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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호색 -완 - 43편 (43/62)

2026-10-04 14:52:57 조회 4
흔적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겨두어 미치게 만들어주마.” 나무의 적당한 높이까지 올라간 비담은 이내 한 마리 비조가 되어 훌쩍 다른 나무로 도약하였다. 그러다 목표했던 나무에 닿을 때쯤 쇠갈퀴를 이용하여 나무의 몸통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퍼벅, 퍼버벅.’ 아름드리나무의 몸통이 쇠갈퀴에 달린 발톱에 의해 움푹 파이며 아래로 떨어지려는 비담을 지탱해 주었다. 조금 깊숙이 박힌 발톱을 빼낸 비담은 같은 방법으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다람쥐처럼 이동하였다. ‘내가 고금제일인도 아니고 쪽수로 밀고 들어오는 차륜전을 무슨 수로 당하냐고. 그나마 형님께서 준비해준 이 보물 덕분에 내공소모를 줄이고 시간도 벌었으니 다행이지. 아마도 이 숲을 다 뒤지려면 머리가 터져 버릴 것이다.’ 황궁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는 바람에 급격한 내공소모를 겪은 비담에게는 최고의 보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담은 일부러 골리려는 듯 곱게 일직선으로 도주하지 않고, 일부러 갈지자로 이 나무 저 나무를 넘나들었다. 일각 후. 비담이 상자를 발견했던 장소로 일단의 무리들이 들이닥쳤다. “놈의 흔적이 이곳에서 끊겼습니다. 풀의 각도로 보아 방금 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던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흔적이 이어지지 않아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흐흐흐, 새가 아닌 이상 날아가지는 못했을 터. 1조와 2조는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 나머진 수색조를 경계하라.” “복명!” 40여명 정도의 무사들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산개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유일한 단서는 조그마한 상자 하나 뿐이었다.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밤,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나 마치 하늘로 솟은 것처럼 전혀 흔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래? 거참 이상하군. 대륙 최고라 자부하는 우리 추살대(追殺隊)의 이목을 속일 수 있는 자가 존재하다니. 설사 동창의 제독이라 해도 우리의 이목을 속이지는 못한다. 분명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아무리 화경의 무위를 지녔다하나 그 역시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진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황궁에서 그 정도 신위를 보인 것이 가상하긴 하지만 내공이 많이 소진되었음을 감안하면 흔적을 지우며 도주했을 리는 만무하고,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황상을 능멸한 간악한 도적놈을 결코 살려둘 순 없는 법. 반드시 찾아낸다. 앞으로 반각 주겠다. ” “복명!” 다시 주변을 이 잡듯 샅샅이 뒤지길 반각. “찾았습니다.” “후후, 이젠 독 안에 든 쥐로군. 어디냐?” “이곳에서 5장(15m)정도 떨어진 나무 위에서 움푹 파인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나무 위에서?” “그렇습니다. 나무 위 몸통 부분에서 날카로운 발톱에 파인 흔적이 있습니다. 상태로 보아 방금 전에 파인 것입니다. 아마도 갈퀴 비슷한 도구를 이용하여 나무에서 나무로 도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하는구나. 동물의 흔적일 가능성은?” “나무가 파인 위치와 도성 근교임을 감안했을 때 그만한 동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명 그놈 짓입니다.” “흐음, 그렇담 이 나무에서 15장을 도약했다는 말인데...그 다음 나무에서 어느 방향으로 날았는지가 관건이군. 좋다, 시간이 촉박하니 2인 1조로 나눈다. 흔적이 있는 나무를 중심으로 반경 20장 안의 나무를 샅샅이 수색하거라.” 명령과 함께 2인 1조로 구성된 추살대원들이 분분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반경 20장을 뒤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나무 위로 올라가 파인 흔적을 찾고, 또다시 그 나무를 중심으로 반경 20장을 찾으며 추격하다보니 많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점점 마음이 급해진 추살대장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지원을 요청하였다. “망할 자식. 거리도 들쑥날쑥하고 방향도 종잡을 수 없게 도주하는 통에 전혀 예측할 수가 없군. 이렇게 온 숲을 뒤지다간 녀석을 잡는 것은 둘째 치고 날이 새기 전 이 숲을 벗어나는 것조차 요원하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상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수밖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대원 하나를 급히 부른 추살대장은 상부에 지원요청을 하라 지시했다. 자신들이 아무리 추살에 특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넓은 숲, 그것도 나무 위에 난 조그마한 흔적들을 따라가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했다. 놈은 영악하게도 확실하지만 찾기 어려운 흔적들을 남겨 추살대의 귀신같은 재주를 조롱한 것이 틀림없다. 보고가 들어간 지 일각 후. 상부에선 500에 달하는 일반 병사들을 지원해주었다. 추살대장은 새로 지원받은 병력을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 온 숲을 뒤지라 지시하였다. 인력이 보충되면서 추격은 탄력이 붙었고, 이내 비담의 도주로가 일목요연하게 점에서 점으로 연결되었다. “후후, 네 녀석이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황상의 손바닥 안이다. 그럼 사냥감을 계속 몰아볼까?” 하지만 의기양양 웃음 짓던 추살대장의 얼굴이 곧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이런 썅!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따위 장난질이냐. 잡히면 아주 갈기갈기 찢어 짐승밥으로 던져주고 말테다.” 추격의지를 불태우며 막 움직이려던 추살대장의 앞에 도도한 황하의 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인간사 무심한 듯 황하는 거침없이 흐르며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멍한 표정으로 황하를 바라보는 500여 병사들을 바라보며 추살대장은 자신의 의지가 한 풀 꺾이는 것을 느꼈다. ‘이 병력을 데리고 도강할 수도 없고. 추살대만 도강하여 다시 병력을 지원받자니 하 세월이고. 아마도 어느 정도 회복된 녀석이 수상비(水上飛)를 사용한 모양인데 우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강물 위에 흔적이 남았을 리도 만무하고, 어느 방향으로 어찌 달려 나갔는지도 짐작할 수 없다. 분하지만 그만 포기하고 황상께 이실직고하여 대대적으로 전 대륙에 수배령을 내리는 수밖에.’ 추살대주는 부대주에게 명해 급히 황궁에 들어가 이와 같은 정황을 보고하라 일렀다. 그런 다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을 따라 이어진 숲을 면밀히 수색하였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보고를 받은 홍무제는 뒤늦게 도착하여 부복한 추살대장과 동창의 제독을 떨떠름한 얼굴로 내려 보았다. “결국 그자를 놓쳤단 말인가?” “소임을 완수하지 못한 신들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104화 “쯧쯧, 무능력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리 완벽한 함정을 파놓고도 쥐새끼 하나 제대로 옭아매지 못하다니. 놈의 재주로 미루었을 때 다시 잡기엔 희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니 그냥 내버려 두어라. 이번 황궁에서의 사건으로 인해 경거망동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남궁세가를 비롯한 오정회와 사도련은 어찌 처리할지 하명해 주시옵소서.” “그놈들 역시 그냥 내버려 두어라. 승상과 관리들을 쳐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니 응당 그 정도 허물은 덮어줘야지. 그리고 훗날 요긴하게 써먹기 위해서라도 아직 싹을 잘라버리기엔 이르지. 참, 이황자의 상태는?” “조금 놀라기는 하셨으나 크게 상한 데는 없사옵니다.” “하하하, 이번 무대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녀석이니 푸짐한 상을 내려야 되겠구나. 세상의 이목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 이르고, 국경으로 떠나기 전, 태자와 함께 비밀리에 들라하라. 역모라는 더러운 누명도 마다하지 않은 녀석이니 정말 큰 상을 내려줘야지. 그만 물러들 가거라.” 황제의 호탕한 웃음 속에 깃든 칼날에 혹여 목이 달아날까 소름이 오싹 돋은 둘은 정중히 절을 올림과 동시에 서둘러 대전에서 물러났다.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은 정말 무섭도록 비정하고 치밀한 분이라는 사실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 둘이었다. 떠들썩했던 황궁에서의 사건이 마무리된 지 사흘 후. 추살대를 따돌린 비담이 드디어 낙양에 도착하였다. 옷 위 여기저기 먼지가 내려앉고 몰골 역시 말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눈빛만큼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담은 아직 황제가 어찌 나올는지 예측할 수 없어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이성보가 있는 흑막의 안가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안가에서 그토록 오매불망 마음속에 그리던 서희를 만나게 되자 눈물이 울컥 솟아오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느라 애를 써야만 했다. “보, 보고 싶었소.” “흐흑, 상공.”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서희가 한달음에 달려와 비담의 품에 안겨왔다. 비담은 행여 부서질세라 자신의 품에 안긴 서희를 조심스럽게 안으면서도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두 팔을 풀지 않았다. 비담의 앞섶을 흥건히 적시고 나서야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밝게 미소 지으며 떨어지는 서희였다. 구인철을 비롯해 이성보와 선화, 매영, 빙루, 까망이들은 둘의 상봉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서희와 함께 지내며 둘의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선화는 진심으로 둘의 상봉을 축하해주었고, 매영은 조금은 볼멘 표정으로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하, 회포를 푸는 것도 좋지만 그만 들어가시는 게 어떨는지요? 비록 안가라고는 하나 주위의 이목이 걱정됩니다.” 안가 주위를 면밀히 살피던 이성보가 비담의 주의를 환기시켰고,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제야 안부를 묻는 비담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건강을 많이 회복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황궁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형님과 흑막주님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그토록 위험천만한 곳에 혼자 가셔서 모두의 애를 태우게 하셨으니 벌주 세 잔은 마셔야 됩니다. 드릴 말씀도 있고 하니 우선은 안에 들어가 허기를 달래신 연후에 술 한 잔 나누시지요.”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한달음에 달려오다 보니 목이 많이 칼칼하네요. 동이 째로 가져다 놓으셔도 사양치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암, 그래야지. 혹여 자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내가 얼마나 노심초사 걱정을 하며 밤에 잠도 이루지 못했는지 아는가? 난 벌주 석 잔에 만족하지 못하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야.” “하하, 맞습니다. 밤마다 대주님께서 안절부절 침상 주의를 서성이며 잠을 못 이루시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정인을 기다리는 서희아가씨보다 더 하셨으면 더 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그 애틋함이란...서희 아가씨께서도 강력한 연적의 등장으로 인해 긴장하심이...” “자,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이 사람 농을 해도...흠흠, 하나뿐인 여동생이 생과부가 될까 걱정했던 것뿐이야. 그리고 제발 그런 야릇하고 이상한 표정은 집어치우지 못 하겠는가?” “수줍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꽁꽁 숨기셔도 이미 들통 나셨는걸요?” “허어, 그게 아니래도 그러네. 어라? 다들 표정들이 왜...?” “호호호, 그만들 놀리세요. 그러다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그리고 정 오라버니께서 원하신다면 상공을 보내드릴게요.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오라버니라면 감수하고 참아낼 수 있사와요. 흑흑.” “서, 서희 너마저...” “하하하, 호호호.” “하하. 죄송합니다, 대주님. 더 이상 농을 던졌다간 가늘고 길게 살자는 제 소박한 소원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그만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리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고맙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들어가지. 형님도 그러다 얼굴 터지시겠어요. 그만 눈에 힘 푸시고 들어가시죠.” 구인철이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연출하며 겁을 주었으나 금방 왁자지껄 웃음바다가 되었고, 그 역시 모두를 따라 함께 웃고 말았다. 비담 역시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걱정해준 모두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고마운 사람들...그리고 내 사랑...’ 흑막주 이성보는 비담의 생환을 축하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들을 장만하였고, 그렇게 안가에 모인 사람들은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만찬을 즐겼다. 술 역시 거나하게 취해 흥겨운 분위기는 밤새 이어졌다. 비담은 이제나저제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서희를 힐끗힐끗 쳐다보았고, 서희 역시 안절부절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당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었다. 그 때, 눈치 빠른 이성보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해 주었다. “이거 밤도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겠습니다. 무사히 돌아온 비 공자님과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지만 우선은 몸을 추스르도록 양보를 해야 되겠지요. 참,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안가의 규모가 제법 됩니다. 빈 방도 아직 여러 개 남았으니 마음에 드시는 방을 골라 사용하십시오.” 고마움이 듬뿍 담긴 눈으로 사의를 표하는 비담이었다. 흑막주 역시 눈을 찡긋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하지만 눈치 없는 구인철이 이런 둘의 속내도 모르고 어깃장을 놓고 말았다. “허허, 이제 시작인데 벌써 자리를 정리하시면 안 되지요. 저는 날이 샐 때까지 이 친구랑 술을 마실 겁니다. 아무도 말리지 마십시오.” “하하하, 저희 대주님이 많이 취하셨나 봅니다. 공자님께서 살아 돌아오셔서 기꺼운 마음에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주님은 저희들이 모시겠습니다.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눈치 없게 왜 그러십니까?” “엥? 눈치? 사나이들끼리 뜨거운 마음과 의리를 나누겠다는데...그런 멋도 모르는 자네들이 진정 사내라 할 수 있는가? 딸꾹!” “휴우, 이해해주십시오. 저희 대주님이 평상시엔 안 그러시는데...이상하게 마음을 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돌변하시니.” 얼큰하게 취해 기분이 좋아진 구인철이 한사코 뿌리쳤으나 까망이들은 거의 반 강제로 들쳐 업다시피 그를 데리고 나갔고, 술자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럼 편안하고 좋은 밤 보내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여러모로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막주 이성보가 한사코 자리를 뜨지 않고 비비적거리는 매영을 대동하고 나가자 이제 식당에는 비담과 서희만 남게 되었다. 비담은 그윽한 눈으로 서희를 바라보았고, 서희는 그런 비담의 시선이 부끄러운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어 애꿎은 자신의 옷만 만지작거렸다. “하하, 제대로 첫날밤을 치르는 것은 오늘이 되겠군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대는 모를 것이오.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그대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대를 다시 못 보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오. 사랑하오, 서희.” 비담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내보이며 서희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런 비담을 바라보는 서희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서희 역시 진심을 담아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비담의 품에 살포시 안겨왔다. “사랑해요, 상공. 저 역시 그날 이후 한시도 상공을 잊은 적 없었어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상공의 품에 안긴 지금 이 순간이 꿈은 아니겠지요? 만약 꿈이라면 절대 깨지 않을 거예요.”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서희가 더욱 강하게 비담을 끌어안았다. 105화 하지만 일말의 두려움이 있었던지 비에 젖은 작은 새처럼 가늘게 몸을 떠는 서희였고, 비담의 몸에도 그녀의 조그마한 경련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미안하오. 이처럼 사랑스러운 그대를 두고 두 번 다시는 훌쩍 떠나지 않겠노라 천지신명께 맹세를 하리다.” 비담은 맹세의 말과 함께 서희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서희가 묵고 있는 방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온 비담은 서희를 살포시 침상에 내려놓더니 그림을 그리듯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부터 시작된 비담의 손길은 천천히 그녀의 눈과 코, 입술로 옮겨갔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되새기려는 듯 떠날 줄을 몰랐다. 서희 역시 촉촉하게 젖은 눈을 내리감고, 비담의 손을 꼬옥 붙잡은 채 그의 움직임을 따라다녔다. 비담은 그런 서희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었고, 점점 아래로 내려오며 그녀의 눈과 코끝, 입술에도 입맞춤을 하였다. 서희는 비담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파르르 경련하였고, 비담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순간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순간, 비담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동안 수많은 여인과 동침을 하였으나 그럴수록 가슴 한구석 공허함은 어찌할 수 없었던 비담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절실했다. ‘내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여인. 사랑하는 당신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오. 고맙소, 내 곁에 이리 돌아와 주어서.’ 비담은 욕정이 아닌, 그리고 어떠한 목적이 아닌 순수한 사랑의 감정 그 하나만으로 서희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비담의 마음이 전달되었을까? 서희 역시 고조되는 열기와 뜨거운 사랑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비담을 받아들였다. 비담은 서희의 달콤한 입술을 음미하며 천천히 그녀의 옷고름을 풀었다. 비담의 정성스런 손길에 백옥처럼 하얀 서희의 살결이 세상에 드러나며 뽀얗게 빛났다. 비담은 서희의 매끄러운 피부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옷을 조심조심 하나씩 벗겨나갔다. 서희는 부끄러운 듯 몸을 살짝살짝 비틀었으나 의미 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오히려 비담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며 달뜬 비음을 토해내었다. 비담에 의해 서희의 상체를 감싸고 있던 옷이 스르르 흘러내리고, 아담한 가슴가리개 역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비담은 눈부시게 빛나는 서희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그녀의 가슴을 입 안 가득 물었다. “흐으음!” 비담이 가슴 끝에 매달린 유두를 희롱하듯 혀로 굴리자 그만 참지 못한 서희가 신음을 토하며 한껏 고개를 뒤로 젖혔다. 비담은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 그녀의 전신을 조심스럽게 핥고 애무해주었다. 점점 고조되는 열기와 쾌감에 서희의 고운 아미가 살짝 찡그려졌다. 둘만의 오붓한 장소이기는 하나 흑막의 안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서희는 전신을 타고 흐르는 기분 좋은 간지러움을 참아내기 위해 입을 앙다물어야만 했다. 하지만 전신을 관통하는 쾌감 때문인지 앙다문 이 사이로 쉴 새 없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비담의 손이 서희의 배를 쓰다듬다가 이내 하의의 고름을 풀어 서서히 아래로 벗겨 내렸다. 그런 다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비처를 찾기 위해 한 장 남은 속옷의 고름마저 풀어헤쳤다. 스르르 듣기 좋은 소리와 함께 그녀를 감싸고 있던 마지막 옷감이 침상 아래로 흘러 내렸고, 무성한 수풀이 비담의 눈앞에 펼쳐졌다.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처럼 비담은 조심조심 그녀의 무성하게 자란 검은 수풀을 헤치고 나갔다. 수풀을 헤치고 더 나아가자 그곳엔 맑고 영롱한 물이 넘쳐흐르는 계곡이 목마른 나그네를 반기듯 손짓하였다. 탐험을 하며 갈증이 일었는지 비담은 계곡 사이에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혀로 핥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조심스럽게 계곡을 열고 그 안에 감추어진 꽃잎들을 펼쳤다. 선홍빛으로 곱게 물든 꽃잎들이 수줍은 듯 다시 오므려졌다. 비담은 손가락을 이용해 접혀진 꽃잎들을 펼치고, 그 안을 부드럽게 위아래로 쓸어내렸다. 그러다 잔뜩 웅크린 채 수줍은 듯 모습을 감추고 있던 작은 열매 하나를 발견하였다. 비담은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작은 열매를 간질이다가 이내 혀로 녀석의 동그랗고 매끄러운 부분을 핥아주었다. 비담의 혀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작은 열매를 희롱하자 급기야 참지 못한 서희가 침상의 이불을 있는 힘껏 그러쥐며 울부짖었다. “으음! 사, 상공...너, 너무 기분 좋은데 참을 수가 없어요. 하악! 제, 제발...” 비담은 크게 울부짖는 서희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지만 행여 곤히 잠든 다른 이들에게 누가 될까 급히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았다. “우읍, 하아! 하아!” 다시 진한 입맞춤이 오갔고, 비담은 서희와 계속 입을 맞댄 채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손으로 자극하였다. 물론 색공을 이용하면 손쉽게 그녀를 흥분시킬 수 있었겠으나 비담은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충실히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마음을 느끼며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비담의 계속된 애무에 서희의 동굴 주위가 수축을 반복하다 애타게 무언가를 갈구하듯 부르르 떨리며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입술을 뗀 비담은 서희의 눈을 들여다보며 신호를 보냈고, 서희는 상기된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살포시 눈을 감았다. 비담은 흘러넘친 물로 이미 흥건히 젖은 그녀의 동굴 입구로 자신의 양물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흐으음, 아!” 자신의 내부로 뜨거운 불기둥이 서서히 밀고 들어오자 조금 당황했는지 서희가 비담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비담은 행여 서희가 아픔을 느낄까 걱정이 되어 그 상태로 잠시 동작을 멈췄다. “괜찮으시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