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14편 (14/49)
택시가 산동에 도착했지만... 나는 멍하니 등을 돌려 나에게 요금을 요구하고있는 기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손님!... 계산이요!!" "예??,,아!... 죄송합니다..." 택시비를 지불하고는... 멍하니 서 있던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지만...급하게 나오느라 집에 놔두고 왔다는걸 알게 된다... 두리번 거리던 내 시야에 편의점이 보였고 힘없이 걸어가 담배를 사선... 편의점 야외 의자에 앉은 채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방금전 혜주의 웃는 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둘의 모습은... 너무 잘 어울려 보였다. 나같은,, 아저씨와 같이 있는 혜주의 모습을 떠올려보지만... 아무리 비교를 해봐도...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그림으로 혜주에겐 그런 또래의 친구가 훨씬 잘 어울렸다... 얼마나 있었는지... 방금 산것처럼 느꼈던 담배가 반이나 줄어 들어 있었다... 갑자기 조금씩 마음속에서 배신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혜주를 생각할수록 그 단어는 커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기도 했다가... 이내 냉정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나는 미친놈처럼 실실 웃기 시작했다... 혜주가 남자친구가 없다고 본인의 입으로 단 한번도 말한적 없었고,,,수이도 혜주의 사정을 자세히는 잘 모른다는걸 감안한다면... 아름다운 혜주에게 남자친구가 없는게 더 이상했다. 다만... 병원에서의 의사 말대로 육체관계는 아직일것이고... 그렇다면 이건 혹시 복수일지 모른다. 어제 나와 보미의 섹스신을 목격한데 대한...하지만 이 생각은 곧 접게 되었다. 순진한 혜주가 이런 짓까지 해서 내게 질투심을 유발할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정말로 혜주가 삶이 피곤해 잠시 친하게 지낸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애써... 배신이라는 단어를 없애려고... 이런 생각들 밖에 할 수 없는 나였다... 이런 생각을 한 나는 서둘러 다시 택시를 잡아타곤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까 탔던 곳에서 내린 나는 뛰기 시작했다. 왜 뛰는지도 모른채 내리자 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이제야 돌아오는지... 아까 봤던 그 밀리터리룩풍의 옷을 입고 있던 남자아이가 연신 미소를 지으며 내가 걸어가는 반대방향인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오는걸 보게 되었다... 몸이 굳어져 그대로 멈추게 되었다... 내게 다가오듯 걸어오는 남자아이는 아이가 아니었다. 이십대 중반의 너무도 잘생긴 총각이었다. 비싸보이지 않는 밀리터리 바지와 사파리는 내가 입었다면 꼭 예비군아저씨처럼 보였겠지만... 훤칠한 키와 또렷한 이모구비로 옷을 소화하고 있는 이 남자가 나보다 훨씬 미남형임을 내게 말해주고 있는 듯 보여진다. 휘파람까지 불며 날 스쳐지나가는 남자의 몸에서 혜주의 향기가 나는 듯 느껴졌다...그 남자를 나도 모르게 잡을 뻔 했다... 걸어가는 그 남자의 등을 보며... 나는 애써 생각을 지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집에 도착했고... 나올때 불을 끄고 나온 내 방...아니 이제는 혜주가 자는 방의 불이 켜져 있었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올라갔고, 평소처럼 번호키의 무음상태로 문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보이기 위해 숨을 참으며 구두를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혜주가 방문을 열고는... 침대보를 들고 나온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혜주가 침대보를 조심스럽게 여미며 날 무시하 듯 욕실로 스쳐 걸어간다... 그러나... 난 분명히 혜주가 숨기듯 들고 들어간 침대보에 묻어있는 소량의 선혈을 볼 수 있었다... 선혈... 빨갛고... 선명한 저 핏자국이... 내 눈에 각인되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고보니... 욕실로 향하는 혜주는 날 무시한게 아니었다... 단지 창피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빨개진 얼굴로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날 스쳐지나간게 분명했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나는 현기증이 일어날거 같다는 생각을 꾹 참으며 조심스럽게 혜주의 방문을 열었고.,, 침대위의 구겨지듯 놓여 있는 아직도 온기가 남은 이불을 조심스럽게 들쳐봤다. 침대보에 묻은 핏자국은 매트리스까지도 약간 적셨는지... 검붉은 얼룩이 희미하게 보였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황급히 이불을 원상태 시켜놓고... 나는 열려있는 방문으로 나왔다. 혜주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듯 흔들리는 혜주의 눈동자가 방금 이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확신을 준다. 다시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혜주는 애써... 날 무시하듯 천천히 걸어 방으로 들어가선 문을 닫았다... 작은 문닫는 소리가 내겐 꼭 천둥소리처럼 들려졌고, 나는 갑자기 술이 절실이 필요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정말로 혜주를 사랑했나보다... 지금 난 한 집안에 같이 있었지만 혜주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 내 욕심이 너무 컸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혜주와 도저히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집앞의 슈퍼로 나갔다... 소주를 샀고... 슈퍼앞에서 안주 없이 마시게 되었다. 술을 잘 마시지도 않는 나였지만... 사람들이 왜 괴로울때 술을 찾는지 알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시기 시작한 소주는 어느새... 두병의 빈병이 내 발 아래에 뒹굴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한참동안 술을 마시고 있는데... 혜주가 두리번 거리며 오피스텔의 건물 문을 열고 나온다... 팔짱을 끼고 풍만한 가슴을 더 돗보이며 두리번 거리던 혜주는 날 발견하곤 다가오다가 그제야 술병을 발견했는지... 잠시 멈칫거리며 서 있는다... 나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며 3병째인 소주병에 입을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서서 혜주가 날 쳐다본다... 내가 계속 술을 연거푸 마시자... 혜주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내게 다가와 내 팔짱을 끌어당기며 일으켜 세우려 한다... "놔...!!" "응응~어!!" 말도 안되는 어버버소리를 하며 날 일으켜 세울 수 없자 혜주는 내 손에 들려 있던 소주병을 낚아채곤... 그대로 병에 남아 있는 술을 쏟아 버렸다. 한줄의 물줄기를 형성하며 내 눈앞에서 소주가 흘러 내렸고, 난 참질 못했다. "이...이게!!!" 지금 난 혜주에게 손지검을 하려는 듯 손을 크게 들어 올렸다... 하지만...들어올린 손으로 차마 혜주의 얼굴을 때리진 못했다... 그러나 혜주가... 내 행동에 잔뜩 어깨를 움추리곤... 질끈 눈을 감는다... 그런 혜주였기에 난 손을 든 채... 차마 내려치진 못했다... 그냥 손을 내리고... 나는 다시 슈퍼로 들어가 소주병을 두병 사와 나와선 그대로 앉아 다시 한병을 따 마시기 시작했다... "흑..." 혜주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참는지... 훌쩍거리기를 몇번 하더니... 날 다시 바라본다... 하지만... 난 그냥 술을 마시며 혜주의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저 눈물의 이유를 몰랐기에 난 상관하지 않았다...결국 혜주는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남은 한병을 다 마시고... 나는 비틀거리며 매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왠지 매장으로 가야 할거 같았다... 지금 집으로 들어간다면... 내가 혜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취중에도 매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술이 심하게 취했는데도 잠이 잘 오질 않았다... 깨어있으면서도 췻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고통은 정말로 복부가 쓰라릴 만큼... 날 힘들게 했다... 몇번의 오바이트를 한 후... 시계를 보니 벌써 7시다... 출근 준비를 해야 했기에... 나는 무거운 몸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콩나물국의 냄새가 내 코를 간지른다... 혜주가 문소리에 잠시 움직여 날 확인하곤... 그대로 하던 요리를 계속한다... 혜주도 한숨도 안 잔듯... 부운 눈으로 콩나물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잠시 혜주의 등을 보게 된다... 순간 저 등을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어제 남자와 내 방에서 뒹구렀을 혜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나는 그대로 옷방으로 걸어가 양복으로 갈아 입고는 가방을 들고 나와버렸다... 혜주의 탁한 신음소리가 들려 왔지만 내가 더 괴롭다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세수도 하지 않고... 무작정 나온 나는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일이라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망상들과 상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듯 느꼈기에... 나는 버스 대신에 택시를 타고 서둘러 출근을 하게 되었다... 키당번인 김대리가 올때까지... 담배를 피며 은행앞에서 기다리게 되었고, 문을 열자마자... 세수부터 하곤 내 자리로 들어가 앉는다... 정리를 하고 오늘 하루 할일을 계획세워보지만... 혜주의 나신을 자꾸 상상하게 된다... 보미와 겹치며... 아니... 보미와는 다르게 남자의 아래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첫경험을 했을... 혜주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어느새 직원들이 들어왔고... 내 수척한 모습에 심대리가 평소처럼 나만을 위한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김대리님... 커피 괜찮으세요?" "예?? 예..." "무슨 일 있으세요?" "아...아뇨... 어제 좀 과음을 해서..." "수염이라도 좀 깍고 오세요... 부장님한테 한소리 듣겠어요..." "그래요?" "예... 처음봐요... 김대리님 수염난거..." "..." 은색이 은은하게 발하는 우리 은행여직원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심대리를 가만히 쳐다보게 된다... 창구담당에 펀드 보조라는 직책이 어울릴만큼 날씬한 몸매에 단정하게 뒤로 묶은 큰웨이브진 아주 약간의 갈색빛이 도는 심대리의 얼굴은 눈이 한번더 갈 만큼 미인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얼굴이 어디가서 빠질 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심대리가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알고 잠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는다... "심대리는 남자친구 있죠?" "예???" "아뇨... 궁금해서요." "헤어졌어요... 2년전에..." "왜요?" "남친이 너무 술하고 친구를 좋아했었어요... 아주 질렸죠 뭐..." "원래 남자들 다 그러지 않아요?" "다 그렇긴요... 김대리님은 안그러시잖아요." "저요?" "예... 제가 입사하고 나서 한번도 그런 모습 본적 없던걸요..." "..." "항상... 집에 일찍가시고..." "..." "여자친구도 없으시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윤대리님이 그러던데요... 김대리님 여자친구도 없고, 맨날 집에만 가서 방콕한다고." "방콕 않해요." "예??"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 "그럼 퇴근 후에 같이 가실래요?" "예???" "시간 되시죠?" "..." "퇴근 후에 뵈요." 내가 왜 이러는지... 그냥 자포자기 한것인지... 아니면 회사를 위해서 이 한몸 희생하려는 생각이 갑지기 든건지... 나도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커피를 타다 준 심대리를 보게 되었고, 나오는대로 말을 했다. 흘러가는대로 말을 하다보니...퇴근후에 약속을 잡게 된다. 심대리가 일과시간이 시작되자 자리로 돌아갔고, 잠시 후 유과장이 날 지나치며 쳐다본다... 많은 의미의 내용이 담긴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달리 할 말이 없었기에 난 유과장의 시선을 피하며 계속 일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일이 벌어질지 계획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유과장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회의도 없었고, 정산도 빨리 끝나 일찍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심대리가 신이 났는지... 나보다 먼저 챙겨서 나간다... 나와의 약속을 잊을리가 없는데...나도 곧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곤 밖으로 향한다. 역시... 심대리가 문에서 약 30m는 떨어져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날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오라는 행동을 했고, 나는 심대리가 있는곳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나는 생각대로 심대리를 이끌고 버스가 아닌 매장으로 향하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나였기에... 심대리는 긴장반 흥분반으로 날 쳐다보다가 내 시선에 다시 고개를 돌리도 한다. 택시에서 내려 난 심대리보다 한걸음 앞서 매장으로 향했고. 심대리가 쫓아온다... 불이 켜져 있다... 시계를 보니... 아직 7시도 안된 시간에... 잠시 머뭇거린 나는... 왜 내가 혜주의 눈치를 살펴야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후... 그냥 심대리를 이끌고 들어가게 되었다. 내 모습이 매장에 들어섰을때... 아직도 약간 눈이 부운 채 혜주가 날 반기며 미소를 짓다가... 뒤따라 들어온 심대리를 보곤 띄우던 미소가 사라지게 되었다. "미스장 이제 퇴근해..." "..." 미스장...이라는 내 말에 날 쳐다보는 눈빛을 통해 혜주가 놀라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나는 무시한채 심대리를 모시듯 테이블의 의자를 빼줬다. 심대리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어리둥절하다가 내 행동에 천천히 걸어서 의자에 앉았다... 혜주는 그대로 서서 나와 심대리를 번갈아 쳐다본다. 별 상관없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배신감과 좌절감은 혜주에 비할바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발걸음을 옮겨 커피를 타기 시작했고, 혜주의 시선을 외면한 채 그대로 커피잔을 심대리에게 내놓았다. 그리고 앉으며 혜주에게 다시 말을 했다. "뭐해?,. 내가 정리하고 들어갈테니까. 들어가..." "응응..."(혜주는 아직 보내지 않은 수북히 쌓인 상자를 가리키며 택배기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을 내게 전하는 듯 보였다.) "내가 보낼께. 송장 책상에 올려놓고 들어가." 내 말에 혜주가 잠시 심대리를 쳐다보더니... 항상 끼고 다니는 노트와 볼펜을 들고 천천히 걸어나간다... 문에서 사라졌을 때... 심대리가 뜻밖의 질문을 내게 했다. "어머... 어린데 말을 못하나봐요?" "예??...예... 벙어리에요." "아!~~... 아깝다... 예쁘게 생겼는데..." "뭐... 그렇죠..." '탁탁탁탁...' 그제야... 계단을 올라가는 혜주의 빠른 발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마도...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문앞에서 잠시 우리의 대화를 엿들었나보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기엔 너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주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당장이라도 쫓아가고 싶었지만 또 똑같은 이전의 반복이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애써 참으며 그대로 앉아 심대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다.,. "에고... 안갔나보내...벙어리라고 해서 기분 상했나봐요..." "..." "근데 여긴 어디에요?" "... 제 일터요." "예??" "저 팬티하고 브라자 팔아요." "예??!!" "여기가 김대리님 가게에요?" "뭐...그렇다고도 할 수 있죠... 매출은 전부 제꺼니까요..." "그럼 부업하시는거에요?" "어쩌다보니까요..." "근데... 왜 이런..." "안녕하세요~~" 심대리의 말을 끊고 택배기사가 문을 두르리며 익숙한듯 들어온다. 미소를 짓고 들어오던 기사가 날 발견하고는 순간 당황한 듯보인다... 아마도 혜주를 보고 싶었나 보다... 금새 사무적인 말투로 변한 기사는 송장을 확인하고 갯수를 마춰본 뒤 밖으로 상자를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주문량이 상당한듯 보였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매장일에 거의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그만큼 혜주가 일을 잘하는지... 클레임 전화도 단 한번도 걸려온적이 없었다... 택배기사가 마지막 상자를 들고 나갔을 때 나는 지갑에서 택배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려고 했고, 의아한 듯 날 쳐다보던 택배기사가 내게 말을 했다. "여기 사장님 아니세요?" "맞는데요." "월말에 전부 몰아서 계산한다는거 모르세요?" "예??" "여기 벙어리 아가씨가 그렇게 하는게 훨씬 수월할거 같다고 직접 저희 지점 사장님한테 편지를 써서 부탁했어요. 사장님도 글씨가 너무 예쁘다고 마음에 들어하시면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요. 그 아가씨가 한술 더 떠서 다른데는 2500원인데 왜 여기는 3000원이냐고 대량거래하는데 깍아달라고 해서 일주일전부터 2500원에 쇼부 봤고요..." "..." "근데... 오늘 그 아가씨는 어디 갔나요?" "퇴근했습니다." "아!~~ 그만 둔거 아니죠?"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다시 밝아진 얼굴로 기사는 마지막 상자를 들고 나간다... 혜주의 생활력에 감탄을 하며...잠시 혜주의 생각에 멍한 표정으로 심대리 앞 의자에 다시 앉는다. "아까 그 아가씨가 일 잘하나봐요... 벙어리면 일하기 힘들텐데..." "예..." "근데 저 여기 왜 데려오셨어요? 이 비밀 털어놓으려고 데려 오신거에요?" "..." "근데 물건 장난아니게 많이 파시나봐요..." 심대리의 얼굴엔 기대라는 글자로 가득차 날 바라보며 말을 한다. 아마도 나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어했고. 그 듣고 싶은 말이 유과장이 심대리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되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심대리의 눈빛에 담긴 기대감은 내겐 부담감으로 변해 전해진다... 결국 지금이 말할 때라는걸 알 수 있었고... 속에서 나오는데로 말을 여과없이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저 그래요... 다름이 아니고...제가... 심대리님 여기 모시고 온건...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는 사람 없다는거 보여드리려고 모셔왔어요." "예??" "심대리님 지금 잘못하면 회사 짤릴지도 모른다는거 말씀드리려고요..." "무...무슨..." 심대리가 잡고 있는 커피잔이 약간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왜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잘못 없으세요?" "...예!" "그럼 됐어요... 저도 이상한 일에 엮이는건 귀찮으니까요..." "기...기가 막혀서... 귀찮다고 하셨어요?" "..." "지금 저 가지고 장난치시는거에요?" "아니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하.한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러게요..."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 날 심대리는 붉어진 얼굴로 노려보다가 그대로 일어났다... "지...지금 김대리님 실수 하는거예요!" "제가요?" "예! 사람가지고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이 수모는 꼭 갚을거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후회... 정말 이상한 일 없다면... 계속 은행에서 볼텐데... 너무 맘 상해 하지 마시고요..." "..." 심대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씩씩대다가 구두의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빠른 걸음으로 매장에서 나갔고... 계단을 거칠게 올라갔다. 심대리가 내 말을 들으며 입도 대지 않은 커피였기에 나는 잔의 손잡이를 돌려 잡고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마신다. 심대리의 복수를 생각하면 이렇게 느긋할 입장도 아니었지만... 어차피.일이 터지든 안터치든 짤리면 그만이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 다시 계단에서 또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곤 심대리가 아까와는 사뭇 다른 조금은 겁먹은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앉는다...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고,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운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많은 생각을 한 듯 보였다. "왜요?" "김대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예?" "제가 뭘 잘못하고 있다는 거냐고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무슨 명단하고 관계가 있다고 하던데요..." "..." "맞나요?" "그건 누구한테 들으셨어요?" 심대리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다는걸로 봐서는 아마도 잘못된 정보는 아닌 듯 보였다. "왜요? 사실이에요?" "... 부장님이 그러셨나요? 아님... 새로운 그 계집애가 그러던가요?" "계집애요?" "유과장이요. 그년이 저보고 회사 고객정보 빼돌렸다고 그래요?" "고객 정보였어요? "아...아니...요..."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은 설명하듯 길게 얘길 늘어놓다가 실수를 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심대리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자신의 말 실수를 깨달으며 '아니요'라는 말의 말끝이 흐려진다. "전 별 상관 없지만... 위에서는 아닌거 같던데요..." "뭐라고 하던가요?" "전 잘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은행에 별 관심이 없어서요." "..." "다만... 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이 건에 대한 처리에 대해서요." "준비요?" "예... 혹시 그 고객정보를 다른 곳으로 유출했나요?" "아뇨... 기흥씨가 가져오라고 했는데. 저도 겁나서 아직 가지고 있어요." "기흥씨요?" "헛!..." "기흥이라는 사람이 누구죠?" "...제이은행...펀드매니저요..." "그사람하고 무슨 사이세요? 애인사이에요?" "그...그건..." "지금 저보고 도와달라고 다시 돌아오신거 아니에요?" "..." "뭐라도 알아야 도와주던가 말던가 하죠." "다 귀찮다면서요?... 절 도와주시긴 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