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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나일강의 죽음 - 17편 (17/21)

2026-09-21 21:42:33 조회 19
그렇지만 그가 절름발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불쌍한 사람! 시몬은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지요. 그러나 하룻밤 새에 아름다운 아내는 비명횡사하고 자기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어요. 그러나 나는‥‥" "계속 말해보시죠, 앨러튼 부인." "나는 시몬이 그 불쌍한 재클린에게 좀 너그럽게 대해 주었으면 해요." "부인,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시몬 도일은 재클린을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기묘한 심리적 현상으로 볼 수 있겠죠. 시몬은 그녀가 자기 부부를 뒤쫓아 다닐 때에는 미워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녀에게 총을 맞아 절름발이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그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심리적 현상을 이해하시겠습니까?" 포와로는 팀을 보며 물었다. "저도 그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몬도 처음 그녀가 뒤쫓아다닐 때에는 무시당한 것 같아서 미워하고 증오했을 겁니다." 포와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남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재클린이 바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두 사람의 대화에 앨러튼 부인이 끼어들면서 말했다. "그러나 시몬은 재클린을 용서해 줄 거야. 참 이상해요, 남자란 모두 어린애 같답니다." 그 말에 팀이 반박하고 나섰다. "여자들은 모두 그런 말을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포와로도 미소 띤 얼굴로 팀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일 부인의 친척인 조안나 사우드우드는 도일 부인과 비슷하게 생겼습니까?" "포와로 씨, 착각하고 계셨군요. 조안나는 우리의 친척이고 도일 부인과는 친한 찬구 사이입니다." "아, 그랬군요. 내가 착각을 했나 봅니다. 그런데 조안나는 신문에 자주 오르는 인물이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아니, 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시죠?" 포와로는 앞을 지나치는 재클린 드벨포에게 인사하려고 몸을 세웠다. 그녀는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은 빛났으나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포와로는 자리에 앉아서도 팀 앨러튼이 질문한 것을 잊어버린 듯 했다. 포와로는 영 엉뚱한 질문을 했다. "젊은 숙녀들은 값비싼 보석을 몸에 지니고 있어도 모두 도일 부인처럼 부주의합니까?" 앨러튼 부인이 재빨리 물었다. "그럼, 진주 목걸이를 도둑맞았다는 게 사실이었습니까?" "부인, 누구한테 그 말을 들으셨죠?" 팀이 어머니 대신 대답했다. "네, 퍼거슨 씨한테 들었습니다." "네, 진주 목걸이는 도난 당했습니다." 앨러튼 부인이 약간 초조한 투로 말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서 모든 승객이 불쾌한 거예요. 팀도 그렇다고 말했지만요." 팀 앨러튼은 불쾌한 얼굴이었으나 포와로는 그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팀, 당신에게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까? 전에 집에 강도가 침입한 적이 있었나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요. 팀, 너는 벌써 잊었니? 그 비싼 다이어몬드를 도독맞았을 때, 그 자리에 있었잖니?" "어머니, 그건 착각하신 거예요. 제가 있었을 때는 이미 그 여자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었지요. 그 목걸이는 몇 달 전에 가짜와 바꿔치기 당했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사람들까지도 그녀가 다이어몬드를 바꿔 놓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건 조안나가 한 말이겠지." "아녜요, 그녀는 거기에 있지 않았어요." "그러나 조안나는 그 사람들을 알고 있었어.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조안나 밖에 없단다." "어머니는 왜 조안나를 비난하시죠?"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포와로는 화제를 얼른 바꾸었다. 그는 애스완 상점에서 물건을 샀다고 했다. 인도인의 가게에서 자색과 금색의 직물을 샀는데 본국으로 가지고 가면 세금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옷감을 직접 본국으로 보내 주겠다고 하는데, 비용도 의외로 적게 들더군요. 그렇지만 그게 잘 도착될까요?" 앨러튼 부인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했는데 모두 물건을 틀림없이 받았다고 했다. "아,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여행중이거나 부재중일 때, 물건이 영국에 도착하면 어떻게 하죠. 부인은 그런 적이 있었습니까?" "그런 경험은 없었습니다. 가만 있자‥‥ 내겐 책이 많이 오거든요. 물론 책은 좀 다르지만‥‥" "네, 책은 별도죠." 디저트가 나왔을 때, 불쑥 레이스 대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이스 대령은 살인 사건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 진주목걸이를 도난 당했다고 말했다. 대령은 지금부터 배 안을 수색할 계획이니 모든 승객은 식당에 남아있어 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승객의 동의를 얻어 몸수색도 아울러 하겠다고 밝혔다. 포와로는 얼른 일어나서 레이스 대령에게 다가갔다. 잠시 승객들의 불평 소리로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포와로는 레이스 대령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들은 웨이터에게 몇 마디 이른 뒤 식당을 나왔다. 두 사람이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식당에 있던 웨이터가 다가왔다. "대령님을 만나시겠다는 부인이 있는데요." "그 부인이 누구지요?" "간호원인 바워즈 양입니다." "그럼 바워즈 양을 흡연실로 모시고 오게. 절대로 다른 사람은 식당을 나와선 안 되네." 잠시 후, 바워즈 양이 흡연실로 들어왔다. "바워즈 양, 하실 말이라도 있습니까?" "실례인 줄은 알지만 너무 급해서‥‥" 바워즈 양은 자기의 핸드백을 열고 진주 목걸이를 탁자 위에 꺼내 놓았다. "이걸 돌려 드리려고요." 20 레이스 대령은 깜짝 놀랐다. 그는 탁자에서 목걸이를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바워즈 양, 이게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그 집안은 무척 까다로와서요. 그들은 저를 신뢰하기 때문에 제 짐이 더 무거웠습니다. 당신이 선실에서 목걸이를 찾아내지 못하면 몸수색을 하겠죠. 그러면 여러 사람 앞에서 제가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게 밝혀질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빨리 사실을 말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 사실이 뭡니까? 당신이 진주 목걸이를 훔쳤단 말입니까?" "대령님, 제가 훔친 것이 아니라 밴 슈일러 양의 짓이에요." "밴 슈일러?" "네, 그분은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훔치는 도벽이 있습니다. 주로 보석 종류를 잘 훔친답니다. 그래서 나는 늘 그녀를 감시하고 있어요. 그녀는 훔친 물건을 스타킹 속에다 늘 감추죠. 저는 매일 아침 그 속을 검사합니다. 저는 언제나 그녀 곁에 있으면서 그녀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그녀가 움직이면 쫓아가서 침대에 들게 합니다. 배에선 그런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밤에는 훔치지 않는 편이고요. 그녀는 무슨 물건이건 옆에 있으면 슬쩍 집어넣지요. 더욱이 진주의 유혹을 그녀는 뿌리치지 못해요." "그럼, 당신이 그녀가 진주 목걸이를 훔친 걸 알았나요?" "오늘 아침, 스타킹 속에 그 목걸이가 들어있었어요. 그래서 전 그녀의 짓이라는 걸 눈치챘어요. 저도 리넷이 목걸이를 한 걸 보았으니까요. 저는 진주목걸이를 제자리에 갖다 두려고 했어요. 도일 부인이 깨기 전에 갖다두면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녀의 방에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못들어가게 하더군요. 오늘까지 저는 여러 가지 궁리를 했어요. 어떻게 하면 그녀의 집안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고요. 만일 이 사실이 신문에 실린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겁니다. 신문에 꼭 내야 하나요?"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밴 슈일러 양은 뭐라고 말하던가요?" "그녀는 자기는 모른다고 부인할 겁니다. 늘 그랬거든요. 누군가가 스타킹 속에다 감춘 거라고 할 거예요. 그리고 계속 추궁하면 침대로 들어가 버린답니다." "롭슨 양은 그녀의 도벽을 알고 있습니까?" "아뇨, 그녀는 모르고 롭슨의 어머니는 알고 있습니다. 롭슨은 단순한 아가씨라서 어머니가 알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난 혼자서도 그녀는 감시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알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바워즈 양, 솔직히 대답해 주십시오. 밴 슈일러가 도벽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그녀에게 살인광적인 경향은 없습니까?" "아녜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요. 그분은 결코 파리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분이랍니다." 그녀가 확신있게 대답하자 대령은 더 이상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포와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밴 슈일러 양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거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앞에서 얼굴을 보고 말할 때는 잘 모르지만, 누가 자기 방에 들어와도 모르는 때가 있답니다." "도일 부인의 방에 누가 들어가서 왔다갔다 한다면 그녀는 그걸 깨달을 수 있습니까?" "아뇨, 모를 거예요. 그리고 침대도 반대쪽에 놓여있고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할 겁니다." "그럼, 바워즈 양은 식당에 가서 기다려 주십시오." 레이스 대령은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식당에 들어간 후, 문을 닫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효과가 나타났군요. 바워즈 양은 명석한 여자군요. 그녀는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계속 시치미를 뗐을 겁니다. 밴 슈일러는 아직 혐의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죠? 그녀는 목걸이를 수중에 넣으려고 살인했는지도 몰라요. 글쎄, 바워즈도 정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어요." 포와로가 목걸이를 한참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밴 슈일러의 이야기는 부분적으로는 진실일 겁니다. 그녀가 선실 밖을 살피다가 로잘리를 본 건 사실이오. 그러나 그녀가 도일 부인의 방에서 인기척이 났다고 말한 건 모두 거짓이죠. 그녀는 목걸이를 훔치려고 밖의 동정을 살폈을 겁니다." "그때 오터번 양이 거기에 있었고요?' "그래요. 그녀는 어머니의 술병을 버리고 있었지요." "젊은 아가씨가 어머니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군요." "그런데, 롭슨 양은 정말 아무 것도 보지 못했을까요?" "그녀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본 게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뭔가 이상하더군요." 레이스 대령은 자기 생각을 침착한 태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만일 리넷 도일이 1시 10분 경에 살해되었다면 아무도 그 총소리를 못 들은 게 이상합니다. 물론 그 장난감 같은 권총은 큰소리는 나지 않겠지만요. 그래도 병마개 따는 듯한 소리라도 들었을 텐데요. 그러나 리넷의 옆방은 비어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박사의 방에 있었고 다른 옆방에는 귀가 어두운 밴 슈일러가 있었으니 못들을 수도 있었겠죠‥‥" "그녀의 선실 가까이에 있는 방은, 그럼 페닝턴의 방 뿐입니다." "다시 그를 불러 물어봐야겠군요." "그럼, 그때까지 선실을 살펴봅시다. 진주 목걸이를 찾은 건 아무도 모르니까요. 바워즈 양도 그 사실을 말하진 않을 겁니다." 포와로는 진주 목걸이를 핥아보기도 하고, 이로 깨물어도 보면서 자세히 살핀 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대령, 문제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난 보석 감정가는 아니지만 가짜와 진짜는 구별할 줄 압니다. 이건 정교하게 만든 모조품입니다." 21 레이스 대령은 바짝 약이 오른 표정이었다. "그럼, 이건 어찌된 일일까요? 그럼, 도일 부인이 모조품을 하고 다녔나요?" "그랬다면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말하지 않았을 겁니다." 포와로가 불쾌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배에 탄 첫날, 시몬은 그녀의 목걸이를 보고 훌륭한 진주라고 감탄하더군요. 그녀는 진짜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갰군요. 누군가 진짜를 훔쳐가고 모조품을 두었는데, 밴 슈일러 양이 그 모조품을 훔쳤다고 보는 견해가 있죠. 두 번째는 바워즈가 진짜 목걸이를 훔친 뒤, 밴 슈일러가 도벽이 있다고 꾸미고는 가짜를 우리에게 주었다는 겁니다. 그 여자 두 명은 한 패의 보석 절도범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도일 부인의 눈을 속일 정도로 모조품을 만든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건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지요." 레이스 대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앉아서 탁상공론을 해 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빨리 진짜 목걸이를 찾아야만 합니다." 두 사람은 아래 쪽 선실부터 수색했다. 리체티의 선실에는 여러 나라의 고고학 서적과 옷, 편지 두 통, 여러 색깔의 비단 손수건이 있었다. 그리고 퍼거슨의 방에는 사상 서적 몇 권과 스냅 사진, 옷이있었다. 그런데 겉옷은 낡고 해진 게 대부분이었는데 속옷은 모두 고급품이었고 손수건도 비싼 비단 손수건이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서류나 편지가 전혀 없는 게 좀 이상하군요." "퍼거슨은 참 묘한 인물 같습니다." 그는 서랍에서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꺼내 자세히 살펴본 후, 제 자리에 넣어 두었다. 다음은 하녀 루이스 버제트의 방으로, 그녀는 언제나 승객의 식사가 끝난 후에 식사를 했는데, 오늘은 대령의 지시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에는 웨이터 두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령님, 버제트가 보이지 않는데요." 레이스 대령이 그녀의 방을 들여다보았으나 거기는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 레이스 대령과 포와로는 다시 갑판 위로 올라와 오른 쪽의 방부터 흝어갔다. 첫 번째 방은 제임스 팬숍의 방인데, 그 방은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그의 물건은 모두 값비싼 것들이었다. 포와로가 방을 살펴 본 후에 말했다. "팬숍은 치밀한 사람인가 봅니다. 편지는 모두 없앤 거 같군요." 다음에는 팀 앨러튼의 방이었다. 팀은 영국 성공회 신자답게 정교한 종교화와 묵주가 있었다. 그외에는 옷과 미완성의 원고, 많은 책이 있었다. 책상 서랍 속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그곳에는 조안나 사우드우드에게서 온 편지는 단 한 통도 보이지 않앗다. 레이스 대령이 불쑥 말했다. "싸구려 손수건 같은 건 보이지 않는군요." 다음은 앨러튼 부인의 방으로, 그 방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고 라벤더꽃 향기가 은은히 풍겼다. 두 사람은 그 방을 바로 나왔다. 레이스 대령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주 깔끔한 부인이군요." 그 다음 방은 시몬 도일이 탈의실로 쓰는 방이었다. 매일 쓰는 파자마, 세면 도구 등은 베스너 박사의 방으로 옮겨졌고 그외의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이 방은 찬찬히 살펴봅시다. 도둑이 여기에다 진주 목걸이를 감추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두 사람은 샅샅이 조사했지만 진주 목걸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다 조사한 후, 리넷 도일의 방으로 갔다. 그 방은 도일 부인의 시체가 옮겨진 후 계속 잠가놓았기 때문에 대령이 열쇠로 문을 열었다. 시체를 치운 것 외에는 아침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포와로 씨, 진주 목걸이를 찾는데 보다는 살인범 쪽에 더 신경을 써 주십시오. 내가 아침에 소홀히 넘겨 버린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 밖엔 범인을 밝힐 사람이 없습니다." 포와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세밀히 리넷 도일의 방을 조사했다. 침대와 여행 가방, 옷가지들도 일일이 살펴본 후에 세면대로 나갔다. 세면대에는 여러 종류의 크림과 분, 그리고 로션이 있었다. 포와로의 시선은 나일렉스 라는 상표가 붙은 두 개의 매니큐어 병에 집중되었다. 분홍색 상표가 붙은 병에는 붉은 액체가 한두 방울 남았을 뿐이고, 똑같은 크기의 다른 병은 진홍색 상표가 붙어 있었는데 가득 매니큐어가 들어 있었다. 포와로는 빈 병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고나서 다시 가득 찬 병을 열어 냄새를 맡았다. 온 방 안이 과일즙 냄새로 가득찬 듯 했다. "레이스 대령, 우리는 지독히 운이 나쁘군요. 살인범은 용의주도해서 커프스 단추나 담뱃꽁초, 또 담뱃재조차 남기지 않았어요. 범인이 여자라면 손수건이나 립스틱, 아니면 머리카락이라도 남겨 놓았을 텐데요." "아무래도 이상해요, 매니큐어 병이라니?" "하녀에게 물어봐야겠어요. 이상해요." "그런데 하녀는 어디 갔죠?" 두 사람은 밴 슈일러의 방으로 갔다. 그녀의 방도 역시 다른 사람처럼 한 눈에 부유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값비싼 물건이 많았다. 고급 화장품과 많은 짐, 편지와 서류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다음 방은 포와로의 방이었고, 그 옆이 레이스 대령의 방이었다. 대령이 웃으며 말했다. "설마 우리 방에 숨기지는 않았겠죠?" "대령,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일어난 사건을 맡았을 때, 붉은 잠옷이 내 가방 속에서 나왔었지요. 그게 범인이 입었던 옷이었는데요." "그럼, 범인이 과연 우리에게 도전을 했는지 우리 방도 살펴보죠." 그러나 그들의 방에서도 진주 목걸이는 찾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배 위로 올라와 바워즈의 방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러나 수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손수건은 이름의 첫 글자가 새겨진 모시 손수건이었다. 그 다음은 베스너 박사의 방이었다. 시몬 도일은 식사는 입에 대지도 않은 채, 열이 높고 상태가 나쁜 것 같았다. 시몬은 바워즈가 가지고 온 진주 목걸이가 모조품이라고 말하자 크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리넷은 그 진주 목걸이를 아주 애지중지했어요. 그래서 늘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분실할 것에 대비해서 보험도 들었다고 했어요." "그럼, 계속 조사를 해야겠군." 대령이 박사의 가방을 조사하자 시몬이 한 마디했다. "박사님을 의심하십니까?" "우리는 박사님을 전혀 모릅니다. 자기가 한 말 이외에는요." 그러나 그 방에서도 목걸이는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은 다음 방인 페닝턴의 방으로 갔다. 그 방에는 법률과 사업에 관계있는 서류가 든 가방이 있었다. 그 서류의 대부분은 리넷 도일이 서명해야 할 것들이었다. "패닝턴은 의심받을 서류는 모두 없애 버린 거 같군요." "그랬을 겁니다." 포와로는 옷장 맨 윗 서랍에서 콜트 권총을 한 자루 꺼냈다. "지금도 권총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이 있었나." "저번에 당신이 왜 리넷 도일을 쏜 총이 물 속에 던져졌냐고 물었죠? 이제 생각났어요. 리넷을 살해한 범인이 총을 버려 두었는데 다른 인물이 보고 물 속에 빠뜨린 게 아닐까요?" "그것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많아요. 그럼 다른 인물은 누굴까요? 그는 왜 그 총을 버렸을까요? 그 선실에 들어간 게 확실한 사람은 현재로선 밴 슈일러 뿐입니다. 혹시 그녀가 권총을 물 속에 던진 게 아닐까요? 그럼, 그녀는 왜 재클린을 감싸 주려고 했을까요?" "밴 슈일러는 목도리가 자기 것이라, 놀라서 자신의 계획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목도리는 그렇다 치고 권총은 왜 물 속에 던졌을까요? 그리고 목도리에 관한 건데, 당신이 깨닫지 못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 방을 나오자 포와로는 레이스 대령에게 재클린 드벨포와 코넬리아 롭슨의 방을 조사하라고 한 뒤, 자기는 시몬과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포와로가 베스너 박사의 방으로 들어오자 시몬이 말했다. "포와로 씨, 그 목걸이 말입니다. 어제는 가짜가 아니었어요. 리넷이 저녁 식사하기 전에 목걸이를 들고 진주에 대해 말했어요. 그녀는 진주에 대해 상식이 있는 것 같았어요. 만일 그때 모조품으로 바뀌었다면 그녀가 알았을 겁니다." "그건 속을 정도로 정교한 모조품이었습니다. 혹시 리넷이 누구에게 그 목걸이를 빌려 준 적은 없었나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리넷은 원래 매사에 관대했어요. 글쎄, 친한 친구라면 빌려 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혹시 재클린 양에게 빌려 준 일은 없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정직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도둑질을 했을 리가 없어요." 포와로는 그때 애스완의 나일 강을 바라다보며 재클린이 자기는 시몬을 사랑하고, 시몬도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재클린의 말이 가장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레이스 대령이 들어왔다. "생각대로 소득이 전혀 없군요. 지금 승객들의 몸수색을 한 웨이터가 오고 있습니다." 남자 웨이터와 여자 급사가 들어와 먼저 남자 쪽이 경과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인이 잔소리를 심하게 하더군요. 그는 권총도 한 자루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젤 25구경 자동 권총이더군요." 그때 시몬이 한 마디했다. "리체티라는 사람은 난폭하더군요. 왜디할파에서 리넷이 그 사람의 전보를 잘못 보았을 때 굉장히 흥분해서 화를 낸 일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곱상한 여자 급사가 말했다. "부인들에게선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모두 불평을 하는데 앨러튼 부인만 조용하셨어요. 그리고 오터번 양의 핸드백 속에 진주로 장식된 권총이 있었습니다." 레이스 대령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혐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 배에 탄 여자는 모두 그 진주 장식의 손잡이가 있는 권총을 가지고 있나?" "그 손님은 제가 핸드백을 조사할 때, 등을 돌리고 있었어요. 아마 제가 권총을 본 줄 모르고 있었겠죠." "참, 하녀는 어디 있죠?" "배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