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42편 (42/44)
츠---- 읏! 뇌황은 핏빛 광기를 두 눈에서 흘리며 막붕비쪽을 보았다. "이제...... 네놈을 저 아래로 보내 주마! 흐흐! 예쁜 계집과 함께 보내주는 것이니...... 섭섭하게 생각지 마라!" "으음......! 그대 뜻대로 될까? 본인의 손에 악마혈종이 있음을 잊지는 않았겠지?" 막붕비는 악마혈종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캇! 치워라! 본좌는 이미 십극천강의 경지에 이르러 천년내공을 이루었다. 그 무엇도 본좌를 위협하지 못한다." 뇌황은 껄껄 웃었다. 막붕비는 그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십극천강! 뇌황의 몸 주위로 각기 다른 열 가지 강기가 벽을 이루고 있음을 본 때문이다. "흐흣! 혈관음! 그 계집의 몸은 옛날의 제 어미의 그것보다 배는 감촉이 좋았어! 지옥에 가서 데리고 살기에는 괜찮을 게다, 지옥혈황!" 뇌황은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 혈관음을 희롱하는 그 말에 막붕비의 안색이 일변했다. "누가...... 지옥에 가게 될지 보자, 뇌황!" 막붕비는 폭갈을 지르며 모든 공력을 오른손에 모았다. "악마...... 혈황탄----!" 그는 폭갈과 함께 전력을 다해 악마혈종을 두드렸다. 데---- 에엥! 밤하늘을 찢어 발기는 무서운 종소리가 작은 악마혈종으로부터 폭발하듯 솟구쳤다. 동시에, "캇! 마황단천----!" 뇌황도 십극천강을 흡혈마황검에 실어 맹렬히 막붕비를 그어갔다. 콰드드득! 치치지직! 악마혈종의 증폭음강과 흡혈마황검의 악마검파(惡魔劍波)가 충돌하며 쇠가 갈리는 소성이 일어났다. 시퍼런 불꽃이 두 절대고수 사이에서 일어나 밤하늘로 비산했다. 꽈르릉! 막붕비가 딛고 있던 음양계의 단애가 쩍 갈라지며 까마득한 저 아래로 추락해 갔다. "크---- 윽!" 그 중에서 막붕비의 몸이 피를 흩뿌리며 함께 떨어져 내렸다. 반푼의 내공으로 뇌황의 천년내공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웩---- 엑!" 쿵쿵......! 뇌황 단목뇌황도 오공에서 피를 뿌리며 십여 보 주르르 밀려났다. 악마혈종의 증폭음강----! 그것은 놀랍게도 뇌황의 십극천강을 박살내고 그의 내부를 뒤흔들어 버린 것이다! 그만큼 악마혈종의 마력은 무서운 것이었다. "과연...... 무섭다! 그 놈의 내공이 나의 팔할만 되었어도 죽는 쪽은 나였을 것이다!" 뇌황은 신음하며 음양계를 내려다 보았다. 고오오......! 막붕비와 혈관음을 삼킨 음양계는 그저 꾸역꾸역 독장을 토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흐흐! 어쨌든 흡혈마황검의 단 하나 천적(天敵)인 악마혈종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상 이제 나 단목뇌황을 막을 것은 지상...... 에는 없게 되었다!" 뇌황은 단애 아래를 보며 득의의 음소를 터뜨렸다. "푸하핫! 이제 천하는 나 단목뇌황의 것이다. 하늘도...... 땅도...... 크하하핫!" 우르르릉! 뇌황의 폭갈로 음양계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반 년! 반 년이면 족하다! 핫하! 나는 하늘과...... 땅을 나의 사랑하는 려군(麗君)에게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푸핫핫!" 콰드드득! 광소와 함께 뇌황은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고오오오! 핏빛 선풍이 일 천장을 치솟으며 뇌황의 모습은 까마득히 밤하늘로 사라졌다. 뇌황이 사라진 직후, "아아! 한 걸음 늦고 말았구나!" 스---- 읏! 고통스런 여인의 신음소리와 함께 두 개의 왜영이 음양계 위에 내려섰다. 실혼여제 단목혜린----! 그리고 소복을 걸친 은발의 신비한 미녀가 그들이었다. 은발의 미녀는 마치 어린 아이같이 해맑은 웃음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웃음에는 전율스러운 마성이 깃들어 있었다. 그 은발미녀는 바로 부활한 천마서시였다. "붕비----!" 실혼여제는 음양계를 내려다보며 오열했다. 그녀의 메말랐던 두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아아! 한순간의 방심으로 당신을 잃다니......!" 실혼여제는 단애 위에 쓰러지며 오열했다. 간발의 차이로 그녀는 막붕비를 구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막붕비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막붕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연민이 아니라 애정이었음을...... "아버님을...... 시해한 것도 참을 수 있었어!" 콰득! 실혼여제는 입술을 악물며 돌바닥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아귀 안에서 청석덩어리가 모래같이 바스러졌다. "어머니와 사통을 해도...... 나는 차마 당신을 벨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틀려!" 실혼여제는 경의에 찬 눈빛으로 교구를 일으켰다. 그녀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뭇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복수...... 하겠다! 나의 붕비를 해친 대가로...... 당신 뇌황을 가장 비참하게 죽여주마! 당신은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실혼여제는 바득 이를 갈았다. 그녀의 눈은 어느 덧 본래의 차가운 회색으로 돌아가 있었다. "나의 마음은 오래 전에 돌같이 차가와져 있었다. 따뜻해질 수 있었던 단 한 번의 기회를 잃은 이상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스---- 윽! 그녀는 밤하늘로 신형을 띄웠다. "내게 더 이상 잃어 버릴 무엇이 남았겠는가? 가자 서시(西施)----!" 피---- 잉! 실혼여제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일천 장 밖으로 날아갔다. 스---- 읏! 그 뒤를 천마서시는 소녀같이 배시시 웃으며 신형을 날렸다. 두 개의 왜영은 순간적으로 까마득한 밤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화르르......! 한 차례 광풍이 스친 음양계 위로 스산한 밤바람만이 음산하게 스쳐 지나고 있었다. * * * 쐐애애액----! 비단폭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귓전을 스쳐갔다. 막붕비와 그의 등에 업힌 혈관음 빙화정! 두 사람의 몸은 빛살같이 음양계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추악한 이 세상과도 영영 이별인가?) 혈관음은 막붕비의 어깨 너머로 까마득히 멀어지는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며 뇌까렸다. 아찔한 추락감이 그녀를 휘감았다. 그와 함께 비릿한 피냄새가 그녀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 피는 막붕비가 흘린 것이었다. 막붕비는 뇌황의 흡혈마황검에 치명적인 일격을 당한 상태였다. 흡혈마황검의 악마검강만큼 무서운 것은 천지간에 단 한 가지 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악마혈종의 증폭음강이었다. 막붕비는 그 무서운 악마검강에 가슴 부분을 휩쓸렸었다. 그것은 유리보갑을 종이 찢듯 찢어내며 막붕비의 가슴 부위 열 세 개의 요혈과 정맥을 갈가리 찢어버린 상태였다. 빙화정은 막붕비가 살아 있는지 확신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생(生)과 사(死)의 문제는 빙화정에게 그리 큰 문제가 못되었다. 그녀의 마음은 만겁마가의 뇌옥에서 의모인 마모 여운상과 함께 뇌황에게 난행당할 때 이미 죽어 버렸었다. 고오오오----! 밑에서부터 불어 올라오는 역풍이 급격히 줄어 들었다. 그것은 바닥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제...... 정말 죽는구나!) 빙화정은 눈을 꼬옥 감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업고 있는 막붕비의 목을 꼬옥 끌어 안으며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해요, 지옥혈황! 당신은 나를 구하려다 헛되이 저와 함께 죽는군요!) 빙화정은 막붕비의 등에서 한숨을 쉬었다. 자신 때문에 죽게된 막붕비에게 한 가닥 미안한 마음이 인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첨---- 벙! 콰아아----! 오싹한 한기가 스며들며 빙화정과 막붕비의 몸은 깊은 물 속으로 잠겨 들었다. (호수----!) 빙화정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음양계의 단애 아래는 깊디깊은 호수였다. 두 사람은 그 호수에 떨어진 덕분에 분신쇄골을 모면한 것이다. 하지만 수면에 떨어진 충격도 대단한 것이었다. (흑......!) 전신이 바스러지는 듯한 아찔한 충격이 일며 빙화정은 막붕비의 등에서 퉁겨져 나갔다. 정신을 차리는 순간, 빙화정은 혼절한 막붕비의 몸이 호수 저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 보였다. (안돼!) 팟! 빙화정은 자신도 모르게 급히 막붕비의 소맷자락을 잡아챘다. (나는 죽더라도...... 이 사람을 죽게 해서는 안된다!) 촤아아! 빙화정은 이를 악물고 막붕비와 함께 수면으로 떠올라갔다. 막붕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그녀의 몸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강한 생명력을 끌어낸 것이다. 촤르르......! 쏴아아! 이내 막붕비를 안은 빙화정은 수면으로 떠올랐다. 스으...... 스으! 호수의 수면 위로 짙은 운무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 운무 속으로 저편에 바위 같은 물체의 그림자가 언뜻 빙화정의 눈에 들어왔다. 빙화정은 천 근 같은 사지를 움직여 천천히 그 쪽으로 헤엄쳐 갔다. 건조한 모래 위로 올라섰을 때 빙화정의 숨은 턱에 닿아 있었다. 막붕비를 겨우 물 밖으로 끌어낸 빙화정은 할딱이며 모래 위에 벌렁 누웠다. 잠시 후,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는 상체를 일으켜 막붕비의 상세를 살폈다. 막붕비는 혼수상태였다. 그의 호흡은 가늘게 이어지고 있으나 기맥은 금시라도 끊어질 듯이 위태로왔다. "휴......!" 빙화정은 쓸쓸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을 물에서 꺼낸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그녀는 창백한 막붕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설령 살리고 싶다 해도 내게는 영약은 고사하고 한 올의 내공도 남아 있지 않다.) 사르르......! 그녀는 고소를 지으며 다시 막붕비 옆에 누웠다. 그리고는 막붕비의 옆에 교구를 바싹 붙였다. (당신의 저승 길에 길동무를 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예요!) 빙화정은 막붕비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무어지?) 눈을 감으려던 그녀는 흠칫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츠으으----! 멀리 안개 속에서 신비한 두 줄기 빛무리가 일어나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붉고 흰 무지개 같은 서기, 그것은 안개에 가려 매우 흐릿했다. 만일 빙화정이 막붕비 쪽으로 돌아눕지 않았으면 그것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츠으...... 츠으......! 그 두 줄기 서기는 볼수록 신비했다. 그것들은 흡사 살아 있는 물체같이 끝없이 움직이며 허공에서 뒤엉켰다. 그 모습은 백룡(白龍)과 적룡(赤龍) 한 쌍이 뒤엉켜 유희하는 듯한 형상이었다. "......!" 사박! 빙화정은 자기도 모르게 그 적백의 서기가 번져 나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무엇인가 그녀를 부르는 듯한 착각이 그 순간 빙화정을 엄습한 때문이었다. (동굴......!) 빙화정은 흠칫 멈추어섰다. 예의 적백의 서기는 석벽 아래 뚫린 하나의 동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데, <음양동부(陰陽洞府).> 동굴 위에는 그 같은 네 자의 글이 대전체로 쓰여져 있었다. 빙화정은 꿈에도 음양계 아래에서 인간의 자취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지라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스으...... 스으......! 그 사이에도 동굴 안에서는 예의 서기가 요동을 치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양동부다! 참으로 끈질긴 인연이로구나. 음양계의 천장단애에서 떨어지고도 죽지 않고 옛 고인의 유적을 대하다니......!" 빙화정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음양동부로 걸어 들어갔다. 동굴 안은 그리 넓지 않았다. 또한 별반 눈에 띄는 물건도 크게 없었다. 맞은편 석벽, 한 폭의 정교한 봉황도(鳳凰圖)가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두 마리의 암수가 뒤엉켜 있는 봉황도----! 그 조각은 깃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생동감이 넘치며 어떤 현기가 느껴졌다. "......!" 그 봉황도를 보며 빙화정은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한 눈에 봉황도의 암수 봉황이 교합을 하는 자세임을 알아본 때문이다. 봉황도의 앞, 두 개의 포단이 마주 놓여 있었다. 갈대 잎으로 싼 평범한 포단...... 그것들은 누군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모양으로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었다. 그리고, 츠으...... 츠으...... 포단의 가운데에는 각기 하나씩의 구슬이 놓여 휘황한 서기를 뿌리고 있었다. 오른쪽 포단의 구슬에서는 타는 듯이 붉은 서기가, 왼쪽의 포단에서는 서릿발 같은 백색 서기가 노을같이 일렁이고 있었다. 거위 알만한 적백(赤白)의 구슬들! 빙화정이 본 예의 서기들은 그 두 개의 구슬에서 번져 나온 것이었다. 한데, 두 포단 사이에는 몇 가지 물건이 놓여 있었다. 두 권의 빛바랜 고경(古經), 잘 개인 붉은 빛의 남자 장포와, 눈같이 흰 빙잠사의 궁장, 그리고 한 장의 금판이 그것들이었다. "......!" 빙화정은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금판과 두 권 고경을 집어들었다. <빙하천년경(氷河千年經).> <열화마경(熱火魔經).> 두 고경의 표지에는 그런 글들이 쓰여 있었다. "빙하...... 천년경!" 빙화정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떤 강렬한 예감에 그녀는 급히 비급과 함께 있던 금판을 읽어보았다. 그곳에는 천 년 이전에 잊혀진 글이 있었다. <열화마종(熱火魔宗)과 그의 아내이며 좋은 친구였던 빙하여제(氷河女帝) 빙옥교(氷玉嬌)가올 후예를 위해 적는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열화마종----! 빙하여제----! 아아! 바로 그렇다! 그들은 저 잊혀진 천외의 초인들인 오패천 중의 두 사람이었다. 오패천 중에서도 가장 막강했다는 두 명의 초인들...... 그들은 놀랍게도 부부 사이였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무했었다. 천 년 전----! 열화마종과 빙하여제는 사대천왕에게 애석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 패배는 두 초인의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곳 음양계인 절지에 동부를 짓고 함께 사대천왕을 깨뜨릴 무공 연마에 몰두했다. 처음에...... 그들은 그저 좋은 친구로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서로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심각한 고민이었다. 열정은 결코 무공증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믿은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어느 달밝은 밤에 두 남녀는 거의 충동적으로 하나가 되어 부부관계를 맺게 되었다. 영육이 일치되는 순간, 두 사람은 이제껏 자신들을 괴롭히던 모든 번뇌가 일순간에 사라짐을 느꼈다. 사대천왕에 대한 복수심도...... 패권과 명예심에 대한 야심도...... 모든 것이 안개같이 흩어지고 그들은 미몽에서 깨어나 크나큰 열락의 경지를 맛보게 되었다. 그들은 잃었다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을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얻게 된 것이다. 그 후, 두 부부는 아주 오랜 시간을 음양동부에서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는 함께 우화등선하게 되었던 것이다. 포단 위의 구슬, 그것들은 바로 열화마종과 빙하여제가 우화등선하면서 그때까지 쌓았던 내공을 응집하여 남긴 내단이었다. 그것들에는 각기 십 갑자의 내공에 필적하는 무서운 잠력이 응결되어 있었다. 행복했던 두 부부는 천세 후에 막붕비와 빙화정이 이곳에 올 줄을 알았고, 그래서 자신들의 내단을 남긴 것이었다. 그 내단 외에도 열화마종과 빙하여제는 세 가지를 더 남겼다. 자신들의 평생 심득이 기록된 두 권의 비급, 적룡제왕포(赤龍帝王袍)와 빙잠천의(氷蠶天衣)라는 두 벌의 의복, 그리고 석벽의 봉황도가 그것이었다. 봉황도(鳳凰圖)----! 그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한 가지 지고무상한 내공심법이었다. -봉황환희무(鳳凰歡喜舞)! 부부사이에서만 수련이 가능한 초절정의 내공심결......! 그것은 막붕비가 익힌 양심초극마공과 아주 유사한 종류의 심법이었다. 틀린 점이라면 봉황환희무쪽이 좀더 정종(正宗)에 가까우며 그 성취가 빠르다는 차이 정도였다. 제30장 野望의 終劇 "빙하(氷河)의 마지막 후예 빙화정이 삼가 조사의 법신(法身)을 배견하나이다!" 빙화정! 그녀는 격앙된 표정으로 빙하여제가 앉았던 포단에 절을 올렸다. 빙하의 후예! 그렇다! 그녀의 가문인 막북 천빙곡은 바로 북해 빙하천궁의 후예였다. 빙하여제는 그러므로 빙화정에게는 아득한 선조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지옥혈황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빙화정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뚫어져라 봉황도를 주시하였다. 오랫 동안 멈추어 있던 그녀의 영민한 두뇌는 봉황도에 감추어진 봉황환희무의 오의를 빠르게 머리에 새겨넣었다. 이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두 개의 내단을 집어들었다. 열화마종의 적룡열화주! 그것에는 화룡내단의 그것을 세 배 능가하는 열화지정이 응집되어 있었다. 빙하여제의 빙하단정! 천년빙정을 두 개 합친 것 같은 빙극지기를 그것은 지니고 있었다. 빙화정은 두 개의 단추를 들고 총총히 음양동부를 나섰다. 그녀는 할딱이며 막붕비에게로 달려갔다. 막붕비는 여전히 호숫가의 모래 위에 누워 있었다. 그의 기식이 더욱 엄엄해졌음을 느끼고 빙화정은 급히 적룡열화주를 그의 입 안에 넣어주었다. 적룡열화주! 그것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이내 막붕비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어 빙화단정도 그에게 복용시킨 빙화정은 떨리는 손길로 막붕비의 의복을 벗겼다. 막붕비는 이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숭이가 되었다. 빙화정은 그것을 보고 두 볼을 도화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는 어렵게 자신의 옷고름을 풀었다. 이내 그녀 역시 태어날 때의 모습이 되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에는 아직도 여기저기 유린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짐승같이 덮쳐들던 사내들......! 자신을 유린하던 발정한 숫컷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젖꼭지가 파르르 떨렸다. 똑......! 한 방울 눈물이 그녀의 젖무덤 위로 굴렀다. "더럽혀진 몸으로...... 당신에게 안기는 것을 용서하세요!" 빙화정은 슬픈 표정으로 막붕비의 몸 위로 자신을 뉘였다. 탄탄한 사내의 근육을 느끼며 그녀는 바르르 경련했다. (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 짐승 같은 짓을 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똑...... 똑......! 막붕비의 넓은 가슴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섬섬옥수는 막붕비의 실체를 어루만져 그를 당당하고 위엄있게 만들었다. "이것이...... 마지막이예요! 이후로 누구도 나의 몸을 안지 못할 거예요! 설사 당신이라 하더라도......" 빙화정은 막붕비의 허리 위에 예쁜 둔부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예민한 살점에 하늘로 치솟은 막붕비의 불기둥이 닿아졌다. 빙화정은 한 손으로 막붕비의 그것을 지탱한 채 서서히 둔부를 밑으로 내리눌렀다. 그녀의 몸이 갈라지며 하체의 빈 공간에 뜨거운 것이 그득 들어찼다. "흐...... 윽......! 아아......" 빙화정은 막붕비의 그것이 그 어느 사내보다 웅대함을 몸으로 느끼며 처녀의 파괴 때와 같은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그것이 그녀의 새로운 탄생의 고통임을 그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결코...... 다시는...... 흐윽!" 빙화정은 흐느끼며 서서히 아랫도리를 막붕비의 몸 위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음양계(陰陽界). 저승과 이승의 경계인 그곳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 * * 미친 겁풍(劫風)이 돌연 천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뇌황(雷皇) 단목뇌황! 자부문의 그 일대효웅이 천하를 향해 미친 야망의 검을 뽑은 것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의 출신인 자부문을 궤멸시킨 일이었다. 자부신궁은 불탔고, 일만에 가까운 자부문도가 학살당했다. 이유는 단 두 가지였다. 뇌황 자신에 대한 배척, 그리고 삼십 년 전에 미려군을 자면천존 단목후에게 시집 보내도록 조종한 문중의 원로들의 죄, 그것이었다. 뇌황의 미친 검은 육친을 불문하고 피를 불렀다. 자부신궁을 불태운 그는 일로 무림정벌을 위한 대북벌행을 단행했다. 그의 휘하에는 삼십 년 간 준비된 무서운 악마군단이 집결한 상태였다. 일만 구의 철혈강시......! 일만 명의 살인전사들......! 숫자 미상의 뇌황친위군! 삼천의 독인...... 그리고 십 년 전에 실종되었던 철사패왕 담철형과 천일제왕 하륜이 의지를 상실한 살인기계로 변하여 뇌황의 휘하에 나타났다. 그 두 절대종사가 가는 곳에는 아무것도 남아나지를 못했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은 단목뇌황 자신이었다. 천 년의 내공, 악마의 마검---- 흡혈마황검......! 지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장난치듯 우습게 파멸시키며 북상했다. 가장 먼저 화를 당한 것은 천남(天南)의 명가---- 패왕보(覇王堡)였다. 패왕보를 모른다면 무림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철장패왕(鐵掌覇王)! 환우십강의 일 인인 장법(掌法)의 달인! 그의 자랑스런 가문이 바로 패왕보였다. 그 패왕보가...... 한 시진이 못 되어 궤멸당했다. 패왕부 일만 식솔이 몰살당했고, 철장패왕은 철혈강시들에게 전신이 갈가리 찢겨져 죽었다. 그리고 사천당문! 그 암기의 명가가 패왕보에 이어 무참히 무너졌다. 당문의 가주이고 환우십강의 일 인인 삼안천수종 당천성! 그는 천일제왕 하륜에게 오른팔을 잃고 치욕의 도주를 해야만 했다. 뇌황과...... 그 무리들은 악마같이 잔인했다. 강남이 뇌황의 수중에 들어가는 데는 열흘이 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