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성인소설) 11살 차이 - 완. - 29편 (29/49)

2026-10-05 16:59:03 조회 8
혹시 지금 내가 싫은데 네 사정이 불쌍한 것 때문에 결혼하는 걸로 보이니?" "...그건 아닌데요..." "그럼? 내가 왜 곤란해?!! 난 너랑 결혼만 할 수 있다...하여튼..." "있다면요?" 볼이 빨개진 채 고개를 들어 내 대답을 원하는 혜주의 귀여운 눈망울에... 멋진 대사를 생각해 내야 하는데 막상 혜주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자 입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는다. 살이라도 붙여서 얘기를 한다면... 아마 혜주에게 거짓으로 느껴질 테고,, 그렇다고 내가 말 주변이 뛰어난 언변의 마술사도 아니니 말로 혜주를 감동을 주지도 못 할테니... 그냥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는다. "할 수 있다면...어차피 너 때문에 한번 버린 목숨 이였지만,, 똑같이 또 버릴 수 있다고..." "또!!" 쇳소리로... 크게 말하는 혜주의 꾸짖음과 같은 말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제 앞에서 또 한 번 죽는다는 얘기 해봐요!...결혼이고 이혼이고... 아무것도 안해줄테니까!" 한 층 더 날카롭게 내 귀를 아프게 할 정도의 혜주의 큰말소리는 지금 혜주가 얼마나 화를 내고 있는지 그리고 내게 여지없이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잡고 있던 무릎에서 손을 풀고는 가지런히 다리를 모아 옆으로 포개고는 자신의 목을 잡는다... 역시 목에 무리가 간 듯 잠시 얼굴을 찡그린다... "미안...그래도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 "..." 목을 잡은 채 눈을 올려 날 흘겨보는 혜주는 당장이라도 또 소리를 치려다가 아픈지 손으로 목을 감싸며 참는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기에 나는 혜주에게 노트를 가져와 혜주 앞에 내려놓았고, 노트를 본 혜주는 다시 한 번 내게 눈을 흘기고는 필기를 시작했다. -아저씨가 죽는다고 하면 전 다시는 못 일어설 거 같아서 화가 나요... "...미안해."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말 입에도 담지 마세요! "알았어..." "그럼... 어떻게 할까? 변호사가 자료 보낸 거 보니까... 어느 정도 확인은 다 끝난 거 같은데...그리고... 난 오히려 혜주한테 짐만 주는 거 같아서 그런 거지... 연극 같은 거 아니야... 솔직히 우리 둘을 놓고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누가 아까운지... 100이면 100...전부 네 편들걸..." -아닐걸요...아저씨가 얼마나 심성이 곱고 착한데... "내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황당한 혜주의 글에... 웃게 된다. 심성이 곱고... 착하다니... 도대체 누굴 말하는 건지...혜주는 내 웃음에 오히려 나보다 더 황당하다는 듯 멀뚱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날 그렇게 봤어?" "..." "크크... 난 혜주한테만 그런 건데... 다른 사람은 아마 무신경에 개인주의에...이기주의...거기에 무관심까지 겸비한..." "..." "혜주한테만 그런 거야." "..."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혜주가 날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곤 상을 차리러 일어나려는 듯 몸을 움직였기에 난 내 목적을 위해 황급히 입을 연다. "혜...혜주야!..." "..."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말을 끝내고 밥을 먹던가, 나이대로는 소화도 안 되겠다." "..." "싫어?,,싫으면 그냥 두고..." "아니요..." 나지막한 혜주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아니요'라는 혜주의 말이 나와의 서류상 결혼이 아니라는 건지... 아니면 싫냐고 물어보는 내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을 하는 건지 금방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어보려는데 혜주가 부끄러운 듯 휙 몸을 돌려 종종걸음으로 주방 옆에 세워둔 밥상을 들어 발들을 꺼낸다. 혜주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나는 목소리를 높여 혜주에게 다시 묻게 된다. 정확한 혜주의 의사를 알아야만... 잠을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혜주가 거절한다면 그 이유만으로 또 잠을 못 이루겠지만 말이다...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 상의 다리를 빼던 혜주가 고개를 내가 있는 거실로 향하며... 입술을 삐죽거린다... 한 번에 못 알아들은 내게 원망 섞인 눈빛과 찡그림으로 대답 대신 대답을 하곤 상을 마저 편다. "아! 답답해!!...싫다는 거야?!" "후~~~~~" 긴 한숨... 상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잠시 팔짱을 끼고 날 흘겨본다... 아마도... 혜주는 내가 일부러 그러는 줄 아나보다... 정말로 난 확실히 듣고 싶어서 그런 건데... 다시 천천히 걸에 내 앞에 다리를 옆으로 해 앉은 혜주는 날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 쑥스럽다는 감정과 함께 확신이 가득찬 눈빛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약간의 원망서린 감정이 뒤섞인 채 날 바라보는 혜주의 시선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반...반지는요?" "응??" "저... 이래 뵈도 스물둘 꽃처년데...평생 남...남자친구도 한명 없었는데...이거 결혼 프러포즈 아녜요?" "..." "그럼... 은반지라도 하나 드밀면서 말씀하셔야죠...피~~~ 눈치 없게..." "바...반지!!...아!!! 미...미안... 난...그냥,...혹시나...아니 그게..." "됐어욧!" 벌떡 일어나 다시 상으로 가는 혜주의 뒷모습에... 잠시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하니 혜주만을 바라보게 된다. 주위의 사물들이 전부 혜주로 인해 흐려지는 듯... 뿌옇게 보이며 혜주의 모습만이 내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며 주방으로 걸어간다... 눈물이 내 눈에 맺힌다. 황홀하고 기쁨이 담긴 눈물이 잠시 눈가를 적신다. 비록 키스를 한 사이라고는 해도,,아직 한 번도 혜주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사용해 본적도 없는데... 혜주의 입에서 지금 내 귀에 들려온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내 가슴을 멈추게 할 만큼 확실했고, 명확하게 들려왔다... 내가 걱정이 너무 많았나보다...혜주의 긍정어린 답을 듣게 되자... 조리던 마음이 풀어지며 긴장이 풀렸던 게 분명하다... 나는 서둘러 지갑을 들고는 밥상을 차리는 혜주의 손을 낚아챘다. ".왜 요??" "가자!" "어.어딜...?" "나가자!" 혜주는 죽이 식을까봐 걱정을 하는지 내 손을 잠시 뿌리치고 주방으로 돌아가 렙이라도 씌우려했지만 난 힘을 줬고, 끌려오듯 따라오다 서게 된 혜주는 신발도 어렵게 신게 된다. 무작정 혜주의 손을 잡고는 집을 나와 번화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나다. 물론 혜주가 연신 죽이 식는다고 투정을 부리는 건 두말할 필요 없었고, 그런 혜주의 귀여운 투정이 내 발걸음을 더 빠르게 만든다. 한참을 혜주의 손을 잡고 헤맸고, 겨우 내 눈에 발견된 가게로 난 혜주를 이끌고 무작정 들어간다. 혜주는 얼떨결에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반짝이는 화사한 물건들로 가득 차있는 가게 안의 인테리어에 발에 힘을 줘 멈춰 섰다. 이미 우리 둘은 가게 안으로 들어와 있었기에 혜주의 반항은 다가온 매장안의 점원의 시선에 의해 멈추게 된다... 우리를 쳐다보며... 다가오는 중년을 훌쩍 넘긴 여성점원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바래고 헤진 혜주의 분홍색 추리닝...거기에 상의는 허리춤에 매달고 있는 혜주의 복장은 이런 고급 주얼리샵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긴 하다... 물론 내 추리닝도 마찬가지고,, 그제야 난 혜주의 손을 놓고 약간은 거북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점원에게 다가간다. "어떻게 오셨나요?" "어떻게 오긴요 반지 좀 사러 왔죠." "예? 조카...분 선물이신가요?" "조카요? 아니요 제 와이프 될 사람 결혼 예물 좀 보러 왔습니다." "예?..." 나와 혜주를 번갈아 쳐다보는 점원의 시선을 뒤로 한다. 내가 생각해도 도둑놈 같은 심보와 면도도 제대로 안한 나이 들어 보이는 내 인상에 이미 여길 오면서 여러 번 생각한 주위의 시선이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점원의 시선을 무시하고 난 진열대 안에 있는 반지들을 고르기 시작했고, 그 중 혜주에게 어울리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여러 개 박힌 반지가 놓인 진열대 위의 유리를 두드리며 묻는다. "이거 꺼내주세요." "예? 이거 비싼데..." "알았으니까 꺼내달라고요." "예..." 장갑을 낀 손으로 점원은 조심스럽게 검은색 세무 받침에 놓여있는 한 쌍의 커플링을 꺼냈으나 선뜻 내게 내놓질 못한다. 나는 잡아채듯 그 케이스채로 받아 유심히 들여다본다...정말로 비싸 보이는... 다이아몬드가 족히 20개는 박혀 있을 듯 보이는 작은 여자반지와 중앙에 큼지막한 다이아가 하나 박혀있는 반지가 내 마음에 쏙 든다... 꼭... 나와 혜주를 말해주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마음에 드는 반지였기에 지갑을 꺼내며 점원에게 물어본다. "이거 얼마에요?" "...세트로 1120만원이요." "예. 계산해주세요." "예??" "예?!!!" 점원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내 뒤에서 들려오는 큰 쇳소리가 섞여 주얼리샵안에 울려 펴졌고,, 황급히 내게 달려들듯 뛰어온 혜주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지갑을 낚아채선 자신의 가슴에 숨기듯 양손으로 감춘다. "놀래라... 왜?!" ".하. 하지 마요..." "뭐가?!" "제...제가 잘못했어요...하지 마요..." "뭘 잘못해... 지금 내 맘 같아선 여기 있는 거 다 사주고 싶구만!." "아. 알았어요... 정말 잘못했다고요..." "참나... 진짜 기뻐서 그런 거라니까!... " "..." 이번엔 혜주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내 행동은... 정말로 기쁘고 가슴 벅차 설령 내게 무리일지 모를 금액의 반지라도 혜주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다...아니... 이 반지가 꼭 우리를 위해 준비된 반지라는 생각에 엄청난 가격에도 이미 눈이 뒤집힌 채 무작정 계산부터 하려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아저씨... 잘못했다고요..." 그러나... 혜주는 내가 오기를 부리는 걸로 보이나 보다... 자신의 진심을 장난이라는 행동으로 돌려 표현한 혜주였지만, 그 장난조차 내가 진지하게 받아 드릴 거라는 걸 몰랐던 혜주였기에, 반지의 금액에 겁을 먹은 혜주는 결국 울먹이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 "아..." 이제야... 난 혜주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혜주가 어떤 아인지,...혜주란 존재를 잠시 잊고는 내 욕심과 고집으로 혜주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반지를 진열장 위에 올려놓고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혜주에게 다가간다. "미안...내 욕심만 앞세웠다...정말 미안하니까... 울지 마..." "...정말... 못됐어..." "..." 중얼거리듯 고개를 숙인 채 혜주가 혼잣말을 한다. 가슴에 비수를 꽂는 혜주의 말에...난 더 당황스럽고, 걱정이 밀려온다. "진짜!! 진짜 미안해...프러포즈가 처음이고 결혼도 처음이라서...아니...그러니까 그 결혼이라는 게...한 번도 안 해봐서 중요한 반지도 잊고,...미안." ",..." "혜주야... 울지 마... 말했잖아... 네가 울면 난 더 슬퍼지고..." 내 애원에 혜주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든다... 그세 눈망울에 한가득 눈물을 담은 채 혜주가 날 바라보더니... 이내 흘겨본다. "이렇게 예쁜 눈에 눈물 담지 말라니까... 정말 미안...그.,럼 우리 그냥 집에 갈까?" 혜주가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원한 답이 아닌데... 혜주가 원하는 걸 할 수 밖에 없는 나다... 이런 건 몰래 준비하고 미리 사둔 반지를 깜짝이벤트로 건네줬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고 지나친 내 행동을 반성하고 원망한다. 애써...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정중히 점원에게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는 나다...혜주도... 내 옆에 바짝 서서는 자신도 나와 함께 사과를 하듯 나보다 더 크게...그리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사과를 한다.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가게 안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닭살 돛아나는 연예소설같은 장면에 점원이 크게 웃는가 보다... 나와 혜주는 허리를 들어 멍하니 점원을 바라본다. "아가씨... 이렇게 남자분이 용기 냈는데.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이리로 와봐요. 아가씨한테 딱 어울리는 걸로 골라줄게요." "..."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혜주는 내 옆에 서서 손을 잡고는 얼른 가자는 듯 손을 연신 당겼지만 난 이대로 나가기엔 체면을 떠나 너무 아쉽다는 생각에 점원의 말에 맞장구를 치게 된다. "예? 울 혜주가 비싼 건...싫.어...해서,..." "큭큭...알았다고요...그냥 이리로 와보라니까..." 진열장을 따라 옆으로 몇 걸음 옮긴 점원은 진열장에서 금반지 한 쌍을 꺼내 진열대 위에 올려놓는다. 14K인 듯 은은한 금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굵은 반지 하나를 꺼낸다. 혜주가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점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연신 다가오라는 손짓을 하며 방금 전 가족케이스에 있던 반지와는 많이 초라해 보이는 노란색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반지를 빼내어 혜주에게 보여준다. 하나의 반지인 줄 알았는데 약간은 굵기가 다르게 두개가 분리되는 약간은 특이한 금반지로 민무늬에 중앙에만 작은 큐빅이 달려 있었고 그 큐빅의 위아래가 결합되어지며 하트가 만들어지는 형태였다. 결코 화려하거나 예뻐 보이질 않는 반지였기에 나는 계속해서 진열장 위에 방금 내려놓은 그 다이아몬드 반지에만 시선이 가게 되었다... "어. 얼마에요?" "이거 쌍으로 해서 7만 7천원이에요. 아가씨한테는 이게 딱 일거 같은데." "..." 연신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분리를 했다가는 다시 연결을 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던 혜주가... 나를 한번 쳐다본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가 맞긴 한데, 7만 7천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이 되는지 나에게 두었던 시선을 점원에게 옮겼다가 다시 반지를 향한다. 뭔가를 머뭇거리며 쉽게 말을 하지 못하던 혜주가 허리에 차고 있던 추리닝 상의를 빼어내선 입고는 안쪽구석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려하는 듯 손을 추리닝 안쪽으로 옮겨 뒤지기 시작한다. 점원의 눈빛에는 향기와도 같은 그리움이 묻혀있는 채,, 그런 혜주의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고만 있었기에 호기심에 나도 옆으로 다가가 혜주의 추리닝 안쪽을 훔쳐본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추리닝 안쪽에 언제 꿰매났는지 보이는 작은 하얀색 천으로 만들어놓은 꺼내기도 힘들어 보이는 작은 비밀주머니속에서 돈을 꺼내는 혜주의 모습에... 신기하게 바라만 보게 된 나다. 혜주의 손이 옷 속에서 나왔고, 그 손에는 꼬깃꼬깃 소중하게 접어두었던 만 원짜리 5장이 있었다. "저. 저기 아줌마... 지금 저한테 5만원밖에 없는데요...나중에 갚으러 와도 되요?" "..." "혜주야... 내가 낼게... 무슨 외상을..." 혜주가 날 잠깐 고개를 돌려 보더니 이내 고개를 젓고는 정말로 자신이 사고 싶다는 눈빛을 하며 다시 시선을 점원에게 옮긴다. "...그래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만 원을 덥석 점원에게 건네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만지작거리는 반지를 주먹으로 꽉 쥔 채 정말로 잘 됐다는 듯 나에게도 미소를 지어준다. 혜주를 처음 본 점원은 그런 모습에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을 지으며 5만원을 받고는 이내 아주 작은 쇼핑백에 케이스를 담아서 혜주에게 건네줬고, 연신 인사를 여러 번 한 혜주는 가게에서 나와 바로 앞에서 두개를 분리해선... 큰 걸 내게 끼워준다. "근데... 무슨 돈이야? 그렇게 소중하게 숨겨두고..." "최후의 보류요..." 최후의...안 맞을 법도 한데... 내 손에 딱 맞은 반지를 보며 모양과 무늬에 조금은 낯 뜨거워졌지만... 혜주가 내 손을 너무도 자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기에 내 마음도 기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려는 듯 왼 손을 올려 약지를 세운다. "잠깐만... 반지는 남자가 끼워주는거지..." "..." 난 혜주의 손에서 반지를 뺏어선 혜주의 왼손을 잡고 들고 있는 반지를 끼워주기 시작한다. 혜주의 손에도 딱 맞게 귀여운 반지가 약지를 채우고 있게 된다. 혜주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채 그런 나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가게 앞에서 난 혜주의 손을 든 채 혜주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하는 혜주다. "아저씨..." "응?"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 "같이 하는 거래요. 결혼은..." "당연한 거지..." "아뇨...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그리고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같이 있는 거래요... 전... 이 말이 너무 좋아요." "..." 결혼식장을 수도 없이 다녔던 나였기에,... 주례의 이 장황한 연설은 항상 지루했고 얼른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메뉴만 걱정하던 나였는데, 혜주의 입에서 나온 몇 번이고 듣게 된 얘기는 혜주가 결혼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기대감과 함께 꿈을 꿨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자 미안함이 밀려왔다. "미안... 제대로 결혼식부터 올리는 게 순서인데..." "..."(고개를 또 세차게 흔든다.) "..." "그게 아니고요... 이 반지 하나에 서로가 연결 되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래요. 신기하죠...이런 걸로 상대방을 자기 사람처럼 만들 수 있다니..." "비싸지도 않은데..." "또!..." 잠시 눈을 흘기는... 혜주는 돈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가격보다는 의미에 소중함을 두고 있다는 걸 잠시 잊었던 나였기에 다시 혜주에게 사과를 하게 된다. "아저씨는 꼭 그러더라..." "미안..." "얼른 밥먹으로 가요... 죽 다 식겠어요." "그래... 가자..." "아~!!..." "왜?" "바...반지를 교환하면... 영화에서는 뽀뽀하던데..." "..." 가게 앞에서 혜주의 황당한 말에 나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요 쪼매난게 어디서 본건 많아가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혜주를 너무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을 때... 혜주가 대담하게 까치발로 키를 높이며 내 멱살을 잡듯 당기며 내게 가벼운 입맞춤의 키스를 한다. 이번은 그제와 달리 고통도 없이 부드럽게 혜주의 촉촉한 입술이 내 입술을 살짝 덮으며 적셔줬다... 아마도,... 혜주에겐 이 반지만큼 의미를 담은 물건이 세상에는 없나보다... 단순한 아이들 커플링정도밖에는 안 될 이 반지가... 정말로 혜주에겐 결혼반지 못지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듯,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존재하며 손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 짧은 입맞춤을 아쉬움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끝을 내는 혜주를 바라보는데... 혜주는 서둘러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주머니 두 분 이서 우리를 보며 손가락질하는 것을 본 혜주가... 먼저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그녀의 뒷모습에는 창피함이 가득 묻어 발걸음이 빠르다는 걸 느끼는 나다. 나도 서둘러 혜주를 뒤쫓아 가게 되었다. 혜주와 나란히 집으로 향하며 걸어가는 동안, 가면서도 연신 자신의 손을 들어 반지를 확인하듯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혜주가 슬그머니 내 왼손에 손을 내어 잡는다. 깍지를 기며 내 손을 따뜻하게 적시는 혜주의 온기는 걸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도 아쉽게 느껴질 만큼 날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내 손에 껴 있는 반지를 확인하듯 깍지 낀 손을 장난치듯 조금씩 움직이며 힘을 줘보기도 문지르기도 하는데, 너무도 앙증맞은 손에 귀여움과 함께 혜주의 기분이 내게 전해진다. 집에 도착한 나는 아직도 혜주의 행동에 여운이 남은 채 다시 밥을 차리는 혜주의 모습에 취해 앉아 있었고, 밥상을 들고 내 앞에 온 혜주가 내 시선에 얼른 밥이나 먹으라는 듯 숟가락을 밀어 댔기에 어쩔 수 없이 시선을 거두고 혜주가 직접 만들어준 죽을 먹기 시작한다. 내가 숟가락을 들기 전엔 항상 날 바라보고 있는 혜주의 시선은... 내가 입에 숟가락을 넣고서야 떨어져 자신도 밥을 먹었기에 난 서둘러 한 숟가락을 비웠고, 역시 그제야 혜주가 숟가락을 든다. 부끄러움과 묘한 향기와도 같은 붕 뜬 기분에 숟가락만 연신 움직이며 막상 단 한마디도 오가지 않는 식사시간은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 숟가락이 상에 놓이는 소리와 그릇을 긁는 마찰음까지도 꼭 음악처럼 내 귀에 들려왔기에 굳이 입을 땔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밥을 다 먹은 혜주는 잠시 배를 만지며 내 식사가 모자라지는 않는지 내 눈치를 살핀다. "배불러." ",..." "근데 혜주야... 그 주례사가 좋아?" "..." 문득 내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의 주례내용이 물론 좋아한다는 혜주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더 알고 싶어 묻게 된다. "누구한테다 다 똑같이 나오는 말이잖아." "그러니까요." "응?" "저도... 다른 사람하고 똑같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행복하게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 "그리고. 좋지 않아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같이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거 말이에요." "그렇긴 한데..." "항상 같이 있어준다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