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10편 (10/49)

2026-10-05 17:02:11 조회 10
뭐가 들었는지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지는 책상인데도... 내 발악에 가까운 몸짓에... 어느새 이 남자의 발목까지 손이 닿을 듯 했다... 그때... 형사가 나와선 나를 저지하며 일으켜 세운다... 내 무력한 존재에 나는 힘을 써보지만... 뜻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어!...아저씨 손목뼈 다나가요...진정하시고 앉으세요." "저...저 새끼를..." "알았으니까 진정하시라고요... 이러다가 신경까지 다쳐요..." "...흑흑..." 결국 눈물이 흐른다... 눈앞에서... 저 악마 같은 인간에게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는 내 존재 자체가 정말로 싫어졌다... "그...돈이...그 돈이 어떤 돈인데... 너...너 같은 게..." 내 흐느낌은 절규가 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저 목을 꺾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 성격인데도 살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로 분노하며 그와 정비례하는 감정의 묻힘이 날 힘없이 주저앉게 만들었다... 흐느끼며 앉아 있는 내 옆을... 형사가 그 남자를 데리고 간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는데... 형사가 다가와선 수갑을 풀어준다... 그리곤 담배를 하나 꺼내 내게 권한다... 나는 담배를 받지 않았다... "너무 걱정 마세요...내일 날 밝는 대로 나가서 사전면담하고... 증거 수집해서 병원으로 피해자분 만나러 가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약혼자라는 분이 정신 차리셔야죠... 이런 모습 보이면 피해자분이 어떻겠습니까..." "피해자가 아니고... 혜주... 장혜주입니다..." ".,...알겠으니까 얼른 병원에 가보세요... 응급차라도 불러 드릴까요?." "아니요... 어차피 혜주 있는 병원으로 갈겁니다..." 혜주를 피해자라는 말로 듣기 싫었다...정말 피해자가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나는 형사의 말을 수정해준다... 내 팔에서는 뼈가 보일정도로 깊게 파인 상처로... 아픔보다는 슬픔이 팔을 통해 전해졌다... 피를 흘리며 힘없이 걸어 나가는데... 도저히 안 되겠는지... 형사가 수건을 가져와 내 팔을 감싸줬다...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도로옆 인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꼭 불안해하며 걱정했던 일은 모두...들어맞는다...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이 그래서 더 싫었고,, 날 미치게 한다... 이런 감정이입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허무하고 쓸데없는지를 충분히 현실에서 느꼈던 나였기에... 나는 혜주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혜주의 몸 상태가 갑자기 떠올랐다... 지금 정신을 차렸을지... 아니면 아직도 기절해 있을지...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아직도 부어있는 얼굴에 사정없이 뺨을 날리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탄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2시가 넘어가 이제는 간호사들도 별로 없는 아까보다 더 한산한 응급실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훌쩍이는 혜주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깨어났나 보다... 나는 애써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혜주가 누워 있는 침대로 향한다... 옆에서 측은하게 혜주를 쳐다보고 있던 수이가 날 발견하곤 혜주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힘을 주어 걸어갔고, 철제의자를 바짝 침대에 대어 혜주의 옆에 앉았다... "형사가 걱정하지 말래... 죄 짓은 사람은 꼭 죗값을 받는다더라... 법치국가잖아 대한민국!!" "..." "정말요? 그 나쁜 놈 경찰서에서 봤어요?" "응... 뻔.뻔하게 말을 하긴 하는데... 이렇게 증거도 다 있는데 뭐..." 혜주가 눈물을 짓던 부은 눈을 비비며 날 쳐다본다... 저 가냘픈 손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스물둘 꽃다운 여자의 손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혜주의 내려놓은 손위로 손을 옮겨본다... 아까 날 피한 혜주였기에... 난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또 흠칫 놀란 혜주가 손을 뺀다... "미...미안... 힘들지?..." 내 말을 들으며... 혜주는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내 손목을 쳐다본다... 아차!...방금 전까지 수갑이 채워져 피가 홍건이 젖어 있는 수건을 잊고 있었다... "으으응~!" "아...아냐... 이...것도 넘어져서 그...그런 거야." "으으!!!" (혜주가 내 손을 낚아채서 잡고는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푼다...) "괘...괜찮다니까..." 손을 빼보려고 했지만...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신경이 다쳤는지... 손을 쉽게 뺄 수가 없었다... 수건이 풀렸고,, 선명히 드러난 수갑자국과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는 피가 혜주와 그리고 수이를 놀라게 했다... "으으윽!!" (혜주는 자신의 상처도 잊은 채... 내 손을 부여잡고는 피를 멈추게 해보려 노력한다...) 간호사를 부르려는 듯 혜주가 소리도 못 내고 입만 벌린 채 웅얼댄다... 들려오는 탁한 혜주의 신음소리만 응급실 안에 펴진다... 혜주는 눈물을 쏟으며 안절부절못하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크게 소리를 내려 애를 쓴다... "괜찮다니까... 목 아프잖아... 내가 알아서 할..." "윽윽!!"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혜주가 날 쏘아본다... 모든 게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듯 눈빛에 괜한 원망을 담고는 날 노려본다...) 손목을 너무 꽉 누르고 있는 혜주의 손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나 보다... 혜주는 이내 손에 조금 힘을 빼고는 수이보고 얼른 간호사를 데려오라는 듯 목을 젓기 시작했고, 오랜 친구인 수이는 알아들었는지 놀라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고는 간호사에게 달려간다. 12바늘을 꿰맸다... 마취도 하지 않고... 신음소리도 흘리지 않은 채... 혜주의 옆이 떠나기 싫어 괜히 때를 써서 이동식 카트에 손목을 대고 바느질을 했다... 그런 내 모습에 혜주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하루 동안... 내가 겪을법한 10년 치 사고와 사건을 겪은 듯 피곤한 몸에... 진통제를 맞고는 그대로 혜주를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 피에 젖은 와이셔츠를 그대로 입고... 나는 혜주 앞에 서 있는 형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이의 중요한 수강이 있다는 말을 들은 내가 보내 버렸다. 가길 꺼려하는 수이였지만 형사들이 왔을 때에 듣게 될지도 모르는 충격적인 사실을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수이에게 들려주기 싫다는 생각으로 보낸 것이다. 혜주는 날 도망치듯 떠날 때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의 속사정을 다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을 했기에 내 배려 같은 행동이었고, 어느새 진정이 많이 된 혜주도 수이를 보며 부은 얼굴로 미소를 보내며 가라는 시늉을 했다. 예상대로... 형사들은 혜주가 말을 하지 못하자 수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혜주가 적는 글씨를 보며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곤 의사와 얘기를 나눈 어제 수갑 채운 형사가 날 따로 불렀다... "은행 다니신다면서요. 오늘 금요일인데 출근 안하시나요?" "월차 냈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그게..." "..." "증인도 없고... 오늘 피의자가 부인이 제출한 열차표도 상당부분 맞아 떨어지고요... 의사분도 강간은 없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무,,뭐라고요?" "진정하시고 들으세요." "..." "그 하숙집 같지 않은 곳에 가봤더니... 정말 여자 혼자 살기에는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처녀성 검사를 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 그동안의 성관계 증거지... 강간이나 혜주씨가 돈을 훔쳤거나 그동안의 그 작은아버지와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고요..." "그...그럼... 이게 단순 가정폭력이라는 말입니까?" "물론 장혜주씨가 직접 작은아버지를 고소한다면 상해죄로 엮을 수 있겠지만... 그 작은아버지가 혜주씨의 두 동생을 돌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서... 그것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입니까... 그 놈이 우리 혜주를 강간하려고..." "근데 증인이 없단 말입니다... 산동네라서 근처에 CCTV도 없고,.,, 단순히 피해자와 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형사입건하기에는 저희도 곤란하다는 거죠...거기다가 안면도 없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작은 아버지 아닙니까..." "...그...그럼 돈은요? 돈은 찾을 수 있습니까?" "그게... 어제 차압 걸린 통장으로 바로 날려버려서..." "예??" "장혜주씨가 입금시켰다는 증거가... 아르바이트한 곳에서 곧바로 입금한 증거라도 있으면 되는데... 전부 혜주씨 본인이 한날에 전부 입금하고 계좌 이체를 한거라서... " "그거야 혜주가 일한곳에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 당연히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급여일하고 날짜를 조회해보면..." "근데... 그 돈이 꼭 그 돈이라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단 말입니다... 저도 지금 선생님 하시는 말씀 들으면 속이 답답해 미치겠는데...어쩌겠습니까... 이 망할 놈의 법이 증거 우선인데..." "..." "그럼... 그 동생들을 제가 데려오면요!... 그러면 혜주가 상해죄로 고소할 수 있는 거죠?" "그게..." "또 뭐요!! 또 뭐가 있는데요?!!" "답답하신 건 충분히 알겠는데...지금 보호자로 되어있는 작은아버지의 호적에 동생 중 한명이 올라가 있습니다..." "예??" "그것 때문에 강제적으로 데려올 수도 어렵고요..." "..." 어이가 없고... 기가 찼다... 아무리 법이 우선이라고는 해도... 뻔히 당한 강간미수에... 훔쳐간 돈도 증거가 없어 찾기 힘들 거라는 말이... 어제 참았던 분노가 괜한 짓이었음을 증명했다. 어제 바로 그놈의 목을 비틀었어야 했는데... 내가 멍하니 형사를 쳐다보고 있자니... 형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병원을 빠져 나갔다... 혜주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나가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겨우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인다...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를 보고 있는데... 수이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숨을 헐떡이며 내 앞에 멈춰선 수이가 겨우 진정하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형사 왔었어요? 뭐라고 해요?" "..." "왜요? 그 놈 돈 다 썼대요?" "수이씨... " "예??" "제가 혜주 잠시 맡아도 될까요?" "..." "지금 혜주씨 집도 그렇고... 그 하숙집에는 다시는 못 보내겠어요..." "그럼 사장님이 어쩌시려고요? 정말 결혼이라도 하실거에요?" "아니에요...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럼요?" "혜주 낳을 때까지만... 지켜주고 싶어요... 아무것도 못해주는데... 너무 불쌍하잖아요..." "...형사가 뭐래요? 안 좋데요?" "예... 잘해야... 가족폭력이라내요..." "예?!! 그게 말이 되요?" "그러니까요... 혜주 망가지면 어떻게 해요..." "아저씨는요? 아저씨 때문에 혜주 망가지면요... 혜주가 그렇게 아저씨의 이상한 가계에서 뛰쳐나오고 얼마나 울었는지 아세요?!!" "..." "아저씨도 똑같아요... 어른들은 다 똑같아요..." "..." 수이가 눈물을 흘리며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이의 눈물을 보면서... 그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혜주가 그렇게 매장을 나가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이개월동안 바쁘다는 핑계를 대던 나였기에...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일어나서 응급실로 걸어 들어간다... 혜주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이를 보며 잠시 서있던 나는 혜주에게 바짝 다가갔다. 내 모습에 당황한 듯 날 쳐다보는 수이는 아랑곳하지 않고...나는 혜주를 바라보며 속에서 나오는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진심인지...흥분인지 모를 감정으로... 아니 가슴속에서 너무도 그리워하는 혜주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울먹이듯 얘기를 시작했다... "혜주야... 미안... 정말로 미안해... 우리 결혼하자...내가... 지금 상처 다 치료해줄께... 결혼하자..." 혜주가 날 빤히 쳐다본다... 감동을 바라거나...기쁨의 눈물을 바라는 프러포즈가 아니었다. 단지... 지금 혜주가 닥친 현실에서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심어린 내 고백이었다. 수이는 옆에서 연신 눈물을 흘리며 혜주를 바라본다... 가만히 날 바라보던 혜주가... 천천히 노트를 집어 들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응급실안의 간호사들의 속닥거리는 소리도 내가 오로지 신경을 쏟고 있는 혜주의 손에 들려있는 볼펜심이 굴러가는 소리에 묻혀 내 귀에는 들리지도 않았다. 혜주가 천천히 노트를 내게 보여준다... '저 동정 받을 바에는 여기서 죽어 버릴래요.' "아...아냐... 동정 아니야...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볼펜을 휘갈긴다... '지금 저 동정하는 거 맞아요...그런 아저씨 다시는 안 볼래요...' 가슴이 답답하고...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 수이가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아는지 혜주를 설득시키며 날 도와준다... "혜주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원룸도 위험하잖아...그렇다고 그런 일 당한 하숙집으로 다시 돌아갈래? 아저씨가 지금 너무 감성적으로 변해서 결혼이라는 얘길 한 거지... 네 말대로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으니까... 당분간만 아저씨한테 신세좀 지자..." 혜주가 다시 글을 적는다... '싫어!. 나 혼자 어떻게든 살 수 있어...' "야!! 이 계집애야!! 너 지금 돈 하나도 없는 알거지야... 몸이라도 성하면!! 너 어쩜 이리 이기적이니... 너 그렇게 혼자 또 나가서 일한다고 돌아다니면... 내가 공부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렇다고 우리 집에 있을 수도 없잖아!! 방금 말했잖아 그 나쁜 놈이 또 들이닥치면!!...너 어떻게 할 건데!! 넌 이런 내 부탁도 못 들어줘?!! 못된 년...진...진짜... 못됐어..." 끝내 수이가 어제부터 겨우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려 대성통곡을 한다... 혜주를 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한 수이였기에... 혜주는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는다... 결국...수이의 도움으로 혜주는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들어오기로 결정을 한다. '당분간만'이라는 글을 노트에 적으며... 끝내 협상 같은 글로 내게 신세지는걸 싫어하는 눈치였다. 이틀 만에... 집에 들어왔을 때... 혜주와 수이를 집 앞에 세워두고는 성급히 들어가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내가 맡아도 퀭한 이 노총각 냄새를 빼지는 못하더라도 방바닥이라도 치워야 했기에 혜주와 수이를 문 앞에 세워둔 채 땀을 흘리며 아픈 손도 잊고는 청소를 급하게 한다... 대충 치웠을 때... 문을 열고 어색한 미소로 혜주와 수이를 반긴다... 내 엄청난 땀을 보고... 혜주가 부은 얼굴로 살짝 미소를 띠어 준다... 그 비열하고 악마같은 새끼가 경찰서에서 쉽게 풀려날 줄은 전혀 모른 채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혜주를 위한 뜻하지 않은 내겐 행복한 동거기 시작 되었다... 6. 동거 내 오피스텔은 방2개에 욕실1개...그리고 거실로 이뤄진 15평짜리 작은 사이즈의 다세대 건물 중 하나다. 귀찮아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청소를 하다 보니 평소의 집안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참담함을 그리고 있을 적이 많다...특히... 금, 토요일에는 그 절정의 끝을 보여준다. 아무리 서둘러 치우긴 했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흔적들로 인해 지금 거실에 앉아 있는 내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손님이 왔으면 차라도 내와야 하는데... 내 집에 차나 음료수가 있을 리 없다... 커피 같은 경우도... 집 앞 슈퍼에 있는 자판기에서 오다가다 꺼내 먹으면 되니까 말이다... 평소 일요일 이 시간에 내 생활의 시간표대로라면 난 지금도 방안에서 뒹굴고 있어야 한다. 그런 내 집에 난생처음 친구 삼구가 아닌 사람이 들어와 앉아 있다는 것이 정말로 어색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것도 여자 둘이니 할 말이 있겠냐 만은... "사장님..." "...예?" "이런 거 파시는 거예요?" "..."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수이가 가을이 다 지나가는 지금도 치워지지 않은 선풍기에 깔려있던 무엇인가를 꺼내 내게 들어 보여준다... 속옷...아니...일체형 바디 스타킹이다. 새코롬한 망사로 이뤄져 남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밑까지 트여있는 좀 굵은 데니아(원단을 이루고 있는 실의 두께)수로 다른 바디스타킹처럼 형태가 무엇인지 모를 수축되어 있는 것이 대다수인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 "와... 이런 것도 있구나..." "저...저기..." 신기한 듯... 손에 들고 늘려보기도 하고 짖굳게 혜주에게 대보기도 하는 수이의 행동에 손을 뻗어 낚아 챈 나는 얼른 바지의 뒷주머니에 스타킹을 구겨 넣었다. 혜주가 내 얘기를 했다고 하더니... 내가 부업으로 하는 란제리 인터넷샵도 전부 자세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놀라기는 커녕 신기해했으니 말이다. 사실 내 집에 이성의 손님이 온 적이 없었기에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멀뚱히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혜주는 생각에 잠겨 있듯 가만히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고, 혜주의 얼굴은 붓기가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호빵맨처럼 양 볼이 부어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눈이 또 흔들리려 했을 때... 수이가 고맙게 말을 이어갔다. 수아도 장난까지 치며 혜주의 기분을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근데... 여기 따뜻한 물은 잘 나와요?" "예...예?? 예..." "죄송한데 새 수건은 있죠?" "수건이요? 있어요... 있을거에요... 잠시 만요..." 방안에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다행히 수건이 한 장 남아 있었고, 수이에게 건네준다. 거실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는데 수이가 날 몰아붙이듯 톡 쏜다. "아니... 수건 가져다 줬으면 뻔 한 건데. 왜 거기 다시 앉아요?" "...예?" "지금 욕실에 가서 우리 혜주 목욕시키려고 한다고요... 눈치가 없는 건지..." "아!. 죄...죄송합니다..." 나는 일어나 집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어디가세요..." "예?... 모...목욕하신다고 하셔서..." "방에 들어가 계시면 되죠..." "예?...아. 아닙니다... 그냥 담배한대 피고 오죠..." 내 집이었지만 목욕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집에서 쫓겨났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황당하지도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물론 그 짧았던 삼일동안 혜주의 나신과도 같은 반 알몸을 본적이 있고 내 컴퓨터 가장 깊숙한 곳에 아직도 혜주의 아름답고 섹시한 란제리 모델로서의 사진이 보물처럼 숨어 있었다. 그렇지만 혜주가 목욕을 한다고 했을 때... 왠지 그 공간을 피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나오게 된 나다. 담배를 물고... 내 오피스텔의 창문을 바라보며 갑자기 혜주의 알몸이 생각났지만... 이내 부은 얼굴이 겹쳐져 고개를 젓게 되었다. 세 개비를 피고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슈퍼로 들어가 음료수와 먹을 만한 먹거리들을 골라서 챙겼고, 과일도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들로 몇 개 골랐다. 봉지를 들고 도착한 집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곤 남들에게 피해 주기 싫은 내 버릇으로 번호키를 무음으로 작동해 문을 열었기에 문을 열리기전까지 내가 왔는지 인기척을 못 느꼈을 집안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번호키의 '삐리리~'음과 동시에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혜주가...수건으로 가슴을 가린 채...욕실 문에 반쯤 몸을 걸쳐선 얼굴만 빼꼼히 내놓고 옷방을 보고 있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 아저씨는 옷도 없냐...혜주야... 추리닝이라도 줄까?" 수이가 내 옷 중 혜주에게 입힐만할 걸 찾고 있는지 혜주가 바라보던 옷장이 있는 건넌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주는 아직도 그제의 기억이 남아 있는지 굳어진 채 날 쳐다보고만 있다. 순간 나도 몸이 굳어졌다... 남자의 본능이라고 했던가... 이 와중에 혜주의 너무도 잘빠진 다리의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올라가며 훑어보듯 감상을 했고,. 이어서 수건으로 가려진 탐스러운 혜주의 가슴과는 대조적인 너무도 얇은 허리와 갈비뼈들을 보았다. 그리고 혜주의 부운 얼굴에 시선이 다달했을 때...흔들리는 눈망울과... 혜주의 맺히기 시작한 눈물을 볼 수 있었기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쿵!!' 번호키의 열림 버튼을 누르고... 몸을 밀었는데... 한 타임 늦은 번호키의 작동으로 머리부터 철문에 그대로 박았고, 큰 소리가 났다. 창피함과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이마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누,,누구세요?" 수이가 방에서 뛰어나왔고,,문 앞에 얼굴을 맞대고 쪼그려 앉아 있는 날 발견하곤 놀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