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20편 (20/49)
근데 아저씨가 저거 다 사준거에요? 그걸 혜주가 받았고요??" "받기는... 거의 협박하고 강제로 결제해서 산거지..." "아!~~ 그럼 그렇지... 나 같으면... 아후~~" "크크크" "아저씨!" "응?" "전 뭐 없어요??" "응응응!!" 혜주가 무섭게 노려보며 수이에게 밥이나 마저 먹으라는 시늉을 한다. "쳇... 이거 애인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응!!" "애...애인은... 오빠...아니...아...아빠라니까..." "아빠는... 무슨 아빠가 저렇게 지극정성이에요?... 그런 아빠 있으면 저 좀 소개시켜줘요!... 이 한 몸 불살라서 평생 아빠로 모실 테니..." "무,,뭐??" "아니다... 아저씨!! 저 어때요... 비록 혜주보다 좀 떨어지긴 하지만... 뭐 나이는 같고... 같은 여대에..." "으응응!!!!" 혜주가 아까보다도 더 세게 수이의 허벅지를 꼬집기 시작했다. "아~얏!! 아파!! 참나... 누가 진짜 뺐는데!! 농담도 못하냐!" "응!!" "아!! 아저씨..." 수이의 부름에 혜주가 다시 경계를 하며 손을 움직일 준비를 한다... 수이는 잠깐 혜주의 표정을 살피곤 그대로 말을 이어나간다. "혜주 학교요... 이번 주까지 재 등록안하면 위험하다던데요..." "그래?? 그럼 하자." "진짜요?" "응..." "으으으응응!!" 혜주가 이번에는 우리말을 가로막으며 서둘러 노트를 찾아 일어났다...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놓고는 엎드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저 학교 안가요!!!! "왜? 아저씨가 도와준다고 하는데,..."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참나. 복에 겨운 소리 하네. 혜주야 너 성공해서 동생들 데려온다며. 그럼 학교 다녀야 성공할 거 아니야!!" -지금도 아저씨한테 도움 많이 받았어. 그러니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수이야. 혜주 말은 무시하고 여기 카드 줄 테니까, 이걸로 계산 좀 대신해줘." "카드 안 돼요. " "응? 카드가 안 돼?" "예. 입금하거나..." "그래?, 그럼 계좌번호 좀 줘. 내가 하지 뭐..." "예..." 수이가 가방에서 메모를 찾아 꺼내 내게 건네주는데. 역시 혜주가 냅다 달려들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메모지를 뺏으려는 듯 달려든 혜주가 날 밀치게 되었고, 내 위에 혜주가 몸을 비스듬히 포개며 내 위에 반쯤 눕게 되었다. "어! 얘가 왜이래..." "응응응!,!" "글쎄!! 나중에 갚으라니까..." "응!"(혜주가 고개를 흔든다.) "몰라 난 무조건 입금할거니까... 다니든 안다니던 네 맘대로 해."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혜주를 번쩍 들어 옮기지 못한 채... 잠시 동안의 뒤엉킴이 발생했다. 그때 의미 모를 미소를 짓기 시작한 수이가 한마디를 무심하게 뱉어냈다. 그 말에 나는 미소를 짓게 되었고, 혜주는... 가뜩이나 힘을 주고 있어 빨개진 얼굴이 한 층 더 빨개져 홍당무가 된 체하던 행동을 멈추게 되었다... "참나. 밤일은 밤에나 하시지!!~" 정말로 무섭게 수이를 노려보는 혜주였기에 수이가 급하게 화재를 바꾼다. "근데... 이 많은 옷들을 어디다가 다 둘 거예요?" "응?? 그거야 혜주바...?..." "혜주 방이 어디에요? 거실 이예요, 안방이요? 아... 안방이라고 했지...그런데 안방 보니까 옷 넣을 곳 하나도 없을 거 같던데..." "아~ 옷장..." "으응..."(급하게 글을 적는다.) -동미에 옷장 있는데. 동미장의 옷장이라... 그 90년대까지 나왔다던 종이도 아니고 면도 아닌 비닐과도 같은 이상한 재질의 휘청 이는 분홍빛의 바랜 옷장이 생각이 났다. 그래도... 새로 산 옷이 좋긴 한가보다... 벌써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아니... 난 혜주가 아까부터 저기 놓여있는 옷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걸 진작 눈치 챘지만, 혜주의 성격을 알기에 모른 채 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은 나만이 받은 것이 아니었나보다... 내가 수이를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정말로 친구의 행복에 자신도 행복해지는 듯... 얼굴에 번져가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크크... 지지배... 좋긴 하나보지?!!" "으응!" (수이의 짓궂은 말에 당황하듯 고개를 절래 흔들며 혜주가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근데... 이거 다 입어보고 산거야? 아저씨 센스로 보면... 전부 야시시 한 거 아니야?" "내, 내가 뭘..." "아저씨 직업이 다 말해주는데요, 뭐!..." "..." 혜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옷이 쌓여있는 구석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기에 수이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게 된다. 문득 혜주의 표정이 약간 어둡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아마도 또 동생들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이건 착한 혜주의 마음속 한구석은 아직도 자신이 죄인인 듯 착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 수이야 그럼 지금 갈까?" "예?" "잠깐만..." 나는 혜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조그마한 행복을 찾아줘야 했다.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선 옷장 안에 넣어둔 이불들을 다 꺼내 들고 깨끗이 치워진 작은방에 또 구박을 듣기 싫었기에 잘 포개어 내려놓고는 이불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빼두었던 옷장의 칸막이들과 봉을 작은방에서 찾아와 다시 설치를 하기 시작했다. 귀차니즘에 걸려 있던 받침대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이것들만 던져놨었기에 설치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휴~~ 이것도 힘드네... 자... 혜주야 너 옷 여기다 다 정리하고 있어... 그리고 화장품은...우선 저기 다이위에 올려놓고." "..."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혜주였기에 약간의 쑥스러움을 느끼며 나는 수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수이가 좀 도와주고, 난 돈 좀 붙이고 올께." "지금요?" "응. 혜주가 도망가기 전에 얼른 돈부터 붙여야지..." "하긴... 저 지지배가 하도...아얏! 아파 이것아..." "..." 어느 정도 혜주가 만들어준 죽을 비운 뒤라 난 그대로 재킷을 걸치고 둘만 내 집에 남겨두고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은행으로 걸어간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혜주가 다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준비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나였기에 첫 번째인 등록금만이 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메모지를 꺼내 본다. 약 270만 원 정도의 등록금과 함께 지정된 은행에서만 납부가 가능하다는 메모가 있었다. 지정된 은행은 조금 걸어가야 했기에 다시 주머니 속에 메모지를 소중히 넣고 천천히 걸어간다. 혜주에게 이제는 정말로 자신의 공간을 꾸밀 시간을 더 오래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내 눈에 핸드폰 가게가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혜주는 핸드폰이 없었다...,... "저기... 여대생인데요. 선물할건데 제가 사줄 수 있죠?" "예! 당연하죠." "그럼 가장 인기 있는 걸로 하나만 골라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주민등록증 가져오셨나요? 명의는 선생님 것으로 하실 거죠?" "예... 여기 있습니다." 점원의 익숙한 필기와 내민 서류에 사인을 하곤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받은 폴더식 핑크빛이 감도는 내가 보기에도 여자들한테 인기 있어 보이는 핸드폰을 케이스채로 들고 난 가게를 나와 다시 은행으로 향한다. 어느새 은행에 도착했고,, 손님으로 막상 은행에 들어오게 되니 좀 어리버리해진 난 창고 직원에게 다가가 어색하게 등록금 납부 건으로 왔다는 말을 건넸고, 역시 익숙한 듯 혜주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본다. 주민등록번호... 서둘러 수이한테 전화를 걸어 혜주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는데... 역시 혜주가 말을 해줄리 만무했다... 난 그때 본 혜주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억해 내려 애를 쓴다. 몇 번이고 확인하듯 되내였던 숫자였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을 해 냈고, 우선 검색을 요청했다. 다행히 내 기억력이 녹슬진 않았나보다... 납부를 하고 달랑 한 장의 절치선이 두 군데 나있는 영수증을 소중히 챙겨 주머니에 넣고는 1시간 지나서야 은행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한손에 핸드폰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수이였다. "여보세요?" [저요. 납부하셨어요?] "응. 왜 시끄러워?" [나왔어요. 지지배가 옷 정리하다가 꼴사납게 울기 시작하잖아요...] "너도 알잖아... 동생들 때문에 그런다는 거..." [알죠... 그런데 당장 지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그럼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노트에다가 이거 환불하면 더 일찍 동생들 데려올 수 있을 거 같다고... 진짜로 진지하게 저 쳐다봐서 짜증나서 한바탕 하고 나왔어요...] "..." 매번 느끼지만...역시 혜주답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옷을 사줬는데도 혜주는 역시 자신의 꾸밈에는 관심이 없나보다. 아니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22살 나이의 여자아이가 자신이 예뻐지는 것에 어떻게 관심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 그래도 이해해줘...혜주가 얼마나 힘들겠니..." [...아저씨보다 제가 더 혜주 잘 알거든요!!] "알지...나도 알아... 그러니까 이해해 달라는 거지." [어휴... 하옇튼 우는 거 보고 나왔으니까... 죄송해요, 괜히 아저씨한테 부담만 드리는거같아서... 그래도요 솔직히 전 아저씨를 혜주가 만나서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행?" [예... 처음에는 다른 남자처럼 혜주한테 빠져서 이상한 짓 하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아저씨라면 어떻게 해도 될 거 같아요...호호호.] "큭... 너 혜주 친구 맞냐?" [친구니까... 이런 말 하는 거예요. 솔직히 혜주 알잖아요. 악착같이 살면서도 정작 자기 속은 못 채우는 거... 혜주한테 말하지 마세요...제가 생각했을 땐 혜주 저렇게 돈 모아봐야 평생 동생들 못 데려와요...] "왜? 일 년이면 1000만원 넘게 벌 텐데..." [세 명이 살 집이 얼만데요? 5000은 넘게 있어야 될걸요...제가 이기적인진 모르지만... 혜주 얼마나 예쁜데요... 저렇게 살면 안 돼요...]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라서... 혜주 행복하게 해주려고..." [예!! 믿어요. 저 진짜로 아저씨 다시 봤어요... 혜주 죽었다고 따라 죽으려는 거 보고...] "또!... 그 얘기는 그만해라... 창피하게..." [전 아저씨 편이라는 거죠!...그래서 한 가지 알려드리면요... 혜주가 귀에 무지 예민해요.] "무...무슨..." [그냥 알아두시라고요... 호호호호호호... 그럼 전 이만 집에 갈게요~~] 전화의 종결 음을 들으며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머릿속에는 '귀'라는 단어가 난무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상상할수록... 길을 가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젓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더 창피해진 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문득 새로 연 꽃가게가 눈에 들어왔고,, 난 홀린 듯 향기에 취해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의외로 남자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 때... 남자가 다가와 내게 무슨 꽃을 포장해 줄지 물어본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작은 5개의 분홍색 꽃잎이 어우러져 앙증맞게 피어있는 종이 눈에 들어왔다. 수줍게 웃는 혜주의 이미지와 금세 겹쳐졌기에 처음 생각했던 장미를 뒤로하고 그 꽃을 손으로 가리키게 되었다. 너무 티가 날거라는 생각에 주인에게 가볍게 줄기만 가릴 정도로 포장해 달라고 하곤 주인의 큰 손에 흔들리며 모아지는 한 움큼의 꽃을 보고 서 있었고, 그 꽃을 들고 꽃가게를 나오게 되었다... 한 움큼의 꽃송이를 들고 남자 혼자 걸어가는 것이 이렇게 창피한 일인 줄은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꽃 선물은 난생 처음이었고, 그것도 상대가 혜주이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금 더 빠르게 걷던 나는 겨우 집에 도착했고, 역시 무의식적으로 무음으로 번호키를 누르고 혹시나 내 선물을 단번에 눈치 챌 혜주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방문이 열려 있었고, 거의 다 정리하긴 했지만 아직도 옷들이 침대위에 올려져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중 옷한벌을 양손으로 잡고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는 혜주의 쓸쓸하고 멍한 모습을 보게 된 나는 어쩔 수 없이 인기척을 낸다... "으음!!" "..." 혜주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데... 수이 말대로 울었는지 약간은 볼이 상기가 되어 있는 혜주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난 이유를 모른 채 선물을 서둘러 등 뒤로 숨기게 되었다. 잠시 날 바라보던 혜주는 옷을 내려놓고는... 갑자기 내게 와 안긴다... 혜주의... 가슴이 내 가슴 아래에 닿았다... 팔을 뒤로하고 있었기에... 혜주의 포옹을 제대로 받아주지도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은 채 서 있게 되었다. 가만히 내 품을 안고는 얼굴을 내 가슴에 묻고 있는 혜주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혜주야..." "훌쩍..." 내 가슴에 눈물을 닦고는 내게서 떨어진다... 아쉬움이라는 단어가...잠시 눈을 비비고는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소리나게 모아 때렸다... 큰소리에...깜짝 놀란 나를 뒤로하고 혜주는 보란 듯 내게 미소를 지어준다... 힘들어도 힘든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조금은 기대도 될 텐데 말이다... 혜주는 아마 자신이 울고 있던 모습을 내게 보여주기 싫었나보다. 잠시 내 혼을 빼놓은 혜주는 내 품을 손을 둘러 안았기에 뒤에 내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지 내 등 뒤에 숨겨진 물건을 훔쳐보려는 듯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기울인다... "왜?! 이거 니꺼 아니야!!" "으응!" "누가 뭐래요? 라고 한거지?!!" "하하!!" 웃음만은... 혜주의 웃음만은 변하지 않았는데... 예전의 고운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혜주가 내게 등을 돌리곤 방으로 들어간다. 정리하던 옷을 대충 넣으려는지 개기 시작했다. 천천히 따라 들어간 나는 혜주의 얼굴에 꽃을 내밀었다. 생각지도 못한 꽃 선물에 혜주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이내 꽃 내음를 맡아보려는지 코를 가져다 댄다. 꽃을 내밀고 있는 내손이 무안한 것도 모른 채 침대에 개던 옷을 들고 앉아서는 한참을 꽃향기에 취해 눈을 감고 있었다. "바. 받아... 무안하게..." "...^^..." "그. 그냥 지나가다가 예뻐 보여서 사 온 거야..." 혜주가 서둘러 노트를 가져온다. 그리곤 익숙한 볼펜 볼의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저씨 이 꽃,., 분홍색 제비꽃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제비꽃... 몰...몰라..." -순진한 사랑. 그중에서 분홍색은 진실한 사랑이레요. "..." -제가 제비꽃 좋아하는 거 수이가 말해줬어요? "아니..." -와! 아저씨 의외로 센스 있다... 전... 제비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다른 꽃은 향이 금세 익숙해지는데, 제비꽃은 계속 가거든요...거기다가 진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도 좋고, 그리고 바이올렛이 분홍색 색명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이게 제비꽃이란 영어라는 거 알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됐고요. 꽃 이름보다 색깔로 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져요... 저도 죽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장혜주라는 이름보다 열심히 살았던 아이라고 막연하게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고 있거든요. 이름보다는 그 이름 속에 있는 색깔로... 혜주의 장문의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난 살면서 남의 시선에 별 상관하지 않고 살아왔었는데...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 남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지는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나보다도 어린것이 꽃 하나에도 이런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자 멍하니 혜주의 글씨만 바라보며 감동을 받게 되었다. 글을 쓰던 혜주는 내게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볼펜을 굴리지 않고 있는다... "그렇구나... 이게 제비꽃이구나... 난 제비꽃은 전부 노란색인 줄 알았는데..." -색깔이 얼마나 많은데요. 작고 예쁘고...색도 많고. "응...아고 난 씻어야겠다... 오랜만에 좀 걸었더니 피곤하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건네준 꽃에 다시 눈을 감고 코를 묻는 혜주를 보며 슬그머니 핸드폰케이스를 침대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그리곤 샤워기의 물을 틀어 놓았다. 역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 '쿵!쿵!쿵' "야야! 문 부서져! 그리고 그것도 이미 개통도 다 해놓은거라서... 환불 안 된다... 위약금이 30만원이라고 듣고 왔으니까!! 마음대로 해..." "응응으응!!" "몰라!! 네가 버리든 말든 맘대로 하라고! 어차피 요금은 계속 나올 테니까... 그리고 문자 위주로 하는 무슨 팅인가 하옇튼 그거 등록해놨으니까!" "..." 조용해 졌고, 샤워기의 물을 잠그지도 않고 조금 더 화장실에 있던 나는 소리죽여 문을 연 후 혜주가 있는 방안을 몰래 훔쳐본다... 신기한 듯 침대에 엎드려 누워선 종아리를 들어 교차하듯 움직이며 핸드폰을 이것저것 눌러보고 있는 혜주의 모습이... 천상 여대생이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제야 혜주가 날 발견하고는 서둘러 바로 앉고는 얼굴이 빨개진다... "크크크크크크크..." 혜주가 날 또 귀엽게 노려본다... 저런 눈 흘김이라면 평생 받으면서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혜주는 노려보던 시선을 걷고는 다시 내 앞에서 서툰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만진다... '나라라라~~' 내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핸드폰을 꺼내보자 문자1건이 왔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저씨.자꾸 그러면 혼나욧!]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록 문자를 통했지만 혜주의 귀여운 앙탈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게 되었다. 이렇게 귀여운 혜주라면... 잠시 후에 혜주가 나로 인해 고통 받게 된다는 것도 모른 채 이성과는 달리 혜주의 모습에 점점 더 사랑에 빠져들게 된 나다... 10. 제비꽃 아침 일찍부터 혜주가 밥을 차려주고는 한참을 옷을 고르고 있다. 오늘은 혜주가 처음 복학하는 날이다. 어차피 난 병가로 한동안 출근을 하지 않기에 굳이 아침을 챙겨 먹을 이유가 없었는데도 혜주는 요지부동 아침 6시만 되면 일어나 밥을 차려준다. 날 깨우지 않기 위해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도 나지 않게 조심히 손을 움직이며 거실에 누워있는 날 최대한 아껴주고 있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혜주가 흰색 가디건에 속에는 검은색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티와 바지는 청바지를 입고 내게 보여주려는 듯 방에서 나온다. 밥숟가락을 들고 그대로 혜주의 옷을 보는데... 예쁜 옷도 많이 사줬는데 왜 저렇게 입은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내 멍한 시선에 혜주가 골을 낸다. "으으응!" "응?... 아!... 그것도 예쁜데... 왜 그렇게 입고 학교를 갈려고 그래? 2년만인데,,, 이쁜거 많잖아..." 노트를 들고는 적는다... 핸드폰의 문자를 쓰는 건 아직 버겁나보다. -이게 편해요... 무슨 패션쇼하는것도 아닌데. "그래도...이왕이면 화사한 치마 입어..." -무릎위로 올라가는 치마... 안 입은 지 오래돼서... "잠깐만... 내가 골라줄게!" 밥숟가락을 그대로 내려놓고는 방으로 들어가 이제는 혜주의 옷장이 되어버린 예전의 내 이불장을 열어본다. 참... 사람의 성격이라는 건 옷정리 상태에서도 알 수 있다더니... 원피스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키 재기 하듯 옷장에 걸려 있는 옷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군대도 안다녀왔으면서 무슨 티들을 각을 잡아 놓은 건지... 색깔별로 딱딱 각이 맞춰 놓여 있는 티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아래 서랍장도 열려고 허리를 숙이게 되었다. 분명히 짧은 치마도 샀는데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허리를 숙이는데... 갑자기 놀란 혜주가 내게 달려와 내 손을 잡으려고 했다... 이미 반쯤 열린 서랍장에는 두개의 무덤들로 이루어진 브래지어가 병정들처럼 잘 정리되어 줄을 서고 있었다... 브래지어와... 작고 작은 팬티마저 네모났게 접어서 포개놓은... 그리고 오른편에 팬티와 마찬가지로 각잡아 잘 접은 짧은 치마들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이내 혜주의 손에 의해 서랍장의 문이 닫히게 되었다... "놀래라... 어차피 내가 다 보고 사준 건데... 뭐가 창피하다고..." "..."(또 흘겨본다...근데 얼굴이 조금씩 빨개진다...) "큭... 알았어... 이제 봄도 다 지나갔으니까 짧은 치마 좀 골라 줄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