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47편 (47/49)
잦은 기침과 함께 숨쉬기도 힘들어 하는 혜주를 보는 내 마음은 당장이라도 아기를 낙태하게 만들고 싶었다. 심장에 혈액을 생성해 공급하는 가장 첫번째 기관인 폐인데... 그것도 제대로 공급이 안되는 듯... 숨쉬기가 힘들어 밥도 잘 못먹는... 그렇게 혜주의 몸은 날이 갈수록 말라간다... 귀엽게 빠지지 않고 있던 볼 살마저 다 빠져서... 내 가슴을 점점 찢어놓고 있었다... 의사가 25주 만 넘기자고... 아니 최소의 태아 생존확률을 높일 꿈이라도 꿀 수 있는 24주 만 넘기자며 혜주의 손을 잡고 용기를 넣어주던 말에... 혜주는 완전히 결심을 굳히게 된다... 임신이라는 큰 무리가 혜주의 몸을 더 병자로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며... 오히려 날 위로하는 혜주의 목소리에 난 매일 어렵고... 서럽게 눈물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식을 해야 하는 몸이면서... 하루 중 거의 호흡기용 마스크를 입에 달고 사는 혜주인데도... 혜주는 어렵게 내게 우리 아기에 대해 자랑을 한다... 이제 겨우 20주째인데... 가장 조심해야하는 혜주의 몸인데 말이다... 병원 침대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환자복마저 혜주에게 커 보일 정도로 마른 모습으로... 내게 자신은 건제하다는 모습을 연신 보여주려는 듯 미소를 지어준다... 앞으로... 4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혜주의 목숨과도 깊게 연관되어진 시간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였고, 본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혜주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뱉어내게 되는 내 설득을 무시하고, 반박한다... 도저히 스물둘이라는 나이의 여자아이...아니 엄마이기에 더 내게 강하게 결심을 말한다... "혜주야... 나 도저히 안 되겠어...아기는 또 가지면 된다고 선생님도 말했잖아... 그러니까 우리 포기하고... 응??" "..." 혜주가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혜주야... 아기도 중요하지만... 난 혜주... 네가 더 중요하다는 거 몰라?" "아저씨..." 마스크를 손으로 내리며... 혜주가 날 바라본다... "우리 아기가 들어요...쉿!~" "...혜주야..." "후... 힘들다... 저 좀 잘게요..." "..." 사실 지금 당장 이식할 폐를 구하지도 못한 우리지만... 처음 순번대기 22번이라는 번호표 아닌 순번을 받게 되어 한참을 잠 못 이룬 밤을 지세운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미 포기 아닌 포기를 한지 오래 되었다... 그리고 혜주는... 이미 자신보다 뱃속에 있는 아기가 가장 소중하다는 듯 모든 행동과 생각을 아기를 위해 맞추고 있었고, 그때의 다짐에 억지로라도 말렸어야 했다는 내 후회를 곱씹게 된다. 내가 연신 부탁하듯 혜주를 설득하려 하면... 혜주는 피곤하다는 말로 내 말을 흘려 넘겨버리곤 그대로 돌아눕는다... 그러나 잘 땐 꼭 말라서 뼈까지 도드라지게 보이는 혜주의 손이 날 찾듯 내밀길 반복한다... 난... 그 손을 꼭 잡아 줄 수밖에 없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이런 것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하염없이 마른 혜주의 손을 잡고 있는데 눈물이 또 흐른다... ------ 22주째... 혜주의 몸은 이제 보기에도 애처롭게 그전보다 더 말라 있었다... 수이가 혜주의 손을 잡고는 바보라는 말만 연신 뱉어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 부탁에 수이가 아기에 대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지만... 역시 혜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버린다... 눈물을 닦는 듯... 손을 올려 환자복의 소매를 잡고는 보여주지 않는 얼굴을 닦아낸다... 수이의 설득에도 꼼짝 않는 혜주였기에... 화를 내며 돌아가 버린 수이를 보며...혜주도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동생들은 병실로 찾아오질 않는다... 정확히 말해 혜주가 오지 말라고 둘째에게 신신당부를 해 놨다. 자신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꼭 아버지와 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런 모습을 동생들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혜주였고... 일주일중 몸 상태가 좋아졌을 때만... 전화를 걸어 동생들을 만났던 혜주였다. 부모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혜주였기에... 그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동생들마저 거리를 둔다... 지금은... 보미와 삼구가 내 집에서 동생들을 보살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의사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제 폐가 이식이 안 될까요?" "김민호씨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어느 병원에 가셔도 그런 부탁은 안 들어주실 겁니다...뻔히 보이는 결과에 누가 팔 걷고 나서겠습니까?..." "선생님... 저 담배도 아예 끊었습니다...그리고 동네 엑스레이 결과도 ... 아주 깨끗하게 나왔고요...당장이라도 혜주에게 준다면 혜주도 충분히 살 수..."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국내에선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하다못해 부분이식도 실패로 다 끝을 냈는데...일측 이식이 성공할리 없잖습니까..." "...저도 조사해봤습니다... 보통 기증되는 뇌사자 폐는 장기간 호흡기에 의존해서 그 기능이 20%도 못 미친다는 걸요... 그런 폐를 이식받는다고 해도 혜주가 얼마나 더 살 수 있겠습니까?...그렇다면 건강한 폐 이식이 훨씬 수술 후에도 경과가 좋을 거 아니에요?...그러니까... " "...김민호씨 몸은요? 온전한 장기 중 가장 중요한 폐를 내준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모르시겠습니까?" "알죠... 그러니까 이렇게 부탁드리는 거 아니겠어요..." "하여튼 저희 병원 아니...국내 의료 방침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라서... 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금만 더 인내를 가지시고 기다리세요." "..." 수도 없이 들었던...기다림과 인내라는 단어는 이제는 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의사의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똑같은 말조차... 내겐 그저 되돌아가는 테이프처럼 느껴질 뿐... 이제는 더 이상의 분노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알아볼수록 혜주의 병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리고 절실한 것인지 알게 되었기에... 오늘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게 된다... ------ 이제는 익숙해진 혜주의 병실의 간의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낯선 인기척을 느끼며 눈을 뜨게 되었다. 간호사였다... 간호사를 확인하고 침대를 올려다보는데... 있어야 할 혜주가 보이질 않는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는데... 어느 곳에도 혜주를 느낄 수 없었기에... 나는 일어나 발을 옮겨 복도로 나가게 되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문득 여자 화장실로 발을 옮기게 되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흐느낌에... 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의 입구에 서있는 채... 나는 안에서 서럽게 들려오는 혜주의 울음에...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열려 있는 입구에 혜주의 링거 봉이 보였다... 그리고... 혜주의 선명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심장이 멈출 거 같았기에 차마... 더 이상 가까이 다가 갈수가 없었다. 흐느낌이 약해진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내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여기까지 걸어와 울고 있다니... 힘이 든 듯 혜주의 앙상한 손이 문을 잡고는 천천히 몸을 간의문밖으로 내미는 혜주를 보게 되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혜주는... 황급히 남아 있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려 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에 다가가 혜주를 꼭 끌어안아주게 되었고., 애써 참고 있던 혜주가 다시 눈물을 터트리게 되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통곡하듯 울고 있는 혜주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내 귀에 들려 왔다. "아저씨... 죽...죽기 싫어요...저...저... 이제 겨우 행복한데...왜 죽어야 돼?...주,,죽기 싫어..." "네...네가 왜 죽어... 죽긴 왜 죽냐고..." "죽으면 어떻게 해요... 매일 생각해봐도... 자꾸 죽는다는 생각만 들어요...용기를 내려고 해도... 우리 애기 때문에 몇 번이고 용기를 내는데도... 자꾸 몸이 아파요...어떡해요..." ".,..." "저...저 좀 살려주세요... 아저씨는 제 부탁은 다 들어주잖아요..." "혜주야..." "어떡해요... 저 어떻게 해야 되요..." "...지금이라도 우리 아기 포기하자... 그리고 수술 받으면 날 수 있다고 했어..." "..." 울던 혜주가 억지로 눈물을 삼킨다... 내 말에... 또 눈물을 참으며 혜주가 내게서 떨어진다... "바보야!!! 둘 중에 하나밖에 못 산다면 당연히 너여야 되잖아!!." "..." "왜 살 수 있는데 못 죽어서 안달이야!... 아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왜 나한테는 네가 더 소중하다는 거 모르냔 말이야!!!" 내 고함에도... 혜주는 날 지나 병실로 돌아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런 혜주를 다시 붙잡아 세우게 된 나다. "뭐?!!! 너도 무섭잖아!! 죽기 싫다며! 그런데 왜 죽으려고 하는 거냐고!." "아...아기잖아요... 우리 아긴데 어떻게 버려요... " "네가 없는데 아기가 무슨 소용이냐고...내 생각은 안 해봤어? 너 이렇게 이기적이었어?!! 나 혼자 남겨두고 너 떠나면... 내가 아기를 돌볼 수 있을 거 같아? 너 죽이고 태어난 아기를?!!" "아...아저씨...아저씨 왜 그래요!... 아저씨가 그러면 전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해요..." "혜주야... 정말로 소중한 게 뭔지 모르겠어?...아기는 또 가지면 되잖아..." "지금 제 뱃속에 있는 아기가... 저한테 몇 번이고 말을 걸어요... 웃으면서 살아 있다고 말을 한다고요..." "..." "그래요... 저도 무섭고 아파요... 그런데...저 살자고 아기 버리라고요?!,,." "... 혜주야... 네가 얼마나 힘들었니?...응? 생각해봐... 너희...너희 부모님 그렇게 무심히 가시고. 네가 얼마나 힘들었냐고..." "그러니까... 아저씨가 있잖아요..." "..."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열심히 살자고 생각하고... 몸조리 잘하면... 아기도 무사히 낳을 수 있다고..." "..." "가요... 저 힘들어요. 눕고 싶어요...또 팔배게 해줘요..." 혜주는 오늘도 말없이 침대에서 눈물을 참으며 흐느낀다... 그런 혜주를 보며... 난 있지도 않는 신을 원망하게 된다... 드디어... 보미에게 부탁한 웨딩드레스가 도착했다... 결혼식도 못 올린 우리 부부였기에...당연히 결혼사진도 없다... 혜주의 고집을 꺾지 못한 나였기에... 이런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혜주의 망가진 자신의 몸으로 완강한 거부에도... 무리하게... 진행을 한다. 난 보미에게 부탁해 드레스부터 준비했고, 지금은 다음날 시작할 결혼식을 위해 혜주의 몸을 씻겨주려 욕실에 빌려온 간이 욕조에 물을 받고 있다... 혜주는 마른 몸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걸어와 내게 몸을 기댄다... "휴~... 진짜... 아저씨 미쳤어..." "크크크... 미친 거 이제 알았냐? 너한테 미쳤잖아." "...어휴~...아저씰 어떻게 놔두고 가냐..." "가긴 어딜 가?" "..." "우선 씻자... 내가 씻겨줄게..." "..." 혜주가 가만히 날 내려다 봤고... 난 일어나 천천히 혜주의 옷을 벗긴다... 그렇게 아름답던 혜주의 몸인데... 지금은 너무 말라 안타깝게만 보인다... 그리고 볼록 나온 배만이 임신 중임을 내게 표현하려는 듯 보여주고 있었다... "...징그럽죠?" "뭐가? 아름다워..." "후훗~... 치~~ 거짓말도 잘 못하면서..." "얼마나 예쁜데... 임신 중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안고 싶다...뭐." "...저도 다시 한 번 아저씨한테 안기고 싶은데..." "크크크 그건 나중을 기약하고...우리 아기가 들으면 놀래요!... 얼른 욕조에 들어가." "..." 혜주가 내 손에 부축을 받으며 따뜻한 물속으로 들어간다... 가만히 출렁이는 물에 몸을 맡긴 혜주였고... 나는 조심스럽게 손으로 혜주의 팔을 들어 닦기 시작한다...너무도 가늘어진 팔의 굵기에 아픈 가슴과 눈물을 숨기며 애써 웃음 짓는다. "씨~~ 넘 섹시하잖아..." "풋...음~~ 느낌 좋다~~" "크... 중년 아저씨처럼..." "...아저씨..." "응?" "만약에요...만약에 제가 죽으면요..." "또!!" "만약이라고 했잖아요..." "..." "그러니까 만약에...제가 죽으면... 우리 아기 이름을 혜주라고 해주세요..." "...바보냐?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잖아." "딸이에요..." "..." "전 알아요... 그러니까... 혜주라고 이름 붙여주세요..." "왜... 혜주야?" "... 그럼... 제가 살아 있는 거잖아요..." "...그럼... 난 계속 널 부르는 거야?" "그러니까요...제가 죽어도... 제 분신이 아저씨 곁에서 행복해 하며 살아가는걸 보고 싶어요..." "안 죽는다니까..." "만약이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만약에라도... 전 영원히 아저씨 곁에 입고 싶은데... 안 돼요?" "안되긴... 그럼 우리 집에 혜주가 두 명이니까... 큰 혜주... 작은 혜주라고 이름 붙여야겠다..." "그런가...헤헤헤~~..." 혜주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내 손에 몸을 맡긴다... "기분 좋다..." "어이~ 큰 혜주...여기서 자면 안 돼..." "음~~ 졸리다..." "..." 혜주를 욕조에서 안아 침대로 옮긴다... 잠이 들기 시작한 혜주는 요즘... 그렇게 자는 시간이 길어진다...아마도 쉬기 힘든 숨의 아픔을 잊기 위해 잠을 자는가보다... 그렇게 조용히 침대에 눕히곤 몸을 닦아주며 산소마스크를 씌워준다... 아침이 됐고, 난 이미 턱시도를 입고 있다... 혜주도... 보미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눈부신 천사처럼 하얀 드레스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혜주였고,,,,이런 혜주가 내게 있어줘서 행복한 나다... 그리고 우리는 산소통이 달린 휠체어로 혜주와 함께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삼구에게 건네준 주례사와 함께 삼구 앞에 나란히 서 있게 된다... 평일 오전이라 목사님을 모시고 올 수가 없었기에... 가장 친한 친구인 삼구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다... 삼구의 어색한 몸짓에 혜주가 미소 짓는다... "...이거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부탁할게..." "자신 없다..." "괜찮아 읽기만 해라..." 삼구는 붉어진 눈을 비비며 건네준 쪽지를 연신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댄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읽기 시작한다... 남편의 색에 물들라는 의미인 새하얀 웨딩드레스의 순결과 검은색 턱시도의 색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신부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아침에 농담으로 넘기듯 얘기한 보미의 말을 되새기며 서로를 바라보며 삼구의 주례사를 듣는다... "오늘 여기에 서 있는 연인이 서로의 연을 이어...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늘의 축복과 함께 서로를 사랑하라는 의미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지금부터 한 치의 거짓 없이...제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시길 바랍니다... 신랑... 김민호군은 신부 장...혜주양을 맞이해 모...목숨이...목숨...이... 씨... 이런 걸 왜 날 시키냐고!...나보고... 이런 걸 어떻게 읽으라고..." 울먹이며... 삼구가 종이를 던져 버린다... 남의 결혼식에 초를 치는 건지... 삼구를 바라보며 노려보지만... 이미 눈물을 흘리며 물러나는 삼구였다...혜주가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하다는 감정을 눈에 실어 바라봤기에... 내가 입을 연다...아니 입을 열게 된다... 이 결혼식은 꼭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에 내가 주례까지 하게 된다... "나...신랑 김민호는...이 목숨 다 할 때까지 장혜주양을 신부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아끼고 보살피며 아플...때도 사랑하고...혜주가 화를 낼 때에도 사랑하고.,.투정을 부릴 때에도 사랑하며... 오로지 사랑만을 할 것을 맹세하며 이 자리에서 장혜주양의 신랑이 될 것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장혜주양은...삶이 힘들어도...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신랑을 바라보며 언제나 신랑 곁에서 신랑만을 위해 평생토록 사랑을 줄 것을 맹세합니까?" "..." "무...뭐해... 맹세 안 해?" "신부... 장혜주양은 아저씨를... 정말로 사랑하고...사랑하고...사랑합니다...죽음이 우리를 갈라놓더라도... 죽어서도...아저씨만을 사랑할 것을 지금 여기서 하늘에 맹세...합...니다..." "끝까지...아저씨냐..." "...아저씨...사랑해요..." "나도...사랑해..." 혜주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서로의 눈물이 뒤섞여... 짜면서도 달콤한 키스에 담긴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그렇게 계속 키스를 이어갔다... 하얀 웨딩드레스에 눈물이 방울을 그리며 맺혀 떨어질 때도...그리고 검은색 턱시도에 자국을 내며 응어리를 질 때까지도...입맞춤은 이어졌다. 다음날... 삼구가 급하게 뽑아온 결혼식 사진을 혜주가 가슴에 안고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린다... 연신 사진을 들쳐보며... 꼭 소중한 보물인 냥... 가슴에 품었다가... 천천히 배로 옮겨 내려놓는다... 그리고... 마스크 속에 숨어 있는 입으로 천천히 어렵게 중얼거리듯 말을 한다... "우리 아기 혜주야... 이게 네 아빠고... 엄마야... 보이니??...우리 둘 은 정말로 널 사랑한단다..." ---------- 24주째에서 이틀이 모자란 아침을 맞게 된다... 혜주가 호흡기를 달고 있는데도 숨쉬길 힘겨워 한다... 의사도 더 이상 혜주의 상태가 위험하다는 말과 함께... 아기의 생명은 장담 못하지만 우선 꺼내자는 낯설고 차가운 말로 우리를 절망 어리게 한다. 며칠만 더 버텨보겠다며 연신 고개를 젓는 혜주였지만... 이내 내 허락으로 의사가 준비를 하게 되었고,,, 누워서 서럽게 울고 잇는 혜주를 뒤로 한 채 매몰차게 느껴질 정도로 병실을 떠나게 된 나다... 혜주가 날 힘겹게 부르지만... 혜주를 본다면 내 결심이 굳어질지 무너질지 몰랐기에 차라리 피하게 된다... 내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너무도 많은데 이렇게 혜주를 보낼 순 없었다... 한참을 숨어 기다리자 혜주의 침대가 수술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겁을 먹은 게 분명한 듯... 혜주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 흐느낌에 당장이라도 혜주에게 달려가 손을 잡아 주고 싶었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간호사까지 전부 사라진 문을 뒤쫓듯 숨어들어간 난 가장 먼저 보인 탈의실에서 찾아낸 조금 작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향하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혜주는 내 적합여부검사까지도 완강히 거부했었기에...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나였다... 그렇게 혜주로 인해 목숨을 끊으려 했던 순간 역시 하늘이 다시 살린 이유를 찾게 된 나였다... 이미 각오하고 연습까지 했다. 알아보지도 못할 전문의료지식서적을 보고 또 봤고, 여러 병원을 다니며 더 공부를 했다. 나는 삭막해 보이는 수술실중 찾아낸 혜주가 들어간 수술실로 어렵지 않게 숨어들어 갈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쓴 낯선 의사의 등장에 막 수술을 준비하려던 방안의 여러 명의 사람들이 날 거의 동시에 바라보게 되었다... 멍한 시선들을 받으며 나는 유유히...걸어 들어가 섬뜩해 보이는 작은 메스를 들고는 다시 구석자리로 들어가 선다... 다행히... 혜주는 마취를 막 끝냈나 보다...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용히 낯선 곳에서 누워 있었다. "누구세요? 오박사님...은 아니신데..." "..." "누구세요?!!" "혜주 남편입니다..." "..." "..." "보호자분이 여길 들어오시면 어떻게 해요!! 얼른 나가세요!" "선생님..." 나는 말을 하며 천천히 수술복의 상의의 끈을 풀고는 옷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었다... "무...뭐하시는 거예요?" "지금이 아니라면... 혜주가 더 이상 버틸 체력이 없다는 걸...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폐전문의 말을 직접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마지막 부탁 좀 들어주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환자가 간염 될지 모르니 밖으로..." "선생님!!!!!" "..." "거기 움직이지 마!...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나도 내가 어떻게 칼을 휘두를지 모르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던 사람을 향해 나는 소리를 치며...누굴 위협하는지도 모른 채 잡고 있는 메스를 가슴에 가져다 댔다... 날카로운 칼날이 피부에 닿기만 했는데 선명한 상처를 내며 핏방울이 메스를 타고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