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17편 (17/49)

2026-10-05 17:02:11 조회 9
"그래...내가 왜 이렇게 힘이 들어야 되는지 혜주한테 따지면 되는구나... 혜주를 만나고 혜주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이렇게 날 고생시킨 이유를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간단한걸...?? 왜 이제서야 깨달은 건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난 미련했다...크큭... '이렇게 간단할걸... 뭐가 그렇게 어려운건지... ' 중얼거리며 나는 잠시 두리번거려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날 도와주듯 지금 내가 누워있는 병실 안 환경은 간단한 방법을 말해주고 있었다. 팔에 꽂혀있는 링거의 주사 바늘이 보였고, 튜브가 보였다. 손을 뻗어 링거액의 튜브 부분을 뽑아 바닥에 떨어트렸다. 역시... 생각대로 들어오던 주사액대신에 역류하는 내 피가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가슴이 잠시 떨리긴 했지만 생각 외로 편안해 진다... 죽음이라는 게... 평소 생각처럼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조금씩... 몸에 오한이 찾아오는걸 느끼기 시작했지만... 이제 곧 혜주의 품에 안기면 따뜻해 질것이 분명했기에... 참을 만 했다. 아니 참을 수 있었다... 잠을 그렇게 많이 잤는데... 또 눈이 서서히 감긴다... 실실 웃으면서... 혜주를 찾으려는지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머리맡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말로만 듣던 천사들의 종소리였구나... 그럼 혜주를 찾아야 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삐~삐~삐~삐~~~~~ ========================= 귀가 시끄럽다... 누가 날 부르는데... "야!! 김민호!!! 이게 진짜 죽을려고..." 보미는... 천당까지 날 쫓아왔나 보다...참나... 정말 이 여자랑은 생각보다 질긴 인연이구나... 그럼 혜주는?? 아 저기 있다... 왜 우냐... 바보처럼... 엉??,... 옆에 수미도 있네... ' 침침한 눈에 힘을 줘 집중을 했고 그제야...내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혜주의 우는 모습을 보며 저기 서있는 혜주가 살아 있는 게 맞는다면...난 죽지 않은 걸 정말로 다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혜주가 저기 서서 울고 있었지만... 정말 신에게 감사를 하게 된다... "자기야... 여기 혜주 왔어... 자기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쫓아갔던 혜주 왔다고... 이게 무슨 짓이야..." "..."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입을 땔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자기 바보냐? 진짜 죽으려면 이 바이탈체크기 뺏어야지... 나 죽으니까 구하러 와라~~하고 광고하냐?" '아!~~...저게 날 살렸구나...' 보미는 말을 하고는 의사를 불러온다. 방안에서 잔잔하게 훌쩍이는 혜주의 울음소리가 오히려 내게 힘을 준다... 한참이 지나서 온 의사는 나를 보며 혀를 찼고,,혈압과 심박을 재고는 잠시 내 눈에 펜형 라이트를 비춰 확인한다... "김민호씨. 병원에서 자살했다고 소문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 "담당의가 저라는건 알고 계시냔 말입니다..." "죄...죄송합니다." "지금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줄 아세요? 당장이라도 손하고 발 다 속박벨트로 묶어 놓고 싶은 거... 저기 예쁜 아가씨가 사정을 하도 간절하게 해서 놔두고 있는 겁니다. 지금 김민호씨 상태 많이 안 좋아요!. 알코올성 지방간에 수치도 정상에서 전부 오버됐단 말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 주무셨어요? 거의 잠도 안 주무셨죠? 그러다가 정말 영원히 잠들 수 있다는 거 모르세요? 하긴... 죽으려는 사람한테 이런 말 하는 저도 웃기지만... 하옇튼 여기 보호자 분들 중에서 한분은 꼭 대기해주세요. 아니면 저희로서는 묶어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는 서 있는 세여자중에 유독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혜주를 바라보며 꼬집어 내듯 얘기를 하곤 나갔다. 혜주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난 정말로 온 힘을 다해 몸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혜주 앞에서 이런 창피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었고, 이 나이에 자살소동이라니... 손이 떨리는지 가슴에 밀착한 손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고는 내게 천천히 다가온다. 혜주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듯 나는 혜주의 발부터 확인했고,내 앞까지 당도한 혜주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충혈된 혜주의 눈은 눈물을 흘리며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부여잡고 있는 손을 푼다... 내 손을 잡아주려는 줄 알고... 난 천천히 손을 올리는데... 혜주가 내 따귀를 소리 나게 때렸다... 병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랬고,, 나도 놀랬다... 한 달 반만에...혜주와 처음 만나서... 따귀를 맞았다... 그것도 수혈까지 받고 있는 환자인 나를...가차 없이 있는 힘껏 세게 따귀를 날렸다. "야! 이...이년이 왜 우리 자기 때리고 지랄이야!!" "으윽윽!!" 혜주는 아직도 말을 못하나보다...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노려보며 혜주의 손을 잡은 보미인데도... 혜주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울며 오히려 보미를 꾸짖는 듯 울부짖었다... 꾸짖는 게 분명했다. 비록 말은 못했지만... 내 귀엔 혜주의 말소리가 보미에게 왜 날 제대로 지키지 못했냐는 꾸짖는 소리로 들려왔다. 그리곤 다시 날 노려본다... 자신도 말을 못하는 게 답답한지...가슴을 연신 두드리며 울기를 반복한다... 서럽게 어버버소리를 하면서 천천히 내 가슴과 자신의 가슴을 번갈아 두드리며... 혜주의 손을 잡아야 하는데... 죄인처럼 나는 그저 혜주의 원망을 듣고만 있다. "죄송해요..." 뒤에 있던 수이가 고개를 숙인 채 누군지 모를 상대에게 말을 한다... 물론 나겠지만... 꿈에 그리던 혜주가 앞에 있었기에 수이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혜주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고, 이내 자신이 시켰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계속 고개를 젓고 있다. "괘...괜찮아... 내가 바보 같았지 뭐." "어엉응..." "아냐... 정말 내가 미안해... 나이 먹고 질투나 하고... 혜주가 또래 남친이 있다고 해도. 혜주인데... 괜히 질투 때문에 그랬어... 정말 미안해..." "어??" (혜주의 눈물을 흘리던 눈이 이게 무슨 말이냐는 듯 동그랗게 커져서 의아한 듯 날 쳐다본다.) "괜찮아. 이제 나 다 해탈했다... 사람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면 많이 변한다고 하잖아...이제 다 괜찮아...그냥..." "엉어!!" "응?? 나 다 봤어... 오해는 무슨..." "어어응!!!" "아니라니... 뭐가 아니야..." "으엉!!!!!!!!!" "남친이 아니라고?? 그럼 그때 같이 웃으면서 즐겁게 집에 갔던 남자는 누군데??..." "어윽~!!!!!" 혜주는 또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린다... 그때 갑자기 수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근데... 저기... 둘이 지금 대화하는 거 맞아요?" "응?? 뭐가?" "아니... 혜주 말 다 이해하는거에요?" "뭐가? 그럼 혜주가 말을 하..." "참나...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난..." (보미가 기가 차다는 듯 옆에서 한마디를 던진다...) 초능력이 생긴 건가...무슨 말도 안 되는... 이상했지만... 혜주의 어버버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듯 느껴졌고, 내 대답에 혜주도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이어나갔으니...아마 혜주의 벙어리음을 내가 이해한 게 맞는거 같았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지금 혜주의 말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다면... 모든 사건의 발단인 그 날의 상황이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 분명했기에. "혜주야 그럼 그 남자는 누구야?..." "어어엉...어엉어어..."(혜주가 병실 창밖의 산 쪽을 힘주어 가리킨다. 그리곤 허공의 네모난 모양의 사각형을 그리며 젓가락질을 하는 흉내를 낸다.) "동미장?? 거기... 할머니 아들?..." "엉어" (손을 저으며 한층 아래로 내리는 시늉을 한다. 그리곤 다시 네모난 모양을 그리는...) "손주??...보자기...아!! 그 나눠 들었던 보자기속에 동미장 할머니가 싸준 반찬이 들어있었다고?" "엉!!!!" (혜주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냐 이 상황은... 자기야... 그럼 지금 단지 오해 때문에 일어난 질투로... 참나... 이... 미친놈!!" ".,..." "아고... 내가 미쳐!! 난 또 무슨... 진짜 어이없다... 나 갈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자기 나중에 몸 낫고 나서... 나 좀 보자..." 보미가 한숨을 쉬며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눈빛을 거두며 병실을 나갔고,, 아직도 신기한 듯 우리를 쳐다보던 수이도 혜주와 같이 가려다가 혜주의 눈빛을 보고는 혼자 집으로 향해 병실을 비워준다... 이 인실에 혼자 독방처럼 쓰고 있던 나였기에... 병실 안에는 나와 혜주만 남게 되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진다... 아니 난 혜주를 바라봤고, 혜주는 날 바라보다가... 이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내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너무도 많은 말을 주고 받은 듯 느껴졌다. 그날의 피에 대한 것은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니... 더이상 상관없었다... 혜주가 비록 처녀가 아니더라도...그게 내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남자친구가 아닌 하룻밤의 실수일지라도 혜주는 혜주고, 혜주일 수밖에 없다는 걸 죽자는 결심을 가졌던 순간 절실히 느꼈으니까 말이다... 얼굴을 더 보고 싶은데... 혜주가 고개를 숙였기에 보이질 않았다... 다시 한 번 링거에서 떨어지는 액체를 확인해본다... 혹시 이게 꿈은 아닌지... 아니면 환상은 아닌지 확인을 해보고 다시 혜주를 바라봐도... 혜주가 그 자리에서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을 뻗어 혜주에게 가까이 힘겹게 이동했을 때... 혜주가 내 손이 움직이는걸 숙인 고개로 바라봤는지 자신의 손을 침대위로 올려 잡아준다. 혜주의 고운 손이... 한 달반이 지난 지금 날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너무도 거칠어져 있다...가늘고 얇은 손가락이 전부 부르트고 갈라졌는지 잡은 내손에 전해지는 혜주의 부드러움은 더 이상 없었다. 손을 돌려 혜주의 손바닥을 보게 된다... 순간 혜주가 창피함을 느꼈는지 얼른 손을 뺐지만... 난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반찬고까지 붙어 있는 혜주의 손을 말이다... 정말로 미안해지고 내 우유부단과 질투라는 감정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만난다면 꼭 혜주에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담아두었던 설득을 시작했다. "혜주야... 다시 돌아와... 이제 다시는 너 그렇게 내 쫓듯 내보내지 않을게..." "..." 혜주가 많은 말을 하고 싶은지 메고 있던 가방에서 내가 처음 전해줬던 검은 노트 대신 전보다 작아진 여학생에게 제법 어울리는 노트를 꺼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볼펜 굴러가는 소리에 혜주가 내 앞에 있다는 걸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노트위에서 놀고 있는 혜주의 손을 지켜본다...정말로 돈이 많이 되는 힘든 일만 골라서 한 듯... 손에 상처가 더 많아 졌다. 아직 딱지도 다 없어지지 않은 상처도 보인다... 애처롭게 혜주의 손을 보고 있는데. 글을 다 적었는지 내게 노트를 내민다... 받은 노트 겉면에... 수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었다...그럼 그렇지... 나는 피식 웃고는 혜주가 적은 페이지를 다시 들쳐봤다. -안 돼요. 저 지금 일하는 곳에서 인기 많아요. 그 대신 아저씨 다 낳을 때까지 매일 저녁마다 편의점 알바 하러 갈 때 잠깐씩 들릴게요. "편의점... 너 지금 아르바이트 몇 개나 하는데?" 내 말에 대답대신 미소를 짓는다. 잔잔하면서도 자신의 힘든 처지를 숨기려할 때 꼭 보여주는 혜주의 미소는 메마른 내 감정에 뭔가 '찡~'하게 만드는 결코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그런 복잡한 의미로 전해진다... 내 불쌍한 혜주를 바라보는 눈빛이 자신에게 계속 쏠려 있다는 게 이내 부끄러운지... 다시 서둘러 가방을 뒤진다... 양...말... 너무도 익숙한 혜주의 보물인 검은색 양말을 꺼낸다... 그리곤 주섬주섬 양말 안에서 어렵게 통장을 꺼낸다. 새로 만든 지 얼마 안돼 보이는 통장을 꺼내서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내게 자랑하듯 넘겨준다... 통장 안에는 개설한지 불과 20일도 안된 날짜가 찍혀 있었고, 거기에 140만원이라는 큰 금액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계좌 이체 이력이 없었다. 돈을 입금 받은 날 의례 동생들에게 일부를 보내는 혜주였는데... 달랑 20일전의 거래내역이 한건이다. "왜 동생한테 돈을 안 보냈어?" 무심한 내 질문에... 혜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혜주의 표정으로... 까맣게 잊고 있던 작은 아빠의 소행과... 그로 인해 더 이상 동생들에게 돈을 보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난 괜한 질문으로 또 혜주를 괴롭히는 거 같아... 서둘러 사과를 하며 화제를 돌렸다. "미...미안... 근데 이렇게 돈 벌면 금세 방값 나오겠네... 얼른 동생들 데려올 수 있겠다." 내 말에도... 혜주의 표정은 쉽게 풀리질 않는다... 잊기에는 너무 큰 상처였기에 삼자인 나로선 아무리 아픔을 공유하려고 노력해도,, 혜주의 아픔의 십분지 일도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다는 건 당연했다. "혜주야... 돈 빨리 벌려면 다시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게 좋지 않을까?" 이내 표정을 바꾸려는지 잠시 고개를 가로 젓고는 혜주가 날 바라본다. "내가 혜주 일하는 곳에 같이 찾아가서 다 사과드릴게... 혜주가 얼마나 일 잘하는지는 나도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고용주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거든... 그러니까 다시 돌아와 주면 안될까? 내 행동이 100% 잘못한 것도 알고 있으니까... 혜주야 내가 이번에 정말 반성도 많이 하고,, 후회도..." 내가 생각해도 구구절절... 무슨 스물두 살 처녀한테 프러포즈하듯 애원하는 것처럼 들렸기에... 말하던 도중에 혜주의 표정을 살펴보게 되었다. 혜주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분명히 내 잘못이 맞고,, 내가 했던 행동을 알게 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날 욕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난 혜주의 표정 하나하나의 변화를 살피며 지금처럼 횡설수설대신에 좀 더 진심을 담아서 혜주에게 얘기를 다시 이어가기 시작한다. "나... 너 죽었다는 말 듣고,, 정말 후회하고 고통스러웠어,, 너 만나러 가서 사과하려고 했고, 솔직히... 난 네가 정말 답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답답한 인간은 나였던 거 같더라고... 그러니까... 예전처럼 다시 나한테 아침밥 차려주고..." 혜주가 내 시선을 그대로 응시하듯 쳐다보더니 잠시 고개를 숙인다... 다시 아프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혜주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말을 덧붙이려 한다. "아...아니면... 내가 매장에서 자고... 넌 지...집에서..." 내 말에 혜주가 고개를 들어 날 째려본다. 역시 이건 아니었나보다... 나는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저 올곧은 시선을 보게 될 땐... 정말로 중범죄자가 된 듯 한없이 작아진다. 11살 차이라는 숫자는 이럴 때만은 소용없이 느껴지게 만드는 혜주의 눈망울이다... 혜주가 갑자기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부드럽고... 볼록하고,,,탐스럽고,, 이 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가슴만이 내 눈에 들어온다... 혜주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다시 내 손을 내려놓는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문구를 한 번 더 가리킨다... LOVE... 그러고 보니 이 깨끗하지만 벌써 팔밑단이 해진 분홍색 추리닝은 내가 사준 옷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사랑'... 그럼 혜주도 날 사랑한다는 말인가?? 날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던 혜주는... 노트를 들어 글을 적기 시작한다... 혜주의 움직이는 손이 정말로 슬로우모션처럼... 길게 느껴졌고, 굴러가는 볼펜심의 회전까지도 내 눈에 보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일초가... 일분처럼 아니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이 짧은 시간의 흐름이 혜주의 글을 보고 싶다는 내 커다란 욕망을 말해주는 듯 했다. 정말로... 날 혜주가 사랑해 준다면... -알았어요. 제 마음도... 아저씨 옆에서 더 있고 싶다고 말하는 거 같아요. 대신!... 약속해요. 마음...LOVE라는 단어가 아닌 자신의 심장을 가리킨 거라는 걸... 알게 된 나는 또 자신의 음란함이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조금씩 빨개지기 시작했고, 애써 숨기려 노력해본다. 방금 전 글보다 더 빠르게 휘갈기듯 자신의 감정을 실어 한참동안 글을 쓴 혜주는 다시 내게 노트를 건넸다. -다시는... 목숨가지고 장난치지 마세요. 아저씨 정말 바보에요?!. 저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아저씨가 왜 죽으려고 해요? 다시 이렇게 멍청한 짓 하면 다시는 아저씨 안볼거에요. 죽으면 어차피 못볼텐데...라고 말을 하려던 나는 혜주의 너무도 진지한 눈빛에 압도당해 어렵게 고개만 끄덕이게 된다. 혜주의 순수함에서 묻어나오는 카리스마는... 아무리 조폭이라도, 아무리 살인자라도 혜주의 말을 순순히 듣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할 말이 다 끝났는지,, 날 바로 눕히며 이불을 덮어준다. 혜주는 그대로 날 눕히곤 일어나 병실 문을 나가려고 했고, 나는 혹시나 지금 알바를 가려는 줄로 착각했기에 혜주를 급하게 불러 세웠다. "가...가지마...나... 아직 아파..." 사춘기를 지낸 이후... 아니 어머니가 날 떠나고 나 후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꾀병이라는 걸 부려본다. 지금까지 난 누구에게도 의지해본적 없었다. 아니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 환경자체가 내가 폐쇄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을 형성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갔고, 그게 삶에 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혜주를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그랬던 내가... 나보다도 한참 어린 혜주를 보며 응석부리듯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니... 아마 보미나 은행직원들이 보게 된다면... 비아냥거림과 조롱이 섞인 말로 날 나무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주를 이대로 보내기는 정말 싫었다... 그리고 어지럽고 메스껍고.머리까지 정말 아프긴 하다... "으으응!"(혜주가 손을 모아 빨래 짜는 시늉을 한다...) "아!~... 아...아... " 얼굴이 새빨개졌다... 혜주의 행동은 아마도 수건을 빨아온다는 걸 말하는 듯 했고, 난 방금 전 내가 뱉어낸 말에 창피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갔다. 그런 날 바라보던 혜주가 막... 웃기 시작했다... 혜주가 웃어주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단지 웃어주는데... 모든 아픔이 사라지는 듯 느껴진다... 눈을 감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에 정말로 모든 신에게 감사를 하고 있는데 내 얼굴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수건의 촉촉한 물기가 내게 전해졌고 미끄러지듯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눈을 뜨기가 싫어지면서 병원에서 이대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얼굴을 한참을 닦아주던 수건이 턱선을 따라 어루만지듯 이어졌고, 곧 목으로 향한다. 목을 따라 쇄골이 모이는 곳까지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혜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던 나는 방금 전까지 봤으면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에 눈을 떴고, 입을 다물고 묵묵히 수건을 움직이는 혜주의 야무진 얼굴을 보게 되었다. 얼굴을 닦던 수건은 곧 내 손을 들어 손가락사이까지 닦아주며 팔꿈치까지 어루만지듯 연신 약간의 힘을 주어 닦아준다. 수건이... 조금 지저분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매장에서 지저분한 바닥에 쓰러지기 전까지... 제대로 목욕다운 목욕을 하지 못했다... 혜주가 양손을 다 닦았는지... 몸을 일으켜선... 내 다리 쪽으로 이동한다...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혜주의 이불을 젖히는 행동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발까지... 닦아주려는 혜주였다... 서둘러 힘을줘 다리를 오므리며 침대에서 누운 채 양반다리로 이불속으로 발을 감추자... 혜주가 멍하니 내 사라진 다리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내 얼굴을 바라본다. "으응응!!" "돼...됐어... 발은 나중에 내가 씻을게." "응!!!!!" "아니라니까... 젊은 처녀가 지저분하게 왜 남자 발을 씻겨주냐..." "음~~,,," 혜주가 노트를 집어 든다... -지저분하니까 닦아야죠! "아...아니 내가 닦는다고..." -누가 닦으면 어때요. 힘도 없으면서. "그...그게...근데 넌 어린 처녀가 빼는 것도 없고, 막 아줌마처럼 들이대냐..." -처녀가 밥먹여줘요?, 그리고 아줌마가 어때서요? 아저씨는 아줌마한테서 안 태어났어요? 모든 엄마가 아줌만데... "아무리 그래도 발은 내가 닦을게..." -저 돼지껍데기 씻기는 알바도 했어요. 물로 씻어도 똥도 묻어 있는 거 다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