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록]천객 - 1 - 8편 (8/17)
"고, 고맙다. 나는 네가 신용이 있는 아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그 말을 믿겠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깊이 고개를 숙인 백아아는 목옥을 나왔다. 사두마차가 천천히 산길을 달려간다. 벌써 몇 개의 산모롱이…
"고, 고맙다. 나는 네가 신용이 있는 아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그 말을 믿겠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깊이 고개를 숙인 백아아는 목옥을 나왔다. 사두마차가 천천히 산길을 달려간다. 벌써 몇 개의 산모롱이…
한반은 구르듯 말에서 뛰어내렸다. 신형을 미처 안정시키기도 전에 머리는 벌써 허리 아래로 숙여졌고 흉터투성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자, 장대협. 이, 이거…… 미처 몰라뵙고……." "대협이라니, 당…
'빠르다.' 복청양은 이제까지 상대하던 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수들을 만났음을 직감했다. 그는 정신을 바싹 차리고 삼절묵창을 평평하게 휘둘렀다. 창의 길이가 넉 자로 줄어들면서 마치 검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카가강…
복청양의 놀라움은 컸다. 소허도장같이 수양이 깊은 도인도 단박에 그를 모용세가를 몰살시킨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소허도장까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면 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이제 벗어나기 어려운 지경일 …
매우 단순한 백아아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복청양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백소저를 납치한 사람은 누구이며, 또 그녀를 이곳까지 데려온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그 두 사람은 동일인인가, …
"그래서 너는 복청양의 일에 매달리겠다?" "아저씨도 복청양을 아십니까?" "너 그거 진심으로 묻는 말이냐?" 무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하는 만리추종이었다. 그에게는 무슨 일을 아느냐고 …
"그게 누구든 여기엔 없다." 노파는 지팡이를 굳게 움켜쥐고 사납게 방문객들을 노려보았다. 우물에서 물을 긷다가 목책 밖에서 사람들이 얼씬거리는 것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중년문사가 어처구…
"그 동안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으면서도 인사를 드리지 못해 결례를 범했습니다." "그거야 자네의 잘못이 아니지. 노부가 자네를 만나주지 않은 것 아닌가?" "그런데……." "잠깐만." 손노인이 손을 들어 복청양의 …
이 어르신네들이 여기서 이틀이나 기다린 보답을 해야지." 스팟! 지주개의 손이 움직였다. 그의 손에 감겨있는 새끼줄 같은 것이 복청양의 안면을 노리고 길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그것은 정말로 새끼줄이었다. 새…
그러나 그는 이내 백아아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달과 아름다운 여인이라…… 좋은 밤이구나. 술을 따라라. 오늘은 실컷 취하고 싶구나." "예, 마주." 술병을 들었지만 병은 이미 비어 있었다. …
덕원도 그가 제시한 내기 조건을 쾌히 수락하였다. 첫번째 대국에서 덕원이 한 점을 이기고 두번째 대국에서도 또 한 점을 이겼다. 그 사람은 군말 없이 자기의 말을 내놓았다. 덕원은 그 말을 선뜻 받을 수가 없었다. …
오리 이원익의 아들이다. 나이 30세에 음보로 벼슬 생활을 시작했으나 양근(지금의 양주) 군수로 있을 때 치적이 뛰어나 인조로부터 표리(옷감의 안감과 겉감)를 하사 받았으며, 벼슬이 자헌대부로 완선군에 습붕되어 80…
하늘이 돕지 않아 갑자기 국상을 당했으니 이제 큰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할일 없이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옷과 밥만 축낼 뿐이며 이런 낭비는 결코 옳지 못합니다." 박탁은 손으로 눈물을 닦고 하직을 고하고…
효종 원년 참봉에 제수 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뒤에 지평, 장령이 되었다. 효종이 승하하자 현종 원년(1669)에 효종의 어머니인 자의대비의 복상 문제로 예론이 일어나자 송시열 등이 주장하여 채택한 기년설(만 1년)…
"예, 그러면 제가 이야기를 하지요. 저의 아내는 사실 오래 전부터 김공에게 결초보은할 은인이라고 늘 말해 왔지요. 뜻밖에도 김공께서 감사가 되어 이런 누추한 집에 오시게 되었으니 저의 아내로 하여금 직접 존안을 뵐…
곁에 있던 천주 목사가 한 마디 거들었다. "강도는 누추한 이름을 남기었고 감사는 꼿꼿한 이름을 남겼도다." 한지는 수많은 기생들의 시중을 받았지만 한 사람의 기생도 범한 적이 없었다. 언젠가 한가한 날 막장을 불러…
홍동석이 옆에서 금부도사에게 청하였다. "죄인의 아들이 오래지 않아 당도한다 하니, 시간을 조금만 연기하여 부자가 마지막 상면하도록 하소서." 금부도사가 허락하지 않았다. 홍동석이 그만 약사발을 차서 엎어버리니, 주…
이에 관을 다시 짜서 장사 지냈다. 그 뒤로부터 두 집 자손이 비록 서로 만나 보지는 않으나 무릇 환난이 있으면 극력 도와 주었다 한다. 어영대장의 마부를 가둔 성균관 장의--서유망 서유망(1766__1813)의 본…
그런데 다행히 각하를 만나게 되었소. 각하의 기개는 남들보다 뛰어나 귀신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터이니 나를 인도하여 산해관을 벗어나도록 해주겠소?" 김이소가 대답하였다. "제가 어떻게 산해관을 벗어나도록 할 수 있겠…
어찌 공의 후한 뜻 때문에 본래 먹은 마음을 다시 바꿀 수 있겠습니까." 황인검이 마침 도내 살인사건의 의안을 보니 이 옥사가 있어 거의 30년이 되어도 원범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던 터다. 그래서 그 연월일을 물어…
그러다가 나이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겨우 장가를 들었는데 배는 불룩하고 머리칼은 짤막하였다. 그는 마침내 아내를 데리고 책을 자루에 넣어 적성의 암거천 가로 가서 살았다. 그런데 그 무렵에 큰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을…
대동기문 완역본 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하) 편저자:강효석 역자:권영대, 이정섭, 조명근 차례 대동기문 서 1. 예론이 당쟁으로 노정승의 몸으로 아버지의 치매를 간병한 효자--조익 친구간이라도 주지 않는 것은 절…
영조가 물었다. "어찌하여 피해 앉는가?" 정순왕후가 대답하였다. "아비의 이름이 여기에 있는데 어찌 감히 그 자리에 앉겠습니까." 대개 왕비를 간택할 때 그 아버지의 이름을 방석 끝에 썼기 때문이다. 영조가 여러 …
그렇게 되자 앞서 토지를 사들인 자가 박규수에게 호소하였더니, 박규수가 말하였다. "일이 그렇게 되었는가? 이것은 그대의 전토인데 우리 집에서 잘못 사들인 것이네." 그 토지 문권을 가져오게 하여 불에 태워 버렸다.…
홍기섭이 대답하였다. "나는 본래 가난한 데다 처자가 딸려 있어 식구가 모두 십여 명이 되므로 거친 음식도 잇대기 어려운데 네가 나의 첩이 된다면 무엇을 먹고 살아가겠느냐?" 그 여인이 이렇게 말했다. "나으리에게 …
감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산골에 사는 가난한 백성인데 어떻게 이런 안경을 다시 살 수 있겠는가?" 그 값을 억지로 주려하자, 그 사람이 안경집을 풀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것을 보면 그 연유를 알 수 있을…
그래서 그의 아들들은 그의 의관을 가지고 장례를 치러야 했다. 선조 25년(1592) 이전에는 아무도 소나 말을 타고 감히 그의 묘 앞을 지나가지 못하였다고 한다. 일설에는 지란이 북쪽으로 돌아가던 날 태조에게 이렇…
그러나 정광필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한치의 착오도 없었다. 연산군은 칼을 도로 집어넣으며 감탄하였다. "참으로 열사로다" 연산군은 그를 마침내 아산으로 귀양보냈다. 이때 법령이 준엄하여 귀양간 사람…
연산군이 그런 사실을 탐문해 알고는 임사홍을 더욱 총애하였다. 임사홍의 맏아들 광재는 예종의 딸 현숙공주에게 장가들었고, 넷째 아들 숭재는 성종의 딸 휘숙옹주에게 장가들었다. 임숭재는 남의 아내와 첩을 빼앗아다가 임…
뛰어난 외교관, 두주불사의 술꾼 최치운 최치운(1390-1440)의 본관은 강릉이고, 자는 백경, 호는 조은이다. 태종 때 생원시와 문과에 각각 합격하여 이조 참의가 되었다. 나라일로 중국에 들어가 일을 성공시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