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16편 (16/49)
지금이 전 더 편해요." "참나. 다른 사람들은 진급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진짜 특이하시네요." "..." "혹시... 잠자리에서도 그렇게 우유부단하세요?" "예??" 갑작스러운 유과장의 말에 마시려고 들던 맥주병을 놓칠 뻔했다. 이건 자존심이 강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과장님은 모든 게 쉬우신가요?" "뭐가요?" "잠자리라뇨. 제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세요?" "글쎄요. 그냥 김대리님이라면 아무 말을 해도 새어나갈 거 같지 않아서요." "..." "아니에요?"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남 얘기하는 거 싫어합니다."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한번 할까요?" "예??" "솔직히 요즘 거리도 그렇고 일 때문에 파트너를 근 한 달 동안 만나질 못했더니 땡기기도 하고요." "..." "왜요? 자신 없으세요?" "그 자신이라는 게 뭐죠?" "예?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글쎄요. 남자들 그런 거 많잖아요. 자격지심이나. 자기비하나. 또 남들하고 비교해보기도 하고..." "결혼을 못하신 겁니까? 안하신 겁니까?" "꼭. 남자들은 섹스 얘기 나오면 결혼부터 말하더라... 그래서 김대리님은 어느 쪽인데요?" "아무 쪽도 아닙니다. 그냥 남들만큼은 되나보더군요." "그 말은... 김대리님도 소문처럼 골방에서 혼자 해결하신다는 건 아닌가보네요?" "..." "결혼도 안했고, 여자 친구도 없다고 하셨으니... 가죠. 시간 버리지 말고." "..." 테이블위에 익숙한 듯 돈을 올려놓고는 가방을 챙겨 유과장이 걸어 나간다. 아마도 유과장은 남자에 대한 환상이 없는 것인 듯 보였고, 너무 닳고 닳은 여자라고 하기엔 행동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 있었기에 차라리 남자를 정복하는 재미를 가진 여자처럼 보였다. 내겐 탈출구가 필요했지만. 이런 것은 아니었기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혜주가 나로 인해 상처입고 떠나간 지금. 이걸 기회라고 여자를 바로 안기에는 난 너무 책임의식이 강한 편이었다. 내가 나오질 않자 돌아온 유과장의 말만 없었다면. 난 그냥 그대로 계속 앉아 있었을 것이다. 앉아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무는데. 유과장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곤 내 입에 물려 있는 담배를 낚아채듯 가져가 다시 깊게 빨아드리며 얘기를 했다. "왜요? 겁나요? 혹시 문제 있어서 여자 친구 못 사귀는 거예요?" "..." "그런 거라면 말씀하세요. 조용히 물러가 드릴게요." "아닙니다. 가시죠." 보미와도 그랬지만... 유과장은 보미보다도 더 내 몸에 만족하며 신음을 뱉어냈다. 아마도 보미의 말대로 내 자지의 좀 다른 기울어짐이 여자들에게는 황홀감을 선물하는 듯 느껴졌다. 모텔에 들어서자 유과장은 먼저 씻지도 않고 날 범하듯 덮쳐왔고, 보미로 인해 단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과장에게 고스란히 당했을 것이다. 이런데서 보미의 도움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정도로... 나는 능숙하게 유과장의 격렬한 몸짓을 흘려보내 듯 오히려 유도하는 행동으로 어느새 유과장이 내 밑에 깔리는 형태가 되어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평소대로라면 이런 상태에서 금세 발기해 여자의 구멍을 찾았을 내 자지가... 쉽게 발기도. 반응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결국 난 유과장의 몸을 입과 손으로 충분히 달궈놓고서야 반응을 시작했고, 이런 내 행동은 오히려 유과장에게 애태움으로 전해져 내 물건을 꺼내놓자마자 유과장이 침을 삼키며 바라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유과장의 몸은 훌륭했다. 30대 초반의 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련되어 있었다. 혜주만큼은 아니었지만 잘 잡힌 가슴과 함께 잘 어울리는 허리라인과 무엇보다 풍만한 엉덩이는 30대의 많은 경험을 말해주고 있는 듯 보였다. 유과장의 보지 또한 보미만큼 맛있는 정도의 명기로 여겨질 만큼 많은 남자들을 경험한 듯... 내 물건을 쉽게 받아들였고, 내 리듬에 능숙하게 허리를 움직여 즐기기 시작했다. 도중에 유과장의 성격대로 여성상의체위로 바뀌기도 했지만. 그게 오히려 내 자지의 크기유지에 방해를 한다는 생각에 몇 분 안 되어 다시 체위를 바꿨고, 난 격렬하게 허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써 사정을 했어야 하는 타이밍이 지났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유과장이 성적인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충분히 아름다운 몸매에 저돌적이기까지 한 몸짓은 남자의 쾌감을 잘 이끌어낼 여자였지만... 난 쉽게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끝내. 내 격렬한 몸짓에 유과장이 먼저 널브러지듯 경련을 하며 한 번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었고, 아직 사정전인 난...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기에 유과장은 그대로 쾌감을 거듭해서 이어가며 작게 떨던 몸을 손까지 뻗으며 날 감싸 안고는 액체를 분출하듯 침대를 적시곤 기절하듯 쓰러진다.그런 유과장으로 인해... 난 사정을 하지 못하고 떨어지게 되었다... 아마도... 혜주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아니. 혜주의 영향 때문이다... 비록 상대는 다르지만 욕구불만으로 인한 그토록 원하던 여자와의 성관계였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머릿속 깊은 어딘가에서 사정을 허락하지 않는 듯 느껴졌다. 난...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울 위인이 되지 못한듯하다. 날 떠난 혜주였지만...내가 쫓아낸 혜주였지만... 내 마음속엔 언제부턴가 혜주가 자리 잡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혜주는 나대신 젊은... 자신 또래의 친구에게 첫 경험을 선물했고, 그것도 그 선물을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공간에서 했다는 충격을 곱새기며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하나 꺼내 피기 시작했다. "근데... 이정도면 여자가 달라붙어도 진작 달라 붙었을 텐데... 왜 여친 없어요?" "...글쎄요..." "혹시 그것도 성격이에요?" "아마도요..." "혹시 사랑을 두려워해요?" "사랑이요?. 유과장님은요? 왜 결혼안하세요?" "저야 혼기를 놓쳤죠... 그렇다고 저같이 일에 매진하는 스타일도 아니잖아요..." "저희 이런 얘기 그만하죠." "...정말로 사생활이 철저하신건가... 아니면 숨기는 게 많은 건가?" "전자 쪽으로 생각하세요... 그것보다." 나는 다시 한 번 유과장의 몸을 향해 다가갔다. 혜주를 더 이상 가슴속에 묻어두며 살기엔... 난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한 듯 날 바라보는 유과장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천천히 다시 유과장의 입구부터 자극시키기 시작한다. 사정을 해야만 한다... 더 이상 한참 어린 혜주의 품에서, 그리고 이제는 혜주의 빈 공간으로 어리광을 부릴 수 없는 나였기에 혜주의 기억을 잊으려 남자로서 최저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오르가즘을 두 번이나 느낀 유과장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선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정말 말대로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서인지 코까지 골고 있다... 하지만. 난 끝내 사정을 하지 못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지루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정도 하지 못하고 벌떡이던 자지도 작아지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는 유과장을 남겨두고... 난 그대로 모텔을 빠져나오게 된다... 술이 고팠다... 그대로 집이 아닌 매장 근처의 야외 포장마차로 발걸음을 옮긴 난 오뎅국물 달랑 하나 시켜놓고 소주를 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공허함은... 차라리 혜주를 붙잡는 게 괴로움이 덜 할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지만. 아마 지금쯤 혜주는 그 남자친구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비록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도...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 어떠한 형태로도 일은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로맨티스적인...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소주병이 한 병에서 두병으로, 세병으로 이어졌고, 내 주량을 한참 넘어선 다섯 병째를 마시던 나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싱겁게 웃고는 돈을 지불한다. 잔돈도 받지 않고 비틀거리며 매장으로 향했다. 혜주가 사라진 적막함마저 느껴지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은지 벌써 며칠째 인지 나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퇴근하고 매장보다 집으로 먼저가선... 꺼진 불을 확인하고 이뤄지지 않는 작은 기대감을 접으며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매장으로 와서 잠을 자기 일쑤였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매장의 문을 여는데... 분명히 잠겨 있어야 할 매장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취중에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혜주가... 나는 서둘러 문을 열고 불을 켰고, 소파에 이불을 덮고 있는 여자의 형체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어렵게... 발걸음을 때어 천천히 걸어간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며 천천히 손을 올려 이불을 잡았다...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사람의 형체를 이루고 있는 이불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옆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혜...혜주야..." 긴 머리카락을 보게 된 내 입에선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갈구하던 이름을 뱉어내게 되었다... "음~... 자...자기 뭐하다가 이제 오냐?!" 보미였다... 이불을 젖히고 처음 모습을 봤을 때... 난 정말로 혜주인줄 알았다... 하지만... 혜주와는 전혀 다른 음성이 들려왔고,, 혜주로 보였던 얼굴은 금세 보미로 바뀌어 있었다. "크크크..." 기대함이 많으면 실망도 많다고 하던가...그 짧은 찰나에 내 공허함은 가슴을 뚫듯 구멍을 냈고,,,이제야 몸에 힘이 빠져서... 나는 그대로 웃으며 주저앉게 된다... "참나... 자~~알 한다... 그 년이지? 술 먹고 들어와서 날 그년 이름으로 부르냐?!!" "여긴... 웬일이야?" "자기 오늘 수요일이야!!. 너무한 거 아니야? 전화라도 주던가..." "벌써 수요일인가?" "그래!! 자기 무슨 일 있어? 또 그년하고 무슨 일 있는 거야?" "그년이라고 부르지 좀 말아라...왜 그년이냐..." "뭐?? 기가 막혀서..." "뭐가..." "심미오은 누구야?! 어떤 사인데" "심대리? 심대리는 왜?" "그 여자도 아까 한참을 기다리다가 집에 돌아갔어!... 정신 좀 차려..." "..." "이 남자 저 남자 만난다고 나 욕했으면서, 자기 너무한 거 아니야?" "크크...그러게... 내가 왜 이러냐..." "참나... 지금 누구한테 묻는 건데?" "..." "어휴~~ 술 냄새... 또 어디서 이렇게 푸고 온 거야!?" 날 부축하던 보미는 내 몸에 배어 있는 술 냄새에 인상을 찡그리며 날 소파에 어렵게 앉힌다. 보미의 향기가 내 코를 자극한다... 술김에... 아직 풀지 못한 욕구를 보미에게 풀려는 듯 날 부축하는 보미의 허리를 잡아채어 당기며 보미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억지로 키스를 하던 날 밀어 뿌리치고는 보미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본다. 귀싸대기라도 날아올 줄 알았는데... "자기... 정말 최저에...폐인이다. 인생 끝났냐?!! 왜 이러는데?!!" "..." "내가 아무리 막나가도. 자기처럼 추잡한 짓은 안 해!! 얼른 잠이나 퍼자!" 보미는 말을 하며... 이불을 던져주곤 나가버렸다. 추잡한 짓... 이런 추잡한 짓을 더 이상 하진 않았지만...내 생활이 엉망인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이런 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마지못해 회사를 나갔고. 마지못해 일을 했다... 상부의 눈초리는 심대리건으로 인해 관대할 정도로 고맙게도 잠시 날 나둬 줬다... 그러나 그런 배려 심마저 내가 어떤 놈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알바 생을 한명 더 두고 거의 보미에게 일을 맡기다시피 했고, 고맙게도 보미는 투덜대면서도 인터넷쇼핑몰을 잘 이끌어나갔다... 미운정도 정이라고 했던가?,. 연신 정신 차리라며 날 구박하고 때리는 보미였지만 알바생과 그럭저럭 매출을 이어나가는 보미가 고맙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한 달째 되던 날... 유과장이 본사로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모텔에서 유과장을 내버려 두고 나 혼자 나온 것에 대해 매너 없다는 소리를 연신 들었지만... 꾸중과 함께 그 후로도 유과장의 유혹은 계속 이어진 건 두말할 필요 없었다. 그 한 번의 아니... 두 번의 섹스가 유과장에겐 무척 만족스러웠는지 주말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내게 문자를 보내기 일쑤였지만... 허무한 섹스만큼 사람을 공허하게 만드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였기에... 차마 답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스스로 내적으로도 두려워하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만약 한 번 더 섹스를 했는데도 사정을 못한다면, 아마 난 무너질 거 같다는 생각에 무서워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겁이 많고 찌질한지... 요즘 처음 깨닫고 있는 중이다... 매일 저녁잠도 자지 않고 술만 먹어서인지...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날 거의 매일 지켜보는 보미가 느낄 정도로 수척해진 얼굴과 더불어 내 몸무게도 많이 빠졌다... 이게 무슨 사춘기도 아니고... 사랑앓이에 몸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지... 나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사건은... 보미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촬영을 위해 세트를 준비하고 사진기를 들어 보미 앞에 섰는데... 보미가 꼭 사신처럼 보인다는 말에 허탈한 미소를 짓던 내 시야가 어지럽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잠시의 현기증이 덮쳐왔고... 내 부업의 밥줄인 사진기까지 땅에 떨어트린 나는 어렵게 의자를 잡으며 손으로 몸을 지탱해보지만... 이내 바닥이 내 눈 바로 앞에 보여지게 되었다. 현기증에 의한 실신은 처음이었다... 점차 시야가 어두워지며 모든 소리가 내 귀에서 차단된 듯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적막감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이내 눈을 가린 듯,,아니 강렬한 빛에 의해 홍채가 마비된 듯 앞이 보이질 않게 되었다. 그리고 중력의 힘은 내 머리부터 잡아당기듯 땅으로 내 몸을 쓰러지게 했고, 가슴과 턱부터 충격이 전해진다... 그러나 아픔은 없었다.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멀리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가 귀에 멍하게 울릴 뿐... 고통도 없이 그냥 바닥에 마주하여 쓰러질 뿐이었다... 몸을 보호하듯 고통으로부터 신경을 차단하는 몸의 기능은 오히려 쓰러지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때... 그 행해지는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것만큼 끔직한 건 없을 것이다... 잠깐 눈을 떴을 때... 낯선 하얀색 조명이 시선을 더 어지럽혔고, 팔에 꽂혀있는 거추장스럽고 이질감 느껴지는 바늘에 약간의 통증이 전해졌다. 그리고...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약에 취했는지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말소리에 눈을 잠깐씩 뜨게 된 나는 심대리를 보게 되었고, 보미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감긴 눈은 잠시 후의 또 다른 목소리에 떠진다. 유과장이다... 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유과장의 시선도 귀찮게 느껴졌기에... 또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혜주가 나타났다... 꿈이 분명하다... 따뜻한 바람에 나풀거리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고생은 다 잊었다는 듯 밝은 얼굴로 내게 양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말을 한다... 꼭 천사가 날 부르는 것처럼 들려왔기에... 나는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꼭 단편영화처럼 사람들의 모습을 회상하듯 프레임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스쳐지나 보낸 난 매일 듣던 것이 아닌 낯선 목소리에 눈을 뜬다... 수이다...혜주의 친구 수이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아까 꿈속에서 내 앞에 나타난 혜주가 현실인줄 착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내 환상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수이는 미소도 없이 날 쳐다보고만 있다. 오히려 원망 섞인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만 있는다... 난 그제야 힘겹게 정신을 차리려 노력 했다...혜주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수이기 때문이다... "여긴 어떻게 왔어...?" "보미 언니가 연락해서요..." "어... 일어났네... 참나 혜주년 친구 오니까 일어났구나..." 수이가 보미를 한번 노려본다. 보미는 혀를 낼름거리며 웃고는 내 얼굴을 닦아주려는지 수건을 적셔 온 모양이다... 얼마나 잤는지... 머리가 멍하다. "얼마나 잔거야?" "글쎄. 날짜만으로는 이틀째인데..." "이틀?? 근데... 수이씨한테는 왜 전화한 거야...수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몰라서 물어? 참나. 자기 핸드폰 전화번호에 달랑 6개 저장돼있던데... 그중 여자는 나 빼고 수이 씨밖에 없고,,, 혹시 혜주라는 여자 아는가? 해서 수이씨 한태 전화했다... 기절해서 작정한 듯 계속 혜주 이름만 부르더구먼. 자기 이제 큰일이다. 심미오라는 여자하고... 그 뭐냐... 하옇튼... 과장아줌마 앞에서 혜주 연발해서 둘 다 얼굴 빨개져서 돌아갔어..." "그랬구나..." "그랬구나?? 참나... 자기 심미오랑 무슨 사이야? 과장아줌마는 피식 웃고 갔지만... 심미오는 울기까지 하던데..." "..." "왜 이제서 혜주를 찾는데요?" 보미의 말을 듣던 수이가 갑자기 날 원망하듯 쳐다보던 입을 땠다... 그리고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불쌍해서가 아닌...보미의 말을 듣고 복잡한 내 여자관계에 친구 혜주가 불쌍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다... 농담을 하던 보미도 수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잠시 머뭇거리곤 수건을 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혜주... 잘 지내?" "못 지내면요? 어쩔 건데요?" "..." "아저씨는 아저씨 생각만하죠?! 혜주가 무슨 생각으로 아저씨 집에서 나왔는지. 얼마나 힘들어 했고, 그리고 어떤 기분으로 죽어갔는지..." "...주.,죽다니?" "찾고 싶어도 찾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잊고 사세요... 이.말 해드리러 왔어요. 괜히 죽은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고 지금처럼 아저씨 삶 살라고요..." "...수...수이야... 그게 무슨 말이니? 혜주가 죽긴 왜 죽어?? 나랑 헤어진 지 이제 겨우 50일밖에 안됐는데...응?? 거짓말이지? 걱정마 나 그냥 과로 때문에 입원한 거야... 혜주가 보고 싶긴 해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왜 혜주가 죽어..." "..." "야!... 말 좀 하라고!!! 사실대로 말하라고!!. 으.윽..." 소리를 지르자... 머리가 더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 몸을 일으키던 나는 그대로 다시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고... 심하게 고동치는 심장소리와 떨리는 손을 애써 주먹을 쥐며 어렵게 고개를 들어 다시 수이를 쳐다보게 된다. 그제야... 수이가 나와 같이 많이 수척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대로 앉아 날 보던 수이는 이젠 눈물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화장시켜서 혜주가 좋아하는 바닷가에 뿌려 줬으니까... 아마 행복할거에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아저씨 삶 사세요... 저도 아직 믿기 어렵지만... 사람이 죽어도 배는 고프고... 잠은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전 더 이상 혜주 생각나서 아저씨 못 보겠어요..." 수이가 말을 끝내고 도망가듯 병실을 나간다...당장 쫓아가 잡고 수이를 싶었다...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내 마음도... 이 빌어먹을 몸뚱이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는 움직여주질 않는다... 수이가 나가고 밖에서 기다리던 보미가 들어온다... 보미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이미 수이에게 전해 들었었는지 어렵게 말을 한다... "어휴... 정말로 죽었구나... 처음에 찾아왔을 때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설마 했는데... 사람인생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 "자기야... 이럴 때일수록 힘내...비록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아니다... 괜히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자기야?? 자기야?" 보미의 말을 듣던 중... 나는 또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충격과 함께... 두통으로 인해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중얼거리며 들리는 모든 소리가 이제는 다 귀찮았기에 그냥 눈을 감은 채 일어나질 않았다.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이제는 잠이 오지도 않는다... 눈을 떴을 땐. 병실마저 캄캄하다... 보미도 집에 간 듯... 혼자 덩그러니 병실에 남아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비상벨 조명과 비상구를 표시하는 바랜 사람이 뛰어가는 형상이 나보고 같이 가지고 말을 하는 듯 보인다. 정말로 저렇게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혜주가 보고 싶었다... 내가 왜 이렇게 혜주 때문에 고생을 하고있는건지...혜주에게서 그 이유를 듣고 싶어진다. 이제는 혜주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가만히 비상구의 사람형상의 그림을 보며 정신이 나간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