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하북팽가 - 백상 - 14편 (14/47)
지금 그 냉월보도를 쥐고 휘두르며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뚱뚱한 흑의인이었고, 게다 가 몸놀림이 어딘지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지금 마당에서 십여여 명의 인물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는데, 곧장 냉월보도를 휘둘러 전면의 한 사람을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 보아하니 지금 그 흑의인을 포위하고 있는 십여명의 인물들도 역시 매우 녹녹지 않은 인물들인 모 야있었다. 같은 병장기로는 그 냉월보도에 맞설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 상대방은 즉시 번갈아 쌍장을 날렸다. 펑, 펑, 펑! 마치 십여 개의 검은 구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듯한 그 연쇄적인 장법은 아주 위력저이었으며 아마도 흑사장의 한 변형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흑사 장은 일명 독사장으로도 불리우는 것으로, 보기에도 무섭게 느껴지지 만 실제로도 거기에 당하고 나면 이내 중독되어 대책이 없어지는 것으 로, 보통 흑도인들 사이에 많이 유행되는 수법이었다. 냉월보도를 들고 있는 그 뚱뚱한 흑의인도 그 장력은 두려워 하는 듯 즉시 주춤하여 어 지러이 그것을 피하더니, 이윽고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서 좌측으로 달려갔다. 좌측에는 흑의의 문사차림을 한 중년인이 있었는데 그의 안 색이나 살결이 매우 괴상하게 창백했고, 게다가 손에는 백골로 만들어 진 부채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 흑의문사는 흑의인이 달려들자 이 내 부채를 차르륵! 하고 소리내어 펼치면서 어지러이 선법을 펼쳐냈다. 순간, 마치 어둠속에서 무수한 백골들이 가득 피어올라서 공포스러운 환영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대개 그러한 변화무쌍한 무공에 휘말리게 되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괴성과 환여들 때문에 미처 초식의 허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하고 마는 것이었다. 흑의인은 그것으 보자 이내 주저없이 냉월보도를 전면으로 거칠게 휘둘렀다. 아국은 여기에 서 한 가지의 기이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지금 흑의인이 펼쳐낸 초식은 이상한 것으로, 보도의 날 뿐만 아니라 등이나 끝으로도 적을 공격하고 있었으며 그 질서가 매우 음험해 보였다. 세상에 그런 도법 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가 초식을 펼쳐내자 그 냉ㅇ도에서는 비단결같은 찬연한 푸른 도기가 무려 한 자나 뻗어나와, 그 로 인해서 주위 삼장 이내를 온통 검기의 폭풍속으로 휘몰아 넣고 말았다. 그러니까 기이하게도 냉월보도의 위력 때문에 도의 등으로 후 려치는 듯한 괴이한 도초들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엇다. 마치 냉월 보도를 위해 만들어낸 괴초식이라고나 할까? 그 흑의문사도 감히 냉ㅇ 도의 무서운 도기에는 모험을 할 수 없는 듯 이내 초식을 거두고 신형 을 움직여 그 예봉을 피했다. 실로 그 흑의문사의 보법은 그야말로 괴 이하기 짝이 없었다. 흡사 유령처럼 신형이 좌우로 흩어지는 듯 하더 니, 어느새 신형이 그의 뒤에 도달해 있었다. 흑의인은 자신이 허탕을 친 것을 알았으나 그것을 보자 오히려 앞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그가 달아나려는 쪽은 바로 사당의 문쪽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가 달아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 리가 없엇다. 아가 그의 뒤로 갔던 흑의문사가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 라 그를 공격해 왔고, 아울러 이미 두 사람이 사당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흑의인은 그것을 보자 즉시 냉월보도를 크게 휘둘럿다. 일순 폭풍과도 같은 도기가 다시 일어나 주위를 완전히 덮어버리자, 앞을 가로막은 그 두사람은 마악 대항을 하려다가 다소 놀라서 급히 좌우로 다시 피햇다. 흑의인은 그것을 보자 얼른 그 사당의 문안으로 들어가 려고 햇다. 헌데 이대 아직 허공에 떠올라 있던 흑의문사가 내려오면 서 흑의인에게 삼엄한 공격을 해왓다. 흑의인이 만일 그대로 사당의 안으로 들어가려면 필히 목숨을 내놔야 할 판이었다. 흑으인은 하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신형을 위로 움직여 흑의문사 의 공격에 대항했다. 이 순간에 흑의문사는 이미 흑의인의동작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으므로 거짓말처럼 그 삼엄한 초식을 거두고 뒤로 달아 갔다. 그 흑의문사의 유령과도 같은 신법은 마치 허공에서도 마음대로 움지일 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당연히 허탕을 친 흑의인은 다시 사당 의 문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두명의 흑의인들이 어 느새 문앞을 가로막고서 그에게 병장기와 암기의 공격을 해오고 있었 다. 흑의인은 그것을 보자 다소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내 신형을 허공 에 뒤어오르며 위에서 아래로 공격을 감행해 갔다. 그것은 아주 대담 하기 짝이 없는 수법으로 거의 목숨을 거는 것이었다. 아마도 흑의인 이 그 사당의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데에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모양있다. 그를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래서 그를 저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쩡쩡쩡. 일순 달빛과도 같은 푸른 도기가 폭포수처럼 내 리 쏟아지자 한 사람이 들고 있엇단 팔둑만한 굵기의 철곤이 마치 거 짓말처럼 토막토막 끊어져 날아가고 그 두사람의 안색은 급변했다. 본 래 그 암기를 쓰는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 다시 날리기만 하면 흑의인 의 목숨을 취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워낙에 흑으인이 목숨을 돌보지 않고 덤비는 바람에 그 사람은 그만 놀라서 옆으로 물러나고 말았고, 철곤을 쓰던 사람 역시 황급히 옆으로 신형을 데굴데굴 굴려서 피해버 렸다. 흑의인은 따라서 이제는 정말 사당의 문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 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흑의인의 신형이 안으로 들어가기는커녕 화살 처럼 뒤로 날아갔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의인이 정말로 안으로 들어가는 줄로 알고 황급히 그쪽으로 신형을 움직이고 있던 중이었다. 비단 흑의인의 그러한 행위가 모든 사라ㅁㄹ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었 을 뿐만 아니라, 기이하게도 그 순간의 그의 신법은 갑자기 두 배나 빨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느닷없이 흑의인이 덮쳐오는 것 을 보았을 때는 이미 그 검푸른 도기의 물결에 휩싸이게 되고 말았다. 이대 놀랍게고 그 냉월보도의 끝에서는 무려 석자나 되는 도기가 일어 서 어둠을 찬연하게 꿰뚫고 있었다. '으아악!' 제13장 토굴 속의 시신들. 본래 흑의인에 비해서 그를 노리는 사람들의 무공은 모두가 매우 월등했다. 다만 사람들은 서로 다른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가능한 한 가볍게 손을 쓰고 있었고, 거기에 반해 냉월보도를 들고 있는 흑의 인의 행동이 워낙에 악착같았기 때문에 아직 냉월보도를 배앗기지 않 고 잇었다.하지만, 불행히도 갑작스런 기습으로 그 가운데의 한 사람이 목숨을 잃고 두어 명이 부상을 입게 되자, 그만 나머지 사람들도 태도 가 달라졌다. 조금전에 죽은 사람의 마지막에 찌른 비도가 흑의인의 허리에 깊숙히 박혔으며, 연이어 비표나 강침과도 같은 많은 종류의 무수한 암기들이 장력들과 함께 비오듯이 날아갔다. 흑의인은 그것을 보자 급히 신형을 다시 위로 솟구쳤으나 이미 전신은 무수한 암기에 격중되어 고슴도치처럼 되어버렸고, 이어 다시 수차례의 장력에 격중 되었다. '윽,' 흑의인은 그만 나직한 신음성을 발하며 한쪽으로 훌훌 날려갔 다. 그는 중상을 입은 것이 거의 확실한데도 그 냉월보도를 손에서 떼 어 놓지 않았다. 아국은 그 흑의인이 비로소 땅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이어 서너명의 사람들이 급히 그쪽으로 덮쳐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 르게 황급히 소리쳤다. '아, 빨리 그를 구해야 하지 않아요?' 비록 처음에 흑의인의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그 뚱뚱한 체구를 보 고 다소 어리둥절해 했으나, 이내 조금전에 흑의인의 나직한 신음 소 리를 듣고 그가 사실은 어린 소년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었다. 헌데 뜻밖에도 옆에서 바라보던 백자안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하고 아직 여 유가 있어 보였다. '아니다, 좀더 두고 보아라!' 바로 그 말이 끝날 무렵의 일이었다. 갑자기 장내에서 다시 한 번 차연한 도광이 일어서 섬득하게 주위의 적막을 찢었다. '으아각!' 그것은 바로 조금전에 흑의인의몸을 향해 덮쳐갔단 사람들의 비명 소리였다. 그들은 흑의인이 심한 중상을 입고 쓰러진 것으로 생각하고 급히 냉월보도를 빼앗으려고 덤볐으나, 다음 순간 다시 흑의인이 누운 자세로 휘두른 엄청난 위력의 도기에 의해 그들의 수급과 팔다리 등이 일제히 달아난 것이었다. 죽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세명의 부상자가 즉시 비명을 질러대며 데굴데굴 굴러서 박으로 달아났다. 그 들은 갑자기 달려든 순간 서로를 견제하려다가 느닷없는 도기에 그렇 게 당한것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비롯 신병이기라도 저렇게 무림고 수들이 맥을 못추른 것이 다소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햇지만, 사실 그 런 신병이기에는 절로 사람의 숨통을 멎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발출되고 잇는 것이었다. 아국은 그 흑의인이 다시 흡사 오뚜기처럼 신형을 일으킨 것을 보고 문득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흑의인이 만일 소년이라면 그의 용기와 대담성, 그리고 결단력과 총명한 기지등은 정 말로 알아줄 만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때, 이윽고 백자안 이 문득 말햇다. '자, 이제 우리도 앞으로 가 보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백자안은 아국의 손을 잡고 훌쩍 신형을 날렸 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작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 마당위 뿐만 아니라 그 언덕 주위에도 실로 수백명이나 되는 무수한 군웅들이 진을 치고 서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실로 그러한 때에 그 한자루의 냉월보도를 정말로 차지한다는 것은 정말로 얼여눈 일처럼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뜻밖에도 백자안이 아국을 데리고 신형을 날려간 곳은 정 말로 앞쪽이 아니라 기이하게도, 그로부터 우측으로 다시 백여장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역시 하나의 작은 사당이엇다. 그 사당도 역시 석조건물로 되어 있었으며 몹시 낡았는데, 백자안은 두 사람을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내 낡은 신단의 앞에 놓여 있는 구리향로 를 가볍게 좌우로 돌렸다. 그러자 뜻밖에도 꾸르릉! 하는 괴음과 함께 돌연 그 신단이 뒤로 밀려나며서 그 자리에 하나의 어두운 지하통로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백자안은 주저없이 아국의 손을 잡고 그 안으로 신형을 날려 들어갔다. 장노인은 빠르게 그 뒤를 따랐으며 이내 그 신 단은 제자리로 돌아가서 내부는 그야말로 칠흙같은 암흑속이 되고 말 았다. 백자안은 그러한 어둠속에서도 아국의 손목을 잡고 부지런히 앞으 로 나아갔다. 보아하니 그 지하통로는 마치 토굴과도 같이 생긴 것이 어서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면 장애는 별로 없었다. 아국은 백자안의 표정이 신중해 보이는 것을 보고 감히 의문을 묻지 못했지만, 백자안 은 이내 그녀에게 전음으로 설명해 주었다. '아국, 이것은 고대의 제왕들이 만들어 놓은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 한 비밀통로이다. 지금은 이렇게 엉망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제법 훌융 한 통로였을 것이다. 우리는 일단 이 비밀통로로 해서 그 사당의 안으 로 들어가서 몰래 그녀석을 구해내는 것이다.' 아국은 그제서야 아까 그 흑의인이 어째서 굳이 사당의 안으로 들 어가려고 했었는지 이해가 갔다. 본래 그 사당의 안에도지금과 같은 비밀통로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흑의인은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었던 것이었다. 아국은 손목에 느껴지는 백자안의 따뜻한 체온을 의식하며 그에게 뭐라고 대꾸의 말이라도 하려고 햇다. 하지만, 뜻밖에도 일순 그녀의 입에서는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어마!' 이곳은 아주 조용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아국의 그런 갑작스런 외침 소리는 이내 통로의 멀리까지 울려퍼졌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느닷없이 하나의 시체를 밟았기 때문이었다. 아국은 이내 자신의 실수 를 깨닫고 깜짝 놀라 내심 아차, 했다. 하지만,백자안은 즉시 걸음을 멈추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장노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 다. '어서 불을 켜 보게!' 장노인은 품속에 화섭자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잠깐 사이에 불을 붙여서 주위를 훤하게 밝혀 놓았다. 백자안은 손가락으로 아국에게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보아라, 뭐가 조금 이상하지 않느냐?' 아국은 당황스럽던 마음을 진정하고 급히 아래쪽을 내려다 보다가 이내 깜작 놀라서 다시 아, 하는 신음성을 발하고 말았다. '이, 이건 바로....냉월보도의....' 그렇다. 바로 그 시체의 죽은 모습은 전의 골목의 시체와 흡사해서 목젖이 반쯤 잘려져 죽어 있었떤 것이었다. 지금 이 시체 역시 그 목 젖에서 피가 조금도 흐르지 않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곧 이곳으 로 예의 그 냉월보도 소도를 가지고 이쓴ㄴ 쾌도술의 명이니 지나갔다 는 애기가 아니겠는가?장노인이 옆에서 문득 말했다. '이건, 얼마 되지 않은 겁니다.' 아국은 그 소리에 더욱 전신을 경악시켰다. 이 시체가 실로 조금전에 생긴 것이라면 바로 이 주위에 그 소도의 주인이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소도의 주인은 어째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서 갑시다!' 그들이 시체를 발견한 장소는 바로 비밀통로가 갈라지는 지점이었 다. 이윽고 그들은 다시 얼마를 가지 않아서 또 하나의 시체를 발견하 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시체를 주시한 장노인은 나직한 침음성 을 발했다. 그 시체는 회의노인의 것이었는데 유독 수급이 몽땅 잘려 져 있고 또한 들고 있는 부러진 담뱃대에는 피가 약간 묻어 있었기 때 문이었다. 그 수급이 잘려나간 면 또한 아주 깨끗하고 매끈하기 짝이 없었는데, 장노인은 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군. 그자는 첫 번째는 목을 베지 못하고 오히려 반격을 당해 이렇게 두 번째에야 수급을 벨 수가 있엇으니, 실로 이 사람의 무공은 대단한 것이었겠군. 복장을 보아서는 공공문의 사람 같은데.... 혹시 공공삼노의 하나가 아닐까?' 아국은 그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럼 이 담뱃대에 묻은 피는 그 냉월보도를 가진 사람의 것이었다 는 말인가요?' 백자안이 옆에서 대답해 주엇다. '내가 옛날에 듣기로, 공공삼로 가운데 천기노인의 무공은 거의 대 홍락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던데, 그가 이번에 여기에서 죽었다면 실로 뜻밖의 일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실로 그라면 충분히 쾌도술 의 명인에게 해를 입힐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이상한 것은 어째 서 제일초에는 승기를 잡았으면서, 오히려 제이초에는 그만 목숨을 잃 고 말았는가 하는 점이다.' 장노인이 다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저 부러진 병기는 바로 천기노인의 천기곤인 셈이군. 그 는 평소에 천문역학에 정통하다고 알려져 왔었는데, 어째서 자신의 죽 으만은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일까?' 아국이 바라보니 그 은은한 자광이 빛나고 있는 담뱃대 역시 아주 매끈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인걸 의 종말을 상징해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국이 죽은 인물의 신 분이 생각외로 대단한다는 것에 놀라고 있는 동안에 백자안은 다시 그 들을 일끌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음의 교차로에 서 그들은 다시 새로운 시체 두 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일남일 녀의 시신으로, 바로 노인과 노파의 시신이었다. 아국은 그 두사람의 옷차림도 역시 회의인 것을 보고 내심 깜짝 놀라는 바가 있어서 생각 했다. (공공삼로가 모두 세 사람이라면, 그럼 이들은 바로 그 나머지 두 사람이 아닐까?) 그 두 개의 시신들은 각기 좌우로 흩어진 채 뒹굴 고 있었는데, 또한 특이한 점은 이번의 그 두구의 시신들은 하나는 허 리가 절단나 있고 다른 하나는 어깨 부분이 비스듬하게 잘려나가 있었 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장내에는 토마토막 끊어진 천조각 같은 것과 누런 금침들이 어지러이 박혀 있거나 흩어져 있었다. 그것은 곧 이곳 에서 얼마전에 아주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결국 그들은 똑같이 일도에 몸이 분리되어 죽어버렸 다. 아마도 그 두사람은 먼저 상대에게 무서운 선제공격을 펼쳤으나, 마침내는 오히려 상대의 쾌도에 의해 목숨을 잃은 모양이었다. 아국이 백자안을 바라보니, 백자안은 마치 그녀에게 말해주기라도 하듯이 다 음과 같이 입을 여는 것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인 무파와 마의마저 이 곳에 누워 있으니, 장말로 오늘 공공삼로는 모두 운명을 다리하고 말았구나!' 아국은 그러한 백자안의 어조가 왠지 무겁게 느껴져서 감히 다시 입을 열어 질문하지 못했다. 백자안은 이윽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 작했다. 아국은 또 하나의 모퉁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문득 백자안에 게 물어다. '우리가 거의 다 나온 것이 아닐까요?' 백자안은 모퉁이를 마악 돌아서려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 했다. '그래 아마 이 부근일 것이다. 하지만 너는 혹시라도 누가 숨어있을 지도 모르니 조심을....' 백자안은 말을 하다가 말고 문득 말을 멈추었다. 갑자기 그의 앞에 하나의 인여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 인영이 나타나는 동작은 비단 지극히 빨랐을 뿐만 아니라, 또한 매우 은밀하기 짝이 없었다. 게닥, 백자안이 마악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에는 이미 그의 우측에서부 터 한줄기 기이한 금광이, 실로 무서운 속도로 덮쳐들고 있었다. '악!' 아국은 옆에서 느닷없이 그와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는 금방이라도 백자안의 몸이 두동강이가 나는 것 같아서 그만 비명을 내질렀다. 그 러나,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오히려 쓰러지는 쪽은 바로 그 나타난 사람이었다. 백자안은 손에 하나의 작은 묵도를 들고 있었는데, 믿을 수없게도 긍의 몸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멀쩡했다. (아, 다행이다!) 아국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 쓰러진 사람을 바라보았 다. 청의노인. 그 사람의 용모는 다소 깡말라서 강팍해 보였으나 그다 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형상은 아니었다. 다만 정작 특징적인 몇가지의 모습들은 오히려 바로 그의 몸뚱이에 있었다. 우선 그의 전 신의 곳곳에는 군데군데 검게 변한 액체가 고름처럼 흘러내리고 있엇 는데 알고보니, 바로 그런 자리에는 각기 한두개씩의 눈에 익은 듯한 금침들이 깊숙히 박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금침에 묻어 있는 지독 한 절독에 당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그의 좌측 가슴팍에 는 동전만한 구멍이 뚫려 있어 피를 흘려내고 있었는데, 비록 그 상처 가 바로 심장을 관통한 것은 아닐지라도 실로 흉험하여 등골이 섬뜩한 느낌을 주기에 족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말 가장 치명적인 상처는 한 자루의 장검이 그의 등뒤에서 비스듬히 아랫배까지 꿰뚫은 것에 있는 것 같았다.아국은 실로 태어나서 이렇게 철저하게 상처를 입은 사람을 대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러나, 기실 그 청의노인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은 역시 그의 좌수에 들려져 있는 검은 빛깔의 도집과, 거기 에 따라는 그의신분일 것이었다. (이, 이사람이 정말로 쾌도술의 명인 이라는 그 냉월보도의 주인일까?) 아국은 내심 혹시나하여 다시 한 번 백자안이 무사한지를 살폈다. 백자안은 어느새 청의노인의 손에서 도 집을 집어들어 자신이 들고 있는 그 작은 묵도에 끼우고 있었다. 아국 은 조금전에 바로 그 묵도에서 무서운 금빛의 광채가 일어났었던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공스러운 일이 었다. 아국은 이제까지 그렇게 빠르고도 간담이 서늘케 하는 무공을 처음으로 보게 된 셈이었다. 게다가 그러한 공격을 그야말로 간단하게 제압해 버린 백자안의 무공이라는 것은 그 얼마나 더욱 놀라운 것인 가? 문득 뒤에서 묵묵하던 장노인이 입을 열이 어렇게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옛말에 보물의 임자는 덕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니, 뜻밖에도 그 냉월소보도를 얻으셨군요!' 장노인의 음성은 다소 무뚝뚝해 보였지만 그 애기를 듣는 아국의 마음은 커다란 환희로 불타올랐다. (아! 정말로 저것이 바로 냉월보도 가운데의 소도였구나!)그녀는 잠시 그 묵도의 빛깔이 조금전의 황금빛 광채와는 매우 달라서 약간 의아해 하고 있었단 참이었다. 하지만, 장 노인의 그러한 말이라면 정말 사실일 것이었다. 아국은 급히 백자안에 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저기에 죽은 사람은 바로 그 쾌도술의 명인이 라는 말인가요?' 백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더니 대답해 주었다. '그렇다 알고 보니 그는 바로 산서쾌도문의 문조인 전광쾌도 곡양 이었다. 아마, 그 자신도 이렇게 죽어가게 될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아국은 얼른 다시 물었다. '대체 그는 어째서 이곳으로 다시 오게 되었을까요?' 지금 청의노인의 등뒤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한자루의 도가 덩그 라니 매달려 있었다. 백자안은 그것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인간의 욕심이란 대개 한이 없는 것이다. 그는 일단 이 소도를 수 중에 안전하게 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이 소도가 그의 쾌도법을 펼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다시 연이어 냉월보도의 장도 를 얻기 위해 나타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