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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나일강의 죽음 - 18편 (18/21)

2026-09-21 21:42:33 조회 16
"그 하녀가 목걸이를 훔쳤나? 겁이 나서 물에 뛰어든 게 아닌가?" 시몬의 말에 대령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낮에 물에 뛰어들었다면 눈에 띄었을 겁니다. 그녀의 방을 살펴보아야겠군." 포와로와 레이스 대령은 하녀 루이스의 방으로 갔다. 그 방은 옷이 지저분하게 널려있고 속옷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루이스의 구두가 침대 옆에 있었는데, 한 짝은 뒤집어질 듯이 놓여 있었다. 다음 순간, 침대 밑을 들여다보던 레이스 대령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침통하게 말했다. "루이스는 사라진 게 아니라 침대 밑에 죽어 있군요‥‥" 22 포와로와 레이스 대령은 침대 밑에 누워있는 루이스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가슴을 맞고 즉사했군요. 사망한 지, 1시간 가량 되었나 봅니다. 베스너 박사를 불러야겠군요." 포와로는 시체를 조심스럽게 살피다가 오른손에서 무엇인가를 빼냈다. 그것은 엷은 자주색의 천 프랑짜리 지폐 조각이었다. "맞아요, 그녀는 무언가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녀는 범인에게 협박해서 돈을 요구하려고 한 겁니다." "우리가 어리석었습니다. 어제 하녀는 무엇을 보았을 겁니다. 아침에 그녀가 만일 자기가 잠이 오지 않아서 아씨의 방에 갔거나 갑판에 올라갔다면 살인범이 방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걸 보았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범인이 리넷 도일의 방으로 들어가는. 아니면 나오는 것을 본 겁니다. 그런데 욕심 때문에 어리석게도 목숨을 잃다니‥‥" "이제 사실은 명확해졌어요. 그러나 그걸 믿을 수가 없군요. 내 생각이 맞을 거예요. 오늘 아침까지는 난 그걸 생각지 못했어요. 우리 두 사람이 다 어리석었어요. 나는 하녀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범인을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교활하게 범인에게 돈을 요구했겠죠. 그래서 범인은 프랑스 돈을 주고 그 과정에서 하녀는 목숨을 잃어버린 거죠." 포와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행할 때는 위급할 때를 생각해서 5파운드나 달러, 프랑스 지폐 등을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범인은 그녀에게 각 나라의 지폐를 섞어서 주었을 겁니다. 그러면 하녀는 돈을 세면서 계산을 할 겁니다. 정신을 온통 돈에만 집중시키고 말입니다. 그 틈에 범인은 하녀의 가슴을 찌른 거예요. 그리고 돈을 모두 빼앗아 가지고 갔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의 손에 돈 조각이 남은 것은 까맣게 모르고 도망쳤겠죠." "그럼, 찢어진 지폐가 단서가 된다면 범인을 밝힐 수도 있겠군요." "범인은 지폐를 조사할 겁니다. 그리고 끝이 찢어진 것을 알고, 내 생각으론 그는 째째한 인간이 아니어서 그 돈을 없앨 거라고 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이 사건이나 도일 부인의 사건을 보면 용기와 민첩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대담한 실행을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사건을 저지를 인물은 꼼꼼하거나 절약하지는 않지요." 베스너 박사가 와서 간단히 시체를 살펴보고는 사망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흉기가 좀 색다르군요. 날카롭고, 가느다란 칼 종류인데 내가 어떤 모양의 흉기인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베스너 박사는 선실로 돌아와서 예리한 외과용 메스를 꺼내 보여 주었다. "이런 메스로 살해했습니다." 레이스 대령이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박사님 칼 중에 없어진 건 없습니까?" 베스너 박사는 그 말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크게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니, 뭐요? 내가 그런 하녀 나부랑이를 죽였다고요? 나는 오스트리아에선 유명 인사요. 병원도 있고 상류층의 환자도 많이 갖고 있소. 내 메스는 모두 있습니다. 없어진 메스는 없단 말이오." 베스너 박사는 소리치며 메스 상자를 닫은 후, 던져 버리고 방을 나가 버렸다. "박사님이 화가 났군요." 포와로도 씁슬하게 말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때 박사가 들어와서 명령조로 말했다. "이 방에서 모두 나가 주시오. 환자의 붕대를 갈아야겠습니다." 두 사람은 별수없이 그 방을 나왔다. 대령은 혼자 불평을 하다가 어디로 가 버렸다. 포와로는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데 젊은 여인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로잘리의 방에서 재클린과 로잘린이 무슨 이야기인가를 하고 있었다. 두 여인은 포와로를 쳐다보았다. 로잘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포와로는 처음으로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눈치빠른 재클린이 포와로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저, 또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순간 로잘리의 눈에는 두려움 이상의 것, 즉 경악이 떠올랐다. "도일 부인의 하녀가 살해되었습니다." 포와로는 재클린과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 로잘리를 바라보았다. "하녀는 못 볼 것을 본 모양입니다. 그래서 범인은 그녀의 입을 영원히 열지 못하도록 조치한 겁니다." 재클린이 또다시 물었다. "루이스가 무엇을 봤죠?" 포와로는 그 말에 대답하면서도 시선은 계속 로잘리를 향하고 있었다. "네, 하녀는 분명히 범인이 리넷의 방에 드나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포와로는 그때 로잘리가 숨을 크게 들이 쉬는 소리와 눈꺼풀이 가볍게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로잘리는 빛나는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하녀가 누굴 보았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까?" 포와로와 로잘리 오터번은 그곳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로잘리,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죠?" "네? 저는 모두 이야기했는데‥‥" "아닙니다. 당신은 어젯밤에 당신이 본 것도 모두 말하지 않았고, 왜 핸드백에다 진주로 장식된 손잡이가 달린 작은 권총을 갖고 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나는 권총 따위는 갖고 있지 않아요." 그녀는 급히 선실로 뛰어가 핸드백을 가지고 와서 포와로에게 내밀었다. "당신은 엉터리에요. 전 권총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닙니다, 엉터리가 아니에요." "직접 보셨잖아요. 어디 권총이 있다는 거죠?" "나는 사실을 듣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이 어제 무엇을 보았나 말해 볼까요? 당신은 어제 리넷의 선실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걸 보았죠. 그는 방에서 나와 당신과는 정반대 쪽으로 가서 제일 끝의 선실 중 하나로 들어갔죠. 어때요? 내 말이 틀립니까? 당신은 입을 다무는 펀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군요. 입을 열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포와로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아닙니다. 난 아무 것도 못보았습니다." 23 바워즈가 베스너 박사의 방에서 나오자 재클린이 다가와 물었다. "시몬은 어떻죠?" "글세, 나쁘지는 않지만‥‥ 빨리 엑스레이를 찍고 총알만 빼내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언제 쉘랄에 도착하죠, 포와로 씨?" "내일 아침에 도착할 겁니다." "그럼 너무 늦어서 위험해요. 언제 패혈증 증세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재클린이 놀라 그녀의 팔을 잡고 물었다. "그럼, 시몬이 죽는단 말인가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빨리 엑스레이를 찍어야만 해요. 도일 씨는 안정을 해야 하는데 자주 흥분해서 열이 올라요. 이일 저일로 휴식을 취할 수 없어서‥‥" 바워즈는 말을 마치고 그 자리를 떠났고 재클린도 눈물을 글썽거리며 선실로 돌아갔다. 포와로는 그녀를 침대에 앉혀주었다. "시몬은 내가 죽인 거예요. 내가 죽게 한 거죠." "그건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나는 시몬을 사랑해요.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자, 안심해요. 원래 간호원들은 그렇게 말한답니다. 사실 당신은 이 여행을 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네, 그래요. 내가 이렇게 오는 게 아니었어요." "시몬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무사할 겁니다. 그러면 모든 일이 제대로 되겠죠." "그렇고 말고요." "재클린, 당신은 어린애 같군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시몬은 저를 동정하는 거예요. 제가 그를 쏘고 괴로워하자 저를 동정하는 것 뿐입니다." "순수한 동정심이라고요? 그것 참 고상하군요." 그는 재클린을 경멸하듯 쳐다보고는 그 방을 나왔다. 갑판에서 레이스 대령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에게 다가왔다. "포와로 씨, 시몬이 전보에 대해 말했지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조사해 보는 게 어떨까요?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아닙니다, 실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확신이 갑니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요. 당신도 알다시피 리넷 도일의 주변에는 증오, 질투, 시기, 그리고 야비한 인간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확실한 것을 알아냈군요." 포와로는 은근한 어조로 레이스에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 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말할 단계가 되면 입을 여는 것까지도요. 애스완에서 나와 재클린이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엿들었다고 했죠? 팀은 사건이 났던 날, 무슨 소리를 들었으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말했습니다. 아침에는 루이스가 의미있는 말을 했고, 앨러튼 부인은 탄산수를, 팀은 위스키 소다를, 나는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매니큐어 두 병, 내가 말한 프랑스 속담, 끝으로 제일 난해한 문제로, 싸구려 손수건과 벨벳 목도리에 권총을 싸서 물 속에 던진 것등‥‥" "나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글쎄, 잘 될까요?" "물론 잘 되죠. 당신은 사실을 제대로 못 보았습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우리는 처음부터 착각을 한 겁니다. 나는 여태껏 권총이 없어진 것에만 주목했어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요. 그러나 30분 전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답니다. 그럼 먼저 그 전보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들이 노크를 하자 박사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환자를 만나겠다니, 그건 안됩니다. 시몬 도일은 열이 높아요. 오늘은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꼭 한 가지만 물어 보겠으니 양해해 주십시오." 박사는 투덜거리다가 할 수 없이 3분 동안의 면담을 허락하고는 그 방을 나가 버렸다. "전에 당신이 전보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죠? 그걸 좀 자세히 말해 주십시오." "왜디할파에서의 일인데, 우리가 제2폭포에서 돌아와 보니 전보가 와 있었습니다. 리넷은 자기가 결혼한 사실을 잊었는지 리체티라고 흘려 쓴 전보를 리지웨이라고 읽고 뜯어서 읽었죠. 그때 리체티가 나타나서 전보를 빼앗고 한바탕 소동을 부렸습니다. 그는 리넷의 사과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리넷이 크게 읽어서 저도 분명히 들었어요. 그건‥‥" 그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나는 포와로 씨와 레이스 대령을 만나야 해요. 그들이 도일 씨와 함께 있다고요?" 박사는 문을 열어놓고 나갔기 때문에 커튼만 내려 있었다. 커튼을 젖히고 황급히 오터번 부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흥분했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일 씨, 나는 부인을 죽인 범인을 알고 있어요." 시몬과 포와로, 레이스 대령은 놀라서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오터번 부인은 세 사람을 의기양양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레이스 대령이 급히 물었다. "도일 부인을 살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증거라도 있습니까?" "물론이죠, 여러분도 루이스 버제트를 살해한 사람이 도일 부인을 죽인 동일범이라고 생각하시죠?" 시몬이 초조한 듯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계속해 보세요." "그럼, 내 주장이 더욱 옳다고 봅니다. 나는 루이스를 죽인 범인을 알아요." "부인은 단지 누군가 살해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게 아닙니까?" "나는 내 눈으로 그 사람을 직접 보았어요." 오터번 부인이 흥분해서 소리치자 시몬이 큰소리로 말했다. "부인, 제발 처음부터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다가 나는 식욕이 없어져서 식당에 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방에다 뭔가 두고 온 게 생각나서 로잘리에게 혼자 가라고 했지요." 오터번 부인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때 문에 드리워진 커튼이 약간 흔들렸다. "나는 이 배의 선원과 약속이 있어서 딸에게 알리지 않고 그를 만나야 했지요. 딸은 언제나 나를 귀찮게 하기 때문에‥‥" 레이스 대령은 포와로를 얼른 쳐다보고 작은 목소리로 '술.'이라고 말해주었다. 또다시 커튼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틈에서 희미한 금속성의 푸른 빛이 번쩍거렸다. "나는 그 선원과 만나려고 갑판을 걸어가는데 선실 문이 열리더니 루이스라는 하녀가 밖을 살펴보더군요. 누구를 기다리는 듯, 나는 보고는 실망한 표정으로 문을 닫더군요. 나는 그냥 약속 장소로 가서 선원에게 물건을 받고 돈을 준 후 돌아왔어요. 그런데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누구인지 그녀의 방을 노크하고 들어가더군요." 레이스 대령이 그 말에 끼어들었다. "그럼, 그 사람이 바로‥‥" 그때 요란한 총소리가 나고 오터번 부인이 바닥으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녀의 귀 뒤에 난 작은 구멍에서 피가 마구 쏟아졌다. 순간, 침묵이 방안에 흘렀다.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대령은 시체를 살펴보고 포와로는 갑판으로 뛰쳐나갔다. 갑판에는 사람이 없었고, 문 앞에는 콜트 권총이 놓여 있었다. 포와로는 배 모퉁이 쪽으로 뛰어가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모퉁이를 도는데 반대 방향에서 팀 앨러튼이 뛰어왔다. "무슨 일이죠?" "도중에 누구 본 사람 없습니까?" "아뇨, 아무도 못 보았는데요?" 포와로는 팀과 선실로 돌아왔다. 벌써 그 방에는 로잘리, 재클린, 코넬리아가 와 있었다. 잠시 후에는 전망실에 있던 퍼거슨과 팬숍, 앨러튼 부인도 달려나왔다. 포와로는 팀의 장갑을 끼고 그 권총을 살펴보았다. 레이스 대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범인은 저리로 도망치지는 않았습니다. 팬숍 씨와 퍼거슨 씨가 갑판 로비에 앉아 있었으니까요. 그쪽으로 갔다면 그들에게 들켰을 겁니다." 포와로도 한 마디 했다. "배 모퉁이 쪽으로 갔으면 팀과 부딪쳤을 겁니다." 레이스 대령은 오터번 부인을 쏜 후, 범인이 버리고 한 총을 들여다 보았다. 그건 얼마 전에 본 총이었다. 레이스 대령이 페닝턴의 방을 두드렸으나 아무 응답도 없었다. 대령은 문을 열고 들어가 권총이 있던 옷장 서랍을 열어 보았다. 그러나 권총은 없었다. 두 사람은 갑판으로 나왔다.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포와로는 앨러튼 부인에게 다가가 로잘리 오터번을 부탁했다. 그때 베스너 박사가 소리치며 달려오자 문 앞에 섰던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어 그는 선실로 들어갔다. 레이스 대령과 포와로는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아래쪽 갑판에서 페닝턴을 찾아냈다. 그는 휴게실에서 편지를 쓰는 중이었다. "총소리 못들었습니까?" "못들었습니다. 아니, 그럼 그게 총소리였나요? 또 사건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아서‥‥" "오터번 부인이 총에 맞았습니다." "왜 그녀가? 이해할 수 없군요. 혹시 이 배에 살인광이 타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럼 우리도 방법을 강구해야죠?" "페닝턴 씨,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죠?" "네, 20분 전쯤 일 겁니다." "줄곧 여기에 있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의혹에 찬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당신 총으로 살해당했습니다. 24 페닝턴은 큰 충격을 받아 어안이 벙벙했다. "당신에게 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왜죠? 나는 총소리가 날 때도 여기서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요?" "누가 그걸 증명하죠?" "그러나 그 여자를 쏘고 이곳으로 왔다면 갑판 로비에 있는 사람들이 보았을 겁니다. 어떻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내려오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왜 그녀를 쏜단 말입니까?" "그럼 당신의 권총에 대해서는 어떻게 된 거라고 설명하시겠습니까?" "그건 제 책임이겠죠. 이 배에 탄지 얼마 안 되어 저녁에 전망실에서 이야기하다가 나는 여행할 때는 늘 총을 휴대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누가 있었죠?" "생각이 나지 않는데, 꽤 많이 있었던 거 같아요. 내가 잘못한 것 같군요. 처음에는 리넷, 그 다음은 그녀의 하녀, 이번에는 오터번 부인‥‥ 그들에겐 아무 연관성도 없지 않습니까?" "연관성이 있습니다. 오터번 부인은 루이스의 방에 들어간 사람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에 총을 맞았습니다." 포와로가 잠자코 있다가 그에게 말했다. "페닝턴 씨, 30분 후에 내 선실로 와 주십시오.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갑판으로 돌아오자 앨러튼 부인이 손짓을 했다. "포오로 씨, 로잘리와 함께 있을 2인용 선실이 없을까요? 그녀를 그 방으로 보내지 못하겠어요. 내 방은 1인용이고."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몹시 흥분했지요?" "네, 그녀는 어머니에게 헌신적이었나 봐요. 참 불쌍한 처녀예요. 그녀의 어머니는 주정뱅이라면서요?" 포와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고 어머니에게는 지극했습니다." "나도 그녀의 그런 사고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보기 드문 처녀죠. 참 착한 처녀지요. 내가 그녀를 잘 보살필테니 염려 마세요." 앨러튼 부인은 선실로 돌아가고 포와로는 사건의 방으로 갔다. 코넬리아는 갑판 위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포와로 씨, 범인은 어떻게 들키지 않고 도망쳤을까요?" "이상할 것 없습니다. 범인이 도망칠 길은 세 군데나 있답니다." 재클린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세 군데나요?" "범인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도망쳤겠죠. 그 외에는 또 어떤 방향이죠?" 그 말에 재클린이 대답했다. "물론 왼쪽, 오른쪽이 아니면 아래쪽이겠죠. 위로 날아갈 수는 없는 거고." 포와로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명석하시군요." 그러나 코넬리아가 아직 어리둥절해하자 재클린이 나서서 말했다. "포와로 씨는 범인이 난간을 넘어서 아래쪽 갑판으로 내려갔을 거라는 말이에요." 코넬리아는 감탄하듯 말했다. "난 그걸 몰랐어요. 아, 범인은 상당히 민첩하군요." 이번에는 팀 앨러튼도 한 마디했다. "그건 쉽게 할 수 있죠.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당황해서 넋이 나가니까요. 총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1, 2분 동안은 꼼짝도 못하게 된답니다." "그건 경험에 의한 말입니까?" "네, 나도 5초간은 정신을 잃고 서 있었답니다. 그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갑판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이때 대령이 베스너 박사 방에서 나오며 큰소리로 말했다. "비키세요, 시체를 운반해야 하니까요." 코넬리아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영원히 이번 여행을 잊지 못할 거예요. 세 번이나 살인 사건이 생기고, 악몽을 꾸는 것 같아요." 퍼거슨이 그 말을 듣고 대뜸 싸울 듯 말했다. "그건 당신이 너무 여린 탓이오. 당신은 죽음을 동양인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거 같군요. 그건 지극히 단순한 사고입니다." "그게 잘못된 거라고요? 동양인은 무식하지 않아요." "물론이겠죠. 교육은 백인을 타락시키고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을 봐요, 그 타락하고 오염된‥‥" "당신은 너무 역설적이에요. 나는 겨울에 그리스 예술과 르네상스에 대한 교양 강좌를 들어서 당신이 엉터리라는 것쯤은 알아요. 그리고 나는 역사상 저명한 여성에 대한 강의도 듣고 있어요." "뭐요? 그리스 예술? 르네상스? 한심하군요, 한심해요. 아가씨,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이 배에서 세 명의 여자가 죽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쓸모없는 인간들이에요. 리넷은 돈만 많지 아무 쓸모가 없고요, 프랑스인 하녀는 마치 기생충 같은 인간이고, 오터번 부인은 폐물이 다 된 인간이죠. 그들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이 있을 거 같습니까?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코넬리아가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그렇게 살면 안돼요. 저도 오터번 부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딸은 어머니를 사랑했을 거예요.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어요. 또 하녀 루이스도 누군가 그녀를 아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리넷 도일은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에요. 저는 못 생겼기 때문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 칭찬하는지도 몰라요. 그런 미인이 죽었다는 건 우리 모두의 손실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퍼거슨은 화가 난 듯, 자기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놀라운 여자군, 그래. 당신은 자신의 아버지가 리넷의 아버지 때문에 파산한 사실을 모릅니까? 그런데도 리넷이 진주 목걸이를 목에 감고 멋진 옷을 입은 걸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하다니, 참 자존심도 없는‥‥" 코넬리아가 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도 얼마간은 속상하고 괴로워 했지만‥‥ 아버지는 파산 후, 홧병으로 돌아가셨지요." "얼마간 속상했다고요?" "당신이 방금 과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그건 그저 지난 과거의 일일 뿐이에요." "그건 그렇지요. 코넬리아, 당신은 내가 본 여인 중에서 가장 멋지고 훌륭해요. 코넬리아, 나와 결혼해 주시오." "농담은 그만 하세요." "아니오, 이건 진심이오. 탐정님이 증인입니다. 코넬리아가 절차를 무시하면 거절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