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하북팽가 - 백상 - 13편 (13/47)
'아국, 너는 저 시테가 어떤 무공에 의해 죽었는지 알겠느냐?' 아국은 아까 장노인이 말한 것을 상기하여 생각해 보다가 문득 대 답했다. '그것은 아마도 일종의 쾌도법인 것 같아요. 상처가 거의 겉으로 드 러나지 않았거든요. 만일 보통의 도법에 의해 당했더라면 그 절반밖에 남지 않은 목은 자세가 약간 어긋나게 되었을 거예요.' 백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더니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그 목은 어째서 절반밖에 잘려지지 않앗는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아국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까 거의 생각해 보지 않았었기 때문 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건, 아마도....쾌도술을 펼친 사람이 그 정도면 죽을 것이라고 생 각한 것이 아닐까요?' 백자안은 여전히 미소하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너는, 그 살인자가 우선 상대방의 병기를 절단내어 놓고, 이어서 다시 두 번째의 초식으로 그 자의 목을 절반 정도만 잘랐을 것 이라고 생각하느냐?' 아국은 문득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아! 저는 그 자의 병기가 잘려나가 있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않았 어요. 그가 그토록 빠른 정교한 솜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일부러 상대 의 병기를 자르기 위해 일초를 소모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기왕에 일 도에 깨끗이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면 결코 일부러 병기를 자를 필요 는 없었을 거예요.' 벡자안은 미소하며 다시 말했다. '모든 일들을 그저 흥미삼아 건성으로 보아서는 아닌된다. 만일 이 러한 일에 조금이라도 오판을 하게 되면, 실전에서는 커다란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 결국 그 사람은 상대의 목을 잘랐을 뿐만 아니라 병기도 베었다. 너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백자안은 아국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려는 듯 천천히 걸었다. 아국 은 혼자 빠ㅡ게 생각을 굴리면서 뒤에서 장노인이 태연한 신색으로 따 라오고 있는 것을 의식했다. (그럼 장노인은 이미 모든 사실을 다 파 악했다는 말이낙?) 아국은 내심 자신만이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스스로 약이 올라서 생각을 몰두하려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밝아졌다. '그것은 그로 하여금 먼저 상대의 병기를 베지 않으면 안되는 식의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일 거예요.' 백자아는 그녀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그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아국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이제 확신할 수가 있어요. 그는 본래 장도로써 쾌도술을 사용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다시 단도를 사용하게 되었던 거예요. 따라서 그는 상대의 목을 베기 위해서 좀더 앞으로 전진해야 했으며, 그 사이 에 상대방이 장검으로 먼저 공격해 왔기 때문에, 그는 하는 수 없이 먼저 상대의 장검을 자른 후, 이어 상대의 목을 베었던 거예요.' 백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가다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너는 왜 하필이면 계쏙 이초를 고집하느냐? 너는 이미 그 자를 알고 덤볐을지도 모르는 상대방이, 그자가 먼저 병기를 자른 다 음에 이어 멀쩡히 목을 벨 때가지 전혀 속숨책으로가만히 당하고만 있 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냐?' 아국은 아 하고 놀라며 대답했다. '아! 맞아요. 알고보니 그 자는 아주 정교한 솜씨로 상대방의 병기 와 목을 단 일초에 베어겠군요!' 아국은 말이 끝나자 스스로 말해 놓고도 왠지 크게 섬득한 기분이 들어서 약간 목을 움츠렸다. 그렇게 무서운 쾌도술의 달인을 만나면 자신은 도처히 감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백자안은 그녀의 내심을 짐작하는 듯 빙그레 웃어보이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대체 그자가 무엇 때문에 자신의 병기인 장도를 버리고 그런 번거로움까지 감수해 가며 단도를 들었겠느냐?' 아국은 이미 그 문제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히 그가 가지고 있는 단도가 아주 예리한 보도이기 때 문이겠지요.' 아국은 문득 그 애기를 해놓고 나서 다시 기분이 섬뜩해졌다. 세상 에 명검중의 명검이라는 용천검을 그토록 썩은 두부처럼 베어버릴 수 있는 보도가 대체 있기라도 하는 것일까? 마치 그러한 그녀의 생각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백자안은 이번에는 장노인에게 다시 물었다. '장노인이 보기에는 그 보도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 오?' 장노인은 다소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냉월보도일 것입니다.' 백자안은 천처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 아국은 그 말을 듣자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냉월보도. 그것은 바 로 무림삼보 가운데 이제 남은 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까 지 마지막 남은 냉월보도는 그저 소문만 들었을 뿐이었는네, 지금 여 기에서 그 흔적을 보게 되다니 실로 뜻밖의 일이었다. 그녀는 급히 물 었다. '그 냉월보도가 그렇게나 대단한가요?' 백자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본래 무림삼보 가운데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냉월보도였 다. 그런 만큼, 그 소문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 아국은 그 애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 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냉월보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는 말인가요....헌데 어째서 이번에 무림의 절대고수들은 그런 것을 방관만 하고 있는거 죠?' 백자안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가 말하는 절대고수란 바로 세외팔세의 주인들을 말하는 것 이냐?' 이때 아국은 순간적으로 뒤에 따라오던 장노인에게서 어떤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이내 돌아보니 장노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까처럼 태여한 신색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갸 웃거리다가 대답했다. '천하의 무림인들이 그렇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제12장 공포의 혈투. 백자안은 잠시 생각한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대개, 보검이나 이도들은 병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소보다 몇십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대개가 그 러한 신병이기들을 원하는 것이지만, 만ㅇ리 무공이 대홍락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어느 정도 그러한 장애에서 벗어나게 된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그들은 관시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아국은 백자안의 말에서 왠지 내심 기이한 느낌을 받게 되었지만 그것이 분명하지 않아서 다시 화제를 돌렸다. '냉월보도는 본시 대,소 두 자루가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번의 것은 그 가운데의 소도였겠군요.'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국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헌데 어째서 시체가 하나밖에 보이지 않을까요? 혹시 다른데로 빠 져나간 것이 아닐까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무엇보다도 그 보도를 지닌 자의 무공 이나 지략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뒤쫓지 못하 고 있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너는 은근히 그 보도가 탐이 나는 모양 이다만, 조금전의 그 시체는 상처자국이 닫혀 있어서 생각보다도 시간 이 오래 경과된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국은 이내 자신의 의도가 발각되자 그만 가볍게 안색을 붉혔다. 그녀는 사실 백자안에게 현재 병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가 그 보 도글 갖게 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던 중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구겨이라도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요.' 아국은 말을 하면서 은근히 백자안의 눈치를 살폈다.그녀는 지금 백자안과 장노인이라는 든든한 사람들을 옆에 두고 있어서 무엇도 두 렵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백자안은 그녀의 대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갑자기 신형을 멈춰서 전면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아국도 무심코 의하해져서 그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시체, 다시 그들의 앞에 한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정말 지독하군요!' 아국은 그만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의 눈앞에 널려있는 시 체는 허리가 매끈하게 베어져나간 것이었는데 거기에서 오물이 쏟아져 나와 보기에 역겨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알고보니 시체는 그것 뿐만 이 아니라 좌우측으로도 연이어져 있었다. 이곳은 골목이 열십자로 갈 라지는 교차로였는데, 아마도 좌측에서 우측으로 나오는 길에서 치열 한 격전이 일어나서 무수한 사람들이 죽은 모양이었다. 본시 깨끗한 것을 좋아하던 아국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게 되자 그만 더 이상 앞으 로 나가는 것조차 싫어질 지경이었다. 잠시 후에 백자안은 문득 다시 아국에게 물었다. '아국, 너는 여기에서 무슨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느냐?' 아국은 그제서야 전면의 개끗하게 베어진 병장기 등에 시선을 주면 서 생각나는대로 대답했다. '그것은 그 쾌도술의 명인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이곳으로 다시 나 타나 이 많은 사람들을 살상한 것이 아닌가요?' 헌데 백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자세히 보아라!' 아국은 이게 왠 뜻밖의 소리인가 하며 어리둥절해 하다가 다시 물 었다. '그럼 여기는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는 말인가요?' 백자안은 대답했다 '만일 너라면 신병이기를 가지고 다시 이런 곳으로 돌아와서 곤란 을 자초하겠느냐?' 백자안은 아국이 묵묵한 것을 보고 이번에는 장노인을 향해 물었 다. '장노인이 보기엔 어떻소?' 장노인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소인이 보기에는 역시 또 하나의 냉월보도인 대도가 나타나난 것 같습니다.' 아국은 그만 그 애기를 듣고 눈이 다 휘둥그래졌다. '냉월보도의 대도가요? 그게 정말인가요?' 본시 냉월보도는 둘 다 강호에서 희귀한 이기들인데, 이제 그것들 이 순차적으로 이 골목길에 나타났었다면 실로 기이한 인연이 아닐 수 가 없는 것이다. 장노인은 아국의 질문에 즉각 대답해 주었다. '이곳의 광경을 잘 관찰해 보면, 시신들이 대개 전신의 어는 곳이든 닥치는 대로 베어져 있는데, 그것은 병기가 단도라기 보다는 장도임을 나타내 주고 있소. 만일 단도를 가졌다면 오히려 급소를 베려고 하였 을 것이오. 게다가, 이 골목의 담벽들이 여기저기 베어져 있는 흔적이 라든가, 혹은 베어진 시신들이 흩어져 있는 광경을 두고 볼 때, 역시 그 보도를 가진 사람은 쾌도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오.' 아국은 그 애기를 듣게 되자 실로 장노인의 그 말ㅇ르 현실로 확인 하게 되어 그야말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냉월보도는 그녀가 조금전 까지만 해도 한 번 보기만이라도 바랬던 것이었는데, 이제 그것들이 두 개씩이나 나타나서 흡사 가까이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들자 정신이 아찔해 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래도 평소에 똑똑하다고 자부해 왔었는데, 지금은 저 장노인에 비해 실로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는 대체 어떤 사라미었 길래 이렇게 모든 견식이 훌륭할까?) 이때, 백자안은 문득 장노인을 바 라보며 다시 이렇게 말하고 있엇다. '장노인의 생각과 관찰력은 훌륭한데, 그러나 거기에는 아직 다소의 여지가 있는 것 같소. 이번에는 내가 한 번 마래홉ㄹ 테니 어디 한 번 들어 보갰소?' 아국은 이미 장노인의 그러한 말에도 내심 감탄하고 잇엇는데, 이 어 백자안이 그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매우 깅하게 생각되어 급 히 시선을 다시 그쪽으로 보냈다. 장노인 역시 이번에는 어리중덜한지 다소 의아한 기색으로 백자안을 발보는 것이었다. 백자안은 묵묵하고 있는 그를 향해 다시 말했다. '내 애기는 바로 보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무공에 관한 것이오.' 장노인은 그 말에 얼른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윽고 다소 안색 이 변했다. '아....알고 보니, 그 자의 무공은 다소 이상한 것 같군요....'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공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볼 수가 있겠소?' 장노인은 잠시 생각하는드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무공애 대한 견식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아마도 그것은 괴이 편벽한 무공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백자안은 다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무공에 관한 것이 아니니 그리 겸손해할 필요는 없소. 이 것은 무공외적인 일에 해당되는 것이오.사실 그 보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일종의 검법으로 도법을 펼친 것이오.' 대개 검법과 도법은 그 형식과 이치가 달라서 검법으로 도법에 상 용하고 도법으로 검법에 사용하는 예는 거의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일 반적으로 검은 날이 두 개이고 검봉을 중요시 하는 반면에 도는 날이 하나라는 점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가 있는 일이었다. 아국이 듣고 있 다가 다소 놀라서 다시 물었다. '그럼 주인님께서는 그것이 대체 어떤 검법인지 알고 계시나요?' 백자안이 미소하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물론이다. 그 뿐만 아니라 나는그가 비ㄱ적 매우 총명한 사람이라 는 것까지 알고 있다.' 아국은 약간 어리둥절해져서 다시 물었다. '총명한 사람이라고요? 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다는 거죠?' 백자안이 친절하게 직접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 장내의 곳곳을 가리 키며 대답했주었다. '보다시피 이보도의 주인은 일부러 이 골목길을 택한 것 같다. 많은 적을 상대하기에는 이와 같은 좁고 좌우가 막혀잇는 골목이 제격이지. 게다가...여기보면, 교차로에 와서는 오히려 시체가 적어 하나밖에 없 다. 그것은 그가 일부러 골목길에서 사람들을 유인하여 교차로에 사람 들이 없도록 한 다음에 거의 기습적으로 지나간 것이니, 이 어찌 총명 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백자안의 말을 듣고 나니 마치 당시의 상황이 눈앞에 훤하게 떠오 르고 있는 것같은 실감이 들었다. 아국은 의아해 하며 다시 물었다. '혹시 주인님께서 그를 총명하다고 인정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 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백자안은 그걸 보며 주저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사실 그는 거의 조잡한 방문좌도의 검법을 가지고도 이 렇게 훌륭하게 임기웅변적인 도법으로 소화해낼 수 가 잇으니 그 얼마 나 총명한 일이냐? 비록 보도의 위력이 강하기는 해도, 그것이 무조건 모든 일을 다 맡아서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국은 잠시 멍하니 백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며 거의 할 말을 잃으 듯 햇다. 이 순간 장노인도 역시 약간 기이하다는 듯이 백자안을 바라 보고 있엇다. 백자안은 이에 약간 웃으며 아국에게 다시 물었다. '아국, 너는 보아하니 내가 마치 어떤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진 사람 인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로구나.' 아국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마도 세상에 하나의 광경을 보고 나서 주인님처럼 그런 많은 일을 알 수 있는 다시 없을 거예요.' 백자안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지금 아울러 또 한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겠구나?' 아국은 대답햇다. '그래요. 이것은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지만....혹시 주인님께서 그 보 도의 주인과 이미 아는 사이가 아닌가 하는 거예요.' 백자안은 그 말에 문득 가볍게 소리내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정말 너는 추리력이 강하구나. 하지만 사실 오히려 너의 그 추리력은 맞았다. 뜻밖에도 지금 여기에 나타난 보도의 주인은 바로 내가 알고있는 어던 한 사람과 매우 흡사하구나!' 아구은 그런 대답을 듣게 되자 도리어 어리둥절해 졌다. '대체 그 사람은 누구죠?' 백자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천가준이라고 한다.....매우 준수하고 총명한 소년이지.' 그렇다. 천가준. 뜻밖에도 백자안은 여기에서 그의 흔적을 목격하게 된것이었다. 전날 백자안은 그 소년에게 은자 백냥을 빌려주고 자신을 찾으려면 북문대로상을 와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 그 천가준은 백자안 에게 빌린 으나르 갚기 위해서 이곳으로 오다가 그 보도를 입수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어 백자안은 다분히 의혹스러워 하고 잇는 장노인 과 아국에게 지난 날 그가 북경성으로 들어오기 전, 노상에서 천가준 과 만났던 애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장노인은 다시 표 정이 없어졌고, 아국은 그 애기를 매우 신기한 일로 생각하는 듯한 모 양이었다. 아국은 그 애기를 다 듣고 나서 이내 백자안에게 환한 음성 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 그가 위험할 지도 모르니, 우리가 속히 가 서 그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다. 나 역시도 사실 정말로 보도의 주인이 그녀석인지조차 약 간 의심스러운 이리고 하니....어쨌든 일단 함게 그 곳으로 가보도록 하 자!' 백자안은 말과 함께 먼저 방향을 바꾸어 신형을 움직였다. 이어 아 국과 장노인이 그 뒤를 급히 따랏다 이런 곳에서는 어디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알아보려면 일 단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사방을 살펴보는 것이 빠른 방법일 것이다. 비록 이미 사위가 어두운 저녁이었지만 그것은 세 사람의 시야를 방해 할 요소는 되지 못하는 일이엇다. 백자안과 아국 등은 일단 근처의 빈 민가옥의 지붕위로 올라간 뒤에, 이윽고 마침 머지않은 곳에 높다랗게 자라올라 있는 하나의 거목의 위로 바람처럼 날아올라 갓다.아국은 비 로 아직 정식으로 절정고수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단 한 번 에 이십장 정도의 거리를 도약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ㄱ 그거목의 높이는 무려 십여 장에 달하는 것이었음 에도, 아국은 백자안과 보조를 맞추어서 거의 두어 번의 도약으로 가 볍게 나무 위에 올라갈 수가 있었다. '아, 바로 저쪽인 것 같아요!' 과연 거목위에 올라가자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는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아국의 말에 백자안은 다소 주위를 둘러보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그런 것 같군.' 아국은 자신들의 또 다른 식구가 생겨날 듯한 느낌이 들자 기쁜 나 머지 먼저 그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럼 우리 어서 가요!' 격전은 지금 백여장 정도 떨어진 하나의 뾰족하게 솟아오른 둔덕과 도 같은 작은 언덕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 작은 언덕의 후미에는 석조전간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사당이 한 채 세워져 있었는데, 연이은 비명소리와 혈투가 바로 그 앞의 마당에서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었다. 아국의 신법은 아름다운 몸매의 여신이엇 그런지 정말 멋드러졌다. 그 녀는 곧장 거목에서 사당쪽으로 날아내려 마치 한줄기의 백영이 한밥 중에 길에 헤엄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백자안은 뒤에 있는 자 오인을 한차례 돌아본 다음에 이윽고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훨훨 십여 장이나 날아갔다. 백자안이 바닥에 내려서자, 아국은 기다리고 있다가 다소 안색을 붉히며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주인님 죄송해요! 제가 조금전에는 감히 저의 멋대로 먼저 지시도 받지 않고 행동했어요.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너의 조금전의 그 신법은 상당히 훌륭했다.' 솔직히 아국은 무공이 높아진 이후 처음으로 달라진 자신의 신법을 시험해 보고 있었던 터라, 내심으로 크게 흡족하여 안색이 다소 홍조 로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을 백자안에게 다시 들키자, 내심 매우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과찬의 말씀이세요. 주이님.' 그때, 비로소 뒤늦게 따라온 장노인의 신형이 거의 기척도 없이 두 사람의 뒤에 내리섰다. 그의 그러한 신법은 아국이 처음오 대하는 것 이었는데, 지극히 빠르고 자유로이 허공을 기척없이 누빌 수가 있어서 흡사 무게가 전혀 없는 허깨비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은 실로 아 국의 멋드러진 신법과고 엄연한 차원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흡사 하늘 밖에 하늘이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백자안은 앞장서서 격장을로 내달리기 시작하며 문득 장노인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장노인이 보기에는 어떻소?' 장노인은 거의 무뚝뚝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건 나으리께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아국은 아직 주위가 어둡고 거리가 멀어서 그곳의 상황을 분명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지만, 장노인의 말을 듣고서 내심 마음이 다시 약간 흥분되었다. 백자안의 신법은 느린 듯 하면서도 빨라서 아국은 그와보 조를 맞추는 데 거의 전력을 다해야 했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백자안은 다시 질문을 던졌고. 장노인이 대답을 했을 때는 그들은 이미 그 언덕의 바로 아래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입니다.' 일단 백자안이 거기에서 신형을 멈추었기 때문에, 아국도 급히 시 선을 들어서 장내의 상황을 살폈다. 장도. 그것은 마치 초승달을 보듯이 둥글게 희어진 만도로서 그 도 신을 어둠속에서도 달빛처럼 푸른 광채를 찬연히 발하고 있었다. 이제 까지 실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베어졌을 것인데도 여전히 그렇게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고 있다는 것은, 역시 다름아닌 명실공히 무림지보인 냉월보도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냉 월보도 가운데의 장도라는 애기는 맞았지만 지금 현실은 백자안의 말 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