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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호색 -완 - 6편 (6/62)

2026-10-04 14:56:00 조회 10
그래도 채음술을 바탕으로 숱한 남자를 받아본 경험을 자랑하듯 실신까지는 하지 않았다. “후우~!!! 만족하셨소?” “무, 물론입니다. 공자님. 제가 태어나서 방금처럼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적은 결단코 처음이었습니다.” “하하하, 다행이군요. 그럼 약속했던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으신 게요?” “다, 당연히 드려야죠.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는지...?” “그게 뭐요?” “돈은 약속대로 지금 지불해 드리겠으니 한 번만 더 저를 안아주시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루주였다. 한번만 더 비담의 기술을 받아냈다가는 정말 루주의 물건은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한참 고민을 하던 비담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승낙을 하였다. “좋소. 내 인심을 써서 루주를 한 번 더 만족을 시켜 드리리다. 대신 나중에 어떤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루주가 모두 감당을 하시오. 약속할 수 있겠소?” “고, 고맙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돈부터 가져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침상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루주가 벗어 놓은 옷을 걸치고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갔다. 쉽게 걷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고통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아! 아직도 공자님의 물건이 내 안을 휘젓는 것 같구나. 정말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그 맛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보림루를 통째로 팔아도 상관없어.’ 루주는 자신의 방까지 힘겹게 다녀오더니 약속대로 은자 500냥짜리 전표를 비담에게 내밀었다. 전표를 받은 비담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약속대로 루주를 한 번 더 안아 주었다. 또 다시 방에는 걷잡을 수 없는 열기가 휘몰아쳤다. 아마도 루주는 평생 느껴보지 못할 쾌락을 얻는 대신 앞으로 여자구실은 절대 못할 것이다. 잠이 든 루주를 보며 비담은 씁쓸하게 웃었다. 대의를 위해 루주의 물건을 엉망으로 만들기는 하였으나 조금 미안한 감도 들었기 때문이다. “휴우, 앞으론 그냥 평범하게 살기 바라오. 남자의 물건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오. 그나저나 루주를 저 꼴로 만들어 놨으니 보림루도 작별이구나. 형님과 상의를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어. 그나저나 형님의 말이 모두 구구절절 맞구나. 꽃을 찾아 배회하는 삶이라...” 조용히 12번방을 나서는 비담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 12화 제 3 장 녹림왕 철부(鐵斧) 임성필 길천과 상의를 마친 비담은 장안(長安)을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봉분도 만들지 못한 사부의 무덤이 마음에 걸려 가서 인사라도 드리고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큰 도시로 가면 흑막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수월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장안을 선택한 것이다. 난주에서 보낸 한 달 동안 내공을 반 정도 채웠기에 여행을 떠나는 두려움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경공도 펼치지 않고 유유자적 느긋하게 어느 산속을 지나는 순간. “꺄~악!!! 살려주세요.” 절박한 여인의 비명이 온 산을 울렸다. “뭐, 뭐지?” “제발 누구 없어요? 아악!” 절규하듯 울려 퍼지는 여인의 비명소리에 이어 바로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숲속은 다시 잠잠해졌다. “어? 저쪽에서 들린 것 같은데...” 예삿일이 아니라 판단한 비담이 재빨리 신법을 발휘하여 비명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비명소리가 울렸던 현장이 비교적 가까운 곳이어서 신법을 전개한 비담은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막 벌어지려는 장면에 비담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바닥에 젊은 여인 하나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혼절해 있었는데 상의는 모두 풀어헤쳐져 가슴이 드러나 있고, 하의도 위로 말려 올라가 뽀얀 허벅지며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쓰러져 있는 여인의 몸 위로 털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 하나가 자신의 양물을 막 집어넣으려 시도하고 있었다. 옆에서 사내가 하는 양을 킬킬거리며 지켜보는 무리들도 있었다. “동작 그만!” 갑자기 터져 나온 소리에 막 자신의 양물을 집어넣으려던 털복숭이 장한의 동작이 반사적으로 멈추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뭐냐? 어떤 새끼가 감히 와호채주(臥虎寨主)인 괴력도 후천 어르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냐?” “아 괴력도고 나발이고 그딴 거엔 관심 없고, 거기 털복숭이 아저씨? 두리번거리지 말고 여자 위에 올라탄 당신 말이야. 거 웬만하면 좋게 말할 때 어서 내려오지. 보잘 것 없는 당신 무기도 얼른 바지 속으로 회수하고.” “저, 저놈이 실성을 했나? 아님 호랑이 간이라도 삶아먹고 온 거냐? 감히 어디서 하늘같은 채주님께...” “모두 공격하라. 채주님을 욕한 새끼를 곱게 죽이지 마라.” 주변에 있던 무리들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더니 비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제법 몸이 가벼운 것이 삼류도적은 아닌 듯싶었다. 각종 무기들이 햇볕에 반사되어 날카롭게 빛났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비담은 그저 실실 웃고만 있었다. “후후, 하여튼 두목이란 작자가 생각이 없으니 아랫것들도 저 모양이지. 목 위가 허전할까봐 머리를 이고 다니는 게 아니잖아? 그럼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아야지. 오냐, 강호출도 기념으로 화끈하게 밟아주마.” 허리에서 부채를 꺼낸 비담이 곧 화류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부채의 움직임에 분분히 몸을 날린 도적들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비담은 도적들의 머리를 겨냥하여 한 번에 한 놈씩 정확하게 가격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일반인과 달리 무공을 익힌 흔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 수준이면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는 허약한 놈들이라 초식도 사용하지 않았다. 퍽, 퍽, 퍼억. 퍽. 쿵, 쿵. 쿠웅. 쿵. 도적들은 그저 눈앞에 뭐가 번쩍하는 것만 보았을 뿐 어떻게 자신이 당했는지 알지도 못할 정도로 비담의 부채는 신출귀몰 빨랐다. 그래서 그저 멍하게 서 있다가 한 대 맞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가볍게 산책을 하듯 날파리들을 쫓아 버린 비담이 부채를 펼쳐 살랑살랑 흔들며 천천히 후천에게 다가갔다. 서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를 보며 괴력도 후천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부하 10명이 어찌 숨 한번 들이쉬는 짧은 순간에 모두 쓰러져 바닥을 기고 있단 말인가. 후천 자신도 부채를 흔들며 다가오는 사내의 움직임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한 번의 신위로 완전히 우위를 점한 비담이 예의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후천을 불렀다. “어이? 거기 털복숭이 양반? 내려오라고 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나?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은 거야?” “다, 당신은 누구요? 왜 갑자기 나타나 남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이오?” 잔뜩 쪼그라든 양물이 괴력도 후천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쥐어짜듯 비담에게 항의하는 후천이었다. “어? 여기가 털복숭이 영업장이야? 몰라서 미안해. 사과했으니까 됐지? 그건 그렇고 나는 셋까지 밖에 셀 줄 몰라. 성격도 무지 더럽고. 무슨 말인지는 알아서 접수하길 바랄게. 그럼 시작한다. 하나...둘...” “이런 썅!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선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야.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 몰라도 천하의 괴력도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급하게 바지를 치켜 올린 후천이 엄청난 대도를 휘두르며 비담에게 달려들었다. 괴력도라는 별호에 걸맞게 공기를 가르는 도의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하지만 엄청난 소리를 내며 휘둘러졌던 대도는 귀찮은 벌레를 쫓듯 가볍게 휘두른 비담의 부채에 간단히 가로막혔다. 후천은 자신이 지닌 모든 힘을 쥐어짜서 도를 앞으로 밀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 “이, 이, 이, 익!!” 안간힘을 쓰는 괴력도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무기력해 보였지만 비담은 여자를 건드리는 음적은 결코 용서해 줄 생각이 없었다. 최소 다시는 그 짓을 못하도록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이런 속내와는 달리 겉으로는 웃으며 계속 괴력도의 성질을 박박 긁는 비담이었다. “하하하, 아저씨 지금 얼굴로 싸워? 하기야 지금 아저씨 얼굴만 놓고 보면 천하제일 고수인데. 못 생긴 걸로 말이야. 그리고 자기 입으로 굳이 자신을 똥개라 밝히는 저의가 뭐야? 제발 아저씨가 여기 대가리니까 생각 좀 하고 사는 게 어떨까요? 그러니 붙어먹는 부하들도 저 모양 저 꼴이지 않습니까. 푸하하하.” 후천이 얼마나 용을 썼는지 덥수룩하게 덮은 털 사이로 하나둘 힘줄이 툭툭 불거져 나왔으나 이와는 반대로 상대하는 비담은 여유가 넘쳐흐르다 못해 박장대소까지 터트리고 있었다. “나, 남자는 오로지 칼로만 대화를 나눈다. 어디서 그따위 망발을...으악!!” 부채와 도가 맞물린 상태에서 갑자기 자유로운 비담의 발이 후천의 낭심을 향해 파고들었다. 후천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보법을 밟아 뒤로 신속하게 물러난 후천은 비겁한 것이 아닌 그냥 본능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남자들만 아는 본능.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다가 마누라의 얼굴이라도 본 것처럼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후천이 비담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그러고도 네놈이 사내라 할 수 있느냐? 싸움을 할 때도 상대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는 법이거늘 같은 남자로서 거기를 찬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도 거길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그 고통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다른 데 전부 놔두고 굳이 거기를 차는 이유가 뭔데?” “아, 거참 되게 시끄럽네. 자꾸 떠들면 잘난 그 주둥이부터 차는 수가 있어. 막말로 그럼 백주대낮에 덜렁덜렁 꺼내놓고 함부로 쓰는 당신은 뭔데? 그렇게 중요한 거면 잘 모셔야지 아무렇게 막 굴리나? 괘씸하게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물건한테 따끔한 교훈 좀 주겠다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좋다. 아주 상종 못할 새끼구나. 그냥 이 자리에서 끝장을 보자. 으아악!!”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고 이판사판 덤비는 후천을 향해 비담의 부채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퍽 짧고 간결한 소리와 함께 괴력도 후천의 신형이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잠시 후, 후천의 손에 들린 커다란 도에 균열이 가며 그대로 반 토막이 나버렸고, 서서히 그의 몸이 모로 쓰러졌다. 한 바퀴를 선회하고 다시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부채를 잡은 비담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부채를 접어 허리에 꽂고 쓰러져 있는 후천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흐음, 이리 허약해서 어찌 산채를 운영한단 말인가. 힘을 조절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많이 강했던 모양이네. 그나마 목숨은 끊어지지 않아 다행이야.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해야겠어.” 비담은 후천을 비롯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10명의 산적들을 그들의 상의를 벗겨 근처 나무에 단단히 묶어놓고 정신을 잃은 여인에게 다가갔다.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말해주듯 여기저기 옷도 찢어지고 온 몸에 상처도 남아 있었다. 가장 우려했던 머리의 상처는 다행히 피가 멎어 있었고, 걱정했던 것보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여인의 가슴과 하의를 다시 원상 복귀시킨 비담이 혼절해 있는 여인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13화 “으음.” “이보시오? 정신이 드시오?” “누, 누구신지? 아악!!” 방금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는지 여인이 급히 옷을 추스르며 비담을 잔뜩 경계하였다. 비담은 착잡한 눈으로 여인의 행동을 지켜보며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비담이 뒤로 물러서며 손을 들자 여인은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무에 묶여 축 늘어진 11명의 산적을 발견하고는 영문을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비담을 바라보았다. 상황에 대해 대답을 해줄 사람이 비담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인은 설명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마침 근처를 지나는 길에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왔더니 글쎄 저 녀석들이 소저를 겁탈하려고 하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잡아다가 묶어 놓았습니다.” “그럼 저를 구해주신 분이...?” “하하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니 너무...엥? 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시는지?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인지...?” “흑흑, 엉엉엉.” 갑자기 통곡을 하는 여인으로 인해 비담은 영문을 몰라 난감해지고 말았다. 기껏 목숨을 구해주고 음적들의 손에 몸이 더렵혀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주었건만 어찌 저리도 서럽게 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서럽게 우는지라 달랠 수도 없고, 그저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무려 일다경(15분)의 시간동안 펑펑 눈물을 쏟으며 오열하던 여인이 조금씩 울음을 삼키기 시작했다. “소저? 조금 진정이 되셨습니까? 대관절 무슨 이유로 그리 슬피 우는지 설명을 해주셔야 저도 납득을 하지 않겠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은인에게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 생명을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비담은 갑자기 일어나 절을 하려는 여인을 말렸다. “그렇다고 제가 절을 받자고 한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리 슬피 우신 겁니까? 저에게 설명하기 곤란하시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드릴 것이니 한번 시원하게 말씀해보십시오.” “사실은 저희 언니가 녹림총채에 잡혀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진무문(眞武門)이라는 조그마한 도장을 하고 계셨는데 얼마 전 녹림왕이라는 자가 도장에 쳐들어와 식솔들을 모두 죽이고 언니를 납치해 갔습니다. 다행히 저는 외지에 나가 있어 화를 면했지만 나머지 식구들은 그만...흑흑.” 집으로 돌아와 보았던 그날의 참상이 떠올랐는지 여인은 참았던 눈물을 다시 쏟고 말았다. 비담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죄송합니다. 은인께 계속 추태를 보이는군요.” “저는 괜찮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어디까지 말씀드렸는지...” “언니를 제외한 식구들이 모두 당했다는...” 슬픔을 꾹 눌러 참은 여인이 끊겼던 말을 다시 잇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변에 수소문한 결과 다행히 언니는 목숨을 부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모가 출중하여 녹림왕이 첩으로 삼기 위해 죽이지 않고 데려갔을 거라는 소문까지 들으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우리 가문을 그리 쑥대밭으로 만들었는지는 둘째 치고 우선은 잡혀간 언니의 안위가 걱정되어 무작정 달려온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녹림의 총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지라 숲을 헤매다가 산적들을 만난 것입니다. 얌전히 굴면 목숨을 살려준다는 말에 고분고분 저들의 말을 따르면 총채까지 가서 언니를 구할 수도 있겠다는 짧은 생각에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귀에는 분명 소저의 비명소리가 들렸는데요?” “그것은 저도 모르게 그랬던 것입니다. 언니를 구하겠다는 마음은 강했지만 아직 처녀의 몸인지라 남자들의 음탕한 시선과 옷을 찢고 겁탈하려는 행동에 본능적으로 저항을 했던 것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그럼 저를 보고 눈물을 쏟았던 까닭은 무엇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에 순간 기쁘기도 하였지만 영영 이대로 언니를 잃거나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그만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저의 행동으로 인해 많이 놀라셨을 걸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제가 백 번 놀라고 천 번 당황해도 상관없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그나저나 상심이 무척 크실 터인데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어찌 감당하려고 그리 무모한 선택을 하신 겁니까? 주위에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까?” “휴우, 유명하지도 않은 중소문파가 하루사이에 잿더미가 된들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지요. 그나마 아버지랑 친분이 있던 어른이 도와주시겠다고 나서주셨으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로 보아 분명 무슨 일을 당하신 게 틀림없습니다.” “흐음...소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 마음이 더욱 찢어지는군요. 알겠습니다. 녹림왕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슨 이유로 그와 같은 만행을 저질렀는지 알 순 없지만 제가 힘닿는 데까지 돕겠습니다. 저를 믿고 이번 일을 맡겨 주시겠습니까?” “무, 물론 저야 은인께서 도와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겠지만 은인께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이미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은혜를 갚을 길이 막막한데 그런 도움까지 주시면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녹림왕의 무공이 무척 강하다고 들었는데 저의 간절함만으로 어찌 은인을 사지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흐윽흐윽.” “흐음, 소저께서 무엇을 염려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허나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셨고, 더불어 녹림왕은 너무 과대평가 하셨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모두 맡겨주십시오.” “어, 어찌 하시려고?” “호랑이를 잡을 능력이 차고도 넘치는 사냥꾼에게 호랑이를 가장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면 뭐라 답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바로 호랑이새끼를 잡아다 족치면 됩니다. 자식이 당하면 그 어떤 짐승이라도 눈깔이 뒤집어져 덤비게 되어 있습니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하하하, 간단합니다. 녹림왕이 산에 사는 한 마리 간사한 호랑이라면 그의 부하들이 바로 자식인 셈이지요. 우리에게는 훌륭한 호랑이새끼가 11마리나 있지 않습니까?” “그럼 은인의 말씀은 저기 있는 산적들부터 혼을 내자는 말씀이신지요?” “그렇습니다. 저것들을 조지면 녹림왕도 별수 없이 눈깔이 뒤집혀 제 발로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준비를 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바탕 근사한 공연을 펼치려면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있어야 제 맛이죠. 그런 의미에서 간단한 준비를 할 것이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비담이 산적들이 묶여 있는 나무로 다가가 그들의 옷을 찢어 눈을 가림과 동시에 강하게 뺨을 쳐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잠시 후, 모든 작업이 끝났는지 비담이 똑같은 모습으로 신음을 흘리고 있는 11명을 감상하며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 산적들이 휘둘렀던 도끼 중 여인이 휘두르기에 적당한 무게와 길이를 가진 도끼를 선별하여 머리 부분은 제거하고 자루부분만 가지고 돌아왔다. “한번 휘둘러보십시오. 무게나 감촉이 괜찮습니까?” 여인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비담이 시키는 대로 몽둥이를 받아 휘둘러보았다. 부우웅, 붕붕. 그래도 나름 무림문파의 여식이라 제법 힘이 실린 몽둥이질이었다. 여인이 휘두르는 모양을 지켜보던 비담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용도를 설명해 주었다. “하하, 그만하면 됐습니다. 제가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징소리가 제격이라고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예,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저기 서 있는 산적들이 보입니까?” “네, 보여요.” “저자들의 다리사이에는 방울이 두 개 달려 있습니다. 물론 소저가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다리사이를 정확하게 겨냥해 젖 먹던 힘까지 짜서 몽둥이를 힘껏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시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도 심금을 울리는 장엄한 징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제 말을 이해 하셨습니까?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나도 그건 어디 까지나 악기가 부실한 것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비가 되는대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하, 하지만 어찌?” “허허, 무얼 망설이십니까? 소저를 겁탈하려던 음적들입니다. 저런 놈들은 평생 남자 구실 못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국가나 일반 백성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니 죄책감 느끼지 말고 시원하게 올려치세요. 참고로 산에 사는 간사한 호랑이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리면 더욱 좋다는 것만 명심하고 어서 공연을 시작합시다.” 거듭 재촉하는 비담 때문에 여인은 어쩔 수 없이 산적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더니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눈을 질끈 감고 첫 번째 산적의 낭심을 향해 있는 힘껏 몽둥이를 올려쳤다. 퍼억 “으아아악!!!” 호두알 깨지는 소리와 함께 온 산을 울리고도 남을 정도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을 가린 천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나머지 10명의 산적은 그저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4화 짝짝짝 “호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인데 아주 호쾌한 휘두름이었습니다.” 비담의 박수소리와 칭찬을 듣자 여인은 용기백배하여 다음 징을 울리기 위해 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호쾌한 궤적. 빠악 “으헤이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