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호색 -완 - 25편 (25/62)
아, 정말 따라 나가기 싫은데.’ 비담은 어기적어기적 따라 나서는 인철을 데리고 인적이 거의 없는 근처 야산으로 올라갔다. 인철은 비담이 자신을 데리고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고 그러는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곳간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비담이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고, 자신의 옆자리를 인철에게 내주었다. “여기 앉으세요.” “그, 그러지.” “형님?” “어? 왜 그러나?” “여인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다는 말이 정말 사실이셨군요.” “그, 그럼.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네.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는가?” “빙소저가 마음에 드십니까?” “뜬금없이 왜 그런걸...?”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 마음에 드십니까?” 59화 “꼭 말해야 하는가?” “원하시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마음에 두고 계시다면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 그러는 것이니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솔직히 그녀가 마음에 드네. 처음 보는 순간부터 호감이 생겼고, 하루 종일 업고 오면서 그 마음이 더욱 애틋해지더군. 업고 달리는 내내 ‘행여 손에 쥐면 부서질 것 같은 한없이 나약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내가 평생 지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떠나지를 않더군. 자네에게 그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것만은 사실이라네.” “그럼 그것이 단순히 소저에 대한 동정심은 아닐까요? 정녕 좋아하는 감정이 맞습니까?” “나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이런 내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지금에 와선 중요하지 않다네. 그것이 동정심의 발로이건 정말 애틋한 호감이건 이제는 상관없다네. 그저 내 검을 구경하며 밝게 빛나던 눈동자, 조그마한 손으로 열심히 다리를 주무르던 그 손길,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걱정스레 짓던 표정들을 마주하며 내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콩닥콩닥 뛰었고, 그녀를 가슴에 꽉 끌어안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네. 이야기를 하는 지금도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미칠 것 같으이. 혹시 이런 감정이 말로만 듣던 ‘사랑’이라는 것인가?” “헤헤,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고약하지만 아름다운 녀석이지요.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확 끌어안고 싶은 본능을 참아낸다는 것이 보통의 수양으론 어림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저는 그게 잘 안 되서 충동적으로 서희를 훔쳤는데 말입니다.” “거짓말하지 말게. 비록 하루였지만 자네를 파악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어. 자네는 충동적으로 훔친 것이 아니라 이미 서희의 마음과 교감을 이루었기에 그리 행동한 것이야.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에 행동에 옮긴 것이지.” “형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만약 서희의 마음을 제가 오해한 것이라면 상처만 주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후후, 소문만 무성했을 때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더니만, 이리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점 마음에 드는 구석만 보이는군. 나 역시 그것 때문에 처음엔 자네를 미워하고 쫓아다녔던 것이라네. 무엇이든 소통이 중요한 법인데 그것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우겨넣고 관철시키려는 것은 소인배들이나 하는 행동이니까. 아니, 그런 놈들은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지. 그래서 처음엔 자네가 서희의 몸과 마음을 너무 성급히 취하고, 무책임하게 떠났다 오해했었네. 하지만 나중에 서희가 보낸 편지를 읽고 둘의 사랑이 확실한 것임을 알 수 있었지.” “저, 정말이요? 서희가 훌쩍 떠난 저를 원망하지 않던가요?” “원래 서희의 성격이라면 분명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네. 하지만 웬일인지 서희는 자네를 곧 찾을 수 있겠다는 내 편지에 ‘고마워요, 오라버니.’라는 답장을 보내왔더군. 그래서 깨달았지. 서희가 자네를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네는 성급했던 것이 아니라 확신했기 때문에 그리도 저돌적이고 과감하게 사랑을 나누고 밀어붙였던 것이지.” “이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형님.” “동생이 행복하다는데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마음에 두지 말게. 그나저나 정말 부러운 능력이군. 어찌하면 자네처럼 여인의 마음을 빨리 읽어낼 수 있는가? 혹시 그 색공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하하하, 이럴 때 보면 형님의 눈치가 보통이 아닌데 말입니다. 어찌 빙소저의 마음은 못 읽어내시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그러니 나도 이리 답답한 것이 아닌가. 그녀의 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덥석 끌어안을 용기라도 생길 텐데 혹시나 오해하여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무서워 아무것도 못하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후후, 알겠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라 감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제가 빙소저의 마음을 읽어드리겠습니다. 형님에 대한 마음을 말이지요.” “고맙네. 자네는 멋진 동생이야. 정말 적진 한가운데서 고군분투하던 중 아군을 만난 기쁨만큼이나 힘이 되는군.” “그만 일어나시죠. 조금 시일이 걸리겠지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한 우물만 파다보면 감로수 같은 물이 콸콸 쏟아져 형님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릴 것입니다. 물론 얼마나 파 내려가면 되는지는 제가 가르쳐 드릴 거구요.” “자네만 믿겠네.” “참, 중요한 걸 깜빡 잊었네요.” “뭔가?” “콸콸 솟아나오는 물을 달게 마시는 방법 말입니다. 기껏 우물을 열심히 파놓고 넘치는 물을 바라만보면 얼마나 속이 쓰리겠습니까?” “물을 마시는 방법? 그게 뭔가?” “후후, 그거는 말이나 책보다는 시청각교육이 최고니까 조금 더 기다리셨다가 낙양에 가서 해결하지요. 제가 좋은 곳으로 한 번 모시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뭐,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기대하고 있겠네.” 비담은 털옷이나 부여잡고 품평을 늘어놓은 인철의 행동을 꼬집으려던 애초의 마음을 접고, 차근차근 접근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인철이 마교에 몸을 담고 있어 거칠게 물불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빌 거라는 편견은 깨어진지 오래였다. 인철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공명정대하다는 정파의 사내들에 비견해도 하나 꿀릴 것 없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하여 그것을 해소하는 무뢰배도 아니었으며, 무조건 폭력으로만 해결하려는 무뇌아는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냉철한 판단과 포용력 있는 인품으로 진실이나 사건의 이면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애쓰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표현에 서툴고 어설픈 면이 많았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경에 이르는 무위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 사소한 부작용일 뿐이었다. 비담은 그리 믿고 있었다. 단순한 부작용일 거라고, 이제는 자신이 나섰으니 형님은 밤을 지배하는 제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개구리는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 몸을 움츠린다 하였던가. 그날 밤 야산에서 비담과 대화를 나눈 이후 낙양으로 향하는 이틀 동안 인철은 별다른 행동 없이 얌전히 빙루만 업고 달렸다. 은근 매일 밤마다 기대를 했던 까망이들도 적지 않게 실망하여 이제는 그냥 마음을 비웠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 빙루 역시 전과 마찬가지로 행동하였다. 낙양에 도착한 비담은 우선 적당한 객잔에 짐을 풀고, 취선루부터 찾아갔다. 만약 이성보에게 무슨 일이 생겨 취선루가 문을 닫은 것이라면 단서를 찾기에 가장 용이한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 취선루에 도착한 비담은 예상과 달리 버젓이 영업을 하는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어라? 형님 말로는 분명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였는데.” 비담은 걱정과 달리 취선루가 예전 모습대로 영업을 하고 있자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기쁜 마음에 이성보를 만나기 위해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성큼 들어선 비담을 맞이한 것은 취선루주 이성보가 아닌 선화였다.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는 비담을 향해 선화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근황과 안부를 물었다. “몸 성히 잘 다녀오셨는지요?” “막주는 어디가고 당신이 여기 있는 것입니까?” “우선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안 그래도 공자님께서 루를 방문하시면 전하라는 루주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비담은 선화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아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듣기로 하였다. “말씀해 보십시오. 루주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오?” “루주님께서는 공자님이 낙양을 떠나던 날 루의 문을 닫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지요. 아마도 오정회의 분노를 피하고, 은공께도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러한 결정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를 조용히 지내고 계시다가 안휘성에 있는 흑막의 조직원으로부터 급한 전갈을 받으시더니 바로 남궁세가를 향해 떠나셨지요. 워낙 급하게 떠나신지라 자세한 내막은 여쭤보지 못했고, 다만 공자님께서 혹여 루를 방문하실 수도 있으니 문을 다시 열고 영업을 재개하라는 말씀만 하셨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럼 제게 전하라는 말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의 얼굴도 수심이 가득한데 혹시 루주께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사실 공자님께 전하라는 말씀은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방문을 하시면 불편함이 없도록 잘 모시고, 루주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루주님의 말씀대로 오실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군요. 그런데 어찌 그리도 표정이 어두운 것입니까?” “사실 루주님께서 남궁세가로 떠나신지 정확히 열흘이 지났습니다. 떠나신 며칠 뒤, 세가에 무사히 잠입하셨다는 편지가 오고, 어제 위험하지만 꼭 알아야할 정보가 있다며 좀 더 깊숙이 접근하시겠다는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주위의 이목과 감시가 심해 약간 부담이 되기는 하나 반드시 알아봐야할 정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 때문에 막주님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은연중 표정에 드러났나 봅니다. 괜히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기에 그토록 위험한 곳에 잠입을 하셨는지 무척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군요. 아무튼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막주님 정도의 잠입술과 은둔술이면 들키지 않을 것이고, 설사 걸렸다 하더라도 세가에서 몸 하나 빼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막주님의 말씀대로 이곳에 머물며 기다리면 되겠군요.” “공자님의 말씀을 들으니 한결 안심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계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모실 것이니 어려워 마시고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60화 편안해진 얼굴로 선화가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비담의 말속에서 루주에 대한 강한 신뢰가 묻어나왔고, 혹여 루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기세였기에 그만큼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근처 객잔에 머물고 있는 일행들도 모두 데리고 오겠습니다. 이거 갑자기 나타나 폐만 끼치게 되는군요.” “아닙니다. 그리 말씀하시면 오히려 저희가 송구스러우니 말씀 거두어 주십시오. 아마 루주님께서 이곳에 계셨다면 취선루의 기둥을 팔아서라도 은공을 대접했을 것이니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히 머무시길 바랍니다.” “그럼 부담 갖지 않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끼는 형님이 한 분 계신데 그분께서 워낙 숙맥이라 밤일에 대해선 문외한이십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그분을 모시고 시청각교육을 했으면 하는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어려운 부탁인 줄은 알지만 저희 형님이 부끄럼대장에다가 숫총각인지라 저와 호흡을 맞춰 노련하게 가르쳐줄 기녀가 필요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호호, 당연히 가능하지요. 저를 포함해 가장 노련하고 아름다운 기녀로 한 명 섭외를 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공자님과 흐지부지 끝나버렸던 뜨거웠던 그날 밤의 아쉬움도 달래야 되구요.” “네? 뜨거웠던 그날 밤의 아쉬움이요?” “아잉! 벌써 잊으신 거예요? 시봉세의 팽철영을 손봐주시느라 소녀를 그냥 팽개쳐 두셨던 그날 밤 말입니다.” “아! 그날 밤이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 물론 저도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려 무척 아쉬웠는데 잘 되었군요. 그럼 이따가 밤에 뵙겠습니다.” 길천과의 대화가 퍼뜩 생각난 비담이 당연하다는 듯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취선루에서의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비담은 서둘러 일행이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돌아와 모두의 거처를 취선루로 옮겼다. 막주 이성보와 친분이 있었지만 염치없이 너무 폐를 끼칠 수도 없었기에 비담은 까망이들에게 적당히 은자를 쥐어주고 알아서 취선루의 껄떡 지근한 문화를 즐기라고 하였다. 물론 빙루를 지켜야했기에 모두 나가서 노는 것은 금지시켰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놀라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인철 역시 처음엔 그럴 필요 없다고 비담을 만류하였으나 부하들의 눈빛이 너무나 애처로운데다가 더불어 자신을 따라 5년 동안 죽어라 폐관했던 노력과 고생을 인정하여 잠시간의 유희를 허락해주었다. 단, 조용히 즐기라는 협박과 함께 말이다. 모처럼 돈과 시간이 생긴 까망이들은 기녀도 품고, 도박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떠 번을 서는 까망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채 신나게 뛰쳐나갔다. 빙루 역시 12년 만에 처음 보는 도시의 풍경에 잔뜩 들떠 구경을 하고 싶다 졸랐고, 비담과 인철은 까망이들 다섯과 함께 빙루를 데리고 저자거리로 나갔다. 빙루는 신기한 게 어찌나 많은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거리를 활보하였고, 먹고 싶은 것과 가지고 싶은 것 모두를 아낌없이 체험하고 가질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인철이 돈을 마구 풀어 빙루의 환심을 샀던 것이다. 평소 부하들과 소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인철의 구두쇠정신이 빙루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물론 빙루가 골랐던 물건들이 저가의 장신구들뿐이었지만 그래도 서슴없이 전낭을 열어 제치는 주군을 구경하는 까망이들의 놀라움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장시간의 구경으로 체력이 떨어진 빙루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자 제안했고, 모두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평온한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하루도 고단했던지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빙루가 먼저 방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고, 번을 서는 까망이들 역시 아쉬움이 역력한 눈빛으로 빙루의 뒤를 따라 나섰다. 모두 방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비담이 조용히 차를 들이키는 인철의 옆구리를 부채로 살짝 찔렀다. “형님? 저번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후후, 낙양에 도착해서 해결하자던 그 일 말인가? 뭔지 모르겠지만 자네가 하도 기대하라고 해서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네.” “기억력 하나는 정말 끝내주시네요. 맞습니다. 오늘 밤이 바로 그날입니다. 형님께서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는 역사적인 날 말입니다.” “새로운 세계? 그럼 물을 마시는 방법이...?” “당연히 남녀 간의 교합을 말하는 것이지요. 칼을 제대로 갈지 않고 전장에 나간 무인이 어떤 꼴을 당합니까?” “그, 그야 당연히 험한 꼴을 당하겠지. 심하면 죽기도 할 테고.” “정답. 그럼 제대로 병법을 익히지 않은 장수가 군졸들을 지휘해 전쟁터에 나가면요?” “아마도 ‘백전필패’겠지?” “그것도 정답이네요.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만은 부인할 수 없지요. 자,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물건의 기능을 알고 다듬지 않으면 여성과의 교합 시 험한 꼴을 당하거나 물건이 축 죽어버리겠죠. 그리고 교합 시 적절한 방중술과 전략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패배라는 아픔만 겪겠지요? 형님이 침상 위에서 험한 꼴을 당하지 않고, 당당히 승리의 포효를 내지를 수 있도록 오늘 제가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 하지만 꼭 그럴 필요까지 있겠는가?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어찌하다 보면은...” “허허, 어찌 처음부터 이리 나약하고 위험한 소리를 하십니까? 빙소저를 생각해서라도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물론 처음 만난 남녀 간에 서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합궁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서로 교감을 나누며 점점 발전하는 기교에 푹 빠지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형님과 빙소저의 경우는 완전 다릅니다. 제반 지식이 전혀 없는 순수한 영혼 둘이서는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을뿐더러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에게 날카로운 무기를 쥐어주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잘못된 지식과 도구가 사람을 상하게 하듯 무지하거나 잘못된 성지식이 여인을 다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한 가지만 여쭈어보죠. 형님? 여인의 음부가 어찌 생겼고, 구멍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허험. 나를 어찌 보고 이러나. 물론 모르지.” “휴우, 나이 서른둘에 너무 당당하게 가슴 쫙 펴며 그리 자랑할 답변은 아니니 당당한 표정은 짓지 마십시오. 당연히 모르실 줄 알고 여쭌 것입니다. 이렇게 음양의 화합에 무지한데 빙소저의 마음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긴말 하지 말고 저를 따라 오십시오. 오늘 제대로 교육시켜 드릴 것이니 하나도 까먹지 말고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하고 좋은 술이나 사주십시오.” “정말 꼭 배워야 하는 것인가?” “두말하면 입 아프지요. 무지로 인해 상처를 주는 것보다 동정을 잃더라도 제대로 알고 기쁨을 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훨씬 유익한 일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알았네. 나 역시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원치 않으니 자네의 뜻에 따라 제대로 배워서 활용하도록 하겠네.” 인철을 설득한 비담은 그를 데리고 선화가 미리 마련한 방으로 이동하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산해진미와 좋은 술, 더불어 그린 듯 아름다운 미녀와 선화가 둘을 환영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비담이 말한 좋은 자리가 주안상과 미녀들이었음을 깨달은 인철은 그만 입이 찢어져 귀에 걸리고 말았다. 칙칙한 사내들과 어울려 불철주야 무공만 익힌 세월이 5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공동에서 오로지 천마 할아버님의 진전을 잇겠다는 신념 하나로 버텼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술과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인철이었다. 하지만 현경의 무위로 인해 취하지는 않고 그저 적당한 취기가 몸 안을 휘돌며 기분을 상승시켜 주었다. 분위기가 살짝 달아오르며 단단히 쳐져있던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인철이 어느 정도 무장해제 되었다 판단한 비담이 본론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요?” 비담의 눈짓에 따라 아직도 그득하게 쌓여있는 음식상이 밖으로 나가고, 오붓하게 이남이녀만 방안에 남았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존경하는 형님의 시청각교육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선화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았던지 그린 듯 아리따운 기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옷이 기녀의 몸을 타고 한 장 한 장 스르륵 흘러내릴 때마다 백옥 같은 피부가 드러나고, 은밀한 곳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촛불 아래 요염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한순간 취기가 싹 달아난 인철이 태초의 모습을 하고 다소곳이 서있는 기녀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뭐 하십니까? 지피지기. 형님도 걸치고 계신 옷을 벗으셔야죠.” 비담은 남녀 간의 일이 처음인 인철이 지금의 상황을 부끄러워할까봐 선화에게 눈짓을 하고는 함께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이제 방안에서 옷을 걸치고 있는 이는 인철 밖에 없었다. 모두가 훌훌 옷을 벗어 재끼자 인철 역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조각들을 벗어 던졌다. 61화 인철이 마지막 한 장의 속옷까지 벗어던지자 우람하게 솟은 물건이 위용을 자랑하듯 천장을 향해 꼿꼿이 튀어 올랐다. 기녀를 비롯한 선화는 그만 인철의 물건에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우와! 제가 취선루에 몸을 담은 이래로 저처럼 거대한 물건은 처음 봅니다.” “아! 정녕 저것이 사람의 것이옵니까?” “하하하, 형님 물건이 장난이 아니네요? 외관상으로만 판단하건데 충분히 명검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네요. 그나저나 32년 동안 제대로 사용해주지 않아 이처럼 잔뜩 성이 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잘 연마하여 제대로 사용하시고 녀석의 울분도 달래주시기 바랍니다.” “쑥스러우니 그만 놀리고 어서 시작하게. 전부 내 아랫도리만 쳐다보고 있으니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야.” “하하하,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셔서 우선 여인의 몸부터 공부하도록 하지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기녀를 반듯하게 눕힌 후, 비담이 여성의 몸을 오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인과 사내를 외관만 놓고 보았을 때 크게 차이가 나는 곳은 세 군데입니다. 봉긋 솟아있는 가슴과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곡선, 그리고 성기입니다. 한번 가슴을 직접 만져보십시오. 느낌이 어떠신지요?” 호기심과 흥분으로 뇌가 터질 지경이었기에 인철은 비담이 시키는 대로 쭈뼛거리면서도 손을 들어 기녀의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을 손에 쥐어보았다. 몽글 탱탱한 젖가슴이 인철의 손안에서 부드럽게 출렁이며 흔들렸다.