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40편 (40/44)
마치 쇠가 아주 뜨겁게 달아오르면 흰색으로 변하듯...... 지금 천일제왕은 태양폭염천강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의 손 끝에 응집된 태양폭염천강이면 순간적으로 작은 산만한 쇳덩어리를 녹여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어떤 호신기공이나 신병이기라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 막붕비, 그는 흉성이 극에 달한 천일제왕의 모습을 보며 내심 무거운 신음성을 발했다. (자칫하다가는...... 한 줌의 재로 삭아 버리겠다!) 그는 열화신척을 쥔 손에 불끈 힘 주며 왼손에는 방패 수정천둔을 들어 심장을 방호했다. 그때, "카앗!" 치지직! 천일제왕은 괴성과 함께 서서히 쌍장을 들어올렸다. 그는 지금 미혼약에 이지가 제압된 상태였다. 오로지 적을 죽이라는 시술자의 명령만이 그의 심지를 제압하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막붕비는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낮은 신음을 발했다. 이어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열화신척을 쳐들었다. 일촉즉발의 긴장이 터져 듯 팽팽하게 장내를 휘감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제왕(帝王)! 그만 두어요!" 돌연 두 사람의 측면에서 한 줄기 우울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막붕비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실혼...... 여제!) 그는 가슴이 쿵쾅거림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정신이 일시적으로 흩어지는 순간, "카앗!" 푸---- 하악! 천일제왕은 기다렸다는 듯 막붕비를 향해 맹렬하게 쌍장을 내쳤다. 그의 장심에서 새하얀 빛의 덩어리가 폭발하듯 일어나며 막붕비에게로 날아들었다. 그 가공할 백광의 덩어리가 스치는 순간, 파스스...... 삽시에 백 장 내의 모든 바위들이 재로 변해 허물어졌다. -태양강살! 그것은 바로 태양폭염천강의 정화인 태양강살이었다. "억!" 막붕비가 대경한 순간 이미 태양강살은 그의 눈 앞으로 날아든 상태였다. 순간, 막붕비는 무서운 열기에 휘말려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수정천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 직후, "멍청한 자식! 한눈을 팔다니......!" 일천 장 밖에서 다급한 여인의 교성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쩌---- 엉! 한 자루 자색의 고검이 빛살같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마침내, 꽈---- 르릉! 장내를 들썩 뒤집어 엎는 천붕지열의 엄청난 굉음이 짓터져 올랐다. 열화천강과 태양강살, 그리고 허무검강이 동시에 충돌하여 폭발할 듯한 굉음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크...... 으......!" 막붕비는 가슴이 불에 맞은 듯 화끈함을 느끼며 백여 장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순간 그는 까마득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때, "바보 같은......!" 피---- 잉! 허공으로 훌훌 날아가는 막붕비를 향해 하나의 회영이 빛살같이 날아들며 그를 안아들었다. 우울하고 퇴폐적인 미모의 여인...... 실혼여제, 바로 그였다. "으음......!" 막붕비는 가슴이 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정신이 되돌아왔다. 정신을 차리는 순간, 똑......! 문득 그는 자신의 볼 위로 뜨거운 이슬이 떨어짐을 느꼈다. (실혼여제......!) 막붕비는 태양강살의 지독한 열기에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그 이슬의 주인이 누군지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박...... 자박! 실혼여제는 지금 막붕비를 안고 하나의 동굴을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그 동굴에서는 무서운 한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 그 한기에 노출된 순간 혈액이 동결하여 동사하고 말 것이다. 하나, 태양폭염천강에 격중된 막붕비에게는 그 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실혼여제에게 안긴 그의 모습은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의복은 이미 재로 변해 부서졌으며 놀랍게도 유리보갑마저도 가슴 부분이 검게 녹아 내려 있었다. 천일제왕의 태양폭염천강---- 그것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얼마나 걸어들어 갔을까? 문득, 동굴이 끝나고 전면에 하나의 철문이 나타났다. <빙마부(氷魔府).> 철문의 중앙에는 그와 같은 세 자의 글이 쓰여져 있었다. 한데, 그것은 문 전체가 온통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빙마부 앞, 두 명의 괴인이 털옷을 껴입은 채 우뚝 서 있었다. 실혼여제가 막붕비를 안고 빙마부의 앞에 나타난 순간, "엇! 여제께서 웬일이십니까?" "멈추십시오! 빙마부에는 여제님이라도 접근시키지 마시라는 지존의 엄명이 계셨습니다!" 두 명의 괴인은 놀람의 외침을 발하며 급급히 실혼여제를 막아섰다. 하나, 자박......! 실혼여제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지금 화가 나 있다!" 그녀는 그 한 마디와 함께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순간, "안되오! 멈추십시오!" "이러시면 벨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여제님이라도......!" 쩌---- 엉! 두 괴인은 재차 외치며 황급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실혼여제의 눈빛이 일순 새파랗게 변했다. 동시에, "갈!" 그녀의 입에서 한 소리 짤막하고 싸늘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다음 순간, "컥......!" "여...... 여제! 당신이......!" 쿵쿵! 두 괴인은 불신의 눈을 부릅뜨며 오공에서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놀랍게도 즉사한 것이 아닌가? 실혼여제, 그녀가 일으킨 무형검망에 내부가 박살나 죽은 것이었다. 직후, 삐지직! 콰---- 드득! 빙마부의 굳게 닫혀진 철문도 실혼여제의 무형검망에 얼음 깨지듯 박살나며 부서졌다. 순간, 스읏! 실혼여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막붕비를 안은 채 빙마부 안으로 들어섰다. 온통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석실---- 중앙에는 하나의 얼음 침상이 놓여져 있었다. 한데, 그 얼음 침상 위, 한 명의 여인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잠자듯 누워 있었다. 빛나는 은색의 모발, 반투명한 얼음 같은 피부를 지닌 절세미인. -천년마녀! 아! 그녀는 바로 악마성황이 천마황의 딸을 유괴하여 마물(魔物)로 만든 천년마녀였다. 한데, 그녀의 아랫배에 꽂혀 있던 천년빙정은 이미 완전히 그녀의 몸 안으로 녹아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그와 함께, 그녀의 반투명한 피부로 서서히 핏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천년마녀가 천 오백 년 만에 부활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또한, 그녀의 가슴은 나직한 기복을 일으키며 호흡하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천년마녀는 며칠 안에 깨어날 것이고 깨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본 사람을 평생 주인으로 따르게 되어 있었다. 실혼여제, 그녀는 막붕비를 조심스럽게 얼음 침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잘...... 들어요. 태양강살이 심맥을 태우고 있어서 당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천년빙정 외에는 없어요!" "천년빙정......!" 막붕비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도 신음하듯 낮게 뇌까렸다. "하지만 천년빙정은 이미 이 마물의 몸 안에 모두 녹아들어간 상태예요." 실혼여제는 우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어, 그녀는 다음 말을 어렵게 꺼내며 문득 옥용을 붉게 물들였다. "방법은 하나 뿐이예요. 당신은 체음보양의 사법으로 그녀의 몸에서 천년빙정의 기운을 흡수해야만 해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이어, 찰칵...... 그녀는 손을 뻗어 막붕비의 몸에서 유리보갑을 벗겨냈다. 순간, "아...... 안돼오! 그래서는...... 천년마녀와...... 몸을 합칠 수 없소!" 막붕비는 숨을 헐떡이며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하나, 그에게는 저항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내 그는 실혼여제의 손에 의해 벌겨 벗겨졌다. 이로써 그는 두 번씩이나 실혼여제에 의해 나체가 되는 것이었다. 인연이라면 그것도 참으로 묘한 인연이었다. 벌거벗겨진 막붕비, 그의 전신피부는 마치 구워진 가재같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태양강살은 너무 강해 막붕비의 양극마강으로도 미처 다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 실혼여제는 목까지 붉게 물들이며 섬섬옥수로 막붕비의 실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순간, "으음......!" 그녀의 고요한 손길 아래 막붕비의 일부가 문득 우람하게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요! 또 한 번 이래야 한다면 당신을 아예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어요!" 실혼여제는 수치심에 바득 이를 갈며 갑자기 막붕비의 영대혈에 일장을 때렸다. 순간, (헉!) 막붕비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동시에 그의 몸 안에서 뜨거운 기운이 불끈 일어나며 운신이 가능해졌다. (뜨겁다!) 그는 내심 낮게 중얼거렸다. 운신을 할 수 있게 되자 태양강살의 열기는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막붕비는 급히 그 열기를 식힐 대상만이 필요했다. 그때, 그의 손 끝에 무엇인가 매끄럽고 차가운 물체가 닿았다. 바로 천년마녀였다. 일순, "으으......" 막붕비는 사막에서 물을 만난 듯 허겁지겁 천년마녀를 덮쳐갔다. 지독한 한기가 아찔한 청량감으로 그의 전신을 엄습했다. 막붕비는 으스러뜨릴 듯 천년마녀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이어, 그는 마구 천년마녀의 동체에 몸을 부벼댔다. 풍만하고 모양좋은 천년마녀의 유방이 막붕비의 몸 아래에서 제멋대로 이지러졌다. 막붕비는 단지 천년마녀와 피부를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상당히 해소됨을 느꼈다. 하나,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보다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천년마녀의 무릎을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갔다. 천년마녀의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려 세워지며 사내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 "헉...... 헉!" 막붕비는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떨리는 손으로 천년마녀의 하체를 더듬었다. 그러자, 문득 그의 손 끝에 은백색의 반투명한 체모가 덮인 보드라운 구릉이 만져졌다. 그 체모를 더듬어 내려가던 막붕비, 그의 손이 갑자기 소름끼치도록 차갑고 이상한 동굴 속으로 푹 빠져 들었다. 그 안의 냉기는 태양강살의 열기로 고통받던 막붕비의 손가락을 얼려 버릴 듯 대단한 것이었다. "......!" 막붕비는 순간 흠칫 놀랐다. 하나, 그는 이내 그곳이 자신이 갈구하던 최후의 대상임을 깨달았다. "으음......" 그는 신음을 발하며 손가락으로 동굴의 입구를 넓게 개방했다. 그리고, 자신의 타는 듯 고통스러운 극양지물을 그곳으로 가져갔다. 순간, 오싹한 냉기가 극양지물의 예민한 끝을 자극했다. 그것은 아찔한 쾌감으로 막붕비의 전신을 엄습해 왔다. "으으......!" 막붕비는 극심한 한기에 연신 이를 덜덜 떨었다. 하나, 그는 본능적으로 천년마녀의 허리를 두 팔로 안고 서서히 하체를 천년마녀에게로 내리눌렀다. 그의 실체는 뻑뻑한 느낌과 함께 좁은 동굴 속으로 파묻혀 들어갔다. 그와 함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냉기가 그의 전신을 엄습해 왔다. "음......!" 막붕비가 낮은 신음성을 발하며 완전히 동굴 속으로 자신을 파묻었다. 이내, 그와 천년마녀의 몸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었다. 그 순간, 천년마녀의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의 복잡한 살갗의 동굴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며 막붕비를 죄어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점점 집요하고 강하게 막붕비를 죄이고 빨아들였다. "......!" 막붕비는 일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하체를 움직여 천년마녀의 몸 안에서 서서히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막붕비가 제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실혼여제, "흐윽......!" 문득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칠 빙마부를 물러나왔다. 막붕비, 그가 다른 여인과 몸을 섞는 것을 보는 순간 칼로 에이는 듯한 통증이 실혼여제의 가슴에 일었다. 그 고통이 바로 질투심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은 실혼여제, 그녀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오랫 동안 차갑게 죽어 있던 그녀의 무감정한 가슴, 그 가슴을 헤집고 나무의 새로운 싹같이 인간의 감정이 서서히 부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 * * 실혼여제가 막 빙마부를 빠져나오는 순간, "엇! 여제! 빙마부에 무슨 일이오?" 스으...... 경악성과 함께 빙마부의 입구로 하나의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람의 형체를 한 그림자, 그것의 머리부분에는 한 쌍의 눈(眼) 같은 것이 예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순간, (영제(影帝)......!) 실혼여제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영제(影帝)! 그림자 속의 신비인물은 바로 뇌황의 비밀호법이었다. 은신술과 첩보, 추종의 명인, 그가 은둔장안술을 펼치면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한다. 문득, "영제! 본녀를...... 용서해요!" 실혼여제는 우울한 탄식과 함께 한 걸음 영제에게로 다가섰다. 순간, 영제는 그녀에게서 살갗을 찌르는 듯한 살기를 느꼈다. "여제! 지존을 배신할 생각이오?" 그는 무섭게 일갈하며 급히 은둔술을 펼치려 했다. 하나, 그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파파팟! 실혼여제의 자허천존검이 번개같이 허공을 가르며 영제의 심장을 갈가리 찢어 버린 것이었다. "케---- 에엑!"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동굴을 뒤흔들었다. 심장이 박살난 순간, 츠으...... 그림자 인간 영제의 본모습이 비로소 드러났다. 그는 아주 교활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보라, 지금 그는 심장 부분에 사발만한 구멍이 뻥 뚫린 채 꾸역꾸역 선혈을 쏟아내고 있었다. "지존께서...... 용서치...... 않을 것이오, 여제......!" 쿠---- 웅! 쥐어짜듯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은 영제, 그는 둔탁하게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순간, 츠으...... 그의 몸은 이내 빙마부에서 흘러나오는 냉기에 꽁꽁 얼어붙었다. "휴......!" 실혼여제는 우울하게 탄식하며 자허천존검을 거두었다. 그때, "아아......!" "헉...... 헉......!" 빙마부 안에서는 남녀의 뜨거운 숨소리가 뒤엉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실혼여제는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천년마녀가 부활하고 말았군!) 이어, 그녀는 빙마부 앞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막붕비를 위해 호법을 쓰려는 것이었다. 문득, 꼭 감긴 실혼여제의 긴 속눈썹 사이로 뜨거운 이슬이 소리없이 배어흐르고 있었다. "으음...... 이런 짓을 하다니......!" 막붕비, 그는 벌거벗은 몸에 유리보갑을 걸치며 벌레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옆, 천년마녀가 고르게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완연히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막붕비가 그녀에게 토해낸 태양강살의 기운이 그녀의 부활을 촉진시킨 것이었다. 이때 문득, "이제 끝났군요!" 빙마부의 밖에서 한 줄기 우울한 탄식성이 들려왔다. 이어, 사박...... 실혼여제가 자허천존검을 안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몸은...... 어때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막붕비에게 물었다. 막붕비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양극마강이 이제 육성 정도로 증강된 것 같습니다!" "육성이라......!" 실혼여제는 낮은 음성으로 뇌까렸다. 이어, 그녀는 깊은 잠에서 빠진 천년마녀, 즉 천마서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막붕비를 돌아보며 우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당신은 양심초극심마결이 만겁마가의 천년최강마공임을 아세요?" "금시초문입니다!" 막붕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실혼여제는 문득 천마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양심초극심마결은 바로 이 여인의 아버지 천마황(天魔皇)이 만든 초마공이예요!" "아!" 막붕비는 놀람의 탄성을 발하며 천마서시를 내려다 보았다. 실혼여제는 우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천마황은...... 고금제일의 기재(奇才)였어요. 그러나 그가 고금제일인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재질과 무공이 뛰어난 대신 성정이 탐욕스럽고 색욕이 많기 때문이예요!" "......!" 막붕비는 관심을 느끼며 실혼여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실혼여제는 허무가 깃든 눈빛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심지어 자기 제자의 아내까지 범했는데...... 결국 그것이 그는 물론이고 만겁마가의 천하최강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어요!" 순간, 듣고 있던 막붕비의 눈이 번뜩 빛났다. "천마황에게 아내를 뺏긴 제자가 바로 악마성황이겠구료!" 그 말에 실혼여제는 나직이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결국 천마황은 악마성황이 마법(魔法)을 시술하여 마물(魔物)로 화한 자신의 딸...... 천마서시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 그것은 막붕비가 전혀 알지 못하던 비사(秘事)였다. 하나, 실혼여제는 차마 천마황이 천마서시의 유혹을 받아 그녀를 범하다가 전내공을 갈취당해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공을 상실한 천마황, 그는 수치를 못 견뎌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말았다. 그 결과, 천마황이 창안한 수많은 초마공들은 유실되고 말았다. 그리고 만겁마가는 오백 년이나 무공이 후퇴하고 말았다. 오백 년이 지난 후에야 만겁마종이 나와 겨우 그 옛날 천마황 시절의 위세를 절반 정도 복구하여 사대천왕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양심초극심마결----! 그것은 바로 천마황이 남긴 마지막 무공이었다. 실혼여제, 그녀는 우울한 표정으로 탄식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천 오백 년 전의...... 그 같은 일이 똑같이 삼십 년 전에도 일어났었어요!" "......?" 그녀는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막붕비의 시선을 피했다. 막붕비, 그는 실혼여제가 지금 자부문의 한 가지 치욕스런 과거를 얘기해 주려함을 알고 아연긴장했다. "차이가 있다면...... 천마황과 악마성황이 사제지간이었음에 비해...... 삼십 년 전의 그 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였던 점이 차이겠지요." 실혼여제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삼십 년 전---- 두 명의 아주 뛰어난 형제가 있었다. -단목후(丹木吼)! -단목뇌황(丹木雷皇)! 어머니가 다르기는 하나 두 사람은 아주 사이좋은 형제였다. 형인 단목후---- 그는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나, 동생 단목뇌황은 그 이름같이 불같이 뜨겁고 급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오죽했으면 그의 별호와 이름이 모두 뇌황이었겠는가? 비록 그렇게 성격은 대조적이었으나 두 형제 사이는 아주 좋았다. 한데, 그 우의는 삼십 년 전 한 명의 여인이 그들의 앞에 나타남과 함께 깨지고 말았다. -미려군(美麗君)! 그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남해 보타각의 제자인 그녀는 천하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빼어난 미모와 재기를 갖춘 여인이었다. 한데, 그녀가 우연히 자부문에 나타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단목후와 단목뇌황, 그들 두 형제가 불행하게도 동시에 미려군에게 연정을 품은 것이었다. 두 형제는 경쟁하듯 미려군에게 구애를 청했다. 그 결과는 동생 단목뇌황의 승리였다. 미려군---- 그녀는 내성적이고 음침한 단목후보다 사내답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단목뇌황에게 마음이 끌린 것이었다.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와졌다. 그것을 지켜보는 단목후의 마음에는 무서운 질투의 불길이 일어났다. 그는 차기 자부문의 지존이 될 신분이었다. 영리한 단목후, 그는 그것을 철저히 이용키로 작정했다. 마침내, 단목후는 문중의 원로들을 움직여 정식으로 보타각에 청혼을 넣었다. 당연히 보타각에서는 그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정파의 최고명문인 자부문, 그곳에의 청혼은 보타각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황송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시 보타각에서는 미려군에게 단목후와 결혼할 것을 명령했다. 그것은 미려군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나, 연약한 심성을 지닌 미려군에게는 감히 사명을 어길 용기가 없었다. 결국, 미려군은 그렇게 하여 두 형제 중 단목후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비극을 잉태하고 말았다. 단목후와 미려군, 그들의 신방에 불이 꺼지는 것을 지켜보며 분노의 이를 갈며 복수를 맹세한 인물이 있었으니...... 단목뇌황! 바로 그였다. 그에게서 권력으로 연인 미려군을 빼앗은 단목후는 더 이상 그에게 형이 아니었다. 단목뇌황은 반드시 복수하여 미려군을 다시 되찾을 것을 맹세했다. 한편, 어쩔 수 없이 단목후와 결혼했지만 미려군의 마음은 옛 연인 단목뇌황에게 가 있었다. 하나 단목후와는 엄연한 부부관계, 그들 사이에는 어쩌다 실혼여제 단목혜린이 태어나게 되었다. 그로써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더욱 확고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결혼이 결코 무사할 리 없었다. 단목후와 미려군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켰다. 마침내, 미려군은 단목후와 별거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미려군의 침실에 단목뇌황이 은밀히 드나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밤마다 몸을 섞으며 못다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단목뇌황은 미려군을 통해 자면천존 단목후가 악마삼보의 일로 북방에 간다는 정보를 전해 받았다. 그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