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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나일강의 죽음 - 20편 (20/21)

2026-09-21 21:42:33 조회 17
"그게 사실인가요?" "네, 그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스 대령은 초조한지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포와로가 말했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앨러튼 씨가 꾸며낸 얘기 같습니다. 그가 리넷의 방에 들어간 증거는 있지만 왜 들어갔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습니다." 팀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당신은 이미 사실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네, 나는 당신이 진주를 훔친 건 알지만 그게 언제였는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전에 그걸 훔쳤는지 누가 압니까? 만일 리넷이 목걸이가 바뀐 걸 알았다면‥‥ 그녀가 어젯밤에 그 사실을 밝히겠다고 했다면? 당신은 그 말에 겁을 집어 먹은데다가 재클린이 시몬을 쏜 사건을 목격하고‥‥ 그럴 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당신은 전망실에서 있다가 조용해진 후, 리넷의 방에 들어가 그녀가 아무 말도 못하게‥‥" "그게 무슨 알지죠, 포와로 씨?" "그런데 뜻밖에도 루이스가 당신을 목격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당신은 망설였지만 일단 그녀의 말대로 했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돈을 주고 정신없이 돈을 셀 때 그녀를 찔렀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당신이 루이스의 방에 들어간 걸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로잘리 양의 어머니였습니다. 당신은 또 모험을 해야만 했습니다. 페닝턴이 권총에 대해 한 말이 생각나서 그의 방에 가서 권총을 가지고 와 오터번 부인이 범인의 이름을 말하려 할 때 총을 쏜 겁니다." 로잘리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아니에요, 절대로 팀은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총을 쏘고 배 모퉁이 쪽으로 한바퀴 뛰어서 내가 나갔을 때는 반대 방향에서 뛰어오는 것처럼 했습니다. 당신은 장갑을 끼고 권총을 만졌고 장갑은 주머니 속에 있었으니까‥‥" "나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맹세할 수 있어요." 그때 로잘리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포와로 씨,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거죠?" "과연 당신은 영리하군요. 그러나 그럴 듯 하지요?" 팀이 흥분해서 소리를 치자 포와로가 손을 들어 막았다. "앨러튼 씨, 내 말을 들어 보십시오. 그렇게 추측하는 게 당연합니다. 나는 묵주를 조사하지 않았는데, 거기엔 아무 것도 없을 겁니다. 즉 로잘리 양이 어젯밤에 당신을 보았다고 증언하지 않는 한, 당신은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거죠. 그 진주를 훔친 범인은 도벽이 있는 사람이며 게다가 진주는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자, 두 분은 탁자 위의 상자를 열어 보십시오." 팀은 한동안 서서 말없이 있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포와로 씨, 감사합니다." 팀과 로잘리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상자에서 가짜 진주 목걸이를 꺼내 멀리 나일 강 속으로 던져 버렸다. "이제 됐습니다. 포와로 씨는 이 상자에다 진짜를 넣겠죠. 왜 내가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앨러튼 씨,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죠?"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습니다. 권태롭고 나태한 생활 때문이었죠. 좀 재미있는 일이 필요했거든요. 노력해서 얻는 것보다 많은 돈도 벌 수 있고요. 그 모험이 매력적이었다고 할까요." "알겠어요. 저도 이해할 수 있어요." "정말 당신은 귀여운 여인이오. 그런데 당신은 어젯밤에는 왜 나를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죠?" "그들이 당신을 의심할 것 같아서요." "그럼, 당신은 나를 의심했나요?" "아니요, 당신은 사람을 살해할 사람이 절대로 아니에요." "그건 맞는 말이오. 나는 살인을 할 위인은 못 되오. 그저 좀도둑일 뿐이지." 로잘리는 살짝 그의 팔을 만지면서 말했다. "로잘리, 나를 이해해 주겠소, 아니면 경멸하겠소?" 로잘리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저를 책망하실 거 같은데‥‥" 그녀는 여전히 망설이면서 '조안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팀이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 조안나라니? 로잘리도 어머니처럼 착각하고 있군요. 나는 그녀에겐 관심이 없어요. 그녀는 탐욕스럽고 못생긴 여자라오." "팀, 어머니께 이번 일을 말하면 안돼요." "어머니께 말씀드려도 괜찮을 거요. 그분은 강인한 분이라 참으실 거요. 말씀을 드려야 조안나와 내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거요." 두 사람은 앨러튼 부인의 선실 문을 세게 두드렸다. 곧이어 그녀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어머니, 로잘리와 저는‥‥" 앨러튼 부인은 얼른 로잘리를 껴안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나는 오래 기다려 왔어요. 팀은 당신을 싫어하는 척 했지만‥‥ 나는 그의 속마음을 훤히 읽고 있었지!" 로잘리가 천천히 말했다. "어머니는 항상 다정하게 대해 주셨어요, 저도 그것을 원하고 있었어요‥‥" 로잘리는 앨러튼 부인의 가슴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27 팀과 로잘리가 나간 뒤, 포와로는 다소 미안한 표정으로 레이스 대령을 쳐다보았다. "당신도 물론 찬성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의 행복이니까요." "그럼, 내 행복은 관계없단 말입니까?" "대령, 그녀는 참 가련한 여인이지요. 그런데 팀을 사랑하고 있답니다.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요. 로잘리는 팀에게 부족한 꿋꿋함이 있고 앨러튼 부인이 또 그녀를 좋아하고 있으니 아주 잘 된 일이 아닙니까?" "그 두 사람은 에르큘 포와로와 하느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진 거군요. 또 나는 중요한 범죄를 눈감아야 하는 거고." "그러나 그 이야기는 모두 내 착상일 뿐이지요." "아, 됐습니다. 나는 경찰이 아니니까요. 그는 이제 정직하게 살테고‥‥ 그녀가 잘 이끌어 가겠죠. 나는 그들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태도가‥‥ 내가 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포와로 씨, 당신은 이 세 사건의 살인범을 알고 있습니까, 아니면 모르는 겁니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간을 낭비하고 있죠?" "당신은 내가 너무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러나 그건 당신의 잘못입니다. 나는 진실을 보려고 주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겁니다." "알았습니다. 그럼, 그 진실을 밝혀 봅시다. 페닝턴과 앨러튼은 제외시켜야 될 거 같군요. 플릿우드도 아니고‥‥ 누가 범인이죠?" "그럼, 그 이야기를 해 드리죠." 그때 베스너 박사와 코넬리아가 들어왔는데, 그녀는 흥분한 것 같았다. "대령님, 바워즈 양에게서 메리 아주머니에 대해 들었어요. 바워즈 양은 자기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서 내게 말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믿을 수 없었는데 박사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그런 도벽은 어쩔 수 없다는군요. 박사님도 그런 환자를 보셨대요. 노이로제가 심하면 그런 병이 생긴다는군요. 그런 습성은 잠재의식 속에 숨겨져 있대요. 어릴 때의 사소한 일이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요. 그랴서 환자를 치료하실 때는 과거를 기억하게 만들어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알아낸다는 군요. 그러나 제일 걱정되는 건 이 사실이 신문에 날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면 뉴욕에서 큰 소동이 벌어질 거예요. 신문은 경쟁하듯이 이 일을 보도하려고 할 거고요. 메리 아주머니와 어머니, 또 우리 집안 사람들은 얼마나 수치스러울까요?" 레이스 대령이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염려마십시오, 그 일은 비밀로 할 테니까요." "네, 뭐라고요?" "살인 이외의 일은 모두 비밀을 보장할 것입니다." "어머, 정말 다행이군요. 이제 안심이에요. 저는 너무 걱정스러웠어요." 베스너 박사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요." 박사는 주위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롭슨 양은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박사님, 그렇지 않아요. 박사님이 더 친절하신 분이에요." 포와로가 그녀에게 물었다. "롭슨 양, 그 이후 퍼거슨 씨를 만났습니까?" "만나지 않았어요. 메리 아주머니는 퍼거슨 씨에 대해 계속 말씀하신답니다." 베스너 박사도 끼어들었다. "그 젊은 친구는 상류사회 출신인가 보더군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전혀 그렇게 볼 수 없는 인물이더군요. 의복이나 말투가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 같아요." "롭슨 양의 생각은?" "네, 그 사람은 참 이상해요." 포와로는 시선을 베스너 박사에게 옮겼다. "환자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재클린 양이 안심할 겁니다. 도일 씨는 아주 건강한 사람입니다. 맥박도 정상이고 체온은 정상보다 약간 높지만요. 그러나 참 우스운 일이죠, 금방 총을 쏜 사람을 걱정하다니." "그건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아닙니다, 당신 같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쏘겠습니까?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저는 총을 쏜다거나 과격한 행동은 싫어하고 있어요." "물론 그렇겠죠, 롭슨 양은 지극히 여성적이니까요." 그때 대령이 끼어들며 말했다. "도일 씨가 좋다면 전보 이야기를 끝마쳐야겠군요." 베스너 박사가 일어나더니 왔다갔다 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도일 씨는 그 전보에 채소 이름이 잔뜩 씌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감자, 아티초크, 부추 등등이 있었다던데요." 레이스 대령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수가! 맞아요, 바로 리체티입니다. 그건 새로운 암호입니다. 그것은 남아프리카 폭동에서 사용되었는데 감자는 기관총을, 아티초크는 강력한 폭탄을 가리키는 겁니다. 리체티는 위험인물입니다. 그리고 살인을 한 번 이상 한 잔인한 놈이죠. 도일 부인이 착각을 하고 전보를 읽었다고 했는데 그때 내가 있었다면 그놈의 정체가 발각되었을 겁니다." 그는 포와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죠? 그가 범인이죠?" "아닙니다. 그는 대령이 찾던 인물일 뿐입니다. 그가 수상하다고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고고학자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연기는 완벽했죠. 그러나 리체티는 도일 부인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나는 살인 사건의 앞부분은 알았지만 뒷부분이 감이 잡히지 않아서 머리가 아팠습니다. 이제는 모든 추리를 완성했지요. 범인은 찾아냈는데 그것을 입증할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의 양심적인 고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스너 박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건 기적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기적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코넬리아도 궁금한지 한 마디 거들었다. "그게 누구죠? 어서 말씀해 보세요." 포와로는 주위의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고 뽐내듯 말했다. "나는 승객 여러분이 모두 있을 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건 일종의 허영심이겠죠.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뽐내고 싶어서요." 대령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우리는 모두 에르큘 포와로가 얼마나 뛰어난지 봅시다." 포와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나는 정말 멍청했답니다. 그 없어져 버린 권총이 내 사고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막았죠. 범인은 재클린에게 혐의가 가도록 했는데 왜 그 권총을 없앴을까? 나는 그 대답을 짜내기 위해 여러 가지 궁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지극히 간단한 이유였죠. 범인은 그 권총을 없애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28 "레이스 대령과 나는 선입견을 가지고 수사를 착수했습니다. 그 사건은 계획된 게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 거죠. 누군가가 도일 부인을 죽이려고 하다가 재클린이 소동을 벌이자 기회를 삼아 사건을 저질렀다고 보았습니다. 범인은 전망실이 비자 권총을 훔쳐갔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이 사건은 우발적인 충동에 의한 범죄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철두철미하게 계획되었죠. 미리 시간까지 계획하고 내 포도주 속에 수면제까지 넣었습니다. 내가 끼어 있으면 그날 밤의 일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걱정한 거죠. 그래서 나를 잠들게 하려고 내 포도주 병에 수면제를 넣은 겁니다. 그거야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포도주 병은 탁자 위에 하루종일 놓여 있었으니까요. 그날은 너무 덥고 피곤해서 잠에 곯아 떨어졌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 술병에 수면제를 탔다면 그건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범인은 저녁 식사 시간인 7시 30분 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말인데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면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내 선입견을 재고할 일이 일어났죠. 그건 나일 강에서 권총을 건진 겁니다. 내 생각대로라면 절대로 권총이 강에서 발견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말을 끊고 나서 베스너 박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박사님, 도일 부인의 시체를 검사했을 때 총알이 관통한 부위가 그을린 것 같다고 하셨죠, 그건 총을 머리에 바짝 대고 쏘았다는 걸 뜻하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권총은 목도리에 싸여 발견되었고 그 목도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목도리를 감싸서 총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한 거겠죠. 그러면 왜 도일 부인의 총상 부위가 그을렸을까요? 그건 잘못된 겁니다. 그럼 그 총알은 재클린이 시몬 도일을 쏜 총알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때는 두 사람이 옆에서 총 쏘는 걸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검토해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 번째 총알이 발사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럼 권총에서 세 발이 발사되었다면 두 발을 제외한 다른 한 발은 어디에 쏜 걸까요?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도일 부인의 방에 있는 매니큐어 병이 내 주의를 집중시켰습니다. 흔히 여자들은 매니큐어를 여럿 가지고 번갈아 칠하는데 그녀는 분홍색만 칠했더군요. 그 분홍색 병에는 이상하게도 검붉은 액체가 들어 있었고요. 냄새을 맡아보니 식초 냄새가 났습니다. 아마 그 병엔 머큐롬이 들어있었나 봅니다. 왜 매니큐어 병에다 머큐롬을 넣어두었을까요? 나는 그때 문득 권총을 쌌던 분홍색으로 얼룩진 손수건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큐롬은 씻으면 지워지긴 하지만 완전히 지워지는 게 아니라 얼룩이 남게 되지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진상을 밝힐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때 또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녀 루이스가 살인범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려다가 살해된 거죠. 나는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1천 프랑짜리 지폐를 보고, 그녀가 범인을 협박했을 거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사건의 핵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내가 오늘 아침에 그녀에게 어젯밤에 누구를 보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습니다. 자기가 만일 잠이 오지 않아 위로 올라갔다면 그 살인범이 선실로 들어오거나 나오는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자, 이 말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번에는 베스너 박사가 대답했다. "루이스가 위로 올라갔다는 말이겠죠." "박사님, 그게 아닙니다. 루이스가 왜 그런 식으로 말했겠습니까?" "글쎄, 암시를 주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왜 그녀는 우리에게 암시를 주려고 했죠? 그녀가 범인을 알았다면 우리에게 범인을 말하거나 아니면 범인에게 접촉을 해서 협박을 했겠죠. 그러나 그녀는 이 두 가지 일 중, 어느 일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은 이유는 범인에게 암시를 주려고 했던 겁니다. 즉 범인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자기가 목격했음을 알리려 했던 거죠. 그 자리에는 나와 대령, 그리고 시몬 도일과 베스너 박사가 있었습니다." 포와로의 말을 듣고 있던 박사는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 뭐라고요?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지금?" "고정하십시오. 나는 지금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코넬리아가 조용히 달래듯 말했다. "박사님을 의심하는 게 나이에요." 포와로는 얼른 말을 계속했다. "그럼, 범인은 베스너 박사님이나 시몬 도일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스너 박사는 도일 부인을 살해할 동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시몬 도일은 리넷을 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도일은 총을 맞기 전에는 전망실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증인도 있으니까요. 그는 총을 맞고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베스너 박사님이 범인이라는 결론이 나오겠죠. 이 주장을 확인해 주듯 하녀 루이스는 수술용 메스로 살해되었죠. 박사님은 이 사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만일 베스너 박사였다면 하녀는 우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고 은밀히 그를 만나 이야기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할 사람이 오직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시몬 도일이죠. 시몬 도일은 총상 때문에 늘 베스너 박사가 곁에 있었습니다. 도일은 박사의 방에 있었으므로 루이스가 그를 살짝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활한 루이스는 그런 암시를 던진 겁니다. 그는 도일에게 '다 알고 계시잖아요. 제게 무슨 말을 하라는 거죠?'라고 말하자, 시몬 도일은 하녀에게 '바보같으니! 네가 무엇을 보았다거나 들었다는 게 아니야. 걱정하지마, 내가 보살펴 줄 테니까.'하고 말했죠. 결국 그녀는 시몬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받아 냈지요." 그러나 베스너 박사는 흥분해서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다리가 부러져 부목을 댄 환자가 어떻게 걸어다니며 사람을 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은 한 발자국도 떼어 놓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네,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나 그건 엄연한 사실인 걸요. 그래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 시몬 도일은 총을 맞고 5분 가량을 혼자 전망실에 있었죠. 우리는 그가 총을 맞아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총을 맞는 걸 우리 눈으로 본 것 외에 다른 증거는 없습니다. 그건 총을 맞은 것 같이 보였을 뿐이지 실제로 총을 맞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롭슨 양이 목격한 것도 재클린이 총을 쏜 것과 시몬 도일이 의자에 쓰러져 손수건을 다리에 대자 손수건이 붉게 물들었다는 것 뿐이었죠. 그럼, 팬숍이 목격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가 롭슨 양이 불러 전망실에 들어와 보니 시몬이 붉게 물든 손수건으로 다리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시몬은 그에게 재클린을 어서 방으로 데리고 가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재클린을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요. 그런 후, 팬숍에게 의사를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롭슨 양과 팬숍은 재클린을 데리고 전망실에서 나갔지요. 5분 가량 그들은 갑판 왼쪽에서 분주히 움직였지요. 바워즈와 박사, 그리고 재클린의 선실은 묘하게도 모두 왼쪽에 있었으니까요. 2분 가량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지요. 도일은 소파 밑에서 권총을 꺼내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구두를 벗은 후, 오른쪽의 리넷의 선실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그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가까이 가서 리넷의 머리에 바짝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 다음에 머큐롬이 든 병을 세면대에 놓고 전망실로 급히 가서 숨겨 둔 밴 슈일러의 목도리에 권총을 싸서 자기 다리에 대고 총을 쏜 겁니다. 그래서 시몬은 정말로 총상을 입게 된 거죠. 그런 다음 손수건과 권총을 목도리에 싸서 나일 강에 던져 버린 겁니다." 레이스 대령이 얼른 말했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팀의 진술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펑 소리가 난 후, 첨벙하는 소리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외에도 자기 선실 앞을 뛰어가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지요. 그러나 그때는 오른쪽 갑판엔 사람이 없었습니다. 즉 그 소리는 시몬 도일이 뛰어간 소리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요." "그래도 이상하군요. 어떻게 즉흥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시몬 도일은 명석한 사람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행동은 민첩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시몬은 그 정도의 머리는 없는 거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은 시몬 도일 혼자서 꾸민 게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죠. 우리는 이 사건이 우발적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싸구려 손수건의 등장도 각본에 의한 것이었고요. 재클린이 권총을 소파 밑으로 걷어찬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 재클린도?" "네, 그렇습니다. 재클린도 공범입니다. 시몬의 알리바이도 그녀가 총을 쏘았기 때문에 증명된 거고요. 재클린의 알리바이는 시몬의 말대로 간호원 바워즈가 옆에서 지켜 주었기 때문에 증명된 겁니다. 시몬과 재클린은 넉넉히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인물입니다. 재클린은 명석하고 시몬은 민첩하니까요. 심사숙고해 보면 의문이 모두 풀립니다. 두 사람은 한때 약혼까지 했던 사랑하던 사이였습니다. 시몬은 리넷을 살해한 후, 재산을 얻어 재클린과 결혼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재클린은 계획대로 두 사람을 쫓아다닌 겁니다. 물론 시몬이 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까지도 각본에 의한 거였죠. 언젠가 시몬은 내게 소유욕이 강한 여자는 싫다는 말을 했지요. 그러나 소유욕이 강한 사람은 재클린이 아니라 리넷이었습니다. 시몬이 여러 사람 앞에서 리넷에게 대하는 태도는 좀 의외더군요. 그는 너무 과장되게 행동하는 거 같았습니다. 영국인답지 않은 태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