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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호색 -완 - 21편 (21/62)

2026-10-04 14:56:00 조회 5
나소희는 자신의 이런 속내를 숨기기 위해 가늘게 떨리는 검을 곧추 세우고 친위대와 함께 비담을 덮쳤다. 비담은 궁주의 행동에 비릿하게 웃으며 그대로 자리에서 ‘팟’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또 다시 비담을 놓친 나소희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얼굴이 굳어 들어갔다. 싸울 대상이 있어야 제대로 검이라도 휘둘러 볼 텐데 연기처럼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니 손쓸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사방을 경계하며 잔뜩 긴장한 궁주 옆을 바람처럼 스쳐지나간 비담은 멀뚱히 서있는 두 명의 가슴에 그대로 장력을 퍼부어버렸다. 콰쾅 이번에도 가격당한 여인들이 훌훌 날아간 이후에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답답한 신음소리. “으윽!” 비담은 친위대의 목숨을 거두지 않는 강도로 공격을 퍼부었다. 빙루를 생각해 매섭게 손을 쓰고 싶었으나, 자신 역시 지은 죄가 있는 터라 나중에 있을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한 몸이었다. 아무리 외부의 세력과 결탁하고 궁을 배신했다고는 하나 저들은 엄연히 궁주였고, 그녀의 친위대였다. 괜히 목숨을 취했다가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뒷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기에 비담은 무력화 시키는 선에서 적당히 손을 쓴 것이다. 하지만 비담이 가볍게 손을 썼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나소희는 자신과 친위대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에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이놈!! 어디서 요사스런 술수를 배워온 모양인데 어림없는 수작이다. 련의 힘을 우습게 여긴 네놈의 만행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똑똑히 각인시켜주마.” 분기탱천한 나소희는 남아있는 친위대에게 눈짓을 보낸 후, 품에서 검은색의 작은 환약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일명 ‘폭혈단(爆血丹)’ 사도련은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비밀리에 무사들의 내공을 두 배로 키울 수 있는 약을 제조하였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한 무사들에게 이 약을 지급하였다. 약을 복용한 대상은 약 일각(15분)의 시간동안 자신이 지닌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많게는 두 배까지 내공이 증가되어 손쉽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 자신의 잠재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약효가 사라진 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침상에 누워 요양을 해야만 망가진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원지기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자주 복용하면 결국은 폐인이 되고 마는 무시무시한 마약이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이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에, 그 치명적인 후유증에 비례해 달콤한 유혹 역시 만만치가 않은 약이었다. 비담은 뜬금없이 환을 삼키는 여인들을 제지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았다. 련의 힘이 어쩌고저쩌고 운운하는 궁주의 말이 비담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더불어 이참에 숨겨진 련의 비밀에 대해 캐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겼던 것이다. 약효는 금방 드러났다. 약을 삼키자마자 여인들의 기세가 돌변했다. 비담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여인들을 훑어보다가 이내 작은 파공성과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궁주와 친위대는 더 이상 당황하지 않았다. 폭혈단의 약효로 인해 비담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좀 전과 똑같은 움직임으로 멍청하게 서있는 여인을 향해 장력을 내뿜던 비담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물러나고 말았다. 어느새 궁주가 자신의 움직임을 쫓아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호호, 도둑고양이처럼 요리조리 잘도 돌아다녔겠다? 각오하거라.” 빙령신검 음한의 장 궁극절초 빙한쇄폭수(氷寒碎暴水) 궁주의 검 주위에 퍼져있던 공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사나운 눈 폭풍이 휘몰아쳤다. 비담은 전신을 옥죄며 파고드는 냉기에 저항하며 급히 속도를 높여 공간을 빠져나오려 하였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친위대 여섯이 비담의 퇴로를 차단했던 것이다. 그녀들의 검 역시 더해진 기세를 토대로 검을 내리 그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에 비담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귀기의 강도를 두 배로 높였다. 아직 길천의 말동무가 되어 사이좋게 저승으로 향하기엔 자신은 너무 어렸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증폭된 귀기를 감당하느라 비담의 얼굴이 보기 사납게 일그러졌다. 강신귀공 질주의 장 분신환영(分身幻影) 이를 앙다문 비담의 몸이 쭈욱 길어지며 몸이 두 개로 갈라졌다. 아직 검로의 중심에 남아있던 비담의 분신 위로 무시무시한 냉기를 머금은 7개의 칼이 떨어져 내렸다. 아슬아슬한 순간 검의 숲을 빠져나온 비담이 멀찌감치 떨어져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급하게 귀기를 끌어올리느라 제정신이 아니었고, 몸도 힘들다며 아우성을 지르는 중이었다. “휴우, 하마터면 정말 뒤질 뻔했어. 그놈의 약발 정말 무섭네. 도대체 뭘 섞으면 저런 걸 만들 수 있는 거지?” 비담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는 7명의 여인들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방금 전에는 방심하여 칼침을 맞을 뻔 했던 거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면 저런 눈먼 칼에 당할 자신이 아니었다. 49화 비담은 약효로 인해 내공이 순간적으로 증가하였음을 간파하고 요리조리 칼을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분명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거지같은 저놈의 약효도 떨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대가도 치르게 될 것이었다. 비담의 예상은 적중했다. 궁주를 비롯한 친위대는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이리저리 날뛰며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호오, 약발이 떨어지는 모양이구나. 정말 엿 같은 지금의 상황이 끝날 기미가 보여. 후후, 네년들이 약에 의지해 나를 잡아보겠다고 기를 쓰고 날뛰었는데 이거 애석해서 어쩌나.’ 일각이란 시간이 속절없이 흐를 무렵, 여인들은 정말 죽기 살기로 비담에게 덤볐으나, 그의 그림자조차 밟을 수가 없었다. 애가 타는 여인들을 지켜보며 비담은 이제 완전히 평정심을 유지한 채 느긋하게 여인들을 따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검을 든 여인들의 동공이 풀리며 하나 둘 바닥에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궁주가 쓰러지는 것을 끝으로 대전은 다시 잠잠해졌다. 비담은 강신귀공을 거두고 쓰러진 여인들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건드려보았다. 하지만 잠재력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 사용한 여인들은 비담이 건드려도 인사불성이었다. “칼 들고 설치는 일곱 미친년들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람. 그래도 지은 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비담은 멍하게 서있는 여인들을 향해 두 팔을 으쓱 들어올렸다. “이분들 어찌해야 될까요? 아무래도 제 권한 밖의 일인 것 같은데...” 비담이 쓰러진 여인들을 향해 툭툭 발길질을 할 때부터 심기가 불편했던 빙궁의 여인들이 이내 다가와 쓰러진 궁주와 그녀의 친위대를 둘러업고 안으로 사라졌다. 비담은 자신을 보는 여인들의 눈이 곱지 않자 그만 민망해져 빙루의 주위만 뱅뱅 맴돌았다. “궁에 드리워진 위기를 거둬주셔서 고맙습니다. 허나 더 이상 궁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그만 떠나주십시오. 궁주를 비롯한 친위대의 처결은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여인들의 차가운 응대에도 비담은 일이 이 정도에서 무마된 것에 감사하였다. 궁주가 련이라는 단체와 어떤 연관이 있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이제 저들의 몫이었기에 비담은 미련 없이 떠나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헌데 화류선은 어찌하면 좋을는지...?” “후후, 당연히 가져가셔야죠. 그것 때문에 오셨으니까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공자님께서 화류선을 호락호락 뽑아 가시면 왠지 저희들로써는 손해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내키지가 않는군요. 설사 설후 궁주님과 초하련 궁주님의 유지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믿고 지켜온 세월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능력껏 뽑아 가시고 더불어 빙회석의 함정도 돌파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이 준비한 작은 성의라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리하시겠습니까?” “저야 상관없지만 나중에 어찌하려고 그러십니까? 궁주가 저리된 마당에 련이라는 단체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저에게 작은 성의를 보이려다 나중에 더 큰 화를 당하실까 염려가 되는군요.” “호호,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모르겠군요. 저희들도 생각이 있어 그러는 것입니다. 빙회석의 함정이 지닌 진짜 무서움은 외부와의 단절입니다. 저희들은 더 이상 외부와 교류하지 않겠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궁주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나 더러운 흙탕물이 흘러들어오는 것은 사양하고 싶군요. 차라리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러니 알아서 하십시오. 공자님께서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로 나가는 순간 빙회석은 떨어져 내릴 것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그럼 지금 당장 화류선을 뽑아 궁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저도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부탁인가요?” “궁이 폐쇄된다고 하니 더더욱 망설일 수 없어 주제넘게 부탁을 드리는 것이니 이점 양해 해주십시오. 빙루 아가씨를 치료하며 그녀와 약속을 하였습니다. 궁의 일이 해결되면 함께 나가기로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빙루 아가씨와 함께 떠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암암리에 대표가 된 여인이 빙루를 돌아보았다. “이자의 말이 사실인가요?” 빙루는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빙궁의 일원으로써 궁주를 대신해 당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마을사람들이 몰살을 당한 일에 대해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하고, 또 미안합니다. 빙루.” 여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빙루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나머지 궁의 여인들 역시 무릎을 꿇더니 거듭 사죄의 말을 하였다. 빙루는 여인들의 진심어린 사과에 마음 한 켠 바위처럼 단단히 자리 잡았던 슬픔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뺨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눈물에 빙루는 그날의 아픔을 흘려보내며 그녀들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비담은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인들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자 비담은 용기를 내어 자신과 동침을 했던 여인에 대해 말을 꺼냈다. “저 역시 무공을 잃은 여인께 사죄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가 그녀를 책임졌으면 하는데 가능하겠는지요?” “당신이 그녀를 찾아가 사죄를 하는 것은 가능하나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서 나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빙궁의 여인인 그녀를 음탕한 당신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그녀는 저희들이 알아서 보살필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완고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에 비담은 한 발 물러서기로 하였다. “그럼 그녀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보시는 것은...” “싫습니다.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면 용서를 구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비담은 잔뜩 풀이 죽어 자신과 교합을 했던 여인의 처소로 찾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써 사죄를 하였다. 무공을 회복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말에 여인은 크게 낙담하였고, 더 이상 비담을 상대해주지도 않았다. 비담이 성심을 다해 용서를 구했으나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비담은 꼬박 사흘의 시간을 여인의 문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였고, 마침내 여인은 비담을 용서해 주었다. “그만 일어나세요.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어차피 폐인이 될 확률이 높았다 생각하니 무공을 잃은 대신 평범한 삶을 선물 받았다 여기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집착을 내려놓으니 원망과 미움도 한결 사라지고 편안해 졌네요. 그러니 더 이상 저에게 마음 쓰지 마시고, 공자님의 길을 가세요. 저는 이곳에 남아 제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을 살겠습니다. 그럼, 무운을 빌어 드리지요.” 돌아서는 여인을 바라보며 비담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한 순간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온몸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깨달은 비담이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 비담은 여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거듭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을 떨구었다. 다음 날. 비담의 부탁대로 빙궁의 여인들은 추위에 대비하여 빙루를 완전무장 시켜 궁 밖으로 먼저 내보냈고, 비담에게 반 시진(1시간)의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빙회석의 함정은 정확히 반 시진 후에 발동될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여인들은 유유히 염천에서 사라졌다. 그 안에 화류선을 뽑아 돌아가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었다. 염천의 중앙에 위치한 조그만 섬. 그 위에 올라선 비담은 은은한 빛을 뿜는 부채, 화류선과 드디어 마주하게 되었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성숙의 시간을 보낸 터라 감회가 남달랐다. “휴우, 형님? 드디어 화류선이 제 손에 들어오는군요.” ‘고생 많았네. 시간이 얼마 없으니 어서 서두르는 게 좋겠어.’ 고개를 끄덕인 비담이 부채를 쥐고 강하게 뽑아 올렸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부채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무리 내공과 귀기를 쥐어짜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엥? 형님. 부채가 전혀 뽑히지를 않아요.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혹시 아세요?”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 번 힘 좀 써보게.’ 비담이 심기일전하여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보았으나 역시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고 점점 다급해지는 마음에 비담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였다. 그런데 허둥대던 비담의 눈에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바로 염천의 수위가 눈에 띠게 낮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형님? 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내 눈에도 물이 없어지는 것 같구나. 참,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빨리 부채를 뽑아야지.’ “자, 잠깐만요. 저기 뭐라 글자가 적혀 있는데요?” 50화 염천의 물이 줄어들면서 물이 차있었던 섬의 가장자리 부분에 적혀있던 글자가 드러났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정확히 7글자가 적혀 있었다. ‘雪中梅花流春風’ “‘눈 속에 핀 매화꽃이 봄바람에 흘러가는구나.’ 이게 뭐죠?” ‘이, 이것은 설마?’ 길천의 음성이 사시나무 떨리듯 부르르 떨려 나왔다. 비담은 글자를 확인하고 뜻을 풀이하는 순간 길천의 음성이 변하자 뭔가 내막이 있는 글귀임을 직감하고 다그쳐 물었다. “아시는 거 맞죠? 그렇죠?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설명을 해주세요.” ‘당장 ‘화류선법(花流扇法)’의 제10초식 ‘설매풍류(雪梅風流)’를 시전 하거라. 이유는 나중에 설명을 해주마. 어서!’ 비담은 다급한 길천의 말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화류선법의 제10초식인 ‘설매풍류’를 시전 하였다. 비담이 내공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그 여파로 인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옷이 한껏 부풀어 오르며 펄럭거렸다. 비담은 조용히 눈을 반개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양팔을 크게 휘두르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화류선법(花流扇法) 풍운(風雲)의 장(場) 궁극오의 설매풍류(雪梅風流) ‘설매풍류’가 발동되자 놀랍게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부채가 바위 속에서 거짓말처럼 스르릉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비담이 그리는 팔의 동작에 맞춰 마치 눈(雪) 속을 흐르는 한 떨기 매화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흘러 다녔다. 비담은 황홀한 부채의 움직임에 흠뻑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냥 부채를 조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 길천의 음성이 무아지경에 빠진 비담을 흔들어 깨웠고, 화류선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비담의 손에 들어왔다. ‘담아, 시간이 없다. 진동을 보아하니 빙회석이 곧 무너져 내릴게야.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을 빠져나간 연후에 해주마.’ 비담은 화류선을 허리에 꽂은 후, 바로 강신귀공을 운용하였다. 강신귀공(降神鬼功) 질주(疾走)의 장(場) 섬뢰(閃雷) 비담의 몸이 한줄기 빛으로 화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엄청난 진동과 함께 비담이 지나간 자리로 아슬아슬 빙회석들이 떨어져 내렸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빙궁은 봉문을 하였다. 이제 빙궁의 자취는 무너진 빙회석과 함께 신비 속에 잠들 것이다. 그녀들이 스스로 빙회석을 부수고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51화 제 7 장 천마(天魔)의 후예(後裔) “하아!! 아~!” 한 남성이 여인의 가슴을 으스러지게 쥔 채 거칠게 움직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방 안은 뜨거운 남녀의 호흡과 체온으로 가득했다. 남성은 쉴 새 없이 앞뒤로 움직이며 우람한 자신의 양물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남성의 힘에 여성의 육신은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남성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은 쾌락보다는 단순한 욕정의 해소였고, 여인의 눈 역시 즐거움보다는 공포와 아픔 그 자체였다. 남성은 여인의 이런 반응이 익숙한 일인 듯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의 욕망이 분출될 때까지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남성은 아픔을 호소하는 여인을 거칠게 양팔로 들어 올려 자세를 바꾸었다. 여성의 머리를 침상 쪽으로 내리 누르고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우게 만들더니 다시 자신의 양물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아악! 하아!” 여성은 뜨겁게 밀고 들어오는 우람한 육봉에 결국 붉은 입술을 한껏 벌리며 고통을 호소하였고, 남성은 역시나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여성의 엉덩이에 선명한 손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형체가 일그러질 정도로 터질 듯 솟아오른 여성의 엉덩이가 사내의 눈앞에서 숨 가쁘게 흔들렸다. 여성의 계곡에 흐르던 물기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말라붙은 그곳엔 지금 붉은 피만 배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은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그런 사정을 토로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앞서 아픔을 호소했던 여인들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 두 눈으로 보았기에 그저 묵묵히 그곳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감수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정사가 이어지던 어느 순간. 드디어 신호가 오는지 남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양물을 더욱 거칠게 밀어붙였다. 여인은 급격히 솟아오르는 고통을 참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이를 악물었다. “으윽! 으! 으음!” 여인의 앙다문 이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남성은 여인의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며 더욱 자신의 양물을 흔들었다. 그렇게 속도를 올리던 남성의 육체가 어느 순간 정지하며 부르르 떨렸다. 남성의 양물이 여인의 물건 안에서 쉴 새 없이 요동치며 우윳빛 액체를 뿜어내었다. 여인은 자신의 내부에서 요동치는 남성의 물건을 느끼며 침대 위로 축 쳐지고 말았다. 여인은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심력을 소모했던 것이다. 사내는 눈을 반개한 채 자신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짜릿한 쾌감을 음미하며 한동안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피로 얼룩진 여성의 성기에서 자신의 물건을 꺼내더니 축 늘어진 여인을 들어 거칠게 침상 밖으로 던져 버렸다. 쿵 그런데 바닥에 던져진 여인은 미동조차 없었다. 손에 잡힌 순간 사내가 목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침상 위에 있던 사내는 별일 아니라는 듯 허공을 향해 싸늘한 일성을 내뱉었다. “치워라.” 그런데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장의 그림자가 물결치더니 핏빛 혈의로 전신을 감싼 인영이 튀어나와 이미 죽어있는 여인의 시체를 둘러업고 사라졌다. 모든 감정이 배제된 회색빛 눈동자와 기계적인 움직임이 더욱 공포를 자아내는 인물이었다. 순식간에 방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 뜨거운 정사가 벌어졌다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고 완벽한 솜씨였다. 사내는 태연하게 침상 가에 벗어놓은 자신의 침의를 걸치더니 예의 나른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방밖을 향해 외쳤다. “들여 보내거라.” 방문이 조용히 열림과 동시에 한 사내가 들어와 부복을 하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바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외부 감찰반 소속 곽형수가 사도련의 주인을 뵙습니다.” 침상 가에 걸터앉은 40대 중반의 이 사내가 바로 어둠속에 거하며 암암리에 무림을 쥐고 흔드는 사도련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사도련(邪徒聯)의 총수, 구지신마(九指神魔) 극현도. 현경 급에 달한 무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구양지(九陽指)는 무림의 일절로 손꼽히며 무림 서열 5위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제갈가의 가주를 능가하는 지략이었다. 극현도는 비상한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 수많은 계략과 음모를 꾸몄으며 철두철미한 계획 하에 대부분 성공시켜 현재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어둠 속에 거하는 무림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제1차 정사대전을 뒤에서 꾸미고 획책한 주범으로 극현도를 지목하였으나, 깔끔하게 증거들을 인멸한 극현도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조용히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도의 하늘이라는 극현도는 외부 감찰반의 무사 하나가 자신의 열락을 방해한 것이 못마땅한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찾아온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