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하북팽가 - 백상 - 18편 (18/47)
'자네가 나의 곁에 계속 머물게 되면 나는 과거 그 신풍검객이 터 득했던 용화문의 무공들에 대해서 자네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네. 자네 는 이번에 어떤 목적으로 갑자기 강호에 나왔으니 나름대로 힘이 필요 하기도 하겠지. 헌데, 그 신풍검객 천장송은 바로 자네의 선친인가?' 천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백자안은 담다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음, 역시 예상햇던 대로이군. 듣기로 그 신풍걱ㅁ객은 아주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재목이었다고 하네. 그너데 그는 어는 날 하북팽가의 금지옥엽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 그 호접도 팽약화는 바로 자네의 모친이셨겠지?' 천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그의 음성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백자안은 그의 얼굴을 보 면서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이제는 자네의 그간의 사정에 관해서 나에게 애기해줄 수가 있겠는가?' 천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되물었다. '그렇다면 나으리께서는 제게 그 신분을 증명하는 것을 보여주시겠 습니까?' 백자안은 주저없이 품속에서 예의 그 구리팔찌를 꺼내어 보여주었 고, 이어 전음으로 그에게 용화대수미선공의 구결의 전반부를 조금 들 려주었다. 천가준은 물론 그 용화대수미선공의 구결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미처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선친에 의 해 거의 강요받다 시피하여 터득한 것이었고, 그 구결의 내용을 적어 놓은 책자만은 그에게 전해졌던 껏이었다. 그는 이때 문득 백자안으로 부터 그 내공의 구결을 듣게 되자 왠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설움 이 치미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그는 용화문의 신물인 그 구리파 찌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왠지 낯익은 물건을 대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따. 이윽고 백자안이 그 구리팔찌를 도로 갈무리하자, 천가 준은 서서히 자신의 내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는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야 유모의 말을 듣고 나서 알게 되었씁니다. 저의 부모는 외갓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인을하 여 저를 낳으셨지요. 그런데 제가다섯살이 되던 해에 부모님은 똑같이 저의 외가에 가셨따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유모의 말을 듣고 당시 부모님은 외가에서 모두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는 이후에 어머님이 부탁하신 유모에 의해 키워졌고, 저의 외가에서는 저의 존재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저를 죽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한 사람의 과거를 모두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러나 천가준은 이미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었떤 사람처럼 조금도 주저하는 바도 없이 계속해서 애기를 해 나갔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매우 어렵게 자라났습니다. 유모는 간혹 저의 부모의 훌륭하신 점을 말씀해 주시곤 했죠. 저는 몸은 아주 건강했기 때문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고 무공을 닦았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저의 선친처럼 훌륭하게 되고 싶었고, 그리고 어째서 외갓집 의 사람들이 저의 부모를 그렇게 죽여야 했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열두살 때 유모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추혼검보를 우연히 입수 하여 무공을 연마했고, 그리고 이제 강호에 나온 것입니다.' 천가준의 대강의 애기는 비록 간단한 내용이라고 할 수 가 있었지 만 상당히 눈물겨운 면이 있었다.그런 고생을 겪으면서도 이와 같이 충직하게 성장해온 그가 일면 대견스럽게 보이기조차 했다. 백자안은 애기를 듣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가 이번에 강호에 출도한 것은 바로 자네의 외갓집인 하 북팽가에 들러서 과거의 원한을 해결해 보기 위함인가? 그래서 일부러 그 냉월보도도 욕심낸 것인가?' 천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기실 이번에 천가준이 강호에 나온 목적은 두가지에 있었다. 하나 는 조금전의 말처럼 부모의 원한을 해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 친의 사문의 무공을 가능한한 배우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미 천가준이 신상내력을 밝히는 중간에 말한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백자안의 앞 에서 어떻게 그가 무공에 관한 애기를 할 수가 있겠는가? 아국이 문득 옆에서 듣고 있다가 천가준에게 물었다. '그럼 대체 그 냉월보도로 하북팽가로 가서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 죠?' 천가준은 공손히 대답했다. '저는 그것을 그들에게 전해줄 생각있습니다.' 아국은 천가준이 오히려 원한을 품고 있는 하북팽가에 보도를 갖다 주겠다고 하자 쉽게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천가준이 가 지고 있는 하북팽가의 사람들에 대한 혈육의 정과 원한이라는 두 양면 적인 모순된 듯한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백자안은 아국을 위해 다시 천가준에게 질무했다. '그럼 자네는 우선 그것을 빌미로 삼아 과거사에 대해서 물어보려 고 하는 모양이로군?' 천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갑자기 그들 앞에 나선다는 것이 별로 명분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명분. 아국은 천가준이 원한을 가지고 있는 하북팽가에 대해서도 그런 명분을 애써 차리려는 것을 보고, 그가 아직도 그곳에 대한 미련 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듯한 양면적인 심리를 파악할 수 가 있었다. 그 하북팽가는 이곳 북경성에서 서남쪽으로 천리 정도만 가면 있다. 무림오대세가의 하나인 그곳은 당금에 이르러 더욱 성세를 떨치고 있 는 중이었다. 바로 그곳의 사람들이 도법에 정통하기 때문에 천가준은 일부러 찾아가는 예물로 냉월보도 장도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가 그 보도를 취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것을 상기해 보면서, 아국은 실 로 그 혈육의 정이라는 것이 새삼 무섭다는 것을 실감했다. 본래 그녀 들 매난국죽 네자매는 다서살에 노예시장과 같은 인신매매단에 의해 팔려가는 것을 백자안의 모친이 구해주었다. 기실은 백자안의 모친은 그녀들을 불쌍히 여겨 돈을 많이 주고 산 다음에 딸자식처럼 길렀던 것이었다. 당시 백자안의 나이는 이를테면 열두살이었는데, 네자매는 이후 대략 삼년간 백검민에게 지도를 받았으며 그리하여 이렇게 훌륭 하게 성장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제 아국은 백자안의 부인으로 선택 되었으니 스스로 과거에 대한 감회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 네자매는 모두 부모나 그밖의 모든 것을 깅거하지 못하고 있었 고, 그저 이제까지 자신들이 키워준 백검민, 문이인숙한 부부를 마치 친부모처럼 생각할 뿐이었다. 일전에 문인숙한이 그녀들을 위해 알아 본 바로는,그녀들은 본래 안휘성의 한 선비가문의 여식들이었는데, 한 때 심한 기근과 질병이 나돌아서 부모가 죽어버리자, 이내 그 용모 때 문에 인신매매단에 의해 팔려오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문인숙한은 죽 기전에 사람들을 보내서 보다 정확한 사연을 알아보려고 했었으나 끝 내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백자안은 천가준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인가?' 천가준은 즉시 대답했다. '허락하신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하북팽가에 다녀오도록 하겠씁니 다.' 백자안은 천천히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곳에 볼일이 있으니, 여기에서 한 이틀 정도 쉬면서 몸조리 를 하다가 나중에 함께 가 보기로 하세!' 말이 끝나자, 백자안은 품속에서 열냥짜리 금표를 꺼내어 천가준에 건네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는 앞으로 한당동안 용돈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니, 내 월급을 선불르 주는 것일세.' 백자안은 말을 마치고 나자 이윽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천가 준은 받아든 금표를 일순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 고 백자안에게 물었다. '정말로 나으리의 선친께서 저의 선친의 일을 해결하러 떠나셨다가 돌아오시지 않은 것입니가?' 백자안은 걸음을 옮겨 방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 했다. '그렇넨. 사실 거기에는 보다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을 것이네.' 제17장 야묘방의 사람들. 백자안이 방안의 침상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 는데 문득 아국이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들린 쟁반위에 신선한 과일 들을 소복하게 담아 가지고 있엇는데, 일단 그것을 옆의 작은 탁자위 에 내려놓은 다음에 미소하며 물었다. '이곳은 좁아서 지내시기가 매우 불편하시죠?' 백자안은 몸을 일으켜서 쟁반위의 과일을 집어들어 한 입 베어 문 다음에 씹으며 대답했다. 나야 그저 노는 셈이니까 상관이 없지만, 아국 당신이야말로 여러 사람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어려울 것이오. 앞으로는 아난이 돌아오 면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아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하도록 할 생각이예요. 다만....이곳은 사람이 많아져서 생활하기 어려우므로 하루빨리 넓은 장원을 하나 빌려서 그곳을 옮겨 가는 것이 좋겠어요.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백자안은 말이 끝나자 이내 아국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었다.그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물었다. 밖에 있는 그 두명의 호외는 지금 집을 잘 지키고 있소. 아국은 얼굴이 새빨개졌으며, 이내 얼른 몸을 도사려 침상옆에 앉 으며 그를 보며 대답했다. 그들은 지금 둘 다 정원에 나가 있어요. 백자안은 다시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 이런 호젓한 기회에 좀더 사랑을 나누도록 하는것이 어떨까? 아국은 재차 안색을 붉히며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잠시 후면 아난도 돌아올 것이니 그러시면 안되요. 그보다...저에게 한가지 애기를 해 주세요. 백자안은 웃으며 물었다. 무슨 애기 말이오? 아국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과거 하북팽가에 얽혔던 사연에 대해서 좀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 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말햇다. 그 애기는 나도 별로 더 아는 바가 없소. 본래 신풍검객 천장송은 당시 어떤 함정에 걸려들어서 죽음을 당했고, 그의 아내인 호접도 팽 약화는 그 시체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소. 헌데 하북팽가의 사람 들은 미처 그들의 이세가 자라고 있는지 몰랐었지. 아국은 다시 물었다. 글머 대체 하북팽가의 사람들은 어째서 ㄱ이 그들의 사위를 죽이려 고만 했을까요? 게다가 아버님은 또한 어째서 실종되신 거죠? 하북팽 가의 사람들에게 당하신 것인가요? 백자안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당시 선친의 능력은 가히 천하에선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여쏘. 그런데 어찌 하북팽가 따위에게 당했겠소? 필시 거기에는 다른 사연이 있으며, 앞으로 우리는 그 사연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오. 아국은 백자안에게서 별다른 애기를 듣지 못하자 약간 실망이 되어 서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은 앞으로 그 두명의 제자들과도 만나볼 생각이신가요? 백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다면 그럴 생각이오. 그때, 갑자기 거실쪽에서 나직한 기침소리와 함께 장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으리,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이? 아국이 약간 놀라서 급히 몸을 일으키자, 백자안은 이윽고 일어나 방문을 열며 물었다. 어떤 손님이 찾아왔었다는 말이오? 장노인은 방안을 슬쩍 둘러보더니 대답했다. 야묘앙의 사람들입니다. 야묘방의 사람들이? 백자안은 문득 일전에 자신에게 달마역근경을 주고 사라졌었던 소 녀 소신투 임몽청을 상기했다. 바로 그 임몽청이 야묘방의 소방주인 것이었다. 본래 그 야묘방은 정사 중간의 문파로서 자칭 도둑의 도를 지키고 있다고 하는 무리였다. 그들은 더러 예 무덤을 도굴하여 보물 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탐관오리나 더러운 방법으로 축재한 부자들의 재산을 털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일부의 금액을 자신들의 활동비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에게서 도 움을 받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평판이 좋고 또한 그들 스스로는 의적 이라고 자칭하고들 있지만,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온당치 못한 방법 을 사용함으로써 명문정파들로부터는 모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자들 이었다. 백자안은 전날 그 관제묘에서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분주 해 하던 야묘방주의 얼굴을 다시 상기해 보며 장노인이게 다시 물었 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나를 찾아왔었다는 말이오? 장노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들은 일단 나으리를 만나 뵈야 하겠답니다. 백자안은 필시 그들이 관제묘에서의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들은 누구누구요? 장노인은 대답했다. 야묘방주와 야묘삼선의 네 명입니다. (네 명이라고?) 옆에서 아국이 입을 열어 물었다. 그 임낭는 오지 않은 모양이죠? 아국은 그 임몽청이가 백자안에게 애정을 품었었다는 것을 알고 있 었기 때문에 유달리 관심이 깊었다. 백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소? 장노인은 대답했다. 지금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시 지금쯤 새로 호위무사가 된 천가준이 그들을 상대하고 있으리 라고 생각되었다. 솔직히 천가준은 전날 보도쟁탈전에서의 모습처럼 그렇게 뚱뚱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도 그를 쉽게 알아내지는 못 할 것이었다. 백자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들에게 들어오라고 하시오! 백자안은 즉시 아국과 함께 거실의 탁자로 가서 자리한 후 방문객 을 기다렸다. 아국이 백자안에게 물었다. 그드릉ㄴ 무엇 때문에 온 것일까요? 백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세, 그들을 만나 보면 이내 알게 될 것이오. 이윽고, 장노인과 천가준의 인도하에 문이 열리고 네 명의 흑의인 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인상은 이미 전날 관제묘에서 보았기 때문에 낯익은 것이었다. 그들 가운데 손에 검은 섭선을 들고 있는 청수한 용 모의 초로의 문사가 바로 야묘방주이고 나머지 세 명의 노인은 야묘삼 선이었다. 본래 야묘방에서는 삼선과 십귀가 주축이라고 할 수 가 있 었는데, 이제 방주가 그 가운데 야묘삼선을 데리고 직접 나타난 것만 봐도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야묘삼선은 나이는 야묘방주와 비슷하고 대체적으로 모두 빼빼마른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그 대로 가장 키가 커 보이는 흑의노인이 손에 하나의 금장이 되어 있는 작은 함을 들고 있었다. 백자안은 야묘방주인 야묘자 임화금이 나타나 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여러분들이 소생의 초라한 거처를 이렇게 찾아주시 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전날 야묘자 등은 거의 분명하게 백자안의 얼굴으 보고 익혀둘 수 가 있었다. 흑의문사 차림인 야묘자 임화금은 백자안을 대하자 이내 만면에 미소를 지소 입을 열어 말했다. 이거 불청객이 갑자기 공자의 처소를 방문하게 되어서 미안합니다. 호기 폐가 된 것은 아니겠소이까? 백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을, 자 불편하시겠지만 우선 이쪽의 자리로 와서 앉으시 지요. 고맙소이다. 공자. 임화금은 만연에 기분좋은 듯한 미소를 흘리며 걸어와 백자안의 맞 은편에 앉았다. 그런데, 오히려 임화금을 수행해온 야묘삼선은 모두 여 전히 안면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리에도 안지 않고 그 저 냉랭한 태도로 임화금의 뒤에 시립하고 서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태도로 보아 그들이 찾아온 것은 결코 좋은 뜻만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장노인과 천가준은 이에 마치 대항이라도 하듯이 백자안의 뒤쪽 으로 걸어가서 시립하고 섰다. 실내에 잠시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드한 침묵이 흘러갔다. 임화금은 처음에는 화락한 듯 했으나, 이내 왠 지 쉽게 말을 꺼내지 않고 머뭇거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아국이 청자 를 끊여다가 두 사람의 앞에 내려놓고 한쪽으로 물러갔다. 백자안은 침묵이 답답하게 꼐속되자 그만 차를 마시고 나서 상댕게 용건을 물어 보려 했다. 그런데, 임화금이 마악 그런 심리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이 부채를 두어번 부치며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이었다. 허허, 백공장는 이런 곳에서 고아하게 풍류를 즐기ㅗ 있으니, 실로 선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외다. 아직 백자안은 그와 정식으로 대면한 적이 없었는데도 그가 이처럼 그의 성씨를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임몽청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양이었따. 백자안은 임화금의 어조에 세 푼정도의 풍자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따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개의하지 않고 간단하게 대꾸했다. 저는 잠시 이유가 있어서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니,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되지요. 헌데, 방주께서 오늘 소생을 찾아주신 이유는 무 엇입니까? 임화금은 잠시 백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대답했다. 노부가 백공자를 오늘 찾아온 것은 바로 전날의 후의에 부답하기 위한 것이오. 말이 끝나자 임화금은 뒤로 야묘삼선에게 가볍게 손짓을 했다.그러 자, 이내야묘삼선 가운데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들 고 있던 금장을 한 작은 함을 탁자위에 내려놓더니, 이어 그 뚜껑을 열어 보였다. 그러자, 순간 실내가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색의 광채 로 인해 휘황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 작은 함속에는 진주나 금강석 들을 비롯하여, 홍보석이나 묘아안, 그리고 온갖 금장식품들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온갖 보석들이 골고루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아 국은 비록 자기 스스로 보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는 했지만, 그러나 그 휘황한 광채를 뿌리는 알므다운 보석들을 보는 순간에 금방 그것들이 하나같이 평범치 않은 최고급의 물품이라는 것 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 정도라면 모르긴 몰라도 값을 따진다면 은자 수십만냥에 해당되는 막대한 예물일 것이었다. 대체 그 야묘방의 사람 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한 것을 가져와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임화금 은 그 보물상자를 가리키며 백자안에게 다시 말했다. 전날, 우리는 백공자께서 그 달마역근경을 돌려주신는 덕분으로 용 케 위험을 모면할 수가 있었소이다. 해서...이것은 그 보답으로 드리는 수수한 예물이니 받아 주시기 바라오! 장노인은 지난 몇 년간 은자 십만냥을 벌었을 뿐이었고, 게다 가 지금은 은자 이십오만냥에 해당되는 황금 만냥을 벌기 위해서 굴욕 을 참고서 한달간 호위노릇을 해 주고 있는 것이었따. 지금 눈앞의 그 보물상자는 액수로 따져본담면 황금 만냥에 못지 않을 것인데, 만일 일반인이 본다면 그 막대한 거금에 욕심이 나서 그만 앞뒤를 가리지 않고 받으려고 할 것이었다. 실로 이 황금이라는 두 글자는 인간이 살 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아주 귀중한 물건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을 것이엇다. 하지만, 천하의 모든 일에 그저 공짜라는 것은 거의 없 다. 언뜻 아름다운 꽃에 현혹되어 그 꽃을 꺽다가도 이내 예리한 가시 에 찔리고 마는 것이었다. 백자안은 담담히 미소하며 대꾸했다. 나는 그 예물을 받을수가 없소이다. 임화금은 그 말에 다소 뜻밖인 듯한 표정을 짖고 있따가 약간 굳어 진 안색으로 다시 물었다. 아니, 거기에는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따는 말이오? 혹시 우리 야 묘방의 재물에 대해서 어떤 편견을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니오이까? 이 예물은 우리가 정당하게 사업을하여 벌은 금액으로 마련한 것이외다. 비록 일개의 거대한 방파에서 매일 수만냥의 은자를 사용한다고 해 도, 정작 다른 목적으로 수십만냥의 은자를 마련하려고 하면 그다지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 무림방파들의 실정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어 쩌면 눈앞의 이 예물들은 정말로 임화금이 어렵게 마련한 것인지도 모 른다.하지만, 강홍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예리한 칼날보다도 오히려 겉 으로 위장하고 있는 웃음이라는 말이 있다. 백자안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대꾸했다. 나는 이 예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이런 예 물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 다. 본래, 그 비급은 귀하의 영애께서 사람을 잘못 보시고 두고 가셨길 래 일부러 그렇게 갖다드린 것입니다. 나는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 인데 무슨 예물을 받겠습니까? 임하금은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백공자의 겸손한 마음은 노부도 잘 알고 있쏘. 하지만 노부는 분명 히 백공자의 은덕을 입었기 때문에 이렇게 갚으려는 것이고, 또한 백 공자도 사실 좋은 일을 한 것은 틀림이 없는데, 어째서 한사코 이 예 물을 거절하려고 하시오? 혹시 이것은 나의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끼시 는 것이 아니오? 백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자고 이래로 예물을 억지로 받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그 예물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없으며, 게다가 귀하께 서 설득하신다고 해도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만일 다른 용건이 없으시다면 여러분은 이만 돌아가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소 온건한 듯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축객령이엇다. 임화 금의 뒤에서 서 있던 그 야묘삼선은 그 말을 듣자 마자 이내 일제히 안면에 다소 화난 기색을 드러냈다. 임화금 역시 다소 안색이 차갑게 굳어지는 듯 햇으나, 이내 상자의 뚜껑을 닫고 웃으며 다시 말했다. 좋네. 자네가 만일 끝내 원치 않는다면 내가 억지로야 권할 수가 없는 일이지....하지만, 사실은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다른 또 한가지의 이유가 있기 때문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