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성인소설) 호색 -완 - 55편 (55/62)

2026-10-04 14:52:57 조회 5
그들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분명 우리가 깨달은 방법을 전수한다면 큰 힘이 될 거예요. 우선 자연스럽게 형님의 힘을 과시한 후, 더불어 획기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면 쉽게 회유될 겁니다.” “옳거니. 그럼 되겠구나. 흐흐흐, 그렇다면 우선 천마랑 검제 녀석부터 찾아가 봐야겠군.” “후후, 맺힌 게 많으셨나 보네요. 아무튼 못 말린다니까. 하지만 형님도 알다시피 천마 어르신은 서희의 10대조 할아버님이시니 소제를 봐서라도 함부로 막 대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크흠! 야 임마. 같이 칼밥 먹던 무림의 동료였는데 누군 어르신이고, 누군 형님이냐? 이거 아무래도 호칭부터 손봐야겠는데.” “에이, 그 문젠 예전에 형님, 동생하기로 이미 끝났잖아요. 그리고 막말로 어르신 소리 듣는 것보단 형님 소리 들으시는 게 더 젊어 보이고 좋잖아요. 안 그래요? 고리타분하게 어르신 소리 꼭 듣고 싶으세요? 뭐 못할 것도 없지만 말이에요.” “그, 그런가? 아니다. 그냥 형님이라 불러라. 듣고 보니 더 젊어보여서 좋다.” “그러게 왜 꼭 긁어 부스럼을 만드세요. 아무튼 한 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이니까 앞으론 왈가왈부하지 마세요. 그건 그렇고 천마 어르신 이야기가 나오니 잠시 잊고 있었던 서희가 다시 생각나네요. 그녀의 영혼은 편히 잘 지내고 있으려나...” 비담의 음성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잘 지내고 있겠지. 아니 잘 지낼 거라 믿는다.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그랬으면 좋으련만. 아! 만년지투!!!” “엥? 갑자기 왜 그러느냐?” “형님, 만년지투요 만년지투. 모두의 영역이 허물어지면 서로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럼 서희 역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가능하죠?” “휴우,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생각해보았다. 허나 서희의 경지로 유추해 보았을 때 우화등선 했으리라 장담할 수 없더구나. 그렇다면 아마도 염부로 끌려가 이미 망각의 샘을 마셨을 터이니 행여 만나더라도 너를 알아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내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히겠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거라.” “그, 그럴까요? 그렇군요.” 비담의 어깨가 축 쳐졌다. 안쓰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길천이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도 말거라. 우리가 황금선도를 얻게 되는 것처럼 기연이란 예기치 않게 조우할 수 있으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힘이 있지 않느냐? 만에 하나 서희의 영혼을 만난다면 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데려올 것이니 이 형님만 믿어라. 알겠지?” “네, 형님. 고맙습니다.” “아니다. 여러모로 내가 더 고맙지.” 비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길천이었다. 138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황금복숭아나무가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 뭐죠?”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왜 이러지?” “서, 설마? 형님, 혹시 황금선도가 열리려는 징조 아닐까요?” “황금선도? 벌써?” 둘의 눈이 일제히 황금나무로 쏠렸다. 무언가 잔득 기대를 머금은 채 말이다. 그렇게 일각이 여삼추 같을 무렵. 부르르 진동하던 나무의 울림이 끝남과 동시에 눈부신 황금빛이 사방을 향해 폭사되었다. 둘은 쏟아지는 빛을 피하기 위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어느 정도 빛이 사라졌음을 인지한 후 다시 나무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멍하게 넋을 놓고 말았다. 무성한 황금빛 나뭇잎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장관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던 물결이 지나간 자리엔 덩그러니 황금 복숭아 한 개가 영롱한 자태를 내뿜으며 매달려 있었다. “저, 저, 저게 황금선도?” “그, 그런가 봐요. 참! 이리 넋 놓고 계시면 어떡해요? 어서 황금선도를 취하셔야죠.” “아뿔싸! 나도 모르게 그만 정신을 놓았구나. 그래, 네 말대로 어서 선도를 취해야지.” 퍼뜩 정신을 차린 길천이 조심스레 나무 위로 올라가 황금빛 선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곤 소중한 보물을 다루 듯 살며시 열매를 따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꿀꺽 비담의 목울대가 또다시 요란하게 움직였다. 물론 눈은 황금선도에 고정된 채. 길천은 사뿐히 내려와 비담의 눈을 한차례 바라본 후 이내 황금선도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선도는 길천의 영체에 닿는 순간 황금연기로 화해 그대로 흡수되었다. 그리곤 이어지는 침묵.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기운이 길천의 주위를 휘몰아쳤다. 멍하게 바라보던 비담의 영체가 속절없이 그 힘에 밀려 뒤로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흡사 폭탄이라도 터진 듯 길천의 주위가 움푹 꺼져 들어갔다. 쾅!!! 쾅!!! 쾅!!! 쾅!!! 쾅!!! 또다시 이어지는 엄청난 굉음. 폭발하듯 터지는 굉음이 동반될수록 길천의 주위론 동심원을 그리며 구덩이가 생겨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굉음의 수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동심원의 수가 수천을 헤아릴 즈음. 거짓말처럼 모든 상황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생성되었던 기운들이 역으로 길천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 역시 엄청난 소리를 동반하고 있었다. 콰콰콰쾅!!! 가장 가까이 있던 동심원마저 빨려 들어가듯 길천의 영체 안으로 사라지자 모든 소란이 마무리 되었다. “후~~~아!!!” 조용히 눈을 뜬 길천의 입에서 기쁨으로 충만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길천의 모습이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만인을 발아래 두고 군림할 것 같은 위엄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고, 외양 역시 황금빛 갑주로 촘촘히 둘러 싸여 흡사 천신의 재림을 보듯 위용이 대단하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갔던 비담의 영체가 조심스레 길천을 향해 다가왔다. “형님? 괜찮으세요? 황금선도의 영력을 모두 흡수하신 거예요? 그런데 모습이 조금 전과 판이하게 다르네요. 뭐랄까...고급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흐음~!!! 좋구나.” “하하하,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이 모든 게 네 덕분이다. 절대 잊지 않으마. 고맙다.” “우리 사이에 그런 공치사는 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나저나 이제 명실상부 만년지투가 열렸네요.” “그래, 화끈한 축제가 시작되었구나. 모름지기 축제를 시작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제물이 필요한 법.” “제물이요?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제물이요?” “조금만 기다려라. 곧 알려주마. 그전에 우선 우리가 하나임을 맺는 의식부터 가져야겠구나.” “어라? 줄서는 데도 의식이 필요해요?” “당연히 필요하지. 만년지투가 열리면 피아의 구분 없이 개판이 될 터인데 무슨 수로 구분하겠느냐? 그러니 그 전에 서로가 묶여있음을 증명하는 의식이 필요한 게지. 그리 복잡하진 않으니 이리 가까이 오너라.” “헤헤, 필요하면 해야죠.” 비담은 실실 웃으며 길천 곁으로 다가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비담을 바라보며 길천은 짐짓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험험, 만세의 영광인줄 알거라. 상제에 버금가는 영력을 지닌 존재가 친히 내려주는 은총이니 앞으로 그에 합당한 예를 다하고, 더불어 짐의 충성된 신하로서 성심을 다해 나를 보필하고 모셔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그렇게 떠드시면 입 아파요. 이제 그만하시고 어서 의식인지 뭔지 진행하자고요.” “허허! 무엄한지고.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리 경거망동하는 것이냐.” “과일 하나 잡수시더니 다시 허풍병이 도지신거예요? 예예, 불충한 소신은 충분히 알아들었사오니 이제 그만 하해와 같은 은덕을 베푸시어 의식인지 뭔지를 진행하시지요. 허나 상제께서도 아시다시피 소신의 소갈머리는 그리 넓은 편이 못 되오니 오른팔을 잃으시려거든 계속 상제놀이에 푹 빠져 즐기시기 바라옵나이다.” “흐흐, 그만하자. 이것도 적성에 맞아야 하는데 영 어색해서 힘드네. 역시 군신간 보다는 형제간이 편하고 좋지.” “본전도 못 찾으실 거면서 매번 그러신다니까.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니 반드시 적응하셔야 돼요. 지금이야 제가 장난으로 받아넘겼지만 앞으로 형님께서 천계를 다스리는 상제의 자리에 앉으시면 마땅히 그에 합당한 위엄을 보이셔야 합니다. 더불어 자애와 덕으로 잘 다스려야죠. 그래야만 모두가 형님을 존경하고, 믿고 따르죠. 물론 사적인 자리에선 편안한 형제사이로 돌아와 허심탄회하게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저 역시 충직한 신하로 돌아가 제 도리를 다할 것입니다. 제 말씀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공과 사를 구분하라? 이거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한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말도 있듯이 형님께서도 차차 적응하실 거예요.” “그래, 나중 일이니 차차 고민하며 바꿔보도록 하자. 그건 그렇고 의식을 진행할 터이니 이리 가까이 와서 무릎을 꿇어라.”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난기를 싹 지운 비담은 이내 길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길천 역시 웃음기를 지운 진지한 자세로 한 쪽 손을 들어 비담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팟 길천의 손에서 짧은 소리를 동반한 빛이 뿜어짐과 동시에 비담의 머리로 파고들어갔다. “끝났으니 그만 일어나도 된다.” “벌써요?” “별 거 없다고 했잖아.” “그러게요. 영 싱겁게 끝나네요.” “그래도 보기완 다르게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너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네? 꼭 필요하다고요?” “당연하지. 네 녀석 생명줄인데.” “아!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형님하고 엮여있지 않으면 언제 비명횡사 당할지 모르겠네요. 방금 전까지 하도 평화로워 만년지투는 깜빡 잊고 있었네요. 그럼 제물 운운하신 것도 이것 때문이에요? 그럼 형님이 말한 그 제물, 곧 당도하겠네요.” “하여튼 눈치는. 넌 어디에 던져놔도 굶어죽진 않겠구나. 아마 개방 정문 앞에서 비럭질을 시켜도 끄떡 없이 해낼 놈이지. 암, 충분히 가능해.” “저에 대한 칭찬은 그쯤 해두시고. 그 제물, 정체가 누군가요?” “후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저기 오는구나.” 139화 길천은 자신의 영력으로 생성된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다 한 곳을 가리켰다. 비담이 부채 끝을 쫓아 시선을 옮기자 그곳엔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 어찌나 속도가 빠른지 조그마한 점으로 보이던 물체는 어느새 또렷한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곤 이내 둘 앞에 멈추어 섰다. 비담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길천에게 답을 구했다. 하지만 길천은 대답 대신 특유의 느물느물한 음성으로 새로 등장한 흑의영체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여인들의 방심을 흔들 정도로 인물이 꽤나 잘나긴 했죠. 헌데 남자들에게도 이리 인기가 많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오늘 하루 벌써 두 번씩이나 뵙는군요, 동천왕 나으리.” 새로이 등장한 흑의인의 정체는 동천왕 패도였다. 패도는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다그치듯 따져 물었다. “시답잖은 소린 집어 치우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방금 뭐였나?” “당최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요. 머리, 꼬리 다 잘라내고 윽박지르면 제가 어찌 대답을 합니까? 도대체 뭐가 궁금하신 겁니까?” “폭발 말일세. 폭발.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아! 폭발의 정체가 궁금하셨던 거군요. 뭐 보시다시피 작은 소란이 일어났었죠.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는가? 이곳엔 황금복숭아나무가 있거늘. 만에 하나 나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라면 자넨 무사하지 못할 걸세. 아니지, 내 직접 나무의 상태를 봐야겠으니 저리 비키게.” 동천왕 패도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길천을 거칠게 밀어낸 후 곧장 나무의 상태를 살피러갔다. 하지만 나무 앞에 선 그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무를 가리키며 길천을 거칠게 쏘아보았다. “이...이...이게 어찌된 일인가?” “뭐가 말입니까?” “네 이놈!!! 어째서 나뭇잎이 모두 사라지고, 가지마저 앙상하게 말랐더란 말이냐. 도대체 어째서!!!”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맡은 바 소임을 다했으니 잎은 시들어 떨어지고, 가지는 말라비틀어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무어라? 맡은 바 소임?” “황금복숭아나무의 소임은 황금선도를 맺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당연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한 셈이죠.” “황금선도가 열렸단 말이더냐?” “네. 열렸죠.” “그 선도, 지금 어디 있느냐?” “여기 있습죠. 헤헤, 제가 너무 배가 고파서 저도 모르게 그만.” 길천은 자신의 배를 툭툭 두들기며 웃었다. 동천왕 패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길천의 배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불같은 노성을 지르며 전신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네 이놈!!! 지금 본 왕을 희롱하는 것이냐? 감히 일개 신선 따위가 장난을 칠 정도로 내가 그리 만만하고 우습게 보였단 말이더냐. 어서 황금선도를 내놓지 못할까?” “정말 저도 모르게 꿀꺽 했다니까요. 안 믿으시면 저야 어쩔 수 없고요.” 길천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두 손을 활짝 펴 보였다. 동천왕 패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나 황금선도 때문에 애써 분노를 삭이며 입을 열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으나 감히 네가 탐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물건이 아니다.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 두고 어서 황금선도를 내 놓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마지막 경고이니 허투루 듣지 말고 어서 내 놓아라.” 동천왕 패도는 무력시위를 하듯 영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동천왕의 전신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아마도 선도의 영력을 흡수하기 전의 길천이었다면 그 영력을 감당하기조차 버거웠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애들 장난으로 보일 뿐이었다. “무식하게 힘으로 윽박지르면 ‘아이고, 나리. 제가 보물에 눈이 멀어 헛된 꿈을 꾸었나이다.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여기 황금선도가 있으니 어서 가져가십시오.’ 이럴 줄 알았냐? 하아!!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줘도 귓구멍이 막혔으니 제대로 들을 리가 없지. 그놈의 꽉 막힌 귓구멍 내가 속 시원히 뚫어주마.” 길천은 전신의 영력을 한 점으로 끌어 모아 그대로 동천왕 패도의 미간을 향해 쏘아 보냈다. 패도는 자신의 영력을 뚫고 쏜살같이 날아드는 엄청난 기운에 그만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피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자신이 바닥을 뒹굴었단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패도는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길천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이내 수많은 의혹들로 가득 차올랐다. “바, 방금 뭐였느냐? 도,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계속 말했는데 그동안 뭘 들은겨? 내가 선도 먹었다고 했냐, 안 했냐?” “정녕 그 말이 사실이었단 말이냐. 허, 허나 감히 네 놈 따위가 다스릴 수 있는 기운이 아니거늘.” “보고도 못 믿네. 그 기운을 다스렸으니까 왕씩이나 하는 네가 바닥을 구르는 거 아니겠어. 얼떨떨해서 그런 거야, 아님 감이 없는 거야?” “그렇다면 어찌해서 선도를 먹은 것이냐? 분명 저 녀석의 영체를 빼돌리는 조건으로 상제와 약조를 하지 않았더냐? 네 녀석에게 신의 따윈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 “후후, 약조를 깬 것은 미안한데 엄밀하게 따지면 먼저 거짓말한 쪽은 상제 그 영감이야. 너도 아는지 모르겠다만 보시다시피 황금선도는 능력만 되면 아무나 먹어도 되는 거거든. 그리고 솔직히 내 구역에서 자란 나무니까 우선권 역시 나에게 있는 건데 먹으면 존재가 소멸된다는 둥 어쩐다는 둥 하며 잔뜩 겁을 주고는 열매가 열리면 알아서 가져다 바치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협상을 하려거든 투명하게 모든 것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해야지 비겁하게 뒤에서 꼼수나 부리고. 뭐, 내 아우의 영혼을 데려와준 것은 고마운 일인데 영감 역시 비밀을 잔뜩 숨긴 채 내 보물을 강탈하려고 했으니 서로 비긴 것으로 하자고. 불만 없지?” “네 이놈!! 보자보자 하니 방자하기가 끝이 없구나. 감히 상제께 그런 망발을 늘어놓다니.” “휴우!! 이유도 모르고 뒈지면 억울할까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주었더니 남의 속도 모르고 방방 뛰는 꼬락서니라니. 아무튼 내 호의는 여기까지니 그만 사라져줘야겠다. 잘 가라! 동천왕.” 길천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이 지닌 모든 영력을 한 점으로 집중시켰다. 동천왕은 어마어마한 영력이 길천 주위로 몰려들자 그만 대경실색하며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고 말았다. “자, 잠깐! 감히 신선 주제에 상제를 능멸한 것으로도 부족해 천계의 지엄한 법도까지 어길 셈이더냐? 부여된 권능을 이용해 다른 신들을 핍박하거나 서로의 권역을 침범해선 안 된다는 지고한 율법이 존재하거늘 어찌 본 왕을...” “내가 황금선도 먹었다고 누누이 말했잖아. 그럼 만년지투 시작된 거 아니냐고. 그러니까 너 뒈져도 나한테 뭐라 할 존재나 율법 따위 없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네놈이 어찌 그 사실을...” “그것까지 대답해주긴 귀찮으니 알아서 생각하도록. 그럼 이제 새로운 질서를 위한 첫 번째 희생양을 제단 위에 올려볼까.” 길천의 영체 주변으로 엄청난 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그와 동시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부채가 생성되어 동천왕 패도를 향해 폭사되었다. 퍼퍼퍼퍼퍼벅 영력으로 형성된 수백의 부채가 동천왕의 영체를 뚫고 지나가며 요란한 폭죽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말마의 비명. “끄아악!!!” 동천왕 패도의 영체가 뿌옇게 흐려지더니 신기루처럼 서서히 증발하듯 사라졌다. “흐음, 이거 장난이 아니로구나.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을 이리 손쉽게 할 수 있다니.” “형님? 이, 이게 말씀하셨던 그 영력인가요?” “응? 아차차!! 그렇구나. 만년지투가 시작되어 동천왕을 소멸시켰으니 그 영력이 고스란히 흡수되었지. 후후후, 어떠냐? 쓸 만하냐?” “네? 고작 쓸 만하다고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힘은 난생 처음인데요. 대체 황금선도의 영력이 어느 정도기에...” “상제가 되려면 이만한 힘은 가져야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지금의 그 영력은 절반에 불과해. 너와 내가 동시에 나눠가졌으니.” “아무튼 정말 대단하네요. 그런데 형님은 동천왕이 찾아올 걸 이미 아셨던 건가요? 분명 제물 어쩌며 운운하셨잖아요.” “당연히 찾아올 거라 짐작했지. 너도 예상했듯이 상제는 최측근인 동천왕에게만 황금선도의 비밀을 말했을 거야. 나무가 처음 이곳에 나타났을 때 나를 찾아왔던 것도 그 녀석이었고, 상제와 협상을 할 때도 그 녀석만 옆에 있었고, 너의 영체를 내게 데려다 준 이도 그 녀석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큰 폭음이 들렸을 때 무슨 변고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연히 그 녀석이 달려오겠지.” “그래서 그리 서두르지 않으셨던 거군요. 전 황금선도를 취하자마자 상제의 눈을 피해 이곳을 떠날 거라 생각했거든요.” “상제의 오른팔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리 허투루 날릴 수야 없지. 더불어 너와 나의 영력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대강 유추해볼 수도 있었지.”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그 왕인지 뭔지 봐서는 상제 역시 대단한 힘을 지니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흐흐흐, 나도 동천왕과 겨뤄보니 어느 정도 확신이 드는구나. 허나 방심은 금물. 대충 가늠한 것이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 동천왕이 워낙 창촐 간에 당한 것이라 제 힘을 다 사용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을 거야.” “그렇죠. 강호에서도 긴장을 놓는 순간 ‘빡’ 하고 뒤통수 맞잖아요. 조심 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그럼 이제 천마 어르신과 검제 어르신을 만나러 가면 되나요? 그런데 그 분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계세요?” “당연히 모르지. 서로 교류가 없는 천계의 특성상 전혀 알 수가 없지.” “휴우, 그럼 부지런히 발품 팔며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겠네요. 어느 쪽으로 갈까요?” “등잔 밑이 어두운 법. 동천왕을 제거했으니 동쪽부터 뒤지는 게 좋을 듯싶구나.” “신 비담, 지엄하신 황명 받잡겠나이다. 하하하!!!” “짐은 자네와 같은 만고의 충신이 곁에 있어 참으로 든든하구나. 앞으로도 변함없이 짐의 곁을 지켜주기 바라네. 그럼 출발해볼까? 푸하하하!!!” 둘은 시답잖은(?) 말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였다. 그리곤 이내 동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140화 한 달 후. “끄아악!!!”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영체 하나가 희뿌연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영 싱겁군. 가만있어보자. 이 녀석이 몇 번째더라...” “스물 한 번째죠.” “벌써 그렇게 됐나? 그나저나 녀석들도 이제 슬슬 뭉쳐 다니는구나. 처음엔 나홀로 다니는 녀석들이 많았는데 말이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으니 형님 말씀대로 나름 살 궁리를 한 거겠죠. 그런데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