?" "네, 맞습니다." 로잘리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어떻게 당신이‥‥" "아닙니다. 나는 살인은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단지 진주 목걸이만 훔칠 생각이었습니다." 포와로가 나서서 그녀에게 설명했다. "앨러튼 씨는 어제 리넷의 방에 들어가 진짜 진주 목걸이와 그 모조품을 바꿔치기 했다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