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16편 (16/44)

2026-09-22 07:55:38 조회 21
낭야왕부, 인적 끊긴 폐허의 흐릿한 달빛이 흐르고 있었다. 사위는 죽음 같은 적막 속에 빠져 있었다. 어둠은 깊은 침체의 늪에 잠겨 있고 간간이 보이는 달빛은 음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문득, 스읏! 깊은 적막을 깨고 하나의 인영이 허공을 가르며 낭야왕부의 폐허로 날아들었다. 아! 놀랍게도 그 인영은 한 번의 도약으로 무려 오십여 장씩 나가며 낭야왕부의 중심부로 전진했다. 일신에 걸친 옷은 자색장포, 등 뒤에 황금의 보검을 짊어진 날카로운 인상의 검수였다. 금검존 뇌극형! 바로 그였다. 이윽고, 스슥...... "......!" 금검존은 소리없이 낭야왕부의 의사청의 폐허 위에 내려섰다. 이어, 그는 주위를 돌아보며 강퍅한 음성으로 외쳤다. "철접! 본좌가 왔다! 어디 있느냐?" 그의 일갈은 조용한 낭야왕부 일대를 뒤흔들었다. 하나, 어디에서도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금검존은 검미를 꿈틀하며 냉막한 어조로 재차 일갈했다. "흥! 본좌를 불러내고도 감히 나타날 용기가 없는 것이냐, 철접?" 한데, 그때였다. "흑...... 흐흑......!" 돌연 어디선가 애절한 여인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 금검존은 흠칫했다. 폐부를 찢는 듯한 애절한 여인의 울음소리에 절로 간담이 섬뜩해진 것이었다. 깊은 밤, 황량한 폐허의 어디에선가 들리는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 그것은 아무리 철석간담을 지닌 자라 할지라도 오싹 한기가 드는 것이 당연했다. 금검존은 입술을 씰룩이며 다시 일갈을 터뜨렸다. "철접! 본좌와 귀신 놀음을 하자는 얘긴가?" 하나, "흑...... 흑......!" 대답 대신 예의 애절한 울음소리만 밤의 적막을 깨며 들려올 뿐이었다. 금검존은 무섭게 눈썹을 꿈틀했다. (흥! 오냐! 네년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 주마!) 이어, 슥! 그는 울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그는 낭야왕부의 후원이었던 곳에 이르렀다. 황폐한 정원, 한쪽에는 오래된 하나의 우물이 있었다. 그리고 우물 옆, 새로 만들어진 하나의 무덤이 있었다. 무덤 옆에는 반듯하게 다듬어진 돌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비석 앞, 한 명의 소복여인이 엎드려 애절하게 울고 있었다. <망제(亡弟) 용영차랑지묘(龍影次郞之墓).> 비석에는 그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제12장 鐵蝶의 復讐 "흑흑......!" 소복여인은 비석 앞에 앉아 지전(紙錢)을 태우며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오열하고 있었다. 그녀가 흐느낄 때마다 풀어헤쳐진 검은 머리가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순간, (철...... 접!) 금검존의 안면에 잔경련이 일었다. 그는 정원가에 우뚝 선 채 분향하고 있는 철접을 노려보았다. 하나 그는 선뜻 철접 쪽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저 계집은 음흉하고 잔인한 동영의 인자(忍者) 출신이다. 필경 이 주위에 무슨 암수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의 입가에 문득 잔혹한 웃음이 칼날처럼 그어졌다. (흐흣! 암수를 준비해 두었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다음 순간, 쩌---- 엉! 금검존의 검집에서 황금신검이 저절로 뽑혀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의 어검술은 일천 장 밖의 일 장 철벽도 관통하는 위력을 지녔다! 하물며 이십 장 밖의 네년 정도야 못 베겠느냐?) 츠---- 읏! 금검존은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기이잉----! 그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 뜬 황금신검이 마치 살아 있는 동물같이 요동했다. 그 모습은 흡사 꿈틀거리는 한 마리 금룡(金龍)과도 같았다. 일순, "갈! 가랏! 금검어살폭(金劍馭煞爆)!" 금검존의 입에서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푸---- 하악! 황금신검이 가공할 굉음을 일으키며 빛살같이 이십 장 밖의 소복여인, 철접에게로 날아갔다. 순간, "악!" 후드득! 처참한 비명성이 터지며 소복을 한 철접은 황금신검에 옆구리를 스치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것은 실로 찰나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삽시에 바닥은 철접이 뿌린 선혈로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이때, 기이잉----! 철접을 베어 버린 황금신검은 용음을 토하며 허공을 휘돌아 다시 금검존에게로 되날아 왔다. "후핫핫! 철접! 마침내 네년을 잡았다!" 파---- 악! 금검존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리며 되날아온 황금신검을 받아들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 화르르......! 그는 여차하면 또 한 번 어검술을 펼칠 기세로 쓰러진 철접에게로 날아갔다. 한편...... 어둠 속의 돌담 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누님은 저렇게 쓰러질 분이 아닌데......!) 경악과 당혹의 눈빛으로 장내를 지켜보고 있는 한 인물이 있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는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한데 믿을 수 없게도 철접이 너무 쉽게 쓰러져 그를 아연케 만들었다. (누님이...... 무언가 암수를 쓴 게 분명한데...... 그게 무엇일까?) 막붕비는 망연한 표정으로 철접에게로 날아가는 금검존을 주시했다. 한데, 그때였다. "억!" 쿠---- 웅! 돌연 무덤 앞까지 날아가던 금검존이 한 마디 고통의 신음과 함께 바닥에 뚝 떨어져 나뒹굴었다. 아...... 보라! 그런 그의 황금신검을 든 오른팔, 그것은 어느 새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그것은 극독에 중독된 현상이었다. 그것을 본 막붕비는 대경했다. (아차! 검(劍)에다 독(毒)을 묻혔다.) 그는 안색이 변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그렇다. 철접, 그녀는 황금신검이 자신을 베는 순간 그 찰나지간을 이용하여 검에 독을 묻힌 것이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금검존은 무방비 상태로 황금신검을 받아들었고 그 즉시 중독되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호호호홋......!" 쓰러져 있던 철접이 돌연 발딱 몸을 일으키며 처절하고 날카로운 교소를 터뜨렸다. 그제서야 그녀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산발하여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카락, 그 사이로 백지장같이 창백한 그녀의 옥용이 섬뜩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주르르...... 그 초췌하고 창백한 뺨 위로 두 줄기 차디찬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금검존의 전신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처...... 접! 검에 독을...... 묻히다니......!"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무섭게 철접을 노려보았다. 끔찍하게도 그는 이미 얼굴까지 시커멓게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철접이 쓴 독이 얼마나 강했는지 황금신검을 든 그의 오른손은 이미 녹아들기 시작했다. "깔깔! 뇌극형, 살고 싶으냐?" 철접은 잔혹하게 웃으며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금검존을 노려보았다. 이어, 그녀는 문득 하나의 옥병을 비석 앞에 떨어뜨렸다. 툭! "이게 해약이다! 살고 싶으면...... 여기까지 기어와서 먹어 봐라!" 그녀는 잔혹한 음성으로 말하며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금검존은 참혹한 고통으로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물었다. "으...... 으......! 죽...... 죽을 순 없다! 반드시 살아서...... 네년을......!" 그는 이를 갈며 엉금엉금 기어 비석 앞으로 다가갔다. 그 사이, 츠츠...... 금검존의 오른팔은 어깨까지 녹아 허연 뼈가 드러나 보였다. 그가 기어간 자리는 그의 몸에서 녹은 독수가 검붉게 적셔지며 강렬한 악취를 풍겼다. 실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하나, 몸의 일부가 녹아드는 가운데도 금검존은 오직 살겠다는 일념으로 사력을 다해 비석 앞으로 기어갔다. "호호호......! 꼴 좋군요, 금검존나리......!" 철접은 금검존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며 마치 나찰같이 웃었다. 하나, 웃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 으......!" 그 사이 금검존은 겨우겨우 기어 용영차랑의 비석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사력을 다해 왼손으로 해독제가 든 옥병을 움켜쥐었다. 하나, 불행하게도 이미 그에게는 더 이상 손 끝 하나 움직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악...... 악독한...... 계집......!" 쿠웅......! 마침내 금검존은 그 한 마디를 끝으로 땅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츠츠...... 삽시에 그의 몸은 시커먼 독수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금검존 뇌극형! 황실 최고의 검사(劍士)! 그는 결국 자신이 해친 용영차랑의 무덤 앞에 제물이 되어 쓰러진 것이었다. "......!" 철접, 그녀는 점차 해골로 변해가는 금검존의 시신을 보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복수의 쾌감은 지극히 찰나적인 것이었다. 그 짧은 순간의 성취감이 끝나자 그녀의 가슴에는 메울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들었다. 마치 가슴이 통째로 뻥 뚫려 버린 듯한 지극한 허무감...... 문득, 뚝...... 뚝......! 황금신검에 베인 그녀의 옆구리 상처에서 선혈이 방울방울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어둠 속, 막붕비는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철접의 모습을 지켜보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누...... 님......!) 이 일련의 상황은 그가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막붕비는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이제부터가 큰일이다! 뇌영반을 죽인 이상 천하 어디에도 누님이 발 붙일 곳은 없다!) 그는 천만 근의 쇳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그때였다. 위---- 잉! 돌연 하나의 거대하고 붉은 그림자(赤影)가 밤하늘로부터 유성같이 떨어지며 철접을 향해 덮쳐 내렸다. 그 적영은 흡사 벼락이 지면을 때리듯 망연히 선 철접을 무섭게 휩쓸어갔다. 순간, "위험합니다!" 막붕비는 대경하여 부르짖으며 황급히 장내로 폭사되어 나갔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아미타불! 잔인한 중생! 죄를 받으라!" 꽈릉----! 분노에 찬 일성노호가 일며 적영의 몸에서 시뻘건 낙뢰가 일어 철접을 강타했다. 순간, "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철접은 그대로 십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밤하늘에 철접이 뿌린 시뻘건 선혈이 전율스럽게 확 번져올랐다. 막붕비는 분노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꽈릉----! 그는 노갈을 터뜨리며 적영을 향해 맹렬하게 일검을 그어냈다. 그러자, "아미타불......!" 쩌---- 정! 적영도 흠칫하며 마주 소매를 흔들었다. 언뜻, 그의 붉은 소맷자락 속에서 새하얀 손바닥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찌지직......! 그러자 쇠가 갈리는 듯한 소성과 함께 숨통을 조이는 무서운 압력이 막붕비를 덮어 씌웠다. 순간, "밀종...... 대수인(密宗大手印)!" 막붕비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적의인이 시전한 것, 그것은 바로 서역밀종의 전설적 강기신공이었다. 밀종대수인에서 뻗쳐나오는 잠경의 회오리에는 돌을 부수고 무쇠를 찢어내는 무서운 파괴력이 실려 있었다. 한 순간, 꽈---- 르릉! 거대한 쇠북을 두드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화드득----! 위---- 잉! 주위 십 장이 세찬 강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흩날리는 사석으로 뒤덮였다. 그 가운데, "우웃!" "......!" 쿵쿵! 막붕비는 무거운 신음성을 발하며 비틀 서너 걸음 물러섰다. 적의인도 거구를 휘청하며 끝내 한 걸음 밀려났다. 막붕비는 그제서야 적의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적의인, 그는 거구의 라마승이었다. 부동명왕(不動明王)을 연상케 하는 위맹한 연상의 라마승, 그는 일신에 타는 듯 붉은 적의(赤衣)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적의...... 법왕!) 막붕비의 두 눈이 경악으로 흔들렸다. -적의법왕(赤衣法王). 라마승, 그는 바로 신비각 사대영반 중 서열 삼위의 고인이었다. 그는 서역밀종(西域密宗)의 한 문파인 적의종(赤衣宗)의 전인이었다. 지금 그는 영락제의 초청을 받아 신비각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특기는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과 적하수미천강이라는 불문항마신공이었다. 적하수미천강---- 그것에는 모든 마공(魔功)을 무력화시키는 강대한 항마지력이 내포되어 있어 만마(萬魔)의 극성이었다. 적의법왕, 그는 왕방울 같은 눈을 부릅뜬 채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아미타불......! 소시주는 누군데 흉수를 감싸는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거대한 종이 울리듯 장내를 웅후하게 뒤흔들었다. 막붕비, 그는 흐트러진 장발로 얼굴을 가리며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법왕(法王)! 이 정도로 자비를 베푸시오! 그녀는 이미 심각한 중상을 입었소!" 이어, 그는 힐끗 철접을 돌아보았다. "......!" 철접은 입가로 선혈을 흘리며 처연한 표정으로 비칠비칠 일어서고 있었다. 적의법왕은 하나 강경하게 고개를 흔들며 노갈을 터뜨렸다. "그렇게는 아니 되오! 저 독랄한 중생이 뇌영반을 해친 이상 그 대가를 목숨으로 치루어야만 하오!" 자신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금검존, 그의 죽음은 적의법왕의 이성을 상실케 하기에 충분했다. 막붕비는 자신의 뜻이 통하지 않자 적의법왕을 향해 마주 폭갈을 터뜨렸다. "법왕은 불문(佛門)의 제자요! 세존의 자비의 가르침을 잊었소?" 그때, "흐---- 윽!" 간신히 몸을 일으킨 철접이 오열과 함께 지면을 박차고 낭야왕부 밖으로 날아나갔다. 순간, "갈! 가지 못한다, 중생!" 화르르! 적의법왕은 노갈을 내지르며 거구를 새털같이 가볍게 날려 철접을 추적하려 했다. 막붕비는 그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용서하시오, 법왕!" 그는 입술을 질끈 악물며 허공으로 떠오른 적의법왕을 향해 맹렬하게 일장을 찍어냈다. 순간, 쩌---- 정! 그의 손 끝에서 새파란 번갯불이 작렬하며 적의법왕을 무찔러 갔다. -무적천강인! 풍뢰천강경 상의 천강종의 절기가 막붕비의 손 끝에서 작렬한 것이었다. "엇!" 적의법왕은 흠칫하며 다급히 밀종대수인을 재차 내쳐 막붕비의 공세에 맞섰다. 다음 순간, 콰릉---- 콰드득----! 천번지복의 대폭음이 장내를 뒤집어 엎었다. 막붕비, 그는 두 발이 무릎까지 지면에 푹 박혀 들어갔다. 적의법왕 역시 허공에서 뚝 떨어져 휘청이며 신형을 가누었다. 그 사이, 철접의 모습은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적의법왕은 노기충천했다. "바득! 천방지축 날뛰는 중생이로군! 이렇게 된 이상...... 각오하랏!" 그는 대노하여 막붕비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츠츳! 그런 그의 등 뒤로 시뻘건 노을이 폭사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적하...... 수미천강?" 막붕비는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신형을 휘청했다. 적의법왕의 거구가 한순간 산악으로 변해 다가오는 듯한 착각이 든 것이었다. 적하수미천강! 적의법왕은 대노하여 마침내 적의종(赤衣宗) 최강의 항마절기 적하수미천강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것에 격중되면 아무리 강한 마공(魔功)을 연마했어도 내공이 와해되고 만다. "......!" 막붕비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지금 무림출도 후 최강의 적수와 마주 서 있는 것이었다. 막붕비는 침중한 안색으로 급히 염두를 굴렸다. (양심초극마강이...... 적하수미천강은 견디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어, 그는 암암리에 양극천강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았다. 그 순간, "아미타불! 극락왕생하랏!" 돌연 적의법왕이 두 손을 합장했다가 맹렬하게 전면으로 내쳤다. 그러자, 빠지직! 그의 손 끝을 따라 시뻘건 불기둥이 벼락치듯 막붕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우우! 양극무적(兩極無敵)!" 막붕비도 폭갈과 함께 양손에 끌어 모았던 양극천강을 마주 쪼개냈다. 다음 순간, 치지직----! 번---- 쩍! 얼음덩이와 숯불이 맞닿는 듯한 소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그의 손 끝에서 붉고 흰 강기의 낙뢰가 작렬했다. 콰---- 콰콰쾅! 경천동지의 굉렬한 폭음이 장내를 찢어 발겼다. 그 가공할 여파로 삼십 장 내의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박살나며 날아갔다. 실로 가공할 사태였다. 문득, "아미타불...... 양심초극마강이...... 현세하다니......!" 수라장이 된 장내의 한쪽에서 적의법왕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그순간, 휘---- 익! 하나의 인영이 질풍같이 치솟아올라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물론 그는 바로 막붕비였다. "아...... 아미타불! 양극천강이...... 양극천강이 분명하다! 만겁마가의 전설적인 마공이 어떻게 그 중생에게서 나타났단 말인가?" 후두둑...... 사색이 가라앉은 장내, 적의법왕은 넋을 잃은 채 서서 망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아! 설마 사대천왕 중 만겁마가가 부활했단 말인가?" 그의 안면에 일순 폭풍 같은 격동이 떠올랐다. 그는 다급한 심정이었다. "큰...... 일이다! 사대천왕이 부활하면 대명황실(大明皇室)의 존망조차 위태로와진다!" 다음 순간, 슥! 적의법왕은 놀란 기러기같이 급급히 날아올랐다. "고독모모와...... 나한천존 노시주에게 알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쐐----!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삽시에 자금성 쪽으로 멀어졌다.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장내, 문득 죽음 같은 정적이 장내를 짓누르며 다가서고 있었다. * * * 적의법왕이 사라진 지 일 다경 후, "크읏! 적하수미천강, 지독하군!" 문득, 괴로운 신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하나의 인영이 휘청거리며 장권으로 걸어 들어왔다. 불안정한 걸음으로 장내에 나타난 인물, 바로 막붕비였다. 그는 적의법왕과의 마지막 충돌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의 안색은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자칫했으면 양극천강마저 흩어져 심맥이 갈가리 찢길 뻔했다!" 막붕비는 무거운 신음을 발하며 적의법왕이 사라진 자금성 쪽을 주시했다. 적의법왕---- 그는 역시 무서운 인물이었다. 막붕비는 주로 마공(魔功) 계열의 무공을 연마했다. 그 때문에 적의법왕의 적하수미천강과 충돌한 순간 그의 모든 내공이 한꺼번에 와해될 뻔했다. 하나, 양극천강은 역시 최고최강의 마공답게 최후의 순간 막붕비를 지켜주었다. 그것은 물론 적하수미천강보다 심오했다. 다만, 막붕비가 그것을 연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하수미천강에 밀린 것이었다. 막붕비가 천년빙정과 화룡내단의 효능의 반만 소화했어도 오히려 적의법왕이 그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문득, 막붕비는 씁쓸한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어쨌든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다.) 이어, 그는 정원 한쪽에 있는 예의 고정(古井)으로 다가갔다. (철접누님이 갈 곳이라고는 낭야왕의 지하보궁밖에 없다! 그녀는 다른 통로를 이용하여 지하궁전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슥! 그는 주저없이 고정 안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쐐! 막붕비는 고정 밑으로 급격히 떨어져 내리며 염두를 굴렸다. 이내 그의 눈에 석벽의 옆에 뚫린 하나의 동굴이 보였다. 순간, 화르르......! 막붕비는 가볍게 몸을 휘돌려 동굴 안으로 날아들었다. "......!" 막붕비는 문득 경이의 표정으로 걸음을 멈춰섰다. 그곳은 낭야왕 갈태독과 천년독망의 시체가 있던 지하공동이었다. 한데, 그 음침하던 지하대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변해 있지 않은가? 천년독망의 골격과 보물의 산은 어디론가 치워지고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갖가지의 가구와 집기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 있었다. 또한 사방벽은 단아한 가운데 화사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한눈에 여인의 규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철접, 그녀는 막붕비보다 먼저 금릉으로 돌아와 이 지하궁전을 완전히 개조시켜 놓은 것이었다. 맞은편 벽쪽, 하나의 커다란 상아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침상의 머리맡, 작은 향로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하나의 위패가 놓여져 있었다. <망제(亡弟) 용영차랑신위(龍影次郞神位).> 위패에는 그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침상 위, 상복을 입은 한 명의 여인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허리 부분이 흠뻑 피로 물든 소복여인...... 그녀는 바로 서시독후 철접이었다. (누님......!) 막붕비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철접은 죽은 듯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감긴 그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방울방울 이슬이 맺혀 있었다. "제가...... 왔습니다!" 막붕비는 탄식하며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철접의 싸늘한 손을 꼭 쥐어주었다. 주르르......! 문득 철접의 두 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가슴 뭉클한 연민을 느꼈다. 그는 무슨 말로든 철접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진정하십시오! 다 끝난 일입니다!" 그는 철접의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혀로 핥아주었다. 이어,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문득 피에 물든 철접의 허리춤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