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8편 (8/49)
안주하려는 사람은 더 이상 회사에 필요가 없거나 묻혀가는 그런 무능력한 남자가 대 부분이죠. 또 여자라면 모르지만..." "..." "그래도 다행이내요... 그 정도의 협상을 요구할 정도면 우선은 안심입니다." "안심이요? 오히려 반대 아닌가요?" 유과장의 말 주변에 우선 한발 물러선 나였기에 계속 유과장 말의 꼬투리를 잡게 된다. "협상을 요구하는 자는 그에 합당한 제시를 한다면 일처리에도 능숙할 수 있으니까요. 무조건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사람은 우선 책임 회피부터 하게 되는 게 보통이고, 거기다가 위기상황대처 능력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거래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공범이 될 수 있는 거죠." '공범'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혐오스럽게 내 귀에 들렸다... 은행 일을 하면서 대출건의 일을 도와주다가 몇 번이고 봤던 불법보증건이나 무담보등의 권력에 투합 하는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지만 우선은 표정변화 없이 유과장의 말을 계속 듣고 있다. "그래서요. 제가 만약 협조한다면 뭘 해야 되죠?" "간단해요." "간단이요?" "예. 심대리의 집에 들어가서..."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말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들고 다니지만... 금요일 이 시간에 울릴 리 없는 핸드폰이었기에 난 유과장의 핸드폰인 줄 알고 가만히 앉아 있었고, 이내 말을 끊고 날 노려보는 유과장의 시선에 내 핸드폰을 황급히 꺼내 들게 되었다. 처음 보는 낯선 번호다... "죄송합니다. 잠시 만요." 유과장에게 양해를 구하며 핸드폰을 받는다. 역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예. 김민호 입니다." [안.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저...저기...] 가만히 듣고 있는데 말을 더듬는 여자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핸드폰에 찍혀 있는 번호를 확인해본다. 017...35...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번호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저... 혜주 친구 수이인데요.] "...혜주요??"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갑자기 이제 와서 혜주 친구라니... [혹시... 지금 안 바쁘세요?] "아뇨... 지금 바쁜데요. 미팅중입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전화기를 말과 함께 끊어버리곤 다시 유과장을 쳐다본다...유과장과의 대화 내내 혜주의 얼굴을 잊으려고 노력해본다. 이제 와서 겨우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내 20년간 행동을 바꿔버린 삼일동안의 혜주와의 시간이 두려웠고, 무섭게 느껴졌기에... 나는 전화를 그렇게 끊어 버렸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만약 혜주를 진정으로 원하게 된다면...아니... 내가 나이 사십이 됐을 때 20대 후반의 혜주일 텐데 가뜩이나 귀찮은걸 싫어하는 내가 그런 혜주에게 맞출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망설이게 한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리고 혜주 같은 여자에겐 나같이 무심하고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남자보다는 애정이 많은 남자가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했기에 나는 혜주에 대해서 더 이상 듣기를 거부했다. 다행히...더 이상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유과장의 제안은 간단하면서도 조금은 내게 무리한 요구인 듯 느껴졌다. 심대리를 꼬셔서 집에 찾아가 숨겨둔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사건의 내역조차도 사실 좀 의아하다. 심대리가 펀드 담당보저였기에 고액 고객들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유출해 집에 보관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잡혀있는 단계이니 만약 정황증거가 아닌 사실이라면 자연스럽게 설득을 해서 돌려놓게 만들라는 것이다. 직접 잠입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내 말에 유과장은 아직 그럴 상황은 아니란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잠입했을 때 찾지 못하고 허탕을 친다면 더 낭패를 볼 수 있고 지금 현 시점은 단지 정보 유출만 있을 뿐, 이것도 물론 큰 범죄지만 그것보다 그걸 어떻게 사용할지가 더 두려워하는 듯 느껴진다. 그건 나도 어렴풋 느끼고 있었다. 은행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뉴스가 이슈가 된다면... 더군다나 고액고객들의 정보라면 은행에 가해질 이미지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유과장의 걱정스런 말보다는 혜주의 일로 머릿속에 꽉 채워졌기에 심각함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대답으로 유과장을 대하게 되었다.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해야죠...지금 삼자처럼 김대리님이 말 할 입장이 아닌 거 같은데요..." "예?" "김대리님이야 그만 둔다고 하면 쇼핑몰이라도 운영하죠...이 일이 외부로 유출된다고 하면 이미지 쇄신차원에서 본사로부터 아마 직원들의 대대적인 인사이동 및 퇴사가 이뤄질 텐데... 다른 직원들은요? 아마 반은 전부 목이 날아갈걸요!" "..." "아무리 개인주의에 내 일만 아니면 괜찮다는 식의 성격소유자라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 유과장님은요? 전입오신지 한 달도 안되서 이런 일 터지면 크게 문제 생기는 거 아니에요?" "저요? 호호호호... 지금 저 걱정하시는거에요? 아니면 협박하시는거에요?" "양자 다입니다." "전 이미 이 일에 대한 정황증거 때문에 여기 강동지점으로 배속 받은 거예요. 어차피 전 이 일 해결되면 본사로 다시 복귀합니다." "...그럼 이 일만 잘 해결되면 제 일에 참견 안하신단 말인가요?" "그걸로 협상하죠. 쇼핑몰건도 일체 묵인해준다는 걸로요. 그리고 지금처럼 하시던 일만 계속 하시면 됩니다."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는 있나요?" "글쎄요... 한시라도 빨리 결정해주신다면 저희가 수월하겠는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좀 바쁜 일이 생겨서요," 나는 더 이상 궁금증을 못 이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내게 유과장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뱉어냈다. 아니... 여자로서는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김대리님!" "...예?" "근데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 "상사로서 대접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의자를 빼줄려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도망가듯 가버리면 여자한테 상처 준다는 거 모르세요?!" "... 죄송합니다... 급한 볼일..." "제가 노처녀라고 무시하는거에요?" "노처녀요?" 나도 모르게 유과장을 위아래로 훑어보게 되었다. 노처녀라... 솔직히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기에 유과장의 말에 무의식적인 대답을 하게 된다. "오히려 20대의 일반 모델보다 훨씬 매력 있고 찍고 싶은 란제리 모델같이 보이는데요...그럼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너무 급해서요." 나는 나오자마자 핸드폰에 찍혀 있는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연결 음이 들려왔고 곧 아까 목이 매여 말을 하던 수이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까 전화 받았던 김민호인데요..." [... 예...] "무슨 일로 전화 했죠?" [혜주가... 혜주가요...] "혜주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지금 병원인데요...] "병원..." [예... 아무한테도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병원이라뇨 과로해서 쓰러지기라도 했어요?" [아뇨...] "사고 났어요? 혹시 일하다가 다친거에요?" [아뇨...] "그럼요? 왜 갑자기 병원인데요?" [여기 세브란스 응급실인데요...우선 오셔서...] 나는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멍하니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나는 택시의 지붕위에 보이는 노란색 표시등을 보고 손을 뻗으며 도로가로 나가게 되었고, 그 차는 내 바로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끼익~~~~~' "야!! 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죄...죄송합니다... 지금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주세요." "..."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는지... 욕을 하려던 기사가 아무 말 없이 날 태우곤 운전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거리가 먼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시계가 10시를 거의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전화통화 내용대로 곧바로 응급실로 달려갔고, 문을 막 열려고 하는데 간호사가 어떻게 왔냐고 물어본다. 물론 장혜주를 만나러 왔다고 대답을 했다. 응급실 안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혜주를 찾고 있는데... 보이 질 않는다... 천천히 걸으며 침대를 확인하는데... 커튼이 쳐져 있는 안쪽의 침대에 혜주가 있다는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커튼을 서서히 젖히고 들어갔다. 탐스런 가슴이 혜주가 분명했다. 저 작은 유두와... 잘록한 허리에 어울리지 않는 탄력적인 유방은... 환자복에서 내 매장 세면대에서 입고 있던 티로 갈아입고 있었는지. 얼굴을 티로 가린 채 팔을 위로 올리고 상반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혜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제서야... 혜주의 갈아입는 걸 도와주던 낯선 여자가 놀라선 날 쳐다보고 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안녕하세요... 김...김민호입니다..." "..." "혜주 맞죠?" "저기... 지금 옷갈아 입는거 안보이세요?" "...죄송합니다..." 얼굴이 빨개진 채... 나는 커튼밖으로 나온다... 너무 여자의 가슴에 익숙해졌나보다... 혜주의 살은 여전히 하얗고 부드럽게 보였다. 약간은 앙상해보이는 갈비뼈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큰 상처가 몸에 없다는 걸 확인했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옆에 있는 철제식 의자에 앉게 된다. 몇초간이 몇분처럼 느껴졌을 때... 혜주의 친구인듯한 그 낯선 여자가 커튼을 조금 열고 날 부른다... "죄송합니다... 근데 혜주 어디가..." 봐선 안될걸 본듯 한... 내 표정에 혜주가 방금 멈췄는 듯 보이는 눈물을 다시 흘리기 시작한다. 얼굴의 양볼이 많이 부어... 혜주의 약간은 젖살이 붙어 있던 가름한 달걀같은 얼굴이 호빵처럼... 아니... 뭘 입에 물고 있 듯 빨갛고 심하게 부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혜주라고는 도저히 못 믿을 정도로... 그리고 입술도 찢어졌었는지... 입과 코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었다... 나는 몸이 굳어진 채... 혜주에게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는다. 누구에게 맞은게 분명해 보이는 혜주의 얼굴을 천천히 손을 내어 쓰다듬으려 할 때... 혜주가 겁을 먹고는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났다... "혜주야..." "..." "나 모르겠어? 아저씨야... 야한 란제리 파는 아저씨..." "..." 내 말에 계속 눈물만 짓는 혜주였기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더 다가가고 싶은데... 날 거부하는 혜주다... "죄송해요... 사장님이 전화했을 때... 그냥 혜주를 맡겼어야 하는데... 알바구한다고..." "상관없어요...그게 문제가 아니고... 지금 혜주 어떻게 된거죠? 얼굴이 왜 이래요?" "혜주 작은 아빠요... 계속 다른데서 숨어있었는데... 오늘 낮에 들이닥쳤대요... 혜주 알바 끝나고 들어오는거... 잡아서 강제로..." "...그 새끼 지금 어딨어요... 그 작은 아빠란 놈 어딨어요?!" "경찰서요... 우선 강간..." "강간이요??" "미수요... 강간미수로 경찰서에 있어요... 근데... 혜주가 말을 못해요... 머리 CT도 찍고 검사 해봤는데... 충격은 받았지만 이상은 없다고... 근데 우리 혜주 말을 못해요..." 혜주의 친구가 겨우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내가... 그 때 그렇게 혜주를 보내지만 않았다면... 아니... 찾기를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지금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있을 혜주가 아니었는데... 나도 입을 다문 채... 쥐고 있는 주먹에 더 힘이 실려 손톱이 살을 파고들정도의 부노로 떨게 되었다...그 작은아빠라는 놈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내 성격에 대한 분노인지도 모른 채, 응급실 침대앞에서 가만히 혜주를 바라보고만 있는다... "으...으으으으~~" 혜주가 입을 뻐금거리며... 뭔가를 찾는다...혜주의 친구는 들고 있던 노트를 혜주에게 건네줬고... 혜주는 힘겹게 글씨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아저씨, 통장 좀 찾아주세요...' 5... 탈피-1 혜주가 적어준 '동민장'이라는 곳을 도착하고 20분째 찾고 있지만... 이건 어디에 붙어 있는지 도통 찾지를 못하겠다... 눈에 띄지 않는 골목 속에 숨어있어 찾기 힘들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눈에 띄지 않을 줄은 정말 몰랐다. 결국 눈에 보이는 복덕방으로 들어간 나는 그제야 동민장이 노가다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하루 6천 원짜리 하숙집과도 같은 장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설마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 하늘아래에 하루 숙박비가 6천 원짜리 방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에 복덕방 주인의 농담이라 여기고 그려준 약도를 따라 골목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복덕방에서 알려준 골목길은... 점점 경사가 가파르게 변해 간다... 거의 산행을 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차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구불구불한 길의 연속이었다. 이런 길을 근 이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최소 두개 이상씩 하면서 다녔을 혜주를 생각하니... 왜 그렇게 허리가 얇아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땀을 흘리며 양복 상의를 벗고는 겨우 도착한 허름한 '동민장'이라는 간판을 찾았다. 입구부터... 내가 봐오던 화려한 모텔이나 호텔의 유리문과는 너무 다른 철문으로 만들어진 들어가기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위협을 준다. 혜주는 이런곳은 어떻게 찾은 건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고 카운터라고 하기엔 좀 어색한 가장 바깥쪽의 문이 조금 열렸다...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익숙하게 앉은 채 얼굴만 내밀고는 내 행색에 의아한 듯 물어본다. "뉘슈~??" "아,... 저 여기 혜주...장혜주 방이 있다고 해서요..." "혜주는 왜요?" "아뇨... 혜주..." "헤주는 왜 찾는데? 혜주 작은 아버지가 기다리다가 같이 시골 내려 갔슈..." "예??..." 아마도 여기까지는 들어오지 않은 채... 그럼 혜주가 어디서 강간을 당할 뻔 한건지... 이 아주머니가 혜주의 작은아빠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건 최소한 그 놈이 여길 들어왔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는 급하게 혜주의 방을 묻게 된다. 설마... 설마 혜주가 어렵게 모은 돈을... "할머니!!... 혜주방 어디에요? 지금 혜주 병원에 있어요... 그 나쁜 새끼 때문에 병원에 있다고요...방 어디에요?" "무...무슨 소리여?" "그 새끼 인간도 아니에요. 아마... " "그런데 댁은 뉘신데..." "저...저는...혜주 약혼자요... " 말도 안 되는... 그러나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인터넷 란제리 쇼핑몰 사장? 은행원?? 아무것도 혜주와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급한 대로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뱉어내게 되었다. 역시 할머니는 날 의심하듯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제야 내 양복 상의주머니에서 혜주의 학생증이 있다는 걸 기억하게 되었다. 분명히 할머니가 문을 안 열어줄거라며 혜주가 힘없이 종이에 하숙집 이름을 적으며 같이 건네준 학생증을 서둘러 꺼내 보여준다. 그리고 의심을 덜기 위해 내 명함도 보여 주게 된다... 한참을 확인하듯 학생증과 내 명함을 뚫어져라 보던 할머니는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그...그럼 증말로 지금 혜주 고것이 병원에 있단 말여?" "예... 그 나쁜놈이 혜주한테 못된 짓을 하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빨리 문 열어주세요...지금 돈도 훔쳐 갔을지 몰라요..." "그랴... 쪼매만 기두려..." 할머니가 방안으로 들어가서 열쇠를 찾는 동안... 복도가 내 목소리로 소란스러웠기에 방문이 열리며 여기저기서 건장하거나 왜소한... 삶에 찌든 모습이 역력한 남자들이 한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서있다는 것이 신기한 듯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 벽에 기대거나 문만 열고 날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었기에 난 할머니가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눈이 어두운 할머니는 한참을 열쇠더미에서 혜주의 방 열쇠를 찾는 듯 짤랑거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 나오질 않고 있다... "어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이마에 가로로 길게 흉터가 있는 작지만 보기에도 탄탄해 보이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넌 뭐냐?" "예?" "넌 뭔데... 울 혜주를 찾는 거냐고..." "야...약 혼자요..." "약혼자??" "예..." "뭔소리다냐... 혜주 고 어린것이 무슨 약혼자가 어디 있냐고!!... 너 뭐하는 놈이야..." "약혼자 맞...아요..." "콱!!~~" 점점 다가온 남자는 나보다도 훨씬 작았지만... 키가 문제가 아니었다. 쭉 늘어선 10개정도의 방에서 나온 남자 중 보스정도의 포스를 느낄 수 있는 남자의 기에 이미 나는 짓눌려 있었기에 손을 올린 남자의 모션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하는 남자들에... 당장이라도 나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혜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혜주의 얼굴만 떠오르지 않았다면... 난 이미 이 자리를 피해 내 안락한 안식처인 집으로 향하고 있었을 텐데... 빨리 혜주의 방에 들어가 통장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에 대지도 않는 용기를 부리게 된다... "당...당신 뭐야!! 나 혜주 약혼자 맞아!" "이게 그래도... 너 울 혜주 어쩌려고 온 놈 맞지??!!" "무...뭐?...이.새끼가 너 안비켜!!" '퍽!'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작은 키의 남자를 내가 손으로 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복도의 천장이 내 눈에 들어온다. 왼쪽 뺨에 충격이 전해져 온건 머리가 바닥에 닿은 후였다. 내가 어떻게 넘어진 줄도 모르고 나는 손에 힘이 빠져서 일어나려 끙끙 거리게 된다... "너 같은 놈이 한둘인 줄 알아?!!" "무...무슨..." "울 예쁜 혜주 노리고 접근하는 놈이 한둘인 줄 아냐고 이 새끼야!! 욱!" '쿵' '울 예쁜 혜주'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며 그대로 남자의 얼굴에 머리를 박아 버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폭력행위다...내가 이상해진 건 분명했지만... 도저히 이놈의 입에서 혜주의 이름이 나오는걸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코 익숙해질 수 없을 거 같은 끔찍하기까지 한 물컹한 살의 느낌이 내 이마를 통해 전해진다. 내 이마가 상당히 아팠는데... 이 남자는 넘어지지도 않은 채... 손으로 코를 가리곤 다시 나를 발로 걷어차기 시작한다. 사정없이 내 복부와 얼굴을 향해 들어오는 발에 맥없이 막으며 맞고만 있고 있을 때... 드디어 열쇠를 찾은 할머니가 나오다 말고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뭐하는 겨!!" "어머니... 이 새끼 또 그런 새끼라니까요... 혜주 노리고 찝쩍대는 그런 놈 말여!" "야이 미친넘아! 너 혜주한테 몇 번이고 안 들었냐!! 그 김 머시깽이 은행원 아니냐!!" "뭐...예???" "예??" 엎어져 코피를 흘리고 있던 나도 할머니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 혜주가. 내 얘길 할머니에게... 아니 여기 사람들에게 했다는 게... 가슴이 벅차오기 시작했다. 맞아서 아픈 게 아닌... 날 조금이라도 생각해준 혜주가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맺히게 한다... "뭐여... 그 은행쟁이여?" "..." "미안혀... 진작 이름을 말을 하던가..." 날 부축하는 손을 뿌리치며 할머니에게 열쇠를 받았다. 107호... 키에 적혀 있는 방번호를 찾아 서둘러 남자들을 헤치며 달렸고, 곧 혜주가 먹고 잤을 허름한 나무로 된 아이보리색 문 앞에 섰다. 왠지 모를 떨림을 억누르며 키를 꽂고 문을 연다. 겨우... 사람 둘이 들어가 잘만한 방안의 크기에... 이렇게 복도에 즐비할 수 있는 문의 구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방안에는 가구라고는 달랑 면으로 된 지퍼 형으로 이루어진 70년대에나 있을법한 옷장이 다 였다. 원래 지저분했을 방은 혜주가 이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서인지 전혀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다만...옷장이 열려 있었고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이불과...혜주가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나갔던 검은 가방이 열린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순간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애써 무시하며 가방을 열고 혜주의 허름한 양말을 찾아본다...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다... 방 밖에서 남자들이 내 행동을 구경하 듯 혜주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기에... 나는 곧 그 가방안에 바닥에 널려져 있는 혜주의 단 두벌의 옷 중 남은 한 벌을 챙겨 넣고... 샘플로 얻었을 듯 한 화장품들과 수건... 그리고 그제야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빈 허름한 양말을 찾아... 가방이 아닌 내 주머니에 넣고는 가방의 지퍼를 닫아버렸다. 아무 말도 없이 '동민장'을 나오는데 할머니의 근심어린 얼굴을 볼 수 있었다...이미 눈물을 조금 흘렸는지 주름이 무성한 눈가가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