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성인소설) 호색 -완 - 37편 (37/62)

2026-10-04 14:52:57 조회 4
“아~~~~~~~~~~~악!! 하아! 하아아!!” 동굴 안을 휩쓰는 경련과 울림, 파도는 그렇게 한동안 이어졌고, 매영은 영혼마저 타버린 듯 그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한바탕 열풍이 휘몰아치고 지나간 자리. 그곳엔 오로지 숨을 헐떡거리며 몰아쉬는 매영과 그런 그녀를 무표정한 눈으로 지켜보는 비담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비담은 진원지기를 빼앗겨 순간적으로 탈진한 매영을 차갑게 노려보며 증폭되는 궁금증들을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와 교합을 하기 직전 그녀는 영감탱이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말을 하였다. 검황을 한낱 영감탱이로 매도한 것으로 보아 최소 그와 동등한 입장임이 분명하다. 자세한 내막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이 여인에게 더 접근할 필요성이 있겠어. 그래야만 꽉 막혀 정체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가 생길거야.’ 비담은 결심을 굳힌 후 축 늘어져 맥을 못 추는 매영의 음부를 향해 선향의 장 궁극기인 ‘용염제’를 시전 하였다. 비담이 펼친 색공으로 인해 매영은 또 다시 몸이 급속도로 달아올랐고, 급기야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비담에게 안겨왔다. 비담은 자신이 지닌 색공의 모든 기술을 아낌없이 퍼부으며 달아오른 매영을 수차례 만족시켜 주었다. 매영은 교합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진원지기가 빠져나갔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더 큰 쾌락이 몸을 덮치는 바람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89화 창문 너머로 희뿌옇게 동이 트는 새벽녘에 돼서야 매영은 비담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는 비담의 공세로 인해 매영은 밤새 환락의 소용돌이 안에서 허우적거렸고, 자신의 원래 목적인 비담의 양물을 자르겠다는 생각은 시도조차 못해보고, 찌르르 울리는 하복부만 움켜쥔 채 방을 어기적어기적 빠져나갔다.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덮쳐오는 절정의 물결과는 대조적으로 비담의 양물은 한 번도 축 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더불어 이만한 기술과 하물을 지닌 사내의 상징을 댕강 자르기엔 아직은 많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더 맛을 보고 싶은 게 매영의 솔직한 속내였고, 그러한 그녀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최음제 역시 넉넉히 확보된 상태였기에 좀더 지켜보며 즐기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비담은 짐짓 곯아떨어진 것처럼 연극을 하다가 매영이 방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연후에 바로 강신귀공을 운용하여 길천에게 의념을 전달하였다. ‘형님, 혹시 아는 얼굴입니까?’ ‘후후후, 그년이다. 너의 양물을 자르겠다며 손톱의 날을 바짝 세웠던 그 독한년 말이다. 보아하니 수준 높은 역체변용술을 바탕으로 서동으로 변하여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검황 그 노인네를 대하는 태도가 영 못마땅해 하는 것이 존경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럼 둘의 관계를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아마도 내 예상이 맞는다면 둘은 암묵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야. 남궁가의 애송이 녀석이 조제한 최음제를 저 년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둘의 관계가 우호적인 것인지, 아니면 다분히 일방적으로 강요받은 동맹인지는 짐작하기 어렵고 속단하기에도 이르다.’ ‘그럼 형님 말씀대로라면 저것들이 각자의 목적을 숨긴 채 우선은 손을 잡고 있다는 뜻인지요?’ ‘그렇지. 저번에 고풍루에서도 내가 너에게 설명했듯이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둘이 지금 함께 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네가 방금 말했듯 동업자치고는 둘의 관계가 삭막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누군가 약점이 잡혀 이 상황이 내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끌려가고 있다는 말이고, 그것은 남궁가의 년놈들일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명예에 덕지덕지 똥칠을 하고도 남을 최음제를 제조하여 저년 손에 고이 넘겨주진 않았을 터. 분명 저 년이 남궁가 녀석들의 약점을 쥐고 그것을 빌미로 협박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떤 약점이 잡혔을까요?’ ‘그건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허나 분명한 사실은 고풍루에서 저년이 너의 양물을 자르려다 포기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네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과 약점이 잡힌 남궁가의 녀석들이 그런 그녀의 계획을 도와주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이제 꽉 막혀있는 의문점은 하나만 남게 되지.’ ‘왜 저에게 접근했을까?’ ‘그렇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토대로 정리를 했을 때 너의 양물을 노리는 저년은 남궁가의 입장에서도 분명 불청객이고 전혀 예기치 못한 방해꾼이란 말인데. 그런 방해꾼을 도와주거나 그냥 내버려둘 정도로 남궁가의 녀석들이 저년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것도 사실이고.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찌하여 저년이 너에게 접근했냐는 것이지. 분명 검황 애송이의 실력을 감안한다면 매우 위험한 도박임에 틀림없거든. 너에게 도대체 어떤 원한이 맺혔기에 그런 도박판에 선뜻 나선 것으로도 모자라 지금까지 뱅뱅 네 주위를 맴도느냔 말이지. 설마하니 네 녀석의 양물 하나 자르지 못해 떠나지 않았다 치부하기엔 너무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겠냐? 누가 사내 양물 하나 자르겠다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살얼음판 같은 전장 한복판에 뛰어들겠냐고. 안 그래?’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그런데 아무리 고민하고 기억을 뒤져보아도 저 여인에게 지은 죄가 없는 데요? 결단코 처음 보는 여인이란 말입니다.’ ‘후후, 저 여인과의 원한이 없더라도 특정 단체와는 척을 진 일이 있지 않느냐. 곰곰이 생각해봐.’ ‘그럼 형님은 저 여인이 사도련에서 보낸 인물이란 말입니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제일 높다. 최근에 너와 대립하거나 사이가 껄끄러웠던 집단은 오직 사도련 하나일 테니. 물론 황보가의 철부지 녀석 하나를 손봐준 일도 있긴 하지만 저만큼 사특하고 요사스러운 고수를 섭외하여 네게 보내지는 않았을 터. 때로는 명문가라는 껍데기가 거추장스럽고 껄끄러울 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결국 저만큼 사이한 무공을 익힌 고수를 마음껏 부려먹거나 혹은 의뢰를 넣을 수 있는 집단이라면 사도련 밖에 남지 않는다.’ ‘후후후, 이것들이 아주 제 무덤을 가지런히 깊게도 파는군요. 그럼 저에게 접근하여 떠나지 않는 이유가 이번 황궁의 일을 보고하기 위해서라는 말인데.’ ‘이제야 정확히 맥을 짚는구나. 아마도 처음엔 단순히 너를 손봐줄 요량으로 접근하였을 것이다. 그러다 요망한 남궁가의 녀석들이 너를 이용하려하자 적절히 중간에 끼어든 것이지.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모르는 어떤 약점을 잡은 것이 분명하고, 그걸 이용해서 여기 황궁까지 쫓아온 것이야. 왜냐하면 오정회 놈들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음을 간파하였기에 더 지켜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지. 후후, 이렇게 놓고 보니 이제야 답답하게 꼬여있던 실타래가 어느 정도 풀리는구나.’ ‘그렇다면 이대로 당해줄 수야 없죠. 그리고 차분하게 기다리며 저것들의 얄팍한 노림수를 역이용할 필요도 있고요. 제가 이만큼 당하고 굴욕까지 겪은 마당에 똑같이 셈을 해서 돌려줘서야 인정머리 없단 소리만 들을 테니 응당 원금에 다섯 배 정도의 이자까지 넉넉하게 덧붙여 돌려줘야 저쪽에서도 서운해 하지 않겠지요.’ ‘흐흠, 원금의 다섯 배면 저것들의 정신이 번쩍 들기는 하겠군. 자고로 그만한 고리채는 함부로 쓰지 말아야 되겠다는 교훈도 배울 것이고. 그럼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냐?’ ‘당연히 저것들의 장단에 맞춰줘야지요. 우선은 그 변신괴물부터 흐물흐물 녹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지요. 그리고 적절히 오정회 쪽에서 흘러들어오는 정보도 그년에게 흘릴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련이나 또 다른 배후에게 연통을 취하겠지요. 그 순간을 잘 포착하여 중간에 가로챈다면 확실히 그년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고, 나아가 역이용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남궁가 녀석들과 제갈세가의 여식의 동태도 눈여겨 파악해야지요. 만에 하나 그녀까지 이번 일에 연루되어 나에게 물을 먹이려 한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남궁소미와 제갈현아 모두 정기를 흡수함은 물론 평생 여자구실 못하도록 만들어 놓을 작정입니다.’ ‘괜찮은 방법 같구나. 그런데 굳이 정기까지 취하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많지 않느냐? 예로부터 채화음적들이 무림공적이 되어 쫓겨 다닌 데에는 정기의 훼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나 역시 그것을 가장 경계하였기에 정기를 흡수하는 기술을 창안하고도 평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고. 만약 오정회의 여식들을 상대로 네가 정기를 흡수하여 폐인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무림에 일파만파 퍼지게 된다면 괜히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할 수도 있음이야. 심할 경우 계속 쫓기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하하, 형님이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어리석은 소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건드리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똑똑히 각인시켜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곳 북경에 오기 전 무림의 정세에 대해 흑막주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지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조만간 크게 한 판 벌어질 것이라 하더군요. 돌아가는 정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 사도련이 뭔가를 크게 준비한다 하더라고요. 더불어 제 구명줄이 될는지 모르겠다며 오정회의 치부를 하나씩 알려주더군요. 헤헤, 정말 고맙지 않습니까?’ ‘그래? 정말 그런 게 있어?’ 호기심이 동하는지 길천의 의념이 생기발랄하게 반짝하고 전달되었다. 비담은 길천의 성정 상 궁금한 것은 반드시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뜸들이지 않고 바로 설명을 해주었다. ‘당연히 있지요. 세상천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고, 위선과 욕심의 가면으로 자신을 숨긴 자들은 구린 냄새를 팍팍 풍기는 제대로 된 오물을 끌어안고 있는 법이지요. 형님께서 무척 궁금해 하시니 우선 제갈세가와 남궁세가의 치부만 가르쳐드리지요. 흑막주님의 정보에 따르면 제갈세가는 삼대구족이 멸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물건을 제조하여 비밀리에 사용하려 한다더군요. 아직 그 화탄의 명칭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으나, 제갈세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막의 정보원으로부터 최근 10년간 미세한 양의 유황이 계속 세가내로 반입되었다 합니다. 유황은 매우 민감한 물건으로 비밀임무를 맡는 일부 고관대작이 아니고서는 사사로이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갈세가에서는 정말 극비리에 그것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반입했다 합니다. 흑막의 정보원 또한 우연한 기회에 그와 같은 사실을 발견하여 보고하였고, 감이 유난히 발달한 흑막주님이 좀 더 면밀히 조사하여 약간의 소득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위험천만한 물건인 만큼 쉽사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분명 그와 같은 정황들만 살짝 흘려도 제갈세가를 압박하기엔 충분할 것이라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남궁세가는 현 가주의 동생인 창천검 남궁현호가 련과 손을 잡고 벌렸던 일련의 치부들이 상상불허라 하셨습니다. 자신이 모처에 숨겨둔 그 치부책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남궁세가는 무림에 발을 붙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파급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빌려주신다 하였으니 살짝 언급만 해도 될 것입니다. 저야 안에 적힌 내용까지는 세세히 알지 못하나 분명 냄새나고 더러운 치부들이 잔뜩 들어 있겠지요. 이렇게 세가의 치부와 약점들이 제 손안에 있는 이상 나를 건드린 대가를 돌려주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요. 평생 여자구실 못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감지덕지해야 할 것입니다.’ ‘호오, 그런 게 손에 있다면 세상 무서울 게 없지. 정말 네 말대로 여자구실 못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에 감사해야 되겠구나. 그렇다면 나 역시 찬성이다. 그런 썩어빠진 마음가짐을 가진 녀석들이 무림을 좀 먹는 것보다는 애초에 싹을 잘라 무림의 평화에 일조하는 게 훌륭하지. 암, 건드리지 않았으면 모르되 만약 건드렸다면 이미 각오는 했을 터.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제대로 밟아 놓아라. ’ ‘당연히 그럴 겁니다. 무림에 출도하여 이처럼 크나큰 굴욕과 치욕을 당한 것은 처음이니까요. 정말 세상에 태어난 것을, 아니 세가에 태어나 여태껏 누려왔던 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를 뼈에 사무치도록 느끼고 후회하게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힘내게, 동생.’ 짧은 응원의 말과 함께 길천의 의념이 끊겼고, 비담은 자신을 농락하려한 독한 년을 길들이기 위해 체력단련과 기술을 더욱 다듬으며 의지를 다졌다. 90화 한편 섬응탄(閃應彈)의 인수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제갈현아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제야 한시름 놓고 다른 것들에 신경 쓸 여력이 생겼다. 그런 그녀가 가장 먼저 경계하고 신경 쓴 것은 바로 비담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번 계획에 있어서 비록 미끼였으나 그의 실력과 아둔함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완벽히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진 상태에서 계략을 짜야만 실패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여유가 생김과 동시에 남궁소미에게 부탁해 비담과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객잔 후원에 마련된 정원을 감상하며 마주 앉은 둘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셨다. 제갈현아는 아무런 내색 없이 그저 차분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비담과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파악하기 위해 부산하게 머리를 굴리고 계산하며 관찰하는 중이었다. “검황 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길 비 공자님의 부채를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라 마치 새가 너울너울 허공을 선회하며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시던데 정말 얼마나 현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일지 소녀는 상상조차 되지를 않네요. 마음 같아선 공자님의 선무(扇舞)를 감상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십사 청해보고도 싶으나 괜히 번거로운 부탁은 아닐까 저어되어 선뜻 용기가 생기질 않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부족한 소생의 재주를 그리 높게 평가해 주셨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별로 볼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재주이기는 하나 제갈소저께서 원하신다면 기꺼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요? 괜히 외람된 부탁을 드려 공자님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번거롭게 한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 하였사온데 이리도 흔쾌히 허락해 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럼 공자님의 선무(扇舞)를 견식 할 수 있는 영광을 제게 주시겠어요?” “당치도 않으십니다. 이처럼 총명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께서 제 춤을 감상하고 품평해 주신다하니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그럼 부족한 솜씨이나마 한 번 펼쳐보겠습니다.” 비담은 허리에 꽂아진 화류선을 꺼내 촤라락 펼치더니 그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공을 운용하지 않고 선법에 맞추어 보법을 밟음과 동시에 부채와 하나가 되어 너울너울 움직였다. 현기를 가득 담고 있는 비담의 동작 하나하나에 제갈현아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검황 어르신께 얼핏 듣기는 하였지만 저토록 오묘하고 아름다운 동선으로 움직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저, 저게 정녕 선무란 말인가? 검황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기대를 했던 것은 사실이나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니 오히려 검황 어르신의 평가가 부족함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움직임이야. 저 정도면 예부에 들어 춤을 가르치기에 차고도 넘치는 실력이야. 그리고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승의 무리를 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무리 춤에 타고난 재능을 지닌 자라하여도 저런 움직임을 흉내조차 낼 수 없음이야.’ 엄청난 충격에 감탄성도 잊고 춤에 푹 빠져 구경하던 제갈현아는 어느덧 절정으로 치닫는 비담의 춤사위에 이제 심장마저 멎은 듯 몸과 사고 모두 그대로 정지해버렸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현란하고 유려한 비담의 움직임들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쫓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른 후, 비담은 한바탕 춤이 끝났는지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멈추었고 멍한 눈으로 입을 벌린 채 앉아있는 제갈현아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소저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조잡한 춤 실력을 선보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도 나름 만족하셨기를 바랍니다.” 영혼이라도 빠져나갔는지 계속 정신을 못 차린 채 앉아있던 제갈현아는 비담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쏟아내었다. “저, 정말 너무 황홀한 춤이에요. 제가 여태껏 살아오며 공자님의 선무처럼 아름다운 춤을 감상했던 적은 결단코 처음이었습니다. 소녀의 눈과 마음을 크게 열어주신 공자님의 선무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선뜻 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만족하셨다니 무척 다행이네요.” 제갈현아의 칭찬이 마음에 흡족했던지 비담은 밝게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 더 많은 대화가 서로 오고갔다. 그렇게 둘의 대화는 한 시진 가량 이어졌다. 비담과 후원에서 대화를 나눈 후 제갈현아는 곧바로 검황 남궁헌수와 남궁소미를 불러 제법 구체화된 계획들을 설명해 주었다. “오늘 어르신의 말씀대로 직접 그자의 움직임과 선무를 견식 하였습니다. 정말 보통 실력이 아니더군요. 영롱한 현기마저 어린 것이 상승의 무예를 바탕으로 구성된 춤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그 자의 성정과 습관 역시 많은 부분 파악했고, 그걸 바탕으로 계획을 짜보았습니다. 우선은 제갈세가가 운영하는 서원을 통해 관에 진출한 관료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부탁하여 이번 황제의 생신축하연에 필요한 예부의 관직 하나를 마련하라 이르겠습니다. 임시 특별직으로 하나 만들어 그에게 감투를 씌우고 춤을 가르치라 명하면 별 의심 없이 응할 것입니다. 그런 연후 태자인 주은명을 지지하는 세력들과 비밀리에 접촉하여 이황자 주성은과 승상 쪽 인물들, 나아가 그들을 암중 지원하는 련의 인물들을 자극하면 됩니다. 그럼 그들은 잔뜩 경계한 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저희들의 존재로 인해 거의 모든 관료들이 참여하는 이번 생신축하연에 맞추어 일을 벌일 공산이 큽니다. 여타의 준비들은 오정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제가 할 것이니 어르신과 소미는 비담을 감시함과 동시에 그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의심을 피하십시오. 앞으로 두 달. 모든 것이 그 때 결판날 것입니다.” “알았다. 이번 황궁에서의 일은 모두 네게 일임했으니 차질 없이 준비하거라. 겉으론 내가 책임을 지고 있으나 모든 계획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실질적인 책임자는 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고맙습니다, 어르신. 오정회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이번 임무를 성사시킬 것이니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굳게 다문 입술과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매가 제갈현아의 결심을 대변해 주었다. 이번 황궁에서 벌어질 사건의 오정회 측 최고책임자인 검황의 내락이 떨어지고, 천재적 두뇌를 자랑하는 제갈현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들 중 제갈세가에서 운영하는 운학서원 출신의 관료들은 나름 세를 형성하며 탄탄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가주인 제갈선의 편지를 받자마자 흔쾌히 힘을 보태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준비과정을 통해 국가의 행사 및 의전을 담당하는 예부에는 선예당이 급조되었고, 더불어 특별 관리직인 선예정랑이란 자리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강력한 입김과 후광에 힘입어 아무런 제재나 시험 없이 비담은 바로 관리로 임용되었다. 물론 요식행위로 약간의 통과의례가 있기는 하였으나 어차피 짜고 치는 도박판이었기에 의미 없는 시험에 불과했다. 황궁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된 비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고, 처음 입어보는 관복 역시 어색했지만 푸르게 빛나는 빛깔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렇게 예부에 다다른 비담은 예부의 최고어른인 예부상서 조인문에게 임명장을 받고, 바로 자신이 머물며 선무를 가르치게 될 선예당으로 향했다. 선예당은 비어있던 황궁의 전각 하나를 꾸며 무희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었다. 그리고 넓은 마당까지 갖추고 있어서 춤을 가르치기엔 더없이 훌륭한 장소였다. 비담이 받은 선예정랑이란 자리는 이번 황제의 생신축하연에 선보일 부채춤을 구상하고 직접 가르치는 위치로 비록 관리이긴 하였으나 아무런 권세나 힘도 없는 그저 그런 별정직이었다. 그래도 가문의 영광이라도 된 듯 비담의 어깨는 당당히 펴져 있었고, 콧대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었다. 물론 그런 비담의 행동을 지켜보며 오정회 쪽 인물들과 사도련의 간자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말이다. 비담은 처음 제갈현아의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하면서 한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였다. 련의 간자들을 색출하고, 황궁에 드리워진 암운을 걷어내기 위해 당연히 자신이 발 벗고 나서겠으나, 아직 세상 경험이 미천한 자신이 만에 하나 실수를 저질러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제갈현아와 남궁소미 역시 무희로 위장하여 참여할 것을 종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