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22편 (22/49)
"됐다...그냥 그래." "뭔데? 그냥 뭐? 진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더라...뭔데?" "그냥... 혜주 보고 있으면 내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세요." 대화를 하던 나와 보미는 입구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보미는 불투명이긴 했지만... 검정 전신 스타킹만 입고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 의자에 걸쳐놨던 재킷을 보미에게 던져줬지만,, 정작 본인은 천천히...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당당하게 주워 입기 시작한다. 문 앞에 서있던 남자의 시선이 보미에게 꽂혀서는 미동도 없이 몸이 굳어진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기에 내가 먼저 그 남자에게 용건을 묻게 되었다. "무슨 일이세요?" "...예?...아!... 김민호씨 되시죠?" "예." "일본에서 물건이 한차 왔는데요. 매일 계단에 내려놓다가 오늘은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물건이요?" "예..." 보미가 재킷의 지퍼를 여미고 나서야 나는 보미의 몸을 가리던 몸을 움직여 남자에게 걸어갔다. 반 정도 내려놓은 상자들이 벌써 산을 이루고 있는 걸 보고나서야... 갑자기 삼구가 생각나게 되었다... 어쩐지 갑자기 전화를 걸더니... 짐을 옮기기 시작한 나와 택배기사는 아직 날씨가 그리 덥지도 않았지만 온 몸을 땀으로 적시게 되었다... 물건을 옮기는 와중에도 기사는 계속해서 옆에 앉아 전표를 정리하고 있던 보미의 노출된 스타킹으로 다리를 훔쳐보기 바빴기에 일부러 헛기침과 노려봄으로 눈치를 줬지만 그 기사는 이와 같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에 감사만 하는지 계속해서 훔쳐보기를 한다. 오히려 보미는 그 아저씨의 시선이 즐겁다는 듯 앉은 자세에서 불편하다는 듯 재킷을 조금 올려 접힌 사타구니에 끼고 앉았기에 기사는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물건을 옮겨줬고, 물건이 다 옮겨지자 내게 사인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보미의 앉아 있는 모습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아쉬워하며 매장을 떠나게 되었다... "휴...넌 뭐가 좋다고 그렇게 대놓고 보여 주냐?" "닳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일하시는데 이런 거라도 해드려야지..." "참나..." "큭큭큭...근데 진짜 몇 번을 넘어질 뻔 한지 알아?" "그래?." "응...크크크... 아마 다음부터는 이 시간에 꼭 올걸..." "뭐야... 벌써 6시가 다 되잖아... 빨리 시작하자..." 잡담하고... 물건을 옮기고 나서 정리를 하고 나니...벌써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기야. 이거 말고 새로 온거 찍어야 되는 거 아니야?" "아!...그게 좋겠다. 그럼 이것들은... 인기 없는 게 생각보다 많은데..." "그거야 1 1으로 껴 팔면 되지..." "응?" "대형마트에서 잘 하는 거 있잖아... 덤팔이... 우리도 그거 하면 되지..." "와!~ 자기 진짜 천재다... 그럼 이번에 온것들 중에 껴 파는 거야?" "응! 우선 정리해보고 조금 인기 없는 제품에 덤으로 껴주면 될 거야... 그것보다 A-2부터 4까지가 메인 상품이었지?" " 아마 그럴걸." "가만 보자... 상자가..." 쌓아놓은 상자를 둘러보며 적혀 있는 전표들을 찾아본다. 이리저리 뒤지고 있는데 갑자기 놀란 보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 혜주야?" "..." "왜 그래?" 허리를 들어 벽을 이룬 상자너머의 혜주를 볼 수 있었는데 혜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창백해진 채 가슴을 손을 얹고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상자를 넘어트리며 혜주에게 달려갔고, 혜주의 어깨를 부여잡고 잠시 혜주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정말로 창백해진 얼굴에... 얼마나 달려 왔는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는 혜주였다. "혜주야 . 왜 그래?" "헉.헉.헉..." "무슨 일인데?? 왜? 이상한 놈이 쫓아왔어?" "..." 혜주가 가슴에 얹고 있던 떨리는 손을 들어 밖을 가리킨다. 난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혜주의 악마...그러니까 경찰 소에서 혜주를 나쁜 아이로 내몰며 혜주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던 작은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고, 곧바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양쪽의 골목길을 번갈아 쳐다보며 사람의 인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우선 큰길로 이어진 골목길로 향했다. 잠시 후에 오군을 볼 수 있었다. "엇!. 끝나셨어요?" "응.응?? 뭘?" "촬영이요?" "아니...그것보다. 혹시 여기로 싸가지 없어 보이는 오~육십 대 아저씨 못 봤어?" "아니요. 아무도 안지나갔는데요." "그래..." "왜 그러세요?" "아니다... 넌 빨리 매장에 가봐. 혜주랑 보미만 있다." "예..." 오군을 보내고 나서 난 한참을 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그 원수 같은 놈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비슷한 사람도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매장으로 향한다. 막상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각오되어 있진 않았지만, 혜주를 괴롭히는 장본인인 그 놈만큼은 혜주가 당한 고통에 비해 작지만 내 손으로 직접 복수라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달려 나왔었는데... 허무하게 매장으로 걸어가게 되자 발걸음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매장 안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옷을 갈아입은 보미가 앉아 커피로 보이는 듯 한 따뜻한 김이 흘러나오기 있는 컵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혜주의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군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오군은?" "보냈어... 혜주가 오군 왔는데 너무 놀라서... 그냥 내가 보냈어." "그래? 잘했다...근데 문이라도 잠그고 있지..." "왜? 여기까지 들어올까 봐? 들어오기만 해봐...아주!" "아주?... 겁이 너무 없어도 문제야... 남자 무서운 줄 모르고 그렇게 나서다가 너 진짜 큰일 난다..." "큰일은...그것보다 그 변태새끼 못 찾았어?" "변태?? 혜주가 그냥 변태래?" "아니야? 그럼 혜주가 왜 이렇게 놀란 건데?" "...있어...혜주야 그 놈 맞지?"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그럼 취한이야?" "..."(역시 고개를 흔든다...혜주의 이런 반응은 아마 낯선 위협에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쳐온게 분명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뭐야? 둘이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도 되는 거야?" "...혜주야...잘 못 봤을 거야..." 혜주는 온기가 사라지기 시작한 잔을 여전히 부여잡고는 조금 진정이 됐는지 내 얼굴을 바라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혜주의 모습에서 아직도 떨림이 내게 전해지고 있는 듯 보였다. 내 걱정스러운 눈빛에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말을 하는 혜주가 보였기에 보미만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되었다. 가만히 혜주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손을 옮겨 혜주의 커피 잔을 잡고 있는 손 중 하나를 빼내어 잡았다. 역시 떨림이 느껴졌다... 그동안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아직도 손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상처를 손으로 느끼며 떨림마저도 상처가 되어 내게 전해진다. 울컥하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며 나도 모르게 애처롭게 혜주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보미가 말을 잇지 못하고 가방을 챙겨 든다... "에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기가 혜주 좀 달래줘... 내가 있어도 도움이 별로 안 되던데 자기 오니까 그래도 진정이 되나 보네... 그럼 난 퇴근하우~~" 자리를 피해준 보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잡고 있는 혜주의 손에 힘을 준다... 떨림을 내 손으로 덮어버리려는 듯 무의식중에 힘을 줬기에 혜주가 아픔을 느끼는지 어색한 미소 속에 찡그림이 내 눈에 들어온다. "미. 미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게 여전히 미소를 지어주는... 내 표정에서 너무도 큰 걱정을 읽었는지 혜주는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눈에 보이는 그런 어색함이 날 더 씁쓸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떨리는 손을 하면서... "혜주야... 이럴 때는 강한 척 할 필요 없는 거야... 네가 아무리 누구한테 의지하는 게 어색하다고 해도... 내가 왜 여기에 있는데..." "..." "내가 죽으려고 했을 때... 죽지 못하게 막은 건 아마 널 지켜주라고 하늘에서 기회를 준거라는 생각이 들어...그러니까... 혜주가 겁을 먹었는데 그걸 숨긴다면 그건 나한테는 더 큰 죄를 짓게 만드는 거라는 거 몰라?...내가 힘도 없고, 그렇다고 널 정말로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노력하잖아... 그거 모르니? 정말 오빠처럼... 아빠처럼 널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나한테마저 감정을 숨기면... 나 힘이 빠진다... 정말로 네가 2년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혼자 힘들게 살았는지 알면서도 조금은 섭섭하고 나도 힘들어져..." 혜주의 손을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평소처럼 말을 이어간다. 흥분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목소리를 깔지도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속마음을 혜주에게 전해 아직도 감정 표현에 서툰 혜주를... 그냥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내가 처음 혜주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약간은 경계를 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는 진실함을 들려줬기에 이번에는 내 차례라는 생각을 하며 혜주의 잠긴 마음을 풀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런 내 진심이 전해졌는지... 혜주가 자신도 모르게 껌뻑이는 눈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내 말을 들으며 점점 굳어진 표정으로 변한 혜주의 얼굴은 내 고백과도 같은 말과 함께 무의식적인 내면의 공포와 숨어있던 외로움을 분출하는 듯 흐른 눈물은 볼을 타고 턱을 지나 옷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작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처럼 혜주의 옷을 적신 눈물방울의 부딪침에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걸 알았는지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연신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난 혜주의 잡은 한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혜주는 한손을 번갈아 양쪽 볼을 닦으며 부끄러운 듯 천천히 어색한 미소를 띠려 노력하기 시작했지만...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눈물을 멈추려는 듯 혜주는 시선을 천장으로 향하며 애써 고개를 젖혀보지만... 멈출 리 없는 눈물처럼 계속해서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게 눈물을 보이는걸 아직도 어색해 하면서도... 한번 분출된 감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듯 혜주는 손으로 계속 눈물을 닦았고, 끝내 얼굴에선 어색한 미소가 사라진다. 포기한 듯... 고개를 내려 날 쳐다보는... 혜주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려왔지만... 내 앞에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처음인 혜주였기에... 아린 가슴을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색함과 창피함을 느끼는지 혜주가 고개를 숙이며 잡힌 손을 풀려고 한다... "바보야... 네가 왜 바본지 알아? 그렇게 참기만 하면... 정말로 속병 들어서 몸도 망가진다는 걸 왜 몰라...속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흑...흑..." "무서운걸 인정할 줄 알아야 사람이지... 무조건 참기만 하면... 지금 네 나이가 몇인데 아무리 속 깊은 아이라도... 내 앞에선 언제나 어린아이야 넌..." 이제는 혜주가 울먹이기 시작한다... 강한 척... 자존심 센척... 그리고 삶의 무게를 혼자서 다 짊어진 척을 하던 혜주는 더 이상 내 앞에 없었다...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에 너무도 많은걸 감당할 수밖에 없었고, 강요당했고,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한 채 살아왔던 혜주였기에... 한번 깨진 가면은 쉽게 돌아오질 않았다... 눈물을 쉴 새 없이 흘러내리며... 울먹이던 혜주가 잡힌 손을 뿌리치려 반항을 한다... 이런 혜주의 행동은... 예상 못했지만 곧 그 의미를 혼자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예전 내 매장에서 사라지듯 나갔을 때처럼...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들켜버렸다는 창피함이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사라진 그 후에 작은아빠에게 당한 수모와 공포를 얼마나 참았는지 그전보다 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내게 들켜버린 듯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쓴다... 이런 혜주의 행동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느꼈기에 난 잡은 손에 더 힘을 준다... 내게 잡힌 손을 빼내지 못하자... 남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풀려 애를 쓴다... 이제는 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손에 힘을 줘 내 손을 풀려는 혜주의 얼굴에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듯 보였다. 눈물은 계속 뺨을 타고 예쁜 옷을 적시고 있었고,, 이제는 울먹임에서 통곡으로 변하기 시작한 혜주의 쉰 목소리에 가슴이 베이는 듯 한 고통이 내게도 전해졌다... 고개를 흔들며 내 팔을 손으로 때리는 혜주는... 내 눈에 너무 애처롭게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대로 혜주의 팔을 당겨 품에 안고는 혜주에게 받은 것에 비해 너무도 작은 행동인... 등을 토닥이며 끌어안는다... 내 품에 안겨 얼굴을 내 옷에 묻고는 한참을 혜주는 울었다... 소리를 참으려는 듯 입으로 내 옷을 물고는 절규 같은 혜주의 침묵속의 눈물이 옷을 뚫고 내 가슴을 적시며 날 더 아프게 했다... 한참동안 내 심장소리를 들으며 울던 혜주가...흐느낌을 멈추기 시작한다. 천천히... 이제는 다 쏟아 냈는지 눈물이 마르기 시작한걸 알았기에... 잡고 있는 손에 힘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혜주는 내 품에 안겨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이처럼 내 품에 안겨 잠이 든 혜주의 머리맡에 코를 대어 향기를 맡듯 기댄다... 향긋한 제비꽃과 같은 내음이 내 코를 머리카락으로 간지르며 겨우 진정된 듯 고르게 숨을 내쉬는 혜주의 숨결을 느낀 채 나는 그대로 혜주를 안고 있다... 이제야 난 눈물을 지을 수 있었다...혜주 앞에선 난 버팀목이여야 했기에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 행여나 혜주의 머리에 눈물이 흐를까봐 손으로 연신 닦아내며 혜주로 인해 참았던 감정의 복받침을 애써 짓누르려 애를 쓴다... 이제는 완전한 어둠이 매장을 덮어 오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있는 형광등만 켜놓은 상태였기에 을씨년스러울 정도의 적막함이 덮어오기 시작했지만, 혜주의 새근거림이 모든 것을 물리치듯 전혀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매장 안이었다. 두시간여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잠에서 깨어 깜짝 놀란 혜주가 서둘러 내 품에서 떨어졌다... 침까지 흘렸는지... 손으로 입을 닦으며... 부운 눈으로 날 바라본다... 겨우 평점심을 찾은 혜주는 내게 자신의 감정을 들켰다는 것이 이내 부끄러워졌는지 앙탈을 부린다... "너무 곤히 자서..." "..." "괜찮아졌어? 이제 그만 갈까?" ",,,,," 혜주의 볼이 빨갛다...그러나 날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 혜주였다. 천천히 메고 있던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필기를 시작했다... -아저씨... 나빠요... "응? 내가 왜?" -왜 사람을 울려요... "미안..." -창피하잖아요. "그래도...이제는 안 떨잖아... 아까 너 떠는 모습 보기가 너무 힘들었어..." 그제야... 자신의 볼펜을 들고 있는 손을 내려다본다... 신기한 듯... 떨림이 멈춘 손을 보던 혜주가 고개를 들어 날 빤히 쳐다봤다... "..." -변태... "벼...변태??" -왕변태!!!!!!! 느낌표 까지... 갑작스런 혜주의 앙탈에 당황하며 혜주를 바라본다...기껏 속에 담아뒀던 아픔을 울음으로나마 풀어주려고 노력했던 날... 갑자기 무슨 변태라는 단어로 몰아 붙이냔 말이다... "내가 왜 변태야..." -저 껴안았잖아요! "그...그거야..." -책임져요! "채...책임??" -당연하죠... 처녀 몸을 껴안았으면... "책임이야... 오히려 나야 고맙지만..." "풋...큭큭큭..." 정말로 날 변태라고 놀리며 재밌어하는 혜주였기에 나는 기꺼이 변태가 될 용의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혜주의 글은 그럴 분위기를 말하고 있지 않았다. 한참을 날 바라본다... 고마움을 담은 눈빛으로 말이다... 그 시간은 길어졌기에 방금 전 엉뚱한 생각을 했던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혜주가 다시 글을 적어 내게 보여준다. -아저씨... 저랑 내일 여행 갈래요? "여행?" -예...갑자기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어요... "그래... 어차피 정식으로 출근하면 이제 놀러 다니지도 못할 텐데... 까짓것 내일 하루 더 보미한테 가게 맡기지...근데 너 학교는? 오늘 처음 등교했으면서 벌써 땡땡이 칠 생각이냐? -아니거든요!. 내일은 한 과목 있는데 다음 주부터 강의 시작한다고 했어요. -그리고...정말 고마워요... 혜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혜주를 안았을 때보다... 더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 부은 혜주는 먹었던 겁도 다 사라졌는지 가방을 챙겨선 나보다 앞서 매장을 나선다... 아니... 겁이 사라진 게 아닌... 내가 옆에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과감하게 행동하는 듯 보였다. 막상 집에 들어갔을 땐... 밀려오는 쑥스러움에 혜주가 도망가듯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이불을 폈다... 그리고 대충 세수만 한 나는 깔아놓은 이불위에 눕는다. 뭐가 그리 창피한지 혜주는 방안에 들어가서 전혀 나올 생각도 없나보다... 누워서 멍하니 틀어놓은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확인을 하는데... 혜주다... 바로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화를 건 혜주였다. 조용히 혜주의 숨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안자?" "..." "에고 우리 울보혜주 얼른 자야지..." "..." "..." "..." "..." 방해되는 텔레비전을 꺼버린 나였고, 그저 서로의 고른 숨소리만이 핸드폰을 통해 대화하듯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떤 말보다... 혜주의 편안한 숨소리는 말로는 담을 수 없는 더 많은 감정과 얘기를 내게 전해주는 듯 느껴졌기에 나도 조용히 혜주의 숨소리에 맞춰 숨을 쉬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이 감겨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혜주의 숨소리는 잠을 자고 있는 듯 들려왔다... 혜주의 숨소리를 듣고 있자... 나도 잠이 밀려왔다... 조심스러운 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항상 맡던 국냄새 아닌 소리에 눈을 뜨게 된 나다... 하품을 하며 고개만 들어 주방을 보는데... 짧은 면반바지 아래로 늘씬하고 잘 뻗은 혜주의 곧은 다리가 내 시선에 잡혔다. 볼록한 엉덩이와... 저 반바지를 정말로 입을 줄 몰랐다...꼭 사각 티처럼 작은 사이즈로 자신의 몸에 대보더니 고개를 흔들던 혜주였는데... 흰색 반팔에 짧은 반바지차림의 혜주는 이제야 이 집안에 완전히 적응해 보이는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저 곧게 뻗은 허벅지를 한번만이라도 만져 봤으면... 몸을 세워 다시 하품을 하며 혜주에게 다가간다. 김밥... 여행을 가자고 하더니... 몇 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는지 벌써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는 김밥 산을 보게 되었다. 재료는... 김치에 계란에 시금치... 거기에 소시지가 다 였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김밥은... 정말로 처음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한 줄을 통째로 들어선 입에 물었다. "헉!...으응~!" 손으로 내 손등을 때리는...날 눈을 흘겨 째려보며 혜주는 먹던 김밥을 달라는 듯 손을 내민다... 한입이 베어진 김밥을 어쩔 수 없이 혜주에게 건네자 칼로 한 줄을 더 토막을 내어 접시에 같이 담아 내놓는다... 그리곤 다시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걸 누가 다 먹는다고... 입에 넣고 먹는데... 진짜 맛있다... 이런 허접한 재료도... 혜주의 손을 거치면 정말로 맛있는 김치김밥이 되나보다... 어느새 다 비워버린 접시에 아쉬움을 느끼며 난 다시 김밥 한 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칼을 들고 있는 혜주의 눈빛에서...날 애완동물처럼 사료 앞에서 '안 돼'라는 말을 읽을 수 있었기에 꼬리를 내리고 세수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던 나는 어제 목욕도 하지 않았다는 걸 몸으로 느끼며 아예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다 마치고... 수건을 찾는데... 항상 혜주가 걸어놓던 수건걸이에 수건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수건을 찾을 수 없었기에... 그냥 티에 얼굴을 닦으려고 티를 집어 들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콩콩콩...' "나.나 샤워 했는데..." "어엉!" "수.수건 없어..." '콩콩...' 잠긴 문을 열자... 좁은 틈사이로 혜주의 손이 보였고 수건이 들려 있었다. 새 수건을 꺼내 내게 건네주는 혜주였다. 저 문을 확 열면... 혜주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지만... 즐거운 여행 전에 못 볼걸 보여 줄 자신이 없었기에 나는 다 닦고는 다시 옷을 입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