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46편 (46/49)
아직 15일이 안 지났어요...그러니까..." "야!!" "..." "자꾸 쓸데없는 말 할래!" "취소하면... 호적에도 안 올라 간데요...그럼 아저씨도 홀아비는 아니잖아요..." "...근데...그런 건 왜 알아 본거야?!" "혹시나... 아저씨가 후회 할까봐...그리고...이런 재수 없는 년이 집에 들어오면" "혜주야..." "아무리 생각해도... 전 전생에 나라를 팔아 먹었나봐요... 그렇지 않고선..." "이식만 하면... 살 수 있데..." "몇 년이나요? 그게 가능은 하데요? 아저씬 은행 다니면서 그런 거 몰라요? 사람 돈 빌려줄때... 그런 거 있잖아요." "..."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가장 이상적인거 같아요..." 담담하게 말하는 혜주가... 내 가슴을 더 찢어놓는다... "혜주야...그럼 동생들은 어떻게 할래? 아직도 작은아빠네 집에서...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을 동생들은?? 그거 포기할래?" "..." "이제 겨우 길이 열렸는데... 이까지 병이 문제야? 낳을 수 있어!...넌 내 여신인데... 신이 이깟 병 못 이겨?" "여...신이요?" "그래!... 내 삶 자체를 바꿔놓은 여신...널 만나기전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들으면 아마 기가 찰걸..." "..." "내가 공부한 게... 정말로 귀찮아서 공부 열심히 했다면 이해하겠니? 그리고 운 좋아서 은행에 다니지만... 얼마나 무능력했는데... 그 속옷 매장? 너 아니었으면 진즉에 때려 쳤을걸...한번은..." 난 혜주에게 내 과거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니... 혜주에게가 아닌 나에게 말을 하듯...가장 창피한 과거부터 하나씩 혜주에게 열거하기 시작했다. 혜주가 왜 내게 존재해야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혜주가 내 아내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난 지난날의 가증스럽고 개인주의에 이기적인 날 과대포장해서 하나씩 나열하 듯 말을 이어나간다... 혜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보지만... 그럴수록 난 더 말을 이어갔다... 밤새... 혜주의 손을 잡고... 혜주가 내 아내여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19... 결말 "혜주야!!... 어딨어?!!!" 병원에서 퇴원하고 지금은 집에서 요양 중인 혜주다... 사실... 혜주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병원을 다녀왔지만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의사의 말대로 아프다니까...아픈가보다 한다... 정말로 죽을병에 걸려 있다는 몸 자체가 의심스럽도록 혜주는 더 활발하게 생활하며 이전보다도 더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어렵게 데려올 수 있었던 동생들을 뒤에 몰래 숨겨 두고 놀래켜주기 위해 난 문을 열어 혜주를 부르는데... 있어야 할 혜주가 없다... 집안에 들어가 방까지 확인을 했는데... 역시 보이질 않는 혜주다... 금방이라도 혜주에게 경찰들과 동행하여 들이 닥쳤을 때의 그 작은아빠란 놈의 얼굴표정을 설명하고 싶은 나인데... 혜주가 없다. 황급히...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문밖에서 혜주의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는 동생들이 기거할 옆집을 또 닦고 있었는지...걸레를 손에 들고는 두 동생을 부여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혜주다... 잠시 엉뚱한 생각을 했던 것이 머쓱해진 난... 가만히 그 앞에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날 알아차린 혜주가... 눈물을 훔치며 웃음 지었고, 내게 손을 내밀어 잡고는 동생들과 함께 옆집으로 향했다... 이미 가구는 동생들이 앞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혜주와 같이 고민을 여러 번 반복하여 맞춰놓은 상태였고,,, 휴학을 한 혜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집과 옆집을 닦고 정리를 한다. 오늘도 또 닦았는지 입을 벌리며 서있는 동생들의 너머에 가구들에 윤기까지 흐르고 있었다... "뭐야... 누워 있으라니까..." "하나도 안 아파요..." "안 아프긴..." "누나 아파?" 고생을해서 그런지 고1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작은 놈이 혜주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한다... 둘째 동생에게는 혜주의 상태를 이미 말을 해 놓은 상태다... 아니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혜주에게 닥쳐올 힘든 순간에... 나와 함께 힘이되어줘야 할 동생들이고...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둘째에게만은 언지를 해 놓은 상태다... 셋째가 혜주의 품에 안겨 떨어질 줄 몰랐고... 둘째는 그런 셋째를 나무란다... "누나 피곤하데... 우리 누나 쉬게 해주자..." "싫어...누나하고 떨어지기 싫어..." "하하하하...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인데... 오늘은 여기서 잘 거지? 그럼 난 회사 좀 다녀올게..." "아저씨..." "걱정 마... 열심히 일해야지... 그럼 다녀올게..." "..." 혜주를 뒤로하고 가족상봉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라고 난 일부러 자리를 피해준다... 그리고 회사대신 병원으로 향한다... 일주일에 두 번... 혹시나...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빼먹지 않고 확인하는 나의 일과다... 뇌사자의 가족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느끼는 나였지만... 그렇다고 혜주를 포기할 순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 그렇게 내 일과가 되어버린 대기자 확인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직 국내에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폐 이식이라는 어려운 수술자체가 폐쇄적인 한국에서는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혜주만큼이나 폐가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어버린 난... 애써 냉정한 척...그리고 이기적인 남자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첫 번째 입원 후 두 달이라는 시간은... 가슴앓이 하는 날 몰라준 채 서운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갔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 없이...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나였고,, 혜주와의 소중한 시간조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직장을 다니면서도 사방으로 돌아다니던 난... 이식에도 여러 가지 조건과 적합여부가 존재한다는 걸 배우게 되었고... 좌절하게 되었다... 병이란 것이... 알지 못했을 때에는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알고 나니... 더 빠르게 진행되어지는 거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혜주는 조금씩 살이 빠져간다... 날 만나 겨우 어렵게 찌운 살이... 날 병원에서 만났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말라갔고, 배만 볼록하게 솟아오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복수에 물이 찬 것인지... 나는 애써 부정하려 해보지만... 이제는 혜주가 기침과 함께 헛구역질까지 하게 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혜주가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에... 난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날이 밝자 곧바로 혜주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 나다... 밤에라도 혜주를 응급실로 데려가고 싶은 나였지만... 끝끝내... 혜주의 거부로 날이 밝자마자 혜주를 데리고 움직인다. 혹시나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 온건 아닌지...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며... 진찰을 마친 의사의 앞에 앉아 있게 되었다... "이게...참..." "왜요? 뭐가 잘 못 됐나요?" 나는 혜주를 내보내려 했지만... 혜주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일인데... 날 통해 듣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끝까지 의사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다... 혜주는 항상 내게 짐이 되기 싫은가보다... 짐이 되어도 그것마저 행복인 것을...고통은 나눌수록 줄어든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런 혜주를 보며 의사는 어렵게...입을 연다. "임신하셨습니다..." "예??" 혜주가 놀란 듯 날 바라본다... 물론... 전혀 뜻밖의 의사 말에 얼이 빠진 듯 혜주를 쳐다보게 되었다... "그...그게 무슨 말이...죠...?..." "아마도 병원 검사 결과 나오기 전에... 폐 쪽 검사와 혈액 검사 때 임신초기라서 안 나온 거 같은데...정확한 날짜는 산부인과에서 알려주겠지만 아마도 그때 임신되신 거 같은데... " "..." "이런 말씀 죄송스럽지만 우선 낙태.를..." "안돼요!!!" 의사의 입에서 나온 '낙태'라는 단어에 혜주가 배에 손을 얹고는 소리를 지른다... "혜,,혜주야..." "안 돼요! 죽어도 안 돼요...아...아기가 지금 제 뱃속에 있는 거잖아요... 그. 그건 안 돼요!" "장혜주씨... 지금 아기가 문제가 아니라... 아기라는 존재로 산모분의 몸 상태가 얼마나 위독해 질지 저희도 장담을 못합니다." "알고 있어요!...그래도 안 돼요..." 억지를 쓰며 선생에게 덤벼들기라도 할 기세였기에 우선 진정을 시켜야한다는 생각에 혜주의 손을 잡고 꾸짖듯 혜주에게 말을 한다. "장혜주!!. 지금 선생님이 말씀 중이잖아!..." "...그래도 안 돼요..." "우선 신중히 생각을 하시는 게... 태아로 인해 몸이 더 안 좋아 질 수가 있습니다...그러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집에 가서 설득을 할게요..." "...싫어요... 집에 안가요." "혜주야... 우선 진정하고..." "싫어요!... 집에 가면 똑같은 소리 할 거잖아요! 안가요!" "그럼 여기서 살던가!! 자꾸 고집 부릴 거면 집에 오지 마!" "...아...아저씨..." 혜주의 억지에... 결국 나도 소리를 치게 된다... "김민호씨... 우선 진정하시고..." "지금 진정하게 됐습니까?! 자기 몸 상태 뻔히 알면서... 저렇게 고집을 부린다는 게..." "..." 혜주가 눈물을 흘린다... 요즘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선 눈물을 많이 보이지 않는 혜주였는데...아니... 나 몰래 숨어서 눈물짓던 혜주였는데...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나보다... 고집을 부리는 혜주를 놔두고 큰문소리를 내며 진료실에서 나와 버린다... 그런데 혜주가...울면서 날 따라 달려온다... 꼭... 버림을 당하기라도 하듯... 버림 받는걸 극도로 무서워하며 몸서리치듯 혜주가 서럽게 울며 걸어가는 내게 달려와 힘주어 내 팔소매를 잡는다... "아...아저씨..." "놔!... 지금 고집 부릴 거면 아예 따라오지 마..." "아저씨...아기래요... 제 뱃속에 아기가 있데요..." "그게 지금 문제야?!!" "..." 계속 울기만 하는 혜주였고,, 속상한 마음에 화를 낸 나였지만... 혜주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에 천천히...그리고 음성을 낮춰서 얘기를 하게 된다. "혜주야... 아기는 또 가질 수 있잖아... 네가 몸 추스르면 충분히 또 가질 수 있는데 지금 무리할 필요 없어...알았지?" "아는데요... 제가 죽으면요..." "..." "아기는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자꾸 바보 같은 소리 할래?!! 네가 죽는데 아기가 무슨 소용이야!. " 달래고 얼래도... 혜주는 내 소매를 잡고는 끝까지 고집을 꺽질 않는다. 이미 자기가 죽을 거라고 생각을 다잡았는지... 더 이상의 말을 잇지 않고는...그대로 고개 숙인 채 울며 서 있었다. 혜주를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난 조용히 집으로 가자는 말을 하곤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혜주와 택시에 올라탔다. 내 아이가 혜주의 뱃속에 생겼다는데... 얼마나 기쁜 마음일 텐데...지금은 기뻐할 수 없는 내 처지가 원망스럽다...아니... 신이 원망스럽다. 혜주와 집에 도착해 동생들과 식사를 하고나서... 동생들의 학교문제를 해결하려 나간 혜주를 뒤로하고 난 그 비보를 처음 내게 전했던 동네 의사에게 달려가 여러 가지를 묻고 알게 되었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혜주의 태아가 태어나려면 최소 10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뱃속에서 혜주의 생명을 갉아 먹으며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아니 갉아 먹는다는 말이 잘못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혜주의 몸상태상으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고 그만큼 혜주에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이 검사일로부터 대략 3개월이 지났으니... 앞으로 7개월이라는 시간으로 단축이 되었지만... 임신 자체가 환자에게는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말에 한 번 더...한 번 더 좌절하게 만들었다. 결국 낙태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 잠시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는다...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온 난... 그렇게 혜주를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혜주가 동생들을 데려와 감사인사를 시킨다... 모든 게 나로 인해 이뤄질 수 있는 꿈같은 삶이라는 듯... 동생들에게 내 자랑을 또 한다... 혜주는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도 새로 생긴 집과 학교에 신나하는 막내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엄마처럼 다 큰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을 내게 보여준다. 그리고 저녁을 한다며 동생들을 옆집으로 가게하곤... 내가 앉아 있는 거실로 걸어 들어와 내 바로 앞에 앉아선 내 손을 꼭 부여잡는다...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들으려 하지 않는 내 고개 돌림을 웃음으로 무마하며 혜주가 내게 말을 건다. "아저씨... 저 행복해요." "...뭐가?! 뭐가 행복한데?. 이상한 말하려면 밥이나 해라... 난 마음 굳혔어!" "아저씨... 우리 아기가 커서요... 유치원에 들어가고 아빠 찾으면서 졸졸 아저씨 꽁무니 따라 당기는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했는지 아세요?" "..." "그 모습을 보면서 아저씨가 미소 짓는 얼굴로 팔 벌리는 상상을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 "듣기 싫어!" "옆에 같이 누워서 아저씨하고 똑같은 자세로 자는 거 상상하니까...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거실에서 대자로 누워서 말예요." "싫다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결혼식장에서 사람들 환영을 받으면서...웃는 아이 모습에 또 흐뭇해지더라고요." "야!! 싫다고 몇 번을 말하는데!. 난 그런 거 다 모르겠고!... 혜주야... 우선 몸 추스르고 하나든 둘이든... 아니 넷 낳자!! 우리 네 명 낳아서..." "아저씨..." "왜? 너 하고 싶은 말만 다 하고 땡할려고?!! 지금 내가 얼마나 속이 쓰린지 모르겠..." "아저씨 마음을 왜 제가 몰라요... 그러니까...아저씨가 절 정말 사랑한다면... 평생 동안 아저씨 곁에 있게 해주세요." "..." "전... 아저씨 곁에서 평생 있고 싶어요... 비록 이 몸이 얼마 못 간다고 해도... 이 아기라면... 제 분신이라면 아저씨 곁에서 아저씨를 보살펴 줄 수 있는데..." "뭐가 분...신이야..." 눈물이 흐른다... 설득을 해야 하는데... 내게 달래듯 말을 조곤히 전하는 혜주의 목소리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앉은 채 눈물만 흘리게 된다... 그런 날 혜주는 무릎을 꿇고 다가와 가볍게 안아준다...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게 하며...오히려 아이를 달래듯... 날 품에 안고 머리를 어루만지며 등을 토닥이던 혜주가 또 조곤히 얘길 이어간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혜주의 힘찬 심장소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내게 들려주고 있는데... 혜주의 약간 떨리는 음성은 그 고동마저 지워버릴 듯 서글프게 들려왔다... "에고... 우리 다 큰 애기를... 오래 살면서 옆에서 보살펴야 하는데...어떻게 하냐..." "..." "맨날 부담 만 주고... 이렇게 큰 선물만 덩그러니 던져놓고... 어떻게 아저씨 곁을 떠나야 할지...걱정이네..." "떠나지마... 왜 떠난다는 말을 해..." "제 몸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헤헤... 참...삶이 부질없다고 하더니... 아저씨한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게 없네요..." "혜주야... 우리 아이는 나중을 기약하고...제발 내 말 좀 들어..." 혜주가 내 얼굴을 부여잡은 채 몸을 떨어트렸다... 이미 혜주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지듯 흘러내리고 있었고, 날 찬찬히 바라보는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진짜... 나한테 왜 이러니...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 사랑해요." "..." 혜주는 그대로 내게 입맞춤을 해준다...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사랑이라는 말을 하면서 내 얼굴을 잡고 진한 키스를 해준다...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전해지는 감촉을 그대로 얼굴에 느끼며... 난 혜주의 키스를 받게 되었다... ---------------------------------- 혜주의 애절한 부탁으로 인해 의사선생님의 허락을 받게 된다... 아니... 이미 의사선생도 혜주의 간절한 부탁에 수긍을 한 듯 보였다. 다만... 이제부터는 병원에서의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말에 혜주도 아기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각오했다는 듯 머리를 끄덕인다. 그렇게 혜주와의 병원 생활이 이어지게 된다. 정말 지긋지긋한 병원인데... 지금은 기댈 곳이 이 장소밖에 내겐 없었다... 난 또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다. 잦은 신청으로 회사가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난 상관없었다... 지금 혜주 옆에 있어주질 못한다면... 난 평생 동안 후회와 고통을 안고 살아갈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휴가 신청을 냈고,.,,, 부장에게만 혜주의 얘기를 하게 되었다.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부장은 최대한 시간을 보장 할 테니 휴가신청대신에 조퇴신청을 하라는 말로 날 돌려보냈다... 병가와 조퇴를 알아서 내 줄 테니 회사일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난 혜주가 있는 병실을 향해 집에서 챙겨온 용품들을 들고 회사를 나선다... 고마운 삼구가... 기약없는 혜주의 병실 값을 일부 미리 지불해 놓은 상태였기에... 혜주는 또 일인실에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병원에서의 길어질 시간을 느끼며... 병실에서의 첫 날밤을 잠 못 이룬 채... 환자복을 귀엽게 입고 있는 혜주와 같은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아저씨..." "응?" "아저씨는 아들이면 좋겠어요? 딸이면 좋겠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 아이면 다 예쁠 텐데..." "그래도요... 첫...째는...아들이 좋겠죠?" "...확실한건 둘째건 셋째건 딸은 꼭 있어야 돼." "왜요?" "너 닮으면 얼마나 예쁘겠냐?!!!. 그러니까 꼭 딸은 있어야지." "피~~" "..." "음~~~ 그럼 딸로 해요." "뭘?" "지금 뱃속에 있는 아가요... 딸로 해요." "큭... 그게 맘대로 되나?" "기도하면 되죠..." "기도? 내 기도는 하나도 안 들어주더라..." "..." "..." 말을 해놓고... 나도 모르게 병실에 침묵을 이끌어 냈다... 수없이 혜주를 살려달라고... 그리고 계속 내 옆에 있게 해달라고... 수도 없이 기도를 한 나였지만...어느 하나 들어주지 않는 존재는 역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 일거라는 생각에 무심코 던진 말이었는데... 그런데 혜주도 기도를 하나 보다... 가만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혜주의 눈에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모른 채하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혜주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르는지... 가만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기에... 손으로 눈물을 훔쳐 준다... "어... 눈물이 왜 나지..." "바보..." "크크... 아저씨한테 바보라는 말 들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 "...그거 욕인데?" "그런가?...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 "풋...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웃어... 내가 말했잖아... 넌 웃는 게 정말 예쁘다고..." "크크... 에고~... 저 잘래요..." "피곤해? 그래... 내려갈게..." "아...아뇨... 옆에서 같이 자면 안 돼요?" "불편하잖아..." 혜주가 고개를 젓는다...그리고... "무서워요..." "..." 혜주는 눈을 감은 채... 내 손을 놓지 않는다. 난... 천천히 혜주의 머리에 팔베개를 해주며 눕게 되었다... 당연히... 당연히 무서워할 거라는 걸...이제야 깨달게 되는 나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혜주는 전혀 내게 내색하지 않았기에... 나도 그렇게 대하면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스물 둘인데...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여자아이는 지금 내게 엄마로서...그리고 부인으로서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태연하게 보여줬기에... 가끔 잊게 된다... 혜주가 어린 여자 아이란 걸 말이다... 눈물을 흘리며 잠을 애써 청하는 혜주에게... 지금 순간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팔베개 밖엔 없었다... 내 존재자체가... 너무 나약하고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기에... 난 입술을 깨물게 된다... =================================== 끝내 아기를 포기 못하는 혜주였기에... 이미 말기까지 도달한 혜주의 폐로 하루하루가 힘이 든가보다. 폐라는 기관자체가 호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관이었기에 혜주의 건강은 날이갈 수록 나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