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나일강의 죽음 - 14편 (14/21)
그의 아내는 원주민으로 이집트에 돌아와 있지만 아내는 아내지요. 아씨가 그 사실을 메리에게 말해 주어서 그녀는 두 번 다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답니다. 그후부터 기관사는 아씨를 증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 아씨의 결혼 전 이름이 리넷 리지웨이라는 것을 알고는 아씨를 죽이겠다고 했대요. 아씨 때문에 자기의 인생이 엉진창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루이스는 점점 당당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스 대령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거 참 재미있는 일이군요." 포와로는 시몬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뭐 생각나는 게 없습니까?" "아뇨, 없는데요." 포와로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도일 부인은 그 기관사가 이 배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까? 그녀는 그 사실을 아주 잊고 있었을 텐데요." 그는 다시 하녀 루이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혹시 리넷 아씨가 이 일에 대해 하신 말씀 같은 건 없었습니까?" "아뇨, 전 아무 말도 듣지 못했는데요." "그럼, 리넷 아씨의 진주 목걸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루이스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진주 목걸이요? 아씨는 어젯밤에도 진주 목걸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럼, 부인이 잠자리에 들 때는 목걸이를 어쨌죠?" "평상시처럼 침대맡의 탁자 위에 놓아 두었습니다." "그럼, 오늘 아침에도 그곳에 목걸이가 있었나요?" 하녀 루이스는 놀라서 눈이 커졌다. "저는 거긴 미처 못보았어요. 제가 침대로 다가가니 아가씨의 모습이‥‥ 저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나갔어요. 그 후는 기절해 버렸어요." 포와로는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탁자 쪽은 못 보았다? 흠, 그러나 오늘 아침에 보니 탁자 위에는 진주 목걸이는 커녕 진주 한 알도 하나 없었지." 14 에르큘 포와로의 말처럼 리넷 도일의 침대맡 탁자 위에는 진주 목걸이가 없었다. 레이스 대령과 포와로가 선실 밖으로 나오자 웨이터가 서 있다가 흡연실에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두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갑판을 따라 걸었다. 그때 레이스 대령이 멈춰 서서 난간 너머를 쳐다보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까?" "팬숍이 첨벙 소리를 들었다고 할 때, 나도 어렴풋하지만 비슷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아요. 범인이 리넷을 살해하고 권총을 강물 속에 버린 건 아닐까요?" 포와로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까요?" "그저 잠시 그런 생각이 났습니다. 권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서 그렇게도 생각해 보는 거지요." 포와로는 미심쩍은지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권총을 강물에 버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럼, 그 권총은 어디에 있을까요?" 포와로가 신중한 태도로 말했다. "그 권총은‥‥ 리넷의 방에 없다면 있을 곳에 있겠죠." "있을 곳이라니, 그게 어디죠?" "재클린의 선실일 겁니다." 레이스 대령도 심각하게 말했다.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군요." "그럼, 그녀의 방으로 가서 찾아봅시다. 그녀는 지금 방에 없을 테니까요." "조급하게 서두르지 맙시다. 아직은 그곳에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럼, 이 배 선실을 모조리 조사해 볼까요." "그렇다면 공연히 의심만 받을 겁니다. 우리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식사를 하며 생각해 봅시다." 두 사람은 나란히 흡연실로 들어갔다. 레이스 대령이 커피를 들며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명백한 사실은 진주 목걸이가 없어졌다는 것과 이 배의 기관사가 리넷을 증오한다는 사실이죠. 당신은 진주 목걸이의 행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보기로는 도둑질을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이럴 때 진주 목걸이를 훔친다는 건 자기가 범인임을 알려주는 게 될 테니까요. 참, 도둑은 진주 목걸이를 어떻게 했을까요?" "글쎄, 뭍에 올라 은밀한 곳에 감추었는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제 방에는 늘 경비원이 감시하고 있어요." "그럼, 그건 희박한 추리겠군요. 살인범이 일부러 진주 목걸이를 훔쳐 강도 살인처럼 꾸미는 건 아닐까요? 아,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야. 만일 도일 부인이 살아 있었을 때 도둑이 들어 진주 목걸이를 훔쳤다면‥‥" "그래서 도둑이 혼비백산하여 그녀를 쏘았단 말입니까? 그러나 그녀는 잠자고 있다가 총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이것도 가능성이 없군요. 내 나름대로 진주 목걸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요, 그 목걸이는 없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그녀의 하녀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레이스 대령은 느릿느릿 말했다. "그녀는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도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좀 수상한 면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대령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말입니다. 그녀는 믿지 못할 사람 같았습니다." "그럼, 하녀 루이스가 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요?" "아니, 그런 말은 아닙니다." "그럼, 진주 목걸이가 없어진 것과‥‥" "네, 그쪽에 더 혐의가 가는군요. 그녀는 도일 부인의 하녀가 된지 2개월 밖에 안 되었으니까요. 누가 압니까, 귀금속 전문 털이범인지. 그런 패들은 신원이 확실한 하녀를 앞세워 일을 하면 손쉽겠지요. 우리가 이 상황에서 그 사실을 조사할 수 없으니‥‥ 진주 목걸이는‥‥ 그러나 그건 너무 어리석은 짓이고‥‥" "기관사 플릿우드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글쎄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봐야 알겠죠. 지금으로선 뭐라고 말할 게 없고‥‥ 루이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야말로 뚜렷한 동기를 가진 셈이죠. 어쩌면 기관사 플릿우드가 전망실에서 재클린이 도일을 쏜 걸 엿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모두 돌아가서 전망실이 비었을 때, 몰래 권총을 손에 넣었을 수도 있었겠죠. 그건 가능합니다. 그리고 글자를 써놓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유치한데요." 포와로는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말했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나도 내 약점은 알고 있답니다. 흔히들 에르큘 포와로는 어렵고 난해한 사건을 좋아한다고들 말한답니다. 대령이 설명한 건 아무래도 너무 단순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 겁니다. 과연 사건이 그런 식으로 일어날까 하고요. 물론 그 의문의 선입관 때문이긴 하지만요." "우선 그 기관사란 사람을 부르도록 하죠." 레이스 대령은 웨이터를 시켜 기관사 플릿우드를 호출했다. "포와로 씨, 또 다른 가능성은 없습니까?"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지요. 그 미국인 재산관리인도 좀 혐의를 가질 필요가 있고요." "페닝턴 씨 말인가요?" "네. 얼마 전, 이 배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포와로는 레이스 대령에게 일전에 전망실에서 본 서류의 서명 건에 대해서 자세히 말했다. "도일 부인은 서류에 서명하기 전에 모든 서류를 읽어보려고 하더군요. 그때 페닝턴은 당황하며 다른 날 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남편 시몬 도일이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하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습니까?" "시몬은 자기는 지금껏 서류를 읽어보고 서명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그저 서명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페닝턴도 그 뜻을 눈치챘지요. 나는 그 사람 눈을 보고 알았습니다. 페닝턴 씨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얼굴로 시몬을 쳐다보더군요. 이런 생각은 해볼 만 합니다. 누구라도 백만장자의 딸 대신 재산을 관리한다면 그 재산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싶은 생각이 들 게 자명합니다. 그건 추리소설에 종종 나오는 내용이지요. 그리고 그런 일이 실제로도 있고요." "네, 그 말이 맞아요." "재산 관리인은 리넷이 아직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취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결혼을 했습니다. 재산 관리인의 수중에 있던 그녀의 재산은 이제 모두 그녀의 수중에 들어갈 위기에 처한 겁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있죠. 그녀는 신혼여행 기간이라 사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는 많은 서류 사이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서류를 끼워 넣고 그녀에게 서명하도록 했습니다. 그녀가 읽지 않고 서명하리라고 추측해서죠. 그러나 예상 외로 그녀는 빠짐없이 읽었지요. 페닝턴은 시몬이 서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만일 리넷이 죽고 시몬이 그 재산을 차지한다면 일은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시몬은 리넷과는 달리 살업가다운 데라곤 없어서 앤드류 페닝턴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페닝턴이 그런 착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감지했어요." "그건 가능한 일이지만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네, 그건 그래요. 유감스럽지만 증거가 없죠." "참, 퍼거슨이라는 젊은 친구는 입이 걸더군요. 혹시 그의 집안이 리지웨이 때문에 파산한 건 아닐까요? 나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과거를 가슴 깊이 묻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레이스 대령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계속했다. "그 다음은 내가 뒤쫓고 있는 자입니다." "아, 그 친구가 있었지요." "그는 살인자입니다. 그러나 리넷 도일에게는 원한이 있지 않겠죠. 그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인 걸요." 포와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느리게 말했다. "만일 리넷이 우연한 기회에 그의 정체를 알게 된 경우가 아니라면‥‥" "아, 그것도 생각해 볼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없을 듯 합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 두 번씩이나 결혼을 하려던 사나이가 나타났나 봅니다." 기관사 플릿우드는 우람하게 생긴 성질이 난폭해 보이는 사내로, 그는 방에 들어와서 포와로와 레이스 대령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포와로는 그를 보자 언젠가 하녀 루이스와 갑판에서 이야기하던 사람임을 알았다.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그랬소. 당신도 물론 어젯밤 일어난 사건은 들어서 알겠지요?" 플릿우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듣자하니 당신은 어제 죽은 도일 부인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던 데요?" 플릿우드는 급습에 놀라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누가 그따위 말을 했죠?" "당신과 메리가 헤어진 게 도일 부인 때문이라고요?" "그 말을 누가 했는지 알겠어요. 그 수다장이 프랑스 년이죠? 그 년은 수다장이고 허풍장이에요." "그러나 이말은 사실 아닌가요?" "아닙니다. 그건 모두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내 말도 듣지 않고 어떻게 단정지어 말하는 거죠?" 기관사는 이 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당신은 리넷 부인의 하녀 메리와 결혼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당신이 기혼자라는 걸 알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요?" "그 사실이 죽은 부인과 무슨 관계가 있죠?" "아니, 그게 도일 부인과 무관하단 말인가요?" "아닙니다. 내가 이곳 여인과 결혼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 결혼은 실패였습니다. 아내는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장장 6년이나 나는 아내의 얼굴도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당신은 기혼자입니다." 그 말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레이스 대령은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아낸 사람이 바로 리넷이었죠, 맞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녀가 알아내서 메리와 나를 헤어지게 만들었어요. 그 여자는 공연한 일을 해서 우리를 괴롭힌 거에요. 나는 진정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녀를 위해선 무슨 일이나 가리지 않았어요. 그 여자가 알려 주지만 않았다면 메리는 내가 기혼자라는 걸 몰랐을 거예요. 맞습니다. 분명히 메리는 몰랐을 거예요. 나는 내 일생을 망쳐 놓고도 그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도 못하고 웃으며 나타난 그녀가 아주 역겨웠습니다. 맞아요, 나는 그녀를 증오합니다. 그러나 나는 살인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만일 나를 의심한다면 그건 실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나는 그녀를 쏘지 않았어요. 아니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을 멈추었는데 긴장해서인지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번들거렸다. "당신은 어젯밤 12시부터 2시 사이에 무슨 일을 했습니까?" "물론 선실에서 잤지요. 그건 내 동료가 증명해 줄 수 있습니다." 레이스 대령은 사무적으로 고개만 까딱거렸다. "물어 보십시오." "아뇨, 이제 다 됐습니다." 레이스 대령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가 나간 뒤, 포와로가 의심스런 시선으로 물었다. "아니, 왜 더 질문하지 않고?" 레이스 대령은 담담히 말해 나갔다. "플릿우드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가 불안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의 알리바이는 조사할 생각입니다. 그야 결정적인 단서는 없겠지만요. 그의 같은 방 동료는 물론 잠자고 있었을 겁니다. 중요한 건 누가 그 기관사를 보았느냐는 거죠." "그럼, 그걸 조사합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범행 시간에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나 조사해야겠습니다. 박사는 이 사건이 12시부터 2시 사이에 발생했다고 했어요. 그러면 승객 중에서 누군가는 그 총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들었는데 당신은 들었나요?" 그러나 포와로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마치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졸려서 잠이 깊이 들었었나 봐요. 곯아떨어져서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참, 유감이군요. 그럼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오른쪽 선실에 있던 승객 뿐이군요. 팬숍 씨의 말은 들었으니 앨러튼 부인과 그의 아들을 만납시다. 웨이터에게 그들을 오라고 하세요." 잠시 후, 앨러튼 부인은 씩씩하고 당당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침울하고 서글픈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의자에 앉으며 침통하게 말했다. "너무 두려워요. 참 믿기지 않아요. 그렇게 예쁘고 재산도 많고 모든 조건을 구비한 미인을 죽이다니‥‥" "당신이 이 배를 탄 게 참 다행이에요. 당신은 범인을 분명히 잡을 거예요. 다행히 그 불쌍한 처녀가 아니라 됐어요." "드벨포 양을 말하는 건가요? 누가 드벨포 양이 범인이 아니라고 했죠?" 앨러튼 부인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코넬리아 롭슨 양이 그러더군요. 그녀는 이 사건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녀는 이런 일을 처음 목격했을 거에요. 이런 일은 앞으로 절대로 일어나선 안 돼요. 그녀는 너무나 착하고 순수해서 자기가 이 사건 때문에 흥분하는 걸 수치로 여겼습니다." 앨러튼 부인은 자기가 너무 수다를 떨고 있음을 느낀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곧 다시 한 마디 했다. "내가 혼자 수다를 떨었군요. 당신들은 뭐가 궁금해서 나를 부른거죠?" "알았습니다. 그럼 사건이 나던 날, 몇 시 경에 잠자러 갔습니까?" "10시 30분이 좀 지난 후에요." "부인은 바로 잠자셨나요?" "네, 몹시 졸려서 금새 잠들었습니다." "부인, 혹시 무슨 소리 듣지 못하셨습니까?" 앨러튼 부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네, 물이 튀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가 달려가고 또 달려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아니 달려갔는지 달려왔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요. 저는 누가 바다에 빠졌나 보다 생각했어요. 꿈을 꾼 듯 해서 일어나 소리를 들으려 했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군요." "그때 시간은?" "글세, 모르겠는데요. 내가 잠자리에 든 지 오래 지나지는 않은 때였으니까, 1시도 안 되었을 것 같은데‥‥" "더 정확히 시간을 알 수 없을까요?"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군요. 시계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이에요. 그때가 몇 시였는지는 감을 잡기 힘들군요." "부인, 이 배를 타기 전에 도일 부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내 아들 팀은 만난 적이 있지만 나는 여기서 처음 만났어요. 이야기는 친척 조안나 사우드우드를 통해 많이 들었지만요." "부인, 허락해 주신다면 좀 다른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앨러튼 부인은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무 질문도 좋습니다. 염려마시고 하세요." "혹시, 전에 리넷의 아버지로 인해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 재산 피해를 본 적은 없습니까?" 앨러튼 부인은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우린 비록 재산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어떤 사고나 다른 문제는 없었지요. 남편은 유산을 많이 남기진 못했지만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 정도는 남겼어요. 점점 즐어들긴 하지만 아직도 꽤 남아 있고요." "부인,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돌아가셔서 아드님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앨러튼 부인이 아들에게 가자 팀은 말했다. "어머니, 이제 끝났습니까? 그럼 제 차례겠군요. 어머니에게 어떤 질문을 했습니까?" "어젯밤 들은 소리가 있나를 물었지. 그런데 난 아무 소리도 못들었잖니. 왜 소리를 못들었을까? 리넷의 방은 이방에서 하나 건너에 있는데 총소리가 났으면 들었을 텐데, 난 아무 소리도 못들었단 말이야. 어서 가자, 팀. 그들이 기다리고 있다." 포와로는 팀에게도 역시 앨러튼 부인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팀은 담담히 대답했다. "저는 10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시 독서를 하다가 11시에 불을 끄고 있지요." "그 뒤에 들은 소리는 없습니까?" "남자가 인사를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안녕히 주무시라고 하더군요. 그건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거 같았어요." 레이스 대령이 얼른 말했다. "아, 그건 내가 도일 부인에게 한 저녁 인사였습니다." "네, 그렇습니까? 그후 곧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후 떠들썩하더니 팬숍 씨를 부르는 소리가 나더군요." "그건 롭슨 양이 전망실에서 총을 쏘자 달려나간 거군." "그리고 누군지 갑판을 뛰어갔고 그후엔 물이 첨벙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잠시 후 박사님의 '조심해서, 서두르지 말고'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도 첨벙하는 물소리를 들었습니까?" "네, 그런 소리 같았습니다." "그건 총소리는 아니었습니까?" "글세, 무슨 병마개를 따는 것 같았는데‥‥ 어쩌면 그게 총소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첨벙 소리를 병마개 따는 소리와 관련지어 술잔에 술을 따르는 소리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잠이 든 상황이라 무슨 파티가 열리나 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소리는 못들었습니까?" "팬숍 씨가 자기 방을 왔다갔다 하길래 무척 잠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에는 무슨 소릴 들었죠?" "글쎄, 그 후로는 아무 소리도 못들었는데요." "잘 알았습니다. 팀 앨러튼 씨, 고맙습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15 레이스 대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선실 배치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팬숍, 앨러튼, 앨러튼 부인, 그 다음은 시몬 도일의 방이고‥‥ 참, 도일 부인의 옆방에는 누가 들었지요? 아, 그 나이 든 미국 여자로군. 만일 소리가 났다면 그 부인이 들었을 겁니다." 그때 밴 슈일러가 들어왔다. 그녀는 더욱 늙고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레이스 대령이 정중히 인사했다. "이거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서 앉으시지요."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는 이런 일에 상관하기 싫습니다. 불쾌해요. 거듭 말하지만 나는 어떤 식으로라도 이런 역겨운 일에 말려들기 싫습니다." "네, 그 심정은 이해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말을 빨리 듣는 게 좋을 거리고 생각해서 부인을 모신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밴 슈일러는 약간 표정이 누그러져 포와로를 바라보았다. "두 분이 이해해 주시니 다행이군요. 나는 이런 일에 익숙치 않은 몸이라서요." 포와로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네, 그러실 테죠. 그래서 우리는 한시바삐 당신의 그 불쾌감을 벗겨 주려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몇 시쯤 주무셨지요?" "저는 보통 10시 쯤 자는데, 어제는 좀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요. 글쎄 코넬리아가 오지 않아서 기다렸습니다." "그러셨군요. 잠자리에 들어서 무슨 소리 들으신 거 없습니까?" "나는 예민해서 깊은 잠에 들지 못해요." "그것 참, 천만다행이군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말입니다." "나는 그 예의없는 도일 부인의 하녀가 큰소리로 '아씨,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그만 잠이 깼답니다." "그 뒤에는요?" "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누가 방에 들어온 것 같아서 잠이 또 깼죠.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방에 사람이 들어온 게 아니라 옆 방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그게 도일 부인 방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 뒤에 누군가 갑판에 나온 거 같더니 물이 첨벙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때가 몇 시쯤이었습니까, 부인?" "네, 1시 10분이었어요. 그때 저는 분명히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어요." "그럼, 총소리는 들으셨습니까?" "아뇨, 총소리는 못들었는데요." "혹시 총소리 때문에 깨신 게 아닐까요?" 밴 슈일러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인 채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