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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호색 -완 - 28편 (28/62)

2026-10-04 14:52:57 조회 3
남궁현호의 철저한 개인교습과 혹독하기로 소문난 훈련과정을 견디며 창궁대는 세가 내에서 최고의 무력집단으로 인정받았고, 창천검 남궁현호에 대한 충성심 역시 맹목적일 정도로 치솟았다. 처음엔 남궁현호 역시 외부의 세력과 결탁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몸속을 흐르는 피 역시 남궁가의 것이니까. 하지만 창궁대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남궁현탁의 견제가 시작되고, 가문 어른들이 계속 다그치자 남궁현호는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무력이 막강했지만 지닌바 성격이 폭급했고, 조언을 해줄 마땅한 책사의 부재로 인해 무력을 이용해 단순히 위협만 하여 가주의 자리를 찬탈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끝내 해서는 안 될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어 새살이 돋게 하려는 전략. 서로의 세가 대등한 상황에서 남궁현호가 내세울 패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고, 급기야 외부세력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도련은 이러한 세가의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여 남궁현호를 대신해 수년간에 걸쳐 치밀한 계획을 세워주었고, 적당히 지원을 해주었다. 두 세력이 부딪혀 ‘양패구상’할 정도로 말이다. 이를 알 리 없는 남궁현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날의 계획들을 점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때마침 그 상황에 맞추어 비담이 방문한 것이다. 비담이 성큼 들어서자 남궁현호는 담담히 웃으며 맞이하였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롭게 빛나며 비담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허허, 이거 죄송합니다. 대계를 위해 자리를 비우지 못한 점 이해해주십시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금이 제일 바쁘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준비엔 차질이 없겠지요?” “그야 저보다는 상부에서 더 잘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더 잘 알고 있으나 확인 차 물어본 것입니다.” “헌데 늘 저를 찾아오시던 분은 어디가고 당신께서 오신 것입니까?” 66화 “후후, 그자는 단순한 연락책에 불과합니다. 모름지기 제대로 성공하려면 실력자가 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지당하신 말씀이나 어째 혼자 오신 것 같습니다만...” “혼자 오나 떼로 몰려오나 일만 성사되면 그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절차에 따라 보여주시지요.” ‘뭘 보여 달라는 거지? 너무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분탕질 치러 온 마당에 이것저것 가리게 생겼나.’ 비담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품안을 뒤져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꺼내었다. 비담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은 선화의 검은색 속옷이었다. 아마도 일을 치르며 품안으로 딸려 들어간 모양인데 하필 중요한 순간에 잡힌 물건이 그것이었다. 비담은 선화와의 오붓했던 밤들을 회상하며 검은 비단 속옷을 그대로 책상 위로 던져 버렸다. “여기 있소.” “엥? 이게 무엇입니까?” 남궁현호는 자신이 기대했던 문신과는 거리가 먼 검은색 비단조각이 훌훌 날아오자 잔뜩 경계심을 품고 물건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다 검은색 비단천이 여성의 은밀한 곳을 감싸는 속옷임을 깨닫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 노발대발하였다. “지금과 같이 중요한 순간에 나를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것이오? 대관절 여성의 속옷을 꺼내놓은 저의가 무엇이오?” “그 물건이 아니오? 몰래 간직한 채 냄새 맡고 야릇한 상상하며 시시덕거리는 정신 나간 놈들에겐 정말 귀한 것인데 그쪽 취향은 아닌가 보네요. 그나저나 나름 희소성이 높은 물건인데 그걸로 어떻게 안 되겠소?”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니 그만 장난치시고 문신을 보여주시오. 고작 문신 하나 보여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문신이요?” “련의 사람임을 증명하는 문신 말이오. 특수한 물감으로 새기기에 위조 자체가 안 된다며 저를 비롯한 창궁대 전원에게 시술하지 않았습니까?” “련이요?” “위쪽에서 오셨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위쪽에서 왔지요. 하남성이 안휘성에 비해 위쪽이지 않습니까?” “뭐라? 그럼 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하남성에서 내려왔다는 말?” “네. 제가 위에서 왔다는 말을 했더니 이쪽으로 데려오던 걸요?” “그럼 준비가 어쩌고 떠든 것은 무엇이고, 나를 지목하여 찾아온 연유는 또 무엇이오?” “그야 한바탕 붙으려고 찾아온 것이지요. 준비가 되었냐고 말한 것은 그런 뜻이었는데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명성이 자자한 무림의 세력들을 상대로 진검승부를 하고 다니는 무사입니다. 창궁대의 무력이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듣고 한판 붙으려 찾아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 이런 망할 경우를 보았나. 지금처럼 중요한 때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기어 들어와 방해를 한단 말이냐. 오냐,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니 그에 걸 맞는 대우는 해줘야겠지. 뭣들 하느냐. 목숨만 취하지 말고 대충 정리하여 쫓아 버리거라.” “호오, 듣도 보도 못한 잡놈에게 된통 당하면 어떤 얼굴을 할지 사뭇 기대가 되네요. 그럼 빨랑빨랑 시작하지요.” 비담이 관절을 요란하게 꺾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사들을 향해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련이란 단체의 입김이 여기에도 있단 말인데. 뭐 나랑은 상관없으니 우선은 내 할 일에만 충실하자고.’ 남궁성운의 눈짓을 받은 창궁대의 검사 하나가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날렸다. 차앙 맑게 울리는 검명과 함께 무사의 검이 그대로 비담의 몸을 쓸어갔다. 비담은 화류선을 꺼내 검을 살짝 옆으로 흘린 후 호들갑을 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무릇 싸움을 할 때에도 서로간의 예의를 지켜야 하거늘 다짜고짜 칼부터 들이밀면 어쩌자는 것이오? 남궁세가의 위명이 쟁쟁하여 믿고 있었는데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오?” “대협께 여인의 속옷을 던진 것은 예의에 맞다 생각하나? 어디서 굴러먹다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만 오늘 몸 성히 돌아갈 생각은 버리거라.” “물건을 잘못 꺼냈다 누차 이야기하지 않았소? 여인의 속옷 한 장 던졌다고 준비도 안 된 사람에게 칼부터 휘두르니 이게 무슨 경우요? 이러고도 무림의 명망 높은 가문이라 할 수 있겠소?” 빽빽 소리를 지르며 난장을 치는 비담으로 인해 전각 안에 있던 사람들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급기야 화를 참지 못한 남궁현호가 노기 가득한 눈으로 아들인 남궁성운을 채근했고, 남궁성운은 검사 세 명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어떻게든 시끄러운 불청객을 빨리 제압하여 쫓아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네 명의 창궁대 검사가 달라붙어도 비담의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했고, 비담의 고성은 더욱 높아만 갔다. 당황한 창궁대의 검사들이 어떻게든 꼴도 보기 싫은 비담의 입을 막으려 분전했지만 그때마다 적절하게 요리조리 피하는 비담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네 이놈. 언제까지 그리 도망만 칠 생각이냐? 칼을 든 무인이라면 정정당당 시원하게 한 번 붙자.” “난 부채를 든 무인이다. 그럼 해당사항이 없지 않느냐.” 근엄하게 외치는 무사를 향해 놀리듯 항변한 비담의 몸이 기묘한 각도로 틀어지며 자신을 향해 내리그어진 검 세 자루를 피해내었다. “정정당당 좋아하시네. 말 시켜놓고 칼을 냅다 긋는 건 무슨 경우냐?” 비담은 무사들의 속을 살살 뒤집으며 전각 안에 있는 고가의 기물들을 교묘하게 부수기 시작했다. 챙그랑 송나라 장인의 혼과 땀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명품 도자기 한 점이 비담의 몸에 부딪히며 그대로 깨어져나갔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칼을 피하려다 그만.” 부우욱 전각의 한쪽 면,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던 한 폭의 백호도(白虎圖)가 듣기 거북한 소음과 함께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어라? 이거 비싼 그림인 것 같은데 미안합니다.” 우당탕 고가의 물건들이 부서져 나갈 때마다 하나씩 툭툭 불거져 나온 이마위의 힘줄이 파도를 그리며 출렁거렸고, 급기야 더 이상 참지 못한 남궁현호의 입을 비집고 엄청난 노성이 터져 나왔다. “네 이 노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경거망동 하는 것이냐.” 분기탱천한 남궁현호의 외침에 식겁한 남궁성운과 창궁대 전원이 분분히 몸을 날렸다. 이대로 미꾸라지 한 마리를 방치했다간 물을 흐리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되지 않고, 연못 자체가 사라질 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각 안의 기물이 부서질 것을 염려하여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창궁대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미쳐 날뛰는 비담을 붙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잡힐 듯 잡힐 듯하며 도주하는 와중에도 물건을 툭툭 건드리는 비담의 만행으로 인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비겁하게 건물 안에서 이러지 말고 넓은 수련장에 가서 한판 붙자. 네가 원하는 것이 우리 창궁대와 제대로 붙어보는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 “저도 그러고야 싶죠. 그런데 다짜고짜 칼부터 휘둘러 넓고 쾌적한 연무장에서 준비하고 멋지게 한판 어우러질 기회를 박탈한 것은 여러분들입니다. 이제와 가라면 못 갈 것도 없지만 이리 머리수가 많은데 지금 가면 제가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저, 저놈의 주둥이를 그냥...” “에이, 손님에게 교양머리 없이 주둥이라뇨? 저 빈정 상해서 더 이상 이곳에선 못 도망 다니겠네요. 그만 갈래요.” “저, 정말이냐?” “네. 더 이상 이곳엔 부술만한 물건이 없어서요. 이참에 남궁세가 구경이나 좀 하죠. 혼자가면 심심하니까 길 안내겸 함께 가주시면 저야 고맙고요. 헤헤.” 67화 콰앙 얄밉게 웃으며 활짝 열려있는 창천각의 문을 일부러 시원하게 부수고 도주하는 비담이었다. “어라? 문이 열려있었네요. 죄송!” “네 이놈. 당장 저 놈을 잡아다 내 앞에 꿇어 앉히거라. 어서.” 중요한 기밀서류들만 아니었다면 당장 나서서 잡고 싶은 남궁현호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계획을 위해 지금은 심사숙고하고 인내하며 참아야만 했다. “이야. 남궁세가 분들은 정말 친절하시네요. 제가 길을 잃고 헤맬까봐 직접 따라나서서 길안내를 해주시다니. 사실 건물들이 다 거기서 거기고, 하도 넓어 내심 걱정했는데 이리 함께 가주시니 정말 든든하네요.” 비담은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쉴 새 없이 입을 열어 창궁대의 속을 박박 긁어 놓았다. 전각들 사이를 지나치며 비담은 될 수 있는 대로 큰 소음을 일으켰다. 열려있는 문을 일부러 걷어차기도 하고, 멀쩡하게 서있는 담벼락을 화류선을 이용해 부순 다음 길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비담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세가 내의 지리에 밝은 창궁대원들이 애써 만들어놓은 포위망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고, 세가는 태풍이나 지진을 만난 것처럼 때 아닌 몸살을 겪어야만 했다. 창궁대원들이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쫓아올수록 비담의 눈빛은 더욱 장난스럽게 물들었다. 도주가 거듭될수록 이제는 창궁대원뿐만이 아닌 세가내의 무사들까지 합류하여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때려 부수며 도주로를 확보하는 게 여의치 않자 비담은 급기야 ‘등평도수(登萍渡水)’를 이용해 규모가 큰 인공연못을 유유히 건너가 버렸다. 지붕위로 올라가 버린 닭을 보는 멍멍이 심정으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은 추격자들은 연못가를 따라 빙 둘러 비담을 쫓아갔다. 연못의 반대편에서 희희낙락 추격자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비담이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무사들을 향해 방긋 웃어준 후 다시 반대편으로 ‘등평도수’를 시전 하여 건너갔다. 속에서 천불이 터진 남궁성운이 똑같이 ‘등평도수’를 시전 하여 쫓아갔으나 갑자기 날아든 부채에 화들짝 놀라 내공이 흐트러졌고, 그 순간 차가운 연못에 시원하게 몸을 담갔다. 물에 빠져 생쥐 꼴이 된 남궁성운을 향해 생긋 웃어준 비담은 그대로 다시 물위를 달렸다. 다행히 수영실력이 좋았던 남궁성운은 헤엄을 쳐 빠져나왔고, 기진맥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비담이 몇 차례 연못을 끼고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가주인 남궁현탁의 귀에도 이와 같은 정황이 들어갔고, 불순한 무리의 준동으로 오인한 남궁현탁은 천뢰대 전원을 이끌고 그 연못으로 출동했다. 세가의 실질적인 세력이 등장하자 비담은 도주하던 것을 멈춘 후, 그대로 연못 중앙에 둥실 떠 상황을 지켜보았다. ‘무력답수’라는 최상위 수준의 경공을 몸소 선보이며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하지만 비담의 행동과 입담이 시정잡배와 다름없다는 창궁대의 보고를 받고, 가주 남궁현탁은 비담을 가벼이 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분명 연못에 가려 보이지 않는 연근(蓮根)을 밟고, 진짜인척 허무맹랑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날개달린 새가 아닌 이상 이제는 비담이 연못 중앙에 포위되어 꼼짝도 못할 것이란 사실에 남궁현탁은 여유 있게 물었다. “누군데 감히 이곳에 들어와 기물을 부수고, 건물을 파괴하고 난리를 치는 것인가? 이러고도 무사하길 바라는 것인가?” “누구신데 힘없고 연약한 소생을 그리도 핍박하시는 것입니까?” “네, 이놈. 감히 가주님께 그 무슨 망발이냐. 어서 나와 무릎을 꿇고 잘못을 시인하지 못할까?” 분기탱천한 천뢰대주를 말린 남궁현탁이 조곤조곤 비담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핍박? 자네가 지금 세가 내에 들어와 무슨 짓을 했는지 직접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눈이 있으면 한번 둘러보게. 태풍이 지나가도 이 정도는 아닐 게야.” “그야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뭘 좀 보여 달라기에 보여드렸더니 다짜고짜 공격하니 저로서도 피하는 수밖에요. 그러다 막다른 곳에 이르면 저도 살아야하니 부수고 도망가야지요. 그렇게 된 것입니다.” “뭘 보여주었기에 공격을 한단 말인가?” “그냥 여인의 검은색 속옷 한 장 보여드렸죠. 그런데 창천검 남궁현호 대협이 원했던 물건은 그것이 아니더군요. 그 정도 물건이면 어떤 사내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것이라 여겼는데 통하지가 않더라고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뭐. 저한테는 창천검 대협이 보여 달라는 련이라는 단체의 문신이 없으니까요.” “련? 그리고 문신? 좀 더 소상히 말해보게. 어서.” 조곤조곤 말하던 남궁현탁의 목소리가 다급함으로 물들었고, 막 기력을 회복한 남궁성운의 얼굴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비담의 표정은 능청스러움 그 자체였다. ‘후후, 주연급 배우들은 다 모이고 무대도 마련되었으니 시작해볼까? 뒤에서 이 상황을 연출한 주역들이 튀어나오도록 말이지.’ 동생과 끈이 닿은 의문의 조직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려 하자 남궁현탁은 안절부절 비담을 닦달하였다. “허허, 어서 자세히 좀 들려주게. 대관절 련은 무엇이고 문신은 또 무엇인가?” “저도 잘 모르죠. 아리따운 여인의 검은 속옷에 대한 품평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대뜸 ‘련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냐, 위조불가인 특수한 물감으로 자신과 창궁대에게 문신을 해주지 않았느냐, 빨리 문신을 보여달라’라고만 하셨어요. 여인의 속옷이야 제가 얼마든 구해서 보여줄 수 있는데 몸에다 덕지덕지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없어서 애석하게도 보여드리지 못했죠. 그게 다인데요?” “정녕 그게 사실인가? 현호 자신의 입으로 련이라는 단체의 문신을 새겼다고 하였는가?” “그렇다니까요. 창궁대의 명성이 자자하여 시원하게 실력이나 한번 겨루려고 왔다가 이 무슨 고생인지. 그나저나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기물과 건물파괴의 책임은 묻지 말아주십시오. 저도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네. 대신...” 막 말을 이으려던 남궁현탁의 고개가 한쪽으로 매섭게 돌아갔다. “네 이놈!! 주둥이 그만 나불거리지 못할까?” 남궁현호는 다된 밥에 재를 뿌리려는 천둥벌거숭이의 만행을 막고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질수록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우선 고함부터 지르고 본 것이다. “언어구사능력이 너무 후지네요. 기껏 찾아온 손님에게 주둥이라니. 그리고 제 입이 무슨 나팔입니까? 나불나불 거리게?” 남궁현호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떠드는 비담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조곤조곤 묻는 형에게 화살을 돌렸다. “아니 형님은 지금 생각이 있으신 겝니까? 세가에 들어와 이리 난장을 친 녀석이랑 말을 섞다니요? 그냥 잡아서 세가의 쓴 맛을 톡톡히 보여준 연후에 내다 버려도 시원찮을 판에 이 무슨 추태입니까? 가주로서 아랫사람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자네가 언제부터 가주인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였는가? 그리고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이유부터 듣고 혼을 내도 늦지 않아. 어디까지나 그것은 가주인 내 권한일세. 오히려 가주인 나에게 훈계를 하는 자네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아니 드는가? 아랫사람들 보기 부끄러워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넬세.” “지금 말 다하셨습니까? 어떤 미친놈이 들어와 세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는데 그게 가주인 형님의 입에서 나올 소립니까?” “왜 말이 안 되나? 그럼 자네방식대로 무조건 들이박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시위하는 것인가?” “그런 뜻이 아니지 않습니까? 유치하게 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집니까? 이유 불문하고 세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녀석과 대화를 나눌 가치가 있냐고 따지는 것입니다. 대관절 무슨 소리가 듣고 싶어 저런 녀석과 말을 나누는 것입니까? 동생의 치부라도 만들어내고 싶은 모양인데 어림도 없습니다. 어디서 이상한 녀석을 하나 섭외하여 저를 함정에 빠트릴 요량인가 본데 그리 호락호락 당할 제가 아니지요.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 마디도 못하십니까? 입이 있으니 변명을 해보십시오.” “자네 나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인가? 내가 선량한 자네를 핍박하기 위해 이상한 놈을 섭외하여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왜 저런 놈에게 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입니까?” 졸지에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은 비담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형제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싸우시느라 바쁜 건 알겠는데 저를 이상한 놈 취급하지는 말아주세요. 전 누구의 편도 아닌 평화를 사랑하는 중립이니까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야 되겠네요. 저도 여인의 속옷 한 장이 이런 분란을 야기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지금 형님께서 검은색 비단 속옷을 못 차지하신 울분을 토로하시는 모양인데 아쉬운 대로 제 것이라도 벗어드릴 것이니 그만 화를 가라앉히시고 노여움을 푸시죠.” 68화 연못 위에서 주섬주섬 옷을 벗으려는 비담의 행동에 그만 인내력 많은 남궁현탁의 뚜껑이 날아가고 말았다. “지금 여인의 속옷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럼 뭣 때문에 그리 목에 핏대를 세우고 싸우시는지...?” “자네 때문에 싸우고 있지 않은가? 자네랑 말을 섞었다며 동생이 나를 천하의 불한당으로 몰아세우지 않는가?” “에? 남자랑 살갑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무슨 큰 흠이 된다고 저런답니까? 동생분의 그릇도 참. 취향의 문제인 것을 왜 이해를 안 해주고 저러는지. 쯧쯧.” “그게 아니래도. 내가 지금 자네를 미리 섭외하여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자신을 궁지로 몰았다며 누명 운운하지 않는가. 그래도 이해가 안 되나?” “아! 진즉 그리 말씀해주시지. 저는 여인의 속옷 한 장 가지고 동생분과 다투시는 걸로 오해를 했잖습니까? 그럼 제가 가주님을 오늘 처음 뵈었다고 하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요?” “말 한번 잘했네. 자네도 들었지? 저자의 입으로 오늘 나와 처음 만났다고 하는 소리를. 이래도 내가 자네에게 누명을 씌운 거라 주장할 텐가?” “후후, 그거야 서로 말만 맞추면 간단하지 않습니까?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이런. 자네 지금 나하고 한 번 해보자는 것인가?” “한 판 붙자면 못할 것도 없지요. 대신 어느 한 쪽이 크게 상할 것임은 각오하십시오.” 끄응 남궁현탁은 조용히 침음성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의문의 침입자를 통해 동생과 연결된 끈을 알아내려는 찰나 시의적절 나타난 동생이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는 바람에 묘하게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동생의 성격상 가문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권위와 욕심이 더 중요했고, 서로 비슷한 전력을 쏟아 부어 붙는다면 세가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었다. 남궁현탁이 얼굴을 찌푸리며 주춤 물러서자 남궁현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으름장을 놓았다. “거 보십시오. 제대로 된 증거도 없고 어설프게 연극을 꾸며 동생을 해하려고 하니 그 꼴을 당하시는 겁니다. 그만 망설이시고 어서 저 녀석이나 잡아 단단히 혼을 내주십시오. 그럼 더 이상 이번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남궁현호는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자 의기양양 떠들었다. 하지만 그의 부푼 꿈은 생각지도 못했던 비담의 방해로 또 다시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증거요? 그 련이라는 단체랑 저기 불같은 아저씨가 엮인 증거를 말하는 것입니까?” “네, 이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그 잘난 주둥이를 나불댈 생각이더냐?” “아저씨 주둥이도 아니면서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기 모범적으로 생긴 가주님이 증거를 찾고 있어서 도움을 드리겠다는 데 자꾸 왜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