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아가사 크리스티]나일강의 죽음 - 12편 (12/21)

2026-09-21 21:42:33 조회 23
베스너 박사는 코넬리아를 쳐다보다가 잠시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코넬리아, 해 낼 수 있을까? 혹시 기절하는 일은 없겠지?" 그녀는 진지한 학생처럼 다소곳이 말했다. "시키는 대로 잘 할 수 있어요. 네, 자신있어요." 베스너 박사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시몬을 부축하고 갑판으로 나갔다. 베스너 박사는 방에 도착한 후, 10분 동안 응급치료를 했다. 그 짧은 동안에도 팬숍은 역겨워서 진땀을 흘렸다. 그는 코넬리아의 침착하고 의연함에 자기가 더욱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베스너 박사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났군요. 코넬리아, 수고했어요." 베스너 박사는 그녀에게 칭찬을 한 후, 시몬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주었다. 박사는 주사기를 꺼내며 말했다. "이제 잠을 자게 해 주죠. 참, 부인에게는 알릴까요?" 시몬은 나지막히 말했다. "아니, 일부러 알리지는 마십시오. 여러분, 그리고 재키를 탓하거나 욕하지 마세요. 모두가 제 탓입니다. 나는 재키에게 못할 짓을 했어요. 이게 모두 제 잘못 때문입니다. 그 불쌍한 여자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를 겁니다‥‥" "나도 이해합니다." 시몬은 거듭 자기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넬리아를 바라보며 애원조로 말했다. "재키를 지켜야 해요. 그녀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요." 베스너 박사가 주사를 놓는 것을 도와주며 코넬리아가 여유있는 태도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바워즈 양이 옆에 있을 거예요." 시몬은 다소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이내 번쩍 뜨고 말했다. "팬숍 씨?" "네, 왜 그러시죠?" "권총‥‥ 그곳에 그냥 두어서는 안 돼요. 굴러다니다가 아침에 웨이터의 눈에라도 뜨인다면 곤란하니까‥‥" 팬숍은 재빨리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서 권총을 가져오죠." 팬숍이 갑판을 걸어가는데 바워즈 양이 선실 문 앞에 나왔다. 그녀는 팬숍에게 말했다. "드벨포 양은 잠이 들었으니 안심해요. 몰핀을 한 대 주사했지요." "그러나 오늘 밤은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할 겁니다." "네, 제가 있겠어요. 몰핀 주사 때문에 흥분할지도 모르니까요." 팬숍은 다시 전망실로 향했다. 잠시 후, 베스너 박사의 선실 문을 팬숍이 두드렸다 "박사님?" "무슨 일이오?". 팬숍은 밖으로 박사를 불러낸 후 말했다. "박사님, 글쎄 권총이 없어요. 그 권총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뭐라고요?" "재클린이 시몬을 쏜 권총요. 재클린이 총을 쏘고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녀가 발로 차는 바람에 소파 밑으로 들어갔는데‥‥ 지금 찾아보았지만 없던데요." 그들은 의아한 얼굴로 마주보았다. "그럼, 누가 가져갔나?" "이상한 일도 다 있군요." 두 사람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제각기 방으로 갔다. 12 에르큘 포와로는 아침에 일어나 면도를 한 후, 거품을 닦고 있었다. 그때 다급한 노크 소리가 나더니 레이스 대령이 들어왔다. "포와로 씨, 당신 예감이 적중하고 말았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포와로는 구부렸던 몸을 일으키며 반문했다. "사건이라뇨? 무슨 일이죠?' "리넷 도일이 살해되었습니다. 어젯밤 머리에 총을 맞았나 봅니다." 포와로는 말없이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도 그의 귓가에는 재키가 애스완의 호텔 정원에서 작은 총으로 리넷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고 한 말이 쟁쟁 울렸다. 또 그녀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한 시선을 보내던 것도 떠올랐다. 그는 왜 자기가 그때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자첵심이 생겼다. 어젯밤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졸음이 쏟아져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레이스 대령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나의 공적인 신분 때문에 이 사건을 나에게 맡긴 것 같습니다. 계획대로라면 30분 안에 출항하기로 되어 있지만 내 지시가 없는 한 출발하지 않을 겁니다. 범인은 이 배의 승객이 아니라 육지에서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포와로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레이스 대령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동감입니다. 그럼, 그 가능성은 배제하기로 하고 당신이 이 사건을 맡아 주십시오. 당신의 뛰어난 솜씨를 다시 볼 영광을 허락해 주십시오." 포와로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면서 레이스 대령의 제의를 허락했다. "좋습니다." 그들은 곧 갑판으로 나갔다. 걸으면서 레이스 대령이 먼저 말했다. "지금 베스너 박사가 와 있을 겁니다. 아까 웨이터에게 박사를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이 배에는 욕실이 있는 특실이 네 개 있었다. 특실 중에 왼쪽의 방은 앤드류 페닝턴과 베스너 박사가 묵고 있었고, 오른쪽의 두 개는 밴 슈일러와 리넷 도일이 묵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 방은 그녀의 남편인 시몬이 옷을 갈아입는 곳으로 쓰고 있었다. 리넷 도일의 방 앞에는 웨이터가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가 방문을 열어 주자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들어가니 베스너 박사가 몸을 숙여 침대에 있는 리넷 도일의 시체를 살피고 있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고 그가 불평을 해 댔다. 레이스 대령이 박사에게 질문했다. "박사님,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베스너 박사는 생각에 골몰한 듯 수염도 깎지 않은 턱을 비벼댔다. "네, 도일 부인은 가까운 거리에서 쏜 총알을 맞았습니다. 자, 여깁니다. 이 귀 윗부분을 맞았어요. 이곳이 총알이 관통한 자리입니다. 아주 작은 총알입니다. 22구경 같기도 하고‥‥ 권총을 이부분에 바짝 대고 쏘았기 때문에 피부가 까맣게 탔습니다." 포와로의 기억 속으로 또다시 재클린의 말이 떠올랐다. 박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리넷은 자다가 살해당했습니다. 반항한 흔적은 보이지 않아요. 범인은 어둠 속에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잠자는 여자를 쏘았어요." 그때 포와로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닙니다." 그는 아무리 가정이라고 해도 재클린이 권총을 들고 어두운 선실에 몰래 침입하여 리넷에게 가까이 가는 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박사는 안경 너머로 그를 응시했다. "그러나 사건은 이렇게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네, 그건 맞습니다. 저도 당신 생각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베스너 박사는 흡족해 하는 태도였다. 포와로는 바짝 침대 곁에 섰다. 리넷 도일은 약간 옆으로 누운 상태로 죽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귀 위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포와로는 시체를 바라보고 나서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포와로의 눈길이 정면의 흰 벽에 고정되었다. 그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흰 벽에는 적갈색으로 영문자 'J'라고 큼직하게 씌어 있었다. 포와로는 노려보듯 그 글자와 씨름했다. 그는 목을 숙이고 리넷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보았다. 손가락 하나에 적갈색의 피가 묻어 있었다. 포와로는 무의식중에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베스너 박사가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아니, 이건?" 또다시 레이스 대령이 물었다. "당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셨죠?" "뭐요?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고요? 그거야 간단하죠. 도일 부인은 쓰러지면서 범인을 알리려고 손에 피를 묻혀 이름의 첫 글자를 쓴 거죠. 그거야 아주 단순하지 않습니까?" "아니, 그렇지만 내 생각은‥‥" 베스너 박사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레이스 대령이 그의 말을 불쑥 막고 나섰다. 대령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보았습니까?" 포와로는 대령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건 지극히 단순한 방법입니다. 흔히 쓰고 있는 방법이죠. 추리 소설에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요. 네, 그건 아주 낡은 수법이에요. 범인은 그렇게 우리를 유도하는군요." 레이스 대령이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는 말을 하다가 그만 중단해 버렸다. 포와로는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내가 드라마의 전통적인 수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한 건가요? 그건 그렇고 박사님, 아까 무슨 말을 하시려 했죠?" 베스너 박사는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쉬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말해 나갔다. "나는 어리석은 얘기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단 말입니다. 맞아요, 그건 엉뚱한 생각입니다. 리넷 부인은 즉사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피를 묻혀서 벽에다 'J'라는 글씨를 썼겠습니까? 터무니없는 말이에요. 앞뒤 이치가 맞지 않는 이야기예요." 포와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럼, 그건 일종의 트릭이군요?" 포와로는 거의 울상이 되어 무겁게 대답했다. "네, 바로 그렇습니다." "'J'는 누구를 가리키는 거죠?" "네, 그건 재클린 드벨포일 겁니다. 그녀는 며칠 전 나에게 자기의 작은 권총을 리넷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답니다." 베스너 박사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 세상에 하느님 맙소사!"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레이스 대령이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과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군요."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건 작은 총알이더군요. 아마 22구경일 겁니다. 총알을 꺼내 보기 전에는 확실히 단정짓기 어렵지만요." 레이스 대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질문했다. "사망한 시간은 언제쯤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까?" 베스너 박사는 덥수룩한 수염을 어루만졌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이 8시니까 사망한 지 6시간은 경과한 것 같습니다. 어젯밤의 기온을 고려해 보면 그런 추측을 할 수 있죠." "그럼, 사건은 자정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일어난 셈이로군요." "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잠시 짧은 침묵이 지나갔다. 레이스 대령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남편은 저 방에서 자고 있었죠?" 그 말에 베스너 박사가 나섰다. "아닙니다. 시몬은 지금 내 선실에서 자고 있어요." 박사의 말에 대령과 포와로가 깜짝 놀랐다. 그때서야 베스너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내가 지금껏 말하지 않았군요. 도일 씨가 어제 전망실에서 총에 맞았답니다." "총에 맞아요? 아니 누가 쏘았죠?" "네, 바로 재클린 드벨포가 쏘았습니다." 이번에는 레이스 대령이 급히 물었다. "많이 다쳤나요?" "네, 뼈가 부러졌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다 했으나 어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포와로는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아, 재클린 드벨포!" 그는 다시 시선을 벽 위에 씌어진 'J'라는 글자에 고정시켰다. 그때 레이스 대령이 말했다. "여기서 지금 해야 할 일이 없다면 흡연실로 갑시다. 우선 그곳을 사용하겠다고 했으니 그곳에 가서 어젯밤 사건을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그들이 선실에서 나오자 레이스 대령이 문을 잠근 후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죠. 우선은 사건의 진상을 알고 나야 일이 쉽게 풀리겠죠." 그들이 흡연실로 가자 입구에서 이 배의 지배인이 자못 근심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지배인은 수심에 찬 얼굴로 모든 일을 레이스 대령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대령님이 이 일을 모두 맡아 주십시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령님의 뜻대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았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포와로 씨와 나만이 이 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지금은 다른 부탁이 없으니 당신은 이제 가서 일을 보십시오. 필요하다면 내가 부르겠습니다." 지배인은 다소 밝아진 얼굴로 그 방을 나갔다. 레이스 대령이 박사에게 말했다. "자, 박사님. 앉으셔서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좀 말씀해 주십시오." 포와로와 레이스 대령은 베스너 박사의 길고 지루한 설명을 경청했다. 베스너 박사가 말을 끝내자 레이스 대령이 천천히 말했다. "이제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겠습니다. 재클린은 술을 마시고 나서 흥분 상태로 가가이에서 22구경 권총을 쏘았군요. 그러고 나서 리넷 도일의 선실에 가서 그녀까지 쏘았던 거고요." 그 말에 베스너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틀린 이야기입니다. 불가능한 일이죠. 리넷은 벽에다 어떤 이름의 첫글자를 쓸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즉사했으니까요." 그러나 레이스 대령은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뇨, 쓸 수도 있었을 겁니다. 글쎄‥‥ 소문처럼 그녀가 질투로 복수를 결심했다면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심정이라면 충분히 자기의 이름을 써놓았을 겁니다." 포와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정도로 유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건 한 가지 설명 밖에 남지 않겠군요. 범인은 살인을 하고 그 죄를 재클린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트릭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베스너 박사도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범인은 아주 운이 나빴습니다. 재클린은 살인할 사람도 못되고 또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제의 상황으로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불가능한 이유가 뭡니까?" "네,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바워즈가 밤새 그녀 옆에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레이스 대령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럼,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군요." 이번에는 포와로가 물었다. "시체를 맨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굽니까?" "도일 부인의 하녀인 루이스 버제트입니다. 그녀는 평상시처럼 아침에 도일 부인을 깨우러 가서, 부인이 죽어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뛰쳐 나와 웨이터에게 말했답니다. 웨이터는 즉시 지배인에게 보고했고, 지배인은 나에게 알렸죠. 나는 즉시 베스너 박사를 모셔 오게 하고 곧장 포와로 씨, 당신에게 간 겁니다." 레이스 대령이 그제서야 생각이 나는지 말했다. "도일 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지금껏 자고 있습니까?"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방에서 잘 겁니다. 어제 좀 강한 수면제 주사를 놓았기 때문이지요." 레이스 대령이 포와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베스너 박사가 여기 같이 있을 이유가 있습니까? 질문도 끝났고 더 물어 볼 말이 있습니까? 박사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베스너 박사가 방을 나가자 레이스 대령과 포와로는 약속한 듯 마주보았다. "포와로 씨,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어서 당신의 의견을 말해주시오. 나는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할 테니 맡아서 일해주시오. 먼저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 거죠?" 포와로는 선선히 대령의 청을 승낙했다. "알았습니다. 우리는 먼저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고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어젯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인 롭슨 양과 팬숍을 불러 자세한 이야기를 듣도록 합시다. 그리고 권총이 없어졌다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레이스 대령이 벨을 누르자 웨이터가 왔다. 대령은 그에게 롭슨 양과 팬숍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포와로는 길게 한숨을 거듭 쉬었다. "이거 참, 복잡한데‥‥ 너무 머리가 아파‥‥" 레이스 대령이 구원을 청하듯 그를 은근히 바라보았다. "포와로 씨, 좋은 생각 없습니까?" "아뇨,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요.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재클린이 리넷을 죽이고 싶어했다는 거죠." "당신은 재클린이 살인까지도 저지를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네, 그건 가능한 일입니다." 포와로의 말소리는 자신만만하지도 않았고 단호한 기색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죠. 이런 방법은 적합하지 않다 하고 - 캄캄한 밤에 몰래 들어가 여자의 머리를 겨누어 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건 너무 잔인한 방법이므로 여자들은 그런 방법을 쓰기가 곤란하죠." "당신은 지금 재클린 같은 여자는 잔인하게 살인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죠? 글쎄, 그녀가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아무래도 그런 잔인한 짓은 하지‥‥" 레이스 대령은 포와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습니다. 박사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살인을 할 상황은 아니었고‥‥" "네, 박사의 말대로라면 그녀의 혐의는 검토해 보아야겠지요. 아니 그게 사실이면 좋겠습니다." 포와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게 사실이기를 바랍니다. 그녀가 너무 가엾어요." 그때 문이 열리고 팬숍과 롭슨 양이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베스너 박사도 들어왔다. 코넬리아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서워요! 리넷 부인이 불쌍해요. 오, 가엾은 분! 누가 그 아름다운 부인을 죽였을까요? 미친 사람이에요. 도일 씨도 불쌍하고요. 그는 부인이 죽은 걸 알면 실성할 거예요. 도일 씨는 자기가 총에 맞은 걸 부인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답니다. 아내가 놀랄까봐 걱정해서 그런 거죠. 얼마나 부인을 사랑하는지 몰라요." "코넬리아 양, 어제 일어난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가능하면 빠짐없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코넬리아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포와로가 간단한 질문을 시작하자 생각을 정리하며 답변했다. "네, 알겠습니다. 브리지 게임을 그만 두고 도일 부인은 자기 방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선실에 갔는지는 확인하지 않아서 단정할 수 없어요." 그 말에 레이스 대령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분명히 선실로 갔어요. 내가 문 앞에서 그녀와 저녁 인사까지 나누었답니다." "그때 시간은?" 코넬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레잇 대령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11시 20분이었습니다." "그럼 11시 20분에는 리넷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때 전망실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이번에는 팬숍이 말했다. "도일 씨와 재클린 양, 나와 코넬리아 양이 있었습니다." 코넬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페닝턴 씨는 술만 한 잔 마시고 방으로 갔습니다." "그때는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된 후였습니까?" "아마 3,4분 쯤 지나서 일 거예요." "그럼, 11시 30분이 미처 안 된 시간이군요." "네, 그럴 겁니다." "그럼, 전망실에는 롭슨 양과 재클린, 그리고 도일 씨와 팬숍 씨가 있었군요. 그때 무엇을 했지요?" "팬숍 씨는 독서를 했고 저는 수를 놓았지요. 또 드벨포 양은 저‥‥ 그녀는‥‥" 그 다음 말은 팬숍이 나서며 말했다. "재클린 양은 술을 마셨습니다." 코넬리아가 그의 말을 받았다. "네, 그랬어요. 그녀는 제게 많은 질문을 했답니다. 재클린은 쉬지 않고 제게 말을 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은 제게 하는 게 아니라 도일 씨를 의식해서 하는 말 같더군요. 도일 씨는 몹시 화가 나 있었어요. 그는 잠자코 있는 게 재클린의 흥분을 가라앉힌다고 생각한 거 같더군요." "그러나 그녀가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나요?" "저는 너무 늦어서 제 방으로 가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그녀가 막무가내로 저를 막았어요. 저는 그 자리가 거북했어요. 잠시 후, 팬숍 씨가 방에서 나갔고‥‥" 팬숍도 한 마디 거들었다. "나도 당황했었습니다. 내가 있으면 그들이 불편할 거 같아서 그곳을 나갔지요. 저도 재클린이 소동을 부릴 거라고 짐작을 했습니다." 코넬리아가 나서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재클린이 흥분해서 권총을 뽑았어요. 도일 씨가 깜짝 놀라며 일어나 그녀의 총을 뺏으려고 하자 그녀는 총을 쏘았어요. 도일 씨는 다리에 총을 맞고 그녀는 발작하듯 울음을 터뜨렸어요. 나는 놀라서 급히 팬숍 씨에게 달려갔습니다. 곧 그와 전망실에 돌아오니 도일 씨는 일을 조용히 수습하자고 하더군요. 그때 웨이터가 총소리를 듣고 달려왔기 때문에 팬숍 씨가 적당히 돌려보냈습니다. 그후, 재클린을 방에 데려다두고 팬숍 씨는 그녀의 방에 있고 저는 바워즈 양을 부르러 갔어요." 코넬리아는 쉬지 않고 말한 후,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시간이 몇 시쯤이죠?" 레이스 대령의 물음에 코넬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팬숍이 나서며 말했다. "아마 12시 20분 쯤일 겁니다. 내가 제일 끝으로 내 방에 갔는데 그때가 12시 30분이었습니다." 포와로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자, 이건 중요한 질문이니 잘 답변해 주세요. 도일 부인이 전망실에서 나간 후 당신들 중에서 밖에 나갔던 사람이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네, 재클린도 분명히 전망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도일 씨, 재클린 양, 롭슨 양, 그리고 나도 그 방을 나간 적이 없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그럼 재클린 양도 12시 20분까지는 도일 부인을 쏘지 못했다고 단정지을 수 있군요. 그럼 당신이 그녀의 방에서 떠나 바워즈 양을 부르러 갔을 때 재클린 양은 혼자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그때는 팬숍 씨가 옆에 있었습니다." "아, 알았습니다. 모두 종합해보면 그녀의 알리바이는 완벽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